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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오전 8시.
한국에서는 작열하는 열대야속에 헉헉거리며 새벽에 잠들고 점심 먹을때 즈음에 일어나곤 했는데, 이 곳에선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8시면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로 일어난다. 어제 밤에는 실수로!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잠들었는데... 한국의 모기와도 비슷한 조그만 벌레 쉐이들이 얼굴을 차분히 쓰다듬어 주는 통에 새벽에도 한 두번은 깨어났던 것 같기도 하다. -_- 이 곳의 날아다니는 벌레에 대해서 느끼는 점은..... 아.... 이 쉐키들. 얼굴을 좋아한다. -_-;;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는 눈 앞에서 360도 회전을 하며 입으로 돌진하질 않나... 밤에 잘 때는 친절하게 코에 앉아서 나를 차분히 내려다 본다. 하아.... 에프킬라가 절실히 필요한... 아침의 시작이다. ㅠ
여느때처럼 또다시 구직 광고를 하러 나간다. 어제 인터뷰한 서브웨이 가게에서 확실히 일한다는 ( 여기 매니저들... 전화한다면 꼭 하나요? -_- ) 보장이 없기에 없던 일로 생각하고 출동했다. 오늘의 목표는 주택가 공략!! 지난 며칠간 다운타운, 17번 ave, 켄싱턴 거리 등을 모두 돌아 보았기에 안가본 곳으로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옯겼다. 터덜터덜... 쳇. 간밤에 물린 곳이 자꾸 간지럽다. 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네일 아트를 해주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네일 아트하면.... 불과 며칠 전의 안 좋은, 아니 조금 쪽팔린 기억이..... -_- 켄싱턴 거리를 걷다보면 다운타운과는 다른 모양의 가게 ( 건물들이 거의 하우스처럼 생겼고 빌딩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레스토랑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많지 않았고 독특한 가게들.... 타투 가게나 네일 아트나 의류샵 이런 것들.... 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켄싱턴 지나가다 발견한 교회. 특이하게 생겼길래 한 컷. -_-
켄싱턴을 돌아다닌 날은 캘거리에 있던 날 중에 가장 더웠던 날. 이 날은 더위에 지쳤는지 어서 빨리 job을 구해야겠다는 투철한 의식에 불타올랐는지 레쥬메를 들고 당당히......... 네일 아트샵으로 들어갔다.
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네일 아트.
아........ 내가 미쳤지. -_- 당시에는 " 우리는 지금 사람 뽑을 계획이 없어! " 라고 가는 가게마다 나에게 친절하게(!) 말해 주었기에..... 순간 오기가 발동했었다. 외국인이라서 안뽑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고. -_- 하지만..... 흥이다. 니가 안 뽑으면 내가 찾아가 주마. -_- 어차피 손톱을 다듬어 주는 것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쳇. 꿀릴 것 없다. 출동........
.........환하게 웃는 네일 아트 직원들. 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물음표가 떠 있었다. 응? 응? 캬캬캬캬......... 미쳐 버리겠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어쨌거나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그냥 나가면 우스우니 할 말은 해야겠다.
" 일자리 구하구 있는데, 빈자리 있어? "
" 응, 구하고 있어. 근데 너 자격 있어? " <- 밖에 내어놓은 하이어링 광고를 보고 들어갔었다.
" 아니, 근데 나 일 잘해. 니가 요구한 건 뭐든지 잘할 자신 있어. "
" 사실 우리는 ㅏ넝라저ㅕㄷ라너우 " <- 퀄리티가 필요한 어쩌구.... 했던 것 같다. 얘기중 내 오른 손에 고이 쥐어진 게이폰을 보았다. 얼굴에 또 조그마한 웃음이 번진다. -_-
" 응, 알았어. 나중에 보자 "
................ 또 실패. 이 당시에는... 우울한 기분을 날려줄 무언가가 필요했었을지도 모른다. 게이라고 오해받을 것까지 감수하면서도 들어갔던 이유는...... 날 받아주지 않는 이 곳이 조금은 서러웠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날씨는 더운데 hiring 하는 곳은 없고..... 결국 가져간 레쥬메는 건네주지 못한채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며 샵을 나왔다. 휴우...
