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 '알차다'라는 표현을 썼는가 하면요... 어치모둠이 달랑 두명인데 아주 재미있게 놀았기 때문이에요.
각자 다른 이유로 오늘은 결석이 상당히 많았네요.
오늘은 이제 46기로 이사 온 유현이와 홍일점 지아와 함께 합니다. 달랑 두명이지만, 달랑 둘이 아닌 시끌벅적하고 재미진 하루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둘이는 1학년 동갑내기랍니다. 유현이는 탐험대활동 2년차인데, 어치와는 그 동안 한번도 이렇게 오붓한 시간이 없었지요. 오늘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유현이가 아주 자상한 친구라는 점, 그리고 몸을 쓰는 것 보다 손과 머리를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나눠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아와 더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지아는 쌍동이오빠가 있는데, 오히려 누나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요, 자신의 간식을 알리며 나눠먹지요. 그리고 지아도 손으로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오늘은 바위놀이터에 가지 않고, 우리만의 또 다른 놀이터를 찾아다녔기에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된 지아와 유현이랍니다.
지아가 지나가면서 간지럼나무(개옻나무)를 상기시켜 줍니다. 이제 우리 탐험대친구들은 모두 간지럼나무를 알지요. 봄보다 더 커서 못알아보겠다 싶었는데, 줄기가 빨간 것은 여전해서 잘 알아챕니다. 만진다고 알러지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만지기 못하게 하려면 조금의 공포감은 필요해요.
생강나무의 열매가 익어갑니다. 이 나무는 암그루, 수그루가 따로 있는데, 꽃이 피었을 때는 암그루찾기가 어려웠어요. 이렇게 열매를 맺으니 확실히 알겠네요. 이 자리를 잘 기억했다가 내년 봄에 암꽃을 찍어놔야겠어요.
이 나무도 레몬향을 내며 몸에도 좋은 유용함을 많이 가진 나무랍니다.
꺅 소리를 질러가면서도 여기저기서 곤충을 많이 찾는 우리 친구들이에요. 숲은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이렇게 매 순간 확인하면서, 건강하게 숲을 이용하는 방법을 전도하는 어치랍니다. (나비번데기가 아니라 나방입니당.)
벌레들을 확인하면 늘 제자리로 보내주기, 함부로 죽이지 않기, 괴롭히지 않기...
장미색들명나방의 한살이. 잎을 말고 그 안에 똥을 싸며 먹고 자라 번데기를 만들고 나방이 된 모습(캡쳐본). 우리는 오늘 애벌레와 애벌레가 있던 자리에서 번데기를 만났지요. 모두 우리 친구들이 찾아낸 생명들이랍니다. 작은 애벌레들은 자신이 있는 곳을 들키지 않도록 똥도 집안에서 눈답니다.
맨 처음 계곡놀이터에서는 오빠들의 모습을 구경하느라 지아가 바위사이를 순회하였구요, 아직 지아가 친해지지 않아 서먹한 유현이는 어치가 만들어 준 낚싯대로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오전에 쌀쌀했는데, 벌써 물에 빠진 오빠 좀 보세요^^;; 이 친구들은 이렇게 열이 많답니다. 물에 빠진 원준이는 아마 탐험대에 오는 이유가 이것때문이지 싶어요. 물에 마음껏 빠질 수 있다는 점....
오늘 산행하면서 쌍둥이오빠에게 상처를 받아 말도 안하고 묵묵히 걸어가던 지아가, 편백나무껍질을 벗기면서 속상했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내 모자도 아닌데 오빠가 나한테 던지면서, 모자도 안 챙긴다고 화를 내서 너무 속상했어."
그랬네요. 많이 속상했겠죠. 누구보다 똑 부러지는 우리 지아인데, 오빠에게 억을한 누명을 쓰다니...
어치에게 부탁을 합니다. 오빠한테 이야기좀 해 달라구요.
"그래. 오늘 집에 가기전에 어치가 한번 이야기해 볼게. 다시는 이렇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그제서야 웃음을 보이는 우리 지아.
