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클럽으로 이사와서, 아니 남해로 이사와서
남해사람을 사귀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옛 말에 사천 살아있는 사천 사람 열명과
죽은 귀신 남해 사람 하나와 겨루면 남해 귀신이 이긴다고...
저는 조금 두려웠지만 선친께서 가장 좋아하시던 땅 남해로 와서
이건 운명이다라고 말하며 주문을 걸고 매일 새로운 각오를 합니다.
그런 남해 사람이 되어 문화해설사가 되어 보기도 하고
장학기금을 지속적으로 내는 일도 시도해 보고
그리고 국화사랑회에도 들어보고
남해시대 신문 논설 위원이 되라고 해서
원고료 한푼 안 받는 논설 위원도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웬지 제 옷을 입은 기분이 아니고 남해 사람들을 만나면
주눅이 들고 소외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따뜻하게 대해주고 누구에게 보다도 배려해 주시고
저는 나름대로 노력하려 애쓰는 데도
어쩐지 남의 옷을 입은 듯 정말 어색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다고 제 성격도 아닌데 먼저 다가가서
애교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쩐답니까?
그런데 국화 사랑회에 들고부터,
봄부터 아라클럽의 정원 공사를 하고 부터
진정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정교장 선생님, 정 총무님, 죽방렴 박사장 아저씨,
저희는 이분들을 삼총사라 부릅니다.
약 3개월에 걸친 정원 공사를 너무나 성공적으로 끝내주셨습니다.
거의 매일 오셔서 나무를 심고 야생화를 구해다 주시고,
아무 보수도 없는 무보수 봉사를 했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고마워서 부지런히 커피를 타 드리고
맛있는 밥을 해 드리고, 그리고 말주변이 없는 남편 대신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불자불 해드렸을 뿐입니다.
친구를 잘 사귀지 않고 형제도 없이 늘 외로웠던 남편에게는
더 없이 좋은 동반자들입니다.
아라클럽의 정원은 놀랄 정도로 변했습니다.
소나무 스무 그루도 정말 잘 살 것 같습니다.
이제 시간만 지나면 얼마나 아름다운 정원이 될지...
그제 어제는 삽목해 두었던 국화를 화분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장마가 조금 도움을 줍니다.
비가 질금거리니까 옮겨 심은 식물에게는 너무나 좋은 역할을 해 줍니다.
정교장 선생님과 박 사장님은 사모님과 사별을 했습니다.
저는 숙제가 둘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 드려야 합니다.
죽방렴 아저씨나 정교장 선생님 모두가
생활에는 걱정을 하시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지만
건강하고 건실하고 단단한 철학을 가지신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분들이시지만
교장 선생님은 칠순, 그리고 박사장님은 이순 하고도 절반입니다.
박사장님은 아직도 소년처럼 수줍음이 많으시고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라는 가사를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외워 부르시는 낭만파 아저씨입니다.
따뜻하고 안정된 정서를 지니신 두분에게 적당한 분이 나타나시기를 기원합니다.
어제 보름달이 정말 아름답게 아라클럽 정원인 한려해상공원 바다위에 떴습니다.
멀리 화력발전소의 불빛이 수정처럼 빛났습니다.
촬영을 위해 왔다는 팀들이 방 세 개를 차지하여
두런두런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라클럽의 정겨운 풍광입니다.
구름이 섬을 둘러 허리를 감고 돌아 섬의 머리만 뽀족히 보이는 신비스런 경치...
늦은 밤에 음악을 들으시다 차를 마시러 일부러 오셨다는
어제 마케팅 강의를 해 주신 채명수 교수님과 화력 본부장님과
더 불루 카페에 앉아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갈무리 해 두었던 매화꽃을 띄워 오랜 시간 차를 나누었습니다.
채교수의 효심어린 이야기
미국 국립공원 스모키 마운틴에서 그곳 심마니를 따라 가
부모님을 위한 산 삼 다섯 뿌리를 캔 이야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산삼 이파리 다섯 개가 커다란 손바닥만 하게 쫙 퍼져
자기 눈 앞에 다가선다는 대목에서는
영화를 본듯 선명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흥분했습니다.
누구나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진리가
가슴 한 복판에 꽂히는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제가 먼저 초빙하지 않았는데
다만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갰다는 가슴 속 소망을 했을 뿐인데
진짜로 찾아오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강의를 들었을 뿐인데
어제 제가 그분의 이메일로 어제 제가 포스팅 한 글을 보내드렸을 뿐이거든요.
아마도 그런 일을 하는 제가 누군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아라클럽을 찾아주신 그분들이 너무나 고맙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이런 날들은 저를 행복하게 해 주는 크나큰 에너지의 원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