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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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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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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의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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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영웅전" 삽화 | 공안소설 "시공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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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협의영웅전" | "강호기협전"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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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검협전" | 헐리우스의 SFX 기법을 처음 도입하여 만든 서극 감독의 "촉산"(1983) |
이 세계의 검선은 무사들이 수도 정진하여 완성된 신선으로 주로 선계에 거주합니다. 혈마는 마계에 거주하는 요괴로서 검선과 혈마로 대표되는 정과 사의 싸움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되풀이됩니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 축에는 끊어지지 않는 남녀의 애절한 정분과 스승과 제자, 친구와의 신의가 뒤엉키면서 생사를 윤회합니다. 이 작품은 낭만적인 환상 세계를 무협소설에서 구축했다는 점에서 1960년대 이후의 홍콩과 대만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신파 무협소설
구파 무협소설에 이어 1950년대 말에서 1960년에 걸쳐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향의 무협소설이 등장하게 됩니다. 신파 무협소설에서는 의나 협의 요소가 약간 희박해지고 새로운 무술을 창출하거나 농후한 남녀간의 애정이 가미되었습니다.
이러한 현대의 무협소설들은 1962년 홍콩의 작가 양우생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우생은 역사상 실재했던 인물이나 사건을 무협소설에 집어넣고 폭넓은 시대 설정이나 명쾌한 역사관으로 뒷받침된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고전시가나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구사한 격조 높은 문체로 일가견이 있지요. 즉 중국의 전통문학을 바탕으로 역사무협소설을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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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생 | 국내 번역판 "명황성"(1989) |
무와 협의 관계에서 협이 먼저이고 무는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지적대로 양우생의 작품은 애국주의 색깔이 짙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의 협사들은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보다는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자유의 투사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인 작품 "광협천기마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남송과 금 그리고 징기스칸의 몽고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격변기입니다. 송의 협사 유청요와 화곡함, 금의 단우층 이 세 인물이 펼치는 사랑과 갈등, 국가에 대한 충성심, 그러고 전란으로 무고하게 죽어 가는 민중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의 정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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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
반면 김용은 1955년 "서검구은록"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972년 "녹정기"를 끝으로 절필하기까지 17년 동안 15부의 전 작품에서 무협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시도해 왔습니다.
초기 작품인 "사조영웅전"에서 송, 원, 요, 금의 여러 국가가 중원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남송 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징키스칸, 완안열, 전진칠자, 구처기와 같은 역사적 실존인물을 등장시켜 작품의 사실감을 부여하면서 주인공 곽정이 천하제일의 무공을 성취하여 원수를 무찌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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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강호" | "녹정기" | "천룡팔부" | "협객행" |
그러나 1969년에 발표한 "소오강호"에 이르러서는 강호를 비웃는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협소설에서 전통적으로 설정하는 선악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김용의 무협소설로서는 보기 드물게 역사적인 배경이 전혀 없는 완전한 강호를 다루면서 정과 사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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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소오강호"(1996) |
여기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강호의 은원 관계나 권력의 부패에 염증을 느껴 그 구속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영호충은 지도자나 리더의 자질도 없으며 무공도 뛰어나지 못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경도되어 사랑하는 여인과 술을 마시며 사는 생활을 꿈꿀 뿐입니다. 즉 강호의 관습을 깨는 반무협을 주제로 삼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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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녹정기"2(1993) |
이러한 반무협의 경향은 1972년에 발표한 "녹정기"에서 완성합니다. "녹정기"는 청나라 강희제 때 주인공 위소보가 엮어내는 해학과 기지 넘치는 이야기이지요. 기생집 아들인 위소보는 당찬 성격과 교활한 이기주의, 넘치는 기지로 황제의 신임을 받습니다. 동시에 반청복명의 비밀결사인 천지회와의 사이에서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연출하여 독자로 하여금 긴장과 스릴을 맛보게 해줍니다.
이 작품은 무협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역사소설로서 반영웅, 반전통, 반속박을 추구합니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무술이라야 겨우 도망치는데 쓸모 있는 보법 정도이니 초인이어야 할 무협소설의 주인공을 부정한 무협소설이지요.
