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작은 성당
김수옥
우리 가족이 강화의 최고로 작은 성당을 찾았다. 동검도에 있는 채플갤러리 소성당이다. 조광호 신부가 계신다. 조 신부님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성물 작품을 만드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분이다. 그분의 작업실이 여기에 있다니 아주 반갑고 보고 싶은 호기심에 급해진다.
우리에게 이번 기회는 성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른 아침 유리창 너머로 성화들을 바라본다. 갤러리에 한가득 전시된 성화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 흥분되고 설렌다. 내 안의 숨겨진 거룩함과 성스러움을 끌어내야 한다. 조용조용 침묵하며 발걸음을 옮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녹색 정원에 자리 잡은 두 평 정도의 좁은 성당 안은 청정함과 성스러움과 어우러져 거룩한 성소라고 했다. 이른 아침에 방문한 미안함을 간직한 채 우리는 심호흡하며 슬며시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의 고요함과 성스러운 분위기에 일체가 되고자 몸과 마음을 바로잡는다. 몸가짐을 조신하게 경내를 둘러본다.
마침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의 자매님이 조용하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 어디서 오셨나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성당 문을 열 수 없으니 좀 기다리셔야겠어요."
관광지이지만 묵상하기 좋은 청정한 순례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라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나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성화에 오랜 시간이라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성당은 2평 정도의 좁은 크기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들어가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성당에서 기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유리창 너머로 확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가족 세 사람이 들어가 꽉 차서 비좁다는 느낌은 어느새 사라진다.
우리를 반기며 환영하는 좁은 성당이 이리 편안함을 줄 수가 있다니 참으로 묘하다. 성당으로 들어가 유리창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니 저 멀리 바닷가 앞에 우거진 숲속 나무 위에 커다란 십자 상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좁은 성당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큰 십자가 고상을 보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무릎을 꿇고 경배드린다. 큰절하고 일어서니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틈새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우와화 ~~~ 큰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나온다.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는 게시판을 읽으며 차분하게 기다려야겠다고 했는데, 낯선 형제님이 살포시 다가와 번호 열쇠로 성당 문을 열어준다. 그 형제님의 친절한 배려에 감사하며, 우리 가족을 위한 생 미사를 드려달라고 봉헌 금을 넉넉하게 넣는다. 그는 우리를 쉼터로 안내해 모닝커피를 대접했다. 따끈한 커피를 마시는데 마침 단아한 모습의 자매님이 나타나 반긴다.
이곳에 전시되어있는 채플갤러리의 숨겨진 작품들을 감상한다. 아침 일찍부터 화려하고 섬세하며 성스러운 성화를 볼 수 있어서 행운이다. 높은 가격이 매겨진 작품들을 둘러보니 내 마음도 순수해진다.
성스러움과 경건함을 더욱 느끼게 하는 최고로 작은 성당으로 방문하게 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훈훈한 미풍이 불어와 답답했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운다. 깨끗한 지우개로 내 가슴을 팍팍 문지르는 통쾌함을 느낀다. 시공간을 초월한 높은 곳에 계시는 분에게 한없는 경외감이 드는 시간이다. 강화의 넓고 푸른 바닷가에서 물새들이 훨훨 줄지어 내게로 날아온다. (230916_11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