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과 리처드 도킨스. 두 사람은 1970년대에 사회생물학을 이끈 쌍두마차로 꼽힌다. 물론 비판자들에게는 과학의 탈을 쓴 낡은 이데올로기를 퍼뜨린 일당에 불과할 것이다. 어쨌든 사회생물학 논쟁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이 윌슨의 <사회생물학>(1975)이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1976)나 내용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한 해 늦게 나온 <이기적 유전자>가 <사회생물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리라 믿는 이도 있었다.1)2)
그렇지 않다. <사회생물학>과 <이기적 유전자>는 우연히 출간 시기가 겹쳤을 뿐, 각각 완전히 독립적으로 쓰였다. 무엇보다도, 두 책은 대상 독자층도 집필 의도도 전혀 다르다고 지난 회에 언급했다.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새로운 진화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는 내용은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복잡한 적응은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한다는 ‘유전자의 눈’ 관점을 암시하는 일련의 눈부신 연구 성과들이 몇몇 눈 밝은 진화생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바야흐로 혁명이 도래하는 걸까? 분자생물학의 등쌀에 밀려 한물간 구닥다리로 천대받던 진화생물학에 서광이 비치는 걸까?
옥스퍼드대학교의 동물행동학 대학원생 도킨스는 뛰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했다. 마침 지도교수인 니코 틴베르헌(Niko Tinbergen)이 1966년에 안식년을 떠나자, 도킨스가 일 년 동안 동물행동학을 대신 가르치게 되었다. 그는 해밀턴의 이론을 자신의 언어로 녹여서 설명하는 강의록을 만들었다. 나중에 <이기적 유전자>로 성장할 노트였다.3)
하버드대학교의 곤충학자 윌슨의 관심사는 사뭇 달랐다. 진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학계와 일반 대중에게 폭넓게 알리는 일은 윌슨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대신 윌슨은 동물의 행동을 자연 상태에서 관찰하고 실험하는데 열중하던 1950년대의 동물행동학에 진화의 렌즈를 도입하면 정량적인 예측을 하는 ‘진짜’ 과학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순히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머물지 않고, “왜 동물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끔 자연 선택 되었는가?”를 묻는 새로운 과학을 윌슨은 사회생물학이라고 불렀다.4)
<사회생물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행동에 관한 실험과 이론 연구들을 진화론과 개체군생태학의 틀에서 종합한 백과사전이다. 미생물로부터 곤충, 조류, 포유류를 거쳐 인간에 이르는 모든 생물종의 사회 조직 특성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새로운 과학이 벌써 탄생했음을 동료 생물학자들에게 알리는 웅장한 교향곡이었다.5)
697쪽 중 단지 29쪽에 불과한 마지막 장(章)이 격렬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인간을 다룬 장이다. 고도의 사회성을 보이는 인간을 사회생물학 총서에서 함께 논의하는 일은 윌슨에게 너무나 당연했다. 사람도 결국 동물임을 물색없이 지적하면서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는 책이라는 세간의 선입견과 달리, 윌슨은 언어, 지능, 학습 등으로 간파되는 인간의 탁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인간이 뛰어나다고 해서 우리 종을 진화생물학의 연구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지는 말자는 것이다.6)
윌슨의 주장은 별로 과격하지 않았다. 다른 학자들처럼, 윌슨은 인간도 진화의 산물이므로 진화의 관점이 공격성, 윤리, 미학, 성별 분업, 종교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내다보았다. 인간 행동을 새로운 진화 패러다임으로 분석한 실증 연구는 거의 없던 시절이므로, 윌슨은 인간을 다룬 장에서 전통적인 인문사회과학의 흐름을 단편적으로 소개하고 진화적 탐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그쳤다.
