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신기술을 배운다.
바이오마이메틱스(생체모방공학) 전3권 중 제2권
편저: 윤실
제5장 박테리아는 생체모방공학의 1급 연구 대상
금광 폐수에서 시안화물을 제거하는 박테리아
인간은 개, 소, 닭과 같은 가축을 비롯하여 벼, 밀, 배추, 포도, 장미와 같은 여러
가지 식물을 재배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각종 물고기, 개구리, 조개와 굴 등을
양식하기도 하고, 누에와 같은 곤충을 기르고, 하등식물인 버섯류를 재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박테리아까지 키워서 이용해 왔다.
독약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먹었을 때 몸을 상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만드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이런 맹독성의 화학물질 가운데 청산염 또는 시안화물이라는
물질이 있다. 이 곡물은 바로 독사의 독이빨에서 나오는 물질의 성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을 생산하는 광산에서는 순수한 금을 제련할 때 청산염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폐수에 섞여 나오게 된다.
미국 남다코다 주의 화이트 우드에는 역사가 100 년이나 되는 홈스테이크라 불리는
유명한 금광산이 있다. 이 광산에서는 그 동안 내내 청산염 폐수가 흘러 나왔기
때문에 그 아래의 냇물에는 아무런 물고기도 살지 않았다. 이렇듯 광산의 폐수가 근처
마을 사람의 생명을 온통 위협해 왔지만, 주민들은 이 광산을 폐쇄하자고 주장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금의 양이 많아, 만일 광산이 문을 닫는다면 당장
이곳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더 타격을 받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홈스테이크 광산의 수입이 좋다 하더라도 무서운 청산염을 계속 흘려
보내 그 지역의 땅과 강을 못쓰게 만들 수는 없었다. 1985 년경이 광산에
화이트록이라는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일하게 되었다. 그의 임무는 광산 폐수에서
청산염을 경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화이트록은 먼저 광산 폐수가 흐르는 물을 떠다가 그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를
조사했다. 동물이라고는 어떤 종류도 살지 않는 그 독물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생물은
특별한 박테리아였다. 놀랍게도 그 박테리아는 다른 것과는 달리, 청산염의 주성분인
탄소와 질소 화합물을 영양분으로 하여 번식하는 종류였다.
과학자 화이트록은 광산 폐수를 모은 큰 탱크에 그 박테리아가 살도록 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나지 그 물에는 독성분이 거의 없어졌다. 박테리아들이 유독물질을 모두
먹어 무독한 물질로 분해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종류의 미생물을 특별히 '청산염
박테리아'라고 부른다.
오늘날 홈스테이크 광산이 있는 곳의 냇물은 온갖 물고기들이 다시 번성하고
있으며, 낚시인들은 이곳 냇물에서 송어를 신나게 잡아내고 이다. 이 강물이 과거처럼
깨끗해질 수 있게 된 것은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폐수를 모조리 모은 탱크에 청산염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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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의 인공눈을 세균의 단백질로 만든다.
1994 년 동계 올림픽은 노르웨이의 릴리함머에서 열렸다. 이때 슬로프에 깔린 눈은
전부가 인조눈이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스키 리조트에서는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도
날씨만 영하로 내려가면 슬로프에 인조눈을 깔아 스키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보통 인조눈을 만들 때는 지하수나 저장된 물을 폼프레셔로 퍼올려
스노건(snowgun)이라는 거대한 분무기로 공중을 향해 뿜어 올린다. 스노건에서는
물이 안개같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이 수분은 공중의 찬 기온을 만나 얼면서 작은
눈이 되어 쌓인다. 땅에 인조눈이 충분히 덮이면 이를 적당히 슬로프에 깐다.
그런데 노르웨이 동계 올림픽장의 슬로프에 깐 눈을 인공적으로 만들 때는
'슈도모나스 시링가에'(Pseudomonas syringae)라는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스노맥스'(snomax)라는 이름의 단백질 분말을 섞어 스노건으로 뿜어냈다. 이렇게 한
것은 일반적인 인공눈 제조방법보다 아주 질이 좋은 눈을 2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빗방울이나 눈이 형성될 때는 그 중심에 반드시 핵이
있어야 그 주변에 수분 입자가 붙을 수 있게 된다. 자연에서는 작은 먼지와 화산재,
바닷바람에 날아오른 소금 입자 등이 핵이 되어 눈의 아름다운 6각형 결정을 만들게
한다. 만일 증류수 수분을 공중으로 뿜으면 섭씨 영하 40 도가 되어도 눈이 결정되지
않는다.
일반 스키 리조트에서 인공눈 제조에 쓰는 지하수나 강물에는 이미 많은 먼지가
들어 있기 때문에 따로 핵이 될 먼지를 섞어주지 않아도 눈이 된다. 그러나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스노맥스 단백질을 물에 섞어 분사하면 눈 결정이 아주 잘
형성되고, 또 질이 좋은 건조한 눈이 된다.
이러한 인공눈 제조법은 1975 년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생인 스티브 린도(Steve
Lindow) 씨가 개발했다. 그는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 '시링가에' 박테리아에서 뽑아낸 단백질 입자를
핵으로 뿌리면 근처의 수분이 단백질 입자에 아주 잘 달라붙어 쉽게 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 발견은 추위가 가까이 올 때 인공눈을 만들어 공기중의 습기를 미리
줄임으로써 서리의 피해를 막는 방법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곧
인조눈 생산에 쓰이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여러 스키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대량
배양한 이 박테리아에서 생산한 단백질로 인조눈을 만들고 있다.
* 사진 34
사진설명: 박테리아가 생산한 단백질 가루를 핵으로 뿌려 인조눈을 만드는 스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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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의약품을 박테리아에서 얻는다.
산업의 발달이 가져온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온갖 종류의 공해물질이 부산물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해물질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는 없을까? 세균,
박테리아, 미생물이라고 하면 병을 일으키는 병균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인류는 예부터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마치 가축처럼 길러 왔다. 메주 박테리아가
그렇고, 김치를 시게 하는 유산균 박테리아, 술을 발효시키고 빵을 맛있게 부풀리는
효모 박테리아, 치즈를 만드는 박테리아 등은 모두가 사람이 길러 온 박테리아이다.
또 의학연구소에서는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푸른곰팜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있다. 전염병 예방 주사약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각종 전염병균을
조심스럽게 배양하고 있다. 콜레라균, 장티푸스균, 결핵균, 뇌염 바이러스 등이 모두
키우고 있는 세균이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특별한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시설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다.
기르는 박테리아 종류가 자꾸만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세균 은행'에는
55,000종의 각종 미생물이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다 한다. 이 세균들은 모두 가축처럼
키우게 될 가능성을 가진 종류들이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이오테크놀러지(생물공학)의 발달 덕분이다.
미생물은 그 이름과는 달리 의외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진균류에
속하는 곰팡이들을 보면 항생물질과 각종 효소를 생성하고, 갖가지 탄수화물과
단백질도 합성한다. 또 그들은 여러 가지 색과 강도, 내열성, 탄성을 지닌
중합체(무거울 중, 합할 합, 몸 체)를 만든다.
수억 년이란 긴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은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을 탄생시켰다. 그에
따라 미생물은 온갖 환경조건에도 잘 적응하여 지구상에 살지 않는 곳 없이 널리 퍼져
있다. 남극의 얼음 속에도, 온천의 뜨거운 물 속에도, 또 깊은 바다 밑바닥에도
미생물들은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은 토양 속이다.
마당의 흙을 작은 티스푼으로 하나 떠서 그것을 현미경으로 조사하게 되면, 우리는
흙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그 종류도 많거니와 수효가 엄청나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서는 적어도 100 만 개의 효모(뜸팡이), 20 만 개의 실 모양 곰팡이, 1 만
마리의 원생동물(아메바 따위) 그리고 적어도 10억 개의 각종 박테리아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에 가장 많이 사는 생물은 바로 박테리아이다. 그들이 없는 곳은
없다. 엄마의 젖 속에도, 의사는 손에도 박테리아는 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은 언제나
100g 이상의 박테리아를 운반하고 다닌다. 이 가운데 수백억 마리의 박테리아는 몸의
장 속에서 소화를 도와주고 있고, 또 일부는 칫솔이 미치지 않는 이빨 사이에서
구멍을 뚫고 있다.
흙 속에는 어떤 이유로 그토록 많은 박테리아가 있을까? 토양의 박테리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식물과 동물의 시체를 썩게 만드는 '부패 박테리아'이다. 만일 이런
부패 박테리아가 없다면 우리가 버린 그 엄청난 쓰레기는 몇 해가 가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가을에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부패 박테리아는
세상의 쓰레기를 분해하여 다시 흙으로 되돌려보내 식물의 비료로 만드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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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물질을 먹어 없애는 박테리아
유조선이 바다에서 난파하여 기름을 쏟아놓거나, 달리던 유조차가 넘어져 기름을
강물에 쏟아붓는 사고가 수시로 일어난다. 선박이라든가 자동차에서 한방울씩 바다와
땅에 떨어지는 기름 양도 막대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석유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를
대량으로 배양하여 석유가 쏟아진 바다나 강, 또는 땅에 뿌림으로써 그들이 기름을
분해하여 빨리 제거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석유분해 박테리아를 대량 키워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석유 박테리아는 이미
많은 종류가 발견되어 있으며, 과학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석유를 먹어치우는 종을
개량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공장 폐수는 공장에서 생산과정을 거친 뒤 버리는 물이다. 여기에는 각종
발암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공해물질이 녹아 있다. 부엌, 세탁실,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가정 폐수에도 각종 공해물질이 섞여 있다. 공장폐수와 가축사에서 나오는 오물을
쉽게 정화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해 처리는 이제 첨단 산업이 되었다.
폐수 속에 포함되어 있는 공해물질, 유해물질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폐수정화 방법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때문에 엄청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고생을 하지만,
인간은 박테리아 없이 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없애주는 능력을 확실하게 가진 것은 박테리아뿐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이라는
화학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생산될 때는 아주 이상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진다. 세포의
생화학적 장치는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최적의 방법으로 필요한 화합물을
합성하고 있다. 미생물의 화학공장이야말로 현대 기술이 만든 어떤 화학공장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생산시설임에 틀림없다.
미생물에는 음식을 섭취하여 그것을 소화하는 기관이 별달리 없다. 그러므로
미생물은 그들이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곳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미생물의 영양소는 외벽을 통해 침투된다. 미생물도 살아가자면 여러 가지 영양소가
있어야 한다. 고등 동식물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공기 중의
질소의 요구하는 것이 있고, 이산화탄소를, 또는 유황이 포함된 유화가스를 소비하는
것들도 있다.
오늘날 미생물을 이용하는 산업공장이나 연구실에서는 필요한 영양소가 혼합된
배양액 속에 그들을 넣고 길러, 원하는 약품이나 식품 또는 공업원료를 얻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산업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크다. 왜냐하면 미생물만큼 번식속도가
빠르고, 다종다양한 유기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이나 인간이 만든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액체 부탄을 직접 산화하여 초산이나 다른 화합물을 제조하는 비교적 새로운
인공장치를 보자. 제조공정에는 내산성의 특수강으로 만든 반응탑이 필요하고, 그 속은
50--60기압이 고압과 150--170 도의 고온으로 조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특수강도 아닌 생체 속에서 그나마 온도와 기압이 낮은
조건에서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단 1개의 세포로 구성된 미생물의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반응이
자연적으로 개량되는 데는 수억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사실을 생각할 때 작은
미생물이야말로 진화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생물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조건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그 지식을 활용토록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사진 35
사진설명: 석유가 오염된 탱크에 석유분해균을 뿌리자 5주일 후 70%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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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식량은 미생물로 생산한다.
미생물이 가진 독특한 생리적 화학적 능력의 연구와 응용은 현재 3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1의 방향은 미생물이 힘을 직접 빌어 각종 화학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일이다.
화학반응을 하는 수천 가지 종류의 미생물을 연구실 시험관이나 플라스크에서 공장
생산시설(plant)로 옮겨 미생물학적 방법이 아니고서는 구할 길이 없는 많은
항생물질과 비타민 효소, 의약품 등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부신피질호르몬의 일종인
크르티손 제조에 미생물을 이용한 결과, 그 제조공정이 대단히 간소화되어 가격이
100분의 1로 떨어졌다.
그리고 제2의 방향은 화학반응과 생물학적 과정을 병용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것은 어떤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생물학적인 방법과 화학적인 방법을 결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유리할 경우에 이용된다.
제3의 방향은 생명공학적인 것이다. 즉 생물 속에서 일어나는 완전하고 경제적인
화학반응의 과정을 알아내어, 생물이 사용하는 그 원리를 실제 생산에 응용하는
것이다. 생체에서 일어나는 화학공정을 해명하여 그것을 실용화한다는 것은 현재의
생명공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런 연구는 바이오테크놀러지의 발달에 의해 더욱 고무되고 있다. 앞으로 이
방면의 연구가 진전되면 우리는 지금으로는 상상도 못할 화학공업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사실 미생물 화학공업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 중에는 인류를 위한 식량 확보라는 큰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대개 하루에 1,000g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생체는 들어온
단백질 대부분을 몸 단백질을 구성하는 데 소비하고, 에너지를 얻는 데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로 쓴다.
인간은 단백질을 충분히 얻기 위해 농산물과 축산물의 생산성을 높이며, 경제면적을
넓히고, 해양자원까지 개발하려 한다. 한편 생물학자들은 단기간에 식량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단기 대량생산이란 천연의 농장이나 목장,
해양에서 식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학적 합성공장에서 얻자는 것이다. 모든
생물 중에서 단백질 합성 능력이 가장 좋은 생물은 미생물이다. 그들은 번식이나 생장
속도는 너무나 놀랍다. 조건만 적당하다면 효모균의 경우 1시간에 배로 증가한다.
소나 양 따위의 반추동물 위 속에 공생하고 있는 세균은 사료의 섬유소를 소화하는
능력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섬유소를 분해하는 세균으로 말미암아 반추동물은
영양가가 적은 거친 사료를 먹어도 충분히 영양을 얻을 수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소의 사료에다 요소를 첨가해 먹이고 있는데. 이것은 반추위 속에 사는 세균이 요소를
단백질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과 곤충은 대개 그 잎을 먹는다. 그러나 흰개미만은 스스로
소화시킬 수도 없는 딱딱한 나무(목질) 자체를 식량으로 삼고 있다. 흰개미는 흙으로
집을 짓는 종류도 있고, 나무 속을 뚫어 그 속에 사는 것도 있다. 아무튼 그들의 먹는
나무(목재)란 식물의 죽은 세포이다. 그리고 나무의 주성분은 좀처럼 분해되거나
소화되기 어려운 섬유소(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다.
흰개미는 종에 따라 나무를 소화시키는 두 가지 방법을 진화시켰다. 첫째는 그들의
소화기관 속에 섬유질을 분해하는 원생동물이 공생하게 하여 미생물이 분비한 효소가
섬유소를 분해토록 한 뒤에 생산된 당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흰개미의
집 속에 나무를 모아두고 거기에 버섯이 자라도록 하여, 나무 대신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버섯을 먹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흰개미의 소화기관 속에 사는 원생동물의 소화 능력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연구 대상은 흰개미가 아니라 실제로는 원생동물이다. 이런 원생동물은
초식동물의 소화관에서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원생동물이 만드는
소화액의 생산과정과 그것의 화학적 성분을 밝혀내어 인공합성 해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 그것을 알게 되면 나무에서 직접 식량을 얻는 방법도 찾아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무를 분해하여 알코올을 만들고 그것을 자동차 연료로 쓰는 방안도 찾아낼 것이다.
이러한 세균의 능력은 과학자들에게 단순한 미생물로 보이지 않는다. 미생물을
이용한 사료생산 연구 중에는 원유 속에 포함된 탄소화합물을 먹고 증식하는 석유
박테리아에 대한 것도 있다. 오늘날 이 방면의 연구는 상당히 진전되어 원유,
석유폐기물, 천연가스 등을 먹는 석유효모의 품종개량이 유전자공학의 힘을 빌어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 식품은 가축에게나 먹일 수 있고 사람은 직접 먹을 수 없는가? 가축이
섭취한 사료가 가축의 살과 계란과 우유가 되는 비율은 돼지처럼 성장이 빠른
가축이라 하더라도 20--30%에 불과하다. 그나마 성숙한 가축에서는 5--10%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기계의 에너지 효율이 5--10% 정도인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가축의 사료 중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등의 중요
영양소를 직접 사람이 먹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가? 인간이 먹으려면 반드시 소화되기
쉬워야 하고 먹음직한 모양과 맛과 향기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가축의 사료를 영양가
높은 먹음직한 식품이 되도록 가공하는 두 가지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첫째는 효모의
세포벽을 기계적 또는 화학적으로 파괴하여 단백질만을 순수하게 분리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얻은 정제 단백질은 맛을 갖지 않은 무미의 흰 분말이며, 이것은
장기저장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단백질에 조미료와 향료를 첨가하여 적당한 형태로
굳히면 훌륭한 식품이 된다.
이런 식품은 1910 년 초에 이미 특허까지 나갔으며, 조미료나 향료에 따라 생선의
맛을 갖기도 하고 쇠고기 맛을 내기도 한다. 이것은 어떤 식품보다 영양가 높은
농후단백질 식품이어서 이를 인조육의 하나로 취급한다.
인조식품을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 제조과정의 대부분을 컴퓨터장치로 제어하게 할
수 있으므로 그 생산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의 사료가 될 식품에다
직접 효모를 배양하고, 일정 기간 뒤 그 속에서 효모만을 골라내어 식품으로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나 양이 먹는 풀을
인간이 간접적으로 먹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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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을 이용한 효과적인 광물 채취법
미생물은 암석이나 광물의 형성뿐만 아니라 그 붕괴에 대해서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지구상에 있는 철의 순환에는 미생물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일산화철은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물과 함께 깊은 땅속에서 지표로 운반된다. 그리고 지표로 나온
일산화철은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 산화되어 물에 녹지 않는 수산화철로 변해 물밑에
가라앉아 쌓이게 된다. 그 결과 철은 지구 내부에서 지표로 이동되어 그곳에 대규모
철광상을 형성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철광이 이렇게 세균 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 밖에
해저에 생긴 철, 망간 덩어리 등도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원유나
천연가스의 광상 형성에도 미생물이 관계하고 있다.
화학공업이 점점 발달할수록 유황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런 가운데 세계의
유황광산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반면에 새로운 황광산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에 황세균을 이용하여 더 많은 황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가 나왔다. 황세균은 황을 함유한 암석을 녹여 유황을 침전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균에 의한 황침전이 일어나고 있는 호수로 잘 알려진 곳은
북아메리카의 '아이네스 자우야' 호수이다. 이곳 바닥엔 두께 20cm의 유황층이 깔려
있다 한다.
아프리카의 세네갈 공화국을 흐르는 이와라 강가에는 금이 산출되는 '이치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산출되는 금은 입자의 크기가 1 마이크론 정도인데,
광맥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다. 그러나 이치힐의 금광맥은 깊이
파들어가도 바닥이 나오지 않아, 그 금광은 금을 분해하는 세균 활동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석유를 분해하는 세균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석유미생물은 유전에서 직접
이용된다. 원유를 분해하여 메탄, 수소, 질소, 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석유미생물은
석유 생산량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이들 세균이 원유 속에 번성하게 되면 각종
가스가 많이 생산되므로, 원유의 점성이 줄어들기도 하려니와 유전의 내부 압력이
강해져 원유가 지상으로 쉽게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철, 금, 황, 우라늄 등을 얻으려는 생각은 바다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구자원의 3분의 2 는 해저에 잠자고 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망간
덩어리가 1조 톤, 인석회단괴(인산염 22--32% 포함)가 1,000억 톤, 장차 생석회를
대신할 시멘트 연료가 될 흙이 1,000조 톤이나 있다고 한다.
바닷물에서 여러 가지 금속류를 채취하는 일은 이제 현실이다. 전 용적 13억
7천만^356,146,13,134^의 거대한 바다에 고여 있는 해수 속에는 1조 톤의 5 만 배나
되는 염류가 포함되어 있다. 바닷물 속의 물질을 전부 육상에 끌어올려 놓는다면
두께가 200m나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
마그네슘과 황이 10^45^15 톤, 칼슘과 칼륨이 10^45^14 톤, 알루미늄, 루비듐, 리튬이
10^45^11 톤, 아연, 납, 셀레늄, 세슘, 몰리브덴, 토륨이 10^45^9 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바닷물 1리터에는 3.34^356,4,134,1245^ 의 우라늄이 녹아 있다. 함유량은
지극히 적지만 해수량 전체를 놓고 보면 40억 톤에 달한다. 그리고 해수에 녹아 있는
금의 총량은 100억 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다는 이처럼 광물자원의 거대한 보고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 보물창고의 극히
일부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심해저의 자원을 개발하는 수단은 더욱 미진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해저에 광물을 채취할 로봇화된 기계들을 내려보내는 대신,
미생물을 이용하여 해양자원을 얻는 광업분야를 개척하려 하고 있다.
바다에 사는 미생물들은 해수에 용해된 개개의 원소를 흡수하고 그것을 체내에
축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떤 종류의 세균은 바닷물에서 마그네슘이나
칼슘을 축적했다가 죽어 침전됨으로써 해저에 두터운 마그네슘과 칼슘 층을 만든다.
또 어떤 미생물은 세슘이나 일부 방사성원소도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자들은 해양 미생물의 능력에 대해서 별로 알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들이다. 지상에서 얻어오던 광물자원이 바닥나기 전에
구리, 니켈, 코발트, 금, 은, 백금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지하자원을 해양미생물을
이용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날은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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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식물의 질소고정균을 모든 농작물에 이용한다.
현대 농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합성 질소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들여 그것을 체내에 축적하여 결과적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미생물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을 만들고 그 속에서
기생하여 번성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이다. 이 밖에도 질소고정균은 하등 조류, 곰팡이,
박테리아 등에서 여러 가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질소고정 능력을 지닌 미생물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는 것도 오늘날 생명공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전 인류를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과학자들은 우선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고, 농업기술을 개선하며, 더 넓은 농토를 일구려
한다. 농부가 농산물 생산량을 높이려면 대단한 다수확성 품종이 개발되었더라도
생산성에 비례해서 비료를 더 공급하지 못한다면 수확은 늘어날 수 없다. 따라서 더
많은 비료를 생산하는 것도 필연적인 일이다.
과학자들은 비료공장을 증설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토양
속에는 비료를 만드는 단세포의 하등미생물이 얼마든지 살고 있으므로, 이들 미생물을
잘 이용한다면 비료값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비료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질소비료다. 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것은
태양빛과 물, 그리고 질소이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80%나 들어 있지만 식물은 이
질소를 그대로는 흡수하지 못한다. 식물은 수소와 질소가 결합된 암모니아나, 산소와
질소가 결합한 산화질소만 흡수할 수 있다.
질소비료의 제조법은 1세기 전에 알려졌다. '하베르 보쉬 방법'이라는 제조법은
질소와 수소를 섭씨 550 도에서 결합시켜 암모니아로 만든다. 이러한 인공적
화학결합에는 300기압의 고압과 금속 촉매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려면 많은 석유 연료를 소모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 석유파동 때는
세계의 질소비료 값이 3배로 뛰기도 했다.
토양 속에 사는 어떤 박테리아는 높은 온도나 고압, 촉매제 없이도 상온, 상압에서
질소비료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미생물은 자연계의 질소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식물의 뿌리는 그들로부터
암모니아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암모니아를 원료로 해서 단백질을 만들어
성장한다. 식물이나 동물이 죽어 부패하면 아미노산은 분해되어 질소 상태로 다시
공기 중에 섞여든다. 리조비움(Rhizobium)이라는 박테리아는 콩, 땅콩, 알팔파와 같은
콩과식물과 공생한다. 이들 식물의 뿌리에 매달린 혹은 수억 마리의 리조비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몸속으로 끌어들려 암모니아로
만들고 또 암모니아로부터 아미노산을 만든다. 콩과식물의 뿌리는 이들에게 생활터를
빌려준 댓가로 상당량의 암모니아를 얻어 자신의 아미노산 생산에 이용한다.