다운타운을 나와 지나가다 발견한 아리랑 마트. ㅋㅋ
오늘의 목표는 주택가 스타벅스. 다운타운에 있는 스타벅스는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들이 하나씩은 꼭 있었던 것 같았고 ( 각 매장 파트너 중 외국인의 수를 일정하게 제한한다는 내용의 글을 어디선가 보았기에 ) 뒤늦게 캘거리로 들어온 이상, 들어갈 곳은 다운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 잠을 헌납해가며 작성한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폼을 들고 인터넷에서 찾은 스타벅스 위치를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하지만 매니저 만나기 모조리 실패. 흥.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 있다면, 레쥬메를 하나도 안 건네 주었다. -_- 매니저를 직접 보아야 job 획득 레벨이 99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며칠간의 삽질로 체득하고 있기에 가게마다 매니저가 나오는 시간을 물어보고 하루를 종료했다. 하아... 오늘은 알맹이는 없고 다리만 아픈 날이다. ㅠ
8월 24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찾아간 스타벅스에서 급 인터뷰를 보았다. -_-
매니저가 오늘 아침에 출근한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있었기에 도전했고, 레쥬메와 어플리케이션 폼을 건네주고 가게를 나와 조금 걷는 순간, 바로 전화가 울린다. 내 폼과 레쥬메는 직원이 받았었는데 바로 전달해 준 것 같았다. 기특한 녀석....캬캬캬. 머리 휘날리며 뛰어갔다. -_-
긴장과 스마일로 무장한 20분....... 한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사실 캐네디언과 이렇게 오래 영어로 무언가를 떠들어보긴 처음이다. 깻잎까페를 통해 준비한 스타벅스 인터뷰 내용과 조잡한 내 영어 실력으로 영작한 문장을 바탕으로....... 주억거렸다. ㅠ 어제 밤에 인터뷰 연습한다고 허공에 대고 갖은 표정을 지어가면서 외워간 문장들..... ( 룸메는 옆에서 소리없이 웃어주었다. 이 쉐키...... )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들 이었는데, 몇 개 안 나왔다. -_-;; 아...... 젠장, 또 삽질했구나...... 역시 정답은 안되면.... 썩소다. 캬캬캬캬캬캬. -_-
인터뷰 내용은 ' 너 어디에서 왔고, 여기서 왜 일하려고 하니 ' 라는 기본적인 질문보다는...
' 네가 지금도 기억하는 직장에서의 경험이 뭐야? '
'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은 어때? '
' 손님이 화났어. 어떻게 할거야? '
'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해서 애기해봐 '
' 네 영어 실력이 부족한데 동료들과의 의사소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거야? '
등의 내용이 많았다. 한 8 ~ 10 개 정도는 물어본 것 같았는데 말 하다 꼬이면.... 썩소와 울트라맨 레이저빔으로 무장하고, 가르쳐주면 일 진짜 잘하고 항상 열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진짜로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고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정말 놓쳐 버리기 싫었다........
한 턴의 몰아치기 질문과 어버버버 답변의 오간 후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 얼굴 근육에 마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_- ) 곧 매니저는 일할 수 있는 시간과 wage ( 9$/1hr ), 드레스 코드에 대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냐고 말한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당연히 open이고, wage는 백수 처지에 토 달 것 전혀 없음. 드레스코드는 없으면 사면 된다는 생각에 ok. +....썩소. ㅋㅋ
뭐 결론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끝냈다. 이 곳 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악수하는 걸 왜이리 좋아하는지.....-_- 오늘 오후나 내일 다시 전화를 준다는 매니저의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하아... 느낌으로 봐서는 좋게 끝난것 같은데, 기억하기로 스타벅스는 1차, 2차로 인터뷰를 본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난 2차 인터뷰에 대해 한 마디도 못 들었으니 탈락인가 보다. ㅠ 그래도 혹시 모를 전화를 기다리며...... 집에서 휴식. 이 날은 하루 내내 전화를 기다렸는데 결국 안왔다. -_-
전화를 한다고 했으면.... 하란 말이다. -_-
8월 26일 오전 8시 30분.
전화 준다던 스타벅스 매니저는 어제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 쉐키...... -_- 어제 하루 종일 내 게이폰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음에도.... 묵묵부답. ㅎㅎ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다시 들이대는 거다. 쳇,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전화기를 들고 알려준 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 ㅏ너우한어ㅜㅠ리ㅏㅓㅜ " <- 스타벅스 가게라고 말하는 듯 하다.
" 안녕, 내 이름은 leo야. 나 이틀 전에 거기 갔었는데 매니저랑 짧은 인터뷰도 했어. 거기 매니저 있으면 통화할 수 있어? "
" 응, 나ㅓㅇ란저우라ㅓ누아루 " <- 젊은 여성 직원인데 말 참........오라지게 빠르다. -_- 바꿔준다는 뜻 인거 같았음.
