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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아이리스를 너에게(evelove0305@hanmail.net)
*창작 : 20대 planet 1
*제목 : Crazy for you
*편수 : 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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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의 싱그러운 바다 내음 소리, 향긋한 오렌지 향기들이 가득한 신선함, 승재와 친구들
은 별장 앞에 드리워진 그림같은 풍경에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의 파라다이스
가 자꾸만 가슴을 꿈틀대게 해 그들은 짐을 대충 풀곤 별장의 바로 몇m의 앞 짙은 하늘색의
바다의 사정없는 유혹에 점심을 먹는 것도 잊곤 가벼운 차림으로 뛰어 들었다.
"야호~~!!"
세 사람 모두 시끄러운 탄성을 지르며 바닷가로 달려들었다. 승재의 탄탄한 몸은 햇빛에 반
사되어 더욱 멋있었으며 나머지 두 친구들 또한 그에 뒤지지 않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한 순간 바닷가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두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며 물장난을 치던 그는 고
개를 돌린 순간 한 여자에게 모든 시선을 사로 잡혀 버렸다.
'내가 꿈을 꾸는건 아니겠지..'
연신 귀여운 미소를 보이는 선한 표정의 눈빛..순간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큰기
도 아닌 그렇다고 육감적인 몸매도 아니었고 빼어나게 이쁜얼굴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분명
눈부셨다. 승재의 눈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영빈은 그녀들에게 아무렇지 않은듯 자연스럽
게 다가갔다.
"저희랑 같이 노실래요?"
일순간 그를 향한 그녀들의 시선..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들 중 혜주는 민정 채린에게 안심
해도 되겠단 제스쳐를 한 후 대답하였다.
"좋아요. 같은 대학생인거 같은데.."
자연스레 여섯명은 함께 어울렸으며 승재는 자꾸만 그녀를 의식하였고, 그의 마음을 모르는
그녀는 여전히 그녀 특유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나온 여섯사람은 모래
사장에 나란히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었으며 바닷가에 앉자 마자 눈을 감는 그녈 따라 승재
도 눈을 감고 시원한 제주도의 바람을 만끽했으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혜주는 시선을 옮
겨 영빈을 향해 말을 건냈다.
"우린 저기 텐트에서 숙박하는데 그쪽들은 어디서 자요?"
"저녀석 이모네 집 별장에서 일주일 동안 있을거예요"
승재를 향해 고개짓하고 그는 다시 별장을 향해 손짓하였고 혜주가 별장을 바라보며 감탄사
를 연발하자 민정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지만 채린은 여전히 눈을 감고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저녁밥을 함께먹기로 하고 그들은 먼저 별장으로 가 샤워를 하고 그녀들을 깔끔한 모습으로
기다렸다. 정확히 십분뒤에 별장으로 그녀들은 도착해 그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음식 솜
씨를 뽑내기 위해 분주하였다. 한 시간 남짓 그녀들은 완벽해 보이는 그럴듯한 식탁을 차려
그들을 놀라게 했으며 식사 후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다시 자신들의 텐트로 돌아갔다. 승재
는 그녀가 돌아 가는 모습을 눈으로 쫒으며 옆에 윤이가 온지도 모른체 싱긋 미소짓고 있었
다.
"너...채린이란 사람 맘에 있는거지..?"
"...그게 보였어..?"
"이마에 써져있다 난 그녀에게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라고..
그건 그렇고 혜주란 여자 너한테 관심있는거 같던데..
역시..우리 승재 어딜가나 인기짱이라니까.."
그 말에 영빈은 귀를 쫑긋거리는 시늉을 하며 그들의 틈새를 파고 들고선 장난스런 미솔
지었다.
"오호~~!! 그래~!! 근데..쟤들 내일 오후 비행기로 간다던데..."
"그래..?"
그의 한 마디에 승재는 실망감과 아쉬움에 한숨이 입밖으로 저절로 흘러나왔다.
까만 숨조차 쉴 수 없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새벽 두 사람은 어느세 잠이 들어버렸지만
승재는 잠이 오질 않아 몸을 뒤척여야만 했다. 그는 고민끝에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색 가디
건을 걸치고 바닷가로 나갔다. 그때 바닷가를 보며 앉아있는 그녀의 뒷 모습이 어렴풋이 보
였다. 그녀의 단발머리가 여름바람에 살며시 흔들렸고 그와 동시에 그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뒤에 몰래 서서 헛기침을 하자 순간 그녀는 놀라 일어서려 하였고 승
재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자리에 앉게 한 후 그녀의 옆에 앉았다.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얼
굴에서 그리움이 뭍어나왔다.
"채린씨라고 했죠..?"
"네..승재씨."
"성이 궁금한데."
"윤채린이예요..나이는 스물두살 이구요"
"어~~!! 한살 많네요..말 편하게 해요..저두 편하게 해도 되죠?"
"...아뇨..잘모르는 사람한텐.."
어색한 분위기에 그녀는 얼른 자신 앞에 놓여있는 새 맥주를 그에게 내밀었고 승재는 멋쩍
게 미소 지으며 맥주를 건네 받았고 맥주를 마시며 자꾸만 그녀의 옆모습을 그는 바라보았
다. 침묵이 흐르고 맥주가 그녀의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 갈 수록 그녀의 눈빛이 달빛 처럼
물들어 촉촉히 젖어 갔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녀의 좀전 보다 더욱 발그래진 볼이 자꾸만 사랑스러워 보여 승재는 그녀의 볼에 입맞춤하
고 싶은 맘을 간신히 참으려 맥주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어느정도 술이 취하자 닫았던 맘
의 문을 열고 싶은듯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2년 2개월 동안 보지 못하면 너무 많이 괴롭겠죠..지금도 이렇게
괴로운데..어떡하죠.."
