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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불볕에다 무더위까지.. 그 더위에 무기력해진 것일까, 몸이 무겁고 만사가 귀찮은 한편, 식욕도 나지 않는다. -뭐 좀 맛있는 것 없을까..?-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도 남을 신나는 일 대신 먹을거리가 앞선 건, 의식보다 동물적 본능이 앞선 탓일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늘린 세상. 살아오는 동안 먹어 본 온갖 것들을 떠 올려 보지만 보고, 듣고, 먹어 본 게 적으면 마땅하게 구미 당기는 게 없을 수도 있다.
-닭도리탕은 어떨까.. 문득 든 생각이지만 잠시나마 이 더위를 이겨낼 먹을거리론 나쁘지 않다. 갖가지 양념이 잘 배어든 데다 알맞게 익은 감자와 부드러운 육질의 닭고기는 쇠고기처럼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고, 삼겹살처럼 느끼하지도 않다. 게다가 감자와 당근, 그리고 양파가 제공하는 부드러운 단맛은 일품인데다가 걸쭉한 국물에선 풍미조차 느낄 수 있다. -괜찮지..!-
-사족 하나. 닭도리탕을 닭볶음으로 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닭도리탕'의 '도리' 라는 말이, 새를 뜻하는 일본어 鳥(とり))'에서 왔으므로 순우리말인 닭볶음으로 해야 한다 하고, 혹자는 우리말 ‘도려내다’에 근거한 말이거나, 막대 끝에 달린 채를 휘둘러 곡식 알갱이를 발라내는 기구인 ‘도리깨’의 ‘도리’의 의미처럼 순우리말이니 닭도리탕이라 하는 게 맞다 한다. 간혹 조리 전에, 간단히 볶아 기름을 녹이는 과정을 제외하면 볶음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끓이는 것으로 시작해 끓이는 것으로 끝나는 요리인 동시, 볶음이라는 말을 넣었을 때 발생하는 조어적 문제를 들어 '볶음' 이라는 말이 적절치 못하다고 하기도 한다. 따라서 더러 '닭감자탕', '닭매운탕' 등으로도 불리고 있기도 하지만 나로선 아무래도 닭도리탕이 친근감이 든다.-
식단은 정해졌다. 나가서 돈을 주고사 먹는 것도 좋지만 사람에 따라선 집에서 먹는 게 최고일 수도..! 그러나 내가 몸이 무거우면 다른 사람 몸도 무거울 수 있고, 또 나이 들수록 즐기면서 살아야한 다고 했다. 즐긴다고 해서 재미있는 일만 찾아 한다는 건 아닐 것이고, 주어진, 기왕에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하란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며, 또 내가 즐거우면 남도 즐거울 수 있는 동시, 남이 즐거워야만 나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 아직까진 배우자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고, 한 번 쯤 아낼 싱크대 앞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인데, 더욱이 한 가족의 가장으로선, 가족들이 가장이 한 요릴 먹으면서 기꺼워하는 모습을 대하는 이상의 즐거움 또한 흔치 않을 것이다. 해서, 한 번쯤 저녁 한끼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손수...
“하이구..! 무슨 바람이 불어..!” 게다가 조리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다가 덤으로 아내의 얼굴에 피는 웃음꽃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재료준비다.
-닭은 통통하되 큰놈보다는 중간치 놈이 좋고, 부재료로는 감자 2~3개, 당근1개, 양파1개, 대파1대, 풋고추 두 개와 홍고추1개만 준비하면 될 듯..-
그러나 평소 마실 걸 꺼내기 위해서만 냉장고 문을 열었을 뿐이라면 갑자기 요리를 한다는 것은 난감한 일일 뿐만 아니라, 뭐 거의가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일 수 있는 부재료를 찾아내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땐 아내의 도움을 받거나, 딱하게도 마땅한 재료가 없다면,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걸어 가까운 마트를 찾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수많은 남녀들이 짝을 이뤄 부부라는 이름을 갖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중매로, 아님 그냥 오다가다 눈이 맞아.. 두 사람이 삶을 함께 하게 된 건 어떤 형태이든 ‘만남’이란 걸 통해서인데, 만나 짝을 이룬 이 후, 누구는 서로가 좋아 죽는 가운데서 살고, 누구는 자식들 때문에 마지못해 살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짝 찾기’는 ‘장보기’와 같다했지만, 이런저런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만 살아가는 걸 보면, 부부가 잘 살지 못하는 게 꼭 장을 잘 못 본 탓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장을 아주 잘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지 못하는 부부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서로가 ‘운영’을 잘 못한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달리 말하면,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며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에이..그냥 운이 좋아서..."
