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야스지로 특별전'' |
견고한 형식주의적 반복과 삶의 공허한 슬픔에 대한 변주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 Homage to Ozu Yasujiro> 영화문화의 전진기지 시네마테크 부산은 일본의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1903~1963) 감독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오는 5,6월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고전적 할리우드 양식과는 차별화되는 가장 일본적인 영상미학을 구축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오즈는 메이저 영화사인 쇼치쿠(松竹)에서 1927년 시대극인 <참회의 칼>로 데뷔 후 순환적 내러티브, 쇼트 시퀀스의 유형화된 반복, 다다미 쇼트로 불리우는 로우 앵글의 고정된 카메라 구도, 180도 법칙의 파괴와 360도 공간 활용, 플롯의 약화, 인위적인 편집의 배제 등 미니멀리즘적 서술 양식과 독창적인 영화언어로 삶의 무게와 변하기 쉬운 인생의 덧없음을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삶을 통해 일관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오즈는 1962년 유작 <꽁치의 맛>에 이르기까지 약 35년에 이르는 활동 기간 동안 총 54편의 작품을 남겼고, 현존하는 33편의 작품만으로도 그 위대성을 헤아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일본영화를 재인식하게 만든 특별한 감독으로 세계영화사에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유수 영화제에서의 수상경력 없이 그리고 동시대의 일본 감독들에 비해 서구에 가장 뒤늦게 알려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도쿄가>를 헌정한 빔 벤더스를 비롯해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허우 샤오시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짐 자무시 등 현존하는 유수 감독들에게 미친 영향은 넓고도 심원합니다. 오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일본을 비롯해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이 마련되었고 현재까지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회고전 개최와 함께 오즈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오즈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초의 작품이자 오즈 감독을 특징짓는 스타일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초기 대표작 <태어나기는 했지만>을 비롯해 평단으로부터 "가장 완벽하고 가장 완전하게 인물의 성격을 그린 걸작"으로 칭송받은 아름다운 작품 <늦봄>, 전세계에서 오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재평가를 촉발시켰던 작품이자 「사이트 앤 사운드」 지가 세계영화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한 <동경 이야기>, 평론가 사토 타다오가 영화예술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유작 <꽁치의 맛>에 이르기까지 오즈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미학을 느낄 수 있는 대표작 17편이 소개됩니다. 일상성의 비극을 조용히 가슴속에 끌어안은 사려 깊은 영화철학자 오즈를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1.「오즈 야스지로」연구서적 출간 2.기간: 2004년 5월 8일(토)~2004년 5월 23일(일) 3.예매,문의: 051-742-5377, 051-742-5477(영화관람자 무료주차) 4.관람료: 일반-1회 6,000원,본관 정회원-1회 4,500원, 본관 준회원-1회 5,000원, 본관 피플스회원-1회 5,400원, 5.예매방법_ 관람료 송금->유선으로 입금내역 통보-> 예약번호 부여 6.송금계좌_ 부산은행, 032-01-044422-6, 예금주: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품 1932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まれてはみたけれど 1936 외아들 一人息子 1941 도다가의 형제 자매들 戸田家の兄妹 1947 셋방살이의 기록 長屋紳士録 1948 바람 속의 암탉 風の中の牝鶏 1949 늦봄 晩春 1951 초여름 麦秋 1952 오차즈케의 맛 お茶漬の味 1953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1956 이른 봄 早春 1957 동경의 황혼 東京暮色 1958 피안화 彼岸花 1959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1959 부초 浮草 1960 가을 햇살 秋日和 1961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小早川家の秋 1962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상영시간표 5월 8일(토) 14:30 초여름 17:00 오차즈케의 맛 19:30 늦봄 5월 9일(일) 14:30 동경이야기 17:00 이른 봄 19:40 동경의 황혼 5월 11일(화) 17:00 피안화 19:30 안녕하세요 5월 12일(수) 17:00 부초 19:30 가을 햇살 5월 13일(목) 17:00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19:30 꽁치의 맛 5월 14일(금) 17:00 바람속의 암탉 19:30 셋방살이의 기록 5월 15일(토) 14:30 도다 가의 형제자매들 17:00 외아들 19:30 태어나기는 했지만 5월 16일(일) 14:30 안녕하세요 17:00 피안화 19:30 부초 5월 18일(화) 17:00 오차즈케의 맛 19:30 늦봄 5월 19일(수) 17:00 초여름 19:30 동경이야기 5월 20일(목) 16:50 동경의 황혼 19:30 이른 봄 5월 21일(금) 17:00 외아들 19:30 도다 가의 형제자매들 5월 22일(토) 14:30 가을 햇살 17:00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19:30 꽁치의 맛 5월 23일(일) 14:30 셋방살이의 기록 17:00 태어나기는 했지만 19:30 바람속의 암탉 상영작 소개 태어나기는 했지만 生まれてはみたけれど I Was Born, But... 1932년, 91분, 흑백, 무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오즈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초기 대표작으로, 오즈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초의 작품. ‘일본 영화계의 첫 사회적 리얼리즘 작품’이라 칭송받기도 한 이 작품은 직장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한 회사원의 고단한 삶을 두 아들의 눈으로 응시한 작품으로 풍부한 유머 속에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직장상사의 집 근처로 이사 온 요시이 겐지스케의 두 아들 료이치와 겐지는 텃세를 부리는 동네 아이들을 힘과 꾀로 물리치고 당당히 승자가 된다. 