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프린스(이은집)
노래 방 알바를 쓰지 않겠냐며 녀석은 아프리카 초원의 하에나처럼 집요하게 매달렸다.
“아줌마, 아니 사장님, 저에겐 꿈이 있다구요, 가수가 되는 꿈....! 가정 형편상 진학도 틀렸구요. 한 방에 스타가 돼야죠! 유치원 때부터 애들이 노래땅이니까 가수 되라구 꼬신걸요.”
“노래 잘하면 알바로 써주시려구요/ 제가 노래방 알바를 하려는 건 노래 연습을 맘대로 해보고 싶어서란 말에요!”
이제 녀것을 신이 나서 당장 써니가 안내하는 노래방 룸으로 따라들어왔다. 노래 입력기로 번호를 찍가 곧 웅장한 반주가 룸 안을 가득 채웠다. 원고자 조항조를 뛰어넘어 트롯의 찐맛을 내는 꺾기가 일품. 박자와 음정도 정확. 노래의 흐름에 따른 강약조절과 음 길이를 정확히 끊는 능력! 감정을 담으면서 호흡. 완급에 먖춰 잘도 들이키고 내뿜었다. 소리의 주파수와 진폭을 조절하는 비브라토는 기성가수라도 소화하기 힘든 기술인데 마지막 바이브레이션은 소리의 떨림으로 노래를 장식하는 기법인데 이것마저도 기가 막혔다. 마치 기획사에서 데뷔 준비를 끝낸 연습생처럼 아주 완벽했다.
“에이. 우리 아빠가 가수를 해서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셨는데 왜 잘못됐나요?”
“아, 그래. 열정을 생각해서 알바로 써주지!”
“사장님. 생큐에요. 실은 제 알바 목적은 노래 연습을 하고 싶어서걸랑요. 헤헤!”
“그래. 잘 됐네 실은 나두 노래방 업소를 하는 건 좋은 가수감을 찾고 싶어서였지. 너와 난 오늘 운명적 만남이야.”
“제가 임영웅 같은 가수가 되면 하늘나라 가신 아‘바두 기뻐하실 걸요? 헤헤!”
아빠는 췌장암으로. 아빠 몫까지 가수가 될래요. 제 입은 자물쇠니까.
“작사 작곡은 내가 하지만 너이 간절한 소망이 나에게 전해질 ‘때, 나한테 작사와 작곡의 신내림이 된단 말이야! 하하!”
싸부님께 가사와 작곡이 신내림하도록 마음으로 빌었다.
“아 사장님, 전 가수가 되는 건 노래만 잘함 되는 줄 알았어요!”
“무슨 소리야, 올림픽 출전 선수보다 더 열심히 땀 흘려 연습해야 한다구.”
“하긴 청학동 훈장의 딸 김다현 가수도 전국 명산을 돌면서 노래 연습을 했더군요.”
오디션 날짜가 가까워오자 이젠 노래방 업소의 영업까지 중단하고 셔터를 내린 후 지하 노래방 룸에서 노래 연습을 했다. 가야금 뜯은 가야금 소리에 취해서.
돌단풍
행복한 이 누구냐로 물으면 역경 속 돌틈에 살면서도 저입니다 저입니다. 불쑥불쑥 손 들고 나선다. 높직이 불 켜 달아 놓는 별자리 같은 참사랑이 이리 와요. 이리 와요 우리들 마음을 부르고 있다.-김재황
굴비 장수와 현부자, 최부자, 황부자 이야기
굴비 장수는 그들이 굴비 맛을 몰라서 그렇지. 한 번만 맛을 보면 계속 사 먹지 않고는 못 ㅈ배길 것아라 생각하며 굴비 한 마리씩들 들 집 담장 안으로 슬쩍 던져 놓았다.
현부자는 난데없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굴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말없이 집어다가 큰 가마숱에 물 가득 붓고 국을 끓인 다음 온 식구가 며칠 동안 먹었다. 그러나 굴비를 살 생각은 꿈에도 안했다.
최부자도 마당의 굴비를 집어다가 ‘어이쿠 밥도둑이 들어왔군’ 하고는 얼른 집어서 담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황부자는 돈들 제대로 쓸 줄 알았다. 그렇게 먹을 것을 안 먹고 모은 돈을 가난한 선비를 위해 써버렸다. 황 부자 덕을 입고 입신출세한 선비만도 80여 명이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으나. 그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적극 도와주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악귀가 숨어 있어 사람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면 무엇이나 빼앗기 때문에 선조들은 귀한 것일수록 천한 이름을 지어 부르며 숨겼다. 개쑥부쟁이는 쑥부쟁이에 비해 못하다는 뜻이지만 오히려 더 귀하다는 암시다.
