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막심 고르끼 / 作
전 훈 / 譯
원작일 1902년 모스크바
번역일 1996년 서 울
드미뜨리 꼬즈노브 선생에게 감사드리며
Посвящаться Кознову, Дмитрию Георгиевичу
Действующие лица
Михаил Иванов Костылев
Всилиса Карповна
Наташа
Медведев
Васька Пепел
Клещ , Андрей Митрич
Анна
Насьтя
Квашня
Бубнов
Сатин
Актер
Лука
Алешка
Кривой зоб
Татарин
Нескоько брсяков без имени речей
등장 인물
미하일 이바노프 꼬스띌료프 54세 싸구려 합숙 여관집 주인.
바실리사 까르뽀브나 그의 아내. 26세.
나따샤 그녀의 동생. 20세.
메드베제프 자매의 삼촌. 경찰. 50세.
바스까 뻬뻴 28세
끌료쉬, 안드레이 미뜨리치 철물수리. 40세.
안나 그의 아내. 30세.
나스쨔 창녀. 24세.
끄바스냐 만두장수. 40세 가량.
부브노프 모자장수. 45세.
바론(남작) 33세.
싸찐 40세 가량.
배우 40세 가량
루까 순례자. 60세.
알료슈까 구두닦이(수선). 20세.
애꾸눈 좁 노동자
따따르 人 노동자
그 외 이름도 말도 없는 떠돌이들
Действие Первое
마치 동굴 같은 지하실 합숙 여관.
답답해 보이는 돌로 된 둥근 천장은 칠은 벗겨지고 그을음 투성이다.
조명은 객석과 위쪽 오른편의 작은 창으로부터 아래로 떨어진다.
오른쪽 구석은 뻬뻴의 방인데 얇은 널빤지로 대충 가려져 있다. 그 방문 근처에는 부브노프의 나무침대. 왼쪽 구석에는 커다란 러시아식 벽난로가 있다; 그 왼쪽의 돌 벽에 부엌으로 통하는 문이 있고 그 근처로 해서 끄바스냐, 바론, 나스쨔가 살고 있다. 벽난로와 부엌문 사이에는 큰 침대가 벽에 붙어 있는데 더러운 가리개 같은 것이 쳐 있다. 나무침대들은 모두 벽에 붙어 있다.
무대 앞 왼쪽에는 바이스와 작은 모루를 장치한 나무 수선대가 있고 나무의자가 있다. 거기에 끌료쉬가 앉아 여러 가지 열쇠에 헌 자물쇠를 맞춰 보고 있다. 그의 발 근처에는 여러 가지 열쇠를 철사에 꿴 큼직한 꾸러미가 둘, 찌그러진 양철 사모바르1), 망치, 줄톱 등이 있다.
중앙에는 큰 탁자가 있는데 두 개의 긴 의자, - 모두 칠도 되어 있지 않고 더럽다 - 탁자 위엔 사모바르가 하나 놓여져 있고 그 근처에서 끄바스냐는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바론은 흑빵을 씹고 있고 나스쨔는 긴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팔꿈치를 대고 다 떨어진 책을 읽고 있다.
가리개가 있는 침대에는 안나가 기침을 하며 누워 있다. 부브노프는 자기 침대에 앉아서 모자의 목형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헌 바지 뜯은 천을 거기에 대어 보며 어디를 자를까 하는 생각을 하듯 이리저리 대어보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모자를 만들려는 헝겊조각과 판지, 기름종이 등이 흩어져 있다. 싸찐은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누운 채 끙끙거리고 있다. 벽난로 위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배우가 기침하며 뒤척이고 있다.
이른 봄. 아침.
바 론 자, 다음!
끄바스냐 아니라고 벌써 얘기했잖아! 제발 부탁이야, 응? 이미 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야. 서방을 다시 얻으라구? 흥! 말도 안되는 소리!
부브노프 (싸찐에게) 이 녀석이 왜 이리 끙끙거려?
싸찐은 신음한다.
끄바스냐 왜냐하면 난 해방된 여자라구, 내 자신이 주인이다 이거야, 암, 누구든지 내 증명서에 남자의 노예라고 쓸 수는 없어, 미국에서 왕자님이 온다고 해도 결혼은 생각하지도 않아! 암, 어림없지!
끌 료 쉬 집어치워!
끄바스냐 뭐라구?
끌 료 쉬 집어치우라고 했어! 아브람하고 붙어 살 작정이지?
바 론 (나스쨔의 책을 빼앗아 제목을 읽는다) ‘운명적인 사랑’....(껄껄 웃는다)
나 스 쨔 (손을 뻗으며) 줘...이리 줘! 제발...이리 줘.
바론은 그녀를 보다가 책을 공중으로 휘두른다.
끄바스냐 (끌료쉬에게)......
바 론 (책으로 그녀의 머리를 때리며)이런 바보같은 계집아.
나 스 쨔 (손을 책으로 뻗으며) 이리 줘.
끌 료 쉬 위대한 마나님! 아브람과 붙어 살려고 하면서.....그 날만 기다리고 있잖아.
끄바스냐 암, 물론이지! 그래서 뭐 어쨌는데? 자긴 빌어먹을, 지 여편네 죽게 만들어 놓고선!
끌 료 쉬 닥쳐! 이 늙어빠진 개 같은 년!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끄바스냐 아~ 그래? 바른 말하니까 참지 못하겠지?
바 론 또 시작했군! 나스쨔, 너 어디 있니?
나 스 쨔 (머리를 들지 않고) 제발 저리 좀 가!
안 나 (가리개를 열고 머리를 내밀며) 또 하루가 시작되었어! 하느님! 제발 소리치지 들 좀 말아요. 서로들 욕 좀 하지 말아요!
끌 료 쉬 망할 년!
안 나 매일 이런 날들 뿐이니...제발 조용히 죽게 좀 해줘요!
부브노프 떠든다고 못 죽는 건 아니지.
끄바스냐 (안나에게로 다가가서) 에구, 천사같은 안나, 불쌍도 하지. 좀 어떠우?
안 나 내버려둬요, 글쎄.
끄바스냐 아이구 참, 참을성도 많지! 가슴은 좀 낫수?
바 론 끄바스냐! 시장에 늦겠소.
끄바스냐 갑시다, 지금! (안나에게) 만두라도 좀 먹어 보려우? 금방 만든 따뜻한 건데.
안 나 필요 없어요..... 고마워요..... 먹으면 뭣해요?
끄바스냐 그래두 먹어 둬. 아주 뜨끈뜨끈 하구 부드럽다구. 접시에 좀 담아 놓을 테니까 먹고 싶을 때 먹어! 남작 나리, 갑시다!(끌료쉬에게) 이런 더러운 족속아! (부엌으로 간다)
안 나 (기침을 하며) 아이구...
바 론 (나스쨔의 뒤통수를 몰래 찌르며) 책 버려, 이 돌탱아!
나 스 쨔 (중얼거리며) 제발 꺼져 버려, 방해하지 않을 테니.
바론은 혀를 차며 끄바스냐의 뒤를 따라 부엌으로 나간다.
싸 찐 어저께 날 친 놈이 어떤 놈이지?
부브노프 누구면 어때?
싸 찐 그건 그래... 하지만 왜 날 때렸지?
부브노프 카드놀이 했지?
싸 찐 했지.
부브노프 그래서 맞은 거지.
싸 찐 망할 자식들...
배 우 (벽난로 위에서 머리를 내밀며) 너 언젠간 한 번은 죽을 때까지 얻어터질 거야.
싸 찐 넌 돌대가리야.
배 우 왜?
싸 찐 왜냐구?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배 우 (잠시 있다가) 알 수 가 없어. 왜 두 번 죽지 않을까?
끌 료 쉬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방이나 좀 치워. 뭘 어물거려?
배 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끌 료 쉬 주인 마누라 년이 곧 들이 닥치면 네가 왜 상관 했는지 알 거다.
배 우 망할 놈의 주인 마누라년! 오늘은 남작이 치울 차례야. 바론!
바 론 (부엌에서 나오며) 난 방 청소나 할 사람이 아냐. 그리고 지금 끄바스냐하고 시장엘 간다.
배 우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닌데 시장이 아니라 감방을 가든 오늘 방 청소는 네 차례야. 난 청소나 할 사람이 아니라구.
바 론 에이, 엿먹어라! 나스쨔가 도와 줄거야. 야, 운명적인 사랑! 청소해! (나스짜가 읽는 책을 뺏는다)
나 스 쨔 (일어나며)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이리 줘! 망나니같이! 제깐 놈이 무슨 남작이냐, 남작은!
바 론 (책을 주며) 나스쨔! 나대신 방 좀 치워, 알았지?
나 스 쨔 (부엌으로 가며) 얼마나 내가 필요할까, 세상에!
끄바스냐 (부엌에서 문 쪽으로 가며 바론에게) 갑시다. 무슨 방 청소 걱정을 하우! 이봐 배우양반! 모두가 부탁하고 있지 않소! 청소 좀 하구료. 죽고사는 일도 아닌데!
배 우 하! 언제나 나야. 알 수가 없어.
바 론 (부엌에서 바구니를 들고 나온다. 그 속에는 헝겊으로 둘러진 만두가 있다) 아이구, 오늘은 왜 이리 무거워.
싸 찐 남작으로 태어난 벌이야.
끄바스냐 (배우에게) 방 치우는 거 잊지 마시오. (남작을 앞세우고 나간다)
배 우 (벽난로에서 기어 내려오며) 난 먼지를 마시면 안되는데. (자랑스럽게) 이 유기체는 알콜중독인데...(생각에 잠겨 침대에 앉는다)
싸 찐 유기체라....
안 나 여, 여보.....
끌 료 쉬 왜 또 그래?
안 나 끄바스냐가 나한테 만두를 놓고 갔어요. 가서 드세요.
끌 료 쉬 (다가가서) 안 먹을 거야?
안 나 먹기 싫어요. 그리고 먹으면 뭣해요. 당신은 일해야 하잖아요....그러니까 어서 드세요.
끌 료 쉬 무서운가? 무서울 것 없어. 아마 더 살 거야.
안 나 어서 가서 드세요. 전 이제 힘들어서...곧 죽을 거예요.
끌 료 쉬 (옆을 떠나며)괜찮아....이제 곧 일어날 거야. 암.(부엌으로 간다)
배 우 (갑자기 잠에서 깬 듯 큰소리로) ‘당신이라는 유기체는 완전히 알콜중독이요’라고 어저께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어. 그래, 이 유기체가 알콜중독이라구?
싸 찐 (웃으며) 율기체....
배 우 (진지하게) 율기체가 아니라 유기체야, 이 무식한 놈아.
싸 찐 깡깽이 녀석.
배 우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야 임마, 장난이 아니야. 나의 이 유기체에 알콜이라는 독이 흐른다면 방 청소는 이 유기체에 해롭단 말이야, 알어? 먼지를 마시면 나쁘다구.
싸 찐 Macrobiotics.
부브노프 지금 뭐라고 그랬어?
싸 찐 문자 한 번 썼지. 아, 또 하나 있지. Transit-dental.
부브노프 엉? 그건 또 뭐야?
싸 찐 몰라요, 까먹었으니까.
부브노프 그럼 모르는 소리를 지껄인 거야?
싸 찐 그건 말이요....난 이미 인간들이 쓰는 말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요. 우리들 말이 싫증이 났다 이거요! 어느 말이고 천 번 이상 안 쓴 말이 있어야지, 이거 원!
배 우 「햄릿」이라는 연극에서 ‘말, 말, 말 뿐이야!’라는 대사가 있지. 아주 훌륭한 의미야. 난 그 연극에서 무덤파는 사람을 연기했지.
끌 료 쉬 (부엌에서 나오며) 이제 곧 방청소하는 사람을 연기 할거지?
배 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자기의 가슴을 손으로 치며) ‘오필리어! 오...당신의 기도에 나를 기억해 주오!’
무대 뒤 멀리서 이상한 소리, 비명, 경찰의 호각소리. 끌료쉬는 작업대에 앉아 줄질을 한다.
싸 찐 난 뜻도 모를 잘 안쓰는 말들이 좋아. 내가 어렸을 때 전신국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그때 책을 좀 읽었지.
부브노프 아니, 그럼 전신기사 노릇을 했었단 말이야?
싸 찐 암. (웃으며) 좋은 책들이 많았지. 그리고 맘에 드는 구절들도 많았고....이래봬도 난 좀 배운 사람이야, 알겠어?
부브노프 야야야, 그런 말 백 번도 더 들었다! ‘옛날에 무얼 했다’, 이게 뭐 중요해? 난 제기랄, 옛날에 가죽 옷 만드는 사장이였다. 버젓이 공장도 있었고, 손은 누런 색으로 물들었었고! 이 손으로 직접 가죽 물을 들였으니까, 이봐, 내 손이 팔꿈치까지 누런색이였다니까! 그래서 난 계속 그렇게 살다 죽을 줄 알았지. 하지만 지금은 이게 뭐야? 요꼴이라구. 손을 봐, 그냥 더러울 뿐이라구, 하!
싸 찐 그래서 어쨌다구?
부브노프 그래서 그렇다구.
싸 찐 그럼 왜 말을 꺼냈는데?
부브노프 에, 그저 뭐랄까, .........????
싸 찐 아이고! 무릎이 왜 이리 쑤시지!
배 우 (무릎을 껴안고 앉으며) 배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중요한 건 재능이야. 내가 아는 한 배우가 있는데 그 녀석은 연습 때 자기 대사나 겨우 읽을 수나 있는 그런 무식한 놈이였는데 막상 공연 때만 되면 훌륭한 연기를 해내서 관중의 박수갈채로 극장이 떠나갈 지경이었지.
싸 찐 이봐, 부브노프. 5까뻬이까 만 줘.
부브노프 톡톡 털어야 2까뻬이까 밖에 없다.
배 우 결국 배우에게 필요한 건 재능이야. 그런데 그 재능이란 건 말이야, 자신을 믿는 거지, 자신의 힘을!
싸 찐 5까뻬이까만 줘, 그럼 넌 재능이 있고, 주인공이고, 악어이고, 경찰 서장이야. 끌료쉬! 5까뻬이까 있어?
끌 료 쉬 개수작 말어, 임마! 널 빌려주었다가는 다른 놈들도 다 덤벼들 거야.
싸 찐 어쭈, 잘난척 하고 있네. 돈도 한 푼 없는 게 있는 척 하고 있어.
안 나 여, 여보, 답답해요. 힘들어 죽겠어요.
끌 료 쉬 그래서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부브노프 문을 좀 열어 줘라.
끌 료 쉬 아이고 고맙소. 당신은 침대에 앉아 있어서 모르겠지만 난 바닥에 앉아 있으니 춥소. 자리를 바꿔 준다면 내 문을 열지.
부브노프 (조용히) 내가 문을 열어 달라고 그랬나? 자네 부인이 부탁하는 거 아냐?
끌 료 쉬 (음울하게) 이놈 저놈 말을 다 듣다간 한도 끝도 없지....
싸 찐 아- 왜 이렇게 골이 쑤시냐. 어째서 사람들은 서로들 골통을 때리고 난리지?
부브노프 골통만 때리나? 온 몸을 닥치는 데로 때리지.(일어난다) 실을 사러 가야겠구먼. 아니 근데 우리 주인 녀석은 오늘 왜 아직도 코빼기도 안보일까, 뒈져 버렸나?(퇴장)
안나는 계속 기침을 하고, 싸찐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움직이질 앉는다.
배 우 (우울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안나에게로 다가가서) 많이 아픕니까?
안 나 갑갑해요.
배 우 문 밖으로 나가 보는 건 어때요? 자 일어나요, 내가 부축할 테니.(그녀가 일어나는 것을 돕는다. 낡은 모포를 어깨에 얹어 주고 문 쪽으로 간다.)자, 자, 힘들군요, 나 역시 아픈사람이다 보니....완전히 알콜중독이라서....
꼬스띌료프 (문에서 나타나며) 하 - 산책들 나가시나? 둘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
배 우 비키쇼, 비켜. 환자가 지나가는 게 안보이오?
꼬스띌료프 암, 암, 비키고 말고, 염려말고 지나 가라구.(콧노래로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약간은 의심스럽게 방안을 돌아본다. 왼쪽 뻬뻴의 방을 기웃거린다.)
끌료쉬는 성이 난 듯 자물쇠 소리와 줄질 소리를 크게 내며 눈을 치켜올려 뜨고 주인을 쳐다본다.
일하고 있나?
끌 료 쉬 뭐라구요?
꼬스띌료프 일하고 있냐고 물었어.
사이
아참, 내가 뭘 물어 보려고 했더라? (빠르고 작은 소리로) 내 마누라 여기 안 왔나?
끌 료 쉬 못봤수.
꼬스띌료프 (조심스럽게 뻬뻴의 문 가로 간다) 언제까지 한 달에 2루블만 내고 살 작정이야? 큰 침대에, 작업대에, 이건 5루블을 받아야 하는 거라구, 젠장! 내달부터 50까뻬이까는 더 받아야 겠어.
끌 료 쉬 차라리 내 목을 졸라 죽이쇼. 당신도 곧 죽을 사람인데 이제 50까뻬이까를 더 받아서 무엇하겠소?
꼬스띌료프 뭣하러 네 목을 조르냐구? 집세를 올려서 뭐하냐구? 쯧쯧쯧, 그걸 모르나? 네깐 놈은 그저 살아있는 동안만 생각을 하지? 하지만 난 50까뻬이까를 더 받아서 성불기름2)을 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산 기름이 성상 앞에 타게 되면 내 죄는 모두 용서받고 자네 죄도 용서받지. 네깐 놈은 자기 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다. 쯧쯧쯧, 불쌍한 것. 네 계집이 저런 병에 걸린 것도 다 네 죄 때문이야. 그리고 허구헌날 그 쇳소리를 내고 있으니 여기서 누가 널 좋아하겠니.
끌 료 쉬 (소리친다) 뭘 나한테... 날 죽이려고 왔소!
싸찐이 큰소리로 앓는다.
꼬스띌료프 (소스라치듯 놀라며) 자네 왜 그래!
배 우 (들어온다) 현관까지 데려다 줬어, 모포도 잘 덮어 줬고...
꼬스띌료프 아이고, 이런 마음씨 좋고 훌륭한 사람이 다 있나. 언젠가 보답이 있을 거야.
배 우 언제요?
꼬스띌료프 바로 죽어서지. 죽어서 신의 심판대에 서면 일일이 보답이 있을 거야.
배 우 그 전에 당신이 여기서 그 보답을 조금 주면 안되겠소?
꼬스띌료프 어떻게 내가 할 수 있나?
배 우 밀린 집세를 반으로 깎아 줘요.
꼬스띌료프 헤헤! 지금 농담하는 거야? 장난하는 거지? 말이야, 그 착한 마음씨라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착한 마음, 이것은 이 세상의 최고지. 그리고 밀린 집세는 어디까지나 밀린 집세이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집세는 꼭 내야하고, 그게 바로 이 늙은이에게 베푸는 착한 마음씨야, 알겠지?
배 우 이런 늙은 노랭이.(부엌으로 간다)
끌료쉬는 일어나 현관으로 나간다.
꼬스띌료프 소음꾼이 내빼고 말았군, 헤헤. 놈은 날 너무 싫어해.
싸 찐 악마들 빼고 누가 당신을 좋아하겠수.
꼬스띌료프 (비웃으며) 날 욕하는 거야? 하지만 난 너희들을 사랑해. 이해할 수 있어. 불행하고, 쓸모없고, 도저히 가망도 없는 나의 형제들이여.(갑자기, 빠르게) 그런데 뻬뻴은 방에 있나?
싸 찐 아, 들여다 보슈.
꼬스띌료프 (문가로 가서 두드린다) 뻬뻴!
배우는 무언가를 먹으며 부엌에서 나온다.
뻬 뻴 누구야?
꼬스띌료프 나, 나야,
뻬 뻴 아, 왜요?
꼬스띌료프 (문에서 물러서서) 문 좀 열어 봐.
싸 찐 (꼬스띌료프를 보지도 않고) 문을 열면 왠 여자가 거기 있을 텐데...
배우가 코로 크게 웃는다.
꼬스띌료프 (흥분했으나 크지않게) 뭐? 누가 안에 있다구? 이봐, 뭐라구 그랬어?
싸 찐 뭐요? 나한테 물어본거요?
꼬스띌료프 방금 뭐라고 그랬냐구?
싸 찐 아, 나 혼자 한 소리요.
꼬스띌료프 이거 봐, 농담도 분수가 있지. (문을 세게 두드린다) 뻬뻴!
뻬 뻴 (문을 열고 나오며) 왜들 이렇게 난리야?
꼬스띌료프 (방안을 들여다보며)이봐, 저, 말이야...
뻬 뻴 돈 가져 왔수?
꼬스띌료프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
뻬 뻴 돈 가져 왔냐구 묻고 있잖아요?
꼬스띌료프 뭐? 잠깐만...
뻬 뻴 돈 말이요, 돈. 시계값 떨어진 거 7루블!
꼬스띌료프 시계 값? 무슨 시계 값? 이 친구가...!
뻬 뻴 엉? 시치미 떼고 있네. 사람들 다 보는데서 10루블에 시계 팔았잖아. 어저께 3루블은 받았고 오늘 나머지 준다고 하진 않았어! 거 눈만 멀뚱멀뚱 할거요? 왜 빈둥빈둥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못살게 굴고 그래? 자기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꼬스띌료프 쉿! 조용, 조용! 흥분하지 말라구! 그 시계 말인데...
싸 찐 훔친 거지.
꼬스띌료프 (강하게) 난 말이야, 장물은 취급 안해. 알겠어?