윌슨은 앞으로의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 행동을 진화적으로 설명한다는 발상 자체가 엄청난 분노를 촉발시킴을 말이다. 인간 행동이 일부나마 유전자에서 기인한다면, 이는 곧 유전적 결정론(genetic determinism)이며 불공평한 현상 유지를 과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작태라고 비판자들은 맹공을 퍼부었다. ‘나쁜 과학’에 숨겨진 이데올로기,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를 폭로하는 논문들이 쏟아졌다.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반대 시위가 빈발했다. 사회생물학 반대 모임은 마치 신앙 부흥 집회를 연상시켰다.7)
요컨대,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동물의 행동을 진화적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 탄생했음을 동료 생물학자들에게 전파하는 전문서적이었다. 인간 행동의 진화적 토대도 거리낌 없이 함께 논하는 바람에, 윌슨은 거대한 비난에 맞서야 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전문가와 일반 대중을 동시에 겨냥한 책이다. 수많은 동물행동학 문헌을 꼼꼼히 종합하여 새로운 과학을 창시하는 일은 애초부터 도킨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신 이 책에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여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저자의 열정이 생생히 살아 숨 쉰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이 ‘이기적 유전자’라는 문구가 다음 세대에 복제본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의도를 실제로 지닌 유전자가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극단적인 유전적 결정론을 암시한다고 받아들였다. 맙소사!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니! 심지어 피붙이나 배우자, 친구에 대한 사랑과 헌신도 유전자가 우리를 조종해 복제본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책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는 다 오해다. 도킨스는 책에서 ‘이기적 유전자’가 하나의 은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했다. 이 은유의 참뜻은 이렇다. 자연 선택에 의해 그 복제 성공도가 최대화되는―그래서 우리가 ‘이기적’이라고 은유할 수 있는―단위는 개체도 집단도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개체나 집단은 잠시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는 반면, 오직 유전자만이 복제본의 형태로 긴 세월 동안 안정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자연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전제로부터 개체가 이기적인 동기를 실제로 지닌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8)
<이기적 유전자>가 윌리엄스, 해밀턴, 트리버스, 메이나드 스미스 등의 연구를 산뜻하게 포장한 대중서일 뿐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당시 폭죽처럼 터져 나오던 신선한 발상들을 모아서 유전자 선택론이라는 하나의 개념적 틀 안에 매끄럽게 통합한 독창적인 학술서이기도 했다. 즉, 여러 서적과 논문에 흩어져 있던 ‘유전자의 눈 관점’이라는 씨앗을 찾아내어 우람한 거목으로 키워낸 장본인은 도킨스다.9) 혹시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이기적 유전자>가 책장 한구석에 꽂혀 있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쯤에서 헷갈리는 용어들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1970년대에 이르러 말벌, 흰개미, 사슴,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진화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 탄생했다. 윌슨은 이 분야를 ‘사회생물학’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회생물학을 혹독히 비판한 이들의 활약(?) 덕분에 이 단어는 극단적인 유전적 결정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생물학자 존 크렙스(John Krebs)와 니콜라스 데이비스(Nicholas Davies)는 1978년에 <행동생태학: 진화적 접근>이라는 책을 엮어내면서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이다.
