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2) - 가정의 달에 즈음하여
5월을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은 물론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날들이 한데 몰려 있다. 우리 가문은 4촌, 6촌까지도 한 가족처럼 화목과 우애를 돋우고 있을 뿐 아니라 내 생일이 5월에 들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정의 달을 더 소중하게 맞이하게 된다.
이미 소개하였거니와 '인생은 아름다워'의 제목이 유태인수용소의 억압받고 고통스러운 극한상황에서도 아들을 극진히 보호하고 사랑했던 아버지와 목숨을 걸고 이들을 따랐던 어머니의 가족애를 다룬 영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한다면 가정의 달에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 일에 우리 모두 성심을 다해야 하리라.(때에 맞게 JBS 영화와 직업의 만남 프로그램에서 오늘(5월 7일) 저녁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방송하여 감명 깊게 보았다.)
아내는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손자와 손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사랑하는 효원아
내일이 어린이날이구나
유치원에서 어린이잔치를 한다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보고 싶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라
너는 우리에게 언제나 기쁨을 주는 손자이구나.
네 키가 커지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우리는 매일 매일 기도하고 있단다.
언제 또 만날까
보고서 돌아서도 또 보고 싶은 효원아
주님의 사랑과 평안을 받기 바란다.
엄마 아빠 손잡고 주님을 만날 수 있으면
더 좋겠구나.
보고 싶은데 참고 있다. 안녕
엄마 아빠랑 맛있는 것도 먹고
언제 또 만나자
김태호 할아버지, 김혜경 할머니 씀
사랑하는 본아
언제나 보고 싶고 그리운 본아
내일이 어린이날이라네.
네가 점점 더 예뻐지고 의젓해져서
정말 우리는 신이 난단다.
더 건강하게 자라고
주님께 사랑 받는
예쁜 본이기를 우리는 기도하고 있단다.
언제 또 네 얼굴을 볼까?
보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것을
너는 아는지 몰라
언제나 복 주시는 주님 안에서
더욱 강건하기를
맛있는 것 먹으라고 ....엄마한테 부쳤단다.
엄마 아빠 말씀도 잘 듣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씀
두 며느리가 메일을 보내왔다.
'어머님 아버님 잘 지내시나요?
금일봉 감사합니다..^.^
걷기 하실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힘들게 지내다가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아요.
집안일을 돌보던 아주머니가 대장암 2기로 수술하고 나서
항암치료 4번인가 6번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석 달 뒤에 효원이 다시 돌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주머니 건강이나 효원이나 불안해서 그건 관두어야 할 것 같구요
대신 아주머니 월급 그대로 3달을 드리기로 작정을 했어요.
회사 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몇 년간 십일조 제대로 못한 것을
다시 드린다는 심정으로 그냥 드리려구요.
아주머니 인생과 저의 인생을 비교해볼 때
아주머니는 연변에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저는 여기서 저희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는 점 말고는
인생이 이렇게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너무 마음이 슬프더라구요.
(저도 나름대로 고생하면서 살고 있지만요.)
여기서 잘 치료받으시고 연변에 가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새로운 아주머니는 한국분이고 55세, 성함은 김명0 이라고 하세요.
남편은 돌아가시고 해병대에서 군 복무하는 아들이 한 명 있대요.
집이 안산이라서 수서에서 오가면 왕복 4시간인데 그런 이야기 일체 안 하시고
하지 말라고 한 저희 부부 아침 식사도 챙겨주시고
효원이 식사도 그전보다 싱겁게, 채소 위주로 많이 해주세요.
아직 한 달도 안 되었지만
좋은 분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제부터 오빠와 저는 각자 효원이 데리고 갈 생각으로
용산역-평택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오늘 효원이가 아빠를 지명하는 바람에
오빠가 효원이 데리고 기차 타러 갔어요.
옛날에 방정환님이 이 땅의 어린이들이 너무 가여워서
어린이날을 만들었다는데
불과 100년도 안 된 사이에
이 땅의 부모들이 아이의 半노예처럼 되었다니...^^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어요.
오늘은 황사도 없고 화창하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안녕히 계세요.
