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무엇이든 무기력한 어린 유기체로 시작합니다. 사나운 맹수든 맹금이든 태어날 때의 존재는 지극히 유약합니다. 작고 힘이 없는 존재, 자기 자신을 지키려면 반드시 어느 기간 돌봄이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부모의 양육과 보호를 받으며 자랍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어린 시기를 지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자라서 자기를 지킬 뿐 아니라 남들까지 지켜줄 수 있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또 세월이 흐르면 다시 노쇠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아무리 날고기어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때가 되면 생명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잡혀 먹힌다 해도 먹은 그 녀석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식물의 거름이 되어주고 거기서 자란 식물을 다른 동물이 먹고 그 동물을 맹수가 먹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순환입니다. 그렇게 돌고 도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길고도 험난한 길이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짧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 속에 함께 사는 사회 안에 경쟁이 생깁니다. 한 사회를 지키기 위한 질서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약육강식의 원시시대를 지나 보다 차원이 다른 사회를 만들어갑니다. 그래도 질서는 필요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질서를 지키기 위해 권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간사회 속에는 이것을 위해 오랜 세월 발전해왔습니다. 권력의 핵심 장(長)이 있고 그에 따른 조직이 생깁니다. 공동체의 질서와 번영을 위한 책무가 주어지지만 사실은 거기에 따른 이익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아무리 잘 구성된 민주주의 질서 체제 안에서도 권력은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그 현장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성을 지닌 인간사회에서는 그렇다 치고 동물의 세계에서는 일단 힘이 세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공동체 안에서 대장이 됩니다. 공동체를 지키면서 또한 일인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됩니다. 동물의 세계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습니다. 어디에나 리더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무리가 움직입니다. 때문에 이왕이면 권좌에 오르기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투쟁합니다. 이기면 무리 가운데 왕좌에 오르게 되고, 지면 그 무리로부터 쫓겨나든지 복종하며 살아야 합니다. 법조문이 없어도 존재할 때부터 지켜온 법입니다. 아무도 그 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권좌에 오른 자는 그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하려 기회를 기다립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사자를 빗대어 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흔히 말하듯 ‘밀림의 왕자’라는 사자를 앞세워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대화하는 자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왕조실록’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왕좌를 놓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 자리를 지키려고, 그리고 그 자리를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려고 애씁니다. 그 투쟁은 흔히 가족 안에서 벌어집니다. 이런 일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속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형제들 가운데서, 또는 가족 친지들 속에서 일어납니다.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그러니 사생결단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권좌에 오를 아들은 아직 어립니다.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삼촌에게는 바로 이런 때가 자리를 빼앗을 기회입니다. 어린 조카를 쫓아내든지 죽음으로 몰아내든지 하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자청합니다. 하이에나 무리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잘 알듯이 우리는 동물의 세계에서 하이에나라는 짐승을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보지 않습니다. 밀림의 왕자라 해도 역시 하이에나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무리입니다. 일대일로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이놈들은 대부분 떼를 지어 활동을 하기에 만만치 않습니다. 잡아먹기도 더러운 놈들이니 잡으려 하지도 않는 상대입니다. 그런데 먹이가 생기면 꼭 달라붙어 빼앗으려 하니 아주 성가시고 귀찮은 놈들입니다.
자신의 만용으로 아빠 ‘무파사’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삼촌 ‘스카’가 아빠를 해칩니다. 절벽 밑에서 올려다 본 아들 ‘심바’는 삼촌을 보지 못하고 아빠가 사고를 당하여 죽은 줄 압니다. 그것을 빌미로 삼촌은 심바를 쫓아내고 자기가 왕좌에 오르지요. 죄책감을 가지고 떠난 심바는 낙천적인 친구들을 만나 목숨을 구하고 새로운 삶을 얻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을 떠나 전혀 다른 자기 삶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후 옛 친구(애인) ‘날라’를 만납니다. 돌아오라. 자기 자리를 찾아야지. 엄마와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가 좋다고 우기다가 아빠의 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돌아와 자기 자리를 되찾습니다.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 모두에게 꿈을 심어주는 말입니다. 그러나 잘 알듯이 그 시대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라가며 경험을 하며 배우고 깨닫고 몸과 맘을 닦아가며 터득해서 결국은 싸워 이겨야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힘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공존의식도 길러야 합니다. 아무나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지요. 힘만 세다고 권좌에 앉는 것이 아닙니다. 존경받는 존재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어야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지요. 영화 ‘라이온 킹’을 보았습니다. 마치 실물 같습니다.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