"채린씨..아니 채린아.."
그녀는 술기운 탓에 은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며 바닷물의 숨결처럼 부드러운 크고
까만 눈동자는 다시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닮았어요 승재씬..이름도 비슷하고
얼핏 얼핏 승재씨 얼굴 보면서 그 사람 생각했어요.
내가 야속하게 헤어짐을 고한 그 사람을.."
순간, 승재는 그녀의 입술에 모든것을 흡수할 듯한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키스를 하였다.
숨막힐듯 호흡을 멈추게 하는 아련한 입맞춤...그녀는 놀라 그를 밀쳐내며 그의 빰을 세개
내리친 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부르는 소릴 모른척 하며 텐트로 뛰어가 버렸다.
그는 그녀의 뒷 모습을 끝까지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힘겹이 고갤 떨구었다.
'나..너..사랑하는거 같아..첫눈에 반해버렸다구...'
'
다음날 힙겹게 눈을 뜬 승재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창문을 찡그린채 힘없이 바라보
았다. 그 동안의 모든 긴장감이 풀려버려 그는 일어나는 힘조차 없었다. 하지만 방문을 연
윤이가 그를 향해 돌진해 그를 간지르기 시작했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에게 얼른 말을
건넸다.
"승재야 않좋은 소식 하나 가르쳐 줄까? 걔들 두시 비행기로 간데..지금 짐싸고 있던데.."
"그래?!"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얼른 옷을 주워입고 그녀들의 텐트로 달려갔다. 영문도 모르는 혜주
와 민정은 놀라 그를 쳐다봤고, 채린은 그를 외면한 체 얼른 그 자릴 피하기 위해 돌아섰
다. 그가 두 사람의 시선을 외면한 체 빠른 동착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왜이래요?"
"나 너 좋아해 윤채린~~!! 첨 본 순간부터 내 눈엔 너 밖에 안보이더라
힘든 사랑은 잊어 내가 너 이제 부터 사랑할거니까"
"이봐요~~! 나 그쪽한테 눈꼽만큼도 관심없어요~!!
그러니까 정중하게 이 손목 놓으시죠~! 또 빰 맞고 싶지 않다면."
그녀의 말에 그는 천천히 손목을 놨고 그를 차갑게 쏘아본후 냉정히 돌아서 걸어가는 그녀
의 뒷 모습을 보며 큰소리로 소리쳤다.
"나 한승재는 너 윤채린을 지구끝까지 가서라도 찾아 내서 날 사랑하게 만들거야 명심해
~!!"
승재는 자신있는 미소를 지으며 싱긋 웃었다. 제주도의 푸른 물결은 부드럽게 그의 생애 처
음으로 시작된 마법같은 첫사랑을 격려하듯 물결치고 있었다.
-2-
승재는 따분하게 시계초침만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숍 안은 댄스 음악이 귀를 조금은 즐겁
게 하였다. 여자는 자신앞에 놓여진 오렌지 쥬스를 애써 조심스럽고 우아하게 스튜루로 마
셨으며 승재가 단숨에 쥬스를 반쯤 마셔버리자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
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날씨가 덥긴 덥나봐요..근데 승재씨는 애인 없어요?
여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외모이고 그외 모든것이 완벽한데..눈이 높은가봐요?"
"나 애인 있거든..미안한데 나 집에 가봐야해.. 담배 피고 싶으면 펴
교양있는 척 그러고 앉아 있지 말고."
그는 자리를 박차고 커피숍을 나왔고 그를 노려보며 앉아있던 그녀는 자신의 백안에서 담배
를 꺼내 신경질적으로 불을 붙였다.
'역시 미팅은 할게 못되군'
여행을 다녀온 이주동안 그는 미팅이란 미팅은 모두 나갔다. 자꾸만 떠오르는 채린을 잊기
위해 안간힘으로 노력했지만 그것은 그의 생애 있어서 가장 힘든일이었다. 그는 집앞의 게
임방으로 가 미친듯이 게임을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그곳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갔다. 정
원에는 푸른나무들과 꽃들이 조화를 이루어 퍼져 있었으며 넓은 잔듸 밭위에는 덩쿨이 멋지
게 늘어뜨려진 야외벤취가 있었다. 그는 애완견인 시베리안허스키인 '지니'를 어루만쳐 주
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집은 넓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바닥에는 화려한 무늬가 그려
진 장판이 깔려져 있었고 그 위엔 갈색 체크가 수놓여진 숄이 드리워져 있었다. 반짝반짝 숄
에 새겨있는 금테 무늬는 모든이들의 찬사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보라색과 흰색이 배합된
커튼은 넓은창을 화려하게 보이게 했으며, 아이보리색 쇼파는 푹신푹신해 보여 보자마자 그
곳으로 가 앉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거실 쇼파에 누워 클래식을 듣고 있던 승재의
어머니는 승재가 힘없는 표정으로 들어오자 걱정스런 얼굴로 일어났다. 하얀 얼굴, 불혹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고운 자태에 그녀는 세련된 흰색 실크 원피스를 걸치
고 있었고 단아한 사파이어 목걸이와 반지로 자신을 더욱 품위있게 보이게 했다.
"무슨 일 있니 요즘?"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불러보지만 그가 대답이 없자. 얼른 집안일을 돌보는 아줌마에게 과
일을 깍아 오라 한 후 그의 방으로 가져갔다. 승재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으로 그녀를 찾
기에 여념이 없었고 방으로 들어온 엄마의 걱정어린 시선을 신경쓸 수 없었다.