세원 올림'
'김태호 아버지께
바람이 솔솔 불고 햇볕이 따사로운 5월이네요.
언제 새해가 왔나 했는데 이렇게 세월은 한 해의 중반을 향해 또 흘러가는 것 같아요.
어제는 서울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교통상황도 안 좋아서 기운도 안 나고
조금 답답했는데, 오늘은 해가 조금씩 비치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요.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서
'아차..어제 아버님께 편지를 쓴다고 하고 그냥 잠이 들었네?'하고 후회했네요.
그래도 항상 뭐가 이리 바쁜지... 이제야 편지 쓰고 전화 드리고, 돈도 부쳤네요.
늘 자녀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 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68세 생신 정말 축하드려요!!
항상 운동하시고 뭐든지 잘 드시고
자기 관리하시니까 연세가 조금 있으셔도 그렇게 안 보이시는 것 같아요^^
5/4~5일 분당에 있는 오빠 친구네서 머물렀던 게 꽤 피곤했나 봐요.
그러고 보니...20여 일 간 걷기운동을 하시면서 집을 떠나 여기저기서 머물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셨던 부모님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또 행군해야하는 연속의 나날들을 무사히 견디어 내신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었구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저희도 항상 부모님이 그립고 보고 싶어요.
어린이날 주신 금일봉으로 본이에게 책 선물을 해줬어요.
요즘엔 시시때때로 책을 보려고 하네요.
(할아버지, 할머니 고맙습니다.-본이 왈-)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생신 정말 축하드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민정 올림'
가정의 달에 즈음하여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담당에게서 문안 편지와 선물을 보내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성실한 고객들과 마음을 담은 정을 주고받는 일은 점점 메말라가는 세태에 권장할만한 일이 아닐는지. 문안편지에는 여러 해 전에 인터넷에서 널리 퍼진 '아버지란 누구인가'를 소개한 글과 함께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이번 5월에는 잊고 있던 고향, 자주 뵙지 못한 부모님, 가족 모임 한 개씩 만들어서 온 가족 한 번 둘러 앉아보면 어떨까요?'라고 적혀 있다. 좋은 생각이네요.
내가 지은 등촌중학교 교가의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들어 있다.
'크신 사랑 높은 뜻을 아로 새겨서 바른 성품 바른 인격 키워 나가세
올바르게 자란 싹들 빛으로 커서 온 누리에 비추이는 밝음이 되리라
바른 길 참된 지혜 배우고 익혀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세
굳건하게 자란 싹들 기둥으로 커서 우리 사회 맑게 하는 소금이 되리라
슬기와 총명으로 갈고 닦아서 명랑하고 씩씩한 일꾼이 되세
건강하게 자란 싹들 이삭으로 커서 온 세상에 심어지는 밀알이 되리라'
이를 바탕으로 손자와 손녀가 태어나기 전에 한 달 간 기도하면서 '손자야, 온 누리에 밝음이 되라' 와 '손녀야, 온 누리에 심어지는 밀알이 되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안에는 '내게 이런 손자를 주소서'라는 주제로 맥아더 장군의 자녀를 위한 기도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자녀를 위한 기도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
약할 때에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생각할 때에 고집하지 않게 하시고
주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자녀를 내게 허락 하옵소서
원 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마음이 깨끗한, 그 목표가 높은 자녀를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자녀를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날을 잊지 않는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이런 것들을 허락하신 다음
이에 대하여 내 아들에게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아감과 동시에 생을 즐길 줄 알게 하옵소서.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나 아버지는 어느 날 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손자야,
맥아더의 기도처럼 힘들다고 중도에서 포기하지 말라
끝까지 견디고 이겨서 형통함으로 나아가라'
가정의 달에 즈음하여 읽은 몇 개의 글을 통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의 의미를 살펴본다.