앗! 그런데, 너덜한 편백나무의 껍질을 벗기다 보니 속살이 무척 빨간대요. 헉!하고 놀랄 정도랍니다. 그 붉은 살 속은 또 흰살이 보이구요. 이것도 동물들에게 주는 경고일까요? 먹지마!!!
속상했던 마음을 풀고 활짝 웃어보는 지아. 역시 여장부답네요. 오빠둘 사이에서 힘들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큰 기둥역할을 할텐데... 그때까지는 우리 지아가 참고 견디면서 할 소리는 똑 부러지게 하고 지내야겠죠.
지아오빠에게 한마디를 했는지 궁금하시다구요? 그럼요... 헤어지기 전에 살짝 불러서 좋게 이야기했죠. 그 모습을 지아가 모두 챙겨보고 있었답니다^^;;
간식을 먹고 우리는 찰흙놀이에 필요한 열매를 찾아 나섰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해서 조금 멀리 가니,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숲에 도착했어요. 편백열매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시죠? 정신건강에 좋다며 편백열매를 배개에 넣고 향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요. 오늘 이 숲에는 누가 쏟아놓은 것처럼 많은 열매들이 있었어요. 밑에서 주워도 많은데, 이 친구들 저 바위위로 올라가서 줍겠다네요.
바위위로 올라가니 도토리도 있고 편백열매도 있다며 너무 너무 신기해하는 친구들..
지퍼백이 가득하도록 열매를 많이도 주웠어요. 어치는 밑에서 줍고요. 주우면서 아무말도 없습니다. 그러다 가끔 한두마디 이야기를 합니다. 열매를 주우면서 우리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요?
특별한 작업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멍때리는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랍니다. 우리의 두뇌의 각 분야는 공부하거나 작업하거나 일에 몰두할 때는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 한대요.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두뇌를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즉, 두뇌의 각 부분이 대화를 하는 시간이 바로 무념무상의 멍때리는 시간인 거지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하지현 저)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치도 그냥 무심히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어치에게 아주 필요한 시간이거든요.
한참을 열매를 줍더니 한 친구는 가자하고 한 친구는 더 줍자고 합니다. 그래서 어치가
"누구는 열매줍기 좋아하고, 누구는 더 줍기 싫어하면 누구편을 들어야 해?"
"그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 되쟈나."
즉, 줍기 싫어하는 친구를 배려해서 내려왔다가, 다시 열매를 주우러 올라가면 된대요^^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둘의 목소리가 비슷해서 몰랐고, 그저 어치는 크게 웃었답니다.
열매를 다 주웠다며 잽싸게 바위를 내려 온 유현이가 왜 다시 바위위에 있는 걸까요? ㅎㅎ
지아가 어떻게 내려 가? 하니, 바로 유현이가 내려오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다시 올라간 겁니다. 므쪄 므쪄~~
오늘 하루 이렇게 자상한 유현이의 모습을 찐하게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결국 지아는 안전하게 내려왔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도록 어치가 부탁했답니다.
어치가 친구들이 피곤할 것 같아 돌아가자고 했더니, 오히려 더 멀리 가보자며 의욕이 샘솟은 친구들입니다. 가는 길에 마치 '트롤'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동글동글한 바위들이 많은 계곡에서 손을 담가보고 가잡니다. 동화속 숲같지 않나요?
넓은 편백나무숲에 도착했는데, 쓰러진 나무가 있네요. 통도사숲에서 놀았던 추억이 있는 유현이는 바로 나무를 탑니다. 그러나, 딱 자신이 오를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바로 내려옵니다.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하니까요. 어치는 그저 지켜만 봅니다.
썩은 나무속에서 싹이 트고 있네요. 무슨 식물일까요? 누가 여기에 이 씨앗들을 던져 놓았던 것일까요? 몹시도 궁금합니다.
숲은 늘 죽음위에 생명이 자라지요. 그 죽음은 영양가가 많아서 그 안에서 많은 생명들을 다시 키워냅니다.