어느 날 자신들의 친구이자 아버지의 직장 상사인 이와사키의 집에서 평소 존경해마지 않던 아버지가 직장상사인 이와사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굽신거리는 모습의 활동사진을 접하게 되는데.... 「키네마순보」가 뽑은 그해 최고작. 외아들 一人息子 The Only Son 1936년, 83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동경은 좋은 곳>이라는 무성영화를 개작한 오즈의 첫 발성영화. 오즈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비유적 수단을 통해 일본의 산업화, 근대화로 인해 야기된 가족 문제를 심도 깊게 포착해내고 있다. 시골의 면직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활을 연명하는 츠네는 사랑스러운 외아들 료스케의 진학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한다. 세월이 흘러 료스케는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야학 교사로 밖에는 활동하지 못한다. 아들의 출세를 굳게 믿고 있던 츠네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도쿄로 상경하지만, 장성한 료스케의 삶은 어머니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상태다. 도다가의 형제자매들 戸田家の兄妹 The Brothers and Sisters of the Toda Family 1941년, 105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한 가족의 몰락과 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한 초기작으로 장면간의 전환 또는 휴지부로 기능하는 여백 쇼트의 사용,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카메라 등 가장 오즈적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는 후기 작품들의 양식과 내러티브 형태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숙녀는 무엇을 잊었는가>(1937)로부터 많은 양식을 차용하며 전작들에 비해 훨씬 긴 (재)설정화면을 유지하면서 롱 쇼트로 인물을 프레임화하고 있다. 경제계의 거물이었던 도다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둘째 아들 쇼지로는 중국 천진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남은 도다 부인과 막내 딸 세츠코는 귀찮은 존재로 외면당한 채 형제들 집을 전전하다 결국 처분조차 힘든 바닷가의 낡은 집으로 옮겨간다. 도다씨의 기일을 지내기 위해 천진에서 돌아온 쇼지로는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형제들의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다. 셋방살이의 기록 長屋紳士録 Record of a Tenement Gentleman 1947년, 72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1947년 패전 후 오즈가 만든 첫 작품으로, 류 치슈와 이다 조코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 동시대 감독들이 전쟁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 등을 그린 작품을 양산해내던 당시에도 전쟁 전과 마찬가지로 오즈가 선택한 첫 제재는 ‘인정’이었다.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귀중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 작품은 오즈 특유의 정적인 영상 속에 인간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도쿄의 한 거리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다네에게 길 잃은 아이 고헤이가 억지로 맡겨진다. 사람에 대한 정과 사랑에 무심했던 다네는 고헤이를 부랑아 취급하며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만, 소년에 얽힌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차츰 사랑을 깨달아 간다. 그러던 중 아이를 찾는 친부모가 그녀 앞에 나타나고, 다네는 아이를 보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바람 속의 암탉 風の中の牝鶏 A Hen in the Wind 1948년, 83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에 나간 남편 슈이치는 돌아오지 않고 소식도 없다. 남편 없이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던 도키코는 아이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판다. 그러던 중 슈이치가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는 남편에게 매춘 사실을 고백하는데.. 미조구치 겐지의 <밤의 여인들>에서 창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인기 여배우 다나카 기누요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전작인 <셋방살이의 기록>이 도시 인정물의 연장선상의 희극적인 작품이었다면, <바람속의 암탉>은 패전 후의 생활고와 가혹한 현실을 다룬 작품으로 가족간의 갈등을 주로 다루었던 오즈의 작품 세계에서 전후 일본사회에서 겪는 여성의 수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작품이다. 