"여행 갔다 온후로 너 이상해..니 마음 애태우는 아가씨라도 생겼니?"
"그럴지도 몰라요 엄마"
그의 성의 없는 대답이었지만 진실이 담겨있는 듯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이
름이 어디에도 없단걸 알자 그는 다시 영빈과 윤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그들도 알지
못했다.
"승재야..말좀해봐 어떤 아가씨니? 어떤 집안딸이니?"
"엄마는!! 거기서 왜 어떤 집안 딸이 나와?"
갑작스런 승재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그녀는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이내 미안해 하는 아들의
눈치를 살피곤 빙그래 웃음지었다.
"다음에 집에 데려와 궁금하구나. 엄마 나간다"
그녀는 찡긋 윙크를 하며 나가버렸고 과일을 힘없이 바라보던 그는 얼른 컴퓨터를 끈체 신
경질적으로 침대로 올라가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꽃은 후 노래를 큰소리로 따라 불렀다.
'미치겠다..이러다가 정말..이게 사랑이란 걸까?
나 한승재가 이제 첫사랑이란걸 하는거군 보고싶다 윤채린'
방학인데도 도서관은 학생들이 많았다. 승재는 책을 펼쳤지만 책속에 웃고 있는 그녀 때문
에 다시 책을 덮어 버렸다. 순간 그의 핸드폰이 진동 하였고 난생 처음 보는 번호에 채린
이 떠올라 얼른 도서관 밖으로 나가 목소리를 가다 듬은 후 전활 받았다.
"여보세요"
"평소대로해 한승재! 나 누군지 알겠어?"
"누구시죠?"
"제주도에 갔을때"
"..."
"강혜주야 긴생머리"
까만 피부에 생기 발랄 하고 끼가 다분해보였던 여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자 승재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잠시 침묵을 지켰고 그 침묵은 곧 그녀의 말에 사라졌다.
"나 지금 너희 학교 정문 앞에 와 있어. 너한테 데이트 신청하러 기다릴께
실망 시키지 않기다"
거절하려는 승재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그녀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정문앞으로 걸어갔다. 빨간 포르쉐 앞에 짧은 진 치마와 어깨가 드러난 흰 티셔츠를 입은 섹
시해 보이는 그녀는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듯이 당당하기만 하였고 걸어오는 승재를 보
자 활짝 웃으며 자신의 차에 탄 후 보조석문을 열었다. 승재는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지만
곧이어 그녀를 향해 말하려 했고 그녀는 그의 말을 짤라 버렸다.
"어서타 매일 이렇게 스토커처럼 올수도 있어. 학교안에서 대스타가 되고 싶진 않겠지?"
그녀의 말에 승재는 결심한듯 그녀의 옆 좌석에 몸을 실었다. 그녀와 함께 있어 그리 행복
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교외로의 드라이브는 그의 심적인 스트레스를 날려 주기에 충분했
다. 시끄러운 락음악과 시원한 바람들 그 음악에 콧노래를 부르는 두 사람 세상은 아직 젊음
이 있기에 살아 가고 있는것 처럼 느껴졌다. 두 시간의 드라이브 후에 그녀는 신촌에 차를
세우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영화표를 꺼냈다.
"오늘은 내가 쏠게. 공포영화인데 보러가자 이거 너랑 보려고 예약한거야"
그녀와 함께 극장으로 들어간 승재는 편안히 이 상황을 받아 들이기로 하였다. 외마디 비명
소리가 울려펴지는 스릴로 극장안을 채울때마다 승재 또한 모든걸 잊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본 후 극장 근처의 바로 두 사람은 들어갔다. 독한 칵테일을 시킨 혜주는 냉큼 냉큼 잘도
그 칵테일을 마셨으며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한 승재는 아무말도 없이 술을 들이키는 그녀
의 술잔을 옆으로 치워야만했다.
"나 마시고 싶어 승재야"
"너 지금 취했어"
"너도 취해 그럼..그럼 되잖아?"
"그럼 누가 너 집으로 데려가냐?"
"..훗 나 오늘 집에 안들어갈거야"
그녀의 나지막한 말에 승재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대로 쓰러져 버리는 그녈 부축하고선
계산을 한 후 그녀의 차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어떡게 해야되지'
생각끝에 그는 모텔안으로 그녀를 업고 들어가 침대로 그녀를 눕혔다. 나즈막한 한숨을 내뱉
고선 그는 에어컨을 약하게 튼 후 침대에 걸터 앉아 잘 피지 않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무는 순
간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가 그의 담배를 바닥에 빠른 동작으로 버리고선 그의 입술에 키스했
다. 하지만 이내 승재는 그녀를 밀쳐 내었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너같은 여자 질색이야 그러니까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마"
문을 세개 닫고 나가는 그의 뒷 모습을 노려 본후 그녀는 분에 차 눈물을 흘렸다.
"한승재~~! 이 나쁜 자식~! 두고봐~! 꼭 내 앞에 무릎꿇게 만들거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엄마와의 점심약속을 한 승재는 깔끔하게 옷을 입고선 평소 뿌리
지 않는 고급향수까지 뿌리곤 백미러속의 자신의 모습에 흐뭇해하며 자신의 애마에서 내린
그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우아한 분위기가 흐르고 클래식 보
다 더 우아한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종업원들의 인사를 받은 후 그는 엄마의 앞
자리로 냉큼 걸어가 앉았다.