가까운 곳에 잣나무도 있나봐요. 청서가 여기까지 물고 와서 먹었던 모양인데, 잣송이안에 잣이 두알 박혀있어 한알씩 줬어요. 그랬더니 속에 들어있나 까본다는 거죠.
"아니 그냥 집에 기념으로 가지고 가면 안될까? 이건 100% 비었어!!!"
그러나 강력한 의지로 둘은 잣을 무거운 돌로 깨보았지요. 역시나 속이 비었어요.
청서는 깨보지 않고도 속이 비어있음을 알아요. 그래서 이 잣을 우리가 만난 것이죠.
나뭇가지들을 주워 허벅지위에서 부수며 어치에게 보라고 합니다. 진짜 잘 하네요. 그러다 앗! 이 나뭇가지를 만났어요.
어치에게 자신있게 말했는데, 그만 이 나무는 너무 단단해서 부러지지가 않네요^^;; 바닥에 떨어진 나무가 모두 잘 부서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우리 유현이랍니다. 죽어도 단단한 나무!!
우리 지아는 여기서도 편백껍질을 모읍니다. 모아도 모아도 더 모으고 싶은가봅니다^^
열매도 한가득, 껍질도 한가득, 떨어진 꽃도 조금..이렇게 모아서 룰루랄라~ 아지트로 돌아옵니다.
"갈때는 먼데 올때는 가깝네???"
어치와 함께 셋이 이렇게 앉아 작업을 합니다. 어치가 가져온 찰흙에, 많이 주워 온 열매로 뭐든 만들 수 있지요.
어치가 풀이 꽂힌 화병을 만들어주었더니 지아는 거기에 고양이모양을 만들더니 손잡이까지 만듭니다. 아이고야 갑자기 밋밋한 화병이 근사해집니다. 솜씨쟁이 지아~~ 우리 유현이는 작업에 필요한 그늘사초를 잘라다 줍니다. 우리가 쓰기 좋게끔,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깨끗한 풀을 주는데 놀랬지요. 우리 유현이가 아주 꼼꼼하네요?^^
오손도손 찰흙작업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러다 풍뎅이가 날아왔어요. 유현이가 기겁을 하고, 풍뎅이를 치워주겠다며 지아가 나섰지요. 풍뎅이는 등이 동그래서 손으로도 잘 못잡아요. 지아가 나뭇가지 2개로 젓가락을 만들어 잡으려 해도 도저히 잡을 수 없어 힘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날개를 펴서 부웅~~하고 날아갔어요. 서로 도움 청하고 도와주는 우리는 오늘 한 가족같아요.
마침, 열매 주우러 갈때 등산객이 어치보고 엄마냐고 물으시자 우리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며 "아~~~니요?" 합니다^^;;
오늘 말이죠. 우리 지아덕분에 신기한 작업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그게 뭐냐면요...
찰흙이 질어서 손에 다 묻었는데, 우리 지아가 손바닥의 찰흙을 풀에다 닦으면서 작품을 만들어냈지 뭐에요.
그 모습을 따라 하려던 유현이는 전혀 다른 수세미모양의 작품을 만들었구요. 나도 모르게 한 것인데 멋진 작품이 되어서 모두 많이 기뻐했답니다.
길쭉한 작품이 바로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랍니다. 이렇게도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하면서 지아가 아주 좋아했지요.
어치와 지아가 만든 고양이항아리와 개구리항아리^^
어치도 친구들과 찰흙으로 만들기 할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친구들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면 너무 행복하지요. 그래서 더 잘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구요. 그래서 어치도 친구들에게 엄청난 칭찬을 하지요. 칭찬을 받을 때의 약간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왼쪽 위는 지아가 코로나바이러스라며 만든 것이구요, 아래것은 유현이가 열매에 찰흙덩어리를 굴려서 만든 작품이랍니다.
