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달이 잘 주실 거죠?”
“.....”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건물에 계시면서 평생 저한테 돈 부쳐 주실 거예요? 저 한테 돈 보내는걸 알면 다른 형제들도 돈 달라고 할 텐데 그러다가 의리 상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용료 한두 번 안내면 바로 다른 조치 취할 작정인데 그것도 부담스러울 거예요. 더구나 장기적으로 사용료만 받고 끝낼 것이 아니라 비록 작은 땅이지만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결국은 건물을 상대로 해서 어떤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유리한 점은 없고 불리한 점만 있다는 것을 약간의 과장도 섞어서 속사포처럼 쏘아 붙였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올까하는 마음 더하기 상대방의 능청스러운 반응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더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 형제들은 의리가 남달라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사용료는 약속대로 줄 터이니 걱정 마시고 나중에 뭐 어찌하겠다는데…. 우리 집안이 법조인 집안이라 알아볼 만큼 알아 봤으니 그런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는 안하셔도 되고…. 주는 사용료나 잘 받으면 되고….”
상대는 만나게 되면 이런 저런 말을 해야겠다고 준비라도 한 듯이 그 같은 말을 쏟아냈다. 씨알도 안 먹히는지 먹히는지는 우리가 판사도 아니고 법정 안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깊게 논할 것까지는 없었다. 상대방에 대한 견적이 어느 정도 나왔으므로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명함을 건 내 주며 전화번호를 받았다.
사용료를 힘주어 말하는 행간에 이 물건을 절대 되사가지는 않을 거야라는 의지가 깊이 박혀 있음을 느꼈는데, 진정 그렇게 되면 애초에 의도했던 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라 낭패가 아닐 수 없고, 또한 과장되게 말하는 폼이 그 사용료마저도 제 때에 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시일이 지나 원고에게 매월 11여 만 원의 부당이득금을 지급하여 줄 것과 연체 시 연 15%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것까지 덧붙인 판결문이 나왔다. 처음 몇 번은 정해진 지급일에 맞추어 돈이 들어오기는 하였는데 역시 예상대로 그 들어오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몇 달에 걸쳐 한두 번 몰아서 오기도 하고 그 이후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가 드디어 그마저도 끊어졌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볼 것은 건물주를 상대로 계속 압박을 하여 그에게 매각하는 것을 지속할 것인지의 여부인데, 지금까지 그의 반응과 태도로 보아서 그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있을 자신의 운명에 큰 관심도 없는 것도 같고 이미 이런 식의 압박에는 익숙해져 될 대로 되라는 식이라면 백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매로 전체 토지를 매각하여 수익을 올리거나 그 와중에 뜻하지 않게 나타난 공유자 중 한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으로 종결하거나 이도 저도 안 되면 끝까지 달려가서 건물을 낙찰 받아서 나름대로의 큰 그림을 완성시키는 편이 더 나을 듯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긴 여정이어서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뜻한 대로 상황이 돌아갈 것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그렇다 해도 이미 내친 길이었고 한편으로는 포기하고 돌아갈 길도 없었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정확한 목표를 정해서 달려가야 했다. 건물주를 재끼고 다른 공유자의 간을 보며 전진….
그 같은 차원에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할 것을 다짐했다. 하나의 토지를 여러 사람이 공동 소유하고 있으면 온전한 권리행사가 어려워 팔아먹기도 힘들고 저당을 설정해서 돈을 빌려 쓰기도 곤란한 탓에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다행히 우리 법에서는 민법 제 268조에 공유물 분할 청구권을 두었고 제 269조에 그 분할의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어 그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민법 제 268조 (공유물의 분할 청구)
①공유자는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내의 기간으로 분할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할 수 있다.
②전항의 계약을 갱신한 때에는 그 기간은 갱신할 날로부터 5년을 넘지 못한다.
③.전2항의 규정은 제 215조, 제 239조의 공유물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 269조 (분할의 방법)
①분할의 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유자는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
민법 제 268조의 규정에 따라 다른 공유자를 상대로 공유물을 분할하자고 요구할 수 있으며 분할 조건으로 근 5년 내에는 분할하지 않을 것을 정할수도 있는데 만일 분할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대방이 있거나 분할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시에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잘라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공유물 분할의 소라고 하고 그 분할의 방식에는 현물분할, 현금분할, 가액분할이 있다.