평소,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에 반 밖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참으로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삶을 운 좋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구레나룻이 희끗거리기 시작하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외는 집을 나섰다 치면, 누가 보건 말건 으레 손을 잡고 걷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만약, 마트를 향해 걸음하고 있는 당신 또한 배우자의 손을 잡은 채 걷고 있다면, 당신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있는 편 아닐까 싶다.-
재료가 다 갖추어졌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닭고기의 지나친 기름기와 누린내를 제거할 일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남잔 여자보다 동작이 크고 얌전하지도 못하니 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앞치마 정도는 걸치는 게 좋을 성 싶은데, 생닭을 먹기 좋을 크기로 토막 낸 다음, 냄비에 넣고 완전히 잠길만큼 물을 부은 뒤 센 불로 1~2분 정도 데쳐내야 한다. 조리 후 먹어보면 알겠지만 냄새도 나지않고 하얀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느껴지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야..! 이것 장난이 아닌데...-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이나 도마위에 올린 감자나 당근을 써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일을 막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집안 공기마저 열기를 띄고 있다면 낮선 일에 이마에 땀조차 맺힐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내내 아내가 해 온 일임을 생각하면 불평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욱이 가사라는게, 요리뿐만 아니라 빠듯한 돈으로 살림을 꾸려가느라 머리도 쥐어짜야 하고 세탁과 청소도 있다. 뿐만일까, 장도 보아야 하는데다가 아이들 치닥거리는 물론이고, 다 큰 아이?의 내조에다 비위도 맞추어야하고, 게다가 어떤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직장까지 갖고 있기도 하다.
"난들.. 놀면서 돈 벌고 있는 것도 아닌데.."
틀린 말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일터는 전쟁터 같을 것이고, 당신의 아낸 지애비의 수고로움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볼멘 소린 요릴 마친 다음에... 센 불에 일 이 분 정도 끓였다면 불을 끈 다음 닭고기를 건져 내자. 그리곤 흐르는 물에 서너 번 헹군 후 볶기에 편한 전골냄비나 속이 움푹한 프라이팬 따위에 옮겨 담은 다음, 렌지위에 올려놓고 소스를 준비해 보자.
우선 볼에다 고추장을 넣고(큰 술로 4술 정도) 고춧가루 4 티스푼, 맛간장 3 티스푼, 매실청 2 티스푼, 물엿 1티스푼, 다진 마늘 4티스푼, 생강가루나 다진 생강을 2 티스푼, 참께 3 티스푼, 후추도 1 티스푼 정도 넣은 다음 고루 섞이도록 충분히 저어 준다.
-매운 맛이 지나치면 야채와 고기 맛을 잃어버릴 수도..-
조리대 위에 이것저것 늘어져 있음 요리에 집중하기 어려우니 다 만든 양념장 또한 한쪽으로 치워두는 게 좋다. 다음 할 일은 감자와 당근을, 먹기도 좋고 보기도 좋은 크기로 숭덩숭덩 썰기이다. 침착하지 못해 자칫 손가락을 벨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하겠지만, 너무 작게 썰면 익은 감자와 당근이 뭉그러져 그릇에 담았을 때 보기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씹는 맛을 얻지 못하게 되는데 파와 고추, 그리고 홍고추 또한 어슷썰기로 썰어야 하고, 양파 역시 적당한 크기로 쓸되, 고기와 야채가 어느 정도 익은 참에 넣어야만 그 모양과 양파만의 씹히는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냉장고에 떡볶이 떡이나 조랭이 떡이 있다면 조금 넣는 것도 나쁘진 않을 성 싶기도..- 준비가 다 되었다면 다시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후 센불에 올린 후 준비한 양념장을 붇곤 보글보글 끓길 기다리면 된다. 시작이 반이고, 국물이 자작자작하니 졸여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거의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불을 끄기 전 해야 할일은 감자나 당근이 익은 정도를 확인한 다음 파와 양파를 넣어주는 일인데 다시 한 번 간을 보는 것도 이 참. 조금 싱겁다 싶으면 소금이나 간장으로 맞추면 될 것이고, 요리에 풍미를 더하고 싶다면 참깨나 참기름을 살짝..! 그리고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불세기를 중으로..