<카눈의 연주> 이용희
바람 한 올이 날아왔다. 나뭇잎에 다가가 살랑살랑 비벼본다.
“우리 함께 놀자 응? 나 혼자 심심해. 함께 모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
친구들이 모여 동그란 덩어리가 되자 사람들이 보고 카눈이라고 불렀다. 아라비아 사람들이 연주하던 현악기 이름으로.
“시원한 대륙으로 가보자. 흙먼지 일으키고 진흙 바다를 더 빨갛게 만들면 재미있을 걸?”
“커다란 땅 덩어리는 우리 놀이터로는 재미없어. 그냥 이 자리에서 위로만 직진하자.”
다투던 바람을 지휘하는 태풍 눈의 바람결을 따라 호랑이 한 마리가 길게 앉아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로 갔다. 태풍 덩어리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돌아보며 긴 능선의 산맥도 재미있게 구경했다.
“천천히 가자고, 빨리 가면 재미없잖아.”큰일났다. 테풍는 온 나라를 집어삼킬 듯 천천히 와서 비바람 소리에 안테나들이 휘어질 지경이다. 바람소리 들리지 않게 창문을 꼭 닫았는데도 윙윙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1.바닷가 어장의 어부들이 모였다.
“이대로 당할 수만 없지. 그물들을 모아 모두 이어보자.”:
바다에 던지던 그물이 이어져 수백 미터가 되었다.
“여기 크레인을 불러줘“
태풍이 가까이 오기만 하면 뒤집어씌워서 꼼짝 못하게 가두어 버릴 테다.
2.세계 선수권을 가진 양궁 선수들은 화상 회의를 했다.
“우리 나라의 활 솜씨는 세계에서 제일이지. 모두 활을 준비해서 카눈의 눈을 활시위로 한번에 맞춰야 바람의 덩어리가 따끔한 촉 앞에 아파 뒹굴며 흩어질 거야.
3. 농부들은 깃발을 들어 올렸다.
“트랙터를 모두 모아요. 한꺼번에 달려들어 깨부수어야지요. 발을 갈 듯 한 이랑 한 이랑 쪼개어서 조각을 내 버립시다. 분무기도 모아 오세요. 살충제를 쏘아대면 눈이 따가워 카눈이 주저앉을 걸요?”
4.“저 카누를 때려잡을 수 있는 것은 우리야.”
과학자들은 바람을 잘게 부술 날카로운 날개는 아직 완성 안 되었으니 화학무기로라도 분해해 버려야지. 눈덩이만한 염화칼슘을 던져서 녹여버릴 수도 있지. 빙하도 녹여 버릴 그 성분으로 -평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던 학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은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태풍쯤은 녹여버릴 기세였다.
5. 군인들도 나섰다.
“나라는 우리가 지켜야지. 최근에 완성된 제트기로 폭탄을 터트려 부서 버려야지, 항공모함을 준비해 육해군 합동작전으로 저 카눈을 항공모함으로 유인해서 실어서 먼 바라도 데려가 던져버리자.”
바람은 허리를 낮추고 슬금슬금 지나간다. 바위산을 돌아가며 두드려도 보고 벼랑 아래 날개를 접은 갈매기도 건드려보지만 바람의 조각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 무더기 바람은 무궁화 꽃잎이 잔뜩 떨어진 산기슭에 주저앉았다.
“나는 이곳에 주저앉아 놀고 있을 테야 너무 아름다워서 발을 떼기 싫어.”
“나도!”
흩어지는 바람조각들이 힘을 잃어 잠 들기 시작하더니 솜사탕이 녹아버리듯 풀이 죽은 바람들은 이제 안개처럼 풀어져 웅장하던 카눙의 연수 소리도 조용해졌다. 카운은 이제 그 이름조자 잊혀졌다. 무서운 태풍을 이겨낸 사람들이 커라단 건광판 앞에 모였다.
“카눈은 오늘 새벽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대한민구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정신을 못 차리고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래서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으니 모두 안심하세요.”
20.7.26 발생하여 23. 8.11에 소멸한 태풍 카눈의 연주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인솔자가 함께 하는 탐방코스는 끝이 났다. 전체 태극 길은 선택 코스지만 가족이나 함께 온 일행만 가라는 당부였다. 혼자지만 천년의 숲길을 가봤으면 하는 마음이 요동치지만 어린 그녀에게 가자고 제안할 수 없어 내려가는데 그녀가 그 순간 말했다.
“저랑 함께 가실 수 있어요?”
얼마나 기다렸던 말인가?
“좋아요.”
폭죽 같은 대답에 놀란 새 한 마리가 퍼드덕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