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년중 5월을 가장 좋아한다.
겨울을 지나온 꽃들이 피어나고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고교시절부터 나는
5월이 오면 괜스리 마음 울렁거렸고 가슴에선 줄장미가 향기를 뿜으며 화려하게 엉켜 피어올랐다.
거리가 불안하다고 느낀 그 시절,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아닌 군인들이 총검을 들고 지켜선 대학가를
영문도 모르고 지나치던 날로부터 나의 의식이 자라난후 지금까지
5월의 붉은 장미는 더욱 짙은 핏빛의 가시로 내 가슴을 내리친다.
그곳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은 폭동 보도에 바빴다는 무심한 기억과
시름도 없이 TV 뉴스를 바라보았다는 아픈 기억들로 우리는 아직 겨워하고 있다.
세월이 험하게 흐르고 한때 전라도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지만
광주사건에 대한 책임자도 없고 사과도 없고 용서를 구하는 자도 없는데
누구를 용서하고 누구와 화해를 하자는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10대 20대는 이념을 싫어하고 지겨워하고 30,40대 이상은 이제와서 식상한 이야기를 다시하냐고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대구에 살고 있음이 부끄럽고 속 터지고 죄송했다.
지역정신에 투철한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이.....
이 영화는 비장하기보다 오히려
정치성과 사건으로 부터 비껴나, 지극히 천진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랑을 지키려는 청춘의 아릿함과 형제애와 코믹한 웃음을 선사하는 이웃의 따스한 사람들이
무모하게 국가폭력에 희생되면서부터 그것들을 지키려 일어설수 밖에 없던 상황과
군부세력들에게 폭도로 몰려 집단살상 당하는 억울하고 통탄할 역사적 사실의 줄거리를 잘 풀어냈다.
아직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은채 27년이 흘렀고
경남 합천에는 일해공원까지 들어섰는데
피해자들은 그나마 민주화보상이란 제도에 만족하며 말을 아끼며 숨죽여 살고 있다.
이 슬픔과 비통들이 전염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듯...이 시대는 그 배려에 무심한건 아닌지.
'전사모'에서는 '화려한 휴가'안보기 운동을 부추기고, 미완의 항쟁이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음에
현존하는 당시의 권력들과 측근은 박수를 치고 있겠지만
예술이라는 것은...작가정신이라는 것은...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비폭력적 힘을 일으켜 세움을 보여준다.
'화려한 휴가'작전명을 내린 폭력 정권과 일당은 꼭 심판대에 서야한다.
그래야 희망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경상도에 살고 있음이 부끄럽고 비통과 분노로 거의 통곡을 하며 본 영화이다.
마지막 장면의 장엄한 장송곡과도 같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리며
총탄에 죽어간 사람들이 부대껴 웃으며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은 심금을 짓눌렀다.
정말정말, 다른 흥밋거리로 무장한 영화에게 이 영화가 밀려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역사에 대해 반성하며 진실이 바로서기를 바란다.
전두환 일가와 합천군의 고위 공무원들은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