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집들이 다닥다닥 등짝을 붙이고 동그랗게 모여 살았다.
낮은 담벼락 너머로 옆집이나 뒷집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집들을 중심으로 빙그르르 골목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대문을 나서면 양쪽으로 골목길이 있었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든지 정해져 있는 해답처럼 훤한 신작로가 나왔다.
수없이 오가던 추억 때문인지 나는 골목길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골목길을 찾아 걷는 버릇이 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숱한 생각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어둡고 긴 골목길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옆도 뒤도 볼 새 없이 열심히 뛰어야만 했던 시절,
막다른 골목길의 막막한 어둠 끄트머리에서 ‘어서 빠져나오라’ 손짓하던 한 줄기 빛은
나에게 시작과 끝의 명확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골목길에는 사랑이 있고, 추억이 있으며 낭만이 있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은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설렘의 공간이다.
어깨를 붙여야만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은 자연스러운 접근이 허락되는 곳이다.
엉큼한 사내들의 정당한 스킨십이 인정되는 유일한 공간이 아닐 수 없겠다.
은밀한 마음의 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어 서로에게 더욱 빠져들게 하는 마술을 걸어주기도 한다.
골목길은 멋진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담 너머로 훔쳐본 누나 형아들의 연애사는 다음 날이면,
하트 속에 감금된 이름들로 멋진 벽화가 되기도 했다.
시멘트 화판 위에 석필로 그려진 서투른 벽화 속에서 친구의 풋풋한 짝사랑을 가늠하기도 하고,
알파벳, 이모티콘으로 가려진 흐릿한 그림들은 괜한 쑥덕공론을 만들기도 했다.
시멘트벽을 도화지 삼아 우리들의 초상화를 멋지게 그려내던 그 친구는 아마도 유명한 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골목길은 화해의 공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소한 말다툼에 소원해진 친구와 맞닥뜨린 골목 한복판은 서운함을 툭툭 털어버릴 수 있게 배려해 주기도 했다.
스쳐 지나칠 때 어김없이 서로를 포옹하게 만드는 곳이 골목길이 아닌가.
또한, 골목길은 운동장이 되어 주기도 했다.
뺑 돌아 하나로 연결되는 골목길은 달리기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상대방끼리 궁뎅이를 붙이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마주치는
짜릿함은 승부를 떠나 혼자 달리던 고독에서 함께라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
골목길은 낮은 담벼락으로 연결된 이웃과의 소통의 장이며,
친화의 메신저가 되어 주기도 했다.
어젯밤에 지낸 제사음식이 배달되기도 하고,
입맛 잃은 할머니 소문은 온 동네의 걱정거리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색다른 먹거리들이 담을 넘어 오갔다.
담 너머로 보이는 이웃집의 작은 마당 풍경은 골목길에서 즐기는 보너스다.
꽁꽁 숨기기에 급급한 현대인의 생활에 비한다면 꺼리길 것 없었던 그 시절,
영희를 좋아하던 철수가 밤마다 살포시 던지던 첫사랑의 편지가 화단 위에서 꽃을 피우기도 했을 터이다.
담백하고 여유로웠던 삶의 지나난 풍경이었다.
서서히 골목길은 옛 추억의 그림자를 남겨두고 사라져가고 있다.
도시의 발전으로 차츰 소멸하여 가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지역에서 골목길 투어가 관광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을 만큼 주위에서 골목길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희망을 꿈꾸던 우리들의 세상은 이제 아스라이 추억 속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은 변해가고 우리는 추억 한 자락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골목길을 찾아 걷는다.
마주칠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과 골목 끝에서 펼쳐질 풍경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혹여 걷다 보면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도 있겠다.
그렇다면 뒤돌아 다시 뛰어볼 것을 권한다.
골목길의 막바지는 끝내 넓고 환한 대로임을 나는 믿는다.
정답 없는 세상살이에 골목길처럼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이 또 있으랴...
첫댓글 그 골목길
골목대장 이였던
나유~~
맨날 삥만 털렸을것 같은데!!
@난폭한오리(전주)185 남자 다섯
여자 셋
이 많은 쪽수를 건드릴
간큰 집안이 없었음~~
@난폭한오리(전주)185 옜날에는 딱총에다
산탄알 넣고~~땅 하면
저 오리들 두어마리느둥둥
떠 내려오고 했는데~~
@켑틴(제천) 오리를 몽땅 잡을라믄 미끼에다가 미끌미끌한 참기름을 듬뿍 발라서 던져주면 한마리가 그걸 삼키고 나면
곧바로 뒷구멍으로 나와서 다음 오리가 주워 먹고해서 한번에 20마리도 잡아서 짊어지고 오느라 뺑이친적도 있었는데..
머하러 총까지 쏴서 살생을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