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의 변화 김거성 목사 (한국기독교컴퓨터센터 소장) 1. 정보화시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화'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근 대화', '산업화' 등의 용어가 차지하던 현대 사회의 특징에 대한 술어를 불과 십 여 년 동안에 '정보화'라는 단어로 대치시켜 버린 위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1) 멀티미디어 - 디지털화 물론 정보화 시대 이전이라고 해서 정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 보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와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 는 것이다. 근대화 이전에는 각종 정보가 대부분 구전(oral tradition)이나 문 서(written document), 그림 등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들은 훨씬 다양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즉, 사진, 녹음, 영화 등 오디오 기술과 비디오 기술이 접목되면서 문자 중 심의 미디어 체계가 멀티미디어(multimedia) 형태로 큰 변화를 이루게 되었 던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정보는 형태에 있어서도 문자 뿐만이 아닌 음성(audio)이 나 영상(video), 나아가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종합화' 라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 음성은 녹음테이프에, 사진이나 영화는 필름에문서는 종이에 저장되었지만 지금은 이 모든 정보들이 파일의 형태로 컴퓨터 등에 저장이 가능하고, 또 양이 많은 데이터는 CD-ROM 등의 새로 운 매체에 담아 유통시킬 수 있다. 이러한 종합화가 가능해 진 것은 무엇보다도 문자는 물론 음성과 영상, 동영상 등 각종 정보를 디지털 신호화하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것이다. 특별히 정보의 가공과 저장, 전달이라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디지털(digital) 처리 기술이다. 이 디지털 처리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의 발전과 동일한 궤도를 달려왔다.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디지털 형태의 신 호를 채택하였고, 이를 통해 각종 정보는 그 종류와 상관없이 디지털 형태 로 가공, 저장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이를 압축, 전송, 해독하는 기술 등 의 발전에 힘입어 이전과는 달리 컴퓨터, 방송, 통신 등의 정보들이 서로 호 환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 매체간의 결합, 통신 기술의 발달과 아울러 디 지털 신호의 압축과 재생 기술의 발전은 이제 원격지간의 영상회의를 대중 화하는데 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정보의 호환성은 필수적으로 기기의 통합으로 연결되어 컴퓨터와 통신기기, 가전제품, 방송 및 수신기 등은 이제 그 기능들을 모두 수용한 복 합기로 대체될 추세이다. 이미 네트웍 컴퓨터(network computer)가 시장에 나와 있으며, 인터넷을 텔리비젼에 결합시킨 새 제품들도 속속 상품화되고 있다. 2) 컴퓨터통신-인터넷 더구나 통신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기존의 정보전달 경로와는 전혀 다 른 새로운 전달 경로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른바 '사이버 공간'(cyber space) 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는 신문이란 정보를 종이 위에 인쇄 한 다음 트럭에 싣고 지국을 거쳐 독자에게 전달되는 경로를 가지고 있었 다. 그런데 디지털 처리가 된 정보는 곧바로 호스트 컴퓨터에 올려지고 그 자료는 공중망이나 전용망을 거쳐 독자의 컴퓨터 상에 나타나게 된다. 이는 신문의 제작, 인쇄, 운송, 배달의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의 획기적 단축을 의미한다. 이 파일 형태의 정보들은 컴퓨터통신이란 경로를 통해서 손쉽게 전달될 수 있다. 특히 인터넷(internet)이란 통신망은 이제 정보를 어떤 국가 내에 한정시키지 아니하고 국제적인 전달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우스 버 튼만 누르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 양방향성 이 경로는 반대로 정보의 수용자로부터의 반응을 전달하는데에도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즉 정보의 일방적 전달이 아닌 '양방향성'을 특징으로 나타 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보에 대한 대답이나 반응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양방향성은 사회에서 상명하달식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보다 민주적인 형태로 변화, 발 전해 나갈 수 있도록 촉진하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이런 기술은 전자상거래 등에 응용되어 기존의 시장 질서를 변화시 키는 사이버 시장(cyber market)을 형성해 내고 있다. 정보 수용자는 또한 자 신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정보를 선택, 가공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 다. 이로서 주문형 뉴스(news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 등도 가능하게 되었다. 2. 