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어 이 맛이야! -
"오메오메 왜 이런걸 다 잡순다요.
요거 드시고 시프믄 차라리 파스를 씹어드시믄 대긋는디라"
"니가 아직 어링깨 몰라
속까지 씬하게 뜷어주는 그 맛은 어른이 되봐야 알끄여 시방은 몰라"
전라도 잔칫상에 빠질 수 없다는
삭힌 홍어를 먹는 일은 어린 나에게는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독한, 삭힌 홍어에서 나오는 깨스가 눈과 코,입 등 온몸에 있는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뿜어져 나와 일순간 머릿속이 하리망당해졌다.
전라도 태생인지라 홍어가 나오는 모임에 빠질 수는 없는 것이 운명이다.
그럴때면 마지못해 한 두점씩 먹어보지만 홍어는 여전히 풀지못한 숙제같은 음식이었다.
막내 여동생이 큰 사업을 하다
예상치 못한 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살아보겠다고 지난해 동두천에 홍어집을 차렸다.
오빠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다가
출장을 다니면서 전국에 있는 홍어집을 탐방하면서 그 특징들을 알아보고 알려주는 것도 도와주는 하나의 방법일거라 생각하고
홍어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이 힘들지 자꾸 먹기 시작하니
이제 그 맛을 알기 시작했고
아버님이 말씀하신 어른의 반열에
올랐다.
동두천에 동생이 운영하는 '그때 그집 홍어' 집을 방문했다.
(경기도 동두천시 거북마루로 21.
010 8631.7335)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여파로
영업이 어려울줄 알았는데
예상밖으로 단골고객들이 생겨서
테이블 몇개에 음식들이 놓였다.
홍어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에다 좋아하는 사람도 극히 적다보니 음식점을 꾸려나가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간 사이드 메뉴를 더 개발해
홍어뿐만 아니라 밥이나,술 한잔 마시고 갈 수 있게끔 운영하고 있다.
오빠에게 그동안 자신이 여러가지 시행착오 끝에 만든 음식이라며
이것저것 맛보기를 권한다.
홍어와 수육에 김치를 얹어서 먹는 홍어삼합이 나왔다.
홍어는 국산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신안홍어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칠레산으로 실속있게 드실 수 있도록 내놓고 있다고 한다.
홍어의 붉은 속살이 잘 삭혀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홍어 한점을 젓가락으로 들고 흔들어 보니 시소처럼 좌우로 찰랑이는 게 탄력도 좋다.
가게를 오픈하고 만든 홍어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을만큼 실력이 늘었다.
홍어는 고춧가루가 뿌려진 소금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었다.
뭉큼하게 올라오는 홍어 특유의 맛이 강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삭혀졌다.
홍어 뼈는 딱딱한 경골이 아니라
부드러운 연골이라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몇번 씹기를 반복하니
물렁뼈와 살이 섞이면서 마치 인절미를 먹듯 쫀득쫀득해진다.
수육은 적당히 삶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같던 집사람이 엄지척을 내세운다.
김치는 묵은지와 순천에서 사시는 누님이 보내준 김장김치가 나온다.
배추가 달기도 하고 워낙 음식솜씨가 좋은 누님이 만든 김치라 이건 평할 것이 없다.
식당 건너편 치과의사분이 이 김치좀 남겨 놓으라고 사정사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 보니 여러사람 입맛에 맞는가 보다.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는다는 홍어 애(홍어 간)가 나왔다.
생 홍어 애는 싱싱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고 한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작아
별도로 팔수도 없다.
기름에 참깨 몇 개를 떨어뜨리고
그 장에 홍어 애를 살짝넣었다가 빼서 입에 넣는다.
애를 한 입 물고 입안에서 이리 저리 굴려보니 고소함이 가득찬다.
홍어 애는 씹을 일도없이 곧 사르르 녹는다.
홍어 애 한덩이면 몸에 좋은 알부민 수십알을 한꺼번에 먹는 효과를 가진다.
이제 먹을만큼 먹어서 그만 내놓으라는 손사래를 치는 순간 홍어전과 해물파전, 꼬막 돌솥비빔밥이 나왔다.
이런 홍어전은 처음 먹어본다.
보통은 홍어살에 계란옷을 입혀 지져내지만 여기서는 마치 굴전을 튀기듯 부쳐낸다.
이 맛이 오묘하다.
겉은 굴전처럼 고소하면서 속은 홍어의 알싸한 맛이 더해지면서
뭐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미각을 제공한다.
홍어전 한판은 거의 내가 다 먹은 듯 하다.
해물파전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이겠다.
두툼한데다 넉넉하게 들어간 해물들이 오늘처럼 비오는 날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먹는다면 그만이겠다.
꼬막 돌솥비빔밥은 요즘 한창 뜨고있는 체인점 연안식당을 능가한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허리띠를 아무리 풀어도 이제 더 이상은 뱃속에 넣을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삶은 꼬막이 나온다.
꼬막앞에 눈이 뒤집히지 않는 고흥인은 없을 것이다.
참꼬막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새꼬막으로 식탁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꼬막은 하도많이 먹었고 즐겨했고 전라도에서는 꼬막을 잘 삶는냐 못 삶느냐에 따라 시집을 잘 가고 못가는 판가름이 난다고 말이 있을 정도이니
우리 막내동생 꼬막삶는 솜씨는 태클을 걸 일이 없다.
"오빠 맛 평가는?"
"됐다 이정도면 아주 훌륭해. 처음보다 장족의 발전을 했구나"
미나리를 수경재배해 식탁에 올려놓고 재미삼아 뜯어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발한 발상과
메뉴판을 결재서류철에 끼워서 손님을 회장님처럼 모시는 해피한 발상까지도 돋보인다.
프라스틱 그릇은 배제하고 사기그릇에 음식을 내놓는다.
봄에는 칠게튀김도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어리기만 했던 오누이가 이제
홍어를 잘 삭히고 홍어맛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알싸한 홍어맛 때문이었는지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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