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18일/일요일) 남양주 대자연 백봉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서북능선인 바래봉 철쭉 군락지를 다녀왔다.
산행은 전북 남원시 정령치에서 시작해 고리봉·세걸산·세둥치·부운치·철쭉군락지·팔랑치·바래봉삼거리·임도를 따라 운봉읍 용신리로 하산, 모든 산행을 마쳤다.
날씨가 덥다는 예보가 있어 충분하게 식수도 챙겨 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운 날씨 때문에 물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 있어 몇자 적어본다.
산행 내내 물과의 싸움은 연속 이었고, 고리봉 정상에서부터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외길이고 좁아서 교행하기조차 힘이 들었다.
많은 산객들로 인해 섰다 가기를 반복하니 몸은 파김치로 변해가고 있었고, 지루하다 못해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세둥치에서 전북학생교육원으로 하산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파김치가 되어있는 집사람이 나는 죽어도 못가겠다는 얼굴로 하산을 종용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하산을 하자니 낙오자라는 말이 떠올랐고, 다시 오르려니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정 힘들면 하산을 하자고 해놓고 다시한번 용기를 내보자고 말을 건넸다. 옆에 있던 늦둥이 아빠도 거들었다. 조금만 더 가면 철쭉 군락지가 나오니까 조금만 힘을 내어 보자고....
그렇게 해서 산행은 또 다시 시작됐다.
부운치에 다다르니 물병에는 마실 물은 바닥이났고, 목은 타 들어가고 있었고, 기어이 늦둥이 아빠의 물까지 다 먹어 치웠다. 이제는 물 동냥을 해야 할 신세....
정말 난감했다.
쉬었다 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니 후미에서 뒤쫒아 온 백봉산악회 회원들과 합쳐졌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혹시 마실 물이 조금 남았으면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염치 없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얼마쯤 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물병의 물 컵으로 한 컵을 건넨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목을 적시고, 다음 사람이 물 마실 것이 염려스러워 내 딴에 배려하는 마음에 병아리 눈물 만큼의 물로 컵을 흔들어 바닥에 물을 버렸다. 그런데 없는 물을 준것인데 버렸다고 버럭 하는 소리가 들렸고, 또 다른 여성 회원의 목소리까지도 들렸다. 누가 먹을 물을 버리냐?
정말 난감한 마음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누구를 원망하랴...다 내가 잘못한 것을...내가 먹을 식수도 양껏 챙겨오지 못하여 많은 산객들에게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친 것이 큰 잘못이고, 끝까지 참고 갔으면 그런 생색 내는 모습도 보지 않았을 것을...
하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씁쓸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 맴돌고 있었다.
스스로 산행을 하며 산에 대한 지식을 터득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산행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나올 수 있는 사건 이었음을 인식하고,
이번 산행을 통해 깨달음과 또 하나의 산 지식을 얻었음에 정말 뜻 깊은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산행을 함께한 늦둥이 아빠에게 고마움을 전해달라는 집사람의 부탁이 있어 사이버상을 통해 이렇게 전합니다.
손 잡아준다고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손 내미는 늦둥이 아빠, 고맙습니다.
물 모자란다고 당장 숨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수를 건네주는 늦둥이 아빠 정말 멋있었습니다.
일으켜준다고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지만 흙 털어주는 늦둥이 아빠 짱 이었습니다.
혼자 간다고 길 잃는 것은 아니지만 말 건네주는 늦둥이 아빠가 진정한 산 벗이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배려하는 마음! 진정 고마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첫댓글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내가 힘들때 도와준 사람 평생 기억되고 내가 아플때 짱돌 던진 사람 역시 평생 기억속에 남아있지요..
내자신 또다른 누구에게 어떤 사람일까 잠시 생각속에 머물러집니다.
힘든 상황에서 손내밀어 준 손문식님 정말 고맙네요.
저 또한 안개비언니 처럼 저도 어떤 사람일지 생각을 해 보게 하네요.
어떤 상황일지 알것 같아요. 맘 상하셨다면 운영진의 한사람으로써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날 거의 모든회원들이 코스가길어 힘들어했고 갈증때문에 더더욱 힘들었지요
매끄럽지 못한진행
운영진으로써 사과드리고
앞으로는 기획에 좀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좋은경험 하신걸로 만족해야합니다
이보다 더 악조건이 언제고 찿아옵니다
조금 산행을 하신분들은아시겠지만
물은 말씀하신대로 생명수입니다
그래서 물은 다른사람한테 달래지고않고
주지도않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나겠지만
우리는 그래도 지역분들이모여서
오손도손 산행을하는 산우분들입니다
조금섭섭한마음이있더라도
내가 또아니면 다른산우님이또 모두가
지리산 큰산처럼 모두를포용할수있는
마음으로 형제처럼 친구처럼 가족처럼
그렇게 산행을합시다
백봉 홧~~~~팅
지역 주민이 모여 산과 자연이 좋고, 건강을 기본 모토로 해서 만들어진 친목도모형 산악회라면,
정말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 하다고 봅니다.
있는듯 없는듯, 서로 배려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포용할줄 아는 그런 산악회~~
세상에는 수 많은 부류가 있겠죠?
바닷물이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나는 과연 어떠한 부류에 속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들은 가족분위기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산악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있지요
어느나라나 단체나 완벽하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토론하고 고쳐나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족같은 분위기를만들기 위해서요
내가3%부류인지
97%부류인지는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생각할때는 큰맥락에서는
같은부류라고봅니다
앞이있으면 뒤가있고 선이있고 악이있고
높음이 있으면 낮음이 있고
양이있으면 음이있고
쉬운것이있으면 어려운것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어떠한경우에도 상대성이있는
상태에서 살아가지요
다같이 어우러져서
3%든 97%든
산에는 소나무만 있는것이 아니지요
글에 대한 정확한 팩트가 뭔지를 잘 모르시나 봅니다.
등산 초보자인 내가 전문가들을 따라 다니려다 나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을....
어느 조직이든 똑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입된 조직에 속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죠.
제가 님 에댓글에 정확하게인지를
못했으면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행여 제댓글에 마음 상하신것이
있으셨으면 넓은아량으로 이해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다음산행때 소주 한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