지리산 노고단 갈까? 하다가 1,500 미터 고지에 맞는 옷이 아니라 포기하고 대신 우린 고성 문수암으로 고고씽~
여기 뷰가 백만불짜리다.
여윽시나 탄성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이 부럽지 않았다.
여긴 수제비반죽을 뚝뚝 떼다가 주섬주섬 흘린것 같은 올망졸망한 섬들이 천하의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미세먼지 한점 없는 이 보석풍경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절경 얘기를 계속 쓸 수가 없다.
오늘은 이게 주 포인트가 아니라서.
문수암을 내려오니 또 갈데가 생각이 안난다.
무조건 사천쪽으로 도로를 달렸다.
"그미야 오데 가노? "
" 그냥 가보는거지 뭐"
" 그냥 오데?"
" 사천을 가본 데가 별로 없자녀. 그냥 가다가 마을 있으면 돌아 보는거지 뭐. 마을구경도 재밌자녀~"
라면서 사천을 들어서자마자 커브를 도는데
순간 내눈에 <백영호 작곡가 묘소 0.9km>라는 조그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표지판 화살표대로 바로 우회전을 꺾었다.
"백영호가 누군데?"
"으응, 유명한 작곡가가 있어."
나를 잘아는 길동무라서 내가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분명 뭔가가 있을거라고 믿는지 친구는 기꺼이 이 생면부지의 선생을 찾는 길에 이의가 없다.
표지판대로 거의 다 왔는데
마땅히 있어야 할 최종표지판이 없다.
"저쪽인가? " 하면서 가보니 절이다.
홍매화가 있길래 꽃쟁이 둘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내려서 꽃부터 찍는다.
난 대충 찍고 블로그를 검색하니 다행히 나같은 분이 계신지 이분도 헤매다가 헤매다가 묘소를 찾은 글을 써놨다.
"으메~~ 그미같은 사람이 또 있네~" 하는 친구의 안도감을 들으며 뒤적이는
그 글에는 자세한 위치가 없어서 나도 그분처럼 똑같이 남모르는 묘지마다 다 가봤다.
지나가는 등산객 아주머니 세분께 여쭈니 그분들은 백영호님이 누군지 모르신다.
"백영호씨라는 분을 잘 아시나봐요? " 하신다.
그럴리가요.
하는 수없이 다시 아까 그 표지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도대체 뭐하는 분인데? "
" 아씨, 동백아가씨,추풍령...명곡만 작곡하셨네"
길을 못찾으니 친구도 블로그를 검색하면서
" 많이도 작곡했네. 도대체 이분이 작곡 안한 곡은 뭐꼬? "
지금말로는 힛트곡제조기의 천재작곡가.
다시 표지판으로 왔다.
다시 보니 좌회전 표시다.
좌측을 보니 우리가 무시하고 직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였다.
길이 대략난감으로 좁고 심한 오르막이다.
입구의 소나무는
"소나무 잘생겼네. 이렇게 모르는 곳에 오면 저렇게 잘생긴 소나무도 만난당께" 했던 그 소나무다.
뭐 찾아가실 분도 안계시겠지만 가실분은
이 소나무에서 좌측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길은 생각보다 더 좁고 급경사였다.
내 작은차 아니면 갈 수도 없는 곳.
"흐미~ 차가 주인 잘못 만나서 이 뭔 고생이고?
나는 왜 남의 묘소를 찾아가노?" 하는 친구왈.
진짜 웃기지 않은가?
난들 백영호 작곡가를 아는가?
얼굴도 모른다.
이름도 한번 들어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고생을 하면서 기어이 찾아가는 이유는 뭘까?
암만봐도 블로그에서 봤던 표지가 안나온다.
여기냐, 저기냐?
내가 생각해도 참 기가 막히다.
긴가민가, 여긴가 저긴가 기웃거리며
가지에 차가 긁히는 소리는 내 심장을 찢어놓지만
계속 길따라 가다보니 "앗! 표지다!"
친구가 반색을 하며 외친다.
우린 늘 그렇듯이 표지부터 읽어본다.
1920년 부산 태생.
1955년 남인수의 '추억의소야곡' 발표해서 이름을 알림.
벌써 여기서부터 애착이 팍 간다.
누구땜시?
힛트곡 제조기.
'아씨'가 어떤곡인가? 정말 주옥같은 명곡 아닌가?
여로, 여자의일생, 동백아가씨, 울어라열풍아...
이미자님 힛트곡은 거의 다 만드셨네.
거기다가 해운대엘레지, 추풍령!
난 이 추풍령 땜시 여기까지 왔다.
울 가수님 곡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가장 완벽하게 부른다고 생각하는 곡.
그러니 이 곡을 만드신 분을 찾아뵙는 건 당연한 예의.
친구도 표지판을 읽고는 대단하신 분이고,
이렇게 물어물어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비석에 새겨진 글 중 일부를 옮겨보면,
'...1964년 저 유명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발표 세상사람 놀라게 하면서 드높은 작곡계의 큰별로 떠올랐으니 그때 사람들은 말했다 한국 가요계는 백영호의 나라라고...'
우리가 묘소를 얼쩡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한 분이
"연예인 이십니까? " 라고 묻는다.
이 유명 작곡가의 묘소를 찾아 뵐 정도면 가수나, 연예계 종사자가 아니면 여기 뭐하러 오겠냐는 건데
그 분께 그럴 걸
"조명섭 팬인데요 조명섭님이 부른 추풍령을 작곡 하신 분이라서 일부러 찾아 뵀어요" 라고 할껄
그냥 연예인 아니라고만 짧게 일축했다.