"우리 승재 정말 멋지다! 이렇게 멋진 승재를 아가씨들이 왜 가만 두나 몰라"
"에이 엄마두! 멋진 남자가 한 둘이어야죠"
아들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웨이트리스가 오자 주문을 하고 두 사람은 즐겁게 쇼윈도
밖을 쳐다 보았다. 그때 주문한 메뉴가 그들 앞에 놓여 졌고 웨이트리스를 본 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체 넋을 잃어버렸다. 그녀였다!! 윤채린...그를 모른척 아무렇지 않은 척 공
손하게 마치 그의 시선이 공기처럼 익숙한 듯이 그녀는 정중하고 침착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음식을 먹으며 승재는 분주히 서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힐끗 거리자 엄마는 그를
따라 그녀를 바라보곤 다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여자보는 눈 낮아졌구나"
엄마의 말에 아무말 없이 그는 미소지었다. 식사 후 디저트로 커피를 마신 후 두 사람은 함
께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엄마 먼저 들어가 보세요 저 친구 좀 만나고 들어갈께요"
그녀가 돌아가자 그는 다시 레스토랑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걸어갔다. 잠시 놀라던 그녀는
이내 다시 하던일을 계속하였고 그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옆에 섰다.
"여기 꼭꼭 숨어 있었네 역시..우린 인연인가봐 다시 만난거 보면"
그녀는 아무 대꾸 없이 그를 외면하였다.
"밖에서 기다릴께 마칠때까지"
그는 싱긋 웃은 후 자신의 차로 갔다. 무언가 생각나 다시 차에서 내려 가까운 꽃집으로 가
붉은 장미 한다발을 주문예약 해 놓은 후 다시 차에 올랐다. 차안에서 누군가를 이렇게 즐
겁게 기다린 적은 없었기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고 자꾸만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되었다.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레스토랑을 나오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얼른차에서 내려 꽃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꽃 좋아해? 집이 어디야? 태워줄게"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기다린 그를 놀라 바라보다 이내 그를 뒤로한 체 걸어갔다. 그는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그녀에게서 상큼한 플로럴 향기가 났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녀..몇백m를 걷다가 험난한 계단으로 올라가고 집은 꽤나 높은곳에 있었고 그곳은 빈민가
가 많은 초라한 슬렛지붕의 집들이 옹기 종기 붙어있었다. 그녀는 초록색 지붕에 서더니 그
를 향해 뒤돌아 섰다.
"야! 한승재!"
그녀의 갑작스런 반말과 반응에 승재는 웃으며 그녈 바라봤다.
"이제 말하는구나~!! 난 말하는법 잊어버린줄 알았어"
"지금 당장 꺼져! 더 험한말 하기 전에"
"오!이런 터프함두 있었나? 더 매력적인데..역시 넌 내 생애 최고의 여자야"
그녀는 다시 그를 뒤돌아서 들어가려 했지만 다시 자신의 손목을 잡고 돌려세우는 그를 뒤
돌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날 만나 달란 말은 안할께 윤채린 그러니까 나란 사람이 너랑
친해질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단것만 알아줘"
들고 있던 장미를 그녀의 품에 안기자 잠시 꽃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조그맣게 동요
한 듯이 떨려왔지만 이내 그의 손목을 뿌리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녀가 가버
린 텅비어 버린듯한 공간속에 가만히 그녀의 눈빛과 눈동자를 떠올리자, 행복한 바이러스
가 그의 온몸으로 펴져 그의 가슴은 잔잔한 행복의 파도로 따스한 온기가 가득찼다.
-3-
늦은 오후 8월의 뜨거운 여름햇살은 뜨겁게 그의 방안에 드리워져 마치 커튼처럼 그 자리
를 매운체 그의 게으름을 내버려 놓치 않고선 뜨겁게 방안을 비추었다. 천천히 눈을 뜬 그
는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햇빛을 투덜거리며 원망하고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내 스친
그녀의 생각에 그는 단숨에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앞의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췄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갈까?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아님 하얀셔츠에 면 바지?'
그의 입에서 자그맣게 흘러 나오기 시작하는 콧노래가 그를 더욱 활기차게 하였다. 어느덧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자 그는 가벼운 하늘색 티셔츠를 걸치고 1층으로 내려가 곱게
화장을 하고 쇼파에 앉아 편지를 읽고 있는 엄마를 놀래키려 다가, 고여있는 눈물에 조용
히 안아주었다. 형의 편지 였다. 군대에서 보낸 첫번째 형의 편지.. 어느세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조그맣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휴~~우리 엄마 이렇게 눈물이 많았었나 나도 군대 가면 이렇게 울어 줄 거예요?"
"넌...가지 않게 할거야 너마져 가면 어떡하니?"
"가지 말라해도 난 갈거예요"
야속한듯 아들에게 눈을 흘기던 그녀는 어느세 웃으며 자신의 눈물을 빨리 손등으로 훔쳤
다.
"엄마 다 읽었어?"
"그래...읽고 형한테 답장해줘"
"당연하지 걱정마요 내가 잘 써줄테니까"
그는 자신의 방으로 와 배가 고픔도 잊은 체 형의 편질 읽어내려갔다.
사랑하는 가족보세요...
지금 이 편지 읽으면서 다들 울고 있는건 아니죠?
모든 이등병이 지금 편질 쓰면서 흐느끼고 있는데 전 울지 않을 꺼예요..
약해지지 않을 꺼예요.. 언제나 첫째인 제가 강하게 크길 바라던 아버지 어머니
그 마음은 이곳에서도 절 강하게 하는거 같아요.
길게 쓸 수가 없어요..또 훈련이 있어서요.
다음주에 재대 배치가 있어요..그때까지 아마 많이 힘들거예요..