전후 매춘부의 실생활을 묘사하는 장면, 혼잡한 일본의 아파트에서 아래층으로 굴러 떨어진 이후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 등에서 현실과는 일본의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묘사로 동시대의 비평가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작품이지만, 오즈의 후기 영화미학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작품이다. 늦봄 晩春 Late Spring 1949년, 108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평단으로부터 일본 영화사상 “가장 완벽하고 가장 완전하게 인물의 성격을 그린 걸작”으로 칭송받은 이 작품은 전형적인 오즈적 영화 세계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오즈 감독 자신이 <아버지가 계셨다>, <동경 이야기>와 함께 가장 사랑한 작품이자, 오즈의 계절 시리즈 중 첫 영화이기도 하다. <늦봄>, <초여름>, <이른 봄> 등에서 오즈는 거의 일관되게 동일한 상황, 동일한 세계를 변주해갔고 독특한 금욕주의적인 형식미로 성취해내고 있다. 특히 노다 고고와의 새로운 만남과 함께 오즈의 지배적인 후기 영화 미학은 <늦봄> 이후 더욱 완결된 모습을 보이는데 세트, 소도구, 조명, 배우에 대한 확고한 통제와 조화를 이룬 스토리, 플롯, 템포 등의 간결성은 과거에 비해 더욱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늦봄>은 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작업을 해오던 오즈가 히로세야로의 단편소설 [아버지와 딸]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 해 「키네마 순보」 선정 랭킹 1위에 선정된 작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노리코는 여태껏 독신으로 지내온 아버지와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결혼적령기를 지난 딸의 혼사를 자신이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딸의 장래를 걱정한다.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결혼하기를 꺼려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와 고모는 노리코를 결혼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데. 초여름 麥秋 Early Summer 1951년, 124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혼기에 찬 노리코는 조건이 좋은 혼처를 거부하고 부모, 형제와의 상의 없이 오빠의 친구이자 아이 딸린 홀아비 켄이치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갑작스런 노리코의 태도에 가족들은 당황하는데... 오즈의 대다수 영화들이 산업화와 서구화에 따른 가정의 해체에 관한 것이듯 이 작품도 딸의 결혼으로 대가족이 해체된다는 기본 골격을 따라 몇 개의 에피소드로 연결 된 홈 드라마이다. “스토리 자체보다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 ‘윤회’라든가 ‘무상’이라든가 하는 것을 묘사하고 싶었다”는 오즈의 언급처럼 이 작품에서 스토리나 플롯이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음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플롯이 인위적 상황을 만들고 사실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파악한 오즈는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런 표현과 자연의 리듬에 집착함으로서 인물들 또한 자서전적 연기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상적인 삶에 대한 세심한 탐구, 이야기의 과감한 생략, 시공간의 독특한 사용, 계속해서 변하는 행동의 리듬을 통해 오즈 특유의 소시민적 관점이 투영된 작품이다. 오차즈케의 맛 お茶漬の味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1952년, 116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초여름>에 이어 오즈의 명콤비였던 노다 고고와 함께 완성한 전쟁 귀환 1호작. 1952년 10월 1일에 개봉된 이 작품의 첫 시나리오는 13년 전인 1939년에 씌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내무성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영화화되지 못하다가 12년 후 동시대성을 첨가해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완만한 템포의 유지를 위해 인물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전환 쇼트의 사용, 구성의 유쾌함, 정밀하고 추상에 가까운 화면 구성에 종속시킨 카메라 움직임 등 오즈의 특징적인 영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착실하고 검소하며 일밖에 모르는 남편 모키치 사타케를 바보 취급하는 다에코는 유한부인들과 함께 온천을 놀러 다니는 등 결혼 생활의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조카 세츠코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봉건적인 중매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회사원 노보루와 모키치와 어울린다 다에코는 세츠코의 반항적인 모습에서 모키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와 다툰 뒤 집을 나와 친정으로 향한다. 이때 회사로부터 우루과이로 출장가라는 명령을 받은 모키치는 다에코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다.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Tokyo Story 1953년, 135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오즈 특유의 절제된 형식적 미학이 살아 숨쉬는 이 작품은 세계영화사에서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자 오즈의 단연 대표작이다. “의미를 잃어 가는 가족공동체의 붕괴 속에 일본가족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리려 했다”고 말한 오즈의 언급처럼 노인의 소외문제와 급속도로 해체되어 가는 일본 가족 제도의 붕괴에 대한 묵시적 비판을 절제된 영화공간과 미학으로 잡아내고 있다. 