김용의 무협소설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무협소설에 문학성을 가미시켰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웅장한 스케일과 복잡다단한 플롯, 인생에 대한 진지한 사색은 무협소설을 본격문학에 접근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기 작품에서 구축한 무협소설의 규범을 스스로 뒤집어 덧없는 강호세계의 만가, 반영웅, 반무협을 선보였다는 것은 "20세기 인류문명이 지닌 비관주의와 회의정신에 대한 의미 있는 반영”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협의 세계를 중시하는 홍콩의 무협소설과는 달리, 대만의 와룡생과 고룡 같은 작가는 무예의 성취를 통한 인간 개인의 내면적인 세계를 더욱 파고드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최초로 소개되어 항구적인 무협소설 독자층을 일구어낸 공적이 큰 와룡생은 대만 작가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역사와 무관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그리는 데 뛰어납니다. 특히 비극적인 남녀간의 정을 묘사하여 이른바 기정무협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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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차맹"의 국내 번역판"군협지"(1966) | "군협지" 삽화 |
와룡생 작품의 주인공은 상대방에게 당하면서도 원한을 품지 않는 매우 소극적인 도덕군자로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언제나 현실을 도피하며 무공과 기연에 힘입어 사건을 해결하지요. 다만 무협소설에서 와룡생이 이룩한 공적은 무림의 구대문파를 설정하고 이들 구대문파가 무림맹주의 자리를 두고 패권을 다툰다는 하나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강호에서의 패권다툼이라는 무협소설의 큰 주제를 완성시킨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옥차맹"과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 서원평은 무공비급을 훔치기 위해 소림사를 숨어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고수 혜공대사를 만나 소림사 무공의 정수인 "달마역근경"을 전수받습니다.
최후에는 남해신수가 중원을 제패하기 위해 설치한 고독지묘 안에서 무공비급을 차지하려고 몰려든 중원의 무림고수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가운데 서원평은 남해신수의 장풍을 맞아 죽는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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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향" 국내판(1992) | "유성호접검" 국내판(1992) |
40세에 요절한 작가 고룡은 미스터리 무협소설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경험이 있는 고룡은 서구문학의 기법을 무협소설에 끌어들여 과장이 없고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사건을 전개합니다.
짧고 직설적인 문장으로 영화의 몽타주 수법을 사용하여 시공을 확대하거나 발빠른 장면 전환을 구사하지요. 또한 역사적 배경이 모호하여 어느 시대의 이야기인지 분명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완전한 픽션을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이야기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고룡의 작품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식 이야기 연결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초류향전기"에 나오는 초류향은 도적으로 언제나 현장에 향수냄새를 남기고 가는 것이 주특기입니다.
여기서는 대개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범인을 색출하고 악인을 제거한다는 단순한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인간 관계를 복잡하게 설정하여 그로 인해 빚어지는 심리묘사나 시종일관 불꽃 튀기는 두뇌 싸움 그러면서 비인간적인 현실에 고뇌하는 주인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부살인업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성호접검"과 같은 작품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가득한 무협 미스터리로서 수수께끼가 끊임없이 수수께끼를 불러들여 최후에는 놀라운 결말을 맞이하는 이른바 서구의 탐정소설을 그대로 무협소설에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창작 무협소설
1966년 와룡생의 "옥차맹"이 "군협지"로 번역 출간된 것이지요. 또한 1968년을 기점으로 홍콩 무협영화가 유입됩니다. 무협영화는 무협소설을 더욱 성행하게 하여 일종의 붐이 되었습니다. 특히 와룡생의 소설을 유달리 선호했습니다. 당시 무협소설은 서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대본소라는 소비유통 방식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대본소 체제라는 것은 이른바 작품의 일정한 부수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공급망이었습니다. 그 대신에 작품의 질보다는 양 그리고 무조건 많은 종류의 작품을 공급해야 하는 체제였지요. 특히 대만에서 와룡생이 작품 활동을 그만두자 와룡생의 작품만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밀려 원작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질 낮은 대만의 무협소설을 와룡생의 이름으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창작 무협소설은 이런 정체 불명의 소설들을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기회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81년의 일이었지요. 금강, 서효원, 사마달, 야설록, 검궁인이란 필명으로 국내 작가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와룡생이나 진청운과 같은 대만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무협소설 창작한 작가들입니다.
