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지났다. 추석은 우리 모두에게 가슴 설레며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면 1년 농사는 다 지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들이 햇과일과 더불어 차례상에 오르면 조상님도 기쁘고 후손들도 즐겁기 마련이다. 예전엔 추석이면 으레 달맞이와 강강술래, 갖가지의 민속놀이를 했다. 어른들은 농악놀이로 흥을 돋운다. 그런 만큼 추석은 놀거리, 볼거리 그리고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요즘 용어로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는 웰빙 명절인 셈이다.
"지혜와 희망을 담은 송편"
아무래도 추석 대표적인 음식으로 송편을 빼놓을 수 없다. 송편은 한자로 송병(松餠)이라 한다. 다른 떡과 달리 시루에 솔잎을 깔고 쪄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찐 송편은 솔잎향기가 배여 입맛을 돋게 한다. 최근 밝혀진 일이지만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10배정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솔잎으로부터 피톤치드를 빨아들인 송편에는 세균이 근접하지 못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실로 경탄할만한 과학적인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뾰족한 솔잎은 나쁜 것을 쫓아낸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송편은 중국의 명절 떡 월병(月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월병은 만월을 상징하는 보름달 모양이지만 우리의 송편은 반달모양이다. 보름달은 날이 갈수록 점점 지는데 반해, 반달은 하루하루 채워진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 조상들은 콩, 팥, 밤, 대추 등 햇곡식으로 속을 채우고 반으로 접어 일부러 반달 형태로 빚었다. 그 선은 우리의 고운 한복의 선을 연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로 반달이 보름달을 향해 가듯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송편은 지방에 따라 모양새도 차이가 있다. 요즘 흔히 접하는 모시조개 모양으로 조그맣고 동글동글하게 빚는 서울식에서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는 남도식에 이르기까지 모양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북 송편은 만두처럼 큼직큼직한 평양식처럼 서울 송편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전통적인 송편도 최근에는 단조롭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개량되었다. 바로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모습으로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본래의 반달모양은 물론 한복의 고운 선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운 일이다. 더구나 쑥이나 당근, 호박, 오미자 등을 반죽에 섞어 갖가지 색을 내고 현대인 입맛에 맞는 퓨전 송편이 등장했다. 그러니 요즘은 추석이라 해서 집에서 직접 송편 만드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입맛이 서구화된 탓도 있지만 만드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탓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추석은 송편 빚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추석 특유의 정경이다. 이 자리는 객지에서 온 가족으로부터 세상사와 정치이야기 같은 고급정보를 전달받는 통로였다. 자연 여론전달 창구였고, 여론조성의 장이었다. 바로 이들이 숨어있는 민심주도층이었다. 그러니 이때만 되면 정치권은 '추석민심잡기'에 분주할 수밖에 없다.
"희망정치 바라는 추석민심"
올 추석민심을 두고서 정치권은 의견이 제각각이다. 현안문제가 산적하니 해석도 해법도 다양하다. 올 추석의 화두는 단연 '먹고사는 일'이다. 한결같이 '제발 정치싸움은 그만하고 경제 살리기나 해달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어느 때보다 더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 요구가 되었다. 그 만큼 서민들은 사는데 지쳐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정치권이 할 일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 안정이 선결과제다. 정치가 안정되고 나면 경제는 살아난다. 그런 만큼 확대 일로로 치닫고 있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청산해야한다. 이념정치가 아니라 희망정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정치권은 송편을 빚는 선조들의 지혜에서 교훈 삼아 희망의 정치를 펼칠 것을 권고한다.<중부일보(2004.10.7. 조창용칼럼)>
첫댓글 전엔 추석 며칠 전부터 산에가서 솔잎 따고..집에서 송편빚고..했었는데...이제 해외에서 살다보니 송편 구경하기도 힘들군요.
나눠먹는 송편이 맛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