엄밀히 말하면, 동물이 하는 행동에는 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노화, 성비, 먹이 찾기 등 비사회적인 행동도 있다. 따라서 ‘사회생물학’을 동물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진화적 탐구로 본다면 사회생물학은 행동생태학의 하위 분과가 된다.10)
윌슨이 <사회생물학>을 쓰던 1970년대 전반에는 정작 인간 행동에 대한 진화적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고 위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교착상태는 윌슨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어느 생물학자에 의해 풀렸다. 미시간대학교의 생물학자 리처드 알렉산더(Richard Alexander)가 그 주인공이다. 주걱턱에다 털털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다. 윌슨처럼 곤충학자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교수로 자리 잡은 뒤 연구 대상을 인간으로 방향을 틀었다. 50여 년 동안 유머, 종교, 도덕, 예술, 지능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면서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윌슨처럼 글을 잘 쓰는 능력은 아쉽게도 없었기에 그가 쓴 <다윈주의와 인간사>(1979) 같은 훌륭한 책들은 윌슨의 책만큼 잘 팔리지는 않았다. 어쨌든 윌슨과 쌍벽을 이루는 거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알렉산더를 위시하여 어빈 드보어(Irven DeVore), 윌리엄 아이언스(William Irons), 나폴리언 섀그넌(Napoleon Chagnon) 같은 연구자들은 행동생태학―혹은 사회생물학―에서 이루어진 발전에 용기를 얻어 인간 역시 하나의 동물종인 것처럼 진화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행동생태학자들이 동물이 살고 있는 서식처로 달려가 현장 연구를 하듯이, 이들은 전 세계 오지의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로 달려가 인간 행동을 관찰하고 면담하고 실험했다. 즉, 연구 주제나 방법론은 현지 주민들을 장기간 관찰하는 기존 인류학과 유사하지만, 개념적 틀이 진화 이론이라는 점이 달랐다. 이렇게 행해진 인간 연구들은 1979년에 아이언스와 섀그넌이 함께 엮은 <진화생물학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 인류학적 관점>에서 체계화되었다. 고작 4천 부도 못 팔고 몇 년 지나서 절판되었지만, 이 책은 인간 진화 연구를 개척한 효시로 평가된다.11)
인간을 연구한 당시 진화생물학자들의 핵심 가정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이 현재 처한 생태적 환경에서 번식 성공도(평생 낳는 자식 수)를 최대화하게끔 행동하리라는 것이다. 인간은 매우 유연한 학습 능력을 진화시켰으므로,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번식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적응적 행동을 하리라는 기대다. 어떤 집단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행동이 과연 그 상황에서 적응적인 행동인지 검증하기 위해 생태학자들이 만든 수리 모델이 유용하게 활용된다.12)
예를 들어, 북극해 연안의 이누이트(Inuit) 원주민들은 벨루가 또는 순록을 사냥하려고 여럿이 무리를 이룬다. 몇 명이 모이는 게 가장 좋을까? 사람 수가 너무 적어도 문제다. 너무 많아도 문제다. 딱 적당한 인원이 모였을 때, 각자 얻는 고기의 양이 최대화될 것이다. 수리 모델을 통해 이러한 최적 집단 크기를 계산할 수 있다. 1977년부터 약 1년간 이누이트족을 관찰한 진화생물학자 에릭 올든 스미스(Eric Alden Smith)는 이누이트족이 동물을 사냥할 때 이루는 평균적인 집단 크기가 이론적인 최적 집단 크기와 일치하는지 연구했다. 예측과 딱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몇몇 유용한 통찰은 얻을 수 있었다.13)
용어 정리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 연구 흐름은 종종 ‘인간 사회생물학(human sociobiology)’으로 불렸다. 문제는, 알렉산더를 포함한 대다수 학자는 ‘사회생물학자’로 불리길 거부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사회생물학’이 유전적 결정론을 연상시키는 용어로 변질되었으며, 학문 분야에 대한 명확한 경계선도 그어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니 자신들을 그저 인간을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14) 이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진화심리학이 태동하던 1980년대 후반에는 ‘다윈 인류학(Darwinian anthropology)’, 혹은 ‘다윈 사회과학(Darwinian Social Science)’으로 불렸다.15) 나중에는 이 흐름을 뜻하는 용어로 ‘인간 행동생태학(human behavioral ecology)’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 인간 행동생태학자들의 연구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 점차 늘어났다. 위에서 짚었듯이, 복잡한 적응은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면서 인간에 대한 진화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정작 인간 행동생태학자들이 윌리엄스, 해밀턴, 트리버스 등이 일군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고 진화심리학의 창시자들은 비판했다.