교회를 향한 정보화사회의 도전 이와 같은 기술의 진보화 사회의 변화는 교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과제를 제기하는가? 현재 우리 나라 교계에서 목회자나 또한 평신도, 신학자들 대 부분이 이른바 컴퓨터 이전 세대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 교계에서는 정보화 사회에로의 변화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 이며 교회와 세계에 정보화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교계가 눈 을 감고 애써 외면하고자 하더라도 정보화사회는 이미 도래해 있는 것이다. 교회를 향한 정보화 시대의 도전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 가? 1) 정보화 사회에서의 영향력 이번 대통령선거 토론회 등에서 보여준 텔리비젼의 영향력은 우리 사회 가 정말 정보화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지상파 텔리비젼 방송은 1950년대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신문 등의 활자매체를 제치고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자리를 굳혔다. 나아가 신문이나 공중파 텔 리비젼, 위성방송, 케이블 텔리비젼, 컴퓨터통신, 인터넷 등 정보 매체들은 현대사회에서 그 위력을 점차 장화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과자가 가장 맛있는지를 어린이들에게 물어본다고 하자. 어린이들에게 가장 먼저 나오는 과자 이름은 이들 정보매체가 지정해 준 것 이다.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도 선전에 나온 것이다. 정보매체는 친근하고도 유능한 선생님이 될 것이다. 이는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정보매 체가 지정하는 정치인이 가장 청렴하고 능력있는 것으로, 또 배척하는 정치 인은 무능하고 추악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정보화시대에서의 가장 큰 영향력은 이들 정보매체들에게 주 어져 있다. 즉 어떤 사람이나 세력이 이들 매체를 장악하고 운영하며 이들 매체를 통해 어떤 정보를 내보내는가 하는 점에 따라 정보화시대에 사회의 변화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2) 상업주의 그런데 이들 정보매체는 누가 움직이는가? 정보매체의 소유자, 운영자들 의 가장 주된 관심은 어떻게 시청자(독자)들을 광고주(혹은 지배층)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 줄 것인가 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깊이있는 성찰이 필요한 프로그램보다는 말초적이며 표피적인 이벤트에 신경을 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정의나 윤리, 도덕이기 보다는 시청률, 광고효과 등이다. 이러한 상업주의를 벗어나는 프로그램들은 경쟁에 뒤지기 쉽고 또 그러한 프로그램의 제작자들 은 적절한 확대재생산의 기회를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사회 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 가운데 하나는 상업주의가 될 것이다. 3) 교회의 위기 정보화시대 속에서도 우리 한국교회는 모이는 교회로서의 세계적 명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교회는 계속적으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까? 종교 나 철학이 차지해왔던 '진리'의 영역도 또한 정보화시대에는 이들 매체들에 게 내어주지 않기 힘들게 되었다. 사람들은 교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진리' 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는 시점에서는 인격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얼굴을 맞대고 드리는 예배보다 는 온라인예배, 재택예배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더구나 이에 편승하여 보다 재미있는 이벤트로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규모 (상업적) 예 배행사(?) 등이 득세하기 쉽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정보화 시대에는 카리스마적 권위는 이전처럼 유지되기 힘들다. 사회에 있어서 권 위는 기존 질서의 틀에서가 아니라 이러한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여탈될 것 이다. 목회자는 더이상 '기름부음받은' 것으로 당연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무능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고전적 세계관을 지닌 인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정보화시대가 되기 전까지 천부적인 것으로 당연시되었던 각종 권위는 이제 이들 정보매체를 통해 검증받고 확인될 때에만 그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종교나 신앙의 차원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성서의 내용이 나 목회자의 설교도 역시 정보화시대에는 각종 매체들로부터 검증되기 전까 지는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 씀"이란 이제 성서로부터, 목회자의 입을 통해 선포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 라 정보매체를 통해 확인받고 권위를 부여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반면 정보매체를 소유, 운영하거나 미디어를 교묘히 활용할 줄 아는 일부 "잘 나가는 스타(star) 목회자", "TV 설교가"(Televangelist)들은 건강이나 물 질적 축복 등 "값싼 복음"을 설교하고 대가로 자신들의 구좌로 온라인 헌금 을 요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전화기나 텔리비젼 리모콘 으로 자신의 신용카드(또는 전자현금) 번호와 비밀번호, 금액만 입력하면 교 인의 의무를 마친 것으로 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3. 