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보담 일찍 집에 돌아오니 반가운거 두가지가 식탁에 있습니다.
그리고 두 여인네도,...유니, 유니엄마,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화장실문을 나서자마자 두 여인네가 할말이 바쁩니다.
"아빠~~~(코 맹맹이소리,..이건 유니엄마)
오늘 초밥 준비해 놔쓰요,...연어캉 광어캉 새우랑 일식집에서 포장해왔으니께네 따끈하게 정종하고 먹읍시다마,.."
흐,...뭔날인가?
"아빠~~~(약간 터프한소리,..이건 유니)
오늘 내 미술학원에서 평가화보 가져왔거덩~ 함 보고 싸인해 도고,..."
분기별로 학원에서 아이들이 완성한 그림을 화보마냥 만들어서 가져오는데 진척도를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결과물입니다. 무심한척 지방으로 들어가는 유니,..그러나 압니다. 울 부부의 칭찬을 기대하는걸,...
초밥을 맛있게 먹으며 화보를 넘겨보는데 참 초밥은 맛있는데 유니그림이 도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건 도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창작과 비평인가? 하는데 사물을 하나 제시하면 그것을 재해석해서 여러가지 도형으로 꾸미는데 이건 그림인지,...
유니가 들을새라 소곤대면서 유니엄마랑 속삭입니다.
"이기 그림이가,...도시 뭐가뭔지 모르겠고만,...이기 잘그린거가?"
"하이고,..유니 듣겠어예,...고 밑에 학원선생이 평가해논거 보시소마,..마 잘그렸다 안하요,..."
정말 그림마다 학원선생의 평가가 주석으로 달려있는데 못그렸단소리는 없습니다요,...
그런데 방안에서 듣던 유니가 발끈해서 나오더만 화보를 팩 가져가버립니다.
"아빤 그림 볼자격도 읎따~~~ 그림이 꼭 사진맹키로 똑같아야 그림이가~~~~"
아닌가요? 가능하면 사물하고 근사치에 가까우면 잘그린거,...
그런데 과거 이런 문제땜에 치도곤 당한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때 미술선생님이 미술실에서 우리들을 기다릴때였었습니다.
창문을 커튼으로 모두 내리고 칠판에 하얀천을 걸고는 영사기로 무슨그림을 비추고는 우리들이 들어오든가 말든가
신경도 안쓰고 그그림에 심취해있더군요,....맞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인데 도시 이해가 안되는 그림(지금도 이해가 안됨)
모두 자리에 앉고 선생님이 말을 열었습니다.
"너그들,..이그림이 어떠케 생각이 드노? 누구 함 말해보까?"
아,..아직도 열받습니다. 가만히나 있을것을,..누가 지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피카손지 알기나 알았나?
여튼 예나 지금이나 나서기 좋아하는 제가 손을 번쩍들고는 한마디 했는데,...
미술선생의 그 뜅뜅한 몸이 그렇게 날렵한줄 첨 알았습니다.
쓰레빠 짝을 들고 총알처럼 튀어와서는 사정없이 내리치는,....
제가 뭐 별말 했겠습니까,..단지,
"샘요,..그기 그림입니꺼,..내가 발로 그려도 그것보담 났겠구만은,..."
교실이 뒤집어졌었지요,...하도 두들기걸레 한마디 더했더만 더 두들기더만요,...
"샘요,..잘못했쓰요,...내가 손으로 그린것보담 낫다니께요~~"
각설하고,...
내 미술적인 안목은 아주 어렸을때 키워졌습니다.
울 어렸을때, 한 초등학교 일학년때였었습니다. 아주 추운겨울날 전 정말로 즐기던게 있었습니다.
참 울집은 빈한하게 살았었습니다.
오형제가 한방에서 커다란 솜이불 한개를 모두가 덮고는 긴긴 겨울밤을 지냈습니다. 물론 아궁이엔 연탄이 밤새
불타고 있었지만 엄마는 쉬 연탄이 타지못하도록 아궁이 불구멍을 꽉꽉 틀어막았습니다.