중국의 농부들은 기원전 4세기 이전부터 콩과식물과 비콩과식물을 교대로 윤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밀을 심었다가 거둔 토양은 질소비료가 부족해진다.
이런 밭에 알팔파를 재배한 뒤 그대로 갈아엎어 두면 토양미생물이 알팔파를
분해시키므로 토양은 다시 질소비료로 가득 차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왜
리조비움이 콩과식물에서만 공생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식물과 박테리아 사이의 관계를 조금씩 알아내기 시작했다.
콩, 알팔파, 클로버 이렇게 종류가 다른 콩과식물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리조비움이
공생하고 있다. 즉 콩에 사는 리조비움 종류는 꼭 콩에만 산다. 그간의 실험결과
콩과식물에서 발견되는 렉틴(lection)이라는 물질과 당단백질이 리조비움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미생물학자 보훌과 슈미트는 콩의
리조비움은 콩에서 생성된 렉틴에 붙어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면에 알팔파의
리조비움 박테리아는 콩의 렉틴에는 붙어 살지 않았다.
이 사실에서 식물의 렉틴이 그와 공생할 리조비움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렉틴과 리조비움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내게 된다면 콩과가 아닌 식물에도
살아가는 리조비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콩과식물이 아니지만
질소고정박테리아와 공생하는 식물이 몇 가지 알려져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농업연구소의 도배리너는 바랭이류의 열대 초본식물 세포속에
나선상의 질소고정균이 수없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들 균이 다른
초본식물의 뿌리에서도 사는지 조사하고 있다. 만일 콩과 외의 식물에도 기생할 수
있는 질소고정균을 찾게 된다면 유전자공학 기술은 그 박테리아가 모든 농작물에
질소비료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장 속에 사는 질소고정균도 발견되었다. 이 균은 질소고정량이 지극히
적었다. 그러나 그들의 질소고정 능력을 높여준다면 인간의 질소섭취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흰개미의 장에서도 다른 질소고정균이 발견되었다. 흰개미는 질소영양이 적은
나무를 먹는다. 그러나 그 장 속에는 커다란 단세포의 질소고정박테리아가 당분을
섭취하며 살고 있어서 흰개미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이런 발견이 있자 어떤
과학자는 흰개미에게 풀이나 나무를 먹여 사육한 후 그들을 따라 모아 가공하면
사료로 쓰거나 단백질 식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
질소고정박테리아가 질소비료를 만드는 데는 나이트로지네이스(nitroginase)라는
효소가 필요한데, 이 효소는 두 종류의 단백질로 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 효소가
어떻게 낮은 온도와 압력 밑에서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드는지 알아내려 한다. 만일 그
비밀이 밝혀진다면 상업용 비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스콘신 대학 질소고정연구실에서는 나이트로지네이스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한걸음 더 진전시켰다. 그들은 이 효소를 이루고 있는 철과 몰리브덴이 질소고정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흥미 있게도 철과 몰리브덴은 하베르 보쉬
방법에서 촉매로 쓰는 금속이기도 하다.
질소고정에 대한 연구의 진전은 머지않아 질소비료를 보다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질소고정균들은 자기 주변에 고정된 질소가
없어야만 합성 활동을 한다. 즉 이들 균은 질소가 필요할 때만 암모니아를 고정할 뿐,
필요 이상의 암모니아는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질소고정균을 이용한 비료공장과 질소고정 능력을 가진 벼가 탄생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에 앞서 해야 할 연구가 있다면, 질소고정능력이 강한 균주를
유전공학 기술로 개발하여 모든 콩과식물에 옮겨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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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다.
환경오염을 막는 데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약을 마구 뿌려 해충을 없애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 다른 익충과 천적을 말살시켰고, 농약 잔여물질이 흙에
섞여 들어가 토양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오염된 토양은 인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
과학자들은 토양에 섞인 농약을 제거할 방법을 찾던 중 미생물을 이용해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어떤 미생물들은 농약물질을 독성이 없는 단순물질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오염된 살충제를 분해시키는 미생물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도시인구의 급격한 팽창과 공업생산의 증대에 따른
폐기물처리이다. 폐기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태우게 되면 유독한 가스가 나와 공기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낸다. 또 플라스틱은 자연적인 분해가 극히 어렵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미생물에 원조를 구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미생물이 육성되면 부패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 중에 섞여 있는 오염물질인 황화합물을 분해하는 세균도
발견되어 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탄광의 메탄가스를 먹어치우는 세균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대기오염만이 아니라 하천이나 호수, 바다의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유조선 사고가
아니더라도 연평균 300 만 톤에서 1,000 만 톤의 석유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단다.
석유 중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해류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져 바다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다행하게도 세균 중에는 하수나 해수에 포함된 유해물질도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물위에 떠 있는 석유를 분해하는 세균이 있고, 강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합성세제를 분해하는 세균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공해물질 분해 세균을 배양하면서
방사선처리나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강력한 분해세균을 개발하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런 연구는 중국대륙에서 오염물질을 무제한 흘러드는 우리나라 서해의
심각한 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육성된 세균은 그 효과와 번식능력이 야생종에 비해 수백 배나 우수하고,
때로는 자연계에 없는 능력을 가진 세균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천체생물학자인 칼
세이건은 "금성의 구름 가운데는 이산화탄소를 먹는 세균이 있을 수도 있다. 만일
그런 미생물이 있다면 그들은 이산화탄소를 섭취하고 대신 산소를 방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금성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미래를 예견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앞으로 미생물의 세기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즉 미생물을 잘 이용함으로써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오염을 정화하며, 금 은 코발트 철
니켈 우라늄 등의 광물을 얻고, 석유 천연가스 황도 생산하며, 생물전기 방식으로
전력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새로운 미생물발전소가 건설되고,
미생물을 이용하는 각종 식품공장도 건설된다. 나아가 이때쯤에는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혀 온 미생물에 의한 인간의 질병은 물론 가축이나 농작물의 병도 훨씬 더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 사진 36
사진설명: 기름으로 온통 오염된 토양을 쉽게 정화할 수 있는 것은 석유분해
미생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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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지구의 청소부는 미생물이다.
쓰레기의 종착역인 거름더미 속에서도 많은 생물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다. 또
그곳은 새로운 생명 활동을 시작케 하는 생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우리들
가정에서는 음식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선이나 육류 등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먹을 음식이 썩어 버린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그러나 부패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도 또한 큰일이다. 만일 삶아 둔 옥수수가 열흘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생기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이 지구상에는 살아 있는
생명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여름이면 하룻밤만 지나도 밥이 쉬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는 온갖 생물이 번영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나 부러진 나무,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
찌꺼기와 휴지 조각, 변소의 오물, 이 모든 것이 부패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이 세상은
온통 오물투성이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부패라고 하는 화학변화가 자연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산과 들의 나무와 들판의 곡식이 해마다 풍성하게 자랄 수 있고, 깨끗한
거리와 마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 농가에 가 보면 어느 집이나 널따란 터에 짚이나 나무를 태운 재, 풀 등을
쌓아 썩히는 퇴비더미가 있다. 이러한 퇴비더미 속에 쌓인 물질들은 6개월이 안되어
모두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으로 흡수할 수 있는 비료로 되고 만다. 특히 여름이면 더
빨리 부패하여 3개월이면 거름이 된다. 농부들은 이 퇴비를 져다 논밭에 흩어 놓고
흙을 갈아엎은 뒤, 그 위에 씨앗을 뿌린다.
썩을 수 있는 것, 즉 짚이나 잡초, 생선, 신문지, 나무토막, 분뇨, 이 모든 것은 모두
생물의 시체이다. 그러므로 부패라고 하는 것은 죽은 생물의 세포가 완전히 분해되어
다시 흙 속으로 또는 공기 속으로 흩어져가는 현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부패 현상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분들 중에는 눈이
하얗게 내린 이른 아침, 퇴비더미에서 흰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쓰레기가 부패할 때 많은 열이 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쌓아 둔
처음 며칠간은 열이 나지 않는 듯하지만 일주일쯤 되면 열이 나기 시작한다. 만일
부패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을 때 그 더미에 손을 밀어 넣어 본다면 누구도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얼른 손을 빼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퇴비 속의 온도가
섭씨 55 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쓰레기에서 열이 나는 것은 부패 박테리아가 맹렬하게 번식하여 많은 효소를
분비함으로써 쓰레기 분해되는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부패
박테리아는 이러한 분해 작용을 하면서 자신의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이런 부패 박테리아는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산소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야 퇴비도 빨리 썩는다.
제6장 지구를 정복한 곤충의 특징과 자랑
지구는 곤충이 살기 적당한 세상
곤충들은 작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데 아주 유리하다. 몸이
무거운 나비라면 빨리 날 수 없을 것이고, 벼룩이나 메뚜기들이라면 멀리 높이 점프할
수가 없으며, 먹이가 많아야 하고, 한편으로 적에게 발각되기 쉬워진다. 그래서 곤충은
거의가 아주 작은 몸을 가지고 있다. 딱정벌레 중에는 몸길이가 겨우 0.25mm에
불과한 것도 있다. 가장 큰 곤충인 인도의 애틀러스나방은 날개폭이 30cm이다.
고대에는 날개폭이 76cm인 메가네우라라는 잠자리를 닮은 것이 있었다. 오늘날 몸이
큰 곤충류는 어디에서나 하나같이 멸종해 가고 있다.
곤충은 작은 몸에 대단히 강한 근육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잘 날고 뛰고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의 몸이 더 커진다면 몸의 표면적이 몇 갑절 늘어나기
때문에, 비행이나 도약 때 공기저항을 그만큼 더 많이 받게 되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몸이 커지면 표면적인 제곱으로 늘어나고 체중은 세제곱으로
증가한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면 산소를 더 소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곤충은 몸의
표면적을 더 넓혀야 한다. 왜냐하면 곤충은 피부의 숨구멍으로 산소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이런 관계를 새나 포유동물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흰수염고래는 쥐보다
약 1,000 만 배 무겁다. 그러나 몸 표면적은 10,000배 더 넓을 뿐이다. 덩치가 이토록
큰 고래에게는 살아가는 데 어떤 이익이 있을까? 고래는 체중에 비해 몸 표면적이
적기 때문에 찬물과 접촉하는 데 유리하다. 그 결과 그들은 몸 크기에 비해 적은
식사량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만일 고래 크기의 동물이 물속이 아닌 육지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그토록
무거운 체중을 떠받치려면 엄청나게 굵은 다리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몸보다 다리가
몇 배나 크고 굵은 괴물이 생겨나야 한다. 그런 짐승이 태어났다가는 행동이 느리고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고래가 바다를 삶터로 삼은 것은 그 큰 몸을 떠받쳐 주는 부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옛날 거대한 공룡등도 그 체중을 견디기 어려워 지금의 하마처럼 물속에
몸을 담그고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한다.
바다에는 코끼리보다 큰 동물이 몇 가지 살고 있다. 대형 고래 종류 외에 몸길이가
165m나 되는 연체동물에 속하는 대왕오징어가 있고, 물고기로는 6.5m나 되는
쥐가오리가 있다.
지구에 사는 동식물 가운데 그 길이가 가장 긴 것은 남태평양에 사는
마크로시스티스라는 미역과 닮은 갈조류이다. 가장 길게 자란 것은 200m나 된다.
사실 이런 식물은 바다가 아니면 그토록 길게 자랄 수가 없다.
개미는 자기 키보다 100배나 높은 나무에서 땅에 떨어져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는다. 사람이 그랬다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개미와 사람의 낙하
속도는 서로 다르다. 개미 몸은 체중에 비해 표면적인 큰 편이기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지더라도 공기 저항을 많이 받아 마치 낙하산을 탄 듯이 천천히 떨어진다.
곤충은 정말 놀라운 체력을 가지고 있다. 개미는 자기 체중보다 50배나 되는 짐을
들어올릴 수 있고, 꿀벌은 300배나 무거운 추를 달고 날 수 있다.
몸이 작은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은 많지만, 작은 몸은 기온이 낮을 때
활동하기 어려운 불편한 점이 있다.
곤충은 몸의 크기에 비해 괴력이라고 할만한 대단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미를 보면, 자기 몸무게의 50배나 되는 짐을 거뜬히 운반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가장 힘센 장사라도 자기 몸무게의 3배 이상 되는 것을 들기 힘들다.
곤충 가운데 개미를 능가하는 최고 장사는 꿀벌이다. 꿀벌은 자기 몸무게의 300배나
되는 짐을 끌고 갈 수 있음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즉 꿀벌의 몸에 가느다란 실을 매고
그 끝에 짐을 달았을 때, 퍼덕이는 날개의 힘으로 그렇게 무거운 것을 달고 날아 간
것이다. 이 정도 힘이라면 사람이 혼자서 거대한 트레일러 3 대를 끄는 것이
해당된다.
현재 미국 맥도널 더글러서 항공기 제작 회사에서는 메뚜기의 다리를 닮은 항공기
착륙 장치를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은
선체가 항상 전후좌우 또 상하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이착륙이 아주
조심스럽다. 그리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전투기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메뚜기나
귀뚜라미 등의 곤충이 연약한 풀잎 위에 아주 쉽고도 안전하게 안착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항공기에서 착륙 바퀴를 떼어 내고 메뚜기 다리를 붙여 오르내리게 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지 않을까? 비행중인 동안에는 이 다리를 접어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곤충 중에 누가 과연 최고 장사인지 구별하기란 힘든 일이다. 개미는 물건을 입으로
물고 가는 장사이고, 꿀벌은 날개 힘이 강한 곤충이다. 그리고 곤충 세계에는 서로
우열을 정하기 힘든 온갖 운동경기 선수들이 많다. 메뚜기, 귀뚜라미, 방울벌레, 벼룩,
톡톡히 같은 곤충도 대표적인 높이뛰기와 멀리뛰기의 선수들이다. 벼룩은 몸길이
2mm, 키는 1.5mm 정도에 불과한데도 한번 점프하면 최고 33cm까지 뛴다. 이것은
자기 키보다 200배나 높이 점프한 것으로, 사람이라면 300m나 뛰어오른 셈이다.
곤충에서 볼 수 있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곤충의 근육은 그토록 강한 힘을
계속해서 장시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는 인도쥐벼룩을 병에 다 담고
가느다란 막대기로 계속 뛰도록 자극을 주었다. 이 벼룩은 1시간에 600번 비율로
72시간을 계속해서 뛰었다. 6초에 한 번씩 3일간 쉬지 않고 뛴 것이다.
이것은 곤충의 근육이 좀처럼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광대파리는 한 번도
쉬지 않고 6시간 30분을 난 기록이 있으며, 사막에 떼지어 다니는 메뚜기는 9시간을
연속 비행할 수 있다. 곤충이 이처럼 강한 힘을 장시간 내는 것은 몸에 비해 대단히
크고 강한 특별한 근육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벼룩은 포유동물이나 새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고 사는 아주 작은 곤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벼룩의 종류만 해도 1,500종에 이른다니, 곤충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다. 날개가 없는 대신 벼룩은 잘 뛰어야만 살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나가는
짐승이나 새의 몸에 재빨리 뛰어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몸을 좁다랗게
만들어 도약할 때 공기저항이 적고 또 새의 비좁은 깃털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 쉽도록
진화시켰다. 한편으로 그들은 뒷다리 근육 구조를 특별히 발달시켰다. 특히
레실린(resilin)이라 부르는 고무줄 같은 탄력을 가진 단백질로 특수한 근육을 만들어,
이 근육을 순간적으로 움직여 큰 힘을 낸다. 벼룩같이 작은 생물에게도 이처럼 신기한
신비가 숨겨져 있으니, 과학자들의 연구 과제는 무궁무진이라 하겠다.
어떤 과학자는 벼룩은 어떤 경우에 점프를 하는지 조사해 보았다. 그는 삼각형
플라스크 밑바닥에 모래를 약간 깔고 그 속에 몇 마리의 벼룩을 넣었다. 그리고는
플라스크 입을 2개의 유리관이 꽂힌 고무마개로 막았다.
한쪽 고무관을 입에 대고 아주 조용히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벼룩들은 일제히
나와 뛰기 시작했다. 원인을 찾아본 과학자는 벼룩이 뛰는 이유가 사람 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느끼고 행동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벼룩은 날개가 없는 대신 뛰어서 먹이에 접근하고 또 적으로부터 도망한다. 즉
점프라는 운동 방법으로 탄산가스를 내뿜는 따뜻한 동물을 찾아 그에 접근하여 그
피부에서 피를 빠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에 이끌리는 곤충으로 유명한 것에는 벼룩
외에 모기와 물땅땅이 그리고 진드기 종류가 알려져 있다.
벼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영국의 유명한 부호 로스차일드 씨는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차일드 씨는 은행과 보험회사의 경영자로서 큰 부자였다. 그는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과학자에게 투자하여 많은 벼룩 표본과 벼룩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 뒷날 그는 그가 일생 동안 구한 벼룩에 대한 연구 자료를
대영박물관에 기증했고, 그가 남긴 유물은 지금도 남아서 벼룩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훌륭한 기업으로 번 재산을 인류를 위한 과학 연구에 투자한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다.
* 사진 37
사진설명: 점프의 챔피언인 인도쥐벼룩. 6초에 한 번꼴로 3일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뛴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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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가 필요 없는 개똥벌레의 빛을 내자면
개똥벌레의 몸에서는 빛이 난다. 어부들이 금방 잡아 올린 오징어 몸에서도, 또 어떤
버섯 종류에서도, 깊은 바다에 사는 많은 물고기 종류의 피부에서도 발광 현상이
일어난다. 세상에는 이렇게 신기하도록 빛을 내는 생물이 여러 종류 있다. 그중에서도
개똥벌레는 대표적인 동물로서, 그들은 영양 물질을 화학적으로 산화시켜 열이 없는
차가운 빛을 낸다. 그래서 이런 빛을 보통 냉광(찰 냉, 빛 광)이라 부른다.
육지에는 발광하는 생물이 종류가 극히 드물지만, 바다에는 상당히 많은 물고기
종류가 빛을 내고 있다. 과학자들의 추측에 따르면 약 1,000종류의 물고기가 발광하고
있다. 그런데 바다의 물고기에서 나오는 빛은 거의가 스스로 내는 빛이 아니라 그
물고기의 몸에 붙어 사는 발광 박테리아 때문에 나오는 빛이다. 오징어의 몸에서
비치는 빛 역시 몸에 묻는 박테리아의 빛이다.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점점 어두워질 뿐만 아니라 더욱 조용해지고 추워지며, 사는
생물의 수와 종류가 줄어든다. 바다 깊이가 600m를 넘으면 거기엔 햇빛이 전혀
도달하지 못 하기에, 빛이 있어야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전혀 볼 수 없게 된다.
세계의 바다는 평균 깊이가 약 4,300쯤 된다. 그러니까 지구상의 바다는 85%
이상이 전혀 빛을 구경할 수 없는 어둠의 세계이다. 그리고 바다의 표면은 평균
수온이 섭씨 20 도쯤 되지만, 1,000m 되는 깊은 곳의 수온은 섭씨 5--6 도 정도로
낮다. 그러므로 깊은 바다는 어둡고 추우며 파도도 없다. 수압이 너무나 강하여
아무런 생물이 살지 못하는 지옥과 같은 세계로 생각된다.
수억 년 전의 옛 바다에는 햇빛이 잘 드는 아주 얕은 곳에만 식물과 동물이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그 얕은 바다에 수십만 종류의 동물이 탄생하여 서로
경쟁하며 살게 되자, 그중 어떤 물고기 종류는 도저히 생존 경쟁에 견딜 수 없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살기로 했다.
심해로 내려가 삶터를 갖게 된 몰고기들에게는 그들을 노리는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춥고 어둡고 또 수압이 엄청나게 눌러도 견딜 수 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곳에는 적이 없는 대신 그들이 먹어야 할 식량이 아주
귀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 수면 가까이 살던 동물들이 죽어서 가라앉는 시체를 주로
찾아 먹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깊은 바다를 삶터로 선택하게 된 물고기(심해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진기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도 아주 특이해졌다. 심해 잠수정을 타고 깊은 바다로 내려가 보면 마치 여름밤에
날아다니는 개똥벌레보다 더 신비스런 빛을 내며 헤엄치는 심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심해어들이 어둠 속에서 쉽게 동료를 찾고, 특히 산란기에 멀리서도 짝을
찾아내기 위해 발달시킨 적응 방법이다.
물고기들이 스스로 빛을 내도록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빛을 내는
박테리아(야광충)가 자기의 피부에 붙어살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 물고기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피부에 기생하는 야광충의 빛 때문에 발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개똥벌레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다. 심해에 사는 갯비늘치나
헤드라이트피시는 눈 앞에 상당히 밝은 빛을 내는 발광 기관이 있어 빛을 깜박이기도
하고 밝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또한 별앵퉁이라는 심해어는 몸길이가 6--7cm인데, 몸
옆에 도끼날 모양의 발광 기관을 가지고 있다.
심해어는 그 형태부터가 모두 괴물이다. 우선 그들은 입이 터무니없이 커다랗다.
이것은 먹이가 아주 귀한 곳에 살기 때문에 무엇이건 먹이만 있으면 커다란 입으로
얼른 삼켜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드레건피시라는 이름을 가진 심해어는 아래턱에 긴 수염이 달려 있다. 이 수염은
아주 특이하여 그 끝에 불을 켤 수가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 수염 끝에 불을
켜고 있으면 다른 작은 심해어가 먹이인 줄 알고 접근한다. 그때 입이 벌어지는
각도는 120 도나 된다.
바다 밑은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세계이다. 이런 곳에서 작은 물고기가 혼자서 빛을 내고 있으면 다른 큰고기에게 쉽게
발견되어 잡아먹히지 않을까? 포토블파론은 이런 위기를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위험을 느끼면 곧 불을 꺼 버리고 멀리 도망간 뒤에야 다시 켠다. 또
그들은 똑바로 헤엄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늘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그래서 다른 큰
물고기가 잡으려 해도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뒤쫓다가 허탕만
친다.
물고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연구용으로 이 발광어를 잡으려면 퍽 힘이 든다.
접근하면 불을 끄고 멀리 도망하므로, 잠수복을 입은 채 깜깜한 물 속에서 가만히
정지하고 기다려야 한다. 떼를 지어 몰려오면 준비해 간 전류를 물 속에 갑자기 흘려
기절하도록 만든다. 또 그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사진 찍으려 해도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
이 포토블파론이 내는 빛은 발광 생물이 내는 빛 중에서 발광 면적이 가장 넓고 또
밝아 한 마리의 빛으로 시계를 읽을 정도이다. 보통 때 이들은 1분간에 3번쯤 불빛을
깜박이는데 위험을 느끼면 75번 정도 점멸하면서 지그재그로 도망간다.
어떤 과학자는 이들이 불빛을 깜박거려 동료끼리 서로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하여 조사해 보았다. 그는 확인 방법으로 거울을 가지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거울을 본 물고기는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불빛을 동료의 불빛으로 생각하여 가까이
왔으며, 접근하자 불빛을 깜박이는 속도가 변했다. 이런 것을 보면 어떤 신호가 되는
것 같기도 하나 어떤 의미의 신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들이 밝은 불을 얻으려면 무엇을 태우거나 전기로 불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개똥벌레나 야광 박테리아 등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간단히 불을 밝힐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발광 박테리아를 비롯한 다른 발광 생물들이 어떻게 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내기는 했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만일 과학자들이
그러한 발광생물의 신비를 충분히 알아내기만 한다면, 같은 방법으로 손쉽게 빛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빛은 뜨거운 열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고 화재
위험도 없다.
오늘날에는 시골에서도 개똥벌레를 보기 어렵게 되어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만일
농약이나 공해 등으로 그러한 생물이 모두 죽어 버리고 없어진다면, 과학자들은
생물이 냉광을 내는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워지고 말 것이다. 개똥벌레가 귀해지자
일본에서는 개똥벌레는 인공사육하여 판매하기도 한단다.