정보화시대에 대응하는 선교과제 교회가 안이하게 자신의 영역이라고 고집하며 현재의 모습에 머물러 안 주하고 있는다면 그 자리는 곧바로 새로운 미디어들의 차지가 되어버릴 것 이다. 정보화시대가 교회에 요구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교회의 자기갱신 이다. 교회가 스스로 변화하며 또 바람직한 사회의 변화를 선도해 낼 때에 만 교회의 자리는 유지, 발전될 수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보화시대에 대 응하는 선교과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정보화 사회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교육 사회가 급격히 정보화시대로 변화함에 비추어볼 때 우리 교계의 대비는 아주 미미한 형편이다.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조차 지니고 있지 못하다. 교회연합 차원에서 정보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각 신학교들에서도 이처럼 중요 한 위치를 차지하는 컴퓨터나 커뮤니케이션 등 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중심 요소들에 대한 교육이 아직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학교 육의 커리큘럼 또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속히 조정되기를 기대한다. 아 울러 교회교육 역시 그 내용이나 방법 등에 대한 재고가 요청된다. 정보화 시대는 다원화시대로 모든 것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 므로 철저한 연구와 고찰을 통해 가장 좋은 교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교 회교육도 그 경쟁 과정에서 도태되어 버리고 말 수도 있다. 2) "미디어신학"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여 신학의 과제 및 관심분야도 이에 걸맞게 확대되어야 한다. 목회자들의 심방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어떤 차별 성을 가질 수 있는가? 예배의 본질에 비추어 온라인 예배의 문제점은 무엇 인가? 정보화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은 무엇이어 야 하는가? 이들 미디어의 오용과 지배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실 례를 비롯한 수많은 주제들이 신학적으로 성찰되어야 하며 대비책이 강구되 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교계에서도 각종 정보매체에 관련된 연구와 교육, 홍보나 나아가 감시와 계도, 대안매체의 육성방안 등을 전담할 상시적 대책기구-연구기관을 마련 하고 활용하게 된다면 미디어신학의 과제 달성은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이 를 통해 미디어, 전송망, 장비 등의 소유와 운영에 대한 감시는 물론, 필요 한 관련 법규의 제정, 개폐를 위한 캠페인의 전개, 그리고 인적 자원 개발 등 부대사업을 제안하고 수행해 나갈 것이 요청된다. 3) 정보화 매체의 선교적 활용 정보화시대는 교회에게 위기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 정보화 매체들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이는 교회에 하나의 질적 도약을 가져올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회는 각종 미디어 프로그램들의 제작과 유 통, 공급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교회의 선교적 목적에 이바지하도 록 해야 한다. 상업주의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정보매체의 대안으로 이 를 극복하고 선교적 목적에 복무할 컴퓨터의 게임이나 교육 소프트웨어의 생산, 제작지원과 보급, 또한 재미있고 유익한 교계의 인터넷 홈페이지 (homepage)의 제작 및 운영 등이 필요하다. 또한 교회연합 차원에서 지교회와 지역 조직, 각 교단, 기관 등을 아우르 는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이를 통한 양질의 정보의 유통, 소비, 생산 을 장려하며 민주적 의사수렴과 의사소통을 통한 정책결정과 사업집행, 선 교-지원구조의 형성을 촉진하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국내외의 에큐메니칼 연 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현재 고립, 분산되 어 운영되고 있는 각종 교계 정보서비스들을 통합하여 안정적으로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자신을 '네티즌'이라 이름붙여 주기를 희망하는 신세대들에게도 좋은 선교방편이 될 것이다. 기독교방송, 기독교 텔리비젼(CATV)이나 기독교 위성방송 나아가 기독교 일간신문이나 공중파 기독교텔리비젼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미디어의 육성에 도 더욱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 매체는 단순히 교회의 자선사업을 위 한 대상이 아니라 선교하는 교회 그 자체이며 또 선교의 전위대가 된다. 교 회들은 이러한 매체들이 건강하게 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 인 관심과 참여,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