하지만 이곳에서 알게된 친구들 때문에 힘든 훈련도 참을 만해요..곧 헤어지게 되지만..
2년 2개월동안 제 생각으로 많이 울거 같은데..어머니 울지 말세요..저 건강하게 돌아갈께
요..이 시간들은..절 더 강하게 할거니까요.
참! 울 사랑하는 동생 승재야..이제 2학년이구나...그동안 열심히 했지만 형 없는 동안도
예전처럼 그래야 한다 부모님 잘 모시고 있어...걱정시키지 말고...
모두 보고 싶고..사랑해요...
2005.08.07
첫째 아들 승윤 올림
편지를 다 읽어 내려가자 어느세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함께 찍은 사진속의 형의 얼굴
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형 너무 보고 싶다. 잘지내서 다행이야 언제나 여리고 착한 우리 형이 그런 곳에서
잘 견뎌낼진 몰랐어..형 나한테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나..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어
꼭 형에게 먼저 소개시켜 주고 싶어'
그녀의 레스토랑 앞에 차를 주차 시킨 후 그는 레스토랑 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레스토랑은
항상 손님이 많았다. -크레아뜨- 이 부근에서는 꽤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고급요리가 일품인
이 레스토랑은 우아하고 격조가 높으며 또한 세련되었다. 그녀의 단발머리는 자연스럽게 묶
어져 있었으며 단정한 흰색 셔츠와 검은 치마는 너무나도 깔끔하였다. 8월의 여름햇살은 뜨
겁기만하였고, 그의 흰색애마 또한 뜨거워졌다. 그는 잠시 차에서 내려 가로수가 늘어서 있
는 벤취에 몸을 앉혔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기다리는것을 알지 못했고 열심히 일하고 있
는 그녀를 연신 바라보며 웃음지었다. 8월의 하늘은 어느세 금새 소나기가 올듯이 먹구름
이 끼었으며 이내 굵은 빗줄기를 쏟아냈고, 그는 얼른 가까운 팬시점으로 들어가 연두색 우
산을 사와 차에 올랐으며 몇 시간이 지나도 비는 그칠줄 몰랐다. 밖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
에 근심이 비췄지만 승재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놀라 시선을 거두어버렸다. 저녁 10시가 되
기까지 그는 차안에서 줄곧 팝송과 음악을 들었고 자신의 취향으로 구워 놓은 팝송과 댄스
발라드 그것두 지겨워지자 라디오를 들으며 그녈 기다렸다.
어느세 비가 그친 시각 천천히 레스토랑에서 그녀가 나오자 그는 얼른 그녀를 향해 차를 움
직였다. 힐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그는 자연스럽게 윙크를 하였다.
"다리 아프지 않아? 얼른 타라구 고집 부리지 말고"
당장 내려 그녀의 손을 끌고 그녀를 태우고 싶었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하고 싶었
다. 그녀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그는 얼른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걸어갔다.
"정말 체력이 대단한가봐~~그렇게 하루종일 움직이고도 괜찮은거야? 대단하다!!"
그녀의 보라색 스커트가 여름의 밤바람에 소리를 내며 살며시 흔들렸고 그는 능청스럽게 그
녀를 따라가며 이야길 늘어놓았다.
"채린아 생일이 언제야? 말해줄수 있어? 혹시 알아
내가 그날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이벤트라도 펼칠지"
그녀는 한마디도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얇은 분홍색의 립글로스가 칠해진 그녀의 입
술은 너무나 그의 맘을 설레이게 했지만 너무나도 야속했다. 집으로 도착하자 그녀는 처음
으로 뒤를 돌아 자신을 따라오는 승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그래? 뚫어지겠다..얼른 들어가 피곤한데
참~~!!나 내일도 올거구 그 담날두 올거구 그 다음 다음날도 올거야
아는척 하지 않아도 좋아~!!그러니까 오지 말란 말은 하지 않기다~ 잘자~ 윤채린"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그는 진실을 담아 큰소리로 말했다. 조금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문
은 닫혔으며 불켜진 그녀의 방을 바라보곤 그는 씨익 미솔 지었다
'언제쯤..열거니..? 언제쯤...꼭꼭 닫힌 그 맘을 조금이라도 열어줄거니?'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도서관 앞 벤취엔 윤과 승재가 강의를 마치고 앉아 있었다. 새학기
가 시작되고 승재의 일과는 또다시 강의와 리포트에 바빠졌다. 하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그녀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제는 아주 익숙해져버렸다. 그녀의 차
가운 눈빛과 꼭다문 작고 얇은 입술 그리고 그녀의 슬픈 침묵도, 새로운 학기의 분주함 속에
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은 자꾸 커져가기만 하였다.
"너 요즘 실없이 웃는거 알아?"
"윤아 넌 그런적 있어? 보기만 해도 설레이고 손끝이 닿기만 해도 숨을 쉴 수 없는
그런 두근 거리는 느낌...나 처음으로 그 누군가를 열병처럼 사랑하고 있어"
"누군데? 어떻게 알게 된거야?
야~~!! 한승재 궁금해 미치겠다. 뜸들이지 말구 말해봐"
"기다려. 여자친구로 만들어서 그때 소개 시켜줄께..
그러니까 영빈이 한텐 말하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
"그 사람 진짜 사랑하나보네..나도 너같은 사랑이란거 해보고 싶은데 상처받을까봐 겁나고
두려워..."
하얀 얼굴의 여성스러운 외모인 최윤 승재의 남자다운 선이 굵직 굵직한 그와는 너무나 반
대인 그의 진지한 눈빛과 말투 속에서 자신마져 두려움에 동요되어 버릴것 같아 겁이 났다.