* 사진 38
사진설명: 머리부분에 사는 발광박테라아에 의해 빛을 내는 심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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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섬유 거미줄을 만드는 비밀
옛 그리스의 신화 가운데에는 '아라크네'라는 이름을 가진 여신이 있었다. 이 여신은
아주 매혹적인 처녀였으며, 아름다운 옷감을 잘 짜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아테네'라는 다른 여신에게 도전하여, 누가 더 아름다운 베를 짜는지 겨루어
보자고 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아테네는 아라크네가 짠 옷감을 모두 찢어 버렸고, 이
때문에 아라크네는 슬퍼한 나머지 목을 메고 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아테네는 죽은
아라크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를 거미가 되에 해주었다. 그뒤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거미줄로 옛날처럼 아름다운 옷감을 짜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암시를 얻은 과학자들은 거미의 학명을 '아라크니다'라고 정했다.
거미는 징그럽기도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벌레이기에 친밀함도 있다. 거미류는
아주 추운 곳을 빼고는 뜨거운 열대 사막지방까지 이 지구 위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동물이다.
거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다리를 8개 가졌으며, 꽁무니에서 나오는 거미줄로
그물을 쳐서 먹이를 잡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거미 가운데에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몸길이가 12cm나 되는 '타란튤라'라는
아주 큰 거미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들 중에는 거미를 두려워하는 이도 있는데, 거미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도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에 사는 검은 과부거미는
무서운 맹독을 품고 있어서 사람이 물리거나 하면 죽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독거미 종류가 하나도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집안에서나 집밖에 나가서라도 거미에
대해 공포심을 가질 까닭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거미는 손수 실을 빚어 만든 그물을 덫으로 써서 먹이를 잡는다.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 곧 덫의 모습은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거미줄은 수레바퀴처럼 방사형으로 친 멋진 그물이지만, 그 밖에 깔때기 모양, 원통
모양, 공 모양, 얼기설기 엉성한 모양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종류는 거미줄을
낚싯줄처럼 써서 벌레를 잡기도 하고 투망으로 고기를 잡듯이 그물을 던져 먹이를
사로잡는 것도 있다.
거미의 꽁무니에서 끝없이 나오는 거미줄을 한 가닥처럼 보인다. 그러나 꽁무니를
확대경으로 보면 대단히 가느다란 거미줄이 수백 가닥 나와 이들이 서로 꼬여 한
가닥으로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미의 꽁무니에는 여러 개의 거미줄 돌기가 있고,
또 거기는 실을 내는 무수히 많은 토사관이 있다.
* 사진 39
사진설명: 거미의 꽁무니 토사관에서 수백가닥의 가느다란 줄이 나와 하나로 되면서
강력한 섬유가 된다.
거미줄은 거미의 몸 속에 있는 거미줄샘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파이브로인(fibroin)이라 불리는 액체가 몸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굳어서 끈끈한 실이
된 것이다. 거미는 굵은 줄, 가는 줄, 끈끈한 줄, 전혀 끈기가 없는 줄 등 필요에 따라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줄을 만들어 낸다. 거미줄은 언뜻 보기에 아주 약하게
느껴지나 사실은 누에의 명주실보다 더 가늘고 더 질기다. 끈끈한 거미줄에 붙어 버린
벌레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떨어져 나오기 어렵다. 거미 자신이 거미줄에 붙지 않는
것은 발과 몸에 기름 성분이 발라져 있기 때문이다.
거미들은 새끼라도 거미줄을 잘 만든다. 집의 모양이나 뼈대도 어른 거미가 만든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단지 그 크기만 작을 뿐이다. 거의 모든 거미는 이렇게
거미집을 치지만, 늑대거미는 일생 집을 만들지 않고 산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먹이가 보이면 갑자기 달려들어 한 번에 잡아먹는다. 어떤 거미 종류는
꽃이나 잎에 숨어 있다가 꽃에 다가온 먹이를 공격하기도 한다.
거미는 덫에 걸린 먹이를 직접 씹어먹거나 체액을 바로 빨아먹지 않는다.
거미에게는 벌레를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한 쌍의 이빨이 있다. 먹이가 걸려들면
먼저 독이빨로 물어서 죽이거나 마비시킨다. 그들은 이빨로 씹어먹을 수 없기 때문에
먹이의 몸 속에다 소화액을 쏟아 넣어 먹이의 몸이 소화액 때문에 분해되어 액체가
되도록 만든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다음 거미는 액체로 바뀐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미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잡은 먹이를 거미줄로 칭 싸
감아두는 것을 본다. 이것은 소화액을 넣어 두고 나중에 먹도록 비축해 둔 것이다.
거미는 상당한 대식가이다. 그리고 파리, 모기 등의 해충은 그들의 주로 잡아먹는
먹이이다. 대부분의 경우 거미줄에는 수없이 많은 벌레가 걸려들어,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 잡히고 있다.
거미는 수명이 1--2 년인 것이 보통인데 20 년 가까이 사는 종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거미는 한꺼번에 100여 개의 알을 낳지만, 어떤 종류는 3,000여 개를
낳는다고 한다. 대개의 거미는 알을 둥그렇게 덩어리지도록 낳은 다음 그것을 튼튼한
거미줄 주머니로 싸서 안전한 곳에 매달라 둔다. 어떤 늑대 거미 어미는 알주머니를
등에 지고 다니며 부화될 때까지 보호하기도 한다.
거미 가운데에는 일생의 대부분을 물 속에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지내는
종류가 있다. 유럽 북부에 사는 잠수거미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물 속에
살면서도 이 거미는 공기로 숨을 쉰다. 그러기 위해서 이 잠수거미는 물위에 올라가
거품을 구해서는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가져가 거미줄로 붙잡아 매어 둔다. 그리고는 이
기포 속의 공기로 숨을 쉰다. 한 방울의 공기 탱크 1개는 대개 6--7시간 동안 쓸 수
있다.
거미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것은 '타란튤라'라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거미이다. 털이 웃웃 나 험상궂은 모습의 타란튤라는 몸길이가 8--12cm에 이르며, 땅
밑에 구멍을 파고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곤충 따위를 잡아먹으러 나온다. 이 거미는
독이 있지만 사람을 해칠 정도는 아니고 새나 쥐, 뱀 따위는 마비시킬 수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찰스 크리스턴슨 씨는 오두막 같은 창고에서 수천 마리의
타란튤라를 키워 그 독액을 채집하여 그것을 신경의학자에게 제공하며 살아간다.
신경의학자들이 독거미의 독을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이 물질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독액은 신경의 자극을 전달하는 물질은 '글루타메이트'(뇌 속에 항상 다량
있음)의 기능을 중단시켜 다른 쪽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이
독액을 이용해서 뇌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신비를 조사하는 한 가지 약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신경 신호 차단의 원인을 알게 되면 뇌일혈이나 뇌의 발작을 막는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호주에는 깔데기그물거미라는 독거미가 살고 있다.
이 독거미의 독은 아주 강하여 어린아이라면 1시간 안에, 어른은 2,3일 동안
고통스럽게 지내다가 죽기도 한다. 이 독거미에게 물리면 속이 메스꺼워져 토하고
땀과 침을 흘리게 된다. 그러다가 호흡이 힘들어지고 피부와 온 근육이 심한 경련을
일으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지금은 이 독거미에 물리더라도 최근에 개발된 해독제를 주사하면 곧
회복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독거미에 물린 사람과 원숭이는 위험하지만 토끼나 쥐,
개, 말, 따위의 다른 동물은 아무런 중독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독충으로 유명한 전갈도 이들 거미 종류에 들어간다. 전갈은 열대지방 특히 사막에
많이 살며, 삼림지대에 사는 종류도 있다. 전갈도 여러 가지여서 이 지구에 약
700--800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갈은 보통 낮에는 바위 틈새나 구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나와 다른 거미나
풍뎅이, 바퀴벌레 따위를 잡아먹는다. 꽁무니에 달린 독침은 보통 때는 사용하지
않으며, 말썽을 부리는 큰 먹이가 있을 때만 집게발로 먹이를 잡고, 꽁무니를 자기
머리 너머로 젖혀 바늘로 찌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전갈의 독이 대단히 위험한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갈이 사람을 찌르는 일은 좀처럼 없으며, 자칫 찔린다 해도
몸이 마비되거나 붓고 열이 날 정도일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거미는 흥미로운 동물이기도 하지만, 해충을 없애주는 데 있어서
우리 인간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다. 그러나 거미가 실제로 인간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자세히 조사된 예는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산림이나 논밭 등에는
얼마나 많은 수의 거미가 살고 있으며, 그러한 거미들이 어느 정도 해충을 죽이고
있는지 조사해 본다면, 참으로 좋은 연구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농약을 많이 쓰는 오늘날에는 농약 때문에 많은 거미가 희생되고 있다.
농약에 의한 피해를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은 연구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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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없이 먹이를 잡는 거미들
거미는 적당한 공간에 그물을 쳐 두고 거기에 걸려 든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러나 거미류 중에는 그물을 쓰지 않고 직접 사냥을 하거나, 함정을 파
두었다고 멋모르고 끌려든 먹이를 잡는 종류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면 대단히 많은 종류의 거미가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집안에까지 들어와 형광등과 천장 사이나 장롱의 틈새에 거미줄을 치고
마치 방의 주인인 양 느긋하게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거미도 발견된다. 거미 중에는
땅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물속에 거미줄을 쳐 두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미류는 정원이나 들판, 숲 속과
같은 야외에서 먹이가 지나다닐 만한 공중에 멋진 거미줄을 만들어 두고 살아간다.
이 지구상에 사는 거미 종류가 31,000종을 넘는다고 하면 잘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약 600여 종의 거미가 조사되었으며, 지금도 수시로 신종이
발견되고 있다. 거미 종류가 다양한 만큼 거미에 대한 신비스럽고 재미난 이야기도 참
많다. 거미 연구자 중에는 뉴질랜드 대학의 로버트 잭슨 교수처럼, 일생 동안 한
종류의 거미(깡충거미)만을 선택하여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거미 가운데 땅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종류를 함정거미라고 부른다. 함정거미는
땅속에 튜브처럼 생긴 구멍을 만들고는 글 벽을 끈끈한 거미줄로 도배를 한다. 그리고
밖으로 통하는 구멍 입구에는 거미줄에 흙을 교묘히 붙여 만든 문을 설치한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함정거미는 문을 반쯤 열어 두고, 굴속에 숨어서 지나가던 다른
곤충이나 벌레가 멋모르고 기어들기를 기다린다. 함정거미가 판 굴은 아주 자연스러워
벌레들이 잘 들어온다. 이 때를 기다려 거미는 와락 달려들어 독이빨로 먹이를 물어
마비시킨다. 먹이를 움켜쥔 거미는 다른 침입자가 방해하지 않도록 문을 단단히 닫아
두고 식사를 시작한다.
거미 무리 가운데 그 종류도 많거니와 생김새와 사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고
신비스러운 것이 깡충거미 종류이다. 지구상에는 400여 종의 깡충거미가 퍼져 살고
있는데. 이들은 점프를 아주 잘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세계의
깡충거미는 크기가 모두 3--8mm 정도로 아주 작다. 피디푸스깡충거미는 길이가
5mm 정도인데, 3.5cm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를 훌쩍 건너간다. 만일 바위를 오르는
등산가가 로프를 들고 자기 키보다 5배나 먼 공간을 이 거미처럼 건너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그는 날렵한 스파이더맨이 될 것이다.
깡충거미가 뛰는 장면을 잘 보면, 뒤쪽 네 다리가 폭발하는 듯한 강력한 힘으로
뻗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뒷다리에는 유압계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져 있어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낸다. 유압계란 자동차 따위의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올리도록 만든 액체의 힘을 이용한 특별한 장치이다.
거미는 점프할 때 거미줄을 뻗으며 뛰어오른다. 그러므로 혹시 힘이 모자라 건너지
못하고 공중에서 떨어지게 되더라도 염려할 것이 없다. 거미줄이라는 튼튼한 로프가
몸을 거뜬히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사실 거미줄은 그 굵기로 비교할 때, 나일론실보다
질기고 가장 강하다는 강철선이나 탄소 섬유보다 더 강력하다. 그러니까 굵기로 따질
때 거미줄보다 질긴 물질은 아직 과학자들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듀퐁사는 거미줄을 닮은 인조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나일론
발명으로 섬유에 혁명을 일으킨 듀퐁사가 한 차례 인공거미섬유로 혁명을 몰고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거미라고 하면 모두가 공중에 그물을 쳐두고, 지나가던 벌레가
걸려들도록 기다리는 동물의 한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깡충거미는 굳이 공중이나
땅속에 그물이나 함정을 만들지 않아도 먹이를 잡을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깡충거미들은 파리나 모기 따위의 먹이감을 발견하면 살금살금 접근해 간다.
그러다가 4--5cm 떨어진 곳에서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먹이를 잡는다. 그들은
사냥감을 단단히 붙잡고는 독이빨로 깨물어 먹이 몸 속에 독액을 집어넣는다. 거미의
독이빨에서 나온 독액은 소화액이어서, 잡은 먹이의 몸 내부 조직을 녹여 버린다.
거미는 조금 기다렸다가 다 소화된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으면 된다.
깡충거미처럼 먹이를 급습하여 사냥을 하려면, 목표를 한순간에 정확히 공격하도록
훌륭한 시력이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거미의 눈을 보면 두 개가 아닌 여덟개가 붙어
있어 외계에서 온 무슨 괴물처럼 보인다. 특히 깡충거미들이 가진 커다란 눈은 더욱
기괴하게 느껴진다.
거미 머리 정면 중앙에는 눈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행 눈이 두 개
있다. 이 두 개의 중앙눈은 마치 쌍안경처럼 느껴지며,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려
이곳저곳을 본다. 이때 두 눈은 한 곳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두 눈이 각기 다른
쪽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중앙눈 좌우 바로 옆에는 측눈이 각각 한 개씩 두 개가 있다. 이 측눈은
움직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측눈 뒤편 좌우에는 다시 좀더 작은 눈이 두
개씩 있다. 거미는 이렇게 여덟 개의 눈으로 사방을 동시에 경계하며 살핀다.
과학자의 관찰에 따르면 깡충거미는 모든 눈을 잘 활용하여 자기 몸길이의 20배 거리
이내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깡충거미들은 이렇게 교묘한 눈으로
가까이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중앙 큰 눈을 써서 초점을 맞추고 실수하는 일 없이
정확히 공격한다. 한편 깡충거미의 눈은 녹색에 특히 민감하고, 자외선을 보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거미의 눈은 먹이는 찾는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노리는 새 따위의
적도 살펴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일은 눈으로 자손을 퍼뜨릴 결혼
상대를 찾아내는 것이다.
* 사진 40
사진설명: 많은 깡충거미는 툭 튀어나온 깡충거미는 툭 튀어나온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이 고릴라 깡충거미는 큰 종류에 속하며
생김새처럼 사나운 사냥꾼이다.
깡충거미들은 때로 자기보다 몸집이 큰 잠자리나 사마귀에게 달려들어 독액을 넣어
성공적으로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간혹 실수하여 사마귀에게 오히려 잡혀 먹히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이면 공격하는 깡충거미지만,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조그마한
청개구리에게는 절대로 덤비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깡충거미는 작은
청개구리에 대해서 어째서 무관심한지 그 이유는 모르고 있다.
깡충거미 중에는 전혀 거미 모습이 아닌 다른 종류의 곤충 형태를 가진 것도 있다.
스리랑카에는 개미를 꼭 닮은 개미깡충거미가 살고 있고, 싱가포르에는 작은 풍뎅이를
닮은 종이 있다. 새들은 이 풍뎅이깡충거미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날거라고 생각하여
공격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곤충들은 깡충거미가 옆에 와도 "무서울 게 없는
풍뎅이려니" 생각하여 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풍뎅이깡충거미의 의태(다른
동물을 흉내낸 모습)는 참으로 쓸모 있는 변장술이다.
가벼우면서도 강인한 로프를 들고 높은 지대를 자유로 오르내리며, 멀찍이 떨어진
곳을 훌쩍 건너뛰는 점핑 스파이더(깡충거미의 영어)는 정말 신비스럽다. 우리나라에도
20종 이상의 깡충거미가 살고 있지만, 그들의 습성에 대해서 자세히 관찰된 보고가
적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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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농사를 하는 수확개미의 미스테리
1871 년쯤의 일이다. 영국의 어떤 과학자가 유럽 남쪽의 지중해를 여행하다가
이상한 개미 종류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개미들의 집 가까이에서 평소 볼 수 없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개미들은 그 풀의 열매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저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히 개미가 농사를 지어 그것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과학자는 이 개미에게 '수확개미'라는 이름을 붙였고, 수확개미는 곧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수확개미가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잘못된 관찰이었다.
수확개미가 살고 있는 지중해에는 날씨가 늘 건조하여 먹이가 귀하고 생존 경쟁이
심한 곳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씨앗을 주로 먹는 수확개미들은 언제나 부지런하게
씨앗을 물어다 집에 저장한다. 그런데 저축된 씨앗 가운데 어떤 것은 용케도 버려진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랐다. 그렇게 되면 개미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손쉽게
식량을 구하게 된다. 수확개미가 과학자의 눈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처럼 보인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을 우연히 보고 그렇게 판단한 때문이다.
사회생활(모듬살이)을 하는 곤충으로 개미와 벌을 대표적으로 손꼽고 있다. 이 두
가지 곤충 가운데에서도 벌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종류가 많이 있지만,
개미는 모두 인간 사회와 같은 모습으로 가족을 이루어 모듬살이를 하고 있다.
이 지구에는 15,000종의 개미가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종류의 개미들이 모두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개미에게는 다른 곤충과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인간의 뇌와 비슷한 신경 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파리나 잠자리, 개미, 벌, 나비 따위의 곤충도 지능을 가지고 있을까?
이것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거의 모든 곤충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살아간다. 그 보기를 들면 창문에 붙어서 밖으로 날아가려고
애쓰는 파리가 있다. 아래 창문은 열려 있는데도 파리는 위로만 날아 올라가 몇
시간이고 닫혀 있는 위쪽 창문에서만 나갈 곳을 찾으려 한다. 이런 것을 보면
곤충에게 지능이 있다고 믿기가 어렵다.
'지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배우는 능력 곧 학습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개미는 잘 알고 있듯이 여왕개미,
병정개미, 일개미, 수캐미 등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임무가 나뉘어 있다. 그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량을 모으는 일(수확)을 하며 먹이를 찾아다니고(사냥), 또 새끼에게
먹이를 먹여 키우는 일(육아)을 한다. 개미의 이러한 생활은 3--4,000 만 년 전의
화석 속에서도 발견되므로 개미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런 사회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개미에게 과연 학습 능력과 기억 능력이 있는지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았다. 먼저 길을 찾기 어렵게 만든 '미로' 속에 개미를 넣고 먹이를 찾게 해보았다.
그 결과 다른 곤충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어려운 길을 아주 빨리 알아내었고, 그
길을 기억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 개미들은 먹이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비가
온다든지 하여 막혀 버리면 다른 길을 찾아내는 능력도 보여준다. 이러한 능력은
개미의 종류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어 어떤 것은 훨씬 지능이 높은 반면에 그렇지
못한 종류도 있다.
개미들이 먹이를 찾고, 땅굴을 파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면, 그들은 동료끼리
만나면 서로 촉각으로 가볍게 치고 때로는 입에서 입으로 작은 액체 방울을 건네는
것을 보게 된다. 또 집 속에 있는 개미들은 입으로 알과 애벌레를 핥아 주거나 여왕을
시중들기도 한다.
개미들은 냄새로써 동료를 분간하여 집과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
개미들이 서로 촉각을 비비고 핥고 먹이를 주고받는 것은 서로의 정보를 알리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개미의 행동들을 볼 때, 개미는 다른 여러 곤충
가운데 신경 구조가 가장 발달된 곤충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수확개미 이야기를 했는데, 개미 가운데는 실제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손수 농사를 짓는 개미가 100여 종이나 살고 있다. 그들이
재배하는 것은 어떤 식물이나 농작물이 아니라 곰팡이를 키워 식량으로 쓴다. 이렇게
곰팡이를 재배하여 먹이로 삼는 개미를 '가위개미'라고 부르는 데, 서양 사람들은
'잎을 자르는 개미'라고 이름지었다.
이들 개미는 언제나 줄을 지어 잎이 무성한 나무를 찾아간다. 먼저 도착한 개미들은
나무에 올라가 날카로운 이빨로 잎을 크게 또는 작게 잘라서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다른 개미들은 그 잎을 자기가 몰고 갈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잘라서, 다시
줄을 지어 집으로 가져간다. 커다란 잎을 물고 행진해 가는 이러한 가위개미의 행동을
관찰하던 선구적인 개미 과학적인 핸리 맥쿠크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모양이 마치 깃발을 들고 가는 우리 교회의 어린이들 같습니다." 남아메리카의
어떤 가위개미는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나뭇잎을 남김없이 완전히 따 버리기 때문에,
이 개미들은 때때로 해충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개미들은 나뭇잎을
집으로 가져와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이빨로 잘게 씹어서 스폰지처럼 부드럽게
만든 다음 그것을 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개미 굴 안은 더운데다가 습기까지
풍부한 땅속이기 때문에 저장해 둔 잎에는 곧 곰팡이가 자라기 시작하여 팡이실이
마구 뻗어나오게 된다.
더욱 재미난 것은 개미의 집에서 자라는 곰팡이는 반드시 일정한 종류뿐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개미가 잎을 이빨로 씹을 때 섞여 들어간 침이 다른 잡균은 자라지
못하게 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위개미는 큰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는 경우, 한 집안의 식구가 수백만 마리나
되며, 집 크기가 가로세로 10m에 이르고, 길이가 5mm 되기도 한다. 그 속에다
높이가 30cm나 되는 큰 굴을 뚫어서 잎을 저장해 곰팡이를 키우기도 한다. 이 개미가
사는 집은 금방 알아 수가 있다. 왜냐하면 가위개미의 집 가까운 곳에 자라는
나무들에는 잎이 달려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미집에는 곰팡이 재배 작업만 맡아서 하는 더 작은 일개미가 돌아다니고 있다. 또
새끼만 키우는 역시 작은 개미가 있어 이들은 곰팡이가 많은 곳으로 애벌레를 물고
가서 그것을 먹게 한다. 바깥에서 잎을 운반해 오는 일은 모두 커다란 일개미가 한다.
또 개미 가족 속에는 몸이 가장 큰 병정개미가 따로 있다. 그들은 집 앞을 지키거나
먹이를 운반해 오는 길을 지키며 적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놀라운 생활 습성을 가진 가위개미는 어쩌면 개미 가운데서 가장 영리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우선 땅속 집에서 키운 곰팡이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먹이다툼을 할 까닭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먹이의 원료인 나뭇잎은
지구 위에 어디에나 무진장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 사진 41
사진설명: 수확개미들이 잎을 잘라 운반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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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는 해충을 없애는 익충
잔뜩 굶주린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꼼짝도 하지 않고 붙어서 험상궂은
모습으로, 멋모르고 다가오는 메뚜기를 노려보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마귀는
삐쭉삐쭉 톱날이 선 앞발로 번개같이 메뚜기를 낚아챈다. 사마귀가 먹이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의 1초에 지나지 않는다. 잭나이프처럼 생긴 사마귀의 앞발에
돋아 있는 가시에 메뚜기의 몸뚱이는 꼼짝없이 잡혔다. 사마귀는 무섭게 생긴
얼음집게 같은 입으로 메뚜기의 목덜미를 깨문다. 이윽고 꿈틀거리던 메뚜기의 숨이
멎었다. 사마귀는 입이 터지도록 메뚜기를 우물우물 씹어먹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곤충 학자 앙리 파브르는 사마귀를 ""살아있는 것만 잡아먹는
숨어사는 폭식자"라고 말했다.
'사마귀'라는 우리나라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한 가지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생기는 피부에 도도록하게 돋아나는 낱알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험상궂게
생긴, 풀숲이나 나뭇가지에 사는 곤충의 일종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마귀란 곤충은 이름 그대로 무섭게 생겼고 그 버릇도 포악하여, 예부터
어린이들은 사마귀를 두려워하여 좀처럼 잡으려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곤충채집
숙제가 있어도 사마귀 표본을 만들어 오는 어린이는 거의 볼 수 없다. 사마귀란
사(죽을 사), 곧 '죽음'이란 의미와 '마귀'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 기분 나쁜 이름이다.