금강의 작품은 무협의 고전적인 개념 즉 강호라는 가상공간에서의 무와 협을 이야기하는 공식에 충실히 따릅니다. 선악과 정사의 극명한 대립이 있고, 의협심이 강한 주인공이 수차례의 기연을 만나 순차적으로 무공을 발전시켜 갑니다. 그리고 발전된 무공의 수준에 맞추어 끊임없이 등장하는 악인과 대결하면서 성장한다는 점진적인 이야기 곡선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금강뿐 아니라 창작 무협소설 전체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신분을 갖게 된 주인공은 강호인으로서는 무림의 악을 제거하고 태자로서는 태평천하의 위업을 달성하게 됩니다. 간결하고 산뜻한 문장으로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키고 있어 80년대 한국 무협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독자들의 욕구에 응하여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요. 1982년에 데뷔한 야설록과 같은 작가는 무협소설은 장르문학이라는 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야설록은 무협소설이 대중문화의 쓰레기로 취급받는 통속소설임을 거부하고 독자가 경험할 수 없는 환상 즉 판타지의 세계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적나라하게 담아 서구의 추리소설이나 SF처럼 문학의 한 장르로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홍콩이나 대만과는 차별되는 이러한 한국 무협소설의 특징은 대본소 체제라는 유통환경에 밀려 점차 질적인 수준이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무협소설이 본래 중시하는 사제지간의 신의나 문파에 대한 복종은 없고 주로 낙천적인 성격의 서생이나 의생이 우연히 기연을 만나 무공비급을 얻거나 신비한 영약을 먹어 절대강자가 되어 무림에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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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협소설
SF와 호러, 판타지가 통신과 인터넷의 사이버스페이스의 힘을 빌어 새롭게 등장했다고 한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장르는 무협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년대부터 유입되어 수많은 매니아를 확보한 무협소설은 통신망 동호회를 통해 다시 복권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텔의 무림동과 같은 동호회는 1991년에 발족하여 무협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무협영화, 소설, 비디오, 만화 전반에 대해 토론하여 무협문화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천리안의 무림, 나우누리의 무림천하, 유니텔의 무림동호회에는 통신 특유의 게시판 문화가 형성되어 기존의 무협소설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올려놓는 등 이전의 걸작들을 사이버스페이스에 전파시켜 그 동안 독자들에게서 멀어진 작품들을 환기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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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문"(1994) |
또한 1994년부터는 단편 공모전을 통해 아마추어 작가군을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기존에 활동하던 작가들이 게시판에 자신의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지요. 용대운의 "태극문"은 바로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무협소설을 알리는 선성이 되었습니다.
1988년부터 작품 활동을 하던 용대운은 하이텔 무림동에 "태극문"을 연재하여 네티즌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1995년 오프라인에서 발표된 신세대 작가 좌백의 "대도오"와 함께 90년대 신무협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용대운과 좌백의 무협소설은 80년대 무협소설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전 작품들의 평범한 복수담, 무림패권만을 다투는 이야기 골격은 그대로 가져다 쓰지만, 숨가쁘게 전개되는 연속적인 사건만을 그리기보다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즉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천하제일이 되기를 바라는 등장인물들이 그 과정에 올라가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을 창조했습니다.
주인공 조자건은 의외로 평범한 무공인 태극문을 연마하는데, 그것은 강호에 널리 알려진 가장 단순한 기법들을 완벽하게 연마하여 허점을 없애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80년대 무협소설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온갖 최고 무공과 결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무술 장면 가운데 한없이 따뜻한 인간의 정을 드러내는 전략은 같은 시기에 발표한 "퇴마록"을 능가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가져왔으며 90년대 무협소설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지침서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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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오"(1995) |
좌백의 "대도오"에서는 사생아 출신의 용병이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제대로 된 무공 한 번 배우지 못하고 다만 자신의 치밀한 승부욕과 본능적인 투쟁심으로 적들과 대결해 나갑니다. 무협소설이 주인공이 더 이상 초인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을 지닌 보통 인간이 된 것이지요.
이러한 좌백의 새로운 소재 개발은 김호의 "노자무어"와 한상운의 "신체강탈자", "무림맹연쇄사건"처럼 패러디, 엽기와의 과감한 결합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인륙을 먹는 흑점을 배경으로 한 "양각양"으로 데뷔한 한상운은 전형적인 무협소설의 공식에 위반되는 이른바 반무협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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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강탈자"(2001) |
여기서는 선악의 대립이나 사건의 단계적 전개 그리고 협의라는 주제는 완전히 실종됩니다. 대신 난무하는 것은 넌센스 엽기로서 "독비객"에서 황당무계 천하 십대고수 중 하나인 염천서가 역시 십대고수의 수좌인 분의 아들을 잠시 맡다가 호랑이가 아이의 팔을 물어뜯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염천서는 명의를 찾아 간신히 팔을 이어 붙이지만 팔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결국 강시술까지 펼쳐 살려보려고 한다는 데서 작품이 끝납니다. 이렇게 무협이라는 틀을 빌려 일종의 엽기성을 부각시키는 이러한 기법은 충분한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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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연쇄살인사건"(2001) |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로 기존 질서에 대한 의도적인 저항을 하여 무협소설을 블랙 코미디로 영역을 넓힌 "무림맹연쇄살인사건"은 공안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과 그의 수족인 네 명의 저승사자가 등장합니다.