뻬 뻴 (어깨를 잡고) 그럼 왜 날 깨웠어!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냔 말요!
꼬스띌료프 볼일? 볼일 없어. 그저... 나 갈께... 화내는 데야 뭐.....
뻬 뻴 돈이나 가져 오슈!
꼬스띌료프 (나가며) 에이 인간말종들!
배 우 희극이군!
싸 찐 좋아, 아주 좋아! 난 이런 걸 좋아해.
뻬 뻴 저 새끼 왜 왔어요.
싸 찐 (웃으며) 몰라서 물어? 제 마누라 찾는 거 아냐. 이봐, 뻬뻴, 왜 주인새끼를 없애 버리지 않는거야?
뻬 뻴 저런 놈 때문에 인생 망치고 싶지 않아요.
싸 찐 암, 잘해야지. 그리고 마누라랑 결혼해서 우리의 새 집주인이 되는 거야.
뻬 뻴 고맙군요! ............(침상에 앉는다) 제기랄, 한참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낚시를 하고 있는데 큰 도미가 걸렸지. 정말 굉장히 큰 놈이었어! 이만했지. 꿈이니까 이렇게 큰 거야. 그리고 그놈을 낚시대로 당겨서 끌어 올리려고 하는데 줄이 끊어지려고 해서 그물로 막 끌어올리려던 찰나에...
싸 찐 그게 이 집 마누라겠지.
배 우 마누라 년은 예전에 잡았잖아.
뻬 뻴 (성을 내며) 그년 얘기는 이제 집어 쳐요!
끌 료 쉬 (현관에서 들어오며) 개같이 춥네, 젠장!
배 우 왜 부인을 데려 오질 않나? 얼어죽으면 어쩌려구?
끌 료 쉬 나따샤가 자기 부엌으로 데리고 들어갔어.
배 우 주인 놈이 내쫓을 텐데.
끌 료 쉬 (앉아서 일을 시작하며) 글쎄, 나따샤가 알아서 할거래두.
싸 찐 이봐, 뻬뻴! 5까뻬이까만 줘.
배 우 (싸찐에게) 너 지금 5까뻬이까라고 그랬냐? 뻬뻴 우리한테 20까뻬이까만 줘!
뻬 뻴 돈이 더 오르기 전에 어서 줘야지. 자!
싸 찐 Gibraltar! 이 세상에 도둑님보다 더 훌륭한 놈들은 없을거야!
끌 료 쉬 (음울하게) 돈을 쉽게 버는 놈들일수록 일이라고는 하질 않지.
싸 찐 돈을 쉽게 버는 놈들이 요즘 좀 많아? 근데 잘 쓰는 놈들이 없단 말이야. 일? 일이 재미있으면 나도 일을 하지. 만약 일이라는 게 편하고 즐겁다면 이 세상은 살만 한 거야. 헌데 일이라는게 의무가 되면 인생은 생지옥이지!(배우에게) 그리스 철학자여! 가세!
배 우 바빌론 폐하! 가세! 4만명 분 어치 술을 마시러!
나간다.
뻬 뻴 (하품하며) 부인은 좀 어때요?
끌 료 쉬 보다 시피지... 곧 가겠지.
사이
뻬 뻴 아저씨, 나 좀 봐요. 그 줄질하는 게 다 쓸데없는 짓이라구요.
끌 료 쉬 그럼 무얼 하지?
뻬 뻴 아무것도 하지마요.
끌 료 쉬 그럼 어떻게 먹고살란 말이야?
뻬 뻴 여길 봐요. 모두들 그럭저럭 살아가잖아요?
끌 료 쉬 여기? 여기 놈들? 날 네놈들이랑 비교하는 거야? 난 이래봬도 기술자야. 어렸을때 부터 죽 일을 해 왔다구. 넌 내가 여기 이 인간말종 소굴에 마냥 죽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기다려 이제 곧 나가고 말테니까. 우선 계집 년이 죽고 나면... 내가 여기 겨우 반 년을 죽치고 있었지만 꼭 6년은 산 것 같아.
뻬 뻴 아무도 여기서 아저씨보다 못한 사람 없어요. 잘난 척 하지 말아요.
끌 료 쉬 나 보다 잘났다구? 여기 있는 놈들이 긍지가 있어, 양심이 있어?
뻬 뻴 (감정의 변화 없이) 긍지나 양심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장화 하나 신는데도 그따위 것은 필요하지 않아요. 그 긍지나 양심이라는 건 권력 꽤나 쓰는 사람들한테나 필요한 거라구요. 그리구요...
부브노프 (들어온다) 어이구, 춥다!
뻬 뻴 (부브노프에게) 아저씨, 아저씬 양심이 있어요?
부브노프 뭐? 양심? 난 부자가 아닌데.
뻬 뻴 그렇죠! 바로 하려던 말이었어요. 긍지나 양심은 돈 많은 놈들에게 필요한 거라구요. 글쎄 열쇠장이 아저씨가 우릴 욕하면서 양심이 없다구 뭐라 그러내요.
부브노프 그래서 그걸 어쩌겠다구? 꾸어 가겠단 말이야?
뻬 뻴 자기 문제도 해결 못하는 주제에....
부브노프 아, 그럼 팔겠단 얘긴가? 그거 여기선 아무도 안 사. 하다못해 다 떨어진 판지상자라도 가져 와, 그럼 그건 내가 살께, 외상으로.
뻬 뻴 (훈계하듯) 미련한 짓 말아요, 아저씨. 양심에 관해서 싸찐아저씨나 남작놈 한테 상의해 봐요. 듣기나 할 것 같아요?
끌 료 쉬 내가 뭣하러 그놈들하고 상의를 하나.
뻬 뻴 술주정뱅이라도 그들이 아저씨보다 더 똑똑해요, 알아요?
끌 료 쉬 똑똑하고 술 잘 먹고... 골고루 갖췄군.
뻬 뻴 싸찐 아저씨가 말하길 세상에 모든 놈들은 남들이 양심이 없을 때는 욕하지만 자기가 양심이 있을 때는 불편하다나 어쨌데나....맞는 말 같아.
나따샤가 들어온다. 그녀의 뒤로 지팡이를 들고 바랑을 맨 루까가 등장. 허리에는 냄비와 주전자 등을 맸다.
루 까 안녕들 하슈? 선생님들!
뻬 뻴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 나따샤!
부브노프 (루까에게) 그렇지 나도 선생님 소릴 들었지, 하지만 재작년 봄부터는....
나 따 샤 새 손님이 왔어요.
루 까 아무렴 어떻습니까? 난 사기꾼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벼룩도 마찬가지로 검고 톡톡 튀지않소. 않그렇소? 그런데 아가씨, 난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나 따 샤 (부엌쪽 문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시죠, 할아버지.
루 까 고마워요, 아가씨. 어디든지 좋지요, 늙은이는 그저 따뜻하면 어디든 고향이지요.
뻬 뻴 아주 재미있는 늙은이를 데리고 왔군, 나따샤.
나 따 샤 그럼요, 오빠보다 훨씬 재미있죠. 끌료쉬 아저씨! 안나 아줌마는 위층 부엌에 있어요. 데려오는 거 너무 늦지 마세요.
끌 료 쉬 그래, 갈께.
나 따 샤 좀 아줌마한테 부드럽게 대해 주세요. 많이 아픈데...
끌 료 쉬 알았어...
나 따 샤 매일 안다고 하지만, 잘 알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죽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워요?
뻬 뻴 난 안 무서워.
나 따 샤 정말요? 용감하네요.
부브노프 (휘파람을 불며) 이런 망할 놈의 실같으니...
뻬 뻴 정말 난 무섭지 않아. 원한다면 지금 죽어 볼 수도 있어. 칼을 가져와서 내 심장을 푹 찔러 봐. 죽을 때 아무런 비명없이 기쁘게 죽을거야. 왜냐하면 이런 아름다운 손에 찔려 죽는데!
나 따 샤 (나가며) 허풍떨고 있군요.
부브노프 (굼뜨게)망할 놈의 실같으니...
나 따 샤 (현관 문턱에서) 아저씨, 아줌마 잊지 마세요!
끌 료 쉬 음...
뻬 뻴 정말 근사한 계집애야.
부브노프 괜찮지...
뻬 뻴 나하고는 저 모양이지. 항상 튕기거든....하지만 젠 여기 있으면 신세 망치는데...
부브노프 네놈 때문에 신세 망치지.
뻬 뻴 왜 나때문이예요? 난 저 아이를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브노프 고양이 쥐 생각하듯 하는군.
뻬 뻴 집어쳐요. 난 정말로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구요. 정말 여기에서 계속 살면 나쁘다구요, 난 알 수 있어.
끌 료 쉬 만약 집주인 년이 그 애하고 너하고 얘기하고 있는 걸 보면 가만히 있질 않을거야.
부브노프 집주인 년? 음- 그래. 질투많은 계집인데 지 샛서방을 뺏길려는 꼴을 못 보지 아마.
뻬 뻴 (침상에 누우며) 옘병할!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들 마쇼!!
끌 료 쉬 누가 말 같지 않은가 보자.
루 까 (부엌에서 노래를 부른다) 밤은 어두워 가고 갈 길은 보이질 않네-
끌 료 쉬 (현관으로 나가며) 저것도 울부짖는군.
뻬 뻴 아, 무언가 울적함이 온다....왜 이런 일이 생겨날까? 평소엔 아무 탈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울적함....
부브노프 울적해? 음...
뻬 뻴 이봐요, 이봐요!
루 까 (노래한다) 아, 갈 길은 보이지 않네-
뻬 뻴 이봐요, 영감!
루 까 (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 말이요?
뻬 뻴 영감, 그 노래 좀 집어치울 수 없어요?
루 까 (나오며) 아, 노래를 안 좋아하나?
뻬 뻴 잘만 부르면야 왜 싫겠어요.
루 까 아, 그렇다면 내가 못 부른단 얘기네.
뻬 뻴 말이라고 하슈.
루 까 아이고 이런, 난 내가 잘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항상 인간이란 건 그렇지. 자기는 잘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 마음에는 들지 않거든.
뻬 뻴 (웃으며) 바로 그거예요!
부브노프 자식, 방금 전 까지 울적하단 놈이 웃고있네.
뻬 뻴 그게 뭐 어쨌는 데요.
루 까 누가 울적 하다구?
뻬 뻴 나요.
바론 등장
루 까 이런, 이런, 저 부엌에서는 어떤 처녀가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구. 난 왜 우냐고 물었지. 그런데 처녀 말인즉, ' 가여워서요' 하지 않겠소? 그래서 누가 가엾냐고 물었더니, 하, 글쎄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가엾다고 하질 않겠어! 이것도 울적함의 일종인가?
바 론 기집년이 밥통이니...
뻬 뻴 어이! 남작! 차 마셨니?
바 론 마셨지. 근데?
뻬 뻴 우리 보드까 한 잔 어때?
바 론 좋지!
뻬 뻴 그럼 그 전에 네발로 기어서 개처럼 짖어 봐.
바 론 이런 망할 놈이! 넌 장사꾼이냐? 아니면 취했냐?
뻬 뻴 잔말말고 짖어! 내가 재미있단 말이야. 그때 계급제도가 있었을 때 넌 우리같은 족속들을 인간으로 보기나 했냐? 그래서 말이다...
바 론 그래 계속 해봐!
뻬 뻴 뭘 계속해, 임마!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널 개처럼 짖게 하겠단 말이야. 짖어라, 짖어.
바 론 그래 짖으마, 이 얼간아! 이게 재미있다면 해 주지. 내가 너보다 웃계급에 있을 때 말야...그야 재미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별 수 있나 네 놈보다도 더 거렁뱅이 인데!
부브노프 맞는 말이야.
루 까 나도 한 마디 거들겠소. 맞소!
부브노프 다 옛날 얘기지. 이제 남은 건 하나도 없지. 지금 여긴 양반 상놈 할 것 없는 세상에 모두 다 알거지들 뿐이지.
루 까 평등하다 이거지요. 아니 근데 당신은 정말로 남작 이였소?
바 론 이건 뭐야? 넌 어디서 온 도깨비야?
루 까 (웃으며) 난 백작도 만나봤고 공작도 만나 보았지만 남작을 만난 건 처음이야. 그것도 알거지 남작을 말이야.
뻬 뻴 (큰소리로 웃는다) 남작! 네가 날 창피를 줬다.
바 론 임마, 넌 아직도 멀었다.
루 까 에헤헤! 난 당신들을 지금 보고있지만 아무래도 생활들이란 게....하하하.
부브노프 이런 생활이라...일어나면서 부터 똑같지...지지고 볶고...
바 론 난 옛날엔 안 그랬지. 그래! 아침에 눈을 뜨면 깨끗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커피가 날라져 왔지, 아, 커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
루 까 사람이란 다 그런 거야. 아무리 잘난 척 뽐내 보아도, 아무리 악착같이 애써 보아도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죽는 거지. 지금 내 나이를 먹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인간들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바빠진단 말이야. 그리고 모두들 생활들은 나빠졌는데 좋은 생활을 하려고만 하지. 고집스럽게도!
바 론 어이, 노인장. 당신 누구야? 어디서 굴러 왔어?
루 까 저 말입니까? 남작 어른?
바 론 떠돌이요?
루 까 우리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다 떠돌이지요. 말하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우주를 떠도는 떠돌이 아니요?
바 론 (강하게) 맞는 말인데, 주민등록증 좀 봅시다.
루 까 (잠깐 사이) 당신은 누구요? 탐정이요? 증명서 좀 봅시다.
뻬 뻴 (기쁘게) 재치있는데, 영감. 남작, 한 대 먹었지?
부브노프 우리 남작 나리가 한 방 먹었군.
바 론 (창피스러운 듯) 아, 아냐. 그저 농담으로 한 얘긴데! 영감! 사실 나도 그따위 증명서 다 버려 버렸지.
부브노프 거짓말!
바 론 증명서는 있었지, 하지만 지금 그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루 까 증명이란 게 원래부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지요.
뻬 뻴 남작, 보드까나 한 잔 하러 가자.
바 론 암, 가자구. 그럼, 영감, 만나서 반가웠소. 당신도 괴짜요.
루 까 세상엔 별 사람 다 있지요.
뻬 뻴 (현관에서) 안 갈거야? (나간다)
바론은 얼른 그의 뒤를 따라 나간다.
루 까 근데 저 사람 진짜 남작이었소?
부브노프 누가 알겠소? 그렇다는데. 하지만 사실 같아요, 자긴 이제 남작이 아니라고 하는데 가끔 귀족 티를 내면서 옛날 버릇이 나오지요.
루 까 그렇죠, 그게 쉽게 고쳐지겠습니까? 천연두처럼 병이 나아도 그 자국은 남아 있기 마련이죠.
부브노프 하지만 대체로 괜찮은 놈이죠. 가끔 뒷발질을 해서 그렇지...아까 주민등록증 보자는 얘기도 그 일종이죠.
알료슈까 (손풍금을 가지고 등장, 술을 좀 마신 듯 하다. 휘파람을 불며) 헤이! 인간들!
부브노프 이 녀석이, 시끄럽게!
부브노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난 예의바른 사람입니다.
부브노프 또 진탕 술을 처먹었군!
알료슈까 난 더 먹을 수 있다구요. 지금 막 파출소장 메댜낀한테 끌려갔다 오는 길인데, 그 자식이 나한테 이 동네에서 내 냄새만 풍겨도 가만히 있질 않겠다는 거야.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구, 이 집 쥔 녀석도 말이야, 그렇다고 날 신고해? 도대체 주인이라는 게 뭐야! 푸푸푸! 술이 취했으면 감싸 줘야지. 짜식이 나보다 더 주정뱅이면서 말이야. 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구.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다구! 자, 날 20루블에 가져라.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나스쨔가 부엌에서 들어온다.
나한테 백만 루블을 줘 - 아녜요, 필요 없어요. 멀쩡한 사람을 주정뱅이라고 몰아 세우는 건 정말 너무하단 말이야! 난 욕심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구.
나스쨔는 문 가에 섰다가 알료슈까를 보고 머리를 흔든다.
루 까 (친밀감 있게) 에구구, 젊은이! 넘어지겠어.
부브노프 인간말종...
알료슈까 (바닥에 누우며) 날 잡아 먹어라! 난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다. 난 갈 데까지 간 인간이다. 내가 어디가 나빠? 응? 설명해봐! 하! 메댜낀 자식이 뭐? 거리에 얼씬도 말라구? 염병할 새끼! 난 나간다, 난 나간다! 거리 한 복판에서 누워 있을 거다. 내가 뭘 원하는 게 있다구, 난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어!
나 스 쨔 불쌍한 알료슈까...아직 나이도 어린데 저 지경이니...
알료슈까 (그녀를 보다가 무릎을 그녀에게 꿇으며) 나리마님! 마드모아젤! Parlez français? Prix-fixe? 가격표를 좀 보여 줘. 날 유혹해 줘!
나 스 쨔 (크게 말한다) 주인 마누라다!
바실리사 (재빨리 문을 열고 알료슈까에게) 너 또 여기로 기어 들어왔어?
알료슈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바실리사 야이, 강아지 새끼야. 내가 여긴 얼씬도 말라고 얘기했을 텐데!
알료슈까 주인 아주머님. 제가 아주머님에게 장송곡을 한 곡 연주하지요.
바실리사 (어깨를 치며) 썩 나가 버려!
알료슈까 그러지 말고 들어봐요! 장송행진곡, 며칠 전에 배운 거예요. 그러니까 신곡이란 말입니다...잠깐만! 안돼요!
바실리사 뭐가 안되는지 내 보여주지. 내 온 동네방네를 다 일러서 네 혓바닥을 잘라버릴거야!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이 내 소문을 풍기고 다녀?
알료슈까 (도망가며) 가, 갈께요. 간다니까요.
바실리사 (부브노프에게) 저 자식 다신 이 집에 발 못 붙이게 해요, 알았어요?
부브노프 내가 이 집 문지기야?
바실리사 그건 내가 모르겠는데 누구 덕에 여기 붙어살고 있는지 알아요? 나한테 진 빚이 얼마예요?
부브노프 (조용히) 계산은 안 해봤지.
바실리사 내가 계산해 줄께요.
알료슈까 (문 가에서 소리치며) 주인 언니! 난 언니가 안 무서워, 안 무섭다구!(사라진다)
루까 웃는다.
바실리사 당신 누구야?
루 까 그저...지나가는 순례자지요. 방랑인 이올시다.
바실리사 순례자? 하룻밤 만 잘거요? 아니면 살거요?
루 까 그건 봐야 알겠는데요...
바실리사 증명서 있수?
루 까 예, 예.
바실리사 아, 빨리 줘 봐요.
루 까 이따가 방으로 갖다 드리지요.
바실리사 순례자라....그건 결국 협잡꾼에 가깝단 얘기지.
루 까 (한숨을 쉰다) 아 - 친절하지 못한 주인이여.
바실리사는 뻬뻴의 방문 근처로 간다.
알료슈까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고, 속삭인다) 갔어? 응?
바실리사 (돌아보고) 너 아직도 여기 있어?
알료슈까는 휘파람을 불면서 숨는다. 나스쨔와 루까는 웃는다.
부브노프 (바실리사에게) 없다.
바실리사 누가요?
부브노프 뻬뻴 찾는 거 아냐?
바실리사 참, 기가 막혀. 누가 물어 봤어요?
부브노프 다 알지. 왜 저 방은 기웃거리는 거야?
바실리사 난 별 일이 없나 둘러 보는 거예요. 그런데 왜 여태 청소를 안했지? 내가 도대체 몇 번을 얘기했는데 깨끗하지가 않지?
부브노프 오늘은 배우가 치울 차롄데...
바실리사 나한테 누구 순서가 무슨 상관이예요? 만약 위생검사라도 나와서 벌금 내구 처벌받으면 책임질래요? 만약 그렇게 되면 다 내쫓아 버릴 거야, 썅!
부브노프 (조용히) 그럼 누구한테 돈 받고 사나?
바실리사 하여간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치워요, 알았죠?(부엌으로 가서 나스쨔에게) 넌 여기서 왜 버티고 서 있니? 얼굴은 잔뜩 부어 가지고? 어서 방이나 치워! 그리고...나따샤 못 봤니? 여기 왔었어?
나 스 쨔 몰라요, 못 봤어요.
바실리사 (부브노프에게) 영감! 내 동생 여기 왔었어?
부브노프 저 영감을 데리고 왔었지.
바실리사 그리구...집에 있긴 있었나?
부브노프 아, 뻬뻴? 있었지. 끌료쉬하고 얘기하고 있었지. 그리고 나따샤는...
바실리사 내가 언제 집에 있었는게 누구냐고 물었어요? 넘겨짚지 말아요! 정말 여긴 왜 이렇게 더러운지 몰라! 아유, 더러워! 돼지우리 같애! 깨끗이 치워요, 알았죠? (빠르게 나간다)
부브노프 저년 속에는 몇 마리의 짐승이 들어 있을까?
루 까 거, 드센 여자야.
나 스 쨔 이런데서 생활하면 다 짐승처럼 되지...더군다나 그런 남편하고 달라붙어 있으니 오죽하겠어...
부브노프 뭐 그렇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이 않은데.
루 까 아니 그런데 저 여자는 항상 저럽니까?
부브노프 그게요, 지 샛서방 찾아 왔다가 없으니까 저 모양이지.
루 까 하, 그래서 짜증이시군. 허허헛! 정말 이 세상엔 별일도 많고 별 사람도 많지. 그리고 모두 서로들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지. 그래서 인생은 올바름이 없고 깨끗함도 없는 거지.