정적인 쇼트, 360도 공간 활용, 연기자와 카메라의 움직임 배제 등 다른 감독의 작품들과 차별화된 정제된 형식 안에 노부부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차분하게 따라가며 일상에서 삶의 아이러니를 뽑아내고 있다. 남부 일본의 항구 도시에 사는 노부부가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온천 관광지인 아타미로 보내는 등 노부부를 맞이하는 건 도시의 쓸쓸함과 소외뿐이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운이 좋고 자식 복이 있다”며 서로를 위로한다. 노부부가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가 병에 걸려 죽고난 후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남편이 내뱉는 대사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이른 봄 早春 Early Spring 1956년, 144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결혼 8년째를 맞아 부부생활에 권태를 느끼던 회사원 스기야마 쇼지는 어느 날 샐러리맨들의 하이킹 모임에 갔다가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아름답고 쾌활한 가네코 지요와 사랑에 빠진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 마사코는 집을 나가는데.. ‘결혼’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 영화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이른 봄>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가 아닌 결혼한 부부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다룬 작품이다. 이제까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 작품은 메이저 영화사인 쇼치쿠의 의견을 수렴해 관객 취향에 부합하는 일부 성적 문제가 가미된 멜로 드라마로 탄생되었지만 여전히 오즈적 영화 스타일은 고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오즈는 이 작품에서 도 일본문화 속에 깊이 존재하는 인생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이어가고 있다. 동경의 황혼 東京暮色 Tokyo Twilight 1957년, 141분, 흑백,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시대 조류에 관심이 없었던 오즈의 멜로드라마 <동경의 황혼>은 개봉당시 호평보다는 혹평을 더 많이 받은 작품이지만, 현재까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즈의 대다수 영화들처럼 불완전한 가족을 다루고 있지만, 오즈 작품의 계보 중에서 결손의 이유 자체를 주제로 삼은 유일한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부, 부녀, 자매, 연인 등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독하며 내면적 갈등을 겪다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 해 전 아내 기쿠코가 두 딸을 남겨둔 채 애인과 가출한 뒤 슈키치 스기야마는 남편과 별거 중인 다카코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 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둘째 딸 아키코와 살고 있다. 두 딸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와 재회하지만 다른 남자와 살기 위해 자신들을 떠난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 기쿠코로 분한 야마다 이스즈의 뛰어난 연기와 북해도로 떠나기 전 큰 딸 다카코를 기다리는 장면의 로우 앵글 촬영은 영화사상 흑백영화의 효과를 잘 살린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피안화 彼岸花 Equinox Flower 1958년, 120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오즈 감독의 최초의 컬러영화이자 결혼을 주제로 다룬 오즈의 네 번째 작품. 혼기에 찬 딸 세츠코가 동의 없이 결혼상대를 정한 것에 대해 아버지는 분노한다. 아버지 히라야마는 세츠코를 용서할 수 없으며,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엄마와 평소 친한 지인의 딸 사치코는 히라야마의 승낙을 얻어내기 위해 교묘한 작전을 꾸미는데..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딸과 아버지가 일으키는 일본 서민층 가족 내의 갈등과 화해의 풍속을 그린 작품. 결혼피로연 장면에서 붉은 색 벽과 검은 복장의 대비, 다다미, 책상, 책상 위에 놓인 꽃 등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채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제까지 흑백화면의 간결한 영상표현에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던 오즈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자 오즈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Good Morning 1959년, 94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작은 주택단지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일상사를 통하여 언어와 소통의 문제,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새로운 문제를 코미디 풍으로 그린 이 작품은 초기 대표작 <태어나긴 했지만>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미노루와 이사무의 유일한 탈출구는 텔레비전이다. 방과 후에 아이들은 부모에게 영어 공부를 핑계로 유일하게 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새로 이사 온 ‘이상한’ 젊은 부부가 사는 집으로 모여 든다 이웃집 여인들의 오해가 두 명의 소년들에 의해 더욱 복잡해지고, 이 문제로 부모와 다투던 미노루와 이사무는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르다 거절당하자 침묵시위를 벌인다. 