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고향 친구들과 가 본 지리산 지금까지 구간 산행만 하였을 뿐 종주는 꿈도 못 꿔 마음속에만 품어 오던 차
젊은 산꾼들의 종주 소식을 듣고 부탁 해 합류하기로 했다
5월 30일 목요일 밤 11시 수원역 집결 8명이 차량 2대로 4시간을 달려 31일 새벽 3시 성삼재 도착 곧바로 산행길에 오른다
얼마나 기다려 온 종주길이던가
등산로 입구에 걸려있는 산행 지도를 보는둥 마는둥 어두운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앞사람 등산화 뒷꿈치만 보며 오르기를 1시간 어둠속에 노고단 대피소라는 불빛이 보인다
대피소에서 물 한모금과 간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다시 산행길에 오른다
승용차로 이동해 한숨도 못잤고 아침식사도 부실해 오늘 갈길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비가와도 눈이와도 가야만 할 길인걸
산속이어서 그런지 한시간 더 걸어 5시가 되어서야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점점 밝아오는 여명의 아침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온통 산의 형체 뿐이다
드디어 반야봉까지 3.4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아침 6시 50분 드디어 반야봉 도착이다 성삼재 출발 3시간 50분이 소요됐다
올라 오면서 일출을 보기위해 기대를 했건만 구름이 많아 포기 했었는데 이렇게 햇살도 보인다
요기 아래 구름속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가 가야 할 천왕봉이다
가늠이 안될만큼 까마득 하다
반야봉에서 내려와 조금 걷다보니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계 삼도봉이 나온다
삼도봉을 지나 가뿐숨을 몰아쉬며 걷다보니 연하천대피소 이정표가 우리를 반긴다
낮이 가까워 지니 얼마나 덥던지 빨리 쉬고싶다
연하천 대피소다
새벽3시에 출발해 8시간을 걷고나니 허기도 지고 기운도 소진됐다
라면에 햇반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잠시 숨을 고른뒤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또 행군이다
오후1시 벽소령대피소 도착 잠시 쉬고 물도 보충해 다시 세석대피소를 향한다
여기서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 거리다
날씨는 덥고 길은 가파르고 ...
더운 날씨에 짐은 무겁고 갈길은 멀고 이를 악물고 가다보니 영신봉 이정표에 세석대피소까지 0.6km 남았단다
얼마나 반갑던지 ...
남은 힘을다 해 다시 걷다보니 오늘 종착지 세석대피소다
성삼재에서 24km를 걸어 온 것이다
무겁게 짊어지고 온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 곁들여 꿀맛같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내일 아침 3시에 기상해 장터목 대피소까지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단다 장터목대피소에 묵고 있는 사람이 많아 아침먹을 자리를 확보해야 되기 때문이란다
자다가 시끄러운 소음에 눈을 뜨니 잠꼬대 소리 코고는 소리다
넓지않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다시 잠들 수 없을것 같아 시계를 보니
6월 1일 새벽 1시다
조심스럽게 2층 침상 사다리를 내려와 약수터로 향한다
영상5도의 기온이지만 산속이고 바람까지 부니 한겨울 날씨만큼 춥다
세수하기 위해 손이 물에 닿는 순간 정신이 바짝든다 얼마나 차갑던지..
씻는둥 마는둥 약수터를 벗어나 다시 숙소로 돌아와 준비해 간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짐을 꾸려 나온다
기다렸다가 일행과 합류해 또 행군 시작이다
어둠속을 앞사람만 따라 내리막 오르막 길을 걷다보니 장터목대피소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한사람이 자리를 지키게 하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천왕봉이 가까워 질수록 구름이 앞을 가린다
드디어 천왕봉 정상이다
얼마나 오고 싶었던 천왕봉이고 보고싶었던 정상석이던가
하지만 구름에 가려 주위는 보이지 않고 무엇보다 무섭게 불어대는 물기 머금은 바람이 추위를 몰고온다
춥기도 하거니와 손까지 시려워 인증사진만 겨우 담아 오래 머물지 못하고 하산한다
장터목에 도착하여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백무동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하산길에 기념촬영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까지의 하산길은 5.8km다
이틀간 걸어온 길은 첫날 24km 둘째날 14km 도합38km 걸음수 83,000보
이렇게 1박 2일간의 지리산 종주 대장정을 마감한다
다음에 다시 이 길을 걷게 된다면 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해 이번처럼 힘들게 가지 않을것 같다
아쉬움도 만지만 보람도 많았던 이번 산행이었다.
P.S - 사진 우측 하단에 날자와 시간이 없는 것은 동행한 일행이 보내준 것이니 참고 바랍니다.
첫댓글 능선종주5번했는데...지금보니 새롭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철 따라 몇 번 가봤지만
종주는 두 번째 였는데 처음인 듯
설레이고 새롭더라구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정기홍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