부브노프 모든 올바름을 원하지만 이 머리가 안 따라 주거든요. 그건 그렇고 여기나 깨끗이 해야지, 나스쨔! 좀 안 치워 줄래?
나 스 쨔 내가 왜 치워요? 내가 무슨 아저씨 종이에요?..(사이) 오늘 술이나 실컷 마셔야지, 그래서 콱 취해 버려야지.
부브노프 그러든지...
루 까 이봐요, 아가씨. 왜 술을 마시려 하지? 방금 까지만 해도 울고 있더니 이젠 또 술 마신다고 해?
나 스 쨔 (대들듯이) 술을 마시고..! 다시 울어버릴거야! 그게 다야!
부브노프 끌끌끌....
루 까 왜 그러는지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 아무런 이유없이 그럴리는 없지 않은가?
나스쨔는 아무 말없이 머리만 흔든다.
하-! 인간들이여! 이제 앞으로 어쩔 셈인가? 자 ,방은 내가 치우지. 빗자루가 어디 있을까?
부브노프 현관 문 뒤에 있소.
루까는 현관으로 간다.
얘, 나스쨔!
나 스 쨔 왜요?
부브노프 왜 아까 바실리사가 알료슈까를 그렇게 못살게 굴었을까?
나 스 쨔 뻬뻴이 이젠 저 여자한테 싫증이 나서 차버리고 동생을 꼬인다고 소문을 냈겠죠, 뭐....난 여길 이제 떠날 거야. 딴 집을 찾아 봐야지.
부브노프 뭐? 어디로 간다구?
나 스 쨔 여긴 이제 싫증이 났어요....그리고 난 여기서 필요 없으니까....
부브노프 (조용히) 어딜간들 필요없지.... 그래, 맞아...이 세상 인간은 다 필요없지.
나스쨔는 머리를 계속 흔들다가 일어나서 조용히 현관으로 나간다.
메드베제프 등장. 그의 뒤로 빗자루를 든 루까 등장.
메드베제프 (루까에게) 어째 넌 보지 못하던 쌍통이다.
루 까 아니 그럼, 다른 쌍통은 다 아신단 말씀이십니까?
메드베제프 당연하지, 관할 내에 있는 쌍통은 다 알지. 근데 넌 모르겠어.
루 까 그건 이렇습죠, 아저씨. 이 지구상이 모두 당신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 관할 말고도 숱하게 많은 관할이 있으니까요. 그 중에 여긴 작은 관할이죠.(부엌으로 퇴장)
메드베제프 (부브노프의 곁으로 가서) 그렇지, 내 관할이 작은 관할이지....그런데 다른 넓은 곳 보다 힘들단 말야.... 지금도 방금 막 교대를 하려고 하는데 알료슈까 녀석을 잡아넣으려고 했단 말야. 이것봐, 글쎄 이 자식이 거리 한복판에서 번듯이 자빠져서 손풍금을 뿡빵거리면서 ‘제기랄, 이 세상에 필요한 게 아무 것도 없다, 무슨 욕망이 있냐’ 라고 지껄이잖아. 마차는 지나다니지, 사람들은 구경하지....까닥하면 마차사고가 날 뻔했지. 망할 자식! 그래, 내 당장 붙잡았지. 그 자식은 대책이 없는 놈이야.
부브노프 저녁에 장기 두러 올래?
메드베제프 그래 올께. 음, 그리고 저 뻬뻴 놈은 어때 요즘?
부브노프 뭐, 별로.
메드베제프 아니, 그럼 아직 살아 있단 말야?
부브노프 아니 그럼, 살아 있으면 안돼? 그 놈도 살 권리가 있다구?
메드베제프 (의심하며) 권리가 있다구?
루까가 현관에서 등장, 손에는 들통을 들었다.
흠 - 돌고있는 소문인데 말야, 뻬뻴 자식 말인데... 듣지 못했어?
부브노프 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떤 것 말야?
메드베제프 내 조카 바실리사하고 말야, 뭐 눈치 챈 거 없어?
부브노프 뭘?
메드베제프 그,...저....뭐.....너 다 알고 있으면서 능청떠는 거 아냐? 남들 다 알고 있는데! (강하게) 거짓말 하기야 정말, 형님 아우끼리?
부브노프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해!
메드베제프 정말이지, 참! 개 같은 놈들이! 아, 글세 뻬뻴하고 내 큰 조카년하고 뭐 배가 붙어버린 사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이거야. 하지만 내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그년 애비도 아니고 먼 친척인데 왜 나까지 우습게 만드냐 이거야.
끄바스냐 등장
이 세상에 남을 욕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이 많단 말야. 아! 왔어?
끄바스냐 어이구, 진절머리나는 양반! 부브노프! 아니 글쎄 이 사람이 오늘도 시장에서 날 보더니 결혼하자고 조릅디다.
부브노프 아니 뭐 어때서 그래? 돈 있겠다, 아직 힘 좋겠다.
메드베제프 내가? 히히히.
끄바스냐 에이, 머리는 하얗게 세 가지고!.... 안돼! 아픈 상처 건드리지 말라구. 내 남편도 처음엔 돈 많고 힘좋은 남편 이였었지, 하지만.... 결혼은 한 번 만으로 족하다구. 이젠 그런 지랄을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아.
메드베제프 이거 봐, 남자가 다 같은 남자가 아니라구.
끄바스냐 암, 사내새끼란 모두 다 똑같다구! 죽은 내 남편하고 다를 게 없어! 그놈의 자식이 뒈졌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그리고 한참을 앉아서 혼자 남았다는 행복을 믿지 못할 정도 였다니까!
메드베제프 남편한테 맞고 살았으면 왜 가만있었어? 경찰에 고소하지.
끄바스냐 경찰? 내가 8년 동안 하나님께 고소했는데도 별 수 없었다구.
메드베제프 지금은 마누라를 때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법과 질서가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폭행을 하면 벌을 받게 되어 있어. 이젠 폭행은 법과 질서를 위해서만 할 수 있는 거라구.
루 까 (안나를 데리고 등장) 자, 다 왔다. 아니, 세상에 그런 몸으로 밖엘 나가 있었단 말요? 자 자리가 어디요?
안 나 (가리키며) 할아버지 고마워요.
끄바스냐 봐, 저기 남편 가진 여자가 왔어. 똑똑히 보라구.
루 까 이렇게 몸이 불편한 병자가 혼자서 문가에서 엉금엉금 기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쉴 새 없이 끙끙대고 앓고 있는데...! 도대체 왜 혼자 있게 했소?
끄바스냐 미안하우! 아마 간호하던 하인이 깜빡 오줌누러 갔나 보오!
루 까 당신...지금 웃고 있소? 한 생명을 이렇게 소홀히 다루어도 되나! 아무리 하찮은 인간이라도 그만한 값어치는 있는 법이요!
메드베제프 그래 맞아! 혼자있게 해서는 안되지! 갑자기 죽기라도 해봐, 그것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긴다구. 그러니까 잘 돌봐야지.
루 까 허, 맞는 말이요, 경찰서장.
메드베제프 음, 그래, 날...그렇게 불러도 상관없지. 아직 서장이 되려면 멀었지만....
루 까 아, 왜요? 겉보기에는 아주 훌륭한데요!
현관 밖에서 떠드는 소리, 마루 구르는 소리, 괴로운 듯한 비명.
메드베제프 뭐야? 또 싸움인가?
부브노프 그런 것 같지?
끄바스냐 가 봐요.
메드베제프 가 봐야지,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왜 사람들이 싸우면 말려야 하지? 그대로 내버려두면 자기들이 지쳐서 관둘텐데.... 어떤 놈이 깨지든 저절로 결판이 날 것 아냐? 그러면 싸움도 점점 줄어들 것이고 말야.
부브노프 (침상에서 일어나며) 그래 그 문제에 대해서 서장하고 얘기해 봐라.
꼬스띌료프 (문을 차고 들어와 소리친다) 숙부, 숙부! 마누라가 처제를 죽인다, 죽여! 빨리 나와! 빨리!
끄바스냐, 부브노프, 현관으로 뛰어간다. 루까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안 나 아이구, 하느님. 불쌍한 나따샤...
루 까 누가 싸움을 하는 거지요?
안 나 이 집 주인들이예요. 자매들인데...
루 까 (안나에게로 가서) 무슨 일이 있나요?
안 나 .....다- 먹고살기 편하니까 하는 짓이지요....
루 까 아가씨, 이름이 뭐지요?
안 나 안나라고 해요. 제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 아버지를 보는 듯 해요. 이렇게 부드럽고....상냥하고...
루 까 이렇게 쭈그렁탱이가 되다 보니 친절해진 거지...(쇳소리로 웃는다)
막
Действие Второе
저녁.
벽난로 근처의 침상에 싸찐, 바론, 애꾸눈 좁, 따따르인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끌료쉬와 배우는 구경을 하고 있다. 부브노프는 자기 침상에서 메드베제프와 장기를 두고 있다. 루까는 안나의 침대 곁에 긴 의자를 끌어다 앉아 있다. 방안에 램프가 두 개인데 하나는 카드놀이 하는 곳 옆벽에 걸려 있고 하나는 부브노프의 침상에 걸려 있다.
따따르 人 한 판만 더 둬! 이번이 마지막이야.
부브노프 좁! 노래 좀 불러!(부른다) 해가 뜨나 해가 지나...
애꾸눈 좁 (이어서 부른다) 감옥 속은 항상 어둡지...
따따르 人 (싸찐에게) 카드를 잘 섞으란 말야! 잘 섞으라구! 네가 섞을 때 어떻다는 거 다 알어!
부브노프와 좁이 같이 부른다.
낮이건 밤이건 보초는 아아아!
내 창문 밖에서 노려보고 있네...
안 나 매맞고...학대받고....이것 말고는 나에겐 딴게 없었어요....딴게 없었어요.
루 까 안나,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메드베제프 너 어따 두는 거야? 똑바로 봐!
부브노프 아! 자, 자, 자....
따따르 人 (싸찐에게 주먹을 내밀고) 너 왜 카드를 숨기려고 해? 나 다 봤어!
애꾸눈 좁 그만 둬! 아싼! 이렇게 속나 저렇게 속나 마찬가지야. 부브노프! 노래 시작하지!
안 나 전 한 번도 맘 편하게 배불리 먹어 본 기억이 없어요. 빵 한 조각 먹는데도 벌벌 떨면서... 평생을 모든게 아까워서 걱정되고... 내 몫보다 많이 먹으면 어쩌나 하면서...밤낮 이런 걱정만 하고.... 한평생을 걸레쪽 같은 옷만 입고...제가 무슨 팔자를 타고났기에 이토록 불행하죠?
루 까 원, 세상에! 고생됐지?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 우 (애꾸눈 좁에게) 잭을 내! 잭을! 이 멍청아!
바 론 하지만 여긴 킹이야.
끌 료 쉬 제기랄 것! 어떻게 항상 뒤집혀!
싸 찐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메드베제프 자! 여왕 받아라!
부브노프 그럼, 난....음....
안 나 .....이제 죽나 봐.....
끌 료 쉬 저, 저, 아싼! 버려! 버리라니까!
배 우 네 말을 듣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글쎄!
바 론 아가리 닥쳐! 제기랄!
따따르 人 다시 해! 우라질! 죽기 아니면 살기다!
끌료쉬는 머리를 흔들며 부브노프에게로 간다.
안 나 설마 저 세상에서는 이렇게 괴롭지 않겠죠? 죽어서는 이렇지 않겠죠?
루 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자, 누워 아무것도 아니야. 저승에 가 보자, 조금만 참어! 자, 조금만! 누구나 다 모두 참고 지내는 거야.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간다.)
부브노프 (노래한다) 마음대로 노려보렴....
애꾸눈 좁 난 도망칠 수 없네...
두 명의 목소리로
나가고 싶지만 아아아-
난 이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오....
따따르 人 하! 카드를 소매 속에 집어넣었어!
바 론 (당황해서) 그럼...네 콧구멍에 집어넣을까?
배 우 (설득력 있게) 아싼! 네가 틀렸어! 누가 그런 짓을 해!
따따르 人 난 봤어! 에이, 협잡꾼 놈들! 난 안한다!
싸 찐 (카드를 모으면서) 아싼! 맞았어, 우린 협잡꾼이야. 잘 알면서 덤비긴 왜 덤볐냐?
바 론 20까뻬이까 짜리 은전 두 개 잃은 것 가지고 3루블이나 잃은 것처럼 야단법석이야, 시끄럽게!
따따르 人 (흥분해서)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싸 찐 왜?
따따르 人 왜? 왜는 무슨 왜야!
싸 찐 그러니까, 왜?
따따르 人 몰라서 물어?
싸 찐 난 몰라. 넌 아니?
따따르인, 침을 뱉는다. 모두 그를 향해 웃는다.
애꾸눈 좁 (친한 척 하며) 아싼! 넌 괴짜야. 생각해 봐. 이 친구들이 정정당당하게 한다면 아마 사흘도 못가서 굶어 죽을 거야.
따따르 人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사람은 깨끗하게 살아야 해!
애꾸눈 좁 또 그 소리다! 자, 우리 차나 마시러 가자, 응? 부브노프! (노래한다) 아 - 모두의 쇠사슬, 나의 쇠사슬...
부브노프 (이어 부른다) 아, 아, 철통같은 감시.
애꾸눈 좁 아싼! 나가자! (노래부르면서 나간다)
난 끊을 수 없고 그들을 부술 수 없네.
따따르인은 바론에게 주먹을 얼르고 이어서 퇴장
싸 찐 (바론에게 웃으면서) 존경하는 남작, 성대하게 웅덩이에 빠지셨습니다. 아무리 배운 사람이라도 카드 숨기기는 힘든가 보오.
바 론 (두 손을 벌리면서) 제기랄, 힘들구만.
배 우 재능이 없어. 그리고 자신감이 없고.... 이게 없으면 아무리 해도 소용없어.
메드베제프 나 한테 여왕이 한 개.... 너한텐 두 개라.....흠...
끌 료 쉬 아브람, 지셨어.
메드베제프 네가 상관할 일이 아냐, 알았어? 그러니까 입 닥치고 있어.
싸 찐 53 까뻬이까 땄다.
배 우 3 까뻬이까는 내 꺼야. 그만둬, 3 까뻬이까가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담.
루 까 (부엌에서 나오며) 또, 따따르 사람 것을 따먹었군. 술 마시러 들 가오?
바 론 같이 갑시다!
싸 찐 영감이 취한 꼴을 보고 싶은데....
루 까 그야 맨 정신보다 못하지.
배 우 영감, 갑시다. 내가 멋진 대사를 읊어 줄께요.
루 까 그게 뭐지?
배 우 시요, 시. 시도 몰라요?
루 까 아, 시. 시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배 우 시는....우습기도 하구 가끔은 슬프기도 하죠.
싸 찐 자, 방랑시인, 가자. (바론과 함께 퇴장)
배 우 그래, 곧 따라갈게. 이봐요, 영감, 예를 들어서 하나 내가 읊어 주지요....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더라?...제기랄, 잊어버렸어. (이마를 비빈다)
부브노프 자, 됐다! 여왕을 먹었다. 자, 덤벼!
메드베제프 저리로 괜히 갔군...죽고 말았네!
배 우 전에는요, 내가, 내 유기체가 알콜중독이 아닐 때는 영감, 난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우....근데 지금은 이 모양이에요. 끝나 버렸어요. 아주 글러 버렸지, 이젠! 난 이 구절을 낭송할 때마다 성공적 이였어요. 항상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지! 영감은 박수갈채라는 것이 뭔지 모를거요. 그건 말이요...마치....보드까 같은 거요! 자, 우선 이렇게 가서 떡 선다 이거요. (자세를 잡고) 이렇게 서서...(침묵)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한 마디도...기억할 수 없어! 내가 좋아하는 구절인데....영감, 이젠 다 틀렸지?
루 까 그렇게 좋아한 구절을 잊어 먹었으니 이젠 틀렸군.
배 우 난 내 영혼까지 마셔 버린 것 같애, 영감....난 죽은거나 다름없어....왜 난 죽은거나 마찬가지일까? 그래 이젠 어떠한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야....끝났어...난...
루 까 뭐라구? 이봐, 병을 치료하면 되잖아! 알콜중독은 고칠 수 있어, 아는가? 그것도 무료로 말이야. 알콜중독자를 위한 병원이 있는 것 몰라? 나라에서 세웠지. 말하자면 이제 모든 인간의 중요함을 안 셈이지. 그래서 환자가 찾아가면 좋아 한데! 그러니 어서 자네도 빨리 가보는게 좋아. 가라구!
배 우 (생각하며) 어디로 가요? 어디 있어요?
루 까 아, 거기가 말야....어떤 도시에 있다고 하던데...가만있어 보자....하여간 좀 특이한 이름인데....어쨌든 금장 알아줄게. 자네는 이제 준비만 하면 돼, 알았지? 우선 술을 끊고....꾹 참고...알았지? 그리고 치료를 하구...그 다음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거야. 자, 결심해....지금부터, 응?
배 우 (웃으며) 다시...시작한다....좋아요! 그렇죠? 다시 시작하는 거죠? (웃으며) 그래!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구말구! 그렇죠?
루 까 그럼! 인간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배 우 (갑자기 꿈에서 깬 듯) 영감은 특이한 사람이야! 잠시 이별이야! (휘파람을 불며) 안녕...영감! (나간다)
안 나 할아버지....
루 까 왜 그래, 안나?
안 나 저랑 이야기해요.
루 까 (다가가며) 그래, 그래, 이야기 나누자.
끌료쉬가 바라본다, 말없이 아내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보고선 무슨 말을 할 듯한 손동작.
뭔가 친구?
끌 료 쉬 (크지않게) 아무것도 아뇨. (천천히 문쪽 현관으로 나간다. 잠깐 섰다가 퇴장)
루 까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당신 남편도 힘든 모양이요.
안 나 이제 저 사람 일이라면 생각도 하기 싫어요.
루 까 당신을 때렸소?
안 나 때리다 뿐이에요?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저이 때문이죠.
부브노프 내 마누라는.... 정부가 있었는데....장기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두었지.....
메드베제프 음 - 음...
안 나 할아버지! 이야기 해줘요. 괴로워 죽겠어요....
루 까 괜찮아요, 글쎄. 죽기 전이니까 그런거야. 죽으면 편해지지.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어, 염려말라구.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누워 있으면 돼. 죽음이란 건 우리들에겐 부드러운 거야. 죽으면...쉴 수 있다고 하지? 정말이야. 이 세상을 봐, 어느 곳도 쉴 곳이 없다구.
뻬뻴 등장. 약간은 술에 취한 듯 한데 헝클어져 있고 침울하다. 문 근처의 침상에 말없이 움직임 없이 앉아 있다.
안 나 그 곳은 어때요? 역시 고통스러우면 어떡하죠?
루 까 글쎄,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날 믿어. 안식.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천사가 안나를 하느님께 데리고 가서는 이렇게 말할거야. ‘주여, 보십시오. 당신의 어린 양 안나가 왔습니다’...
메드베제프 (강하게) 당신, 거기서 있는 일을 어떻게 알어? 응?
뻬뻴, 메드베제프가 하는 말에 얼굴을 들고 귀를 기울인다.
루 까 알구 말구요. 서장님.
메드베제프 (타협하듯) 음, 그래!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난...아직 서장은 아니라구.
부브노프 두 개 먹는다.
메드베제프 아! 이런 제기랄!
루 까 그러면 하느님은 부드럽게 안나를 보고 이렇게 말하지. ‘난 안나를 안다! 자, 안나를 천당으로 데리고 가라. 난 안다. 이 여자는 살아있는 동안 갖은 고생을 다 했고 매우 지쳐있다...이제 안나에게 안식을 주어라!’
안 나 (숨을 헐떡이며) 할아버지...정말 안식이 올까요? 하지만 느끼질 못하겠어요.
루 까 글쎄 그렇다니까. 아무런 괴로움이 없어요. 믿으라구! 그리고 기쁘게 눈을 감으라구. 걱정을 없애고...죽음이란 건 말야 아기를 잠재우는 어머니같은 거야.
안 나 하지만 제가 다시 나아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아요?
루 까 (웃으며) 뭣하러? 다시 고생하려고?
안 나 하지만 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고 싶어요. 저 세상에 고통이 없다면, 저 세상에 고통이 없다면 이 세상에서 조금 더 고통받으면서도 더 살고 싶어요.
루 까 저 세상은 아무것도 없지...그저....그냥일 뿐이지...
뻬 뻴 (일어나며) 맞아.....아니야, 아닐 수도 있지!
안 나 (무서워하며) 하느님....
루 까 아, 멋진 청년!
메드베제프 누가 짖어, 거기?
뻬 뻴 (그에게 다가가며) 나요! 뭐 잘못됐소?
메드베제프 쓸데없이 짖지 말란 말이야, 알겠어! 인간은 항상 유해야 하는 법이야.
뻬 뻴 어이, 얼간이! 아니, 아직 삼촌이지. 하하하!
루 까 (뻬뻴에게 작은 소리로) 제발 큰소리 치지 말어. 지금 한 생명이 꺼져 간단 말이요. 벌써 입술이 흙빛이 됐어. 조용히 좀 해요.
뻬 뻴 영감이 부탁하니 듣지. 영감은 멋있는 구석이 있으니까. 거짓말도 잘하고, 전설도 사실같이 말하고! 아직 모자라니 더 해도 돼. 이 세상이 재미없으니까.
부브노프 정말 죽어 가?
루 까 농담 아니오.
부브노프 그럼 이제 그 빌어먹을 기침 소리도 끝나는 구만. 그렇게도 시끄럽더니만. 자, 두 개!