'아이가 자라 다시 자기의 아이를 키우며 자기 아비와 어미의 처지와 입장이 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철이 들고 사람이 된다. 물론 어린 자식이 자라나 다시 그만 한 자식을 낳아 키우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세월은 쏜살같다. 40여 년 전 엄마의 치마폭에 감싸여 있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자신의 딸을 위해 꿈을 담은 풍선을 만들듯이, 아버지의 카메라 렌즈에 담겼던 소녀가 자라 그 사진 속의 자기보다 더 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된 것처럼 그 세월은 긴 듯하나 실은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날인 5일과 어버이들의 날인 8일 사이에는 ‘순간’이 놓여 있다. 아마도 그 순간의 의미를 아는 것이 인생일 게다. 그 순간을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마음의 사진을 찍고 있는가.'(중앙일보 2011. 5. 7 정진홍 칼럼 '5일과 8일 사이는?'에서)
'“언제…와….” 수화기 저편에서 희미하게 아버지는 말했다. “토요일에 간다니까.” 병원에 입원 중인 딸은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암으로 투병하는 동안 40인치 넘던 배는 홀쭉해지고 뼈만 남은 아버지가 안쓰럽지만 몇 년째 간병에 매달려 시들어가는 어머니는 더 걱정이었다. 딸도 엄마가 된 지 오래다.
어머니날에서 어버이날로 바뀐 지 한참 지났어도 일상에서 또는 문학과 영화에서도 많은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가깝게 편안하게 생각한다. 가족의 생계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공포와 중압감을 자식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지금 젊은 세대야 조금 다를 테지만 중년 이후 세대에 있어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해 강하고 권위적 존재였다. ‘실패도 패배도, 죽을 것 같지도 않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마음엔 애틋한 추억보다는 오히려 같이 있으면 좀 서먹할 정도로 애정표현이 서툴렀던 어른으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진실 된 모습을 깨닫는 순간은 늘 너무 늦게 찾아온다. 탯줄로 이어진 어머니의 사랑과 그 빛깔이 다르다고 아버지의 마음도 무채색일까. 아이 돌보기도 벅찬 사람에게 어른을 제대로 섬기는 일은 무엇인가. 아이와 부모 사이의 거리는 얼마큼인가. 오월의 달력에 붉게 박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간격이 아득하다.(동아일보 2011. 5. 6 고미석 전문기자의 '아버지도 부탁해요'에서)'
'공군 병장 최인호는 1970년 제대한 뒤 복학하자마자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 동갑내기 황정숙과 결혼했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러고는 서울 북아현동 복수목욕탕 2층의 15만 원짜리 전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이제 결혼한 지 만 41년. 그는 "아프고 보니 마누라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했다.
작가는 자신의 아내를 '금강신상'이라 불렀다. 부처님을 지키는 금강역사. 그는 "작년에 한참 항암치료를 받을 때 평상에 앉아 나를 지키는 마누라를 틈틈이 훔쳐봤다"면서 "숨도 안 쉬고 나를 지키는 와이프를 보면서 예전에 밤새 석굴암 금강신상 앞에서 TV다큐멘터리 만들 때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내가 3년 투병하는 동안 마누라가 어디 한 번 간 적이 없다"면서 "그러니 내가 이 책을 누구에게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에 쓴 장편은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야. 아프고 나니까 제일 미안한 게 와이프더라고. '나는 이 작품을 평생 동안 스승이자 벗이자 수호신인, 사랑하는 내 아내 황정숙 아나스타샤에게 바칩니다.' 정식으로 작가의 말에다 썼어. 내 작가 인생(44년) 동안 책에 쓰는 '작가의 말'에 아내 얘기 쓴 건 처음이야. 내가 젊었을 때는 마누라한테 잘못한 적이 많아. 하지만 요즘은 아니야. 순도 100%라고. 와이프도 그걸 아는 것 같아. 내가 하루에도 수십 번 얘기해. '여보 사랑해요'"(조선일보 2011. 5. 7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친다.'에서)
내일은 교회에서 어린이와 어버이날에 즈음한 프로그램을 갖는다.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잠언 17장 6절)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은 자니라.'(잠언 18장 22절)는 말씀에 유의하여 가정의 달에 우리 모두 행복과 기쁨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추신, 생일축하 메시지와 손자·손녀가 즐겁게 뛰노는 모습(올해 설날 광주에서)을 아래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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