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장국
우리 민족은 독특한 음주문화를 갖고 있다.
우선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많이 마신다.
2천 년 전 중국의 역사서인 『후한서』
‘동이열전’도 “동이족은---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기를 좋아한다(喜飮酒歌舞)”고
기록하고 있다.
옛사람들의 전적들에도 몇날며칠 동안 술을
마신 기록도 자주 보이고, 요즈음도 술자리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2차, 3차가 보통이다.
그러하니 술자리에서의 웬만한 실수는
서로서로가 너그럽게 봐준다.
심지어 사법부조차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주취감경(酒醉減輕)’이라 하여
형(刑)을 줄여준다.
우리의 술상에는 반드시 술과 함께 안주(按酒)가
따른다.
안주는 술을 마실 때 함께 먹는 음식으로,
술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도 각각 다르다.
막걸리에는 두부나 빈대떡, 소주에는 삼겹살이나
생선회 등이 격에 맞는다.
안주의 ‘按’은 ‘누를 안, 어루만질 안’으로,
곧 ‘酒’의 독기를 누르고 얼러 부드럽게 만드는
음식이 안주인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오랜만에 벗이라도 오면
“술 가져오라”고 하지 않고 점잖게
“주안상 보아오라”고 했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고 한다.
과음하면 누구나 괴롭기가 마찬가지여서
세계인들은 각기 그들만의 숙취해소 방법을
갖고 있다.
영·미인들은 토마토가 주재료인 '블러드 메리'
라는 칵테일을 숙취해소용으로 마신다.
이탈리아인들은 조개와 토마토, 양파를 푸짐하게
넣은 수프로 기력을 회복한다.
러시아나 북유럽 사람들은 피클이나 양배추
절임 국물을 마신다.
중국에서는 인삼, 굴 껍질, 칡뿌리 등 6가지
천연재료로 만든 '싱주링'이라는 전통차를
즐긴다.
일본에서는 감과 매실을 절인 ‘우매보시’가
알코올 분해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해장(解腸)은 ‘병 주고 약 주는’ 우리의 특별한
숙취해소 방법이다.
해장(解腸)은 해정(解酲)에서 나온 말이다.
‘酲’은 ‘숙취(宿醉 : 간밤에 먹은 술이 깨지 않은 것)
정’으로 술병을 뜻하는 한자이니,
해정은 곧 숙취를 푼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오랫동안 해장술, 해장국이라고
해 왔기 때문에 ‘酲’이 ‘腸’으로 굳어져 버렸다.
해장술을 마시면 숙취가 깬다는 생각은 과학적
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술에 지친
‘속(腸)을 풀어주는(解)’ 국물 음식인 해장국이
더 효율적이다
.
해장국은 지방에 따라 재료와 끓이는 방법이
다르다.
대개는 서울의 선지해장국이나 황태해장국,
전주의 콩나물국밥처럼 국물에 식재료를 넣고
뜨겁게 끓여 내온 것에 양념을 넣어 먹지만,
해안지방에서는 물회의 시원한 맛으로 숙취를
달래기도 한다.
선지해장국은 소의 뼈를 푹 고아 끓인 국물에
된장을 삼삼하게 풀어 넣고, 여기에 콩나물, 무,
배추, 파 등을 넣어 끓이다가 선지를 넣고
다시 한 번 푹 끓여 뚝배기에 담아 내온다.
원래 밥은 뜨거운 장국에 토렴하여 함께 나오지
만, 요즈음은 따로국밥 식으로 하는 집도 많다.
전주콩나물국밥은 뚝배기 하나하나를 직화로
펄펄 끓이는 방식과,
밥과 삶은 콩나물을 뚝배기에 담아 국물을 붓고
은근하게 데워 내놓는 방식이 있다.
직화로 끓게 하여 나오는 뚝배기 콩나물국밥은
국물에 계란을 툭 깨어 넣어 훌훌 먹고,
은근하게 데워 나오는 콩나물국밥은 밥공기에
따로 익혀 나오는 "수란 두알"에 "구운 김"을 부숴
넣어 애피타이저처럼 국밥을 들기 전에 먹는다.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과 함께 막걸리에
흑설탕을 넣어 끓인 "모주 한 잔"을 해장술로
곁들이기도 한다.
안주를 가려 술을 마시고, 술이 빨리 깨도록
해장국을 먹는 우리의 음주문화는 일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안주와 해장국이라도 술을
이기지는 못한다.
적절한 절제와 휴식만이 술과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글쓴이 : 김학민/출판인
첫댓글 해장국을 먹기 위하여 술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