이는 분명 청대의 공안소설 "삼협오의"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없을 정도로 능력자로 인정받는 주인공이지만 실은 뒤에서 온갖 공갈과 협박 등의 비리를 저질러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주인공과 그 수족들은 의리로 뭉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없앨 기회만 노릴 뿐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무협의 모든 공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무협소설의 틀을 빌어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실상에 더 가깝게 접근하면서 기존질서에 대한 의도적인 저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무협소설
90년대 무협소설이 다시 부활하는 데 큰 터전이 된 통신망 동호회는 아마추어 작가를 배출하는 터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이를 읽고 평가해 주는 독자와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자유롭고 새로운 무협소설의 시도로 연결되었습니다. 즉 실험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무협 단편소설 공모전입니다.
여기에는 무공을 수련한 강한 개인 즉 무림 고수끼리의 싸움은 없습니다. 오직 집단의 전략과 전술이 두드러지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무협소설로 그린 것과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청룡장"은 무렵의 정석을 깨트린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사지인"은 도가사상을 작품의 바탕에 깔았습니다. 도가무예를 추구하는 주인공 장염의 일생을 그린 이 작품은 주인공이 유랑걸식을 하면서 목수일, 요리사 등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나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선악, 정사의 대립구도를 뛰어넘어 더 큰 도를 향해 나아가는 구도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형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주위 사람들의 간곡한 사랑과 정상으로 정상인으로 성장해 간다는 인간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엮어집니다. 이는 순수문학의 도도함과 고귀함을 선택한 이른바 무협소설을 빙자한 순수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통신 무협소설의 스펙트럼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역사무예소설까지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하이텔 무림동에 연재된 권오단의 "전우치전"은 한 자락의 판소리를 듣는 듯한 문체에 사명대사, 휴정대사, 임제와 같은 실제 인물과 아픔을 당하는 민초를 그림으로써 역사와 사실을 허구와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권오단의 또 다른 작품 "대륙의 한"은 한국의 신화, 전설, 그리고 민담에 이르는 한국인의 상상력을 재구성하여 백두산 호랑이, 임란의 전야, 유정, 곽재우 등이 등장하여 설화와 기환성을 가미하고 있지요. 이상과 같이 통신만에 연재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무협소설은 참신한 실험과 다양한 소재의 발굴 그리고 문학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장르가 이룩한 성과를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협소설이 대중들의 범박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장르문학인 이상 온라인에서 벗어나 일반독자들에게까지 어필하는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동조의 "묵향"은 장르문학의 토양이 일반독자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예입니다. 천리안에 연재된 "묵향"은 무협소설과 판타지를 문자 그대로 이어 붙인 특이한 형태의 작품입니다. 작품성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작가의 의도 아래 N세대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묵향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습니다. 묵향은 오로지 자기 목표에 정진하는 무공에 대한 매니아적인 취향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80년대의 현란한 무공수집과는 달리 하나의 무공으로 최고강자가 됩니다. 또한 강호라는 이 세계에서 또 다른 판타지 세계로 그것도 젊은 여성이라는 완전히 다른 객체가 되어 공간 이동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무협소설보다는 판타지에 익숙한 십대들에게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
무협영화 와 무협게임
무협소설과 함께 무협을 테마로 하여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영화와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협영화는 중국영화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초창기부터 무협소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제작되어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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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기협전"(1965년 제작) |
최초의 무협영화는 평강불초생의 "강호기협전"을 원전으로 1928년에 상해에서 제작된 "화소홍련사"입니다. 여기서는 홍련사라고 하는 절의 본당 지하에 거대한 감옥이 있는 악의 소굴이 등장하는데, 정의 검사들이 단결하여 악당들을 쓰러트리고 절을 태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이후 홍콩과 대만에서 몇 차례이고 되풀이하여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화소홍련사"는 당시 크게 히트하여 무협영화의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도가 지나쳐 당시 청소년들이 학업을 전폐하고 산에 들어가 무술을 닦는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1931년에는 중국 정부가 청소년에게 현실을 잊게 하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해서 무협영화를 금지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무협영화에 심취하는 청소년들의 현상은 홍콩에서 제작한 무협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한 5,60년대에도 일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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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 주연 "황비홍"(1992) |
상해에서 금지된 무협영화는 1938년 홍콩에서 광동어 영화로 다시 살아납니다. 특히 1949년에 나온 "황비홍"은 하나의 시리즈가 되어 26편의 작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오랫동안 중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신파 무협소설이 인기를 얻게 되자 김용과 양우생의 작품이 무협영화의 단골소재가 되어 무협영화의 일대 붐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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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1969) | 호금전 |
6,70년대에는 이른바 무협영화가 전성기를 이룬 가운데 호금전과 장철과 같이 유명한 영화감독의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배우 출신이면서도 중국의 전통문학과 서예에 능통한 호금전은 중국의 경극이 보여주는 장엄함과 우아함을 무협영화에 끌어들여 무협영화의 미학을 선보였습니다.