옛날 어른들은 사마귀를 잡지 못하도록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마귀의 오줌이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다."
"사마귀 오줌이 손에 묻으면 사마귀가 돋아난다."
그런데 이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위협적인 말은 오히려 있어야 좋은
거짓말이다. 사마귀가 여름 동안에 농작물의 해충을 얼마나 많이 잡아 먹는지 알고
나면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아주 무서운 전설을 퍼뜨려 귀중한
자연을 보호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보기를 든다면 이런 전설이다.
"제비를 죽이면 어머니가 병이 난다."
"마을에 있는 큰 느티나무의 가지를 자르면 누구든 한 달 안에 죽는다." 제비나
사마귀는 모두 해충을 없애 주는 귀중한 새와 곤충이다. 그리고 마을의 큰 느티나무는
온 동네 사람이 더운 여름날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는, 수백 수천 년을 지켜야 할
나무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우리 조상들은 지혜롭게도 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미신이기 하지만 무서운 전설을 만들었던 것이다.
* 사진 42
사진설명: 사마귀는 사람의 접근을 두려워 하지 않고 해충을 잡아먹는 대단히
귀중한 익충이다.
사마귀를 무서워하기는 서양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유럽 사람들은
사마귀를 무서워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귀한 존재로 숭배하기도 했다. 무섭게 생긴
앞발을 들고 똑바로 서 있는 사마귀의 모습은 그들의 보기에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불룩 튀어나온 눈과 마음대로 빙글빙글 돌릴 수 있는 머리는
보기에 두렵기도 하려니와 신비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마귀에게
맨티스(mantis)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마법사와 같은 예언자'라는 뜻이다.
사마귀는 지구상에 1,800종 정도 살고 있다. 이들은 열대지방과 온대지방에만 살고,
우리나라보다 더 추운 곳에서도 볼 수가 있다. 여름에 풀숲이나 벼 잎에 앉아 있는
사마귀를 발견하면 두려워 말고 자세히 살펴보자. 사마귀의 특징은 무섭게 생긴 낫
모양의 힘센 앞다리와 마음대로 목을 돌려 사방을 볼 수 있는 삼각형의 머리이다. 낫
모양의 앞다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솟아있으며, 삼각형의 머리 양쪽에는 커다란 눈이
붙어 있다.
사마귀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서 도망가거나 하지 않는다. 사마귀는 가만히
숨어 있는 풀의 빛깔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초록색 잎에 있는 것은
초록색이고, 변색한 잎이나 나뭇가지에 숨어 있는 것은 갈색이며, 붉은 꽃이나 노란
꽃에서 지내는 것은 붉은색이나 노란색으로 제 몸을 보호하고 있다.
사마귀는 몸의 형태도 아주 여러 가지이다. 어떤 것은 나뭇잎 모양이고, 어떤 것은
그가 숨어 지내는 꽃잎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나뭇가지 모양, 개미모습, 나뭇 껍질이나
이끼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사마귀의 커다란 두 눈은 수백 개의 작은 홑눈이 모인 것이다. 이 홑눈은 먹이를 잘
찾아내고 그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사마귀는 밤이 되면 잘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에 불빛이 있으면 그곳으로 날아가 불빛에 이끌려 모여든 다른 곤충들을
마구 잡아먹기도 한다.
사마귀는 반드시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을 사냥한다. 그리고 이들은 날개가 있어도
좀처럼 날지 않는다. 그래서 날아가면서 곤충을 잡는 일은 없다. 사마귀는 대단한
대식가이다. 어떤 때는 자기보다 큰 먹이를 잡아서 남김없이 먹기도 한다. 사마귀의
무기는 길고 큰 앞발이다. 이 앞발은 대단히 힘이 세며 거기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가시가 줄을 지어 돋아 있다. 이 앞발의 가시에 걸려든 곤충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만일 사람이 사마귀를 막대기 같은 것으로 위협해 보면, 사마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앞발과 날개를 위협하듯이 펼쳐 허세를 부리면서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사마귀가 즐겨 잡아 먹는 사냥감은 메뚜기, 말벌, 나비, 나방, 귀뚜라미, 잎을 갉아먹는
곤충의 애벌레 등이다. 때로 사마귀는 자기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며, 심지어 자기
새끼를 먹는 일도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결혼 상대까지 잡아먹는 일이 흔히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먹성이 좋은 사마귀에게는 그들을 위협하는 적이 있을까?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세계에는 적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사마귀를 즐겨 잡아먹는 것에는
각종 새들이 있으며, 열대 지방이라면 원숭이, 들쥐, 도마뱀 따위가 있다. 사마귀는 잘
날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 들키기만 하면 쉽게 희생물이 되고 만다.
사마귀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다. 교미를 한 사마귀의 암컷은 교미한
상태에서 수컷의 머리부터 먹기 시작한다. 신비스럽게도 수컷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암컷의 밥이 되고 만다. 과학자들은 사마귀가 교미를 하다가 암컷이 수컷을 먹는
까닭은 건강한 알을 낳는 데 필요한 영양분인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미를 끝낸 사마귀는 2--3일 뒤 나뭇잎이나 가지 위에 알을 낳는다. 산란할 때는
먼저 꽁무니에서 거품 같은 물질을 분비해 놓고, 그 속에다 100여 개씩 낳아 놓는다.
암컷 한 마리는 이런 알 덩어리를 10여 차례 낳는다. 알을 둘러싼 거품은 곧
플라스틱처럼 굳어진다. 이것은 추위를 잘 막아 겨울을 나도록 해준다. 만일 추운
지방이 아니라 사막이라면, 이 거품으로 된 알집은 사막의 건조한 날씨에도
말라버리지 않고 무사히 견디게 해준다.
사마귀를 농약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 메뚜기는 없애지만 사마귀한테는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농약을
개발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러한 농약도 연구되어 나올
것이다. 그러한 농약은 화학약품이 아니라, 메뚜기의 몸에서만 번식하는 세균 따위를
아주 많이 길러 그것을 농약처럼 논과 밭에 뿌리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미생물
농약'이라 불리는 유전자공학 시대의 발명품이다. 없애야 할 해충만 골라서 죽이는
이런 '선택성 농약'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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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적응 기술과 감각 능력에도 배울 것이 있다.
바퀴벌레가 이 지구 위에 나타난 것은 약 3억 2천만 년 전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때의 오랜 화석에서 그들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는 다른
곤충에 견주어 세 가지 중요한 자랑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이 지구 위에 가장 먼저
탄생한 곤충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이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퀴벌레의 형태가 더 이상
진화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적응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세번째 자랑은 아주 나쁜 환경 속에서도 바퀴벌레만큼 잘 견디며 살 수 있는 곤충이
없다는 점이다.
동물들 가운데 가축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 가까이서 함께 살기를 좋아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보기를 들면 쥐 종류 가운데는 집쥐, 곤충들 가운데는 집파리,
모기, 이, 벼룩, 빈대, 바퀴벌레 따위가 그러한 동물이다. 인간 가까이 사는 이런
동물들은 대개 사람을 괴롭히고 병균을 옮기는 반갑지 않는 것들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위협하는 이런 동물을 특히 '위생동물'(곤충은 위생곤충 또는 위생해충)이라
부르며, 그러한 것들을 없앨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위생동물은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그 동안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위생곤충 가운데 바퀴벌레는 주택이나 아파트, 사무실 등에서 너무나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바퀴벌레는 보통 그냥 '바퀴'라고 부르지만, 지방에 따라 강귀 또는
강구라 하는 곳도 있다. 옛날에는 바퀴가 지금처럼 귀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주로 큰 부잣집에서만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만 산다 하여 이 곤충이
살면 행운이 온다고 '돈벌레'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옛날에 바퀴가 부잣집에 많이 살았던 것은 중요한 까닭이 있다. 그것은
부잣집은 1 년 내내 바퀴가 얼어죽지 않을 만큼 실내 난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퀴들은 방안의 물까지 꽁꽁 어는 추운 집에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집들이 개량되어 겨우내 집안이 따뜻하도록 보온되면서부터 바퀴들은
사무실이나 아파트는 물론 어느 집에서나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바퀴가 많은 집에서는, 한밤에 전등불을 켜 보면 크고 작은 바퀴들이 구석으로
황급히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된다. 살충제를 강하게 뿌려도 며칠 뒤면 또 전과 같이
설치고 다닌다.
이 지구에는 놀랍게도 약 5,500종의 바퀴가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있은
몸길이가 1cm 정도 되는 그냥 '바퀴'라고 부르는 종류이다. 그 밖에는 먹바퀴, 줄바퀴,
이질바퀴 등이 집 가까이 살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바퀴들 가운데 집에서 사는 것을 빼놓으면 염려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장 흔한 바퀴는 그 번식력이 너무나 놀랍다. 암수 한쌍의 바퀴가 1 년
뒤에는 최고 40 만 마리의 대가족으로 불어 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교미를 하고 3일이 지나면, 암컷의 복부에는 30--40개의 알이 든 알집이 생겨난다.
암컷은 이 알집을 배에 붙인 채 20일쯤 지내다가 몸에서 떼어놓는다. 그러면 알집이
찢어지면서 그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기어 나오게 되고, 그때부터 새끼들은 스스로
먹이를 먹으며 살아간다. 바퀴의 알이 완전한 어른이 되기까지는 약 7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바퀴는 1 년에 5번 정도 세대가 바뀔 수 있다.
바퀴를 보면 그 껍질이 기름을 바른 듯이 광택이 난다. 이 광택은 껍질에 들어 있는
왁스와 기름 성분으로서, 바퀴가 물이 없는 건조한 곳에 오랫동안 살더라도 몸 속의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구실을 한다. 그 덕분에 바퀴는 물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1개월 이상 산다.
바퀴는 물을 먹지 않고도 오래 살 뿐 아니라 아무 것도 먹지 않고도 3개월을 죽지
않고 산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바퀴는 무엇이든 잘 먹는다. 부엌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즐겨 먹는 한편, 먹을 것이 없으면 종이, 심지어는 비누까지 먹기도 한다.
또 바퀴는 강한 방사선을 쬐어도 좀처럼 죽지 않고 잘 견디며, 냉장고 속에서
48시간 동안 살아 있었던 기록도 가지고 있다. 바퀴는 본래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살기 좋아하지만, 이렇게 강인한 성질 때문에 배나 비행기에 실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따라가, 오늘날에는 심지어 북극 지방의 주택에도 퍼져 있다.
바퀴는 동이 대단히 재빠르며, 미끄러운 벽에서도 빠르게 걸어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 몸은 아주 납작하여 1mm 정도의 틈새로도 잘 숨어들어 간다.
바퀴 종류는 대부분의 야행성으로서, 주로 밤에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낮에는
구석진 곳에서 숨어지낸다. 집이 아닌 자연 속에 사는 바퀴 종류들은 돌 밑이나 나무
껍질 사이, 낙엽 아래, 어두운 그늘 등에서 지낸다.
바퀴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잘 날지는 못하고 높은 데서 아래쪽으로 하강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잘 날지 못하는 대신 바퀴는 빠른 발과 뛰어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바퀴가 가진 안테나 노릇을 하는 길다란 더듬이는 주변의 공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사람이나 적이 접근함을 알고 도망간다. 그리고 그 더듬이는 습도에
민감하여 축축한 곳을 쉽게 찾아내며, 냄새를 매우 잘 맡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바퀴의 머리에는 4개의 작은 턱수염이 있는데, 이것은 먹이를 찾았을 때 그것을
먹어도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감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턱수염은 먹이
속에 들어 있는 소금기라든가 당분, 그리고 산성 물질인지 알칼리성 물질인지를 아주
빠른 감각으로 알아낸다.
바퀴의 다리에는 더욱 놀라운 감각 기관이 있다. 그것은 바퀴의 다리에 나있는
털로서, 이것은 대단히 빨리 주변의 진동을 알아낸다. 그래서 사람이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히 접근해도 곧 알아차리고 구석으로 순식간에 도망간다. 과학자들은 바퀴가
이러한 진동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그 신경을 전기로 조사했다. 그 결과 바퀴는
진동 자극을 받는 지 5,400분의 1초 만에 반응을 나타냈다.
이처럼 사는 데에 유리하고 편리한 기관을 가진 바퀴는, 사람들이 아무리 없애려고
노력해도 늘어만 가고 있다. 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나 바퀴벌레는 없애기 위해 쓰는
살충제의 비용이 막대하다. 그런데다가 바퀴벌레는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그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체에 해가 될 정도로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바퀴를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퀴는
뿌리째 없어지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생겨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퀴의 번식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의를 평소에 할 것을 권고한다.
습기와 음식 찌꺼기가 많은 부엌과 화장실을 늘 깨끗이 하고, 쓰레기통은 바퀴가
숨어 들어갈 틈이 없도록 완전히 봉해 두어야 한다. 수시로 바퀴벌레 약을 흩어 놓을
것이며,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한 집도 빠짐없이 동시에 약을 놓도록 한다.
바퀴를 없애는 일은 오늘날 온 세계의 고민이다. 쓰레기통과 상한 음식 위를 마구
쏘다니는 바퀴가, 그 발에 어떤 병균을 묻혀 우리에게 감염시킬지 모른다. 3억 년
이상 변함없이 지상에서 살아온 바퀴의 끈질긴 생명력과 인간의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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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가 곤충계의 왕자가 된 이유
풍뎅이, 하늘소, 무당벌레, 바구미, 물방개, 사슴벌레 등의 곤충을 우리는 딱정벌레라
부른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는 곤충의 한 무리이다. 지구상에는 딱정벌레
또는 갑충이라 부르는 곤충 무리가 약 30 만 종이나 살고 있다. 이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그 종류가 많은 것이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물고기류와 양서류(개구리 따위), 파충류(뱀, 거북류), 새 그리고 포유류 전부를 합한다
해도 그 종류는 겨우 44,000종에 불과하다.
이와 비교할 때 딱정벌레란 그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딱정벌레 종류는 약 8,000여 종이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딱정벌레는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해마다 신종이 수백 종이나 발견되고 있다. 딱정벌레는 그 종류가 많은
만큼 사는 장소로 다양하다. 그들은 숲 속의 나무, 초원, 사막, 높은 산, 개천, 강,
호수, 바다, 땅밑, 소금 호수, 집의 정원, 심지어 부엌과 안방에까지 들어와 살고 있다.
딱정벌레는 지구상 곳곳에서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몇 가지 자랑을 가졌다. 첫번째
자랑은 딱정벌레들이 다른 곤충에게 없는 훌륭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딱정벌레의 등은 두텁고 단단한 '딱지날개'로 덮여 있다. 이 딱지날개 때문에
이들은 딱정벌레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단단한 이 날개로는 날 수가 없다. 대신에
딱지날개 밑에는 얇은 날개가 잘 접힌 채 감추어져 있다.
딱정벌레의 딱지날개는 마치 거북의 등껍질처럼 적의 공격을 막아 준다. 또한 그
딱지는 건조한 곳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해준다. 딱지날개야말로 그들의
자랑스런 방어복이다. 딱정벌레가 비행하려고 할 때는 이 딱지날개 밑에 접어둔
은빛의 얇은 속날개를 사용한다. 그들의 비행 속도는 빠르지 못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속날개로 날아서 먹이를 찾아가고, 결혼을 하며, 또 알을 낳을 장소를 찾고, 적이
접근해 오면 서둘러 도망을 간다.
딱정벌레가 지구상에 그처럼 번성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가리지 않고 먹는
그들의 식성 때문이다. 벌이나 모기종류는 침을 사용하고, 나비종류는 길다란 관으로
꿀과 즙을 빨아먹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곤충은 액체 상태의 먹이를 먹는다. 그러나
딱정벌레들은 튼튼하게 잘 생긴 턱과 입으로 아무리 단단한 것이라도 깨물고 씹어서
먹을 수 있다.
딱정벌레들은 무엇이나 잘 먹는 편이다. 꽃가루에서부터 곰팡이, 죽은 관충이나 다른
큰 동물의 시체, 나무, 곡식 등등 닥치는 대로 그들의 식량이 된다. 그 때문에 많은
종류의 딱정벌레는 인간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떤 풍뎅이는 과수나 꽃나무의 뿌리를 갉아먹어 죽게 만들고 어떤 것은 콩, 옥수수,
감자, 호박 등의 농작물을 헤친다. 또 어떤 종류는 곡식을 갉아 먹는다. 바구미 종류는
곡식의 해충으로 특히 유명하다.
어떤 종류는 우리들의 음식까지 먹어 치운다. 건포도, 초콜릿, 담배까지도 먹는다.
그리고 옷이나 카펫을 갉아먹는 것, 털과 가죽을 쏠아 먹는 것, 심지어는 전화선 속에
굴을 파는 것이 있다. 특히 살짝수염벌레라는 이름을 가진 딱정벌레는 낡은 목재를
갉아먹고 산다. 이 벌레가 집의 나무 기둥이나 가구를 갉아먹느라고 머리를 힘껏
부딪치면 '딱딱'하는 작은 소리까지 들린다. 옛날 유럽 사람들은 이 소리가 집안에서
들리면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 벌레의
이름을 '죽음을 예고하는 딱정벌레'라고 지어 불렀다.
딱정벌레라고 모두 인간에게 나쁘기만 한 해충은 아니다. 무당벌레와 가뢰종류는
다른 해충들을 잡아 먹는 익충이다. 이들은 반날개, 반디 등과 더불어 해충인 진딧물과
깍지벌레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어떤 딱정벌레는 메뚜기의 알을 먹는다. 메뚜기는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이기 때문에 그 알을 먹어 버린다는 것은 농부들에게 아주
반가운 일이다.
딱정벌레 중에는 훌륭한 청소부도 있다. 쇠똥구리가 그들이다. 쇠똥구리는 소나
말의 배설물을 둥그렇게 뭉쳐 땅속 집에 저장해 두고 먹이로 삼는다. 미국 텍사스
주의 넓은 농장에서는 쇠똥의 80%를 쇠똥구리가 청소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엄청나게 쏟아놓는 코끼리의 똥을 역시 쇠똥구리가 거의 청소한다.
딱정벌레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변태를 한다. 즉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딱정벌레의 어미는 애벌레가 먹을 양식이 많다고 판단되는
나무속이나 나무껍질 아래, 낙엽 사이, 죽은 동물의 몸 등에 알을 낳는다.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굼벵이라고 부른다. 땅을 팔 때 흔히 발견되는 하얀 굼벵이는
딱딱한 딱지날개를 가진 어미와는 모습이 마주 다르다. 어떤 딱정벌레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가 되기까지 2--3주일이 걸리지만, 사슴벌레는 5--8 년이 지나야 어미가
되므로 그 동안 내내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게 된다.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어미가
되기 전에 일단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번데기 속에서
딱정벌레는 어미(성충)가 되어서 나온다. 성충이 되어야만 우리는 그들을 딱정벌레라고
부를 수 있다.
딱정벌레 가운데 가장 큰 종류는 아프리카에 사는 골리앗풍뎅이이다. 그것은
몸무게가 약 100g이나 되고, 몸길이가 15.5cm에 달한다. 그런데 가장 작은
딱정벌레는 겨우 0.02c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나무딱정벌레가
가장 작은데, 몸길이가 0.25c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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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동물과 함께 사는 숲의 청소부 쇠똥구리
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는 곤충 가운데 쇠똥구리라는 재미난 습성을 가진
곤충이 있다. 그들은 초원의 청소부이며 농부이고 의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동부의
드넓은 대초원에서는 수없이 많은 초식동물이 살고 있다. 초식동물이란 풀이나 나뭇잎
따위의 식물을 먹고사는 소, 염소, 양, 사슴, 기린, 코끼리 따위이다. 이들 초식동물은
영양가가 적은 식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항상 많이 먹어야 하고, 그에 따라 분뇨도
늘 수북하게 배설하게 마련이다. 소가 자주 다니는 시골길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배설물이 떨어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초식동물의 분뇨가 생각만큼 그렇게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배설물을 쇠똥구리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그들의
집으로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쇠똥구리는 풍뎅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서, 소나 말의
똥을 둥글게 만들어 밀고 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쇠똥구리는 길이가 18mm쯤 되며, 검은 빛깔에 광택이 난다.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똥을 지하에 만든 그들의 집으로 가져가 그것을 식량으로
삼으며, 그 속에 알까지 낳는다. 거기서 깨어난 유충도 똥을 먹고 자란다. 그러므로
쇠똥구리는 초원의 훌륭한 청소부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쇠똥구리는 더 훌륭한
일을 해주고 있다. 동물의 똥이 풀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면 파리가 마구 몰려들고
번식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청소 덕분에 초원에는 파리가 크게 생겨나지 않는다.
또 쇠똥구리들은 땅에 구멍을 파고 살기 때문에 식물의 뿌리에 공기가 잘 전달되게
해준다. 육지에 사는 식물의 뿌리는 항상 충분한 산소가 있어야 잘 자란다. 농부들이
밭과 논을 갈고 매주는 것은 잡초를 없애는 동시에 농작물의 뿌리에 공기가 잘
들어가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땅속으로 들어간 똥은 식물의 비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초원의 쇠똥구리는 밭을 매고 비료를 주는 농부 역할도 하는 셈이다.
쇠똥구리는 기생충과 질병의 전염을 막아주는 의사 역할도 겸한다. 동물의 똥에는
기생충이나 그 알, 그리고 나쁜 세균이 섞여 있다. 만일 그것이 초원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면 기생충과 질병은 더 잘 전파될 것이다. 쇠똥구리들은 그것을 얼른
청소해 버림으로써 방역반 의사 구실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놀랍게도 2,000여 종의 쇠똥구리가 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게가 25g이나 된다. 곤충으로서는 대단히 큰 것이다. 반면에 가장 작은
것은 큰 종류의 2,000분의 1에 불과한 2mg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는 쇠똥구리 전체의 수효는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의 수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초식동물이 많이 살아야 쇠똥구리가 먹을 식량도 넉넉하다.
만일 식량이 부족하다면 쇠똥구리도 먹이가 없어 불어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초원에서는 쇠똥구리 사이에 치열한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다. 충분한 먹이를
지하창고에 확보해 두지 않는다면 번식도 불가능하고 죽음을 면할 수 없다.
아프리카 케냐의 차보국립공원에는 많은 코끼리가 살고 있다. 4--5 마리의 코끼리
무리가 함께 몰려다니며 하루에 배설하는 똥의 양은 약 1 톤이나 된다. 이것은 이곳에
사는 쇠똥구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식량이다. 비가 내리는 계절이 오면 쇠똥구리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진다. 빗물에 먹이가 떠내려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낮 동안에는 쇠똥구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나면
날개를 붕붕거리며 구름처럼 나타난다. 어떤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 마리가 15분
사이에 500g의 먹이를 운반해 갔다고 한다.
쇠똥구리들은 그 종류에 따라 먹이를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어떤 종류는 반드시
코끼리가 준 선물만 가져가고, 어떤 종류는 아무 동물의 것이나 가져간다. 또 어떤
것은 지하로 운반하지 않고 아^36^예 똥더미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먹이가 다 없어질
때까지 그 속에서 지낸다. 한편 똥더미 주변이나 그 아래의 땅에 즉시 구멍집을 파서
그 속으로 식량을 끌어들이는 종류도 있다. 반면에 둥그렇게 뭉쳐서 15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가져가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체격을 가진 쇠똥구리는 아주 재미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수컷이 코끼리 똥에 접근하여 먹이를 둥그렇게 뭉치면 어디선가 암컷이 다가온다,
암수는 처음 만났지만 금방 친해진다. 수컷이 먹이를 밀고 가면 암컷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먹이 위에 올라간다. 그러나 수컷은 불평 하나 없이 먹이와 암컷을 함께
밀고 간다. 얼마큼 가다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수컷은 50cm 정도의 깊이까지 땅에
구멍을 파서 먹이를 그 속에 밀어 넣는다. 암수는 곧 굴속으로 들어가 얼마큼 먹이를
먹고는 교미를 한 뒤, 곧 그 먹이 속에 몇 개의 알을 낳아두고 함께 밖으로 나온 다음
다른 침입자가 알지 못하도록 땅굴의 입구를 막아 버린다.