메드베제프 아니, 이게 어디 있었어!
뻬 뻴 아브람!
메드베제프 날 지금 아브람이라고 불렀어?
뻬 뻴 아브람! 나따샤는 누워 있어?
메드베제프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뻬 뻴 아니, 말해 봐. 바실리사가 심하게 때렸어?
메드베제프 그것도 네놈이 상관할 일이 아니야. 집안일이라구. 도대체 뭐야?
뻬 뻴 뭐든지 간에 내가 맘만 먹으면 나따샤를 다신 못 보게 할 수 있어!
메드베제프 (장기알을 던지고)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누구를 어쩌겠다구? 내 조카를 뭐? 이 도둑놈 자식이!
뻬 뻴 그래, 너같은 얼간이 경찰이 못잡는 도둑이다.
메드베제프 하! 좋아! 내가 잡아주지! 곧 잡을거야!
뻬 뻴 날 잡으면 네놈들의 소굴은 끝장이다. 내가 판사 앞에서 그냥 입다물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돌대가리같이... ‘누가 너에게 도둑질을 시키고 장소를 일러주었냐?’ ‘네, 이 집주인 꼬스띌료프와 그의 아내입니다!’ ‘그리고 누가 그 물건을 넘겨받았나?’ ‘네, 이 집주인 꼬스띌료프와 그의 아내입니다!’
메드베제프 집어치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걸!
뻬 뻴 안 믿을 수가 있나? 사실인데! 그리고 너도 같이 끌고 들어갈 거야, 하! 모두 다 끝장내 버릴 거야! 알겠어!
메드베제프 (불안해서) 거짓말, 다 거짓말이야!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미친 놈...!
뻬 뻴 그럼 나한테 잘한 건 뭐야?
루 까 아, 그렇지.
메드베제프 (루까에게) 너...뭘 안다고...! 참견하지마. 집안 일이야.
부브노프 (루까에게) 그만 둬. 우리가 알 일이 아니야.
루 까 (부드럽게) 내가...뭐라고 그랬소? 난 그저 남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았으면 그건 나쁜 일을 한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뿐이요.
메드베제프 (이해를 못하고) 우린...서로 잘 아는 사일들이지만....넌 도대체 뭐야? (흥분해서 급히 퇴장)
루 까 화가 나셨군, 훈장 받은 사람이....허허, 여기도 꽤 복잡한 집안이군!
뻬 뻴 새끼가 바실리사한테 일르러 갔어.
부브노프 어리석은 짓이야, 뻬뻴. 넌 걸핏하면 성질 부리는데, 그따위 성미는 숲속에서 버섯 딸 때나 부리라구. 여기선 소용없어....그러다가 산 채로 목에 걸린다구.
뻬 뻴 흥, 난 야로슬라브 출신이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걸! 싸움은 시작됐어...
루 까 하지만 젊은이, 어쨌든 나중엔 여기를 떠나야 될 거야.
뻬 뻴 어디로 떠나란 말이요? 말해 봐요.
루 까 ...시베리아로.
뻬 뻴 에헤! 웃기는 군. 시베리아로 갈 때 나라에서 돈을 줄 때까지 기다리지.
루 까 내 말을 들어. 거기 가면 무언가 할 일이 있을거야. 자네 같은 젊은이가 필요하다니까.
뻬 뻴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요! 부모가 다 한평생 감옥에 있었으니 나 역시도 마찬가지요. 내가 어렸을 때 사람들은 벌써 나를 도둑놈이라고 불렀어, 도둑놈의 아들이라고...
루 까 시베리아는 좋은 곳이야! 희망이 있는 곳이지! 개척 정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온실 속의 오이처럼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곳이지!
뻬 뻴 노인장!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거짓말을 해대요?
루 까 뭐라구?
뻬 뻴 딴청부리지 말고! 왜 거짓말을 하냔 말이요!
루 까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뻬 뻴 다 거짓말이지! 저기 가면 좋다, 여기 가면 좋다, 다 거짓말이지. 안 그래!
루 까 아니, 그러지 말고 날 믿어. 그렇다면 직접 가 봐.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내 말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될 테니까. 왜, 자넨 이런 곳에서 젊은 날을 우물쭈물 보내고 있는 거야. 그리고 뭐가 좋다고 사실만을 생각 하냔 말이야? 잘 생각해 봐, 진실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대지나 않는가 말이야.
뻬 뻴 나한텐 다 마찬가지요! 함정이건 아니건.
루 까 자네도 괴짜야. 왜 스스로 학대를 하지?
부브노프 뭘 둘이서 작당을 하고 있어? 나 원, 이해할 수가 없네. 뻬뻴, 넌 도대체 어떤 진실이 필요하단 말이냐? 그리고 왜? 너, 나의 진실을 아니? 모두들 다 알고 있는 것 말이야.
뻬 뻴 시끄러워요, 거 좀 짖지말고 이 영감 얘기하는 걸 들어봐요. 영감, 들어봐요, 하느님이 있어요?
루까 웃으며 잠자코 있는다.
부브노프 인간이란 강물에 나뭇잎이 흘러가듯 그런 생활을 하고 있지. 집을 지으려 하지만 나뭇잎은 흘러가지.
뻬 뻴 말해 봐, 있어요?
루 까 (크지않은 목소리로) 믿으면 있지. 안 믿으면 없고...뭐든지 믿으면 반드시 있는 법이니까.
뻬뼬은 침묵, 약간은 충격을 받은 듯 루까를 쳐다본다.
부브노프 한 잔 마시러나 나가볼까....안 갈래? 이봐!
루 까 (뻬뻴에게) 뭘 쳐다보나?
뻬 뻴 그럼...그러니까....
부브노프 나 혼자 간다.(문 가로 나가는데 바실리사를 만난다)
뻬 뻴 그러니까 결국...영감...
바실리사 (부브노프에게) 나스쨔 여기 있어?
부브노프 여기 없어. (나간다)
뻬 뻴 왔군...
바실리사 (안나에게로 가서) 아직 살아 있어?
루 까 내 버려둬요.
바실리사 영감, 여기서 뭘 우물거리고 있어요?
루 까 물론, 나갈 수 있지요. 만약 필요하다면....
바실리사 (뻬뻴의 방문으로 가서) 뻬뻴! 당신에게 일이 있어.
루까는 현관으로 가고 문소리를 내고는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올라가서는 다시 벽난로로 올라간다.
바실리사 (방안에서) 뻬뻴! 들어 와!
뻬 뻴 싫어, 하기 싫어.
바실리사 왜 그래? 화났어?
뻬 뻴 공허한 마음...이런 모든 지루한 일은 다 귀찮아.
바실리사 ...나까지... 귀찮아?
뻬 뻴 ....응.
바실리사는 어깨의 숄을 손으로 꽉 쥐고 안나의 침대로 가서 조심스럽게 쳐다보고는 다시 뻬뻴에게 돌아온다.
할말 있으면 해 봐.
바실리사 말은 무슨 말? 당신도 억지로 뭘 할 수 없고 내 성격 역시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잖아...진실을 말해 줘서 고마워.
뻬뻴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본다.
(그에게 다가가서)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 잊어 버렸어?
뻬 뻴 (한숨을 쉬고) 넌 미인이야.
바실리사는 팔을 그의 목에 감는다. 그러자 어깨를 흔들어 그 손을 뿌리친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내 마음이 너에게 간 적은 없었어.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왔지만 말이야...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
바실리사 (속삭이듯) 흐-응, 그래-?
뻬 뻴 그러니까 더 이상 할 말이 없단 말야. 꺼져.
바실리사 딴 년이라도 생긴 모양이지?
뻬 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딴 년이 생기도록 중매를 서 달라고도 안할께.
바실리사 (의미심장하게) 하지만 섭섭한데? 내가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뻬 뻴 (이상하다는 듯) 누굴 말하는 거야?
바실리사 시치미 땔 거 없어. 뻬뺄, 나 직선적인 사람이야. (나직이) 정말이지, 당신 날 모욕했어...아무 이유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날 그렇게 학대하면서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주절거리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뻬 뻴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이미 오래 전부터야. 너 한테는 끌리는 게 없어, 이 아줌마야. 여자는 무언가 가슴이 있어야 해. 우린... 우리한테는 무엇보다도 서로간에 길들여짐이 필요해. 그런데 넌 날 길들였어?
바실리사 물론 없었지, 그런 건. 나도 인간은 제 스스로 되는 게 아니란 것쯤은 알아. 더 이상 사랑 않는다면...그래! 그러자구.
뻬 뻴 그러니까 그만 두자 이거지! 아무런 지저분한 말없이, 말썽없이 깨끗하게! 아주 좋아!
바실리사 잠깐만, 기다려! 하여간 내가 당신하고 이런 관계를 맺고 있을 때 나는 자기가 날 이 밑바닥에서 구해 줄 곳이라고 생각했어. 내 남편으로부터, 내 삼촌으로부터 말이야. 그래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나의 이런 희망이...사랑 이였는지도 몰라. 알겠어? 자기가 날 이곳에서 뽑아 올려 줄 거라는 희망이 말이야.
뻬 뻴 네가 못도 아니고 난 못뽑이도 아니야. 넌 내 생각인데, 아주 약은 년이야. 교활하구...
바실리사 (그에게 바싹 가까이 가서) 뻬뻴, 그럼 이제 우리 서로 돕는 게 어때, 응?
뻬 뻴 어떡하란 얘기야?
바실리사 (낮은 목소리로 힘있게) 내 동생....좋아하는 거 다 알아.
뻬 뻴 너 그래서 그 앨 때렸구나! 이 년아! 잘 들어! 이제부터 손끝 하나 건드렸다간....
바실리사 왜 이래! 흥분하지마! 모든 것을 아주 좋게, 조용히 해결할 수 있어...자기 그 애하고 결혼하고 싶지?
내가 돈을 줄께. 꽉 채워서 300! 원한다면 더 줄 수도 있어.
뻬 뻴 (물러서며) 잠깐 기다려 봐... 뭐가 어째? 왜? 무슨 이유로?
바실리사 날 내 남편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줘. 이 쇠줄을 끊어 달라구.
뻬 뻴 (작은 소리로) 하! 그랬군! 아하! 기가 막힌 수작이야. 남편은 죽이고 정부는 감옥에 처넣고!
바실리사 뻬뻴! 왜 감옥엘 가? 누가 직접 죽이래? 누굴 시키면 되잖아. 설사 직접 죽인다 해도 누가 알아? 잘 생각해 봐, 나따샤와 결혼하고 돈도 벌고...그리고 멀리 도망을 치면 돼. 그러면 나도 자유로운 몸이 되고, 동생도 좋고. 난 걔를 보면 괜히 화가 나. 그래서 때리는 거야. 하지만 나중엔 그 애가 불쌍해서 내가 울어 버려....그래서 때리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때리고 말 거야.
뻬 뻴 교활한 계집애.
바실리사 난 진실을 말하는 거야. 생각해 봐, 자기도 내 남편 때문에 두 번이나 감방엘 갔다 왔잖아? 정말 그 너구리 새끼는 찰거머리처럼 내게 딱 달라붙어서 4년동안 내 피를 빨아 먹은거야. 그깐 놈이 무슨 남편이야, 남편은! 더구나 나따샤까지 못살게 굴고...정말 학대하고 있어...그 놈은 벌레새끼야.
뻬 뻴 너두 꽤 그럴듯한 말은 한다.
바실리사 모두 사실인걸. 이래두 내 마음을 모른다면 사람도 아니다...
꼬스띌료프가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들어온다.
뻬 뻴 (바실리사에게) 저리 가지 못해!
바실리사 그러지 말고 좀 생각해 봐, 응? (남편을 발견) 뭣하러 왔어, 당신? 흥! 또 내 뒤를 밟았지?
뻬뻴이 일어서서 무섭게 노려본다.
꼬스띌료프 아, 나야, 나! 아니 그런데 너희 단 둘이 있었단 말이지? 단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 (갑자기 발을 구르면서 분한 듯이) 바실리사! 더러운 년! 똥 갈보! 개 같은 년! (그느 소리치나 묵묵응답. 자기 소리에 떨고 만다.) 오! 하느님! 용서해 주십시오. 바실리사, 넌 또 나에게 큰 죄를 지게 하였구나. 난 넌 찾아 돌아 다녔지. (고함) 벌써 잘 때가 되었는데 성상 앞에 기름도 넣지 않고 이런 곳에 와 있단 말이야! 에이, 음탕한 년! 이 돼지같은 년! (아내에게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올린다.)
바실리사는 뻬뻴을 돌아보고 출입구로 나간다.
뻬 뻴 (꼬스띌료프에게) 꺼져 버려, 어서.
꼬스띌료프 (소리치며) 난 주인이야! 나가려면 네가 나가, 이 도둑놈아!
뻬 뻴 (음산하게) 꺼져 버려.
꼬스띌료프 웃기지마! 난 안 나간다, 네가 너를.....
뻬뻴은 그의 목을 잡고 흔든다. 이때, 벽난로 위에서 소음이 들리며 짐승 울음소리도 난다. 뻬뻴이 그를 놓자 주인은 떠들면서 밖으로 달아난다.
뻬 뻴 (침상으로 뛰어 오르며) 누구야! 그 벽난로 위에 누구야!
루 까 (머리를 내밀며) 엉? 왜 그래?
뻬 뻴 영감!
루 까 (조용히) 나야, 나. 오! 주 예수 그리스도여!
뻬 뻴 (현관문을 닫고 빗장을 찾으나 찾지 못하고) 빌어먹을...! 영감탱이, 내려 와!
루 까 그래, 그래. 지금 내려 간다구.
뻬 뻴 (격렬한 어조로) 어째서 벽난로 위에 있었어?
루 까 아니 그럼 어디에 가 있으란 말이야?
뻬 뻴 아까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루 까 바깥은 이 늙은이에겐 너무 춥다구.
뻬 뻴 다 들었죠?
루 까 그럼, 다 들었지. 어떻게 안 들을 수가 있어? 내가 귀머거린가? 이봐, 젊은이. 행운이야. 저기 봐! 행운이 왔다니까!
뻬 뻴 (이상하다는 듯) 무슨 행운요? 뭐요?
루 까 저기 내가 벽난로 위에 있었다는 게.
뻬 뻴 그런데 왜 그런 이상한 소릴 질렀수?
루 까 왜냐하면 뜨겁지 뭐야. 근데 그게 자네한테 잘 된 것 같아. 실은 아까 자네가 주인의 목을 꽉 조르지 않을까 걱정했지.
뻬 뻴 죽였을 지도 몰라요. 난 그놈이 꼴도 보기 싫으니까.
루 까 그게 뭐 자랑인가? 사람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
뻬 뻴 (웃으며) 그럼 영감은 해 봤수?
루 까 젊은이! 내 말을 좀 들어 봐. 우선 말이야, 이제부터라도 그 주인 여자를 버려! 그 여자는 아냐! 어떤 일이 있어도 알았지? 머지않아 제 손으로 남편을 처치할 거야, 그것두 자네보다 몇 배는 더 쉽게 말이야. 그러니까, 그 여자의 말을 들어선 안돼. 자, 내 머리를 봐. 대머리지? 왜 그런 줄 알아? 모두 다 저런 여자 때문이야. 난 저런 여자를 내 머리카락보다 더 많이 만났을 거야. 하지만 저 여자만큼 악독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흑사병보다 더 무서운 계집이야.
뻬 뻴 난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어. 영감에게 감사하다고 그래야 할 지, 아니면 ...영감도 마찬가지로....
루 까 말하지마! 잠자코 내 말을 들어!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손을 잡고 이곳을 둘이 떠나. 멀리 떠나 버려.
뻬 뻴 (음울하게)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어....누가 좋은 사람이고.....누가 나쁜 사람인지...
루 까 그런 건 몰라두 돼. 인간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야. 그때그때 바람부는대로 살아가는 거지. 오늘 착한 사람이 내일은 악인이 되거든....젊은이가 만약 저 여자의 동생을 좋아 한다면 같이 데리고 가도록 해. 아니면 혼자서 가든가. 아직 젊으니까 여자는 어딜가도 있기 마련이지.
뻬 뻴 (노인의 어깨를 쥐어흔들며) 가만! 당신!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루 까 아니, 이 친구! 좀 놔 줘! 안나에게 가 봐야 겠어. 몹시 괴로운 소리가 들렸어...(안나의 침대로 간다. 가리개를 열고 누워있는 안나를 흔든다.)
뻬뻴은 그저 가만히 앉아 루까를 본다.
루 까 전지전능하신 예수 그리스도여, 지금 막 당신 곁으로 간 안나의 영혼을 평안히 받아 주옵소서.
뻬 뻴 (조용히) 죽었어요? (멀리서 상체만 높여 안나 쪽을 본다)
루 까 (낮은 목소리로) 겨우 고생이 끝났군. 근데 남편은 어디 갔지?
뻬 뻴 보나마나 술집에 있겠죠.
루 까 가서 데리고 와야지.
뻬 뻴 (몸을 움츠리고) 난 죽은 사람은 싫어...
루 까 (문가로 가며) 아니 그럼, 죽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사랑은 살아 있는 사람하고 하는 거야.
뻬 뻴 같이 가요.
루 까 무서워?
뻬 뻴 난 죽은 사람이 싫어.
두 사람 급히 퇴장. 텅 빈 무대에 정적이 흐른다. 문 밖에서 음울한 소리와 혼란한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배우 등장
배 우 (문도 닫지 않고 문턱에 서서 기둥을 두 손에 붙들고 고함친다) 영감! 영감! 어디 있어? 드디어 생각났어! 들어 봐! (두 서너 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와서 자세를 잡고 독백을 한다)
모든 자들이여!
만약 성스러운
진실 세계의 길을
찾지 못하면
인간 세상엔
황금의 꿈을 꾸는
어리석은 자들만이
번성하리라
나따샤가 배우의 뒤편 문가에 나타난다.
영감!
만일 내일이라도,
태양이 인간의 갈 길을
비추지 않는다면
세상은 온통 어리석은 자들의
어리석은 꿈으로 넘쳐나리니...
나 따 샤 (웃으며) 허수아비 아저씨! 이제 그만 해요, 잘하셨어요.
배 우 (돌아보며) 아! 너였구나. 근데 이 영감은 어디 갔지? 그 말 잘하는 영감말야. 여긴 없는 모양인데...아무도 없군...나따샤, 이제 작별이야, 작별이라구.
나 따 샤 (들어오며) 아직 인사도 안했는데 작별이라구요?
배 우 (나따샤 앞을 막고) 난 이곳을 떠나. 떠날 거야. 봄이 오면 난 이미 여기 없을 거야.
나 따 샤 어디로 떠난단 말이에요?
배 우 도시를 찾으러! 병원이 있는 도시를 찾으러! 이 병을 고치러! 너도 여기를 떠나! 오필리어! 수녀원으로 가시오! 거기만 가면 내 유기체의 알콜을 말끔히 씻어주는 병원이 있단 말이야. 훌륭한 병원이야. 대리석,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에, 밝고,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 거기에 이것저것 다 공짜야! 난 기필코 그 병원을 찾아 내 병을 깨끗이 고칠 거야. 그리고 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단 말이야! 리어왕의 말처럼! 나따샤, 내 이름은 말야, 스베르치코프-자볼시스끼야. 아무도 몰라. 아무도! 난 여기선 이름이 없어...이름이 없어졌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아? 하다못해 개도 이름이 있는데...
나따샤는 조심스럽게 배우의 뒤를 살짝 돌아 안나의 침대 옆에서 머문다. 쳐다본다.
이름이 없는 놈은 인간도 아니지.
나 따 샤 여길 봐요, 아저씨. 어쩌면 좋아요. 죽었어요.
배 우 (목을 흔들면서) 그럴 리가 있나.
나 따 샤 (뒤로 물러서서) 세상에- 보세요.
부브노프 (문가에서) 뭘 보고 있어?
나 따 샤 안나 언니가....죽었어요.
부브노프 지겨운 기침 소리도 이젠 끝이군. (안나의 침대로 가서 잠시 본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들어와서) 끌료쉬에게 알려야지....그 녀석의 일이니까.
배 우 내가 갈께요. 안나도 이름을 잃어버렸군! (퇴장)
나 따 샤 (방 중앙에서) 아-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죽겠지.
부브노프 (낡은 담요를 침대에 깔며) 엉? 뭐? 너 거기서 뭐라고 그러니?
나 따 샤 혼잣말이에요.
부브노프 뻬뻴을 기다리니? 조심해라, 그 자식이 네 머리를 망가뜨릴지 몰라.
나 따 샤 누구에게 맞든 마찬가지 아니에요? 기왕이면 그 사람한테 맞는 게 낫죠.
부브노프 (누우며) 그래,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
나 따 샤 어쨌든 언니는 잘 죽었어요. 불쌍하긴 하지만...하느님! 인간은 왜 살아갈까요?
부브노프 누구든 다 그렇지! 사람은 살다간 죽어. 나도 죽고 너도 죽고....그러니 불쌍할 건 없어.
루까, 따따르인, 애꾸눈 좁, 끌료쉬, 들어온다. 끌료쉬는 여러 사람의 뒤에서 천천히 들어온다.
나 따 샤 쉿! 언니가...
애꾸눈 좁 들었어. 천국으로 그녀를 인도하소서.
따따르 人 (끌료쉬에게) 문 밖으로 내! 여긴 죽은 사람을 둘 수 없어! 여긴 산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끌 료 쉬 (작은 목소리로) 매어 내지.
모두 침대로 간다. 끌료쉬는 다른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안나를 쳐다본다.