토지 등을 지분의 비율대로 잘라서 가져가는 현물 분할이 원칙이며, 현금분할은 현물로 분할하는 것이 어렵거나 그로 인해 가치가 현저히 하락할 것이 염려되는 경우에 법원의 명으로 경매를 진행하여 그 돈을 나누어 가져가는 것이고, 가액분할은 공유자중 한사람의 단독소유로 전환하고 탈퇴하는 공유자에게 지분 평가액을 물어주는 방식의 분할이다.
이 물건의 경우. 건물이 토지위에 자리 잡고 있고 또한 별로 크지 않은 토지를 아홉 명이 잘라서 소유하게 되면 아주 협소한 토지가 되어 그 효용가치가 현저히 하락할 것이어서 현물분할은 불가함이 뻔하다. 그리고 공유자 중에 그럴듯한 재산가가 있지도 않은 마당에 가액분할을 기대할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현금 분할 밖에 없을 터였다.
현금분할을 해달라는 소장을 다음과 같이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제기 이전에 공유물 분할을 피 보전 권리로 하여 상대방 지분에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음은 주지한 바와 같다.
청 구 취 지
1. 별지목록기재의 부동산을 경매하여 그 대금에서 경매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9분하여 원고에게 105분하여 원고에게 105분의14, 피고1 김0규에게 105분의6, 피고2 김0호에게 105분의4, 피고3 김0수에게 105분의4, 피고4 민0경에게 105분의14, 피고5 민0란에게 105분의14, 피고6 민0옥에게 105분의14, 피고7 민0기에게 105분의14, 피고8 이0숙에게 105분의21을 배당할 것을 명한다.
2.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위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라는 판결을 구합니다.
청 구 원 인
1. 별지목록 기재부동산(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합니다)중 지분 105분의 14에 대하여 원고는 청주지방법원 본원 부동산 강제경매사건에 관하여 위 표시 부동산중 000 지분 14/105 전부를 2010년 0월 0일 낙찰 받아 같은 해 0월 0일 잔대금을 납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피고들과의 사이에 분할하지 아니한다는 특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갑 제1호증-부동산등기부등본)
2. 이후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공유물분할 및 분할면적에 대한 명도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전체를 점유하여 사용, 수익하고 있습니다.
(갑 제2호증-내용증명우편물)
3. 위와 같이 피고들은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 소유 토지의 105분의14를 점유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그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으며, 피고들은 이 사건 토지의 105분의 14에 해당하는 면적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할 것입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들 간에 분할하지 아니하기로 한 특약이 없는 이상 원고들의 청구에 의하여 언제든지 분할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 사건 토지는 위 경매사건 절차에서 귀원이 의뢰한 감정평가서의 지적개황도에 의하면 현재 이 사건 토지 지상에 건물이 있음으로 물리적으로 분할할 수 없고 또한 분할을 한다 하더라도 건물의 위치와 진입로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토지의 효용가치는 현저히 감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갑 제3호증 - 감정평가서) (갑 제 4호증 -건축물 대장)
4. 이에 부득이 이 사건 부동산을 경매로 매각하여 그 대금에서 경매비용을 공제한 금액 중 원고와 피고들의 지분에 따라 지분별로 현금으로 분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료되어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얻고자 본소 청구에 이른 것입니다.
소장을 제출하고 첫 기일이 잡혔지만 공유자들 중 누구도 그 기일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어 출석한 법정에서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기일이 잡혔지만 마찬 가지였다. 공유물 분할 소송 단계에서 관심 있는 공유자가 등장할 것을 은근히 기대하였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압박의 대상으로서 건물주도 날아가고 소송을 통해 간을 보고자 했던 공유자들도 날아간 셈이었다. 비빌 언덕이 쪼그라 들어버린 격이었다. 이제부터는 공유자인 그들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 했다.