쇠똥구리들은 종류에 따라 이처럼 각기 다른 생활 방법으로 살아간다. 그러면
쇠똥구리는 왜 밤에만 활동할까? 생물계는 모두가 그렇듯이 쇠똥구리를 노리는 적들도
수없이 많다. 각종 새와 파충류 등 다른 큰 동물들이 끊임없이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적의 눈을 피하는 방법은 우선 어둠을 틈타 활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을 야행성으로 만든 이유이다. 농약 때문에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쇠똥구리 만나기가 퍽 어려워졌다. 이렇게 재미난 곤충을 보기 힘들게 된 것은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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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속에 사는 곤충
맑은 시냇물에서 가재를 잡느라 돌을 뒤집다 보면 나무 부스러기가 모래알 등으로
교묘하게 집을 짓고, 그 속에 몸을 감추고 살아가는 1--2cm 정도의 조그마한 벌레를
보게 된다. 그들은 날도래라는 곤충의 애벌레 모습이다.
어느 이른 봄날, 골짜기의 눈 녹은 물이 콸콸 흐르는 깊은 숲 속 계곡에서 몸을
절반이나 물 속에 담근 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잠수부
같은 복장으로 머리에는 호흡장치가 붙은 물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작은 수중
카메라로 물 속에 사는 벌레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농부들의 모두 한마디씩 그에게 소리치며 인사했다. 농부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윌리엄 애모스라는 미국의 이 과학자는 일생 동안
계곡의 맑은 물 속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호수나 강물이라면 많은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안다. 그러나
유리보다 더 투명한 물이 바위와 자갈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곳에는 아무런 생물도
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맑은 물 속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이 신비스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깊은 산속 계곡에 겨울이 오면 두터운 얼음과 흰 눈이 뒤덮는다. 또한 크고 작은
폭포도 얼어붙어 곳곳에 고드름과 얼음 꽃이 매달리게 된다. 이처럼 얼음과 눈이 덮인
계곡 물 속이라면 너무 추워 생물이 전혀 활동하고 있지 않을 것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겨울 계곡의 차가운 물 속에서도 일부 생물은 활발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얼음
덮인 물 속이 그들에게는 더 아늑하고 신선하기조차 하다.
과학자 애모스 씨는 물 속에 오래 머물면서 바위틈이나 모래 바닥에 사는
신비스러운 곤충과 가재, 작은 물고기 등을 찾아내어 사진을 찍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구이다. 찬물 안에 오래도록 있은 탓으로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몹시 춥고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온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른 과학자들이 관심을 적게 가지는 장소, 예를 들면 산호섬이라든가
사막의 연못, 화산 가까운 계곡 등에서 아주 작은 동물이나 식물을 주로 연구해 왔다.
남들이 무관심해 하는 그런 곳에는 언제나 신비스러운 연구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애모스 씨는 물 속 돌 틈에 사는 작은 동물들을 살펴보기 위해 길고 가느다란
특수한 현미경과, 물 속을 비출 수 있는 작은 전등 따위의 장비를 손수 만들기도 했다.
몸이 투명하면서 여러 토막으로 된 수염 같은 털이 난 벌레가 보인다. 이 작은 동물은
교묘하게 바위에 붙어사는 '깔따구'라는 곤충의 애벌레다. 어른이 된 깔따구는 작은
파리 비슷하며 육상에 살지만, 유충 시절에는 급류 속의 바위에 붙어산다. 이 벌레의
배에는 여섯 개의 빨판이 있어 이것으로 바위에 착 달라붙는다. 그 빨판은 힘이
얼마나 강한 지 1초에 2.5m이상의 속도를 물이 흘러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어른 날도래는 날개를 가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살지만, 애벌레 시절은 급류
속에서 생활한다. 날도래 애벌레의 놀라운 점은 물 속에 교묘하게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날도래 애벌레의 집 모양이나 집 재료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것은 작은 나무 부스러기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모아서 입에서 뽑아낸
명주실로 붙여 대롱 모양의 집을 만든다. 그리고는 그 집을 명주실로 바위에 붙여
거센 물살에도 떨어지지 않게 한다.
한편 어떤 종류의 날도래는 작은 돌을 명주실로 싸서 집을 만들고, 또 다른 종류의
모래알만으로 굴집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물 밑 돌 틈에 교묘하게 거미줄 같은
그물을 쳐놓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날도래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날도래의
유충들은 거짓으로 꾸민 근사한 집을 지어 그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먹이가
떠내려오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얼른 붙잡아 먹는다. 거센 물 속에서 명주실과 모래,
자갈, 나무껍질 등으로 집을 만드는 날도래의 건축술 역시 신비한 기술이다. 그들은 물
속에서도 잘 접착하는 튼튼한 로프를 어떤 화학적 기술로 생산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제7장 주변 동물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최고 성능의 음파탐지기를 가진 박쥐
박쥐는 하늘을 새처럼 나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날개는 해부학상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데, 손가락 사이에 막이 처진 것과 같다. 박쥐의 비행 속도는 대단히 빨라
제비를 앞지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전속력으로 날면서 일순간에 거의 직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박쥐의 날개 구조가 어떠하기에 그 같은 직각 선회가
가능한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학자들에게 특히 큰 관심을 주는 것은 박쥐의 음향 탐지 능력이다. 그들의 귀는
작은 얼굴에 비해 두드러지게 크다. 박쥐는 48,000 헤르츠 정도의 초음파를 발사해서
그 반향을 듣고서 먹이를 찾고 잡으며, 장해물을 피해 날아다닌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크기와 출력 면에서 비교할 때, 박쥐의 음향 탐지 능력은 인간이 고안한 어떤
레이더나 음파탐지기보다 10억 배나 감도가 좋고 유효하단다.
한 실험에서는, 어두운 방에 28가닥의 머리카락같이 가느다란 철사를 아무렇게나 쳐
놓고 그곳에 스피커 70개를 장치했다. 스피커는 박쥐들이 내는 신호음과 똑같은
주파수의 음을 2,000배의 세기로 발사하도록 장치했다. 그런데도 박쥐는 철사 중에
날개 한 번 걸리지 않고 잘도 날아다녔다. 1g의 몇 십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청각기관으로 그들은 자기가 낸 소리가 철사에 부딪쳤다가 되돌아오는 방향을
어김없이 분석하고 장해물 상태까지 파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방해음파 속에서 자신이 발신한 음파만을 선택 식별할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박쥐들은 무리를 지어 굴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들 무리는
수만--수십만 마리에 이르지만, 굴속에서 벽에 부딪히거나 동료끼리 날개를 스치며
충돌하는 일이 없다. 그들은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모기같이 작은 곤충까지 잡아 먹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안에 사냥하는 먹이의 양은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들은 이런 사냥과 안전 비행을 전적으로 소리의
반향 판단에 의지하고 있다.
그들은 1초에 20--30 회 가량 짧은 소리를 낸다. 소리의 성질과 발신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cm 앞에 있는 모기를 정확하게 사냥해야 할
경우라면, 반향은 1,000분의 1초 사이에 판단되어야 한다. 이토록 정밀한 음향
탐지기가 그 작은 박쥐의 몸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박쥐는 어떻게 그런 음파에 대한 고감도 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 비밀이
풀어지면 전자공학에 의한 유도나 탐지장치 발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박쥐가 잡아먹는 해충의 양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박쥐는 밤에 피는 꽃들의 꽃가루받이를 해주고, 씨앗을 퍼뜨려 주기도 하는
고맙기만 한 동물이다. 박쥐를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미국의 한
과학자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늘날 유명한 비행기 중에는 스텔스라는 전투기가 있다. 이 항공기는 내부의 첨단
전자장치가 자랑이다. 스텔스기는 적의 레이더에서 쏜 전파를 동체 표면에서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적의 레이더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반면에 대단히
뛰어난 전파탐지 장치를 가지고 있어 적을 잘 찾아내며, 적 전파를 수신하며 적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게 방해전파도 발신한다.
박쥐는 목구멍에 있는 근육을 움직여 코를 통해 소리를 낸다. 박쥐의 소리는
초음파(대단히 높은 음)이기 때문에 사람은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대부분의
박쥐는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귀를 가지고 있으며, 작은 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예민한 청각기간을 가졌다. 박쥐는 낮에 활동하지 않고 밤에만
날아다니며 먹이를 잡는 동물이라는 것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박쥐는 장님이
아니다.
1968 년, 머린 터틀이라는 젊은 과학자가 테네시 주의 녹스빌이라는 시골 마을을
찾아왔다. 그는 그곳에 박쥐가 많이 사는 큰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굴의
땅주인을 먼저 방문하여, 그 안에 사는 박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주인 농부는, "얼마든지 박쥐를 연구하세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들을 많이 죽이세요!" 농부의 말에 아무 대꾸도 않고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천장에 붙은 박쥐를 조사했다. 그곳에는 50,000 마리의 회색박쥐가 살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동굴 바닥에 감자 잎을 갉아먹는 해충인 감자잎벌레의 날개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주인 농부를 동굴 속으로 데리고 가 박쥐가 얼마나 많은
해충을 잡아먹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주었다. 농부는 자기 농장의
감자가 건강하게 자란 이유가 동굴에 사는 박쥐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그날부터
동굴의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게 되었다.
지구상에는 현재 약 1,000종의 박쥐가 살고 있다. 이들은 밤이 되면 동굴이나 바위
틈,나무 구멍 등에서 나와 밤에 날아다니는 나방이라든가 딱정벌레 등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한 마리의 박쥐는 한 시간에 수백 마리의 해충을 잡는데. 작은 박쥐는
여름에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기까지 찾아내어 청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만일 박쥐가
없다면 나방이라든가 모기 따위의 해충이 너무 많아 농부들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까지 대단히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네는 발이 여러 개 달린 몹시 무섭게 생긴 기분 나쁜 동물이다. 그러나
지네를 발견한 박쥐는 조금도 두려워 않고 날아가 잡아 식사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충으로 유명한 전갈도 박쥐의 먹이가 되고 있다.
특히 사막지대에 사는 박쥐 종류는 밤에 피는 선인장 꽃을 찾아가 꿀을 빨아
먹는다. 이런 박쥐는 선인장의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나비나 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박쥐는 잘 보호하기 위해 1982 년에 세계의 박쥐 학자들이 모여
국제박쥐보호협회를 결성했다. 이 박쥐보호협회는 박쥐를 연구하면서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사람들이 박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계몽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박쥐란 흉포하고, 광견병을 옮기며,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고 알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동물의 세계 프로그램을 통해 흡혈박쥐가 커다란 짐승의
피를 몰래 빨아먹는 장면을 본 사람은 박쥐가 아주 두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남아메리카에는 소나 말 등의 포유동물 피부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박쥐(영어로 뱀파이어)가 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박쥐가 사람을
해치는 일은 없으며, 전혀 흉포하지도 않다. 다만 박쥐를 손으로 억지로 잡으려다
물리는 경우는 있지만 박쥐는 전적으로 유익한 동물이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자연 파괴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박쥐들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박쥐들은 주로 천연의 동굴이나 버려진 탄광(폐광)에 수만, 수십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동굴 탐험가들은 굴에 들어갔다가 박쥐를 발견하면 기분
나쁘다고 동굴 속에 불을 놓아 박쥐들을 모조리 질식시켜 죽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쥐 과학자 터틀 씨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일찍이
찾아갔던 앨라배마 주의 햄브릭 동굴에는 25 만 마리의 회색박쥐가 살고 있다. 그러나
4 년 뒤에 다시 찾아갔을 때 거기에는 박쥐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동굴탐험가가 동굴 입구에 불을 피워 박쥐들을 모조리 질식시킨 때문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재발할까봐 두렵다. 그 뒤부터 터틀 씨를 박쥐가 많이 사는
동굴을 발견하면 그 입구에 쇠칸막이로 된 튼튼한 문을 해 달아. 안으로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쇠칸막이를 하더라도 박쥐는 쇠막대기에 날개를
부딪치는 일 없이 잘 드나든다. 더욱 다행한 일은, 그가 쇠문을 설치한 햄브릭 동굴에
새로 박쥐들이 찾아 들어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많은 30 만 마리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쥐들은 왜 동굴에서 살기 좋아할까? 그 이유는 그들의 습성을 알게 되면 곧
이해가 간다. 박쥐들은 겨울이 오면 먹이가 없기 때문에 동면(겨울잠)을 하게 된다.
대개 9월부터 다음해 4--5월까지 동굴 천장에 매달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동면한다.
겨울잠을 자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은 동굴이다. 동굴안은 온도가 늘 일정하고,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몰아칠 염려도 없다. 또 다른 적이 공격해 올 위험도 적다.
박쥐들은 먹이가 풍부한 여름 동안에 매년 한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까 새끼를 아주 적게 낳는 편이다. 박쥐 학자들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좀처럼 동굴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박쥐의 겨울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일 박쥐들이 동면하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 잠시라도 깨워 놓게 되면,
박쥐는 순식간에 두 달치의 저장된 영양분을 소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이 오기
전에 박쥐들이 저장된 영양분이 없이 죽게 된다.
박쥐들이 동면하는 동굴에 들어가 보면, 수만 마리의 박쥐가 빈틈이 없도록 서로
몸을 붙인 채 잠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이 그토록 정답게 붙어서 자는 이유는
체온을 서로 나눔으로써 저장된 영양분의 소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만일 혼자서
겨울을 지내다가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소모되어 겨울나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캄캄한 동굴 속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박쥐는 가장 많은 신비를 지닌 동물의
하나이다. 박쥐는 체온이 항상 일정한 온혈 동물인데, 일단 동면에 들어가면 냉형이
되는 특별한 생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여러 과학자들은 연구실 속의 냉장고에
박쥐를 넣어 동면시켜 두거나 따로 사육하면서 그들을 연구하고 있다. 박쥐를
냉장고에 넣으면 곧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하는 박쥐의 체온은 사정없이 떨어지고,
심장 고동은 1분에 180번이던 것이 3번으로 내려간다. 뿐만 아니라 호흡은 1초에
1분에 8번으로 느린 호흡을 하게 된다.
자연에 살고 있는 박쥐는 초가을이 되면 동면을 대비하여 몸에 지방질을 저장한다.
그래서 이럴 때 잡은 박쥐를 냉장고에 넣어 두면 정상 상태로 몇 달 정도는 끄떡없이
견뎌낸다. 그러므로 냉장고에 들어간 박쥐는 몇 개월간이나 먹이 한 번 줄 필요 없이
살아 있는 그대로 둘 수 있다. 실험 재료로서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냉장고에서
꺼내면 되는 것이다.
박쥐는 노인병과 심장병 또는 동맥경화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박쥐의 수명이 의외로 길다는 데 있다. 보통 포유동물의 수명은
그들의 몸집과 상당히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체격이 작은 들쥐들은 거의 1 년을
살지 못한다. 그리고 개는 평균 12 년이며, 말은 17 년이면 노인 축에 든다. 동물들의
수명은 체격이 클수록 장수하고 반면에 체격이 작으면 수명이 짧다. 그러나 박쥐는
이러한 관계를 벗어나 20 년에서 그 이상을 원기 왕성하게 살아간다.
더 이상스럽게 묘한 것은 일생을 한결같이 지방질을 많은 곤충류를 잡아먹고
살아가는데도,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 일어나는 동맥경화증
같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의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20살 된
박쥐와 1살 먹은 아기 박쥐의 동맥 벽에서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쥐는 또 어떤 동물보다도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다른 동물이면 죽고 말았을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잘 견디며, 광견병을 감염시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은
오직 박쥐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번식 행위에서도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암컷은 교미 후 수컷의 정자를
자기 형편이 좋아질 때까지 몇 달이나 자기 몸에 저장해 둘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자를 저장하는 능력을 가진 포유동물은 박쥐뿐이다. 이들의 교미기는 대개 동면
전의 가을인데, 암컷이 최종적으로 배란하고 수정하는 것은 다음해 봄이다.
생물학자들은 정자 저장의 비밀을 캐내려 하는데. 그것이 밝혀지면 가축인공수정
기술이 훨씬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불임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동맥경화증 따위의 노화 현상이 없는
것도 그 신비가 밝혀지면 인간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박쥐의 동면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동면 가능성에도 많은 지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간 동면은, 현재의 의술로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죽게 된 사람을 일단
동면시켜 두었다고 훗날 의학이 훨씬 발달했을 때 소생시켜 그 질병을 치료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장기간 우주여행을 해야 할 날이 왔을 때 인간은 동면하지 않고서는
몇 십 년을 우주선 속에서 지루함을 견디기 어렵고, 일생보다 긴 시간을 우주여행선
속에서 지낼 수도 없다.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밀리힐이라는 폐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폐광은 원래
철광을 파내던 광산인데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어느 사이에 이 광산 안에는 무려
1,000 만 마리의 박쥐가 살게 되었다.
지난 1992 년, 광산 직원들이 이 폐광의 입구를 흙으로 막아 버리려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터틀 씨는 광산 입구를 함부로 막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이들이 놀다가 빠질 위험이 있으니 꼭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 터틀은 그곳 국민학교에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박쥐에 대한 강연을 해주고,
그날 저녁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박쥐 관찰을 나가자고 제안했다. 저녁이 되자
300 명이나 되는 학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왔다. 그들은 모두 광산 입구에서 박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어둠이 깔리자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게 많은 박쥐가
무리를 지어 굴에서 나왔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본 주민들은 그들 스스로 자원 봉사자를 선출하여 그 동굴 입구에
쇠칸막이 문을 튼튼하게 만들어 달았다. 만일 터틀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 폐광에서
살던 박쥐는 꼼짝없이 생매장될 뻔했다.
세계에서 가장 박쥐가 많이 살고 있는 동굴은 멕시코의 오스틴 시 남서쪽에 있는
브랜드 동굴이다. 이곳에는 큰귀박쥐라는 이름을 가진 박쥐가 무려 2,000 만 마리나
모여 살고 있다. 이 동굴은 박쥐 동굴로 너무나 유명하여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 사진 43
사진설명: 동굴에서 막 날아나온 멕시코의 큰귀박쥐떼. 이들은 밤새 날아다니며
온갖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새벽이 오면 다시 굴로 돌아온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숲에 새집을 만들어 달아 주는 일을 즐겨 하는 분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쥐 보호자들 중에는 통나무로 박쥐집을 만들어 헛간이나
지붕 아래에 매달아 두기도 한다. 미국 오레곤 주에 사는 밀워키라는 농부는 자기
집에 박쥐집을 달아 현재 4종류의 박쥐와 함께 살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도 30여 종의 박쥐가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종류가 어떤 곳에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잘 조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박쥐도
밤이면 동굴이나 폐광에서 나와 농작물과 산림을 해치는 해충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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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를 닮은 잠수함을 설계하고 있다.
가축이라 하면 모두가 육상에 사는 동물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본격적인 해양
세계가 열리면 돌고래가 새로운 가축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티코'란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길들인
돌고래가 얼마만큼 영리하고, 어느 정도 인간과 친숙해질 수 있는지 알고 놀란다.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었다는 이야기는 세계 도처에 많이 남아 있다.
돌고래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뉴질랜드의 오포노니는 대단히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이름 나 있다. 그러나 1955 년 이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어느 맑은 날 오포노니 바닷가에는 그곳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나와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아주 어린 돌고래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나 헤엄치는 주민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물장난을 즐기는 것이었다. 돌고래는 곧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날부터
매일 주인들은 돌고래의 등을 타고 장난할 수 있었다. 이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몰려왔다. 또 이곳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되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찾아들어 바닷가에는 큰 호텔까지 생겨났다. 소문은 외국에까지 퍼져
세계로부터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이 돌고래를 '오포노니의 잭'이라 하여
'오포잭'이라 불렀다.
오포잭의 인기와 재주는 날로 늘어나 공을 머리에 이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오포잭은 불행하게도 난폭한 운전자가 탄
모토보트의 스크류에 받쳐 죽고 말았다. 오포잭이 없어진 뒤 이곳 사람들은 아름다운
황갈색의 돌로 오포잭의 석상을 만들어 바닷가에 세워 기념했다.
돌고래는 전세계 어느 바다에도 살고 있다. 그 종류는 70여 가지나 되며 어떤
종류는 하천에 살고 있어 강고래라고도 불린다. 돌고래는 포유동물이어서 체온이
사람과 비슷하며, 암컷은 물 속에서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른다. 돌고래의 젖은
영양이 풍부하여, 지방질은 우유의 13배, 단백질은 4배나 포함되어 있다. 돌고래의
성장은 대단히 빨라 생후 3개월이면 35kg 정도로 자라고, 18--20개월 만에 젖을
뗀다.
해양박물관의 동물 조련사들은 돌고래가 어떤 다른 동물보다 훈련시키기 쉬운
대상이라고 말한다. 돌고래는 사육사의 목소리나 휘파람 소리, 몸짓 등을 단번에
이해하고 이를 따른다. 훈련된 돌고래는 수면 위로 7m나 뛰어올라 장애물을 넘기도
하고, 꼬리만으로 거의 서다시피 물위를 가기도 하며, 농구 선수처럼 물위에 뜬 공을
머리로 던져 바스켓에 넣기도 한다.
흔히 동물의 지능은 뇌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반드시
그렇다면 돌고래의 지능은 인간보다 높아야 할 것이다. 돌고래의 뇌를 보면 시상과
피질의 신경세포는 인간 뇌와 비슷할 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대뇌 중의 뉴런
수는 인간의 1.5--2배에 달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들 뇌의 기억용량이 커서
지식을 잘 획득한다고 본다.
세계의 여러 해양연구소에 돌고래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돌고래에 대한
생활이나 능력에 관한 현재의 연구 중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능과 언어, 갖가지 신비스런 생리 현상이다.
돌고래에게는 과학자를 매혹시키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오늘날 선박 건조에 관한
발명 중에는 돌고래를 흉내낸 것이 적지 않다. 교통기관으로서 선박은 속도에서 다른
것에 매우 뒤지고 있다. 까닭은 수면 아래의 선체가 받는 커다란 물의 저항 때문이다.
속도가 증가하는데 따라 이 저항은 처음 얼마 동안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게
되는데, 나중엔 속도의 3제곱, 4제곱, 또는 5제곱으로 증대한다.
따라서 엔진 출력을 크게 하여 속력을 올리려면 엔진이 배 전체를 점령할 정도로
커야 한다. 선체를 수면 위에 뜨게 하는 수중익선(hydrofoil)이 출현하여 오랜
꿈이었던 시속 100km의 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중익선도 대형이 되면
그 장점이 현저히 줄어든다.
오늘날 모든 교통기관은 비약적으로 고속화되고 있다. 음속 2배의 제트 여객기가
하늘을 날며, 음속에 가까운 열차가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선박만은 그것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물의 속박으로부터 선박을 해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조선공학자들과는 달리, 자연은 돌고래에게 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돌고래의 최고 유영 속도는 시속 40--56k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속도는 경기용
보트에 가깝다.
돌고래가 평균 시속 50km로 헤엄쳐 몇 시간, 어떤 때는 며칠 씩 고속 외항선의
뒤를 뒤지지 않고 따라오는 이유를, 어떤 학자는 "돌고래는 수력학(물 소, 힘 력, 배울
학)의 지식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배가 전진할 때는
선수에 탄성파가 생기는데, 돌고래는 이 파에 몸을 태움으로써 힘들이지 않고
전진하면서 따라올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동물의 운동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제임즈 그레이 교수의 실험은 퍽 흥미
있다. 물의 밀도는 공기의 800배나 된다. 그는 유선형의 돌고래가 헤엄칠 때 받는
저항을 직접 측정하기가 곤란하여, 돌고래와 크기, 모양이 같은 모형을 만들어 보트로
끌고 다니면서 그 모형이 받는 저항을 측정했다. 이때 그레이 교수는 역학 법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즉 모양과 무게가 똑같은 돌고래의 모형에
진짜 돌고래가 내는 것과 같은 추진력을 주었을 때 그 속력이 돌고래에 훨씬
뒤떨어졌던 것이다.