호금전은 무협활극의 공간을 동양화의 농담과 여백의 세계처럼 연출했습니다. 중국문화 속에서 대중들이 상상하는 무협이라는 허위의 세상을 하나의 예술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이지요.
"협녀"(1971)는 칸느에서 기술상을 받을 만큼 호금전을 유명한 감독으로 만들어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2부작으로 구성된 대하드라마인 이 작품은 명나라 말을 배경으로 충신의 유족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조정의 무사들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이 "선의 감촉" 즉 Touch of Zen이라고 할 만큼 영화의 화면은 생각하지 않고 바로 깨달음에 이른다는 참선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습니다. 특히 대나무 숲을 가로질러 수직 활강하여 상대편 무사를 쓰러트리는 장면이나 거의 삼라만상을 가로질러 피안에서 속세로 건너오는 듯한 소림사 고승의 초상비행이라 불리는 경공 등은 무협영화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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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 | 외팔이 검객(1967) |
우리 나라에서는 바로 이 호금전 감독의 출세작인 "대취협"(1966)이 "방랑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1967년에 상영된 뒤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위를 부수는 장풍 등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호금전의 작품과 함께 우리 관객들에게 무협영화에 대한 인상을 깊게 심어준 영화가 바로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로 상영된 장철 감독의 유명한 "독비도"(1967)입니다.
장철은 전통주의자로 불리는 호금전과는 달리 미국의 B급 액션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소재, 줄거리, 스타일을 추구한 감독입니다. 분노와 절망과 억압과 일종의 무정부주의적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피 흘리는 잔인한 무협영화들은 홍콩과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힘이 넘치는 화면을 잘 찍었던 장철 영화의 비장한 영웅미는 "독비도"에서 나오는 주인공에 의해 잘 표현되고 있지요. 의리에 살고 죽는 주인공은 한 쪽 팔을 잃었지만 부모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듭니다. 장철 영화의 주인공들은 거의 자살충동에 가까운 강박증에 매달려 죽음에 돌진하는 자기 탐닉적인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70년대 초 호금전과 장철이 일궈놓은 무협영화의 흐름에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칼과 손을 쓰는 외팔이 검객 대신 호쾌한 발차기를 날리는 이소룡이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의 무술이 너무 격식에 빠져 있어 실전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절권도라는 독특한 무술을 창시한 무술인이었던 이소룡은 데뷔작 "당산대형"으로 동남아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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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룡과강"(1972)국내 포스터 | "사망유희"(1973)의 한 장면 |
이소룡이 태국의 한 얼음 공장에서 다른 중국인 동료들이 학대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영화 중반에서 특유의 과장된 표정으로 괴이한 소리를 지르며 발차기를 시작하자 홍콩의 무협영화는 상상의 세계에서 사실적인 액션으로 난무하는 무술영화로 옮겨가게 됩니다.