산타 바버라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인류학자 도널드 시먼스(Donald Symons)는 1979년에 <인간 섹슈얼리티의 진화>를 써서 진화심리학의 싹을 틔웠다. 이후 하버드대학교에서 어빈 드보어의 가르침을 받았던 인류학자 존 투비(John Tooby)와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디스(Leda Cosmides) 부부가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다. 1992년 투비와 코스미디스가 인류학자 제롬 바코(Jerome Barkow)와 함께 엮은 책 <적응된 마음(The adapted mind)>은 오늘날 진화심리학의 경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담으로, 이 책에 가벼운 내용의 챕터 하나를 쓴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그 책이 그렇게 두고두고 인용될 줄 알았으면 내 챕터를 훨씬 더 공들여 썼을 텐데!” 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인간의 두뇌는 매우 유연해서 어떤 환경에서나 적응적인 행동을 한다는 인간 행동생태학의 핵심 원리가 왜 잘못되었다는 걸까? 대다수 현대인들이 당분에 지나치게 빠지는 성향을 생각해 보자. 극소수의 사람들은 당분을 즐기기는커녕 싫어한다고 가정하자. 당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비만, 질병, 노화 등에 시달린다. 그러므로 당분을 싫어하는 소수의 현대인은 당분에 탐닉하는 대다수 현대인보다 더 높은 번식 성공도를 거둘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을 싫어하는 성향은 적응이고 당분에 탐닉하는 성향은 부적응일까?
그렇지 않다. 과일이 익어서 당이 많아질수록 열량이 높아진다. 그래서 당이 많은 과일을 달콤하게 느껴서 선호했던 먼 과거의 조상은 풋과일이나 썩은 과일을 달콤하게 느껴서 선호했던 조상보다 자식을 더 많이 남겼다. 정제된 당이 편의점에 넘쳐나는 오늘날, 당분에 빠져드는 미각 체계는 현대인의 번식 성공도를 낮춘다.
하지만, 당분을 입에 넣으면 여전히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했다. 당이 풍부한 음식을 안 먹겠다고 결정할 수는 있어도, 그 음식에 대해 달콤함이 아닌 다른 맛을 느끼겠노라고 결정할 수는 없다. 당분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인간의 미각 체계는, 오늘날 그 형질이 번식을 높이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당이 많은 과일이 언제나 부족했던 과거 수렵-채집 시절의 적응이다.16)
요컨대, 어떤 형질이 현재의 환경에서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이점을 준다는 사실은 그 형질이 적응인지 여부와 전혀 무관하다. 적응은 먼 과거에 계속 생겨났던 적응적 문제를 잘 풀게끔 자연 선택이 설계한 해결책이다. 지난 시간에 조지 윌리엄스가 강조했듯이, 적응은 설계상의 증거를 통해서만 식별된다. 당이 풍부한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달콤함을 느끼게끔 신경 회로를 잘 배선한 미각 체계는 그것이 과일이 부족했던 먼 과거의 환경에서 높은 열량을 얻기 위한 적응임을 입증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또한 행동보다는 진화된 심리 기제(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가 주된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 선택의 입장에서 보면 행동 그 자체만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언가를 역겨워하는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만약 ‘대변을 역겨워한다면 번식에 이롭다.’, ‘천연 암반수를 역겨워한다면 번식에 해롭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를 마음속에서 처리하여 행동적 산물을 만드는 과정이 자연 선택에 의해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 선택은 ‘행동 그 자체’를 선택할 수 없으며, ‘행동을 형성하는 기제’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17)
요약하자면, 진화심리학은 ‘유전자의 눈’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충실히 따르는 연구 흐름이다. 적응은 현재의 환경에서 자식 수의 증가가 아니라 기능적인 설계를 통해서만 판별된다. 그리고 이때의 적응은 외부의 입력 정보와 과거의 상황에서 적응적이었던 행동을 연결시켜주는 ‘진화된 심리 기제’를 의미한다. 이처럼 심리 기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진화심리학은 인간 사회생물학이나 인간 행동생태학과 확연히 구별된다. 따라서 그럴듯한 이름으로 겉포장만 새로 했을 뿐, 진화심리학은 사회생물학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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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중반에 윌슨의 대학원생이었던 스튜어트 앨트만(Stuart Altmann)이 붉은털 원숭이(rhesus monkey)의 사회구조를 연구하면서 만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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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진화심리학의 기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