" 안녕, 내가 매니저 negan 이야 "
" 응, 나 leo야. 나 기억해? "
" 오, 기억하지. 어제 나 쉬는 날이어서 전화 못했어. 미안, 오늘 오전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
" 아, 괜찮아. 근데 나 인터뷰 결과는 어땠어? 나 일할 수 있어? "
" sure, 내일 오전 7시까지 드레스코드 맞춰입고 가게로 와. 나ㅓㅇ라너로아ㅓ놩러ㅘ너롱나어ㅗ라 "
" 진짜? 고마워 ㅠ 고마워 ㅜ "
음.............................음......................캬캬캬캬캬캬. 여기 온지 2주만에 썩소를 던져버리고 간만에 미친듯이 웃었다. 아.... 드디어 나도 백수 탈출 ㅠ 자고 있는 룸메 깨워서 껴안고 뒹굴고 ( 남자다. -_- ) 레슬링하다가 정신 없이 시간 지났다. 후아...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더이상 모르는 곳에 가서 " 나 써 주세요. " 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알바를 시작할 때 이렇게 기쁘지 않았는데, 일자리를 구한게 너무 기쁘다. ㅠ
...... 시간 좀 지나고도 히죽히죽 웃다가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이 났다. -_- 당장 내일부터 나가야 할 텐데.. 흰 상의와 검정 바지는 있지만 검정 신발 ( 올 블랙. 하얀 선이 조금만 들어가 있어도 안된다고... -_- ) 이 없다. 이런.... 돈 나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ㅠ큭.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쳇. 제일 싼 듣보잡 브랜드로 사기로 결정하고...
쉬눅센터로 출동.
Chinook centre. 기대하고 갔는데 한국 백화점 보다는 훨씬 작았다. -_-
사실 쉬눅센터에서는 이게 제일 신기했다. -_- 인형을 세탁해주는 기계였나?
이 곳에서 한 2-3시간 정도는 돌아다녔는데 올블랙 신발은 몇 개 발견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뻐보이는건 가격이 80 - 120 불을 달리고 있었다. 아 이런 ㅏ넝라ㅓ누아ㅓㅜ.......... 절망적이다. ㅠ 일도 시작 안했는데 거지되게 생겼다. 페이를 받으려면 한참이나 일해야 할텐데 듣보잡 신발에 거금을 투자해야 하다니.... 내 운동화에 매직을 칠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나....... 미친짓 같아서 포기. -_-
어쩔 수 없이 사기로 결정하고 제일 싼 40불짜리 올블랙 골프화를 집어 들었다. 아 근데 이거....... 여성용이다. -_- 발이 작은 편은 아니라서 이 사이즈는 절대 내가 들어갈 발 사이즈가 아니다. 흑ㅠ 점원에게 여성용으로 가장 큰 사이즈 달라고 그럴라다가.... ( 이쉐키..... 여성용 운동화를 만지작 거리는 날 이상하게 보고 있다. ) 결국 포기. 다시 sportcheck을 계속 돌아나닌 끝에 검정 컨버스를 사는 걸로 이 날 쇼핑을 마무리 지었다. -_-
............지난 며칠간의 일들. 정말 정신없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거듭된 실패로 인해 좌절하기도 했고, 조그만 대화에도 웃었던 시간들. 뭐 어찌 됐건 며칠간의 실패 후에 지금은 job을 구했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이 곳에서도 웃음과 열정이라는 감정은.... 어차피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같다. 많이 힘들어하고 지쳐도.... 오기로라도 부딪치면 무엇이든 결과는 있다. 이 곳 캘거리에 와서 처음 느껴보는 뿌듯한 감정..... 이미 정착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깻잎에게는 우스운 이야기겠지만, 이 조그마한 일을 나는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다. 첫 job, 첫 성공. 후우....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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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은 한인타운 어디에도 있네요, L.A , 뉴욕, 라스베가스, 워싱턴, 달라스, 샌프란, 런던, 시드니에서도 봤는데 ㅋㅋㅋㅋ
대박이네요 대장금 ㅋㅋ 오늘은 가서 튀김우동 한박스 사왔어요 -_- 한 박스에 24불! ㅋㅋ 너무 맛있네요 ㅠ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습니다!! 와우~ 스벅인이 되셨다니 축하축하축하!! 퐈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