그러니 이불속은 오형제의 체온으로 따스했었지만 답답해서 이불밖으로 얼굴을 내어밀면 쌔~한 냉기에 얼른 머리를
이불속으로 밀어놓곤 했었지요,
다른형제들은 아침에 이불속에서 나오질 못할때,..(감히 그 추운냉기에 이불속에서 나올수없었음) 저는 이부자리에 빠져
나와서 하염없이 바라보던게 있었습니다.
아,...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유리창,...
밤새 방안의 습기가 창밖의 쨍쨍한 영하의 날씨와 어울려 만들어둔 유리창의 예술입니다.
그 은빛에는 오만 영상이 있었습니다. 산골짜기 오롯한 오솔길도 있었고 갖은 동물들도 있었으며 주름진 산기슭도
있었고,..하늘을 나는 공작새도 있었습니다. 그 그림들을 보면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줄 모를 정도였었지요,
엄마의 아침먹으란소리는 불가침의 영역입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야했으며 깡깡얼은 우물가에서 가마솥에서
떠온 한바가지 뜨거운 물로 또한 깡깡얼은 다 찌그러진 양은세숫대야에다 부어서 그야말로 눈꼽만 띄어야 했습니다.
아,...턱없이 올라오는 하얀김,...그 속에서 눈꼽만 띄는 형제들,...ㅎ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엄마가 끓여준 멸치가 듬뿍든 김칫국을 시원하게 먹습니다.
다시 울 방으로 돌아왔을때,...난 참으로 낙담하고 말았지요,
동녘에 해가 유리창문에 그 그림들을 말끔히 지워내고 말았습니다요,....
다시못볼 그 그림들,....모두가 풍족해진 지금 그 그림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부러 그 그림들을 보고싶어 연출해보아도 도시 만들어지지 않더만요,...
유니야,...
아빠가 그림을 볼줄을 모른다고?
너야말로 그 그림들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정말로 보여주고 싶구나,....그리워라,....
첫댓글 아빠는 무조건 딸이 그리는 그림엔 찬사를 보내야합니다...왜냐.. 꽃을 든남자는.. 뭐든 이쁘게 보여야 하거든요
캄솨~~~최고의 답글입니다요,..ㅎㅎ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한다는데.. 한것 고무되어있는아이한테 아버지가 참 잘 못했네요...
그때는 『난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참 뜻이 있어보이고 잘 그린것 같다... 』이랬으면
설명할 여지도 주며 얼마나 신나하겠어요.. ㅎㅎ 에고..
그래서 아미주 형님은 영원한 교육자세요,...ㅎㅎㅎ
이제 저도 유니를 춤추게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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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습니다. 참 그리운것들이 많습니다.
언젠가는 낙향해서 아니 귀향해서 살것을 다짐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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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님,...피카소도 있는데요,.뭘,..ㅋ
못그리면 어때요, 잘 그린 그림을 보는것도 괜찮습니다요,..ㅎㅎㅎ
거참...
유리창에 별거 별거 그리던 그 상상력으로 유니 그림을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봐봐요.
그 사이 예술성이 사그라 들지는 않았는지 점검도 함 해보고~~~ㅎㅎㅎ ^.^
그러니까 과거 어릴때의 순수함이 그립다는거 아닙니까,...
근데 다시봐도 이해가 안되요,..창작,비평, 디자인은 쪼매 영역이 다른가봅니다,...ㅋ
고뤠요? 창작, 비평... 기회되면 관심 갖고 살펴볼께여~~~^^
솔직한것이 오히려 딸래미 맘 상하게 했네요.
불편한 진실이라는 비유가 맞나요?
순수미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 쪼매 이해가 안됐습니다요,
그래도 난 마음에 와 닿는그림이 좋은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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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형님,...형님도 빈한하게 살았군요,..방앗간집이면서도,...ㅋ
농담,...우린 동시대를 살아왔었네요,...ㅎ ^^
음악에도 장르가 있듯이 그림에도....
사진과 똑 같아야하는 그림도 있고 전혀 아닌 것도요... ㅎㅎㅎ .
이해가 어려운 그림보단 봐서 편안한 그림이 좋아요...
아..저도 어릴땐
한 그림했는데
모르시더라도 무조건
칭찬해주세요
그럼 아이가 신이 납니다
혹시 압니까
유명한 화가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