면밀하게 계산한 결과 돌고래의 저항은 모형 돌고래가 받는 저항의 7분의 1에서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돌고래가 물에 살자면 근육 출력이 육상
포유동물의 근육보다 적어도 10배나 커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근육 출력을
내려면 산소를 대량 소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돌고래의 심장과 폐가 아무리 활동해도
모자라는 한계를 훨씬 넘는 것이었다. 그레이 교수는 돌고래와 육상 포유동물은
근육조직 구조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점을 연구했으나 아무런 차이를 찾지
못했다.
항공기를 연구하는 곳에는 풍동장치(wind tunnel)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비행체가
공기와 같은 유체(흐를 유, 몸 체) 속을 날 때 그 주변에 일어나는 기체의 흐름 변화를
조사하는 장치로서, 비행기나 자동차등이 공기저항을 작게 받으며 달리도록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 장비이다. 이 풍동장치는 실험할 비행기가 직접 날도록 하지 않고,
비행기는 고정시켜 두고 그 주변을 공기가 빠르게 지나도록 만든 대단히 편리한 실험
시설이다.
비행기가 아니라 물 속을 달리는 잠수함이나 어뢰, 선박 등의 외형을 설계하는 데도
이와 비슷한 수동장치(water tunnel) 시설이 필요하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응용과학연구소에서는 이 수동(물 수, 빨리흐를 동)장치를 써서 비밀스런 연구를 하고
있다. 그것은 전략 무기가 되는 고속 잠수함 개발과 관련된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에서 특히 호기심을 끄는 것은 잠수함의 표면을 돌고래와 물고기 피부를
모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돌고래 피부를 통해서 배우고 또 그것을
흉내낸 고속 잠수함 연구는 러시아가 한발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장
빠른 잠수함도 러시아 해군이 미국에 앞서 개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중을
달리는 유도탄이라 할 수 있는 고속 어뢰도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가 가장
발전시켰다고 한다.
미국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고속 잠수함은 그 표면이 끈끈한 점성을 가진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그 표면에서는 지극히 작은 구멍(기공)이 전면에
촘촘히 뚫려 있고, 그 기공에서는 지극히 작은 마이크로 기포가 구름처럼 뿜어 나온다.
또한 선체 표면은 전체적으로 탄력성을 가졌으며, 미세한 잔주름이 퍼져 있다. 이러한
낯선 설계는 모두 돌고래와 물고기의 피부 구조와 관계가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잠수함 선체의 주변을 살피면, 표면 주변에 약 2.5cm 두께로 심한
소용돌이(와류)가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와류는 물 분자가 고속으로 운동하는
고체(선체 표면)와 충돌하여 생긴 것으로, 이것은 선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큰 장애 힘이 되고 있다. 선체 주변에 와류가 발생하게 된 물리학적인 원인은
과학자들도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 와류 장애를 방지하는 방법은 얼마큼 발견되었다. 그것이 바로
펜실베니아 응용과학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마이크로 기포는
와류 장애를 90%나 감소시켜 준다. 그러나 마이크로 기포가 어떤 작용을 하여 장애를
줄이는지 그 물리적 이유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 돌고래 피부에 마이크로 기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과학자들은 돌고래를 연구하는 도중에 이런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여기서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잠수함과 어뢰만이 아니라 일반
선체에 대해서도 모형 실험을 하고 있다. 선체의 외부 벽면을 이중으로하여 그 틈새로
고압 기체를 밀어 넣어 마이크로 기공을 통해 기포가 밀려나가 와류 장애를 줄이도록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잠수함은 저항이 심하고 또 강한 응집력으로 선체 표면에 달라붙는 '물'이 라는 것을
헤치고 전진한다. 수중 생활을 수백만 년 해온 물고기를 보면, 물의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체형을 유선형으로 만들었으며, 그 피부가 물고기 특유의 점액질로
뒤덮이도록 했다. 이 점액 성분은 끊임없이 분비되어 헤엄치는 물고기의 수중 저항을
줄이고 있다. 옛날 페니키아의 선원들은 나무로 지은 배 벽에 동물 기름을 발라 배가
빨리 항해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물고기에서 지혜를
얻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예이다.
펜실베니아 연구소의 모형 선체들도 물고기처럼 그 표면이 온통 점액질로 덮여
있다. 그런데 물고기는 물에 씻겨 나가는 점액을 피부에서 계속 분비함으로써 보충할
수 있지만, 인공적인 배라면 그렇게 하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면 시험하고
있는 인공 점액질은 무엇일까? 폴리머라고만 알려진 산화폴리에틸렌 계통의
화합물이다. 이러한 연구에서 얻는 중요한 정보는 아마도 한동안 해군의 군사기밀이
될 것이다.
이 점액 물질이 가져올 또 다른 응용 분야가 있다. 그것은 수도관이나 하수관,
송유관을 흐르는 액체의 유속을 아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이나 다른
액체가 파이프 속을 지나가려면 그 내부 벽면에서 상당한 저항을 받게 된다. 이것은
수중 선박이 받는 저항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저항은 유속이 빠를수록 커진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폴리머를 하수관에 소량 첨가하면 하수구로 흘러 나가는 물의
유속이 대단히 빨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인구가 갑자기 불어난 도시에서
하수 배출량이 갑자기 증가했는데도 미처 하수관 지름을 크게 하거나 증설하지 못했을
때, 폴리머를 첨가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방관들은 소방차에 실린
물레 폴리머를 소량 투입하는 방법으로 소방 호스의 물을 더 멀리 뿜어 보낼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통 파이프로 연결된 화학 공장에서는 각종 액체가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는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동맥경화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오늘날 강력한 전술용 잠수함이 어느 정도 최대속력을 내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폴리머를 쓰면 저항을 35%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공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잠수함의 경우, 선체 표면에 마이크로 거품을 뿜게 하는 동시에 폴리머가
선체 전면에서 스며 나오게 만든다면 대단한 속력을 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그러자면 잠수함은 선 내에 폴리머를 가득 싣고 다녀야한다.
그러나 평소에는 서행을 하다 위급시에만 폴리머를 사용한다면 크게 짐스러울 염려도
없다. 그리고 일반 대형 선박이 선체 벽에서 폴리머를 분비하면서 고속 항진을 하려면,
선 내에 폴리머 합성 장치를 싣고 다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선박이나 비행기의 표면은 거울 면처럼 매끈해야 물의 저항이 적을까? 그러나 그
대답은 뜻밖에도 다르다. 시험되고 있는 잠수함의 표면에는 리블렛(riblet)이라는
대단히 좁은 홈이 패어 있다. 그 홈은 2.5cm 폭 안에 2,000가닥이나 물이 흐르는
방향과 나란히 있다. 그 홈은 너무 작아 맨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홈을 파게 된
것은 수염고래의 피부를 모방한 것이다. 이 홈은 저항을 10% 감소시키고 있다.
리블렛은 잠수함에서만 효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표면 처리를 그처럼 해도
8%나 저항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자연의 생명들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종에 따라 각기 다른 묘책을
개발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물의 저항을 줄이는 방법으로 참치, 상어, 돌고래,
수염고래 등은 각기 제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의 비밀을 되도록 많이 알아내어 적절히 이용하기를 바란다. 아무튼
머지않아 수중동물의 피부를 모방한 아주 멋진 잠수함과 비행기를 개발하게 되기를
바란다. 생명체로부터 알아낸 지식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면에서 기술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조선공학자들은 선박의 설계에서 돌고래의 특징을 적용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그러나 그 일을 좀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고래의 근육이나 지느러미의
변화는 모두가 자율신경에 의해 저절로 조정되고 있는데, 인공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도록 하자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공학자들은
머지않아 선박의 구조에 돌고래의 특징을 적용함으로써 훨씬 빠르게 달리는 배를 만들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다.
고래 종류 가운데 수염고래는 지칠 줄 모르는 수영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북대서양에서 캐리비언 바다 사이를 1달에 4,300km나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이동해 다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거리라면 하루에 360리씩 수영하고 다닌다는
계산이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의 닐 보스와 존 리엔 두 과학자는 수염고래가
지치지 않고 장거리를 헤엄쳐 다니는 것은 고래들이 바다 표면에 일고 있는 파도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는
아직 설명치 못하고 있다.
두 과학자가 수염고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고래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워
그를 모방한 '색다른 선박 추진장치'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고래들의
꼬리지느러미는 물고기의 그것과는 달리 수평 구조를 하여 그 꼬리를 상하로 흔들게
되어 있다. 그러한 수평꼬리의 상하운동은 파도에 실려 있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얻는 방법이 된다. 닐 보스의 말을 빌리면, "고래의 수평꼬리는 수중익선이 수평
날개를 수면 바로 아래에 두고 항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수중익선이란 선체 아래의 물에 잠기를 부분에 비행기 날개 구조를 달라 선체가
달리면 마치 비행기 날개처럼 수중 양력을 얻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든
고속선이다. 고래의 수평꼬리는 파도가 없더라도 아주 훌륭한 수중익선 역할을 한다.
즉 꼬리 윗면을 흐르는 물은 고래의 몸을 뜨게 하는 힘을 얻게 하여 전진하기 쉽게
한다. 예를 들어 아래로 꼬리를 치면 몸 아래 물보다 몸 위의 물이 빨리 흘러, 고래는
양력을 얻으며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이때 고래는 파도의 파행과 자신의 몸을 적절히
일치시켜 파도에서 당당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고래들은 파도의 움직임에 동조시켜 꼬리지느러미를
적절히 상하 운동함으로써 3분 2 정도나 힘을 절약하면서 유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보다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인공위성에서 고래를 추적하면서 그 이동을
조사하고 있다.
바다의 파도는 주로 바람의 힘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그 파도는 눈으로 보기에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호수에 생기는 파문처럼 상하
운동을 하고 있는 뿐이다. 고래의 꼬리는 바로 이 파도의 상하운동 힘에 편승하여
적은 에너지로 먼 길을 가도록 운동방법을 적응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고래의 운동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새로운 선박이나 수중 스포츠 기구를 개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박쥐의 초음파와 뛰어난 청신경에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동물이 돌고래이다.
돌고래가 박쥐처럼 초음파를 발사하고 또 그것을 수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47 년의 일이다. 실험에 따르면 돌고래가 그 몸에 지닌 수중 음파탐지기는
물체의 모양, 크기, 재질, 구조까지 판단한다. 돌고래의 음파탐지기는 20--30m 떨어진
곳에 놓인 지름 4mm 크기의 물체를 파악할 정도로 정확하다. 또 돌고래의
음파탐지지관(sonar) 역시 박쥐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낸 반사음에 대한 뛰어난 선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돌고래의 발음원은 공기주머니(nasal air passages and sacs)라고 불리는 곳이다.
돌고래가 내는 음파의 주파수는 수십헤르츠에서 200--250 킬로헤르츠로서 그 폭이
대단히 넓다. 소리는 짧게, 길게 자유로 내며 주파수도 자유로 조정한다. 소리는 수면
밖에서 마신 공기를 내뿜음으로써 나는 것이고, 반사음을 수신하는 안테나 구실을
아래턱뼈가 한다. 음파는 아래턱뼈의 지방층을 지나 속귀로 전달되었다가 뇌에서
판단된다.
물 속으로 전파되는 음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멀리 가지 못하고 물에 흡수되기
쉽다. 반면에 파장이 짧으면(주파수가 높을수록) 물체를 판단하는 해상력은 높아진다.
그래서 돌고래는 먼 곳의 물체를 찾을 때는 주파수가 낮은 음파를 발사한다. 원거리에
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점점 접근하면서 주파수를 올려 1초 동안에 5--10번 내던
펄스를 70--100번까지 짧은 펄스를 내보낸다.
이렇게 돌고래는 자유로 주파수를 바꾸어 가면서 먹이를 찾고, 해안이나 빙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며, 지나가는 선박과의 충돌을 피한다. 플로리다주의 마린랜드에서
실시한 실험은 퍽 재미있다. 돌고래 수조의 벽을 음파가 잘 반사되지 않도록 만들었고,
쇠파이프를 복잡하게 얽어 미로를 만들었다. 수조엔 흙탕물을 넣어 수중에서 볼 수
있는 시정거리가 50cm 이하가 되게 하여 돌고래를 넣어 주었다. 이 실험에서
돌고래는 처음 20분 동안에 쇠파이프에 장치된 벨(쇠파이프에 몸이 닿으면 벨이
울린다)을 4번 울렸으나 그 다음부터는 좀처럼 벨을 울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돌고래를 인간의 조수로 삼기 위해 그들의 정신생리학적인 능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돌고래는 해양 세계가 열리는 날
인간의 조수로서 또 동료로서 그 전망이 너무나 좋다. 오래 전에 캘리포니아 주의
앞바다에서 'SEALAB-2'라는 해저생활 실험이 있었다. 이때 훈련된 돌고래 한
마리가 참여했는데, 그의 임무는 수심 62.5m 아래의 해저기지에서 수면에 있는 모선
사이를 왕복하면서 메시지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이때 돌고래는 15일간 있으면서 매일 20 회씩 편지 배달을 틀림없이 해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람을 호위하기도 했다. 잠수부들의 수중작업을 할 때 상어 떼가 접근해
오면 돌고래가 달려가 상어를 쫓았다. 사실 상어는 돌고래를 두려워한다.
돌고래는 잠수부들의 두려워하는 잠수병 따위가 없는 듯하다. 잠수부가 깊이
잠수하면 혈액 속에 질소 가스가 녹아든다. 해저 깊이 있다가 급히 수면으로 오르면
혈액 속에 녹은 질소가 기포로 되므로 혈관을 막아 잠수부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것이 잠수병이다. 그러나 돌고래는 수심 62.5m 아래에서 모선까지 45초 만에
올라온다. 이러한 돌고래는 앞으로 해저작업에서 공구나 물자를 운반하는 요원으로서
훌륭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돌고래의 이용도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바다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나 선박
사고에서 조난자를 발견하고 구조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돌고래에게 어떤 음파를 들려주어 그 음파만 들으면 즉시 달려가 사람을
구조하도록 가르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바다에 떨어졌다면 몸에 부착된 음파
발생기로 신호를 계속 보낸다. 그러면 훈련된 돌고래가 구조선이 올 때까지 조난자를
물위로 떠밀어 올려놓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훈련된 돌고래의 몸에 각종 전자 측정 장치를 부착하여 보내면, 필요한 바다의
수온이나 온도, 해류의 속도, 방향 등을 인간을 대신해서 측정해올 수도 있다. 해양
목장이 생겨나면 돌고래가 물고기를 지키는 목동 구실을 할 것은 분명하다.
* 사진 44
사진설명: 지능이 뛰어난 돌고래는 쉽게 길들일 수 있다. 해양개발이 활발해지면
돌고래는 가축처럼 바다에서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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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바다의 주인이 된 흰돌고래의 신비
북극의 추운 환경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이 살기 어렵다. 그러나 신비롭게도 포유동물
중에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즐겨 살아가는 것이 있다. 그들 흰돌고래는 차가운 얼음
바다를 누비며 먹이를 찾는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알래스카의 강에는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와 산란을 하기로 유명한 연어들 가운데
가장 큰 종류인 붉은연어가 많이 살고 있다. 어느 해, 붉은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오는 알래스카의 강 하구에 흰돌고래가 수없이 몰려와 붉은연어를 마구
잡아먹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붉은연어가 전멸할 정도로 떼지어 몰려들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들을 내쫓기 위해 흰돌고래를 공격하는 범고래의 소리를 녹음해서는 그
소리를 수중 마이크로 틀어 놓았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금방 그들은 소리가 작게 들리는 다른 길로
돌아서 왔다. 그래서 소리로 흰돌고래를 쫓아 보려는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붉은연어와 흰돌고래는 둘 다 잘 보호되고 있다.
북극점을 가운데 두고 시베리아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으로 둘러싸인 북극 바다는 언제나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이 북극 바다의
하얗고 번쩍이는 빙판이 끝나는 곳에는 짙고 푸른색의 바닷물이 드러난다. 이런
빙판과 얼지 않는 바다의 경계지대에는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해류와 바람에
밀리며 떠돌고 있다.
흰돌고래는 바로 이러한 환경을 무대로 살아간다. 이마가 둥그렇고, 아주 말쑥하게
잘 생긴 온몸은 새하얗고 눈만 까맣게 반짝인다. 북극 바다에서 사는 포유동물은 아주
드물다. 그렇지만 바다사자 종류와 북극곰, 이마에 긴 외뿔을 가진 일각고래, 사나운
범고래 그리고 흰돌고래는 어찌된 일인지 예부터 춥고, 먹이도 흔치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북극 바다에 봄이 오면 얼음이 녹으므로 빙판의 경계는 조금씩 북상하게 되고,
반대로 겨울이 오면 다시 경계는 남하하게 된다. 흰돌고래가 겨울 동안에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러나 봄이 찾아오면 어디에선가 살다가 신비롭게
이곳에 나타나 얼음판의 경계를 따라 떠돌아다니면서 대구, 오징어, 청어, 가자미,
넙치 그리고 때로는 해저의 갑각류를 찾아먹고 살아간다. 오늘날 이곳 북극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흰돌고래의 총수는 8 만--10 만 마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어 육지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 북극바다를 에워싼 대륙에서 흘러내리는
강물도 부쩍 불어난다. 거세게 물이 흐르는 강 입구에는 많은 흰돌고래가 몰려와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즐거운듯 서로 몸을 부딪치거나, 꼬리로 수면을 치거나,
분기공으로 흰 수증기를 버섯구름처럼 뿜으며 논다.
이때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빠는 새끼도 발견된다. 돌고래의 젖은 소의 젖보다
8배나 진하다. 이렇게 영양 넘치는 젖을 먹는 새끼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들은
바닷물의 냉기를 막아낼 두터운 피부 지방층을 만들어 온몸을 담요처럼 둘러싼다.
흰돌고래 수컷은 몸길이 4.5m, 체중 1,350kg에 이르도록 자란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길이와 체중이 조금 작다. 흰돌고래는 다섯 살이 되면 어른이 되어 결혼한다.
암컷은 3 년마다 한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암수의 평균 수명은 25--30 년이다.
흰돌고래에게는 등지느러미가 없다. 만일 등지느러미가 있다면, 그것이 걸려서 얼음
밑을 돌아다니기가 아주 불편하고 부상 입을 위험도 많을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의
등에는 기다란 등마루가 있다. 이것은 아주 튼튼한 섬유질로 되어 있으며, 이 등마루로
두께 5cm 정도의 얼음이라면 간단히 깨어 구멍을 만들고, 그곳으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기도 한다.
흰돌고래가 몸을 담그고 있는 바다의 수온은 거의 0 도이다. 그러나 그들이 머리를
드러낸 수면 위는 영하 50 도에 이르기도 하는 찬 공기이다. 기온이 이 정도로 찰
때는, 분기공에서 나온 증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분기공 위에 둥그런
이글루(에스키모의 얼음집) 같은 얼음덩이를 만들기도 한다.
흰돌고래가 겨울 동안 어느 바다로 옮겨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흰돌고래의 등마루에 작은 전파발생장치를 달아 두고 그 전파를 배나 비행기 심지어
인공위성까지 동원해서 추적 조사를 하고 있으나, 언제나 도중에 신호가 끊어지고
말아 현재까지도 신비를 풀지 못하고 있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의 일부는 우리 귀에 들리기도 하지만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도 섞여 있다. 흰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마치 관현악단의 악기 소리처럼 아주
다양하다. 큰 나팔 소리에서부터 새소리, 벌레 소리, 코고는 소리, 떨리는 소리 등등.
그래서 옛 사람들은 흰돌고래를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돌고래가 소리를 내어 주변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부들이
음파탐지기를 사용하여 수중의 물고기 떼를 찾거나 해저에 가라앉은 물체를 발견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흰돌고래가 소리는 내는 곳은 입이 아니라 분기공 아래
깊숙한 곳에 있는 공기 주머니이다. 이 공기 주머니는 멜론이라 부르며, 기름이 가득
고인 커다란 주머니 옆에 붙어 있다. 돌고래들의 이마가 유난히 불룩하게 보이는 것은
이 멜론 때문이다. 공기주머니에서 만들어진 각종 소리는 멜론을 지나 물 속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외부의 소리를 듣는 부분은 귀가 아니다. 소리는 돌고래의 아래턱을
먼저 진동시키고, 그 진동이 속귀로 전달되었다가 뇌로 간다. 돌고래의 뇌는 이 음파의
형태를 파악하여 앞에 어떤 물체가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지, 또 그것이 먹이라면
어느 정도 큰 것인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한다.
20세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사낭꾼들은 흰돌고래를
마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히 허용된 사람들만이 극소수의 돌고래를 잡을 수
있다. 특별한 사람이란, 북극권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에스키모들을 말한다. 그들은
돌고래를 잡아 그들의 식량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북쪽 해안에는 약 12,000
마리의 흰돌고래가 살고 있는데, 이곳의 에스키모들은 매년 100 마리 이내에서
흰돌고래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흰돌고래(다른 돌고래도 마찬가지지만)는 적극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걱정이 생겼다. 그것은 공장 폐수가 흘러드는 강 입구에서 먹이를 먹은
흰돌고래들이 공해물질로 인해 병든 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고래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를 따로 고래학자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고래학자는 그
수가 아주 적다. 더군다나 흰돌고래는 추운 북극권에 살고 있어 그들의 생태를
조사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일 사람들이 흰돌고래를 잘 보호하지 못한 탓으로, 그들의
신비한 소리라든가, 다니는 길, 여행 기술, 생활사 등과 같은 비밀을 알아내기 전에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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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의 얼음집은 북극곰에게 배운 기술
몸무게 670kg, 키 3m의 거대한 흰곰은 북국의 얼음 대륙을 지배하는 황제이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북극지방을 살펴보면 그 근처는 전부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북극의 바다는 일년 언제나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얼음바다이다. 이 북극 바다
주변에는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 등의 대륙이 둘러싸고 있으며, 모두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지독하게 춥고 황량한 곳이다.
북극지방은 연중기온이 너무 낮아 식물은 물론 동물조차 살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곳에 살 수 있는 식물이란 추위에 특별히 강한 하등한 이끼 종류뿐이다.
그러나 북극의 대륙과 그 바다에는 몇 종류의 동물이 활발하게 살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물개라고 부르는 바다사자 무리와 거대한 북극곰(흰곰)이다.
북극 대륙의 주민인 에스키모는 바다사자와 흰곰, 그리고 얼음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왔다. 이들 에스키모에게는 흰곰의 털고 만든 옷이 가장
따뜻하고 또 값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예부터 북극의 곰을 최고의 사냥감으로 삼아
왔다.
인간이 흰곰의 모피가 탐나 그들을 사냥하기 전까지는 흰곰을 이길 수 있는 동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름 그대로 그들은 북극의 빙판 위를 어슬렁거리며 새하얀
은세계를 지배하는 황제였다. 암컷은 생후 4 년째부터 3--4 년에 한번 정도로 1--2
마리씩, 일생 동안 겨우 7--8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그리고 어미는 새끼를 워낙 잘
보살피기 때문에 새끼를 죽게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북극에 겨울이 다가오면 그곳은 더욱 추위가 심해지고 또 밤이 계속된다. 그러므로
곰은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사냥하여 겨우내 먹지 않아도 견디도록 몸 속에
영양분을 저장한다. 곰은 주로 바다사자를 잡아먹으며, 영양은 피부 밑에 두터운
지방층으로 저장한다. 그 지방층의 두께가 엉덩이 부분에서는 10cm를 넘는다. 이렇게
두꺼운 지방층은 흰곰으로 하여금 북극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줄뿐 아니라, 먹지
않고도 한겨울을 지내는 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준다.
