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

[리얼]

옛날 시골집의 구조는 대청마루에서 봉당으로 내려와

깊숙한 부억에 들어가기전 나뭇간이 있고,

연기에 그을려 쌔카만 벽과 어둑컴컴한 부엌 한귀퉁이에는

어김없이 부지깽이가 있었다.

아궁이 불을 쑤석이다 보면 불이 붙어 길이가 자꾸 작아진다.

젖은 막대기는 좀 나을 것 같아 구해다 드려도 금새 말라

불 붙은 부찌깽이를 설겆이 개숫물 통에 담갓다 꺼내면

한쪽은 불에 타다말아 까맣게 반은 숯덩이이고,

뒤쪽은 어머니의 손때로 반질반질해진 나무막대기...

요즈음 같으면 가는 알미늄 파이프 하나면 끝내 줄텐데...



어쩌다 말썽피워 어머니를 화나게 하면 부지깽이를 들고

달려 오시는 어머니를 피해 검정 고무신이 벗어지도록

안마당을 지나 사릿문을 박차고 텃밭지나 줄행랑 치던 그 기억....

그렇다고 한번도 맞아본 적은 없었지만

언제나 그건 어머니 손에 들려 위협을 느끼는 존재였다.



그 부지깽이가 꼭 무서운 것만은 아니었다.

불때는 어머니 곁에 앉아 친구들 이야기를 쫑알 거리면

어머니가 언제 묻어 두셨는지 부지깽이를 아궁이에 넣어서

뒤적 거리시며 고구마를 찾아내 까 주시던 그때가 생각난다.

주둥이가 새까맣게 되도록 받아먹던 그 뜨거운 고구마 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



추운날 불때는 아궁이는 훌륭한 난방시설이다.

무릎팍과 앞정갱이는 뜨겁고, 허리와 궁뎅이는 시리고...

그러면 한번쯤 뒤돌아 등을 쪼이고....

이제야 터득한 일이다.

불가마가 따로 없다.

불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으면 얼굴, 특히 가랭이 까지

전신이 자동적으로 순수 자연불가마 복사열에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옛 조상님들은 이미 불가마의 효험을 체험하며 살았다.



장작불덩이를 화로(커다란 중절모 거꾸로 한 모양)에 담아

방안으로 옮기면 즉석 이동식 난로다. 찌게뚝배기도 올리고,

밤도 굽고, 기저귀와 빨래도 말리고...

퀘퀘한 기저귀 냄새는 이제 영영 잊고 산다.



겨울철엔 그래도 좋다.

한 여름에는 그야말로 한증막이다.

그래서 발전한 것이 둥근 깡통을 잘라서 만든 간이 아궁이(화덕)를

집 밖에 만든다.

더러는 황토흙과 짚을 썰어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부지깽이 들고 쫓아오실 어머니도, 무쇠 가마솥도 고구마 굽던

그 아궁이도 사라진지 오래다.

어머니가 부지깽이로 꺼내 주시던 아궁이속의 군고구마가

날씨추운 오늘 자꾸만 생각이 난다.

세월이 이다지도 많이 변했구나......

[아롱별]

어릴적 생각이 나네요..ㅎㅎ

[별이뜨는 집]

부지깽이가 그립습니다....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나의 유년시절도 꼭 그랬었는뎅...
아련한, 추억을 되돌려 보는 기분...
정말, 찐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감사!

[등잔불]

잘못있을 때 부지깽이로 혼나 본 적도 있걸랑요. ㅎㅎㅎ

[여린]

부지깽이 ㅎㅎㅎㅎ 잘말라서 어떻게하다보면 불이붙어서 잘타요 ,,,,,아궁이가 엄마에 천연 찜방이였는데

[태량]

요세 젊은 사람 드르면 원시 시대 이얘긴줄 알겠소! 참 오랜만에 뒤새겨 보는 감정 울컹하네요.
글 고맙소이다.

[방아골]

어릴적 내이야기 같아요 아침에 학교갈려면 부뚜막위에 신발도 데워주셨답니다

[불도깨비]

부지 깽이로 많이 맞았는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