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에 취재 갔다가 한 덴마크 대사를 만난 적이 있다. 샌프란시코 주재 덴마크 대사인가 싶었는데 그가 건넨 명함엔 '기술 대사(TechAmbassador)' 캐스퍼 클린지라는 생소한 직함이 적혀 있었다. 주재 '국(國)'을 상대로 자국을 대변하는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기술기업을 상대하는 외교관이란 흥미로운 설명에 이끌려 다음날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클린지 대사의 사무실은 실리콘밸리의 중심 팰로앨토에 있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 행복한 대사 생활을 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금 여기가 가장 큰 분쟁지역인데 물정 모르는 소리"라며 핀잔을 줬다. 그러더니 대뜸 부임 3년차에도 아직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못 만나봤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마치 이임을 앞둔 대사들이 대통령 한번 못 만나봤다고 하소연하듯. 구글·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한 나라의 권력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면서 각국의 이익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 기술 영역이다. 한 나라의 기술력 자체가 곧 외교력인 이른바 '테크플로머시(Tech+Diplomacy·기술외교)' 시대가 됐다는 게 클린지 대사의 얘기였다.
덴마크뿐만이 아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학 박사 출신 서기관을 배치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기술외교를 전담시켰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한국인들을 설득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최근 과학 담당 펠로 2명의 자리를 새로 만들어 사이버 보안부터 우주공학까지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가도록 했다.
우리 외교부도 최근 과학기술 외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40개 공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 거점 공관으로 선정하고 인공지능(AI)부터 우주항공까지 기술 외교를 도와줄 과학자 20명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박수를 보낼 일이다. 분쟁지역은 지도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가 그 자체로 분쟁지역이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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