피고들이 불참하여 소송은 무변론으로 종결이 되었고 원고 승이라는 판결문을 받을 수 있었다. 판결문은 하늘에서 떨어진 커다란 칼이나 마찬가지여서 더 이상 거칠 것도 바랄 것도 없게 하는 힘을 주었다. 위기감을 느낀 상대방들이 찾아와서 살려달라고 하면 내키는 대로 살려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으며 토지 전체를 경매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다. 기억 속에서 상대방을 지워버리기로 했기에 곧바로 판결문을 들고 법원 경매계로 달려가서 판결문대로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말하자면 형식적 경매의 신청이다. 임의 경매와 강제 경매 등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등에 의하여 행하여지지만 소유자나 유치권자등이 권리관계의 보전 내지 청산을 위하여 경매를 신청할 경우가 있는데 그 때 행해지는 것이 형식적 경매이다. 형식적 경매로는 유치권에 의한 경매, 공유물 분할을 위한 경매, 청산을 위한 상속재산의 경매 등이 있다.
경매 신청서를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공유물 분할을 위한 강제경매 신청서
신 청 인
피 신청인
소 유 자
청 구 금 액
경매로 매각 후 신청인에게 실제로 배당될 금액
매각할 부동산의 표시 :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음
신 청 취 지
청주지방법원 2000가단 00000 공유물분할사건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하여 위 표시의 부동산을 매도하여 분배하여야 하나 2000년 0월 0일 현재까지 아무런 진행이 없으므로 위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 절차를 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 부 서 류
1. 강제경매 신청서 1통
1. 부동산 등기부 등본 1통
1. 집행력 있는 판결문 정본 1통
1. 송달. 확정 증명원 1통
1. 경매 관련인 목록 1통
2000년 0월 00일
위 신청인 0 0 0 (인)
010-0000-0000
청주 지방 법원 귀중
관련인 목록
신 청 인
피 신청인
압류권자
가압류권자
<별지>
부 동 산 의 표 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대지 0000㎡.
경매 신청 관련해서 준비해야 할 서류는 생소하면서도 많았다. 집행력 있는 판결문 정본은 공유물 분할의 소에 관한 판결문인데 법원 민원실에서 발급받을 수 있었고, 송달·확정 증명원은 당사자들에게 송달이 되었고 사건이 종결되어 확정이 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한 확인서로 이 역시 민원실에서 발급 받았다. 그리고 근저당권자, 압류권자, 가압류권자, 가등기권자 등 경매로 매각이 되었을 경우 배당에 참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정리하여 관련인 목록과 별지를 따로 작성하였다. 이런 저런 서류를 준비해서 법원 경매계에 제출하자 담당자는 법원예납금을 지불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법원 예납금은 경매를 진행할 때 쓰이게 될 돈으로 감정평가 비용 등이 포함된다. 법원 예납금 납입 영수증을 은행에서 받아 다시 경매계로 가서 제출했더니 담당자가 사건 번호를 적어 주며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이것으로 신청절차는 끝이 났다. 조만간에 법정지상권 여지 있는 물건으로 토지 전체가 경매법정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지분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진 상태로 나오게 되고 그렇게 등장한 물건을 적절한 가격에 낙찰을 받고 건물주 민 아무개와 새로운 얼굴로 새롭게 흥정을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 낙찰만 받으면…. 낙찰.
☞ point
1.법정지상권·지분 물건 해법의 흐름
①낙찰 ②내용증명 발송 ③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의 소 ④ 공유물 분할 소송 ⑤토지 전체 경매 신청 ⑥ 토지 낙찰 ⑦ 건물 철거 소송 ⑧ 건물 경매 신청 ⑨건물 낙찰 .
2.공유물 분할 소송 전에 공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금지가처분을 제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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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 피가되고 살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네요~^^
나누는 경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좋은 글 써주시네요........ 흥미진진합니다..........ㅋ
오랜만입니다~!감사합니다.
고향호랑이님의 글 기다리다 눈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이렇게 자세히 풀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좋은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내용이 재미있는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고향호랑이님께서 공유물 분할을 위한 강제경매 신청서를 직접 다 하셨나 보네요.. 대단하십니다..
흥미진진하네요~~~다음편 바로 읽으러 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기가막히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최고이십니다!
이건 돈주고 들어야할 이야기네요
무료로 읽기에는 내용들이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