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올레길 餘音2]
아! 봄 마중 나온 순후함이여.
-물길 따라 걷는 구로올레길의 낭만
구로 교차로를 지나 화려한 디지털로를 뒤로 하니 바로 가리봉동이다. 확연히 대비 되는 거리다. 이 또한 정겹다.
정감 있는 구로시장을 한 바퀴 돌자 제법 큰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난다. 알록달록 화려한 패션 거리와 풍성한 먹거리의 노점상이 재래시장의 정감을 살려준다.
정감 있는 구로시장의 먹거리
아쉽게도 시장 한 구석에 걸터앉아 한입 가득 먹는 떡볶이의 로망을 놓치고 말았다. 사람들 오가는 낯선 거리에서 사람 냄새 풍기며 거칠고 질박한 오후의 한때를 누리고 싶었다.
고대구로병원과 구로구청을 거쳐 가미산 지하보도를 지나면 드디어 안양천에 들어선다. 제방길의 부드러운 흙길이 길손을 맞는다.
구석구석 기지개 켜는 연둣빛의 아우성으로 소란하다. 생태체험 교육장으로 쓰이는 일부 구간은 제초작업을 하지 않은 민낯 그대로의 안양천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안양천길은 친근하다. 서울둘레길 코스와 함께 하는 덕이다. ‘길의 匠人’ 수명산님은 “친정 같다”고 길에 대한 편안함을 고백한다. 끝 모르게 길게 늘어서 있는 나무들의 봄 코러스가 귓전을 때린다.
서둘러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지난 봄, 벚꽃 만개한 이 고운 흙길에는 황매화꽃, 이팝나무꽃, 산수화, 박태기 꽃들이 찬란했다. 꽃들도 ‘그 때’를 기억한다.
아! 봄 마중 나온 순후함이여.
봄 길은 재촉하지 않는다. 차마 서두를 수가 없다. 산기슭의 풀밭과 담장 아래에 자라고 있는 풀과 들꽃 때문이다. 한 눈 파느라 일행을 놓치기 일쑤다. 안양천 제방길 우회로에서는 아예 주저앉아 작고 앙증맞은 보랏빛 꽃무리와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앙증맞고 예쁜 봄 친구다. 개불알꽃. 이름이 좀 그래서 그런 지, 봄까치꽃으로도 불린다. 길가 빈터 양지바른 천변에서 보랏빛 꽃무리가 群舞를 추듯 때 이른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봄을 마중 나온 그 순후함이여.
올망졸망 4개의 꽃잎은 우리네 약지손톱 보다도 작았다. 보랏빛 색은 햇빛에 반사돼 더욱 선명했다. 워낙 작아 핸드폰 카메라로 그 자태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현 듯 접사 장비가 탐났다.
광복교~사성교 도로확장 공사로 인한 중장비의 소음에도 끄떡없는 봄꽃의 위세가 사랑스럽다.
내 좋아하는 길동무는 저 앞으로 멀어진다. 빠른 걸음으로 냅다 직진만 하던 길동무의 수상한 짓이 의아한 지 자꾸 뒤를 돌아본다. 한참을 수다 떨다 간신히 대열을 찾은 내 얼굴이 고운 보랏빛으로 물들어 버린 것을 눈치 채셨을 까.
그래서 봄 길은 曲線이다. 함께 걷다 때론 무리에서 벗어나는 일탈도 괜찮다. 그럼 괜찮다마다. 봄 길이 허락하겠다는데….
국내 최초의 돔 구장, 고척돔 야구장
안양천을 따라 걷다보면 맞은편에 고척 돔 야구장의 위용이 어마어마하다. 구로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돔 야구장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 아마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기획, 건립되었는데, 당시 언론에 보도된 엄청난 공사비 규모에 놀란 적이 있다.
고척돔 외부 전경과는 달리 돔 주위 여분의 대지공간이 없어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아쉬움일까. 고척돔 안으로 들어서면서 야구공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야구의 발전사를 담아 놓은 듯 했다.
도심형 2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계남근린공원. 구레올레길을 마감하는 종착지에서 봄을 맞는 공원의 산새들은 흥겹게 노래하고 있었다.
온통 봄소식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소식처럼, 흥겨운 산새의 노래 가락처럼 온 국민의 가슴에도 진정한 봄이 오기를 열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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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섬 세한 심미안 으로 봄 전령사 느낌 표현 ~~~ 미천 이부족한 내정서에 한없이부러워집니다. 국민의가슴에도 진정힌 봄소식은 꼭 오리라~~
새롭게 명소로 등장한 고척 스카이돔 언제가는 좋아하는 프로야구 경기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고향같은 안양천길의 봄길 넘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