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충무공 이순신

[충무로]

요즘 베스트셀러로 소개되고 있는 김훈 작, “칼의 노래”란 책자를 누가 소개하여 주마간산식으로 빨리 읽어보았습니다. 베스트셀러답게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나시는대로 한번 읽어 보세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독후감 한번 써 보았습니다.

이책은 이순신이라는 개인을 살아움직이는 존재로 표현한 책으로,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시각으로 서술로 일관된 시점을 통해 임진왜란(1592년) 및 정유재란(1597년)동안 수많은 수전을 통한 전투 전중후의 장군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진이라는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무의미, 폭력성등을 강렬한 텃치로 묘사하고 있다. 7여년의 전쟁간 조선의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있을 때 국가의 존망을 책임진 무인의 고뇌, 무인으로서의 전장에서의 사생관을 그려놓으면서 한편으로는 조정과 선조에 대한 끊임없는 내적 갈등을 그려놓고 있다.(이순신은 전쟁기간 동안 줄곧 무인이 죽어야 할 장소, 시기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고, 조정간신들의 모함으로 의금부로 끌려가서 거의 반 죽다시피하고 풀려나 다시 살아 백의종군하면서, 본인이 죽어야 할 장소는 의금부도 아니요, 또 죽임의 주체도 선조가 아니고, 전장터인 바다가 자신이 죽어야 할 장소요, 적의 손에 의해 죽어야 함을 항상 독백하였다.)

그리고 치밀한 전투준비와 싸움에 임해서는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싸우는 무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장상황속에서의 민초들의 각박한 삶의 모습, 해안 곳곳에 버려지거나 떠밀려다니는 목잘린 시체(전과보고를 위해 조선은 적의 머리수를 올렸으며, 왜군은 조선수군의 코를 잘라서 올렸다. 때문에 전투후 조선수군들은 물위에 떠다니는 시체들을 칼쿠리로 건져 목을 벤후 다시 버리곤 했다) 들의 모습을 통해 처참한 전장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와중에도 어머니에 대한 효성과 왜적의 칼을 받고 죽은 아들에 대한 서러운 그리움 등을 보여주고 있어 이순신이 무인이기에 앞서 한없이 인간다운 면모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칼의노래’의 이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순신은 칼의 삼엄함과 무(武)의 단순성이 최고도로 발현된 개념적 인간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전쟁은 생(生)이며 바다는 헤아릴 수 없고 거스를 수도 없는 운명이었고, 적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적을 살려보낼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존재의의를 잃지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인을 상징하는 그의 칼의 독백은 어떻게 보면 진실로 삶을 허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다는 삶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다. 허무한 와중에도 그는 삶의 존재를 찾아 독백하고 있다. 소설 곳곳에 이순신의 독백을 통해, 선조는 용맹한 무인과 충신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순신은 선조의 손에 죽어야 함이 아니라 죽음의 장소가 한없이 넓은 바다의 전장터에서 적에 의해서 죽어져야한다고 몇번이고 독백한다.

이순신은 전장터에서 오랜 전쟁기간동안 죽음을 예고해 놓은 가운데, 수없는 전쟁을 치르면서 승전을 거듭하였으나, 결국 예고된 죽음을 맞이하기나 하듯이 1598년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적탄을 맞고 전사한다. 삼도수군통제사라는 고위직책을 가진 무장이었으나 인간적으로 볼 때 참으로 슬프고, 무섭고, 고독한 삶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군이 남기고 간 용맹함과 우국충정, 참다운 무인의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책 표지에,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 삼도수군통제사 신(臣) 이(李) 올림”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 데, 이는 원균이 칠전량 전투에서 대패한 후 재 기용되어, 12척의 배를 가지고 울돌목 전투에서 100척이 넘는 전력의 적을 맞아싸울 때 선조에게 올린 장궤이다. 이때 장군은 휘하 장병들에게 “필사즉생이요, 필생즉사”- 즉,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곧 살 것이요, 살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즉 죽을 것이다”라는 유시를 한 후 전투에 임하여 이소제대의 대승을 거두었다. 만약 이 전투에서 패배했다면, 적의 함대는 곧장 서해를 따라 북진하여 선조와 조정이 있는 한양으로 신속히 진군하여 한양을 짓밟고 선조와 조정을 도륙했을 것이다.


작자 김훈은 책머리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
저자 김훈은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여러 번 갔었고,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 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간단히 이 책을 소개하자면,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단순히 역사적 인물로서의 이순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내면적 갈등을 가진 이순신으로, 전장에서 불사신 같은 용기를 가진 이순신으로서 그려내어 한 인물을 둘러싸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참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성웅 충무공 이순신! KBS대하드라마에서 무인시대에 이어 방영됩니다.

[태백]

김훈님이 쓰신 "현의노래"도 추천하여 드립니다

[달빛호수]

필사즉생이요, 필생즉사..라..독후감 잘 읽었어..^^

[충무로]

이 긴글을 다 읽어주시고 꼬리말까지 달아주신 태백친구와 달빛 호수님께 감사와 경의를 보냅니다. 호수야 어제 정모 모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연탄재]

몇 년전에 원균장군을 재평가한 책에서, 몰랐던 사실을 새로 접하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순신장군은 위대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미화된 면이 많습니다. 반면에 원균은 억울할 정도로 매도되었구요. 가령, 원균이 대패한 칠전량 전투는 이순신도 패배를 예상하고 나가지 않았던 전투입니다.

[연탄재]

임금인 선조가 부산포를 공격하라고 어명까지 내렸지만, 이순신은 나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원균은 우직한 군인이었고, 이순신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군인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충무로]

연탄재 친구, 정말 좋은 의견주어 고맙소. 의견에 동감하며,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니, 되도록이면 상세히 설명올려주시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