흰곰은 겨울을 지낼 보금자리를 눈 속에 만든다. 이때 곰이 만드는 눈 굴은 대단히
교묘하여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그 속은 따뜻하다. 곰은 굴을 팔 때, 출입구를
내부보다 조금 낮게 하여 터널처럼 만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굴속에 녹은 물이
생겨나도 괴지 않고 바깥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그리고 출입구가 낮기 때문에 굴속의
따뜻한 공기는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곰의 굴이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따뜻한 이유이다. 곰이 이처럼
과학적으로 겨울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진화를 통해 배운 자연의 지혜이다. 북극의
에스키모들의 얼음집(이글루)을 지을 때도 곰의 굴과 같이 출입구를 낮게 하여
터널처럼 만든다. 이렇게 하여 곰의 눈 굴이나 이글루의 내부는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섭씨 4 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게 해준다.
곰은 겨우내 먹지도 않지만 용변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곰의 굴은 언제나
깨끗하다. 북극곰의 눈 굴은 따뜻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곰은 한겨울에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새끼 곰은 털도 없고 눈은 감고 있으며, 몸무게는
겨우 720g 정도이다. 새끼는 어미의 넓적한 털북숭이 가슴에 안겨 젖을 먹으며
자란다. 어미의 젖은 대단히 지방질이 많고 영양이 풍부하다. 어쩌다 맨땅에 떨어진
새끼는 추워서 곧 낑낑거리게 된다. 새끼가 우는 소리를 들은 어미는 얼른 안아서
따뜻하게 해준다. 북극의 겨울이 끝나면 새끼는 9--14kg 정도로 자라 털도 나고 눈도
떠서 어미를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된다. 이후부터 새끼는 2 년 반 동안 어미 곁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흰곰이 주로 사냥하는 것은 북극해에 사는 바다사자이다. 바다사자는 물 속을
헤엄치다가 호흡을 하기 위해 수시로 얼음 구멍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된다. 곰은
얼음 구멍을 지키고 있다, 숨을 쉬기 위해 나타나는 놈을 덥석 물어 얼음판 위로
끌어낸다. 무게가 300kg이나 나가는 바다사자도 곰을 당할 수는 없다. 북극곰은
바다사자의 살갗과 지방질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 둔다. 이것은 새끼 곰과 북극지방에
사는 여우의 먹이가 된다.
북극곰은 사냥감을 찾는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냄새를 맡는 능력은
사람보다 100배 이상 예민하다. 그리고 지능이 대단히 높아 바닷가에서 잠자고 있는
바다사자에 교묘히 접근하여 잡아먹기도 한다.
북극곰의 다른 자랑은 헤엄을 잘 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1시간에 약 10km를 헤엄쳐
간다. 이때 곰의 유난히 널따란 발바닥은 배의 노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의 넓은
발바닥은 눈 위나 얼음 위를 빠지지 않고 다니는 데도 편리하다.
옛날에는 북극곰을 사냥한다는 것이 쉬운 아니었다. 그러나 눈 위를 빠르게 달리는
썰매차(snow mobile)가 나오면서 북극곰은 인간으로부터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1967
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에스키모와 세계 각처에서 몰려온 사냥꾼들이 해마다 약
1,500 마리의 흰곰을 잡고 있었다. 그 결과 그때까지 살아남은 북극곰은 약 12,000
마리에 불과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10 연도 못 가 흰곰이 전멸하고 말 지경이었다. 캐나다와 소련,
노르웨이, 그린란드, 미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극곰을 1 년에 모두 합쳐 600
마리 이상 잡지 않도록 국제협약을 맺었다. 그때부터 북극곰의 털가죽은 대단히 비싼
상품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모피 1장에 20--30 만원 하던 것이 3백만원을 넘어갔다.
그리고 이 국제협약 덕분에 북극의 흰곰은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 사진 45
사진설명: 북극곰은 눈 속에 따뜻한 집을 짓는 방법을 에스키모에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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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영리한 가축
인간에게 영양가 풍부한 육류를 제공하는 가축으로 돼지만큼 중요한 동물은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돼지에 대해 아프리카 정글 속의 낯선 동물보다 더 관심이 없다.
알고 보면 돼지는 어떤 다른 동물 못지 않게 영리하고 훈련을 잘 받을 수도 있다.
돼지는 인간에게 영양가 높은 단백질과 지방질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식용 가축이다. 비육우(소)와 비교해서 돼지는 같은 양의 사료를 먹고 3배나 많은
고기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깊은 산에는 지금도 멧돼지가 수시로 민가 가까이 내려와
밭을 헤집고 농작물을 파먹어 피해를 주기고 한다. 야생이 아닌 가축으로 개량된
돼지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03 년이다.
돼지 사육가들은 이들이 영리한 개 못지 않게 훈련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18세기에 영국의 한 귀족은 새 사냥을 나갈 때 사냥개 대신 돼지를 데리고
가서 더 효과적으로 잡았다고 한다. 또 미국 플로리다의 경찰서에는 악당들이 숨기고
있는 마리화나(마약 식물의 일종)를 찾아내는 데 돼지를 이용한다. 이는 돼지가 개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냄새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돼지 사육가는 그 등에 안장을 얹어, 어린이를 안전하게 태우고 갈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돼지는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소리 지르는 동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랑과 신비를 조금이나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돼지는 대개 350kg이 넘도록 성장한다.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862kg까지 자란 것도 있었다. 오늘날 돼지는 품종은 1,000가지를 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체중이 45kg에 불과한 작은 것도 있다. 돼지의 수명은 15--20
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000 만 년 전이다. 그러니까 인류보다 거의
10배나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는 지금도 아시아와
유럽의 숲속에 살고 있다. 야생 돼지가 인간의 손으로 길러지게 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500 년 전이고, 유럽에서는 3,500 년 전부터이다. 아메리카나
호주 대륙에는 야생 돼지가 없었다. 다만 아메리카 대륙에 '페커리'라는 돼지를 닮은
다른 동물이 살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사육 돼지를 처음 전한 사람은 콜럼버스가 이끈 탐험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러 갈 때(네 차례 신대륙에 갔으며, 최후까지 그는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했다), 식량으로 삼기 위해 돼지를 산 채로 가져갔다. 탐험가들은
어디를 가나 돼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말하자면 키우고 새끼를 쳐 가면서 식량으로
삼았던 것이다.
어떤 섬에서는 탐험대가 막사 주변에 묶어둔 돼지 몇 마리가 도망을 가 버렸다.
그들은 섬에 살면서 다시 산돼지처럼 야생동물이 되어 번식했다. 나중에 섬에 온
탐험가들은 이런 야생화된 돼지를 사냥하여 푸짐한 영양을 취하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 주의 오사보 섬에서는 400여 년 전에 탐험가들의 주방에서 탈출한
돼지가 야생화되어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다.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으며 살던 돼지가
야생 상태에 놓이게 되자, 그들은 우선 모습부터 그들의 조상인 야생 멧돼지를 닮아
갔다. 몸은 여위고 다리가 가늘어졌으며, 털이 아주 거칠어지고, 이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졌다. 또한 몸의 색도 더 검어지고 머리는 납작해지고 몸집도 작아져 버렸다.
돼지는 뱀을 발견하면 마치 국수를 먹듯 삼켜 버린다. 돼지는 독사에 물려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피부를 두터운 지방층이 싸고 있어 뱀의 독이 혈관까지 미치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돼지란 끝없이 먹는 먹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돼지도 일정량 이상, 또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돼지에서 243가지 종류의 야채를 먹여 보는 실험을 한
결과, 그중 171가지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페리고드 지방에서는 트루플이라는 아주 값비싼 식용 버섯을 숲에서
채취할 때 돼지를 이용하고 있다. 1kg에 40--50 만원 한다는 이 버섯은 땅속
5--30cm 아래에 동그란 버섯(자실체)을 형성하기 때문에 땅밑을 파보지 않고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훈련된 돼지는 약 6m 밖에서 땅속 깊이 있는 버섯을 냄새로
알아내고 그것을 코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후각을 자랑하는 개조차도 완전히 다 자란
향기가 진한 버섯만 겨우 찾아낼 수 있는 데 반해, 돼지는 완숙하려면 5, 6일은 더
지내야 될 것도 찾아낸다.
* 사진 46
사진설명: 돼지의 후각을 이용해서 숲 땅속에 자란 버섯을 찾고 있다.
돼지는 사람에게 아주 쉽게 길들여진다. 훈련된 돼지는 전쟁터에서 땅에 묻힌
지뢰를 찾는데도 이용할 수 있다 한다. 그러니까 돼지의 기다란 코가 유명한 사냥개의
코보다 우수한 후각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운 여름에 돼지 우리에 물을 채운 웅덩이를 만들어 주면 그들은 아주 좋아한다.
돼지란 땀을 흘리는 땀샘이 없어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한다. 지난 1994 년 여름,
더위가 대단했을 때 많은 돼지들이 폭염 때문에 죽기도 했다. 돼지는 더우면
진흙탕이나 구정물에 뒹굴고 구덩이를 파기도 한다. 그 때문에 '돼지는 지저분한
동물'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돼지는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우리 안 잠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에다 용변을 본다. 그러니까 용변 가리기는 강아지보다 더 잘하는
셈이다. 돼지에게 땀샘이 없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더위를 이기기 어려운 탓으로 그들은 심한 운동을 피하게 된다. 따라서 먹은 것이
운동으로 적게 소모되고 대신 살로 가므로 단시간에 묵직하게 자랄 수 는 것이다.
사람들은 돼지가 식용으로만 쓰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죽음에 이른
많은 사람을 구하고 있다. 돼지는 사람처럼 잡식성이며 위를 비롯한 다른 장기와 이빨,
피부, 혈액이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 의학자들은 돼지에게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인슐린이라는 성분을 비롯하여, 혈액 응고를 막는 헤파린, 갑상선 환자를 치료하는
사이록신, 관절염 치료약인 ACTH 등을 얻고 있다.
또 돼지의 가죽은 아주 질이 좋아 고급 가죽 제품의 원료가 된다. 한편으로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의 피부를 특수 약물 처리한 돼지 피부로 싸 두면 통증을 줄이는
반면에 새살이 빨리 돋아 치유가 쉽다고 한다. 그 외에 돼지의 심장 판막을 떼내어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 치료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또 돼지 몸을 빌어 각종 예방
주사약을 만들기도 한다.
베이컨, 소시지, 햄을 만들거나 그대로 요리해서 먹는 돼지고기는 세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동물성 식품이다. 미국의 경우, 그 나라에서 생산된 옥수수는 절반
이상을 돼지가 사료로 먹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돼지를 단순히 고기를 얻는 가축으로만 길러왔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다른 특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그래서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실험 대상 동물로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하기에 따라
그들은 인간을 위해 지금보다 더 중요한 가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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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없어서는 안될 동물이다.
지구상에는 약 120종의 쥐가 살고 있다. 사람이 먹을 식량을 훔쳐가고,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을 퍼뜨리는 쥐벼룩이 붙어사는 쥐이지만, 그들 역시 지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동물의 하나이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난 뒤에 미국 태양에 있는 외딴 무인도에서
원자탄을 터뜨려 그 위력을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원자탄이 터지자 수천만 도의 높은
열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진동과 폭풍이 온 섬을 휩쓸었다. 동시에 강한 방사선이
퍼져나와 그 섬에 살던 생물은 어느 것도 살아남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핵실험을 하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 과학자들은 그 섬에 방사능이 얼마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 그리고 혹 어떤 생물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찾아갔다.
정말 놀랍게도 그 섬에는 몇 가지 식물이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서 자라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혹시나 하여 섬에 설치한 쥐틀에 쥐가 잡혀 나온 것이다. 섬에 살던
새라든가 다른 포유류는 모두 소멸했지만 땅굴을 파고 살던 쥐만은 일부가 살아남은
것이다.
쥐는 참으로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가진 동물이다. 그들은 철근을 넣은 단단한
콘크리트 벽도 쏠아서 구멍을 내며, 물에 빠뜨리면 3일 동안 물에 떠서 헤엄을 칠 수
있다. 그들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다. 또 한 쌍의 쥐는 1 년 동안에
15,000 마리로 가족을 늘일 수 있다. 또 쥐는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땅에 떨어져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도망간다.
이런 생존력 강한 쥐는 시골만 아니라 도시, 숲, 사막, 해안 어디에서나 잘
살아간다. 세상에 쥐가 없다면 아주 좋을 것같이 생각된다. 그러나 쥐가 사라지면
당장 온 세상에 큰 난리가 난다. 이 지구상에는 쥐를 잡아먹고 사는 동물이 너무나
많다. 족제비, 올빼미, 살쾡이, 매 등 수없이 많은 다른 동물들이 먹이가 없어 그들도
굶어죽을 상황이 된다. 쥐가 세상에 그렇게 많이 태어나도 그 수가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은 이처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태어난
쥐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1 년 이상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러 가지 쥐 종류 중에서 사람의 미움을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집쥐(시궁쥐)와 곰쥐
두 종류이다. 이들은 언제나 사람 주변에 살면서 인간의 식량이 될 곡식이나 음식을
훔쳐먹으며 지낸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전세계의 쥐가 1 년 동안에 훔쳐가는
곡식의 양은 약 2억 5천만 명이 1 년간 먹을 식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것은
전세계의 농부가 키운 곡식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쥐가 사람의 미움을 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무서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쥐는 전선줄을 갉아 합선으로 화재가 나게도 하고, 집 천장 위를 쏘다니며 잠을
설치게도 하고, 가구를 쏠아 못 쓰게 만들기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주 가벼운
피해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전염병도 페스트(흑사병)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중세기 때 유럽 대륙에 페스트가 퍼졌을 때는 2,500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유럽인은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100 년 전인 1898 년에는
인도에 페스트가 나돌았다. 이때는 1,300 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다행히 20세기가
되면서 의학이 발달하여 치료법이 나오고, 또 쥐의 몸에 사는 쥐벼룩을 살충제로
퇴치하게 되자 페스트는 더 이상 전파되지 않았다.
까만 눈을 반짝이며 재빠르게 동작하는 쥐는 머리도 아주 좋다. 그들은 사람이 놓은
쥐틀을 곧잘 피해가며, 곡식을 담아둔 곳이면 어디라도 교묘하게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쥐는 이토록 성가시지만, 한편으로 쥐는 사람을 위해서도 큰 희생 봉사를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4,000 만 마리의 쥐가 인간을 위하는 의학실험과
과학실험 대상으로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쥐가 이 세상에 없다면 생물과 생물 사이의 먹이사슬이 깨져 많은 다른
동물들도 살지 못하게 되겠지만, 우리 인간은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큰 피해를 입게
되고 만다. 인간을 위한 의학실험에는 쥐만큼 편리한 동물이 따로 없으니, 인간과 쥐,
그리고 다른 여러 동물들은 모두가 언제까지나 함께 살아야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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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어는 두렵기만 한 동물은 아니다.
'조스'라는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납고 두려운 동물이
상어라고 생각한다. 몇 해 전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대형 식인 상어가 나타나 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상어는 영화와는 달리 그렇게 두려운 동물이
아니다.
대형 상어가 사람을 해친 이야기를 들으면 상어야말로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을
너무나 끔찍한 공포의 동물로 생각된다. 1 년 동안에 사람이 상처에게 물려 죽을
가능성은 인구 3억 명에 대해서 한 사람에 불과하다. 사람이 벼락에 희생될 확률은
200 만분의 1,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할 확률은 1,000 만분의 1이라 한다. 이런 것에
비하면 상어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4억 년 전부터 바다에 살기 시작한 상어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은 '담배상어'에서부터 길이가 18m에 이르는 '고래상어'(아주 순하며, 그의
먹이는 새우 따위의 작은 플랑크톤이다)까지 약 350종의 상어가 세계의 바다와 강에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종류는 10여 종으로, 그 중에서
사납기로 가장 악명이 높은 상어가 '백상아리', 또는 '백상어'라고 불리는 종류이다.
백상아리는 몸길이가 10m에, 무게 또한 3 톤에 이르는 대형 상어 종류이다. 특히
백상아리는 냄새를 맡는 후각이 아주 발달하여 400m 바깥에서 헤엄치고 있는 먹이를
냄새로 찾아낼 수 있으며, 눈은 30m 떨어진 곳의 먹이를 알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상아리가 가진 측선(모든 물고기의 몸통 양쪽에 한 줄로 길게 뻗어 있는
감각기관)은 소리에 예민하다. 이 측선은 사람이나 물고기가 물속, 또는 수면에서
헤엄치고 있는 소리(진동)를 듣고서 그 위치와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공격할 수
있다.
백상어는 태어난 뒤 15 년이 지나야 어른이 된다. 그들은 2 년에 한 번씩 겨우 몇
개의 알을 만들어 몸 속에서 수정시킨 다음, 얼마 동안 몸안 새끼주머니 속에서 길러
낳게 된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한 번에 많은 알을 낳지 않는 백상어는 이렇게
새끼를 키워서 낳는 것(난태생)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이들 상어는 사람을 습격하기도 하고 어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먼바다에 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아주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면,
사람이 상어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상어가 인간을 끔찍이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해마다 온갖 방법으로 상어를 1억 마리 이상 살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큰 고기를 잡기 좋아하는 스포츠 낚시꾼에게는 크고 힘센 상어가 가장 인기
있는 낚시 대상이다. 또 상어의 살코기는 여러 종류의 요리가 된다. 특히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수프('삭스핀'이라는 중국요리)는 한 접시 값이 4--5 만 원에 이른다.
홍콩의 상인들이 1 년에 사들이는 상어지느러미의 양은 무려 3,000 톤이나 된다고
한다. 또 날카로운 이빨이 줄줄이 선 거대한 백상어의 턱은 골격표본으로 만들어,
모양이 좋은 것은 약 4,000 만 원에 팔리기도 한다.
백상어는 이렇게 인간으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상어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부분이 신비에 싸여 있다. 상어는 이상스럽게 암에 걸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특성에 의문을 두고 상어의 몸에는 왜 암조직이 생기지 않는지, 어떤 특별한
물질이 있기에 암 발생을 억제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만일 과학자들이 상어의 몸에서
암 억제 물질을 찾아내어 그것을 암환자 치료나 예방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상어야말로 암 환자에게는 가장 고마운 은혜의 동물이 될 것이다.
상어 가죽의 카우보이를 위한 고급 장화를 만드는 재료가 되며, 상어의 간에서
뽑아낸 기름은 치질 환자의 통증을 가볍게 하는 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상어는 종종
아무 것도 먹지 않고 3개월 동안 살기도 한다. 또 상어는 지구의 약한 자기장을
민감하게 느끼는 놀라운 능력도 가지고 있다. 즉 지구의 자력을 감지하여 자기가
여행할 길을 알아내는 것이다.
상어는 동료끼리 먹이를 다투거나, 또는 자기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일
없이 아주 평화롭게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백상어를 비롯한 다른 많은 종류의 상어가
무분별한 어획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상어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오히려 잘 보호해야 할 사정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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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의 거대한 대왕오징어를 찾는 탐험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고래 종류 중에서 가장 거물인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이다. "아니, 오징어가 어떻게 그토록 클 수 있단 말인가?" 누구나 잘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거대 동물은 그
신비함도 그 몸집만큼 크다.
왜냐하면 이 두 동물은 사는 모습을 관찰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대왕오징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산 채로 사람에게 잡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헤엄치는 모습조차 사진으로 촬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왕오징어란
전설의 동물이지 실제로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거대한 죽은 대왕오징어가 바닷가에 밀려나온 것이
발견된 적이 있고 그물에 걸려 나온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61 년에는 배가
대왕오징어로부터 공격받은 일이 있었다. 이때의 이야기 때문에 유명한 공상소설가 줄
베르너는 '해저 2 만리'라는 소설 속에 잠수함 승무원이 대왕오징어의 공격을 받아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그려놓을 수 있었다.
바다의 거대 괴물로 전해오는 이 수수께끼 같은 오징어는 얼마나 큰 것일까? 추측에
따르면 무게가 1 톤(70kg 체중을 가진 어른 14, 15 명)쯤 된다. 1880 년대에 (기록이
불확실) 뉴질랜드 해안에 떠밀려 나왔던 대왕오징어는 그 길이가 머리에서
발(촉수)끝까지 18m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대왕오징어 전문가인 클라이드 로퍼와 뉴질랜드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추측한다. "큰놈은 길이가 22--23m 정도로 더 길 것이며, 그들의
다리 하나는 그 굵기가 어른 넓적다리 같고, 그 다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난 흡반이
가득 붙어 있으며, 졸린 듯한 눈은 세숫대야만 하고,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날카로운
주둥이는 어떤 먹이라고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이런 바다의 괴물이 단 한 마리라도 산 채로 잡혀 수족관에서 전시된다면 그 인기는
대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생포하기는커녕 제대로 사진조차 찍지 못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과학자들은 우선 이들을 사진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최신장비를 단단히 준비했다.
1997 년에는 뉴질랜드에 이 전설 같은 대왕오징어와 함께 바다의 최대 동물인
향유고래를 조사하기 위해 두 팀의 과학탐험대가 각각 조사선을 타고와 탐사작업을
했다. 그들의 찾아간 곳은 뉴질랜드 남쪽 섬의 카이코우라 반도 해변이었다. 이곳
바다는 그 밑바닥이 대단히 험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저기 해저화산도 있는
곳이다.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클라이드 로퍼를 비롯한 해양학자들이 타고 온 탐험선
'타네카하'호는 길이가 14m인 작은 배였다. 하지만 이 탐험선에는 MIT 대학의 짐
벨링엄의 특별히 만든 '오디세이 2B'라는 근사한 잠수정이 실려 있었다. 길이 2.1m에,
무게 160kg인 이 잠수정은 사람이 타지 않지만 배에서 과학자들이 조정하는 대로
어디라도 내려가 보이는 것을 사진찍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척의 탐험선 '미스티크'호는 뉴질랜드의 해양학자들이 준비한 길이
24m짜리 연구선이었다. 이 배에는 미국 뉴잉글랜드 수족관의 수석 연구원인 그레그
스톤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 배에도 특별한 탐험장비 5 대가 실려 있었다. 그 중에
무인 텔레비전 카메라 장치와 대왕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실은
'도롭-캠'(해저 카메라라는 의미)이라는 장비는 줄에 매달아 해저로 내리도록 되어
있었다. 드롭-캠에 실은 카메라는 세계적인 수중카메라 전문가 에모리 크리스토프가
만든 것으로서, 하나의 드롭 캠에는 각 3 대씩 텔레비전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두 탐험대는 대형 동물 흔적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해양 탐험가들이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해변에서 대왕오징어와
향유고래를 찾으려 한 이유는, 이곳 바다에 향유고래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다른
종류의 대형 오징어가 많이 살기 때문이다. 몸 길이 24m, 무게 70 톤에 이르는
거대한 향유고래는 이빨이 있다. 작은 새우 따위를 입안에 수염으로 걸러 잡아먹는
수염고래 종류와는 달리, 이빨을 가진 고래는 다소 큰 바다동물을 먹이로 하고 있다.
향유고래는 머리가 특히 커서 몸 전체 길이의 3분이 1을 차지한다. 이 고래에
'향유'(화장용 기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머리에 1 톤이나 되는 양의 아주 질
좋은 고급 기름이 담긴 특별한 저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 사람들은
향유고래의 기름으로 램프를 켜고, 기계를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로 썼다. 이 거대한
두 동물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어떻게든 찾아서 그들을 잘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사진 47
사진설명: 남태평양에는 큰 종류의 오징어가 살고 있다. 그러나 대왕오징어는 아직
촬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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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닮은 물고기 해마
물 속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그 모습이 가장 진기한 해마는 그 생태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다. 유감스럽게도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이들도 바다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해마는 그 생김이 하도 기묘하여 처음 보면 고대의 한 공룡
새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곧
그것이 해마임을 안다.
이 작은 물고기에 바다의 말이라는 커다란 동물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그들의 머리
모습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라면 머리와 몸통이 일직선으로 유선형을 이루어
헤엄을 잘 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해마는 머리와 몸이 직각으로 붙어 있어, 언뜻
보면 말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해마는 튀어나온 긴 주둥이를 가졌으며, 피부는 비늘이 아니라 거친 골판으로 덮여
있고, 지느러미는 겨우 흔적만 남아 조그마하다. 그런 탓에 헤엄도 잘 치지 못한다.