애꾸눈 좁 (따따르인에게) 무슨 냄새라도 날까 봐 그래? 괜찮아, 안 난다구. 안나는 벌써 살아있을 때 모든 냄새가 다 날아갔어. 바싹 마른 사람이 무슨 냄새!
나 따 샤 정말, 어쩌면! 제발 누구라도 언니를 불쌍히 여겨줘요. 제발요.
루 까 아가씨, 화내지 말아요. 이까짓 거 보통이지. 사람들에게 그런 거 요구하는 게 무리야. 지금 누가 죽은 사람까지 신경 쓸 수 있나? 살아 있는 사람도 불쌍한 판에...제 몸뚱이도 하나 불쌍히 여기기 힘들지, 암!
부브노프 (하품을 하며) 다시 얘기하지만 죽으면 무섭지 않지. 아플 땐 무서워도 죽으면 다 없지.
따따르 人 (물러서면서) 경찰을 불러야 돼.
애꾸눈 좁 그래, 경찰을 불러야지. 이봐, 끌료쉬! 경찰을 불렀어?
끌 료 쉬 아직....장례를 치러야지. 그런데 내겐 40 까뻬이까밖에 없는데....
애꾸눈 좁 그럼 어디서 꾸어야지. 아니면 우리 얼마씩이라도 모아보지. 그리고 경찰에겐 빨리 알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살인이라고 하면 어떡하게...트집잡으면 골치 아프지.(따따르인을 따라 침상으로 가서 잘 준비를 한다)
나 따 샤 (부브노프의 침상으로 가서) 난, 꼭 언니를 꿈에 만날거야. 언제나 죽은 사람 꿈을 꾸니까. 하지만 혼자 가기 무서워...바깥이 컴컴해.
루 까 (그녀의 뒤를 이어) 아가씬 산 사람을 무서워해야 하는 걸 잊지마.
나 따 샤 할아버지, 절 좀 바래다 주세요.
루 까 그래, 그래, 바래다주지.
퇴장. 사이
애꾸눈 좁 (하품하며) 아하암! 아싼! 곧 봄이 올텐데 그럼 따뜻하게 살 수 있겠지! 시골에선 벌써 남자들이 쟁기나 써래 등을 손질하고 있겠지. 그럴꺼야, 안 그래, 아싼? 뭐야? 이 자식 벌써 잠이 들었군, 니미럴.
부브노프 따따르 놈들은 잠을 좋아하지.
끌 료 쉬 (방 한가운데서 자기 앞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 무얼 해야 하지?
애꾸눈 좁 자빠져 잠이나 자. 별 수 없잖아.
끌 료 쉬 (조용히) 하지만 저 여편네는 어쩌구?
아무도 대답이 없다. 싸찐과 배우 들어온다.,
배 우 (소리친다) 영감! 이리와! 충성스런 켄트백작!
싸 찐 페르시아 왕자님이 납신다! 하하!
배 우 물론 벌써 결정은 났다! 영감! 그 도시가 어디 있어? 엉? 영감! 영감!
싸 찐 돈키호테! 영감 말을 믿다니! 아무것도 없어, 널 속인거야! 도시는 무슨 도시야! 병원도 없구, 사람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니까!
배 우 거짓말!
따따르 人 (일어나서) 주인 어디있어? 내 주인한테 가야겠어!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이러고도 돈을 받아? 죽은 년에, 술취한 새끼들에...(급히 퇴장)
싸찐은 뒤에다 대고 휘파람을 분다.
부브노프 (잠꼬대처럼) 자라! 이 놈들아! 시끄럽다! 밤엔 자야지!
배 우 그래! 여기 죽은 몸이 있어! ‘내 그물은 시체를 낚았도다!’ 베란제의 시야!
싸 찐 (고함친다) 죽은 사람이 듣길 뭘 듣겠어! 시체는 아무것도 몰라! 외쳐라! 짖어라!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안 들린다!
문가에 루까가 나타난다.
막
Действие Третье
공터.
여러 가지 고철, 판자 등이 쌓여 있고 잡초로 무성한 집 뒤뜰. 안 쪽에는 벽돌로 쌓은 높은 방화벽이 있는데 하늘까지 가리고 있다. 담 근처에는 딱총나무 관목이 몇 그루. 오른쪽에는 검은 통나무 벽이 보이는데 창고인지 마구간인지 구분이 안간다. 왼쪽은 꼬스띌료프가 경영하는 싸구려 합숙 여관 건물이 서 있는데,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회색이다. 그 벽은 비스듬히 서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뒤편 모서리는 공터의 거의 중앙까지 나와있다. 그 건물과 방화벽 사이에는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합숙 여관에는 창문이 두 개 나 있는데 하나는 거의 땅에 닿을 정도이고 또 하나는 1.5미터 높이에 방화벽 가까이 있다. 방화벽에는 거꾸로 엎어진 썰매, 길이 3미터가 좀 안되는 통나무가 있다. 오른쪽 벽 가에는 헌 목재, 판자 등이 있다.
이른 봄. 이제 막 눈이 녹아가는데, 딱총나무의 검은 가지에는 아직 봉오리가 없다. 통나무 위에는 나따샤와 나스쨔가 나란히 앉아있고, 썰매에는 루까와 바론이 걸터앉아 있다. 끌료쉬는 오른편 벽가의 목재 위에 누워있다. 낮은 창에는 부브노프의 얼굴이 보인다.
해질 무렵. 붉은 석양빛이 방화벽을 비추고 있다.
나 스 쨔 (눈을 감고, 노래하듯 하는 이야기에 박자를 맞추어 머리를 흔든다.) 그래서 밤에 그 사람은 우리가 약속한 데로 공원의 벤치로 나왔어....난 벌써 나가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근데 정말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정말 고통스러웠지. 근데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온 몸을 떨고 있는거야. 그의 얼굴은 정말 새하얗게 변했지. 글쎄 그 사람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지 않겠어?
나 따 샤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어머, 정말! 대학생은 철부지라는 말이 맞나 봐.
나 스 쨔 그리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의 고귀한 사랑...’알고 말하면서...
부브노프 하하! 고귀한 사랑?
바 론 가만있어 봐요, 가만있어 봐요! 자, 다음!
나 스 쨔 ‘아! 나의 사랑이여! 우리 부모는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과 헤어지지 않는다면 부모 자식간의 인연을 끝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글쎄 그 사람이 들고있는 권총이 유난히 크지 않아? 총알은 다 장전되어 있었어....‘그럼, 안녕히...내 사랑하는 마음의 친구여! 난 이미 결심했습니다...당신 없이는 한 시도 살 수 없어요.’ 라는 거야.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지. ‘잊지 못할 친구....라울!’...
부브노프 (놀라며) 뭐? 누구? 크라울?
바 론 (껄껄 웃으며) 나스쨔! 너 전에는 가스통이라고 그랬잖아.
나 스 쨔 (벌떡 일어나) 입 다물어, 재수없게! 에이, 개망나니 같은! 전부들 사랑이 뭔지나 알어! 진정한 사랑을 말야! 난 이래봬도 진정한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고! (바론에게) 아무것도 아닌 자식이! 그 꼴에 배웠다구....뭐, 침대에 누워 있으면 커피가 날라져 왔다구?
루 까 잠깐만, 잠깐만. 거 남이 이야기 할 때는 잘 들어야 예의지...문제는 그 말이 아니라 왜 그 말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구. 이봐, 아가씨. 이야기 해 줘. 괜찮아!
부브노프 그래 마음대로 꾸며 보라구. 왜 그 말을 하나 들어보게.
바 론 자! 다음!
나 따 샤 저런 말 신경쓰지 마, 언니. 저 사람들이 뭐야? 괜히 샘나서 그러는 거야. 이런 얘기가 자기들한테 없으니까 심술 부리는 거라구.
나 스 쨔 (다시 앉아서) 안해! 나 더 이상 말 안해! 내 이야기를 믿지 않고 비웃는데! (갑자기 말소리를 끊고 잠시 침묵. 다시 눈을 감고 마치 멀리서 들려 오는 음악소리에 정신이 빠진 것처럼 손으로 이야기의 박자를 맞춰가며 열심히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 ‘그대는 내 인생의 행복이에요. 나의 깨끗한 달빛입니다. 나도 그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이렇게 미칠 듯이 사랑하고 있지 않아요? 내 심장의 고동이 멎을 때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댄....아직 젊은 사람이에요. 함부로 몸을 망쳐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은 당신이라는 존재가 보석보다도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이 몸을 버려 주세요. 그대를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생명을 버리겠습니다. 난 부모없는 고아예요. 이런 여자.... 나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그대의 사랑을 위해서는 죽는 편이 나아요. 그게 나의 행복이에요. 나 같은 년이야....아무렴 어때요...난 쓸모없는 여자예요...아무짝에도...아무것도....(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쳐 흐느낀다)
나 따 샤 (옆을 보며 낮은 소리로) 울지마, 언니. 울지마!
루까, 웃으며 나스쨔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브노프 (큰소리로 웃으며) 별 신파극 다 보겠군.
바 론 (같이 웃으며) 영감, 저 년 말이 정말이라고 생각하우? 저 얘기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라구요. 무슨 정신병자 같은 짓이야, 젠장!
나 따 샤 아저씨, 정말! 조용히 좀 해요.
나 스 쨔 (화가 나서) 이런 골 빈 인간새끼야! 나쁜 놈!
루 까 (나스쨔의 손을 잡고) 자, 아가씨! 저리 갑시다. 괜찮아, 화낼 것 없어. 나는 알지. 난 믿는다구! 아가씨가 하는 말을 사실이야. 아가씨는 정말 진정한 사랑을 했었어. 암!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화낼 것까지는 없어요. 다 같은 식구인데! 사람들은 정말 샘이 나서 웃는 거라구. 정말 진실이라는 게 뭔지 모르니까, 응? 자, 저리로 가자.
나 스 쨔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할아버지, 정말이에요. 정말 있었던 일이라구요. 프랑스 대학생인데 가스통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언제나 아래턱엔 새파랗고 깨끗하게 면도자국이 있고 늘 번쩍거리는 에나멜 구두를 신고 있었어요. 만일 내가 거짓말을 한다면 여기서 벼락을 맞을 거예요. 정말 그 사람은 날 무척 사랑했다구요.
루 까 난 알지! 그러니 괜찮아! 난 믿어! 근데 에나멜 구두를 신었다구? 아하! 그 구두도 좋았겠구먼!
둘은 구석 쪽으로 퇴장.
바 론 하! 멍청한 계집애! 인간성은 좋은데 멍청해서 틀렸어!
부브노프 왜 인간은 거짓말을 좋아할까? 항상 재판정 앞에 선 것처럼!
나 따 샤 그거야, 진짜보다 거짓말이 더 재미있으니까 그렇죠! 나도... 그렇거든요.
바 론 뭐? 너도? 자, 시작해!
나 따 샤 나는 마음속으로 공상을 해요. 그리고 기다려요.
바 론 엥? 뭐?
나 따 샤 (우습다는 듯이 웃으며) 별 건 아니지만 내일이면 어떤 특별한 사람이 찾아 올 거라는 거죠. 아니면 여태껏 좀처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요. 이렇게 공상을 하면서 나는 매일매일 기다려요. 항상 마음속으로 기다려요. 사실은 아무것도 기다릴 것이 없지만요.
사이
바 론 (우습다는 듯) 기다리긴 뭘 기다리니! 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아! 다 벌써 옛날 일이야! 지난 일이야! 끝난 일이야! 자, 계속해!
나 따 샤 그리고 또 ‘내일은 내가 갑자기 죽는다‘ 이런 상상도 해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면 무서워요. 특히 여름이 되면 더 해요. 왜냐하면 천둥이 자주 치니까....언제 벼락을 맞을지 모르잖아요.
바 론 하긴 너도 살기 힘들거다. 언니라는 게 괴팍한 년이니...
나 따 샤 그럼 누군 잘살아요? 내가 볼 땐 모두들 다 불행한데...
끌 료 쉬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다 불행하다고? 집어치워! 만약에 모두 다 똑같다면 왜 불만들이 생겨? 엉?
부브노프 이 자식이 갑자기 돌았나? 난데없이 떠들긴!
끌료쉬는 다시 누워서 뭐라고 웅얼거린다.
바 론 나스쨔를 달래러 가야겠어. 그렇지 않고선 술값이 안 나오거든.
부브노프 정말, 인간은 왜 거짓말을 좋아할까? 그래, 나스쨔는 내 이해할 수 있어. 늘 얼굴에 분칠을 하는 애라서 속까지도 분칠을 하려는 것이거든. 그런데 다른 놈들은 왜 그러는거야? 우선 저 영감탱이 말이야. 저 영감탱이는 거짓말 투성이란 말야. 무슨 이익이 있다고 말야? 낫살이나 먹어 가지고....왜 그래?
바 론 (웃으며 나가며) 우리 인간들의 영혼은 이제 잿빛이야. 그래서 색깔을 칠하고 싶은 거지.
루 까 (골목에서 나오며) 자넨 왜 애를 놀리는 거야? 말을 훼방놔서 뭐하게? 그 애는 우는 게 낙이야. 제가 울고 싶어서 우는데 그걸 내버려두질 못해? 그게 자네에게 큰 손해가 날 일인가?
바 론 기가 막히는군, 영감! 이제 그 년한테 지쳐서 그래요. 오늘은 라울, 내일은 가스통, 이렇게 매일 이름만 바꾸지만 내용은 언제나 똑같다구요. 그건 그렇다 치고 난 달래러 가요. (퇴장)
루 까 옳지! 가서 부드럽게 해 주어야지. 남한테 항상 부드러워서 해 될 건 없지.
나 따 샤 할아버진 참 좋은 분이세요. 어쩌면 그렇게 모두에게 다정하세요?
루 까 내가? 허허허! 그래 그렇다면 좋은거지. (벽돌 담 너머에서 손풍금 연주와 부드러운 노래소리가 들린다) 나따샤, 저기 또 좋은 사람들이 있어요. 우린 누구한테든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사랑을 해야 돼.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동정하라고 하셨지. 그래서 나의 판단은 사랑하고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는 언제든지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해야 해. 그건 참 좋은 일이야. 내가 언젠가 남의 별장을 관리한 적이 있었지. 똠스끄 시3) 근처에 있었는데 주인은 엔지니어였어. 그건 아무래도 좋고, 하여튼, 그 별장은 숲속에 있었어. 겨울이 왔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별장에 나 혼자 남아 있었던 거야. 하!(감탄) 참 좋았었지...그런데 어느 날 밤에 어떤 시커먼 물체가 밖에서 기어올라오는 거야.
나 따 샤 도둑?
루 까 그래 뭐 남 몰래 남의 집을 기어오니까 도둑이겠지. 그래서 난 총을 쥐고 나갔지 않겠어? 보니까 아, 글쎄 두 놈 인거야. 그런데 창문을 여느라고 정신이 팔려서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지 않아? 그래서 큰 소리로 ‘이 도둑놈아! 썩 꺼지지 못해!’ 하고 말야. 아, 그랬더니 두 놈이 도끼를 휘두르면서 덤비질 않겠어? 그래서 냅다 총 한 방을 허공에 갈기고 ‘ 꼼짝 마라! 움직이면 쏜다!’ 하고 가슴에다가 총부리를 겨누었지. 이렇게 겁을 주었더니 두 놈은 금새 기가 죽어서 ‘제발 목숨만 살려 주세요’ 하고 애걸을 하는 거야. 하지만 그놈들이 너무나 괘씸해서 ‘이런 도둑놈들! 어서 한 놈이 가서 나뭇가지로 몽둥이를 만들어 와.’ 그랬더니 금방 한 놈이 몽둥이를 들고 오더라구. 그리곤 난 ‘자, 서로 때려’ 이렇게 난 녀석들에게 매질을 시켰는데 매질이 끝날 때 즈음 녀석 중에 한 명이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할아버지, 제발 부탁인데 먹을 것이 있으면 조금만 주세요.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지 않아? 원, 세상에! 이게 도둑놈이었단 말이야.(웃는다) 도끼를 휘두르면서 덤빈 놈이 말이야. 두 놈 다 알고봤더니 착한 농사꾼 이였어. 그래서 난 ‘야 이놈들아! 그럼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했더니 대답 왈, ‘저희들이 처음에는 가는 곳마다 그렇게 부탁을 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젠 될 데로 되라! 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라는거야. 그 후로는 그 해 겨울을 녀석들과 그럭저럭 같이 별장지기를 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스쩨빤이란 녀석은 사냥을 다녔고, 또 한 녀석 야꼬프란 놈은 내 일을 도왔는데 늘 기침을 해댔지. 그리곤 봄이 오니까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하고 떠나 버렸어.
나 따 샤 둘 다 도망 나온 사람들이죠? 죄수들이요.
루 까 그야 물론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도망 나온 놈들이지. 하지만 참 착한 녀석들이였어....만약 내가 잘 대해주지 않았다면 녀석들이 날 죽였거나 아니면 재판받고 다시 감옥이나 시베리아로 잡혀 갔을거야.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감옥이 좋은 사람을 만들 순 없지. 시베리아도 좋은 사람을 만들 순 없다구. 하지만 사람은 가르칠 수 있지! 사람만이 좋은 일을 가르쳐 주지. 암, 그렇고 말고. 쉬운 문제야.
사이
부브노프 음- 그래! 하지만 난 영감,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왜 거짓말을 해? 난 있는 데로 말하거든 진실을 말하는데 뭘 거리낄게 있나?
끌 료 쉬 (마치 무엇에 찔린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진실이라는 게 뭐야! 진실이라는 게 어디 있어? (옷을 쥐어뜯으며) 여기 진실이 있다. 일거리가 없다! 힘도 없다! 이게 진실이야! 이젠 갈 곳도 없어 그냥 죽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실이라는 거야. 제기랄! 진실이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버려 둬! 숨 좀 쉬게 해 줘.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 아무리 살아 보려고 해도 빌어먹을! 살 수가 있어야지! 이게 진실이란 말이야!
부브노프 그래, 이게 바로 있는 데로, 거리낌 없이 말하는 거야.
루 까 아이구, 하느님. 이거 봐, 내 말을 좀 들어봐.
끌 료 쉬 (흥분하여 몸을 떤다) 또 진실을 지껄여 봐! 특히 당신! 영감! 아무나 다 위해주고 있지만 난 아무나 다 밉단 말이야! 그 놈의 진실이라는 것도 난 증오스럽소! 다 뒈져 버리라고! 알겠어! 다! (뒤돌아보면서 골목으로 퇴장)
루 까 저런, 저런, 고뇌하는 인간이군....아니 그런데 어디로 뛰어간거야?
나 따 샤 정말 무슨 일 난 사람 같아요.
부브노프 대포알 같군.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직 인생을 몰라....
뻬 뻴 (천천히 골목에서 나온다) 안녕들 하신가? 루까라는 영감도 또 여기있구만. 또 옛날 이야기 하시나?
루 까 자네에게 방금 소리치고 나간 친구를 보여주고 싶었어.
뻬 뻴 끌료쉬 말이요? 무슨 일 있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마냥 뛰어가네.
루 까 자넨들 뾰족한 수 없다구, 그렇게 심하게 고민을 하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뻬 뻴 (앉는다) 난 저 사람이 싫어. 심보가 삐뚤어진데다가 자존심은 세 가지고....(흉내를 낸다) ‘난 일하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을 한단 말이야...일하고 싶으면 혼자 일하지 그래. 일한다고 자랑을 한다면 그게 사람을 정하는 척도라면 인간은 전부 소나 말보다 못한 게 되는 거야. 소나 말을 죽도록 일을 해도 군소리 안하거든, 젠장!... 나따샤! 식구들 집에 있니?
나 따 샤 묘지에 갔어요. 그리고 오는 길에 교회에서 저녁기도 드리고 온대요.
뻬 뻴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편해 보이는 구나! 드문 일이야.
루 까 (무언가 깊이 생각한 듯이 부브노프에게) 여보게, 자네가 진실을 말했는데 그 진실이 그렇다고 인간에게 늘 필요한 것은 아니야. 진실이라고 만병통치는 아니란 말일세. 이런 일이 있었어.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진실의 나라가 있다고 믿는 자 였지.
부브노프 뭐요?
루 까 진실의 나라. 그는 말하길 어딘가에는 꼭 진실의 나라가 있다는 거야. 그 나라에는 특별한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 서로 존중하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서로 돕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잘되어 간다는 거지. 그 나라에 가면 뭐든지 다 좋고 뭐든지 다 아름답다는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은 밤낮 그 진실의 나라를 찾으려고만 했지. 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가난해서 항상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결국에 와서는 앓아 누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지. 하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이까짓 것 쯤이야!’ 하면서 ‘조금만 더 참으면 이런 세상 청산하고 진실의 나라로 갈 수 있다.’ 라고 믿음을 가진거야. 이게 바로 그 사람의 유일한 희망이었지. 진실의 나라로 가는 것 말이야.
뻬 뻴 그래서요? 갔어요?
부브노프 어디로! 하하하!
루 까 그런데 마침 그곳에 ...아, 이건 시베리아에서 있었던 일이야, 어떤 학자가 유배를 오게 되었지. 물론 학자니까, 책이며, 지도며를 잔뜩 갖고 온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은 학자를 붙잡고 사정을 한 거야. ‘제발 부탁합니다. 진실의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이에요’ 라고 말이야. 학자는 곧 책을 뒤지고 지도를 보면서 아무리 진실의 나라를 찾아봐도 없는거야. 다른 것들은 다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고 표기가 되어 있었지만 진실의 나라는 없는거야.
뻬 뻴 (작은 목소리로) 없다구요?
부브노프는 껄껄 웃는다.