그녀의 슬픈 사랑속으로 자신이 스며들까봐 두려운건지도 몰랐다.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아
직도 그녀가 잊지 못하는 그 사람.
'잊지 못한다 해도....내가 채워 줄거야...
그러니까 넌 내맘속의 사랑으로 들어오기만해 더이상 바라지 않을께'
윤이는 조용히 승재의 어깨를 힘차게 툭툭 두르리며 들고 있던 캔을 들어 그의 캔에 부딪
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활기차게 웃으며 어느세 가을이 되어 구름 한 점 없는 청아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4-
가을낙엽이 교정위로 바람과 함께 날리며 그들이 걸을때마다 음악선율처럼 사각사각 소리를
내었다. 교정을 나오는 승재, 윤, 영빈은 어느세 찾아온 가을향기가 가득한 교정을 눈으로
담으며 이야길 주고받으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여름보다 조금은 차가워지고 쌀쌀해진 바람
의 체온 그 안에 퍼져있는 편안함과 아늑함 열정은 어느세 끈기처럼 편안해지고 성숙해져 버
린듯 하였다. 승재는 베이지색의 깔끔한 가디건과 흰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윤은 흰색
셔츠와 진청바지를, 영빈은 검은 캐주얼 정장을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유난히 오늘따라 옷
에 신경을 쓴 영빈은 조금전 부터 싱글거렸으며 두 사람은 명문을 몰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윤과 승재는
그가 입을 열때까지 모른척 시선을 돌렸고 그는 기다렸다는듯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교정
입구를 향해 고개짓을 하였다. 승재는 교정에 서 있는 여자를 본 순간 놀라 발걸음이 떨어
지지 않았다. 몇달 만에 보는 강혜주..... 그녀는 3개월동안 많이 야윈듯한 모습이었다. 긴
생머리는 어느세 굽슬굽슬한 파마머리가 되어있었고, 검은생머리는 블루빛을 띄고 있었다.
세련되 보이는 흰색의 타이트한 정장을 입은 그녀는 영빈을 보자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
으며, 이내 승재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었고 승재는 그녀의 눈빛을 외면하였다. 영빈이
주저함없이 그녀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다정하게 차에 타는것을 바라보며 승재와 윤은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못한 체 그들이 교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승재야, 금방 우리가 본게 실제상황 인거지?"
정신을 차린듯한 윤이 승재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하였고 그제서야 승재도 윤의 얼굴을 응
시 하였다.
"그래 그런거 같다. 저녀석 여우한테 홀린게 분명해"
승재의 말에 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재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윤아 너 영빈이 말려 강혜주 영빈이랑 만나면 안되 무슨일 있어도 니가 말려라"
"나도 강혜주가 맘에 안들긴 하지만 너 왜그래 정색이야?? 둘사이에 무슨일 있어?"
"더이상 묻지말고 니가 책임지고 두 사람 만나지 못하게 해"
윤이는 아무말 없이 딱딱하고 굳어진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정원에서 애완견 지니와 함께 낙엽을 이리저리 밟으며 장난을 치던 승재는 잠시 벤치에 앉
아 높아진 가을하늘을 응시 하였다. 푸르고 높은 맑고 깨끗한 청명함이 묻어나오는 가을
향기어린 하늘이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닮은듯 하였다. 어느덧 그녀의 생일이 중순을 지나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를 위한 이벤트를 떠올리자 그의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번져왔다.
그녀의 생일날 그는 전날밤 잠을 설쳐 머리가 멍하고 온몸이 찌뿌둥 하였다. 하지만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그녀를 기쁘게 해줄 선물을 사기 위해 쥬얼리샵으로 들어갔다. 눈이 휘
둥그래 질수록 가격은 높았지만 그는 그녀를 이세상에서 제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동
안 모아둔 용돈덕에 그는 꽤 괜찮은 선물을 살 수 있었고 샵에서 나온 그는 근처 플라워샵
으로 가 해바라기를 예약 하곤 자가용으로 가 시계를 쳐다봤다. 아직 그녀가 마칠 시간은 멀
기만 하였기에 그는 자신의 백미러에 비춰본 후, 다시 차를 운전해 자주가는 단골 헤어샵으
로 들어가 부드럽게 웨이브를 넣은 후 근처 백화점으로 들어가 깔끔한 잿빛 셔츠와 흰 진바
지를 골라 거울앞에 둘러보며 꼼꼼하게 자신의 모습을 체크 하였다. 다시 시계를 본 그는
얼른 차를 타고 레스토랑 앞으로 갔다. 이벤트의 시작은 그녀가 마칠시간이 되어 분리수거
를 하러 밖으로 나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불을 끄고 그녈 놀라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가
예상대로 밖으로 나가자 레스토랑은 순식간에 불이 꺼지고 승재는 레스토랑 뒷문으로 들어
가 직원들과 함께 케잌 꽃다발 와인 그외의 특별요리를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마지막으
로 케익에 촛불을 붙인 후.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가지고 있던 폭죽을 양쪽에 터트렸
다. 케잌을 들고 서있는 승재를 보자 그녀의 눈이 놀라움에 커져갔고, 직원들과 함께 그녈위
해 생일 축하곡을 부르자 그녀의 눈가에 어느세 눈물이 맺혀왔으며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동
자가 너무나 눈부셨다. 이윽고 그녀가 테이블 중앙으로가 천천히 그가 빼준 의자에 몸을 앉
자 마주앉은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하였다. 곧이어 승재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카키색의 케
이스를 꺼네 그녀에게 조심스레 내밀었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케이스를 받아 들었다. 천
천히 케이스를 열자 반짝 반짝 빛나는 화려한 무늬와 세련됨이 느껴지는 반지에 그녀의 눈빛
이 놀라움에 어쩔줄 몰라 했다.