약 2시간에 걸쳐 찰흙작품을 만들었네요. 우리가 숲에서 찾아 온 열매를 사용하니 더 의미가 있고 좋았구요,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작품들에 신기해하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니, 이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수업이 또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작품 중 가져가고 싶은 것은 통에 넣어 주었구요, 나머지는 숲의 요정에게 주었답니다.
찰흙놀이 다 하고 정리한 후, 이제 형들처럼 놀고 싶어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지아도 따라 내려가서 오빠들도 감시할 겸 가까이 다가갑니다. 오전중에 친해졌다고 유현이와 지아가 함께 계곡탐사를 나섭니다.
어치가 형들에게 통발(원우가 이렇게 부르기 시작함)을 만들어주었어요. 다 마신 물통을 잘라 만드는 거죠. 수박을 잔뜩 넣은 통발에 커다란 물고기가 여러 마리 들어가 있는 것을 본 유현이가, 통발을 만들어달라고 왔어요. 다 만들고는 형들이 남긴 산딸기를 조금 넣어 물에 넣었는데, 작은 물고기가 잡혔네요. 흥분하면서 어치에게로 뛰어 온 유현이가 간식을 먹는 것이 배경사진으로 찍혔네요. 이 순간 유현이가 얼마나 행복해하던지요. 이런 쾌감을 탐험대가 아니면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요?
물고기는 육식이라 산딸기는 먹지 않지만, 우리 친구들은 강력히 믿고 있네요. 분명 수박이나 산딸기에 유혹당해 왔을거라구요. 어쨌건 이 작은 물고기가 우리 유현이의 자부심을 뿜뿜하게 해 주었어요.
곰솔샘이 짚라인과 해먹을 달아주었어요. 피곤한 친구들은 해먹에서 쉴 수 있도록 했는데, 오빠들은 몸이 몽땅 젖어가지고 계곡에서 나오질 않으니, 지아와 유현이가 해먹도 짚라인도 여러번 탈 수 있었지요. 짚라인 줄을 단단하게 당기는 작업을 곰솔샘과 함께 하는 장한 우리 친구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경쟁상대가 없는 무한반복 짚라인입니다. 타고 또 타고, 또 타고...
나중에는 지친 곰솔샘을 대신해 유현이와 지아가 번갈아가며 당겨주었답니다. 짚라인 그네에 올라타는 것도 서로 도와주는데, 정말 사이좋은 오누이같았어요.
다른 때같으면 한줄로 서거나 자리를 예약하며 잠시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어치모둠이 전세를 냈네요. 지아는 새가 되었다가, 비행기가 되었다가, 애벌레가 되었다가.... 마음 내키는 대로 신나게 탑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어치모둠이 두명이라 뭐든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해 보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내려오는 길에도 계속 기분이 좋습니다. 지아가 내려오다 살짝 발목을 삐었는데, 유현이가 걱정이 되는지 먼저 가지않고 계속 옆에 있으면서 지아의 얼굴을 살피네요.
'우리 다음달에 46기 전원이 와서 조금 복잡해지더라도 더 친하게 놀자.' 둘이서 어치몰래 이런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둘이서 정말 너무 잘 놀았거든요...
친구들이 노는 동안 어치가 둘의 가방을 팩킹했습니다. 너무 신나게 놀고 있으니 가방을 정리하라고 말을 못하겠더군요.
그래!! 오늘은 엄마의 마음으로 싸 주자~~!~
다음달에는 돗자리 개키는 방법을 꼭 연습해주세요. 우리 친구들 대부분이 돗자리를 개키지 못합니다. 가방을 싸는 방법과 돗자리 개키는 방법을 안다면, 어치가 그만큼 어린이들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답니다. 꼬옥 협조부탁드리고요,
오늘 행복했던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어치의 후기였습니다!@!@!
첫댓글 쌍둥이 오빠들보다 더 든든한 친구 유현이네요~제가 더 고맙네요^^
옷이 안 젖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유현이랑 꽁냥꽁냥 논다고 계곡에 안들어 갔군요~다음달도 사이좋게 잘 놀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