나 따 샤 조용히...! 그래서요? 할아버지.
루 까 그 사람, 믿질 않았어. 있다! 꼭 있다, 라고 말하면서 좀 잘 찾아 달라고 했지. 만일 진실의 나라가 없다면 학자의 책과 지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이렇게 말하는데 학자도 화가 좀 났어. ‘내 책과 지도는 정확한 것이니 절대 진실의 나라는 없다’라고 그랬지. 아, 그랬더니 그 남자 화를 내면서 흥분해서 왈, ‘뭐야? 난 여태까지 평생을 온갖 고통을 다 참아 가면서 살아왔어. 그건 오로지 진실의 나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당신 지도에 없단 말이지! 네까짓 놈이 학자냐? 순 사기꾼이지! 진짜 학자가 웃겠다! 이 날강도야!’ 하며 얼굴을 한 대 철썩! 그리고 또 한 대 철썩!....그리고....(침묵)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목을 매고 죽어 버렸지 뭐야!
모두 침묵. 루까, 미소지으며 뻬뻴과 나따샤를 본다.
뻬 뻴 (낮은 목소리로) 젠장, 얘기가 즐겁지가 않네....
나 따 샤 거짓말만 있는 세상에서 살기 힘들었던 거지...
부브노프 그렇다 - 는 전설이지.
뻬 뻴 ...거...진실의 나라가.... 결국.....
나 따 샤 불쌍해요, 그 아저씨.
부브노프 다 지어낸 얘기지. 하하하! 진실의 나라? 거길? 하하하! (창문에서 사라진다)
루 까 (창을 보고 턱으로 끄덕이며) 웃네? 허허!
한참 사이
자, 여러분, 난 이제 곧 떠날 예정이오.
뻬 뻴 이젠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
루 까 하흘리4) 쪽으로 가 볼까 해. 거기에 요즘 새로운 종교가 한창이라고 그래. 그래 좀 관심이 생겨서...인간이란 언제나 나은 생활을 찾으니까...늘 그게 목표지...하느님! 이들에게 인내심을!
뻬 뻴 근데, 영감은 어떻게 생각해요? 더 나은 생활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루 까 인간이? 그럼! 구하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느니라! 믿는 자는 곧 찾을 수 있지.
나 따 샤 누구라고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좋은 생각이 나도록 할 수 없을까...?
루 까 물론, 생각이 날 수 있지. 그러니 말이야, 나따샤,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 존경해야 하고...
나 따 샤 하지만 저같은 사람이 뭘 도울 수 있겠어요? 남한테 도움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죠.
뻬 뻴 (단호하게) 나따샤, 다시 한 번 내가 너하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마침 여기 영감도 있으니까....영감은 뭐든지 다 알고 있으니까.....나따샤, 어떻게 생각해? 안 갈래?....나하고 같이 말이야?
나 따 샤 어딜요? 감옥이요?
뻬 뻴 나, 그때 도둑질은 그만 두겠다고 말하지 않았어? 정말 맹세코 그만 두겠어! 난 그래도 좀 배운 놈이야. 이제 일을 할 테야. 영감이 말하길 내가 시베리아로 가면 할 일이 많다고 했어. 나따샤, 우리 같이 안 갈래? 너는 내가 지금 좋아서 이 짓을 하는 줄 알지? 아냐, 나따샤! 이제 난 알 수 있어.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큰 도둑질을 하면서도 잘먹고 잘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며 이제까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날 정당하게 생각했지. 하지만 이젠 소용없어. 그리고 난 별로 후회도 안해. 그리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도 난 믿지 않아. 하지만 난 단 한가지 진짜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좀 더 나은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야. 좀 더 나은 생활을 해야 해. 내가 나를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
루 까 허! 좋은 말이다! 주여! 이 친구에게 믿음을 주소서! 암, 인간은 자기 자신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해!
뻬 뻴 난 간난애기 때부터 도둑놈 이였어. 모두들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 도둑놈 뻬뻴, 도둑놈 아들 뻬뻴....
어느 놈 하나 날 도둑놈말고 딴 이름으로 불러주는 놈이 없었어. ‘헝, 그래! 자, 잡아먹어라, 새끼들아! 난 도둑이다!’ 알겠어? 그래서 난 더 도둑질을 하게 된 거야. 나따샤, 넌 내 이름을 불러 주겠지?
나 따 샤 (우울해져서) 믿을 수가 없어요, 난...뭐랄까....어떤 말을 들어도...지금....그리고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안정이 되질 않고...심장이 떨리고....무슨 일이 일어날 듯 하고....뻬뻴, 하필 오늘 같은 날...
뻬 뻴 그럼 언제 이야기하라구? 오늘 처음 말한 것도 아닌데.
나 따 샤 그리고 또, 왜 내가 꼭 따라가야 해요? 하긴 저도 사랑을 하긴 해요. 하지만 죽도록 사랑을 하는 건 아니에요. 하기야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하지나 어쩔 땐 정말로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난 결국 진짜로 사랑하는 게 아냐, 정말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단점도 보이지 않는다던데...그런데 나한텐 그게 보이거든요.
뻬 뻴 사랑을 더 해!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도와 줄께. 내가 다 가르쳐 줄께. 넌 그저 내가 하는 데로만 하면 돼. 일년 이상 널 봐 왔지만 넌 아주 똑똑한 여자야. 정직하고 믿을 수 있고...그리고 난 지금 너한테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어....
바실리사, 외출복 차림으로 창문에 나타나 창가에 기대어 엿듣는다.
나 따 샤 그래요? 날 사랑해요? 하지만 언니가...
뻬 뻴 (당황하며) 흥! 그깐 년은...! 아무래도 좋아! 신경 쓸 것 없어!
루 까 하긴...뭐 아무것도 아니지...나따샤, 사람이 빵이 없을 땐 나무껍질이라도 먹어야 해. 빵이 없다면 말야.
뻬 뻴 (우울하게) 뭐라고 할까....나...날...불쌍히 여겨 줘.....이렇게 힘들고 어두운 생활을 해 온 나를 말이야.... 정말 짐승같은 생활을 하면서....행복과 낙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었어. 마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아. 게다가 지푸라기 하나 잡을 게 없게 됐단 말야. 다 썩어빠진 것들뿐이라서...무엇 하나 힘이 되질 않아....네 언니라면! 하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 년도 결국 틀리고 말았어. 정말 그 년이....구두쇠처럼 돈만 아는 것이 아니었다면 난 그 년을 위해 무슨 일을 했을지도 몰라. 정말 내 것이 되어 주었으면!...하지만 그년은 딴 생각이 있었어.... 돈과 자유가 필요했던 거야. 마음대로 바람이 나서 싸다니고 싶었던 거야. 그런 여자는 내게 도움이 될 수 없는 여자야. 거기에 비한다면 넌 마치 금방 돋아난 넝쿨장미와 같이 가시는 있지만 아름답고, 꼼꼼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루 까 나도 중매쟁이 노릇을 많이 해 봤지...나따샤! 이 사람과 부부가 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사람의 아내가 되는 거야. 뻬뻴, 이 친구, 정말 좋은 청년이야! 하지만 나따샤는 앞으로 나따샤는 이 친구를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어. 뭐든지, 무슨 말을 해도 이 친구는 다 들을 거야. 그러니까, 나따샤는 ‘뻬뻴, 당신은 착한 사람이야. 이걸 잊지마...’ 이렇게만 얘기하면 되는 거야. 나따샤, 그럼 거꾸로 생각해서, 이 친구 말고 어디 딴 곳에 갈데가 있어? 언니는 언니대로 때리지, 형부는 형부대로 능구렁이지...게다가 이곳 생활을 좀 봐! 어디 정 붙일 곳이 있어? 하지만 이 친구를 봐! 마음이 든든하지?
나 따 샤 그건 저도 잘 알아요. 이미 알고 있던 거예요....그래도...난...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요. 다른 길은 없지만....
뻬 뻴 길은 딱 하나 있어! 난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버릴 경우라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말겠어.
나 따 샤 (웃으면서) 저것봐요,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죽이겠다, 어쩌겠다...
뻬 뻴 (껴안는다) 왜 그래! 나따샤! 넌 벌써 내 아내나 다름이 없다구!
나 따 샤 (매달리며) 그럼, 꼭 한 마디만....뻬뻴....정말로 말하지만 한 번이라도 날 때리든지, 아니면 어떤 일로 해서 날 무시하면 그땐 마지막이야...그 뿐이야....난 죽는 건 무섭지 않아....목을 매든지 아니면.....
뻬 뻴 무슨 소리! 나따샤. 네 몸에 손끝 하나 댄다면 이 손이 썩어 버릴 거야.
루 까 걱정할 것 없어요, 나따샤. 그리고 의심하지 않아도 돼. 이 친구에게는 나따샤가 중요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말이야.
바실리사 (창에서) 이젠 년놈이 아주 붙어 버렸군! 개새끼들 같은 짓을 하고 있네!
나 따 샤 어머, 벌써 돌아왔어. 어쩌면 좋아....다 들었나 봐, 뻬뻴!
뻬 뻴 무서워 할 것 없어. 걱정하지마!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할 테니!
바실리사 걱정마, 나따샤. 저 놈은 결코 때리진 않을거야. 흥, 때리지도 못하지만 사랑도 못할 걸!
루 까 (낮은 소리로) 원 저런, 독사 같구먼.
바실리사 살아있는 건 주둥아리 뿐이야, 알어?
꼬스띌료프 (들어온다) 나따샤! 너 거기서 뭐하니? 게으름 피울래! 또 집안 흉이나 보고 있니? 사모바르는 준비 됐니? 식탁에 왜 아무것도 없니?
나 따 샤 (나가며) 교회에 들렀다 온다고 했잖아요...
꼬스띌료프 우리가 어떻게 하건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 넌 시킨 일이나 열심히 하란 말이야!
뻬 뻴 이런! 망할 것들이! 이 애가 이 집 종이야? 나따샤! 가지 마! 일할 필요 없어, 이제.
나 따 샤 뻬뻴! (하지 말라는 눈짓) 큰 소리 치지 말아요, 아직 너무 일러요. (퇴장)
뻬 뻴 (꼬스띌료프에게) 경고하는데, 더 이상 건드리지마. 그만큼 부려먹었으면 된 거야, 알았어! 저 여자는 이제 내꺼라구!
꼬스띌료프 그래? 언제 샀어? 얼마를 냈는데?
바실리사, 큰소리로 웃는다.
루 까 뻬뻴, 저리 가지...
뻬 뻴 이 망할 년놈들이 비웃어? 두고 봐라! 그 놈의 면상에 피눈물나게 해 줄 테니!
바실리사 아이구, 무서워! 아이구, 겁나라!
루 까 뻬뻴, 이제 그만 해. 저건 일부러 자네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거야, 알지?
뻬 뻴 아, 그래! 개수작 말고 이 년아! 넌 네 마음대로 뭐가 될 줄 아니?
바실리사 안될 것도 없지!
뻬 뻴 (주먹으로 위협하며) 너 어디 두고 보자! (나간다)
바실리사 (창에서 사라지며) 결혼식 준비나 해줄게!
꼬스띌료프 (루까에게 가며) 요즘 어떤가? 영감탱이?
루 까 요즘 괜찮소, 영감탱이!
꼬스띌료프 그런데....떠난다고 했다며?
루 까 그렇소.
꼬스띌료프 어디로 가오?
루 까 바람부는 데로....
꼬스띌료프 말하자면 이곳저곳 돌아다니겠단 말이군. 역마살이 있어.
루 까 돌이 막혀 있으면 물이 흐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꼬스띌료프 그건 돌 얘기고, 사람은 사람이지. 사람은 밥은 딴데서 먹어도 잠은 한 군데서 자야 한다는 말이 있지. 바퀴벌레 같은 생활을 해선 안돼. 바람부는데로 아무데나 떠돌아다닐 수는 없단 말이야. 사람은 일정한 장소에 집을 짓고 살아야 해. 무작정 돌아다니면 못써요.
루 까 만일 온 세상이 내 집이라면?
꼬스띌료프 바로 그건 떠돌이라고 하는 거야. 쓸모없는 인간이지. 인간은 쓸모가 있어야 해. 일을 해야 하고, 직업이 있어야지.
루 까 거, 아주 훌륭한 말씀을 하시누만.
꼬스띌료프 암, 도대체 순례자라는 게 뭐야? 순례자란 일반 사람과 다른 점이 있어야 해. 만일 그것이 진짜 순례이라면 뭘 깨닫든지 간에...에, 뭐라고 그럴까...그것이 헛일이라는 걸 안다 손 치더라도...진실이라는 것은 다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그렇지....그러니까 자기 속에 넣어두고 그냥 잠자코 있는거야. 만약 진짜 방랑자라면 가만히 있는 거야. 안 그러면 남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법으로 말을 하던가...아무 욕심도 없고....딴 사람 방해도 하지 않고...덮어놓고 떠들어대지도 않고...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든지 간에 말이야. 그런 걸 상관할 바에는 차라리 꺼림없는 정직한 생활을 하면서 숲이나 동굴 속에서 혼자 사는거야. 누구를 방해 하지도 않고, 아무도 원망도 하지 않고, 그저 여러사람을 위해서 기도나 하는거야. 모든 세상의 죄업을 위해 나, 그리고 당신을 위해, 모두를 위해 기도나 하는거야.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는 거야. 왜냐? 기도에 전념하기 때문이지....(사이) 그런데 영감은 어떤 순례자요? 여행권도 없지...여행권이 있는 게 보통 아냐? 여행권이 있어야 하는데...
루 까 그야,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꼬스띌료프 또 공연한 말장난하지마, 영감! 그런 속임수를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당신보다 바보가 아니야. 인간과 사람이라는 게 뭐요?
루 까 허! 무슨 속임수가 있다는 거요? 내 말은 기름진 땅이 있어서 무엇이든 훌륭한 열매를 맺지만 그렇지 않은 땅은 씨도 뿌릴 수 없는 땅도 있다는 말이오.
꼬스띌료프 그게 도대체 어쨌다구?
루 까 즉, 예를 들어서 영감은 하느님꼐서 ‘미하일, 사람다운 사람이 되거라!’ 고 그래 본들,...별 수 없다 이거지. 지금 그 모양대로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거지.
꼬스띌료프 뭐, 뭐? 뭘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내 처삼촌이 경찰이야, 만약 내가....
바실리사 (들어온다) 여보, 차 마실 시간이에요.
꼬스띌료프 (루까에게) 영감...당장 이 집에서 꺼져 버려!
바실리사 그래요! 영감탱이, 꺼져버려! 몹시 지껄이는 게 혓바닥이 길어서 어디가 아픈거지. 당신, 어디서 도망쳐 왔지?
꼬스띌료프 오늘 안으로 나가버려, 알았지! 만약에 안나가면 알지!
루 까 아, 처삼촌을 부르시겠다? 부를테면 불러 보시오. 탈옥수를 잡았다고 아마 3까뻬이까 쯤 상금이 나올 거요.
부브노프 (창문 안에서) 무슨 흥정이 있어? 3까뻬이까라니?
루 까 나를 팔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네.
바실리사 (남편에게) 여보, 그만 가요.
부브노프 3까뻬이까로? 영감님, 조심하슈. 까닥하다간 1까뻬이까로 팔릴 지도 몰라요.
꼬스띌료프 너 지금 벽난로 위에 서서 쳐다보고 있잖아! (부인과 나간다)
바실리사 이 세상에 얼마나 나쁜 놈들이 많은데... 그런데 그 나쁜 놈들도 꽤 다양한 종류란 말이야!
루 까 맛있게 드시우!
바실리사 (돌아보며) 저런 망할 놈의 혓바닥을! 독버섯 같은 영감탱이! (남편과 함께 골목으로 퇴장)
루 까 오늘 밤 떠나야 겠어...
부브노프 그게 좋을거요. 항상 떠나야 할 때 떠나는 것이 최고지.
루 까 맞는 말이오.
부브노프 왜냐하면 내가 그런 적이 있기에 하는 소리요. 덕분에 콩밥 신세를 면했지.
루 까 정말이오?
부브노프 정말이에요, 옛날 얘기지만 여편네가 우리 공장 직공 놈하고 붙어 버렸죠. 그 녀석, 직공 중에서 꽤나 솜씨가 있던 놈인데...개가죽을 감쪽같이 곰가죽으로 만들고, 고양이 가죽을 염색해서 캥거루 가죽으로 둔갑시키는 척척박사였지. 어쨌든 그런 놈이 여편네하고 붙어 버렸는데...얼마나 뜨거웠던지, 난 혹시나 나에게 독약이나 먹이지 않을까...그렇지 않으면 아예 소리슬쩍도 없이...뭐 이런 걱정이 되어서 한 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여편네를 죽도록 팼더니 아, 그녀석이 날 패지 않겠소? 그놈 정말 싸움도 잘하더군. 그놈이 내 수염을 반이나 쥐어뜯고 갈빗대까지 한 대 부러뜨려 놓질 않았겠소. 그러니 난들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여편네 대가리를 이만한 쇠몽둥이로 죽으라고 갈겼지. 그러니 난리가 났겠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 여편네를 아예 죽여버릴 생각까지 했는데, 정말 죽일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득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래서 냅다 달아나 버렸지.
루 까 잘한 일이오. 그냥 둘이 개가죽이나 만들면서 살 게 놔둔 것이.
부브노프 아쉬운 건 그 공장이 마누라 명의로 되어 있어서....내 신세는 요꼴이 된거지. 하긴 그 공장 가지고 있어 봐야 다 마셔 버렸겠지. 보시다시피....
루 까 마셔버렸다고...?
부브노프 내가 얼마나 술을 좋아한다구! 한 번 마시면 끝장을 본다니까요. 게다가 게으르니....난 일하는 게 싫거든.
싸찐과 배우가 말다툼을 하며 등장.
싸 찐 망할 자식! 도대체 어딜 가겠다는 거야! 너 갈 곳이 어디 있어? 이봐, 영감! 이 환자같은 녀석에게 무슨 바람을 불었어?
배 우 집어치워! 영감! 이 자식에게 되먹지 못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말해 주쇼! 난 갈 거야! 오늘은 나도 일을 해서 돈을 벌었어. 도로청소를 했단 말이야. 그리고 술은 입에도 대질 않았어. 어때? 돈도 있고 정신도 말짱하고!
싸 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그 돈 이리 줘 봐, 자식아! 내가 마셔줄께, 아니면 노름해서 따먹을 거야.
배 우 저리 가지 못해! 이건 내 여비야!
루 까 (싸찐에게) 자네는 왜 남의 속을 뒤집어 놓는가!
싸 찐 ‘말해다오, 신들의 사랑을 받는 마법사여! 나의 갈 길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5) 내가 졌다, 졌어. 완전히 다 털렸는 걸! 안 그래요, 영감? 사기노름 솜씨가 나보다 더 나은 놈이 있으니 말이오.
루 까 자네는 재미있는 사람이야. 항상 기뻐하고...
부브노프 이봐, 배우! 이리 좀 와 봐.
배우는 창가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부브노프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싸 찐 영감, 나도 젊었을 때는 꽤 날렸었지. 그때는 옷도 잘 입었고 , 동작도 우아했고, 연극도 했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좋아했지...굉장했었다구!
루 까 그런데 왜 이렇게 타락해 버렸나?
싸 찐 아이구, 영감. 궁금한 것도 많소. 그렇게 알고 싶은 것이 많으니....뭐하게요?
루 까 사람에 대한 일 들을 알고 싶어서 그러지. 자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말이야.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그만큼 통이 크고, 머리좋은 사람이...이렇게 변하다니...
싸 찐 콩밥 좀 먹었수다. 한 4년 7개월 썩었지. 그리고 막상 나와 보니 갈 곳이 없더군.
루 까 허, 참! 그런데 감옥엔 왜 들어갔나?
싸 찐 나쁜 놈에게 속았지...젊은 혈기로 울컥하는 바람에 사람을 죽이고 말았소. 사기노름도 감방에서 배웠수다.
루 까 죽였다구? 여자 때문이었나?
싸 찐 내 친 여동생 일로 그랬지. 이젠 그만 합시다. 그렇게 캐묻는 건 난 아주 질색이오. 여동생도 죽어 버렸고...벌써 9년이 됐군...내 여동생...참 좋은 여자였는데....
루 까 자네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구만. 세상에는 더 불행한 사람도 많은데... 아까 여기서 떠들던 그 열쇠수리 말일세.
싸 찐 끌료쉬 말이오?
루 까 그래, 할 일이 없다고 떠들어댔어. 도무지 암만 해도 없다고.
싸 찐 그러다가 금방 익숙해 져요.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되지. 날 봐요.
루 까 (낮은 목소리로) 저 친구, 오는군.
끌료쉬, 고개를 푹 숙인 채 느릿느릿 등장.
싸 찐 어이! 홀아비! 왜 머리는 그렇게 수그리고 다니나? 뭘 생각하고 싶어서 그래?
끌 료 쉬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어떡하면 좋을까 하고 말이야. 공구가 없어. 모두 다 장례비에 팔아 버리고 말았지.
싸 찐 내가 좋은 수를 하나 알려주지. 아무것도 하지마. 그리고 이 땅덩어리에 그냥 뭉개고 앉아서 있으면 돼. 쉽지?
끌 료 쉬 됐네, 이 사람아. 그저 난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서 그렇지.
싸 찐 그따위 알량한 자존심은 버려 버려! 자네가 만약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세상 놈들이 뭐 눈이나 꿈쩍할 줄 알아? 생각해 봐, 자네가 일하지 않고...그리고 백 명, 천 명...모두 일하지 않는다, 어때? 모두 일을 집어치우는 거야! 아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
끌 료 쉬 모두 굶어 죽겠지.