생일파티가 끝이나고 승재는 그녀를 자신의 차에 정중하게 태웠다. 해바라기를 조심스럽게
안은 그녀는 천천히 차에 앉았고 그가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그를 향해 결심한듯 고개를
돌렸다.
"승재야, 내가 그렇게 좋으니?"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우선 너무 고마워...오늘 생일파티 내생애 최고였어 니가 준 해바라기도 이렇게 아름다운
반지도..."
"고맙단말 들으려고 한건 아니야"
"아니 해야만 해"
채린은 천천히 해바라기와 반지를 뒷자석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고 그녀의 모든 말투와
몸짓에 그의 입술이 바싹바싹 타기 시작하였다.
"왜냐구...? 난 니마음 받아줄 수가 없으니까... 나 아직도 헤어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
으니까...그 사람은 3년동안 나의 첫사랑 이었고 짝사랑이었어...
나보다 모든 것이 월등한 그 사람을 위해서 바보같은 자격지심에 그를 보냈야했어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다는 말로 그 사람을 바보처럼 보내야했어...
사랑하는데도...바보처럼..."
그녀의 눈에 어느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승재는 조용히 그녀를 품안으로 끌어당기려 하였
지만 그녀는 이내 승재를 눈물 맺힌 눈으로 응시 하였다.
"다신 여기 레스토랑에 오지마 니가와준 3개월 동안 그 마음 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했어 나
같은 사람에게 이만큼 하면 된거야 나같이 바보같은 여자에게 이정도 정성이면 된거야 승재
야... 나란사람 잊어... 너에게 절대로 마음 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 잊어...그러니까
다신 찾아오지도 말고 기다리지도 마 자꾸 이러면 여기 그만두고 영영 니가 못찾게 숨어버
릴꺼야... 그럴꺼야..."
"채린아 변하지 않는건 없어... 모든것이 먼지처럼 의미없이 변하는거야 니상처도 변해서
추억이 될꺼야... 그러니까 도망가지마... 바보같이 과거속으로 도망가지마..."
그의 눈에서도 어느세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그를 외면한채 울지 않으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연약하고 작은 그녀의 어깨가 흔들리자 승재는 뒤돌아 앉은 그녀의
등을 껴안았다. 그녀의 눈에서 주루룩 한방울의 눈물이 떨어져 내렸고 울지 않으려 애썼지
만 그의 진실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차가운 가슴속에 자꾸만 슬픔이 차올랐다. 그의 눈
물이 등을 적시는걸 느끼자 그녀는 차문을 빠른 걸음으로 그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의
눈에서 입술로 턱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차가운 눈물들이 그녀를 보낼 수 밖에 없
는 슬픔에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방비 상태로 끝없이 그를 추락시키고 있었다.
-5-
윤과 영빈은 그의 입속으로 소주를 물처럼 들이키는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잔을 빼앗으려 하면 그는 다시 거칠게 잔을 뺏어 소주를 입속으로 거침없이 들이켰다. 두 사
람은 처음보는 친구의 모습에 불안하기만 하였다.
"윤아 저녀석 무슨일 있는걸까 사귀는 여자도 없고 집에 무슨일 있을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시험을 못친것도 아니고... 알수가 없네"
윤이는 그의 말에 며칠전 승재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먼가 틀어진게 분명해 저녀석 저러다 죽는건 아니겠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 보고 있는것이 안스럽고 위태로웠다. 그들이 앉아 있는 포장마차의
열기는 승재완 상관없이 사람들의 끊일줄 모르는 대화속에서 가을저녁의 우울함을 날려
버리는듯 분주하고 소란스럽기 까지하였다.
윤이는 영빈을 보내고 술깨는 약을 사 자신의 차로 그를 태우고는 가까운 한강 고수부지로
차창문을 열어 놓은채 시원하게 달렸다. 그는 1주일이 넘도록 그의 기사노릇을 하고 있었
다. 영빈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에 그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가는건 그의 몫이
었다. 한강고수부지에 도착하자 그에게 약을 먹인 후 라디오를 조그맣게 틀고 어느세 잠을
자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사람 찾아가서 애원이라도 해볼까 그러면 조금이라도 동요해서 니맘을 알아줄까 그
렇게라도 했으면 좋겠어 너무 힘들어 보여 안스러워서 도무지 볼수가 없다'
그의 자그마한 속삭임에 그는 달콤하고 짧은 잠에서 깨어나려는 듯 몸을 천천히 뒤척거렸
다. 윤이는 다시 차를 움직여 그의 집으로 향하였다. 도착해 거실로 그를 반쯤 업어 들어
간 순간 아직 자고 있지 않은 승재의 아버지가 쇼파에 스텐드를 켜 놓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는 깜짝놀라 자리에서 꼼짝 하지 못한채 얼어붙고 말았다.
"최 윤군 승재 눕혀놓고 나좀 보고 가게나..."
"네 아버님"
그는 조그맣게 대답한 후 2층 그의방에 얼른 그를 눕히곤 거실로 내려가 맞은편 쇼파에 조
심스럽게 앉았다. 50대 초반의 그의 얼굴은 연륜에 맞는 조심스러움과 강한 엄격함이 베여나
왔다. 그는 한참을 생각끝에 그를 향해 나즈막하게 말하였다.