2020년은 이 분 탄생 100주년이라서
가요무대 제1671회 10. 5일에 백영호 특집을 방영했다.
이때 우리의 조명섭님도 추풍령을 불렀으니
이 출연자 명단에 이름이 있는 것이 오늘따라 새삼스럽네.
나도 이때 백영호라는 작곡가 이름을 알았나보다.
이왕 이렇게 된바에야 좀 더 알아보자.
왜 사천에 묘소가 있는가?
아하 그렇군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꿈속의사랑, 내하나의사랑, 추풍령을 들려줬다.
친구도 당연히 다 아는 곡.
참 대단한 분이셨다는 걸 깊이 깨닫는 것 같다.
난 조명섭님이 장흥에 까지 가서 기념 음악회에서 주현미님이랑 <노란셔츠의 사나이>, <청실홍실>불렀다고 설명해줬다.
근데 장흥에 왜 추모비가 있지?
고향은 부산이라는데 장흥은 왜?
그때 공부 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집에 와서 '장흥백영호'를 검색해봐도 안나온다.
왜지, 왜 안나올까?
아는 팬분이랑 통화하다가 알았다.
그 분은 손석우님 이라는 걸. ㅋㅋㅋ
이런 바붕~~~~!
난 그때까지도 손석우님과 헷갈릴 정도로
이런 전통가요 작곡가에는 문외한이다.
아씨,여로,여자의일생 그리고 추풍령을 다시 들으면서 이런 주옥같은 명곡을 남겨주셔서
우리에게 다시금 르네상스같은,
전통가요의 감동을
불러 일으켜 주심에 더없는 감사를 드린다.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계신 우리의 가수
조명섭님께도 끝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하
가요무대 <추풍령>다시한번 감상하시어요~^^
https://youtu.be/SpwZ-kHsfHQ
[58번가 맛집] 조명섭...추풍령 [가요무대] 가요산맥 작곡가 백영호 편 ㅣ KBS방송#가요무대 #조명섭 #추풍령KBS1TV 매주 월요일 밤 10시 본방송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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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시네요
그미님 덕분에 큰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보스 덕분에 그미님 덕분에 인생이 깊어지고
고급져지는 느낌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미님의 열정에 감동!!!
가수님을 만난 이후로 노래와 관련하여
다니신 곳이 어마어마 하시네요.
그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울 가수님 이전에 몰랐던
백영호님, 손석우님, 박시춘님과 같은
작곡가까지 함께 영접합니다.
가수님 덕분에 가요의 대가들의 작품들이 현시대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에밀스의 전통가요에 대한 지식이
날로 늘어나고 있네요.
울 가수님께 더욱 더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그미님과 그미님의 덕후감 덕분에 행복합니다♥
우리가수님 덕분에 대가의명곡들이 다시소생하고 있음이 감사하네여
애쓰신 여행기 감사합니다
고성 문수암의 붉은 등과
하얀 구름 푸른 바다와 하늘이
우울했던 오늘을 싹다 지워줄 만큼 멋지네요.
가수님의 노래가 딱 끊어지는 포인트를
이어주신 그미님.
덕후 기행은 부럽고도 경이롭습니다.~
거제 계룡산에서 내려다 본 거제 앞바다는
왠지 날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만큼
가수님의 Fly me to the moon이 또
듣고 싶어지네요.~
그미님 엄청난 지식까지
사랑하고있습니다
수고가 지대하구요
그미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링크따라 추풍령 다시 듣고 왔는데 정말 아름다운 가수님의 목소리입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신 그미님
그 중심에는 항상 우리 가수님이 존재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가수님 해운대 엘레지 추풍령 고개 정말 좋아합니다 여러곡 중에서도 꼭 다시 찾아듣는 곡이지요 데뷔초 어느모임에서 부르신 해운대엘레지는 웬지 마음이 짠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참 유익한글 감사합니다
울가수님 이 부르셔 100만넘게
조회수올린 자신의 오리지널 곡
은 아니지만 다시 하트시킨 추풍령이
이분의 작곡 이었군요
뭐든지 울가수님과 연관되면
다 가족같이 느껴져요 울가수님도
작곡을 시작하셨으니 적어도
이분 이상의 많은 히트곡을
내셨으면 좋겠읍니다
그미님 ! 항상 정성드린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그미님의 좋은글
새벽5시에일어나 잘읽었습니다
공부를 했어요
명보스덕분에
정깊은 전통가요에 대해 공부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영호선생님 폐결핵으로 병이깊어
진주에서 요양중이던 남인수님을 키타메고 악보들고 찾아와 꼭 좀불러달라고 부탁받고 남인수님은 몇번거절끝에 휠체어에 앉아서 취입하여 공전의 히트곡인 "추억의 소야곡 이었습니다
울 에밀스들은 가수님 하고 1이라도 연관된게 있으면 모든게 궁금하죠 그게 팬심 인가봅니다
빠순이의ㅎ열정으로 많은 후기 올려 주셔서 전통가요에 대한지식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ㅎㅎ
참 대단하신'그미님'가수님을위해
늘 애쓰시고 노래따라 덕후감은 늘
감동입니다
오늘 또 백영호선생님 에 대해 더알게되고
가수님이 부르시는 노래도 귀하고
감동이고 감사합니다
항상 그미님을 부러워하면서 존경합니다 긴글 잘 읽고갑니다
추풍령을 가수님이 부르셔서
작곡가분의 묘소를 찾아가고
음악세계를 탐구하신 그미님
가수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얼마나 큰지 감동입니다
서비 가수님의 거울같은 그미님의
비범한 덕후감 언제까지나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