루 까 (싸찐에게) 이보게, 그런 얘긴 탈주자들에게 들려주게. 탈주자들은 자네 말을 잘 들을 거야.
싸 찐 하지만 그 사람들이 결코 바보는 아니요.
꼬스띌료프의 창문에서 ‘ 왜 그래요! 정말 왜 그래요!’ 하며 나따샤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루 까 (약간은 흥분) 아니, 이건... 나따샤의 비명소리 아냐? 이런...세상에...
다시 꼬스띌료프의 방에서 떠드는 소리,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 ‘이 화냥년, 여우같은 년’ 하고 소리치는 꼬스띌료프의 소리등이 들린다.
바실리사 가만있어 봐요! 내 이년을...!
나 따 샤 사, 사람살려! 사람살려!
싸 찐 (창문으로 가 소리치며) 이봐! 거 무슨 일이야!
루 까 (흥분해서) 이런! 빨리 뻬뻴을 불러야지. 뻬뻴! 이봐요, 사람들!
배 우 (뛰어가며) 내가 가서 불러 올께요.
부브노프 가끔 저렇게 두들겨 패고 있지...
싸 찐 영감, 갑시다. 가서 증인이 되야지.
루 까 (싸찐의 뒤를 따라 가며) 증인? 아, 아니, 빨리 뻬뻴이 와야지.
나 따 샤 언니, 언니! 아- 뻬-
부브노프 입을 틀어막았구나. 가서 보고 와야지.
꼬스띌료프의 방에서의 소음은 점차 작아지는데 방에서 밖으로 나간 것이다. ‘거기 서!’ 하는 꼬스띌료프의 외침소리, 이어 ‘쾅’하고 문닫는 소리. 그 소리로 모든 소음이 없어지고 조용해진다. 무대는 조용하다. 저녁의 어둠이 내린다.
끌 료 쉬 (이러한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썰매에 앉아 손을 세게 비비면서 뭣인가를 중얼거린다. 조금씩 그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어쩌란 말이야? 살아야 하잖아.(큰 소리로) 살려면 어떤 피난처가 있어야지! 그런데 없단 말이야. 아무것도 없어! 나 혼자야, 혼자. 완전히 혼자야....도와줄 사람도 없어. (천천히 고개를 수그리고 나간다.)
잠시 동안의 기분 나쁜 정적. 다음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혼잡한 소리. 점점 커 지면서 가까이 들린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분간이 간다.
바실리사 내 동생, 내가 때리는데 무슨 참견이야!
꼬스띌료프 무슨 네가 옳은 소리를 한다고 그래!
바실리사 에이, 전과자 새끼야!
싸 찐 어서 빨리 뻬뻴을 불러! 야! 좁! 한 대 갈겨!
경찰의 호각소리
따따르 人 (무대로 달려온다. 오른 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무슨 낮에 사람을 죽이라는 법이 있나?
애꾸눈 좁 (그 뒤에 메드베제프) 그래, 나도 한 대 갈겼다.
메드베제프 네가 임마, 싸울 권리가 있어!
따따르 人 아니 그럼 당신은 어떤 직무야?
메드베제프 (좁을 쫓아가며) 야, 임마! 어서 호각을 내 놔!
꼬스띌료프 (달려온다) 아브람! 저 놈들을 잡아! 잡아서 죽여버려!
골목에서 끄바스냐, 나스쨔 등장. 두 사람은 옷이 엉망인 나따샤를 양쪽에서 부축을 하고 있다. 그 뒤에 싸찐은 아직도 두 손을 쳐들고 동생을 바실리사를 말리느라 뒷걸음을 치며 나온다. 그녀 근처에 알료슈까가 호각소리, 소리를 치며 깡충 거리며 따라오고 그 뒤로 몇몇의 남녀가 뒤따라온다,.
싸 찐 (바실리사에게) 이거 봐, 어디로 가는 거야?
바실리사 저리 비켜! 이 전과자 놈아! 죽기 아니면 살기다!
끄바스냐 (나따샤를 옆으로 데리고 간다) 아이구, 제발 그만 해 둬! 이젠 그만해! 이런 난폭할 데가!
메드베제프 (다시 들어와 싸찐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이놈! 잡았다!
싸 찐 좁! 이 자식을 좀 패 버려! 뻬뻴! 뻬뻴!
모두들 붉은 벽돌담 옆 통로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운다. 나따샤는 오른쪽으로 옮겨져서 목재더미 위에 올라 앉혀진다.
뻬 뻴 (골목에서 달려나와 말없이 힘차게 모두를 밀어젖힌다) 나따샤는 어디 있어? 나따샤! 야, 이놈의 새끼야.
꼬스띌료프 (골목으로 숨으며) 아브람! 저 놈을 잡아! 이봐들! 저놈을 좀 잡아 줘! 야이! 도둑놈아! 강도새끼야!
뻬 뻴 뭐야! 이 늙은 잡새끼! (힘껏 꼬스띌료프를 잡아 때린다)
꼬스띌료프는 넘어져 상체만 무대에 내 놓고 있다. 뻬뻴은 나따샤가 있는 쪽으로 간다.
바실리사 여러분! 저 놈을 잡아 족쳐요! 저 도둑놈을 잡아요.
메드베제프 (싸찐에게 소리친다) 네가 무슨 놈의 참견이야? 집안 싸움에 네가 왜 끼어들어!
뻬 뻴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칼로 그랬어?
끄바스냐 이런 짐승 같으니라구! 글쎄, 다리에다가 끓는 물을 부었지 뭐야!
나 스 쨔 사모바르를 뒤집어썼어요.
따따르 人 그게 실수로 그랬는 지도 모르니까 확실히 조사를 해 본 다음에 말하라구.
나 따 샤 (거의 정신이 없다) 뻬뻴....날 좀, 데려가 줘...날 좀 숨겨 줘.
바실리사 어머나, 세상에! 여기 좀 봐요! 죽었어! 내 남편이 죽었어!
모두들 엎어져 있는 꼬스띌료프에게로 모여든다. 그 사이에 부브노프가 빠져나와 뻬뻴 쪽으로 간다.
부브노프 (작은 소리로) 뻬뻴, 저 늙다리가 그만 뻗어 버렸어.
뻬 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그의 얼굴만 쳐다본다) 벼, 병원엘 가야지. 나따샤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해. 마차를 불러, 도, 돈을 내가 낼께.
부브노프 이봐, 저 놈팽이가 죽었다구.
무대의 소란은 불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나직하게 말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정말이야?’, ‘저것 보라니까!’, ‘아니’, ‘가자, 어서 빨리!’, ‘이런, 빌어먹을!’, ‘큰일났군’, ‘경찰이 오기 전에 가자구, 빨리’ 군중이 점점 적어진다. 부브노프, 따따르 인, 나스쨔, 끄바스냐, 차례로 꼬스띌료프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바실리사 (바닥에서 일어나며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외친다.) 죽었어! 맞아 죽었어! 우리 영감이...저기 저놈이 죽였어! 도둑놈 뻬뻴이 죽였단 말야. 내가 똑똑히 봤어! 여러분, 내가 봤어요! 너! 그래도 경찰에 안 갈 거야!
뻬 뻴 (나따샤에게서 물러서며) 닥쳐, 이 년아! (시체를 본다. 바실리사에게) 자, 소원대로 이루어 졌지? (시체를 발로 찬다) 드디어 뒈졌군, 개 같은 놈. 어때 속 시원하지? 너도 죽여줄까? (바실리사에게 덤비려고 한다. 싸찐과 좁이 얼른 붙든다. 바실리사는 골목으로 숨는다)
싸 찐 이봐! 정신차려!
애꾸눈 좁 에에이! 어디로 날을 거야?
바실리사 (얼굴을 내밀고)어때, 뻬뻴! 버둥거려 봐야 이제 다 틀렸어! 이젠 감옥 행이야! 아브람 삼촌! 어서 호각을 불어요.
메드베제프 호각을 뺏겼어, 제길!
알료슈까 헹! 여기있지! (호각을 분다. 메드베제프, 뒤를 따른다)
싸 찐 (뻬뻴을 나따샤 쪽으로 데려가서) 뻬뻴! 겁날 거 없어! 싸우다 죽인 거야! 큰 죄가 아니라구!
바실리사 뻬뻴을 놓치면 안돼요, 범인이라구요, 살인자예요! 내가 똑똑히 봤어요!
싸 찐 나도 몇 대 갈겼으니까...그따위 자식! 죽이면 또 어때? 내가 증인이 되어 줄께, 알았지?
뻬 뻴 난 구태여 변명은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저 년은 내가 꼭 끌고 들어가겠어! 저년은 이게 소원이였거든! 남편을 죽여달라고 그랬단 말야. 날 꼬셨다구!
나 따 샤 (갑자기 소리친다) 아-! 이제 알았어! 뻬뻴이?! 여러분들! 둘은 공범이에요! 우리 언니하고 저 사람은 공범이에요! 둘이 짜고 이 짓을 한 거예요! 남편을 죽이자고 공모한 거예요. 내 말이 맞지, 뻬뻴? 그래서 아까 나한테 한 얘기도 일부러 언니가 들으라고! 여러분!! 저 두 사람은 서로 그렇고 그런 관계예요! 모두들 다 알고 있죠? 그래서 남편이 방해되니까, 죽이고...내가 또 방해되니까...이렇게 병신을 만들어 놓고!
뻬 뻴 나따샤! 왜 그래? 도대체 왜 그래?
싸 찐 이런 젠장,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바실리사 흥! 다 거짓말이야! 저말은 다 거짓말이야! 저놈이 혼자 죽인 거야!
나 따 샤 두 사람은 공범이에요! 지옥으로 가 버려! 둘 다!
싸 찐 자, 자, 게임이다! 뻬뻴,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다간 단박에 갈 수 있어!
애꾸눈 좁 이거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는 걸! 무슨 일이야?
뻬 뻴 나따샤! 너 제정신이니? 내가 저년과....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싸 찐 이런 옘병할! 나따샤! 정신차려!
바실리사 제 남편을 죽인 놈은 바스까 뻬뻴이라는 놈입니다. 도둑놈이죠. 저놈이 죽였어요. 경찰 나리! 제가 봤어요! 똑똑히 봤다구요!
나 따 샤 (거의 무의식적으로) 여러분! 제 언니하고 뻬뻴이 공모하고 죽였어요! 경찰 아저씨!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언니가 저 남자를 시켜서... 공모해서...자기 정부를 시켜서...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들이 죽였어요! 저들을 잡아가세요. 그리고 재판을 해서....그리고 저도 잡아 가 주세요...저도 감옥에 넣어 주세요! 제발! 저도 감옥에 넣어 주세요!
막
Действие Четвертое
1막과 같은 무대.
그러나 뻬뻴의 판자로 가렸던 방은 없어졌다. 끌료쉬가 앉아 있던 자리에도 작업대가 없다. 뻬뻴의 방이 있던 자리에는 따따르인 침상이 놓여 있는데 그는 누워서 몸을 뒤척이며 신음을 하고 있다. 끌료쉬는 탁자 뒤쪽에 앉아서 때때로 손풍금을 조율하며 수선하고 있다. 다른 탁자 끝 쪽에는 싸찐, 바론, 나스쨔가 앉아있다. 그 탁자에는 보드까 병, 맥주 3병, 커다란 흑빵 등이 놓여있다. 배우는 벽난로 위에서 역시 몸을 뒤척이며 기침을 하고 있다.
밤.
무대 위의 불이라고는 탁자 위의 램프 뿐. 바깥은 바람이 불고 있다.
끌 료 쉬 그래....그 영감...그 난리 통에 사라지고 말았지.
바 론 경찰을 부르니까...연기처럼 사라지다...
싸 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죄를 졌으니까 도망 간 거야.
나 스 쨔 좋은 할아버지였는데...당신들이야, 사람들 축에나 껴요? 찌꺼기들이지!
바 론 (술을 마신다) 귀부인의 건강을 위해!
싸 찐 정말 재미있는 영감이었어... 그래! 저거 봐, 나스쨔가 홀딱 반했으니까.
나 스 쨔 반하기만 했는 줄 알아요? 사랑도 했어요! 정말이에요!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이해했지요!
싸 찐 (웃으며) 그리고 마치 이빨없는 사람을 위해 부드러운 음식을 주듯 모든 사람을 대했지.
바 론 (웃으며) 아픈데 붙이는 반창고 역할도 했지.
끌 료 쉬 그 영감은 무언가 동정심도 있었고....너희들한테 없는 뭐 그런 것들 말야!
싸 찐 너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만약 내가 너를 동정한다면?
끌 료 쉬 동정은 그만두고라도 날 비웃지나 말어.
따따르 人 (침상에 앉아 자기 다친 손을 어린애 얼르듯 쓰다듬는다) 그 영감 좋은 영감이었어. 뭐랄까, 마음의 법도를 알았지. 누가 여기서 그럴 수 있나! 이건 훌륭한 거야! 마음의 법도를 잃으면 모든걸 잃는 거야.
바 론 어떤 법전에 나오는 얘긴가, 공작!
따따르 人 이런 것 말이야...뭔가 다른...알겠어? 그런 것...
바 론 자, 다음!
따따르 人 사람을 놀리지 마라, 이게 법이다!
싸 찐 그걸 가리켜서 징계령이라고 하지.
바 론 그리고 또 부칙이 있는데 시담 재판 처벌령이지.
따따르 人 코란에는 이렇게 써 있지. ‘코란은 법과 도덕일지어다, 영혼은 코란일지어다.’ ...맞다니까!
끌 료 쉬 (손풍금을 시험하며) 이런 젠장! 아직도 소리가 시원치 않네. 그런데 아싼 말이 옳아. 인간은 정말 법과 도덕을 지키며 살아야 해...성경대로...
싸 찐 누가 말려.
바 론 그렇게 한 번 살아 보슈.
따따르 人 마호메트는 코란을 주고 ‘자, 이것이 법이고 도덕이도다. 그 속에 써 있는 대로 행할지어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새로운 물결이 밀려 올 거야. 코란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시대가 말이야. 그리구 그때는 또 그 시대에 맞는 범과 도덕이 생길거야. 시대에 따라 알맞게 바뀌는 거지, 모든 건.
싸 찐 흠, 그럴 듯 해. 결국 그 시대가 와서 ‘징계령’ 이란게 생겼단 말이지. 정말 심한 법이야. 이건 쉽게 없어질 것 같지가 않아.
나 스 쨔 (컵으로 탁자를 친다) 도대체, 어째서! 난 이런데서! 당신같은 작자들과 살고 있어야 하지? 난 어디 먼데라도 가 버렸으면 좋겠어. 지구 끝까지 말야, 정처없이...
바 론 신발도 없이, 귀부인?
나 스 쨔 맨발이면 어때? 네 발로 기어서라도 갈거야!
바 론 그거 그림이다, 마담. 만약 네 발로 기어서 간다면.
나 스 쨔 암, 기어갈거야! 난 당신의 그 쌍판만 안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아. 아--! 난 이것저것 모두 다 싫어졌어. 인생도...사람도...
싸 찐 가려거든 저 배우놈도 제발 데려가라. 저 놈도 간다 간다 하고 있지 않니? 녀석이 말하길 이 지구상 끄트머리쯤에 망할 놈의 알콜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다지 않아.
배 우 (벽난로에서 머리를 내밀고) 내 유기체야, 이 바보야!
싸 찐 그래, 임마. 알콜중독에 걸린 네 유기체.
배 우 그렇다! 그는 떠난다! 그는 떠난다! 보다시피!
바 론 누가 떠나십니까? 벽난로 경(卿).
배 우 바로 나야!
바 론 Merci! 여신의 종이신...누구더라? 그 비극의 여신의 이름이....?
배 우 뮤즈야, 이 밥통아! 여신이 아니라 뮤즈야!
싸 찐 라헤시스, 헤라, 아프로디테, 아트로포스, 젠장 이게 다 뭐야! 다 그 영감탱이가 배우 놈을 버려 논 덕이야, 알겠어, 남작?
바 론 그 영감은 바보야.
배 우 앞길을 못 보는 자들이여! 야만인들이여! 가슴이 없는 것들이여! 너희는 그가 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베란제의 싯구처럼, 그렇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고야 말 것이다.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바 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벽난로 경?
배 우 그렇다! 정말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다. ‘이 구덩이, 이 몸이 묻힐 무덤, 죽는다, 병들고 시든 이 몸은.’ 너희들은 왜 사는가? 왜?
바 론 어이, 대왕! 아니면 천재! 방탕장이! 짖지마!
배 우 입 닥쳐! 난 짖는다!
나 스 쨔 (탁자에서 머리를 들고 손을 흔들며) 짖어주세요, 짖어요! 들을 테니까요!
바 론 무슨 뜻인가, 공작부인?
싸 찐 내버려둬라, 남작! 제기랄! 소리치도록 내버려 둬. 머리통이 깨지든 말든! 다 뜻이 있는거야. 인간을 방해하지 마라라고 그 영감탱이가...그래! 사실 그 늙어빠진 영감탱이가 우리들을 흔들어 논거야.
끌 료 쉬 모두를 현혹시켜 놓고 갈 길은 가르쳐 주지 않았어.
바 론 그 영감, 사기꾼이야.
나 스 쨔 거짓말! 네가 사기꾼이지!
바 론 아가리 닥치시지요, 부인.
끌 료 쉬 그 영감...진실을 싫어했어....정말로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반대했지. 그래 그게 필요 해! 여기 진실이라는 게 있어? 설사 진실이 없다고 못사는 건 아니거든. 저 아싼을 봐. 일하다가 손을 다쳐서....아마 잘라 버려야 할거야....이게 진실이야.
싸 찐 (주먹으로 탁자를 친다) 입 닥쳐! 너희들 모두 개야! 돼지야! 영감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마! (약간 조용히) 너! 남작! 네 놈이 제일 틀려먹었어. 너는 임마, 아무것도 이해를 못해. 그런데 밤낮 주둥아리로 거짓말만 나불거린단 말야. 영감은 사기꾼이 아니야. 진실이라는 게 뭐야? 인간! 바로 인간이 진실이야! 영감은 이걸 알았던 거야. 네놈들은 틀렸어! 벽돌장처럼 무딘 놈들.... 난 영감을 이해할 수 있어. 암! 하긴 영감은 거짓말을 했지. 하지만 그건 우리를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야, 젠장, 엿먹어라! 남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거짓말하는 사람, 이 세상에 많아. 난 알고 있어! 책에서 읽었다구! 아름다움, 영감, 호기심, 다 거짓말이야! 남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거짓말도 있고, 사람 마음에 위안을 주는 거짓말, 마음을 너그럽게 만드는 거짓말도 있어. 또, 노동자가 손을 다쳤을 때 그 아픔을 호소하는 거짓말도 있고, 배고파 죽어가는 자를 악당으로 만드는 거짓말도 있지, 하! 거짓말이라면 내가 환하지! 마음이 약한 놈들과 남의 생피를 빨아먹는 놈들에게는 거짓말이란 정말로 필요한 거야. 거짓말은 이런 놈들에게 용기를 주고, 편들어 주고, 따뜻하게 감싸주지. 하지만! 자기 스스로 자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나 남의 이마에 흐르는 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땀을 쓰는 사람은 거짓말이란 건 전혀 소용없는 거야. 그러니까, 거짓말이란 것은 노예 놈들과 권력있는 놈들의 절대 불가결한 종교야. 그리고 거짓이 아닌 진실은! 자유인의 신이야!
바 론 브라보! 대단히 멋진 말이야! 난 찬성이야! 꽤 배운 사람처럼 말을 하는군.
싸 찐 왜? 어째서 협잡꾼들이 가끔 헛소리를 하느냐 하면 배운 새끼들도 가끔 바른 소리를 하는가? 그래, 난 이제 웬만한 건 다 잊어 먹었지만 몇 가지 알고 있는 게 있지. 영감? 그는 현자야! 공자고, 맹자야! 마치 녹슨 동전에 녹약을 부은 듯 내 마음에 충동을 주었어. 자 ,그 영감의 건강을 위해 한 잔하자, 술 좀 부어.
나스짜가 맥주 한 잔을 따라 싸찐에게 준다.
(웃으며) 영감은 자기 식으로 사는 사람이야. 무엇을 보든 남의 것이 아닌 자기의 눈으로 보거든! 내가 언젠가 한 번 ‘영감님,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고 있을까요?’ 이렇게 물었지. (루까의 동작과 음성을 흉내내며) ‘사람 말이야? 그야, 이 사람아!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낳기 위해서 살고 있는 거지. 이를테면 여기 목수가 여러 명 있다고 하세. 모두 그렇고 그런 놈들이란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한 놈이 나왔는데 이 놈이 목수 중의 목수라서 어느 누구 하나 실력을 겨룰 수 조차 없는 명수였다 치자. 그래 그 목수가 이제는 그 기술을 나머지에게 가르쳐 주거든. 그러면 목공업이 단번에 20년은 진보하는 거 아니겠어? 비단 목공업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 자물쇠 장수든 구두수선이든 말이야! 또는 농부든 지주든!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이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게 아니지. 결국은 자기 보다 나은 사람을 위해서 살고 있는 거야! 몇 백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두고 모두 자기보다 너 나은 사람을 낳기 위해서 살고 있는거지!’
나스쨔는 물끄러미 싸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끌료쉬는 손풍금을 고치다 말고 멈추어 있다. 바론은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다. 배우는 벽난로에서 머리를 내밀고 조심스레 침대를 두드리고 내려오려고 한다. 싸찐은 계속 말을 잇는다.