"무슨일 있나 우리 승재에게 대답해 보게나"
"아버님 실은 녀석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지만 상대방 쪽에서
승재를 거절 한것 같습니다."
"흠...어떤 아가씬가?"
"솔직히 저두 실제로 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아버님"
"그래 늦었는데 어서 돌아가거라"
"네 아버님두 얼른 주무십시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그의 집을 나와 자신의 차로 갔다. 쇼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간 한주영은 피식 웃으며 생각에 잠겼다.
'네 녀석이 사랑인걸 하는 거로구나 그래 부서지고 찢어지고 많이 아파야 그게 진짜 사랑이
지'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부인의 옆에 조심스럽게 눕고선 잠을 청하기위해 눈을 감았다.
힘겹게 눈을 뜬 승재는 안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괜찮니 승재야"
그녀는 가지고온 죽을 그에게 내밀고는 아들의 핼쓱해진 얼굴을 한 손으로 쓰러내렸다.
"무슨일이니? 일주일 넘게 계속 술이야 여자 때문이니? 엄마한테 속시원하게 예기좀 해봐"
"엄마 아니에요 그냥 조금 힘들어 하는거라고 생각해줘요. 나 잠좀 잘께요 깨우지마세요"
그는 그녀가 가지고 온 죽을 한번 쳐다보곤 이내 이불을 뒤집어 썼다.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
던 그녀는 할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곤 방을 나갔고 그는 다시 이불을 내리곤 힘없는 눈
으로 천정을 응시 하였다. 너무 아팠다. 가슴이 피멍이 들어가고 자꾸만 답답해 졌으며 자꾸
만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꺼 같아 힘겨웠다.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대로...'
어느세 차가운 12월이 왔고 그들은 다시 방학을 맞이했다. 승재는 그녀의 생일 이후로 그녀
를 찾아가지 않기 위해 저녁마다 술을 마셔댔으며 이제 위장약을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그
는 며칠후가 자신의 생일 이란걸 알았지만 도저히 흥이 나지 않았고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
다. 새하얀 첫눈을 그녀와 함께 볼수만 있다면...그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핼쓱해져
있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넌 진짜 바보야 한승재 정말 바보야 사랑하는 사람 마음하나 돌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바보야'
겨울비가 쏟아져 내리는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 부모님과 저녁을 먹은후 호프집에서 스무
명이 가까운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가졌다. 친구들의 축하와 선물과 그를 위로해주는 술이 있
었지만 담담하기만 하였고 술이 들어가면 갈수로 그녀의 이름과 얼굴이 가슴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호프집 밖으로 나오자 윤이가 걱정스레 다가왔다.
"윤아 나좀 데려다줘 채린이가 너무 보고싶어 미칠꺼 같아"
"채린이?"
그의 말에 윤이는 여름방학 제주도의 그림과 같았던 풍경속에 너무나도 잘어울리던 귀여운
그녀가 생각났다.
"보고싶니? 집은 알고있어?"
그가 희미하게 고갤 끄덕이자 윤이는 얼른 그를 태우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차를 운전
했다. 더이상 차를 운전할수 없게 되자 빗속에 내리려는 승재가 걱정이 된 윤이는 그의 핸
드폰을 달라고 해 그녀에게 전활 걸었다. 하지만 승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차문을 열었다.
"여보세요"
"저 승재친구 최윤 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제주도에서 보셨자나요 다름이 아니구 지금 승
재가 지금 그쪽 집으로 간다고 하니까 우산가지고 좀 나와주세요 녀석 우산이 없거든요."
"죄송하지만 좀 전해주시겠어요. 돌아가라고 나가지 않을꺼라고 그렇게 알고 끊을께요"
매몰차게 끊어 버리는 그녀, 윤이는 골목으로 이미 올라가고 있는 그를 부르며 그를 뒤쫒아
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승재야 전화해 봤는데 나오지 않을거래 가자 너 그러다가 감기들어"
"아니 오늘 보지 못하면 눈이 타들어 갈꺼 같아 그러니까 내 걱정 하지말고 호프집으로 가
서 뒷정리좀 해줘"
"승재야...."
그는 자신을 남겨둔채 빗속으로 사라져 가는 그를 우두커니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집앞에서 그녀의 방 불빛을 승재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차가운 겨울비가 뼈속까지
파고들어 떨려왔지만 그는 이런 차가움 따위는 외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온몸이 비에 젖어 갔고 몸에 온도가 내려가고 자꾸만 힘이 빠져갔다. 한 시
간이 남짓 지났을까 자꾸만 눈이 감겨왔고, 차가운 기운이 몸을 가득 채우고선 그를 자꾸만
괴롭혔다. 희미하게 우산을 쓰고 한쪽 손에는 수건을 든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보였
다. 그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자꾸만 의식이 사라지는 듯 하였다. 우산을 그에
게 씌우고 수건으로 그의 젖은 머리칼을 주던 그녀의 눈에서 어느세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
작했고 이내 흐느낌으로 변해가자 그녀는 울며 소리쳤다.
"너 바보야?! 한승재 너 바보냐구?! 죽고싶어?! 죽고싶어서 환장한거야?!"
그녀가 수건을 쥔 손으로 그의 가슴을 힘없이 치자 그는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 안았고 우산
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쉴세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사려깊게 손으로 닦아 주고선 천
천히 그녀의 얼굴로 다가갔고 채린도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의 부드러운 키스는 그녀가 팔
로 감싸안자 열정적으로 변해갔고 그렇게 빗속의 차가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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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아이리스를 너에게(evelove0305@hanmail.net)
*창작 : 20대 planet 1
*제목 : Crazy for you
*편수 : 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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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for you◈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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