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의 준말이죠. 어렸을 때 사용하다가
작아져서 쓸 수 없는 것을 바꾸어 쓴다든지 망가진 의자 다리를 고쳐서 쓰는 것, 입을 수 없게 된 청바지를 가방으로 다시 만들어
해서 사용하는 것 등이 아나바다 운동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재활용하면서 자원을 절약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
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몇몇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제품에 담겨 본래보다 더 훌륭하게 만드는 경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가리켜 업사
이클이라고 하는데요. 재활용이라는 단어인 리사이클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생각하시면 간단할 듯합니다. 업사이클(upcycle)이란
‘버려지는 물건으로 만드는 명품’이라는 뜻입니다. 무심코 버려질 것을 거두어 재활용하고, 나아가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그
제품의 가치를 몇 단계 높이는 과정. 폐기물을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뜻의 리자인(Resign)이라는 단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쓰입
니다. 이렇게 업사이클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구를 재활용해서 만든 선반입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함이 묻어 있죠?>
출처: inhabitat.com
착한 생각을 바탕으로 유용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
<폐비닐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튼튼하게 개성있는 가방을 만드는 회사, 프라이탁입니다>
출처: http://www.freitag.ch/
최초의 업사이클 브랜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이라는 가방 브랜드입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방들을 보면 독특합니다.
디자이너 지망생이었던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들을 메신저 백에 넣고 자전거로 운반하려고 하다가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찾은 재료는 비올 때 트럭에 실은 물건들이 젖지 않도록 해주는 방수포나 자전거 튜브, 비행기나 폐차의 안전벨트였습니다.
기능이 너무 확실하기에 다른 것으로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들을 가지고 가방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
었죠. 매니아들이 생긴 것입니다. 프라이탁의 본사는 버려진 컨테이너를 쌓아 만들었습니다. 늘 재활용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실천적 친환경운동가들을 보는 듯하죠. 착한 회사가 멋진 물건을 만든다면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보편적인 가방과 비슷하면서도 개성이 넘치네요!>
출처: 프라이탁 홈페이지
한국에도 업사이클링의 바람이 분다
<매터앤매터, 인도네시아를 건너온 폐목재를 이용해서 가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가구회사는 ‘매터앤매터’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오래된 가옥이나 화물을 운송하던 트럭과
어선 등에 쓰인 나무들을 해체해서 얻은 나무들을 이용해서 다시 가구를 만들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
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흠집이 나 있기도 하고 투박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강하고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
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다운사이클링이 아닌 업사이클링! 터치포굿과 에코언니야가 늘 염두에 두는 부분입니다>
출처: 터치포굿 홈페이지 http://www.touch4good.com/
또 우리나라의 업사이클링 기업을 얘기할 때에 이 두 회사를 빼놓을 수 없죠. '터치포굿'과 '에코언니야'인데요.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여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들입니다. ‘터치포굿’의 경우 폐현수막에 디자인을 덧붙여 물건을 만들고 있구요, '에코언니야' 역시 업사이클링의 디자인을 활용하는 동시에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플라스틱 생수통을 재활용해 휴대폰케이스를 만든 삼성전자 블루 어스>
출처: 삼성전자
사회적 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업사이클링에는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불루 어스라는 휴대폰은 태양광
으로 충전할 수 있는데요. 태양광으로 10분 충전하면 3분 정도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서 많은
분들의 주목을 끌었죠. 사실 이 제품이 더 큰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휴대폰의 케이스가 플라스틱 생수통을 재활용한 PCM(Post
Consumer Material)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작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에서도 점차적으로 업사이클링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사이클링은 자원활용,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절감에도 크게 도움을 줍니다. 한국에
있는 한 목공예센터는 공사현장의 폐목이나 태풍으로 부러진 나무처럼 주변의 쓸모없는 나무들을 모두 모아 통나무의자나 책꽂이,
안내판, 등산로 표지판처럼 일반 시민들이 필요한 물건으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이곳의 직원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월급을 받고,
이들이 만든 생활제품은 복지시설, 학교, 아파트, 공원, 지하철역 등 필요한 곳에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네요. 폐기물 처리비 아끼고,
각종 시설물 예산까지 줄이다니 놀랍습니다.
하지만, 업사이클링 제품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습니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입니다. 원재료를 이용해서 물건을 생산하
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품을 해체해서 재가공해야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품에 알맞은 소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단가가 본래의 제품보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을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업사이클링 제품은 좋은
의미의 제품이긴 하지만,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중에게 외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을 심을 수 있는 캠페인을 함께 해야합니다.
<업사이클한 의자들만 모아보았습니다. 다양한 물건들을 재활용해서 정말 멋지게 재탄생했네요!>
출처: inhabitat.com
<선순환의 좋은 예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밝은 미래,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특히 센스 넘치는 주부들이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 자신의 명함을
만들고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가정에 있는 도구들을 재활용하고 잘 고쳐서 사용했던 주부들이기에
제품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겠죠. 좋은 제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업사이클링을 계속한다면 울창한 숲, 자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업사이클링으로 인해 우리의 환경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쓰일 수 있는 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사용가능의 여부는 재료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이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아이디어입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생각은 쓰레기통을 가볍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