-요리대가의 비법 하나....- 노란 강황이 첨가된 카레가루 넣기인데, 한 큰 술의 매실청이 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면, 한 큰 술 정도 의 카레가루는 향과 매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고도 남는다고..
매사가 그렇듯 모처럼 벌인 이 일 또한 마루리가 중요하다. 쓸 일이 없어진 도마와 칼을 흐르는 물에 께끗이 씻어 제자리에 놓은 다음 조리대 위까지 정리하자. 그리고 이마져 마쳤다면 이제는 긴장을 풀어도 될 성 싶은데 흐흐..! 골초시라면 이 때쯤 베란다로 나가 느긋하니 담배 한대 피워물어도 좋을 성 싶기도..!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상 차리기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아내의 도움을 받지않을 수 없다. 여자들이 이런 것 저런 것들을 어찌나 꽁꽁 숨겨 놓는지 찾을 재간이 없는데 반찬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다못해 한 종지기 콩장 찾기도 쉽지가 않다. "어머..! 냄새 좋은 데...!" 기꺼운 목소릴 내면서도 미덥지 못해 싱크대 주윌 맴돌고 있던 아내로서는 상차림 정도야... 뿐만 아니라 어쩌면 환한 얼굴을 기특하다는 듯 볼기라도 톡톡..! 두드려 줄지도 모를 일인데 연애 시절, 하늘의 달이라도 따다 주고싶을 만큼 상대가 소중하게 여겨진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던 게 살다보니 아이들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세월에 쓸려 영원할 것만 같던 애틋함도 옅어지고... 이 무렵이면 아내의 환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기쁨이 될 수도 있다. 누구든 부부로서는 배우자 밖에 없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고마워..!" 라든가 "사랑해..!" 라는 말은 쑥스러워 입밖에 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물론 꼭 입밖에 내야만 알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저 말없이 머릴 쓸어주거나 어깨나 엉덩일 두드려주는 일은 백 마디의 말보다 위력이 클 것인데, 오늘 처럼 낑낑대며 요리까지 해 준 마당에야... 상이 보아졌다면 식구들이 이마를 맞대고 앉아 수저를 드는 일 뿐이다. 평소 말이 없던 아이도 아버지가 요리를 했다는 사실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을 것인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가족이 이마을 맞대고 둘러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면 사람이 아니다? 랄 수도... 하지만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만한 즐거움도 그다지 흔치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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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있게 드시고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긴글 이지만 어랑어랑 신고산 열두고게 단숨에 오르듯 잘 보았습니다 ^^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근대/손은누구손
메니큐어바른거보니 여자손 맞쥬 ㅎㅎ
코빌님이한거 아니쥬 ㅎㅎ
ㅋㅋㅋㅋㅋ
ㅋㅋ..눈도 밝네..!
뭐 남자는 메니큐어 바르지 말란 법 있남..?
요리 대가분의 블로그에서 접했는데, 남자들도 요리하기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아 한 번..
근데, 이름 눈에 익힌지 일년이 훨씬 넘었는데 도대채 언제 만나 소주 한 잔 할껴..?
저도 요리하는걸 좋아하는데``침 꼴깍 하고 가요.
하하하..! 바쁘실텐데 댓글까지..!
고맙습니다.
명창님 만난 것, 삶에 활기조차 얻어 언제나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기만..!
침넘어 가네요 저도 닭볶음 해먹고 싶네요,,^^
하하..! 읽어셨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더위에 반한 시원한 나날 되시길..!
손맛이 겻들여져서 더 맛있군요 근데 이슬이는 업어요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