이런 형태를 가지고 어떻게 물 속에서 먹이를 잡고 또 다른 큰 물고기들의 공격을
피해 살아갈까 의심스럽다. 해마는 그 모습이 신비스러운 만큼 궁금한 것도 많은
동물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물고기며 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물고기만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그 이유는 해마가 식량자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이 낳은 새끼를 수컷이 적극적으로 잘 보호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물고기 세계에서도 수컷이 새끼들을 보호하거나, 또 암컷이 낳아 놓은 알에
신선한 산소가 흘러가도록 물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가시고기' 같은 종류가 여럿
있다. 해마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직접 꼬리 부분의 배에 커다란 육아낭이라는 새끼
키우는 주머니를 가지고, 그 속에 새끼들을 담아 양육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암컷은
단지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낳는 것으로 그 임무가 끝난다. 이후부터 수컷이 혼자
도맡아 정성을 다해 그 알을 수정시키고 다 자랄 때까지 기른다.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해마의 종류는 35가지이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근해에
사는 것은 한 종류뿐이다. 모든 종류의 해마는 얕은 해안가의 바다풀이나
맹그로브나무(열대 바닷가 해수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 또는 산호에 붙어서
살고 있다. 그들은 긴 꼬리를 해조의 줄기나 산호의 가지에 빙글 돌려 감고, 마치 고개
숙인 말과 같은 자세로 좀처럼 이동하지 않고 살아간다.
해마는 자신의 몸 색깔을 카멜레온처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양쪽 눈은
따로따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한쪽 눈으로는 먹이를 찾고 다른 한눈으로는 적을
경계할 수가 있다. 이런 기능 역시 카멜레온의 눈과 비슷하다. 그들은 시력도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 가운데 가장 큰 종류는 태평양 쪽 열대 아메리카 해안에 사는
'잉겐스해마'이다. 이 종류는 다 자라면 길이가 35cm에 이른다. 반면에 가장 작은
종류인 '바르기반티해마'는 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 섬에 살며, 그 크기는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겨우 2cm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큰 종류는 육아낭이 커서 한 번에 1,572 마리나 되는 많은 새끼를
가졌던 조사 기록도 있다. 반면에 작은 종류는 새끼가 10 마리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새끼 수가 적은 것은 어미의 체격이 작더라도 새끼의 크기는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알을 품은 수컷은 늘 주머니에 신선한 물을 갈아넣어 알이
부화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또 해마는 한 남편과 한 부인이라는 일부일처제를 잘 지키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언제나 한 자리에 거의 붙어서 살고 또 행동이 아주 느리다. 그러므로 한 번
정한 짝을 자주 바꾸어야 한다면 짝짓기 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서로
만나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서로 일단 부부가 되면 암수는 번식기간 동안 내내
가까이 살면서 사이좋게 자손을 번식시켜 간다. 수컷은 주머니를 비우자마자 곧 다시
암컷으로부터 선물받으므로 빈 주머니도 지내는 때가 별로 없다.
해마는 작은 플랑크톤을 먹고산다. 그러나 해마를 노리는 것은 다른 큰 바다
동물이다. 게 종류와 펭귄은 해마를 좋은 식사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물고기들은 해마를 먹었다고 뱉어 버린다. 그것은 해마의 피부가 삼키기에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해마는 열대와 온대지방 어느 바다에서나 다 살고 있지만 특히 열대 바다에서 잘
번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바다가 오염되고 그 환경이 파괴되면서 해마들의
삶터도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얕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오염의 피해를 더 쉽게
받는다. 중국 속담에 "북쪽에는 인삼이 있고 남쪽에는 해마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해마가 인삼만큼 훌륭한 약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대 로마의 이름난 철학자
플리니는 "대머리를 치료하려면 해마 가루에 소다를 섞은 것을 돼지기름에 으깨어
머리에 바르면 된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사람들이 해마를 생약으로 사용하게 된
역사는 아주 길다 하겠다.
세계에서 해마를 가장 많이 약으로 쓰는 나라는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다. 이들 나라의 몰지각한 사람들이 해마를 약으로 먹는 이유는,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마치 뱀이나 개구리가 약이 된다고 먹는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지한
사람들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아직 생태조차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귀중하고도 신비스런 물고기 한 종류를 전멸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해마의 국제 거래장인 홍콩에서는 말린 해마 1kg을 250 달러에 팔고 있는 데, 큰
것은 그 값이 3배나 비싸다. 어떤 관계자의 추정에 따르면,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만
해마다 약 600 만 마리(약 20 톤)의 해마가 약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는 약 2,000 만 마리가 매년 소모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해마 수입국
가운데는 유감스럽게도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놀랍게도 미국인들도 필리핀으로부터 약 20 만 마리나 되는 살아 있는 해마를 매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양과 달리, 해마를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애완동물의 하나로 수족관에서 키우면서 그들의 기묘한 모습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해마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많아지자 필리핀과 인도 등지의
바다에서는 그것을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아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해마를 잡는 사람들은 해조와 맹그로브나무와 산호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한 마리씩
손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산호를 파손시키기도 하고 맹그로브나무를
해친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해마뿐만 아니라 다른 물고기까지도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해마의 모습이 기묘하다고 해서, 또 그것이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 같은 귀중한 생물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세상에 사는 어떤 생물 한 가지라도 전멸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가는 행동이다.
* 사진 48
사진설명: 육아낭 입구로부터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나오고 있다. 해마들은 종류가
달라도 새끼의 크기는 모두 1cm 내외로 비슷하다. 수컷은 깨어난 새끼를 거의 2일
동안 수고하여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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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해파리의 독액으로 의약을 생산한다.
지구상에는 사람을 죽일 만큼 무서운 맹독을 가진 동물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 해안에 사는 상자해파리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지난 100 년 동안에 상자해파리에 희생된 사람의 60--70 명이나 된다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 바다는 산호섬이 발달된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 나 있다.
그러나 이곳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상자해파리에 쏘이는
날이면, 5분도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게 될
위험이 있다.
상자해파리라는 이름은 그 모양이 다른 해파리들처럼 둥근 사발 형태가 아니라,
사각형 상자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는
파이판이라는 독사 종류가 살고 있다. 이 독사는 어찌나 독이 강한지 한 마리의
독샘에 어른 30 명을 죽게 할 만한 독액이 들어 있다. 더군다나 이 뱀에게 물리면
견딜 수 없게 아프기로 하려니와, 빨리 치료받지 않는다면 몇 시간 안에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어른이 된 상자해파리 한 마리는 자그마치 어른 70 명의 생명을 없앨 정도의
독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이 해파리에 쏘인 피부는 불로 지지는 것처럼 아프다.
그리고 해파리의 독은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을 통해 심장과 온몸으로 즉시 전달되고,
독소는 금방 심장의 운동을 멈추게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해양과학연구소의 생물학자 윌리엄 햄너 씨는 상자해파리의
습성을 조사하기 위해 해파리를 채집하여 수족관에서 길러 보기도 했다. 그는 밤중에
보트들이 정박하는 선교에 접근한 상자해파리를 발견하고, 포충망같이 만든 자루가 긴
그물로 조심스럽게 떠 올려 커다란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았다. 그 해파리는 크기가
농구공만 했으며, 그 몸통 아래로는 길이가 4.5m에 이르는 촉수를 60가닥이나
드리우고 있었다.
그는 만일을 대비하여 긴 바자에 긴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고무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해파리를 그물로 떠올리느라 많은 땀을 흘리게 된 그는 더워서 셔츠를
벗고는, 해파리가 담긴 양동이를 들고 물이 담긴 트럭의 탱크로 옮겨가고 있었다. 앗
하는 순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픔이 팔뚝 윗 부분에 일어났다. 양동이
가장자리에 살짝 걸려 있던 해파리의 촉수 한 가닥이 바람에 날리면서 그의 팔에 닿은
것이다.
뜨겁게 달군 쇠막대로 지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 그는 무의식적으로 아픈 자리를
손으로 긁었다. 자칫하면 들고 가던 양동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해파리의 촉수에 쏘인
팔뚝은 순식간에 벌겋게 변했다. 그는 그나마 운이 좋았다. 상처 자국이 2.5cm에
불과했으니까, 만일 그 상처가 25cm 이상만 되었더라면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쏘인 자리는 견디기 어렵도록 수백차례나 욱신거리며 아팠다.
바다에서 놀다가 운 나쁘게 상자해파리에 쏘이면 5분도 못 견디고 숨이 막혀
죽는다는 것은 예부터 알려져 있는 일이다. 상자해파리가 나타나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해안에서는 해파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다에 그물을 치고 그 안에서만
수영하도록 했으며, 파도타기 등을 할 때는 온 몸을 감싸는 특수한 얇은 옷을 입어야
했다.
이렇게 두려운 해파리였지만 과학자들은 상자해파리의 일생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1970 년대 후반부터 몇 사람의 해양과학자들이 이들을 생포하여
특별히 만든 수족관에서 오래도록 키우면서 조사한 끝에 그 생활상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상자해파리는 여름철에 강물이 흘러드는 바다(하구)에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 곧
깨어나 플라눌라라고 부르는 새끼가 된다. 이 시기에는 전혀 해파리 모양이 아니다.
조금 더 자라면 다시 폴립이라는 형태로 변태를 하고, 그 후에 완전한 해파리 모습을
갖게 된다. 해파리가 플라눌라라든가 폴립이라는 형태일 때는 너무 작기도 하려니와
투명하여 자연 상태에서는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아주 작던 해파리지만 차츰 포도알 크기가 되고, 다 자라면 농구공만 하게
된다. 상자해파리는 바다를 떠다니면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류를 촉수를 뻗어 독살시킨
후 잡아먹는다. 해파리의 길고 하늘거리는 촉수에는 수만개의 가시세포가 붙어 있다.
이 촉수에는 근처에 있는 물고기나 새우를 냄새 맡는 감각기관도 있다. 그러므로
먹이가 가까이 오면(사람까지) 자연스럽게 뻗어 먹이를 순간적으로 죽여 버린다.
해파리의 삿갓 부분을 영어로 메두사라 부른다. 메두사는 그 성분의 95%이상이
수분이고 투명하기 때문에 물 속에 있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길고
가느다란(폭 약 5mm) 촉수는 더 투명하다. 촉수에 있는 가시세포의 가시 길이는 아주
짧기 때문에 얇은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혹 접촉하더라도 피부는 안전하다.
독사라든가 독거미 따위에게 물리게 되면 물린 자리만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독해파리에게 공격당하면 몸 전체가 거의 동시에 쏘이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1970
년대 초에 상자해파리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품이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이 해독제는 해파리의 독을 면양에 주사했다가, 면양의 몸에 항체가 생기면 그것을
뽑아내어 만든다. 상자해파리가 출몰하는 바다 근처의 병원이나 휴양소에는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해독제가 상비되어 있다. 이 해독제는 아주 효과가 빠르게
극적으로 나타난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 즉시 주사를 하면 몇 분 안에 아픔도 멈추게
되고 상처도 줄어든다. 상자해파리는 왜 이토록 강한 독을 가져야 했을까? 만일
해파리가 그 연약하고 투명한 촉수로 새우를 잡을 때, 새우가 아직 죽지 않아 몸을
퍼덕인다면, 새우의 딱딱한 껍질은 해파리의 촉수를 간단히 찢어 떨어지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해파리로서는 그 독이 강할수록 부드러운 몸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먹이를 독살시킨 해파리는 그것을 끌어와 입으로 가져간다. 해파리의 입은 메두사
안에 있다. 그리고 메두사 밑에는 눈이 있다. 이 눈은 4개가 그룹을 만들고 있는데,
상자 모양에 맞춰 사방을 보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뇌가 없는 해파리인데 어떻게
눈으로 본 것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상자해파리는 그 무서운 '독 촉수' 때문에 무서운 상대가 전혀 없는 괴물일까?
자연의 신비는 어디에나 있다. 바다의 거북들은 먹이의 하나로 이 해파리를
잡아먹는다. 그런데도 거북은 해파리의 독에 해를 입는 일이 절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수수께끼이다. 생명의 신비들은 이런 해파리에게까지 감추어져 있다.
* 사진 49
사진설명: 포도알 정도 크기의 상자해파리 촉수에 걸려든 새우. 촉수에 닿는 순간
새우는 죽는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퍼덕거리는 새우의 껍질에 해파리 촉수가 망가질
것이다.
아마존의 독개구리 성분으로 심장발작을 치료한다.
남아메리카 정글에 사는 어떤 작은 개구리는 절대로 손으로 만져서는 안된다. 그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세상의 어떤 독약보다 강력한 독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독액이 사람의 상처에 묻는 날이면 그는 자리에서 온몸을 뒤틀다가 죽게
된다.
남아메리카 아마존 정글 지대는 중심으로 한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지의 밀림에서는 아직도 일부 원주민들이 엿 방식대로 원시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들 중에서 우리들의 호기심을 크게 끄는 것은 인디언
사냥꾼들이다. 거의 나체에 가까운 차림으로 그들은 숲 속을 나다니며 새와 작은 짐승
때로는 원숭이 등을 잡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긴 대롱 속에 넣은 작은 독화살을 훅
불어, 그것을 동물의 몸에 명중시켜 사냥하고 있다.
인디언 주민의 사냥꾼이 쓰는 이 작은 입으로 부는 사냥 장비를 보통 바람총(블로
건)이라 부른다. 이 바람총의 화살 끝에는 신비스런 독액이 묻어 있다. 독화살이 몸에
꽂힌 짐승은 꼼짝없이 떨어져 죽게 된다. 그런데 이 바람총 화살에 바르는 독은 숲에
사는 작은 개구리의 피부에서 뽑아낸 것이란다.
인디언들이 언제부터 개구리 피부에서 나오는 독을 사냥에 이용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독개구리는 남아메리카 열대 정글에서만 살고 있다. 필로바테스
테리빌리스라는 노란색 개구리는 다 성장해도 크기가 8cm도 안 되지만, 그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맨손으로 만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토록 무서운 독개구리가 살고
있다면 아마존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과학자들은 이곳의 독개구리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지역에 사는 개구리 종류는 모두 135종인데 그 가운데 55종이
독개구리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화살의 촉에 발라 쓸만큼 지독한 독을 내는 것을
3종류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머지 대부분은 그 독성이 훨씬 약했다.
에피테도바테스 트리콜라라는 흰 줄무늬를 가진 갈색 개구리는 3가지 맹독 개구리
중의 하나이다. 이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마약 성분인 모르핀보다 200배나 강한
에피바티디엔이라 부르는 화학 물질이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이 물질은 모르핀보다
200배나 강한 진통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모르핀은 수술할 때나 상처가 심한 환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할 때 그런 아픔을 일정시간 동안 잊게 하는 약으로 쓰고 있다.
이 개구리의 독액이 진통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약품은 병원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게 되었다. 사람들 중에는 선천적으로 모르핀을 아무리 주사해도
진통 효과가 없는 특별한 이가 가끔 있다. 이런 사람이 환자가 되면 진통이 되지 않아
부득이 아픔을 참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리나 그런 환자에게도 개구리의 독액은
확실하게 진통 효력을 나타냈다.
독개구리들은 종류에 따라 크기가 1.5cm인 것에서부터 최대 8cm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의 특징은 모두가 형광 비슷한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으며, 또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새나 뱀 또는 다른 짐승이 이런 독개구리를
잡아먹었다가는 자신이 죽고 만다. 그래서 이곳의 동물들은 독개구리의 형광을 보고
또 그 냄새를 맡음으로써 "저건 먹었다간 큰일 나" 하고 피하게 된다.
독개구리가 사는 이곳 정글에는 타란튤라라고 부르는 독을 가진 대형 거미도 살고
있다. 관찰에 따르면 독거미도 독개구리는 당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개구리를 잘못
공격한 독거미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입에서 거품을 내뿜다가 죽는 장면도
관찰되었다.
독개구리라고 하면 절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들의 독액 속에 어떤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조사했다. 덴드로바테스
아우라투스라는 개구리의 독액에서는 자그마치 300여 가지의 알칼로이드라고 부르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그러한 화학 물질들 중에는 사람이 다른 동물을 즉사시키는
독소에서부터, 코카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진통 효과를 가진 성분, 그리고 심장이
갑자기 멎어 죽게 된 환자의 심장을 즉시 자극하여 소생시킬 수 있는 물질도 들어
있음이 발견되었다.
"많으면 독이 되고, 적으면 약이 된다."는 속담이 개구리의 독액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개구리의 독성분을 의학적으로 더 잘 이용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있다.
개구리를 연구하기 위해 매번 독충이 우글거리는 무덥기만 한 정글에 자주갈 수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독개구리를 채집하여 테라리움(동물을 키우는 온실 같은
시설)에 넣어 두고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인공적으로 사육한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전혀 독액이 나오지 않았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개구리의 먹이가 달라진 때문이었다. 야생 상태에서는
개구리들의 개미나 톡톡이 따위의 벌레를 잡아먹고 살았는데 사육장에서는 다른
곤충들을 먹이로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 개구리의 독액은 다른 동물이나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두렵게도 그
물질은 근육을 순식간에 마비시켜 다시는 회복되지 않게 한다. 그러니까 인체에 독이
들어오면 즉시 심장근육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체에 이보다 더 치명적인
작용은 없다.
독액이 그토록 무섭다면, 독화살로 잡은 짐승을 사람이 요리해 먹는 것도 위험하지
않을까? 사실 그렇다. 인디언들은 독화살로 잡은 짐승의 살점을 혀로 살짝 핥아 보고
먹어도 좋은지 안 되는지 분별한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모험이겠다.
독개구리들은 나무에서 살기 때문에 알도 나뭇잎에 고인 물에 낳는다. 한 번에
2--16개를 산란하는데, 알이 부화하여 올챙이가 되면 그대로 두지 않고 한 마리씩
등에 업어서 각기 다른 장소에 옮겨 놓게 된다. 한 자리에 있으면 물도, 먹이도
부족하고, 또 적을 만나면 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미는 올챙이를 따로따로
한 마리씩 독립시켜 두고 성공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기 자리잡은
올챙이는 수컷이 지키며 보호한다고 한다.
나뭇잎 사이의 작은 우물에서 올챙이가 무얼 먹고 자라는가 하는 것이
수수께끼이다. 신기하게도 암컷은 자기 올챙이가 있는 그 우물을 2, 3일에 한 번씩
찾아와 수정되지 않은 알을 몇 개씩 낳아 두고 간다. 이 미수정란은 아무리 있어도
올챙이가 되지 않으며, 영양이 대단히 풍부한 올챙이의 식량이 된다.
독개구리의 올챙이에게는 독이 없다. 따라서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세상에는 신비하게도 이 독개구리의 올챙이만 찾아다니며 식사를 하는 동물이 있다.
그것은 나무에서 사는 '게'이다. 게라면 바닷가에나 산다고 생각되지만, 마치
청개구리처럼 나무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
* 사진 50
사진설명: 독개구리들은 크기가 1.5cm도 안된다. 그들은 독성분을 피부에서
분비하여 적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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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오염되지 않은 물에서만 사는 환경지기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은 맑은 물이 흐르는 냇물 돌 밑에 숨어사는 가재를 잘
모른다. 그러나 시골의 어린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심심하면 냇가에 나가 가재를
잡는다. 가만히 돌을 뒤집어 도망가기 전에 얼른 손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가재의
색깔은 바닥의 돌이나 모래빛과 같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잡으려 하면 얼른
뒷걸음질하여 다른 돌멩이 아래로 숨어 버린다.
어린이들이 그처럼 좋아하는 가재는 맑은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도시에 가까운
냇물은 온갖 폐수가 흘러들어 구정물이 되어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물
속의 생물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가재들은 물이 맑고 깨끗하기만 하면 우리나라
어느 냇물에도 많은 수가 살고 있다. 어린이들은 가재를 잡아다 어항에 넣고 길러
보기도 하고, 많이 잡았을 때는 삶아서 그 속살을 먹기도 한다. 가재를 삶으면 껍질이
빨간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더욱 귀여운 모습이 된다.
가재는 물 속 돌 밑에 숨어서 살아간다. 가재의 눈에는 물 속의 작은 벌레들이 잘
보인다. 그러나 다른 큰 동물들은 가재를 찾을 수가 없다. 만일 큰 물고기나 물뱀,
너구리, 수달 또는 새들의 눈에 발각된다면 금방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가재를 보면
바다의 게나 새우를 닮았다. 그들은 서로 사촌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들 무리를
'갑각류' 또는 좀더 자세히 말해 '게새우류'라 부른다. 바닷가의 거북손, 굴등, 갯강구
그리고 민물에 사는 물벼룩 등도 여기에 속한다.
4월경이 되면 가재는 2백여 개의 알을 낳아 배에 붙어 있는 다리(복각이라 부름)에
붙인 상태로 물 속을 다닌다. 그냥 물에 알을 낳아버리면 물고기나 다른 물 속
동물들이 잡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알이 부화되어 나오면 가재는 한동안 새끼를
자기의 돌 밑 집에 숨겨두고 기른다. 얼마큼 자란 새끼들은 이제 제각기 살아가기
시작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다음에야 돌 밑으로부터 나온 가재는 두 개의 커다란
집게 다리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작은 곤충이나 애벌레가
아니면 죽은 물고기 등이다. 그들의 두 개의 길다란 촉각을 부지런히 휘두르고 있는
것은 먹이의 냄새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재의 더듬이는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먹이가 있으면 곧 그것을 알아낸다.
가랑잎 밑에 송사리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가재는 두 집게다리로 먹이를
잡고는 앞에 있는 두 다리의 힘을 빌어 살점을 뜯어내어 입으로 넣는다. 실컷 먹은
가재는 다시 제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가끔 이상스런 일이 일어난다.
가재의 딱딱한 등껍질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 아래엔 이미 부드러운 새
껍질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가재는 탈피를 시작한다. 가재는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탈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낡은 껍질 속에서 꽁무니부터
빠져나온 가재는 마지막으로 촉각과 함께 머리를 꺼내면 완전히 탈피하게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새 껍질을 가진 가재는 잠깐 사이에 부쩍 자란다. 그러나 그 껍질은 다시
딱딱해진다. 가재는 이런 탈피를 몇 번이고 하는 사이에 점점 자란다. 우리나라의
가재는 크게 자랐을 때 겨우 65mm 정도 되지만 열대의 어떤 가재는 몸길이가
30cm나 되는 것도 있다.
시골 어린이들은 가느다란 철사 끝에 죽은 개구리의 살점을 꿰어 가재가 있음직한
돌 밑으로 가져가 유인해 내어 잡기도 한다. 이런 유인 법으로 잡으려면 아침보다
저녁에 더 잘 잡힌단다. 뭐든지 길러 보길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가재를 집으로
가져온다. 어떤 때 집에 와서 보면 가재가 이미 죽어 있을 때가 있다. 그랬다면
가재를 다는 물의 온도가 너무 더운 탓일 것이다. 가재들이 좋아하는 물은 수온이
차고 또 많은 산소가 녹아 있는 신선한 물이다. 그러므로 잡아오는 동안에 물 온도가
더워진다고 생각되면 곧 찬 새물로 갈아주어야 한다.
가재를 기르려면 어항에는 소독약 냄새가 없는 지하수를 담아줘야 하고, 물이
더워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약간의 모래를 깔아 주고 숨어 있을 적당한 돌멩이도
넣어 준다. 먹이는 생선이나 지렁이 조각을 아주 조금씩 넣어 주면 된다. 수초를 심어
두면 더욱 좋겠다.
가재를 잡다 보면 큰 집게다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재의 다리는
재생력이 커서 몇 차례 탈피를 하는 동안 새로운 다리가 자라 나온다. 완전히 똑같은
큰 다리로 자라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지만 가재는 다리가 떨어졌다고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가재에겐 아가미가 있어 물 밖을 나오지 않고 물 속에서 숨쉬며 살아간다.
만일 물 속에 썩은 찌꺼기가 많아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하면 곧 죽어 버린다.
그러므로 먹다 남은 먹이 조각은 집어내 버리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가재는 오염되지
않은 물만 좋아하기 때문에 가재가 살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 냇물이 오염된
물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