근대도시와 새로운 사회구조 속에서 갈등하는 소시민의 삶을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프랑스의 천재 감독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Mon Oncle>(1958)를 연상시키며 지나온 시간과 세월의 그림자를 다시금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초 浮草 Floating Weeds 1959년, 119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1934년에 만든 무성 영화 <부초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촬영 감독 미야가와 가즈오의 탁월한 영상과 소박한 형식미가 돋보이는 영화.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볼거리에 밀려 인기가 없어진 유랑극단과 그 단원들의 덧없는 인생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떠돌이 배우 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그를 외삼촌으로 알고 사는 아들이 펼치는 잔잔한 드라마를 중심축으로 가족에 얽힌 에피소드와 삶의 단편들을 주위에 배치하고 있는 이 작품의 정적인 카메라는 가족의 일상을 잔잔히 비춰내면서 인생역정을 조용히 관조한다. 어느 시골 마을에 배우 고마주로의 유랑극단이 가부키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은 기대에 부푼다. 사실 고마주로는 이 마을에 사는 고야와의 사이에 그를 삼촌으로 알고 있는 기요시라는 아들을 둔 상태. 고마주로는 공연을 앞두고 일행들 곁을 몰래 빠져 나와 기요시와 아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향하고, 고마주로를 흠모하던 극단의 여배우 스미코는 고야와 기요시의 관계를 알게 되고 심한 질투심에 휩싸인다. 가을 햇살 秋日和 Late Autumn 1960년, 129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돈 사토미의 소설을 기초로 오즈와 노다 고고가 각색한 작품으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낸 풍속 희극이자 풍부한 유머와 오즈적 에로스가 느껴지는 품격있는 작품. 오즈의 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하라 세츠코가 더 이상 딸의 모습이 아닌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 작품은 <늦봄>에서의 근심 걱정을 많은 부분 덜어내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가을 햇살>에서의 가을이라는 계절은 부모들의 세대를 일컫는 말로 결혼이라는 주제와 혼자된 부모를 두고 떠나기를 망설이는 딸의 관계를 역시 중심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 초로의 친구들은 친한 친구의 미망인 아키코와 딸 아야코의 혼인을 돕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혼자 살게 될 어머니를 걱정해 결혼을 망설인다. 결국 친구들은 그녀와 어머니 모두를 결혼시키기로 계획하고, 그들 중 평소 미망인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히라야마는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小早川家の秋 (그 해 여름의 끝 The End of Summer) 1961년, 103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젊은 시절부터 도락가이자 활달한 성격의 양조장 주인 고하야가와 만베이는 죽기 몇 달 전부터 수년 전 아내를 죽음으로 몰았던 옛 애인과의 관계로 새로 시작한다. 남편이 데릴사위로 들어와 집안의 양조장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둘째 딸 후미코는 아버지의 연애 사건을 알고 화를 내고, 막내딸 노리코와 과부가 된 며느리 아키코는 결혼 제의를 받고 고심한다. 이 영화는 오즈의 후기작 중 가장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진 작품으로 등장인물, 주제, 동기 등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엄격하면서도 논리적인 플롯 전개를 보여준다 일가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이 해체된다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편집과 그래픽 형태를 통한 원형 이미지를 풍부하게 사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가을날의 오후, An Autumn Afternoon) 1962년, 113분, 컬러, Japanese with English Subtitles 딸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는 초로의 신사 히라야마. 히라야마는 친한 친구로부터 딸을 결혼시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딸은 어리게만 보인다. 이후 중학교 은사와 친구들과 정겨운 술자리를 가진 히라야마는 완전히 취해버린 은사를 집까지 배웅하기 위해 은사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은사의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걱정하며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고 딸 미치코를 떠올리게 된다. 히라야마는 결국 딸을 결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친구들이 추천하는 청년과 결혼시키려 결심한다. 일본영화계 전체가 하향세를 그릴 즈음 오즈와 노다 콤비가 만든 마지막 작품이자 오즈의 유작. 실제 미혼으로 평생을 살았던 오즈가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애정은 남달랐고, 이 작품의 시나리오 집필 중에 어머니를 잃은 오즈가 바라보는 노년의 고독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가혹하고 엄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밝고 유머러스한 화면의 저변에 흐르는 적막감이 선명하게 그려져 가슴을 에이는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작품 중 최고의 원숙미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유머와 함께 이제까지 즐겨 다루어왔던 이전 테마로 다시 돌아간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