물론 이소룡의 무술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 복수와 최후의 결전이라는 무협소설 또는 무협영화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거나 서양에 대한 중국의 주체성을 회복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홍콩과 헐리우드 합작으로 만든 "용쟁호투"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던 성공의 절정에 이소룡은 공교롭게도 의문의 급사를 하고 이후 홍콩의 무협영화는 성룡과 홍금보의 코믹 무협영화로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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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 | "신용문객잔"(1992) |
90년대 들어 무협영화는 흥행과 예술 사이에서 곡예를 벌이는 서극 감독을 통해 부활했습니다. 베트남 출신인 서극은 스스로 말하기를 독일 표현주의 감독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힐 정도로 영화 장면 장면에서 이와 유사한 스타일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호금전의 영화미학을 되살린 김용 원작의 "동방불패"를 만들었으며, 장철의 액션영화를 적절히 수용하여 폭력미학으로 현대적 감각에 알맞게 연출했습니다. 또한 이수민 원작의 "촉산"에서 헐리우드 SFX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하여 "신용문객잔"이나 "백발마녀전"에 이르러 SFX 무협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서극의 영화에서 특징적인 것은 "소오강호"나 "동방불패"에서처럼 보물을 얻기 위해 사부가 제자를 배반하고 생명의 은인을 배신하는 등의 비윤리적인 내용이 등장합니다. 헐리우드의 경찰 액션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영웅적인 인물이 점차 스크린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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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
최근에는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게 된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연출한 "와호장룡"을 나왔습니다. 19세기 말 청나라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강호의 최고수 리무바이가 사부의 죽음을 계기로 살생에 회의를 느끼고 무림을 떠나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구파무협의 작가 왕도려의 작품을 부분 각색한 "와호장룡" 또한 단순한 무협영웅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욕망으로 번뇌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물위를 걷고 대나무 숲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액션은 호금전의 미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협영화는 서극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빈자리를 메꾸기 시작한 것이 무협게임이지요.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한 롤플레잉게임이 90년대 초부터 출시되면서 무협영화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롤플레잉게임의 근간이 판타지에 있고 무협지는 동양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으니 유명한 무협소설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무협게임은 홍콩이 아니라 주로 대만에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 스토리와 세계관은 홍콩과 대만의 무협소설이 대부분으로 이 가운데 김용 원작의 "소오강호"와 고룡 원작의 "신절대쌍교"가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협 롤플레잉게임에서 센세이션을 몰고 온 것은 "풍운"이라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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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의 원작 만화 국내판 | 롤플레잉게임 [풍운" |
"풍운"은 90년대 초 대만의 유명 만화작가 마영청의 무협만화 "풍운"을 원전으로 하여 만든 것입니다. 이 무협만화는 총 50여 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만에서는 1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영청은 또한 국내 전자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를 그린 작가로 "풍운"의 두 주요인물인 풍과 운 가운데 운이 이 게임의 전사들 중 하나를 닮아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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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무협영화 "풍운"(1998) | "풍운"의 한 장면 |
"풍운"은 보경운과 섭풍이라는 두 사제의 험난한 강호생활을 다룬 이야기로서 도저히 만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필체와 문장력, 심오한 내용으로 많은 무협 팬들을 매료시킨 작품입니다. 이것이 롤플레잉게임으로 제작되고 게임을 바탕으로 영화로 제작되면서 무협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된 것입니다. 이른바 테크노무협액션입니다.
"풍운"의 컴퓨터 특수효과는 홍콩 무협영화 특유의 화려함을 살린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 환상적인 장면들이 마치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전달합니다. 천하제일의 검객들이 펼치는 무협세계와 기존 무협영화와는 다른 빠른 편집과 화면분할, 스피디한 전개로 새로운 영상미와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젊은 감각의 영화라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이 점이 컴퓨터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게 된 것입니다. 특히 화마왕이라는 전설 속의 괴물과 섭풍의 대결은 잠시 게임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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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비천무"(1986) | 영화"비천무"(2000) |
무협영화에서 무협만화, 게임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비단 홍콩이나 대만뿐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90년대 들어서 무협만화가 등장하고 있지요. 대표적인 작품으로 김혜린의 만화 "비천무"와 문정후의 "용비불패" 그리고 양재현 글 전극진 그림의 "열혈강호"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열혈강호"는 코믹무협만화로서 무협소설의 본질적인 근원이 되는 협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주인공으로 인한 웃음의 유발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특히 극과 극을 달리는 분위기 전환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조금 전까지 희극적으로 표현되던 작품의 분위기가 갑자기 비극적이거나 심각한 위기적 감정고조의 분위기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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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2000) | "용비불패"12(1999) |
"열혈강호"는 무협만화인 만큼 정파와 사파 사이의 세력다툼을 주축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나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남자 주인공 한비광은 기존의 무협물의 틀을 깨게 하는 인물로서 협객으로서의 자질도 부족하고 실력은 있으면서도 노력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방관자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등장하지요.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의 내면 속에는 위기에 봉착될 때마다 협객심이 표출되며 권선징악적인 줄거리 전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탈무협적인 요소들과 무협적인 요소들이 아우러지면서 대중의 흥미와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artsonline.or.kr/basic/multi/ch05/ch05-a-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