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SA and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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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라틴 댄스를 접한 건, 3년 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당시 나는 케임브릿지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학원에서 댄스 파티를 열었는데, 우리 나라의 DEUX 음악도 틀어 주곤 했다. 라틴 음악이 나오면,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온 애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처음 보는 춤을 추었다. 그 때만 해도 살사니 메렝게니 하는 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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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돌아와서 나우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1998년 1월 17일에 라틴 댄스 콘테스트가 열린다는 공지가 게시판에 뜨면서, "사이버 라틴"이라는 동호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장 GO LATIN을 하고 살펴보니 댄스 소모임인 '로꼬스' 가 있었다. 영화 '더티 댄싱' 등에서 처럼 멋있는 춤을 배워 보겠다는 일념하에, 당장 가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소극적이었던 나로서는 오프 모임에 나가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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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내 2월 5일 선릉역 앞 파파이스에서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때 성호 형(시나브로), 부정 누나, 현정 누나(검은돛배), 세희(자아청년), 윤정, 지은 등이 있었고, 자기 소개를 한 후에 Viento Sur라는 재즈아카데미 스튜디오로 갔다. 처음 들어보는 라틴 음악에 맞춰 메렝게와 살사의 기본 스텝을 배웠다. 운동 부족이었던지라, 다음 날 아침 골반 주위의 근육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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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는 고수(?)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추고 있는데, 난 구석에서 근 한 달간 기본 스텝과 좌회전, 우회전만 하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슬램덩크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강백호의 초창기 모습을 보시라. 경기장 구석에서 투덜거리며 기본 드리블 연습만 하고 있던 장면을...) 하지만 이전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사상누각이었던 적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번만은 포기하지 말고 기본부터 탄탄하게 닦아야지 하는 마음에 이를 악물고 연습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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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나에게는 가사도 들리지 않았고, 살사 리듬이란게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니라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만큼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스텝을 밟고, 집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거울을 보며 자세를 교정해 나갔다. 다행히 내가 있던 기숙사 지하에는 헬스장이 있었는데, 벽 한 면이 전부 거울이었다. 거기서 선,후배의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한 시간 이상 연습을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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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세월이면 성호 형처럼 부드러운 동작이 나올까 한탄하며 연습을 거듭한 끝에, 한 달쯤 지나니까 처음의 그 뻣뻣했던 스텝이 '시나브로' 부드러워졌고, 용기를 얻어 하나씩 동작들을 익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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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주말마다 홍대 앞 '보스톤'에서 번개가 있었지만, 도저히 한 곡을 소화해 낼 자신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4월19일, 여의도에 있는 성천문화재단에서, Josie Neglia의 비디오를 보며 10개의 동작을 배우고 나서, 뒷풀이가 열리는 '보스톤'에 처음으로 갔다. 누나들과 한 곡씩 추면서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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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말,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라틴 재즈밴드 '코바나'의 공연에 단체 관람을 갔다. 김유리(yque) 누나의 보컬에 맞춰 재훈 형(caramba)과 현정 누나, 귀현 형(까삐딴)과 수연 누나가 춤을 췄다. 앵콜 곡에서는 나도 무대위로 올라가 현정 누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조금씩 몸에 라틴 리듬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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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8월 말, 사이버 라틴 2주년 기념 행사 'Paraiso Latino'가 '보스톤'에서 열렸다. 한 달 여의 연습 끝에 무대에 올랐다. 100여명에 둘러싸여 오현이와 살사를, 지홍 누나와 메렝게를, 그리고 출연자 모두가 띠뷰론을 췄다. Fiesta를 준비하면서 집중적으로 연습한 덕에 기량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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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2년여 동안 배우며 느낀 점은, 노력한 만큼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그러지 않은 게 있겠는가만은, 살사도 마찬가지이다. 로꼬스의 누군가가 말하기를, "출석률이 실력을 담보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루에 한 시간, 아니 30분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면, 한 달 안에 기본은 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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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는 게 정말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정말 쑥스럽다. 내가 하는 동작이 저렇게 어설프다니..하며 좌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며 하나하나 자세를 교정해 나간다면 훌륭한 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봐서 예쁘면, 남들이 봐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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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렝게를 잘 추면 자연히 살사도 잘 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살사가 잘 안되는 분은 메렝게를 죽어라고 연습해야 한다. 메렝게를 연습해서 골반의 근육이 풀리면, 살사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사나 메렝게 둘 다 허리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골반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때 이게 가장 어려웠다. 나는 분명 골반을 움직인다고 하는데, 허리가 돌아간다고 항상 혼이 났다. 대체 나는 왜 안되나 하고 좌절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아! 이거다! 하고 느낌이 오는 때가 있더라는 것이다. (감 잡았~어!) 결국, 꾸준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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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가장 알맞는 사례는 이형기(amosol)군이다.(형기야, 미안해~~^^;;) 처음 형기가 로꼬스에 나왔을 때는, 갓 제대하여 한창 군기가 들어 있는터라, 몸이 뻣뻣 그 자체였다. 기본 스텝을 가르쳐줘도, 솔직히 가망이 없어 보였다.(그때 내가 말은 안했지만, 사실이다, 형기야~~^^;;;;;) 하지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나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기본 스텝에 충실하던 형기는 이젠 어느 새,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댄서가 되었다. 보스톤 바닥에 흘린 땀이 형기의 실력으로 승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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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내가 모자란 부분은, 음악에 내가 녹아 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스페인어를 모르니(가장 큰 숙제!) 멜로디와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하는데, 여전히 다음 동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급급해서, 가끔씩 리듬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동작을 급하게 연출하게 되고, 그러면 여자 파트너만 죽어난다. --;;;;; 귀현 형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 그다지 많은 동작을 하는 게 아니지만, 여유있게 여러 곡을 소화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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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동안 살사와 함께 한 시간을 돌아보니, 이제야 겨우 살사라는 것을 살짝 맛 본 느낌이다. 이제 그 맛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니, 내가 살사를 멋지게 요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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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양진혁님의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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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sals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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