영감은 또 ‘인간은 모두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낳기 위해 살고 있지!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든 존경을 해야 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지...또 어떤 일을 할 지...그건 우리들로선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틀림없이 우리들에게 복을 주고 어떤 이익을 줄 지 누가 알아? 그러니까 더 더우기 어린이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돼! 어린이들에겐 자유로운 세상이 필요하거든!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억눌러서는 안돼. 아이들을 존중하고 존경해야 해! (조용히 웃는다)
사이
바 론 (생각에 잠겨) 음- 그래! 너 나은 사람을 위해서라?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 일이 생각나는군. 에까쩨리나 여왕 때부터 내려오는 귀족의 가문...무관! 프랑스에서 귀화했지. 러시아 왕실을 받드는 동안 점점 지위는 높아졌고...니꼴라이 1세 때는 우리 할아버지인 구스따프 데빌은 제일 높은 지위를 받았지. 게다가 재산이 너무 많았지. 농노가 수백 명에....말들...요리사들....대단했었어...
나 스 쨔 거짓말! 그런 일 없어!
바 론 (벌떡 일어서서) 뭐? 다시 한 번 말해 봐!?
나 스 쨔 거짓말! 그런 일 없어!
바 론 (소리친다) 모스크바에 집이 있었고! 뻬쩨르부르그에도 있었어! 대 저택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사륜마차가 있었다구!
나 스 쨔 그런 일 없어!
바 론 닥쳐! 하인도 수십명이였어!
나 스 쨔 (도망 태세를 하고) 없었어. 있긴 뭐가 있었니!
싸 찐 그만 해, 나스쨔! 녀석을 그렇게 약올리지 마.
바 론 에이- 이 화냥년! 우리 할아버지는...
나 스 쨔 할아버지가 다 있었어? 웃기지 마! 아무것도 없었어!
싸찐은 껄껄 웃는다.
바 론 (화에 못이겨 주저 앉는다) 싸찐, 저 년한테 얘기 좀 해 줘. 아니, 자네조차 날 비웃는단 말이야? 자네도? (주먹으로 탁자를 치고) 정말이야! 제기랄!!
나 스 쨔 (이긴 듯 기뻐서) 아하! 터졌군! 아무리 얘기해도 자기 말을 믿어 주지 않을 때 기분이 어떤지 이제 알겠어?
끌 료 쉬 (탁자 앞으로 나오며) 또 한바탕 일어나겠군.
따따르 人 허허! 바보같은 인간들...지지리도 못났다.
바 론 나, 난 이렇게 조롱받을 사람이 아니야! 나한테 증거와 서류가 있어.
싸 찐 집어치워! 그따위 것! 할아버지의 사륜마차는 인제 잊어버리라구! 암만 지금 생각한들 그 마차에 탈 수 있어?
바 론 하지만 저년이 비웃고 있잖아!
나 스 쨔 어떻게 비웃고 있나 말해 봐!
싸 찐 그야 비웃었겠지. 나스쨔라고 너보다 못날 것 없잖아? 그야 저 아이는 사륜마차는 커녕 할아버지 아니, 아버지 얼굴도 못 봤을 거야....하지만 너보다 못난 건 없어.
바 론 (마음을 진정시키고) 빌어먹을! 넌 정말 냉정해! 하지만 난 천성이 그러질 못하다구!
싸 찐 그건 만들면 돼. 그게 어려워?
사이
나스쨔! 너 병원에 가니?
나 스 쨔 뭘 하러 병원엘 가요?
싸 찐 나따샤한테 말이야.
나 스 쨔 무슨 소리예요! 그 애는 벌써 옛날에 퇴원했어요. 그리고 없어 졌어요. 암만 찾아도 없대요.
싸 찐 결국...
끌 료 쉬 누가 감옥에 들어갈지 재미있지 않아? 뻬뻴이 주인 마누라 년을 잡아넣을 것이냐? 아니면 그 반대로?
나 스 쨔 그야, 주인마누라가 이기지! 그 여자는 불여우니까. 그래서 결국 뻬뻴이 뒤집어 쓴다 이거지.
싸 찐 싸우다 죽인 거니까, 유치장만 잠깐 있을거야.
나 스 쨔 아깝다. 아예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당신들 모두 징역살이 보냈으면 좋겠다! 구덩이에 쓰레기 버리듯 말야!
싸 찐 (놀라서) 너 지금 뭐라고 그런 거야! 미쳤니?
바 론 그따위 소리 한 번만 더 해봐! 한 대 후려 갈길테니.
나 스 쨔 갈겨 봐! 갈겨 봐!
바 론 좋아!
싸 찐 그만 해! ‘남을 학대하지 마라’ 라고 영감이 말했어. 이거 영감 생각이 머리에서 떨어지질 않네.... (웃는다) 남을 학대치 마라! 만일 단 한 번이라두 남의 학대를 받는다면 - 그리고 인생이 갑자기!....어떡하지? 부탁할까? 아니야, 아니야.
바 론 (나스쨔에게) 잘 알아둬! 날 너하고 같다고 생각하지마, 알았지? 나 너같은 년하고 다른 종자야.
나 스 쨔 흥, 넌 정말 불쌍하구나! 너 지금 누구 덕에 먹고 사니? 난 사과고 넌 벌레잖아!
모두 웃는다.
끌 료 쉬 에이...바보! 어이, 능금 아가씨!
바 론 화내지 마라...저런... 돌대가리 같은 년.
나 스 쨔 웃어? 모두 웃지 말아요!
배 우 (음울하게) 저들을 굴려 버려!
나 스 쨔 생각 같아선, 어휴! (술잔을 들어 바닥에 던져 깨뜨리며) 이렇게!
따따르 人 왜 그릇은 깨고 그래? 이런 정신병자!
바 론 (일어나서) 가만, 내가 이년 버릇을 고쳐 주지.
나 스 쨔 (도망가며) 엿 먹어라, 새꺄!
싸 찐 (그녀 뒤에다) 그만해 둬! 누굴 또 놀리는 거야? 왜 그래?
나 스 쨔 개새끼들아! 뒈져 버려라! 늑대 새끼들아!
배 우 (음울하게) 아멘.
따따르 人 쯧쯧쯧. 러시아 년들은 도대체가 틀려먹었어! 정말 손댈 수 없는 심통쟁이들에....따따르 여자들은 다르지. 적어도 예의범절, 도덕, 법을 알고있으니까.
끌 료 쉬 그저 때려야 돼.
바 론 썩을 년!
끌 료 쉬 (손풍금을 쳐보고) 자! 됐다! 근데 풍금주인이 안오네...또 술독에 있는 모양이군.
싸 찐 자, 이젠 술 한 잔 해!
끌 료 쉬 고맙지만, 이제 잘 시간이야.
싸 찐 좀 여기에 익숙해 졌나?
끌 료 쉬 (한 잔 마시고 구석의 자기 자리로 간다) 괜찮아...모두 사람 사는 곳인데...처음에는 보기도 싫었는데...점점 지내니까 모두 다 인간들이라는 걸 알겠어...괜찮아.
따따르 인, 침상에 무엇을 펴놓고 무릎꿇고 앉아 기도를 한다.
바 론 (싸찐에게) 저것 봐!
싸 찐 가만 둬! 녀석은 좋은 놈이야. 방해하지 말자구. (크게 웃는다) 난 오늘 정말... 착해...제기랄, 왜 그러지?
바 론 자넨 항상 술 한 잔 하면 착하지...똑똑해지구...
싸 찐 난 술을 마시면 말야, 모두 다 마음에 들거든, 암! 저 친구, 기도하고 있나? 멋진 일이야. 인간이 종교를 믿건 안 믿건...다 제 맘이지! 인간은 자유거든! 어디까지나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신앙이 있던 없던, 사랑을 하던 말던, 생각을 하던 말던,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야! 그럼 도대체 인간이란 뭐냐? 그건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저놈들도 아니야, 아냐! 그건, 너, 나, 저놈들, 영감, 나폴레옹, 모하메트...모두를 한데 모은거야! (허공에 사람의 형체를 그린다) 알겠어? 이렇게 위대한 거야! 모든 시작과 끝이 다 인간 속에 있어! 그리고 모두 다 인간을 위한 거야! 그리고 이 세상에는 오로지 인간이 있을 뿐이고 그 나머지는 인간의 손과 머리로 만든거야. 인! 간! 이건 굉장한 거야! 꽤 멋있게 들리지? 인-간! 존경해야 해! 불쌍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존경해야 해. 동정합네- 하고 모욕을 주어서는 안돼. 존경을 해야지! 어때, 남작! (일어난다) 인간을 위해서 한 잔 하자. 그런 내 자신이 인간이라는 걸 느꼈을 때의 마음이란 참 유쾌한 거야. 난 전과자다, 살인자다, 사기 도박꾼이다...그래 그렇다! 그래 내가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날 무슨 굉장한 협잡꾼이나 지나가는 것처럼 쳐다본단 말야. 피하고, 힐끔힐끔 쳐다보고, 등뒤에서 바라보고... 그리고 가끔 이렇게 말하지 ‘사기꾼, 협잡꾼, 일을 해, 임마!’ 일하라구? 뭘 위해서? 배불리 먹자구? (큰소리로 웃는다) 난 항상 배부르게 먹을려는 놈들이 제일 싫어. 아냐, 아냐! 그건 아냐! 안그래, 남작? 인간은! 이러-엏게 큰 거야! 인간은 이 불룩 나온 밥통보다 큰 거야.
바 론 (머리를 흔든다) 그래, 제법 그 판단이 나쁘지 않아. 그건 마음을 풀어 줄 수 있지. 하지만 난 그런 게 부족해, 할 수가 없어.(주위를 돌아보고 작은 소리로) 이봐, 난 가끔 무서워, 알겠어 겁난다구, 왜? 왜냐하면 앞으로를 생각하면 힘이 빠져.
싸 찐 (왔다갔다하며) 이런, 못난 놈!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랴!
바 론 글쎄, 들어보란 말야. 어렸을 때 부터 내 골통 속에는 무슨 안개가 끼어 있는 것 같았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그저 옷을 벗고, 입고 한 기억밖에 없어. 공부도 했지. 제복을 입고 귀족학교에 다녔지, 하지만 뭘 배웠는지 모르겠어....모르겠어....그리고 결혼을 했지. 연미복을 입었지...그리고 잠옷을 입었지...쓸모없는 여자였지...모를 일이야...그러고는 돈을 있는데로 몽땅 다 써 버렸지. 그리고는 지금 이 너절한 회색 헌 윗도리를 입고 누런 바지를 입었어. 그런데 난 왜 여태까지 이렇게 아무것도 몰랐지? 도무지 모를 일이야. 관청의 일도 봤지. 공금도 써 버렸어. 죄수복을 입었지. 그리곤 여기 왔단 말야. 무슨 꿈 같아.....우스운 얘기지?
싸 찐 별로 우습진 않은데 바보같군.
바 론 그래, 나도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무슨 목적이 있어서 태어났을 것 아냐? 그치?
싸 찐 (웃으며) 맞았어. 인간은 더 나은 사람을 낳기 위해서 태어나는 거야! (머리를 흔든다) 바로 이거야!
바 론 그런데 나스쨔 년이 어디 갔지? 어디로 도망간 거야, 이거? 찾아 봐야지...그 년은 아무래두...(나간다)
사이
바 론 이봐, 아싼!
사이
공작!
따따르인, 배우에게 고개를 돌린다.
나, 날 위해서 기도를 좀 해 주겠나?
따따르 人 뭐?
배 우 (조용히) 날 위해서 기도를 좀 해 주겠나?
따따르 人 (사이) 네가 해라.
배 우 (빠른 움직임으로 벽난로에서 내려와 탁자 위에 있는 보드까를 떨리는 손으로 한 잔 따라 마시고 문으로 퇴장) 난 간다!
싸 찐 야야! 이봐! 어디 가는 거야? (휘파람을 분다)
솜으로 누빈 여자용 쟈켓을 입은 메드베제프와 부브노프 등장. 둘 다 얼큰히 취해 있다. 부브노프의 손에는 풀빵 봉지, 다른 손에는 생선 포 몇 개. 겨드랑이에는 보드까 병, 윗도리 주머니에 또 한 병 들어 있다.
메드베제프 낙타는 당나귀의 일종이야, 단지 귀가 없을 뿐이지.
부브노프 집어치워! 네놈이 당나귀의 일종이지.
메드베제프 낙타는 귀가 없기 때문에 코로 듣는다구.
부브노프 (싸찐에게) 친구!! 내가 자네를 찾으려고 온 술집을 다 돌아다닌 거 알아? 술병 좀 받아라! 내 손이 없다.
싸 찐 아니, 그 풀빵을 탁자에 놓으면 되잖수?
부브노프 아, 참! 그렇군. 넌 참...이봐! 들었어? 이 녀석 참 똑똑하지?
메드베제프 원래 사기꾼들이 똑똑한 거야. 내가 잘 알지. 머리가 없으면 그 짓도 못하지. 좋은 사람들이 원래 바보고, 나쁜 놈들이 대가리가 비상하지. 근데 우리 낙타 얘기를 하고 있었잖아. 네가 틀렸어. 낙타는 타고 다니는 짐승이야. 뿔도 없고, 이빨도 없다구.
부브노프 아니, 근데 우리 패거리들이 다 어디있어? 여기 한 놈도 없니? 모두들 나와라! 내가 술 한 잔 산다! 저 구석에 누구냐?
싸 찐 아니, 돈을 다 써 버리기요? 놀랄 노자네!
부브노프 그래! 곧 다 써 버릴거다! 이까짓 돈, 있어서 뭐하나! 좁! 좁은 어디있나?
끌 료 쉬 (탁자로 가며) 없어요.
부브노프 우-우 르르르르르! 바르르르르르르! 자! 부어라! 마셔라! 코가 삐뚤어지도록! 내가 다 산다! 난 이러는게 좋아! 내가 부자라면 공짜 술집을 차려서! 밴드도 부르고 가수도 부르고, 그리고 언제든지 와서 마시고 떠들고 먹고 노래 듣고 영혼까지 깨끗이! 돈 없는 놈들아! 다 나한테 와라! 이 공짜 술집으로! 싸찐! 내가 ...자, 자, 잠깐.... 자! 내 재산의 반을 자네에게 주지! 이렇게!
싸 찐 기왕에 아주 다 주슈!
부브노프 전 재산을? 지금? 어따! 다 가져라! 1루블! 자, 여기 더 있다! 50까뻬이까..이게 다다!
싸 찐 좋아! 이걸로 됐어! 이걸로 잃은 돈 다 찾을 수 있어.
메드베제프 내가 증인이다. 네가 돈을 저놈에게 보관했다. 다 얼마야?
부브노프 뭐? 이놈아, 낙타야! 우리들한테는 증인이라는 게 필요 없어.
알료슈까 (맨발로 들어온다) 친구들! 난 발이 젖었어!
부브노프 이리 와서 목까지 적셔라! 착한 놈!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잘하고, 훌륭해! 하지만 너무 마시진 마! 그건 몸에 해로워, 알았지?
알료슈까 그건 아저씨 생각이고! 난 술을 마셔야 사람 구실을 하는 사람이야! 끌료쉬! 풍금 다 고쳤어? (풍금을 연주하며 노래한다.)
아, 만약 내 얼굴이 못났다면
날 저 선생님이 사랑하지 않을 거야.
아이구, 꽁꽁 얼어 버렸어.
메드베제프 흐음- 근데 하나 물어 보겠는데 어떤 선생님 말하는 거니?
부브노프 야, 임마! 집어치워라! 너 이제 경찰도 아닌 놈이 옛날 버릇 못 고치고! 넌 이제 경찰도 삼촌도 아냐!
알료슈까 그저 아줌마의 남편일 뿐이지!
부브노프 네 조카딸이 하나는 감옥에 있구, 하나는 죽어가구 있어.
메드베제프 (자존심 있게) 거짓말! 죽어 가고 있지 않아, 단지 행방불명일 뿐이야.
싸찐이 크게 웃는다.
부브노프 그게 그거지! 조카없는 사람은 삼촌이 아니지.
알료슈까 친애하는 나리!
노래한다.
선생님에게 돈이 많아요
난 한푼도 없죠
하지만 난 즐거워요.
하지만 난 좋아요.
아! 춥다!
좁이 들어온다. 그리고 연극이 끝날 때까지 몇 명의 남녀가 들락거린다. 이들은 침상에 눕기도 하고 옷을 벗기도 하고 신음도 한다.
애꾸눈 좁 부브노프! 어디로 샌 거야?
부브노프 자, 이리와 앉아! 노래 하나 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로!
따따르 人 지금은 밤이야! 잠을 잘 때라구! 노래하려면 낮에 해!
싸 찐 공작나리! 한 번만 봐줘! 이리와, 자네도!
따따르 人 한 번만 봐줘? 시끄럽단 말야!
부브노프 (따따르인에게 가서) 공작나리! 손은 어떤가? 수술은 했나?
따따르 人 수술? 좀 더 두고 봐야 한대. 아마 잘라 내지 않아도 될 모양이야. 손은 돌이나 쇠가 아니니까 뭐 잘라 낼려면 잠깐이지.
애꾸눈 좁 너두 재수 옴팡나게 없다. 손 하나를 잘라내면 넌 정말 죽을 거야. 우리 밑천이라는 게 뭐야? 이 몸뚱아리 아냐? 그런데 손이 하나 없어 봐. 그건 죽으라는 얘기야. 자, 이리 와서 보드까 한 잔 하자구. 그런가 생각하면 뭐해?
끄바스냐 (들어오며) 아! 내 사랑하는 식구들! 다들 모였군! 정말 날씨 춥다! 진눈깨비가 내려서 더한 것 같아.... 내꺼, 여기있어? 경찰서장!
메드베제프 여기있어.
끄바스냐 또또또! 내 윗도리를 입었군!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또 술 한 잔 했구만!
메드베제프 아니, 저, 부브노프의 생일이라서...게다가 날도 차구....진눈깨비도 내리고...
끄바스냐 날 똑바로 쳐다 봐! 진눈깨비? 그만두고 어서 가서 잠이나 자!
메드베제프 (부엌으로 간다) 그래, 그래, 잘께. 자고 싶어...벌써 늦었어.
싸 찐 왜 그렇게 못살게 구쇼?
끄바스냐 그래야 해! 살림은 장난이 아니거든! 남자는 그저 이렇게 꽉! 잡아야지! 그래도 저 사람은 군인정신 같은 것이 있어. 당신들처럼 말종은 아니라구! 그래서 믿고 살아 보려는 건데, 술을 마셔? 그건 안돼!
싸 찐 그럼 영감을 잘못 골랐어.
끄바스냐 천만에, 그래도 좋은 사람이야. 우선 당신 같으면 나하고 살겠어? 설사 산다고 하더라도 열흘도 못갈거다. 노름이나 해서 내 껍데기까지 다 벗겨 갈 걸!
싸 찐 (큰소리로 웃는다) 맞는 말이다. 내가 졌다.
끄바스냐 아! 알료슈까!
알료슈까 네, 저 여기 있어요.
끄바스냐 너 어떤 내 소문을 풍기고 다녔어?
알료슈까 제가요? 다 풍기고 다녔죠. 그저...여편네! 라고 했지. 고기하구, 기름하구, 뼈다귀하고 합해서 100킬로그램는 넘고 머릿 속은 텅 비었다고 그랬지요.
끄바스냐 이런! 내 머리가 텅 비었다구? 내 머릿속이 얼마나 꽉 찼는데! 그게 아니구! 내가 우리 영감을 두들겨 팬다구 소문을 냈냔 말이야?
알료슈까 난 아줌마가 아저씨 머릴 쥐어뜯기에 두들겨 패는 줄 알았지.
끄바스냐 이런 망할 자식! 왜 그런 말을 하고 다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니, 저 사람이 얼마나 동네에서 창피하겠어? 안 먹던 술을 먹는 게 다 그거 때문이야!
알료슈까 그러고 보니 암탉까지 술을 마신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군!
싸찐과 끌료쉬 크게 웃는다.
끄바스냐 에이, 썩을 놈아! 대체 넌 어디서 생겨난 놈이냐?
알료슈까 훌륭하게 생겨난 놈이지요. 잘났다고 소문도 자자하고! 마음먹은 대로 못하는 거 없구요!
부브노프 (따따르인의 침상에서) 자, 일어나라! 아무튼 오늘 내 모두 잠자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신나게 한바탕 놀아보자! 밤새도록! 어때, 좁?
애꾸눈 좁 내 한 곡조 뽑지!
알료슈까 그럼 난 한 곡조 뜯지!
싸 찐 그럼 우린 한 곡조 듣지!
따따르 人 (웃다가) 에라! 빌어먹을! 놀자, 놀아! 마시고, 놀자! 죽으면 죽는 거지!
부브노프 싸찐, 제한테 한 잔 따라! 좁! 앉아! 아이 참! 이봐들! 인간이 뭐 필요한 게 많아? 그저 마시고 즐거우면 되는 거지! 좁! 뽑아 봐! 좋아하는 걸루! 노래하구 실컷 울어보자!
애꾸눈 좁 (노래한다)
해가 뜨나 해가 지나
부브노프 (받아서)
감옥 속은 어둡네!
이때, 현관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바 론 (문턱에 서서 외친다) 이봐, 모두들! 이쪽으로 와 봐! 빨리 와 봐! 마당에서....마당에서...배우가....목을 매달았어!
모두 침묵. 전부 바론을 쳐다본다. 나스쨔가 천천히 나타난다. 눈을 크게 뜬 채, 탁자 쪽으로 간다.
싸 찐 (작은 소리로) 젠장.......한참 좋은데...........
막.
元 1902
譯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