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남도국)
첫사랑, 구순 노인에게 첫사랑을 추억, 기억하여 글로 옮겨 쓰라는 숙제, 만만찮은 도전이다. 그래도 하라니 해야지!
스물여덟 살 1964년 여름, 형수씨가 경영하든 미장원 미용사가 얌전하고 착하다며 남 주기 아깝다며 한번 만나보라 권해온다. 직장이 좋아 내 몸값이 하늘 높이 치솟던 시절,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오고 직접 전화로 프러포즈 해온 아가씨들도 있었다.
직장에서 많이 벌어도 손에 잡히는 것 없고 쓸데없는 곳에 허비해 버리는 생활 2년 만에, 결심하고 용기를 내어 형수씨가 시키는 대로 미장원 아가씨를 한번 만나자며 데이트를 신청했다. 아가씨가 첫 번째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어 대체로 조용한 목요일 저녁 8시 장미동 부두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해 준다.
야간 근무 때문에 저녁 10시 버스를 타야 하기에 짧은 시간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려나 조심스럽게 나갔는데, 아가씨 정확하게 시간 맞춰 나와서 기분 좋게 만났다. 좀 쑥스러운 모습이지만 이야기는 오순도순 잘 이루어졌다. 미용사면 세상 물정에 바싹한 여우 같을 줄 알았는데 말마디마다 순진하고 정직해 보여 좋았다.
대전에서 군산으로 오게 된 동기도 차분하게 설명해 주어 공감도 되고 되레 동정심이 생겨났다. 대전에서 철도 공무원의 셋째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학교에 잘 다니며 살고 있는데 6.25 전쟁이 발생하여 다음 날 대전역 사무실에 다녀오겠다고 집 나간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지 않아 하루아침에 집 안이 산산조각나고 일곱 식구 먹고살기 어려워 어머니를 앞세우고 식구 모두 쌀장사를 시작하여 기차로 익산 와서 쌀을 구매하여 대전에 가 팔아 연명해 가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했다.
대전 여고 2년생, 모든 가족이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고등학교에 보내준 일에 충격받은 열일곱 살 학생, 학교 공납금을 들고 학교 아닌 미용학원으로 달려가 등록을 했단다. 다음날 그는 학교 대신 미용학원을 나가 미용 공부하면서 기술을 익혀 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군산으로 와 그 첫 번째 직장이 형수씨가 운영하는 시청 뒤 미도파 미장원, 손님이 많고 인기가 좋아 영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했다.
시청 총무과 근무하는 미모의 아가씨, 돈 잘 버는 비행장 전화 교환수, 또 어릴 적 고향에서 같이 자라며 재밌게 살다가 서울로 올라가 꽤 성공했다는 아가씨도 결혼하자며 제안해 왔지만 어릴 적 고생으로 찌든 내 눈에는 미용사 아가씨가 제일 마음에 들고 잊히지 않았다.
몇 달을 지내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다른 대안이 나오질 않고 미용사 아가씨에게만 관심과 생각이 모여졌다. 두 번째 만남을 요청한다. 역시 군산 부두 여객터미널 앞에서 만나 구체적 이야기를 건네본다. 자기도 그새 오빠와 상의 해 봤다며 집안도 좋고 성품이나 직장도 좋은 것 같다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두 번째 만난 그날도 근무하기 위하여 밤 10시에 헤어져 서로의 앞날을 생각하며 정리해 본다. 미용사 월급은 얼마며 내 수입은 얼마? 충분히 계산이 나온다. 형님께 여쭈니 그래라 답변을 얻어 낸다. 아가씨도 오빠와 엄마로부터 승낙을 얻었다며 동의해 준다.
가난으로 시작한 나와 아가씨, 손에 든 것 하나 없이 철장 장식장 하나, 얇은 면 이불과 밥그릇, 숟가락 만 준비하고 10월 29일 중앙로 동원예식장서 권오명 군산경찰서장의 주례로 혼례식을 올린다. 신부 측에선 대전에서 친척 10여 명만 참석했지만 건강한 미남 신랑 측에서는 엄청 많은 친척 친구들이 예식장을 꽉 메우고 떠나갈 듯 축복해 주었다. 결혼식 한 그날도 나는 야간 근무 일하러 나갔고 신부는 오후 4시부터 밀려드는 손님을 받았다. 모질게 찌들은 가난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965년 10월 29일, 하나 된 그 사람을 만나 우리는 다시 태어났다. 개복동 교회에 나가 하나님을 만났고, 그 하나님 뜻 아래서 59년 지금까지 그런대로 서로 이해하고 부족한 것 받쳐주고 사랑이라는 품위를 유지하며 잘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며, 둘 사이에 일 남 사 여를 낳아 키우고 시집, 장가보내고 손자 손녀 열다섯을 두고 모두 신앙생활 잘하며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첫댓글 어르신~!!!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요건 첫사랑이라기보단..‘결혼 행진곡~❤️❤️‘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담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