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달콤한 여행은 없다.
사랑 싣고 달리는 스위스 '초콜릿'열차
스위스의 두가지 자랑거리인 치즈와 초콜릿을 찾아갔다. 클래식한 기차 안에는 달콤한 초콜릿 냄새가 배어 있다.
팀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처럼 환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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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에는 초콜릿이 폭포가 되어 흐르고, 초콜릿 강가에는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라며, 덤불 속에선 마시멜로 체리크림이 익어간다. 팀버튼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본 윙카의 초콜릿 공장은 그랬다.
몽트뢰역에 가면 그 초콜릿 공장으로 가는 열차가 있다고 했다. 이름까지도 달콤하게 '초콜릿 열차'
열차는 1915년식 "벨 에포크"라는 이름의 풀만식(침대 설비가 있는 큭별한 차량으로 상표)이다. 산뜻한 레몬과 짙은 블루 컬러가 어우러진 증기기관차는 금방이라도 기차 안에서 챙 큰 반질한 카우보이모자를 쓴 개척자들과 엉덩이를 크게 부풀린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우르르 내릴 것만 같은 클래식한 모양새였다. 겉모양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퍽 고전적이었다. 반드르르하게 니스 칠한 나무와 부드러운 벨벳으로 감싼 폭신한 소파형 좌석과 산업혁명 당시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쓰였던 기차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들이 눈의 띄었다. 천장에는 소박한 모양의 샹들리에가, 바닥에는 초록빛 카펫이 깔려 있어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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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35분.. 재복을 입은 역무원이 깃발을 들어 기차의 출발을 알리자 초콜릿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의 초콜릿 열차는 그날따라 만원이었다. 이칼리아에서 수학여행을 온 10대 중반의 수십명 아이들은 그맘때의 여느 아이들처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왔다는 아줌마 네명은 친목 도모 여행 중이었고, 홀로 기차에 오른 중국인 청년 창과 배낭여행 중이라는 영국 출신의 마이클은 금새 친구가 돼 연신 유쾌하게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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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몽퇴르에 펼쳐진 멋진 포도밭을 지나고 햇빛에 반짝이는 레만호수를 지났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동안, 기차 안 사람들은 그림처럼 펼쳐지는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에 넋을 잃었다. 차장이 나눠준 팸플릿에는 초콜릿 열차가 지나게 될 그뤼에르 치즈마을과 브록의 네슬레-카이에 초콜릿 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향 좋은 커피와 잘 구워진 크루아상을 우물거리며 서서히 여행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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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에서 튀어나온 치즈마을, 그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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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45분. 기차가 그뤼에르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초콜릿 공장에 가기 전 먼저 치즈를 맛본다는 것이다. 그뤼에르는 프리부르주에 속하는 작은 낙농 마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그뤼에를 치즈는 에멘탈, 아펜젤과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3대 치즈이며, 이곳 치즈로 만든 퐁듀는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다.
기차에서 쏟아려 내린 사람들은 역 바로 앞에 자리한 그뤼에르 치즈 공장으로 향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물조물 손으로 치즈를 만드는 광경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거대한 치즈 공장은 몹시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온통 유리로 된 거대한 카브를 빽빽이 채우고 있는 수천개의 노란색 치즈 덩어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치즈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눈어림으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였다.
"저 치즈 한 덩어리는 35킬로그램 정도고 치즈 한 덩어리를 만드를 데는 신선한 우유 400리터가 필요하죠. 이 공장에서는 매일 치즈 덩어리 48개를 생산해요. 지금 카브 안에는 7000개가 넘는 치즈 덩어리가 있어요. 최소 5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진짜 그뤼에르 치즈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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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 치즈를 홍보하고 있는 파비안느가 설명했다. 그뤼에르를 중심으로 프리부르 주에는 소규모 농장까지 합쳐 260여 치즈 메이커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대적인 공장이든 가내수공업 형태이든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그뤼에르 치즈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녀는, 공장 내 박물관에서 그뤼에르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며 이끌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이 우유이겠지요. 그뤼에르의 깨끗한 자연환경이 신선한 풀과 향기로운 허브를 먹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드는 치즈이니 어찌 맛있지 않겠어요."
박물관 입구에 있는 치즈숍에서 그뤼에르 치즈를 시식할 수 있는데, 치즈를 한 조각 떼어 맛을 보니 꽤 향기로웠다. 적당한 숙성으로 담백하고 깊은 맛이 혀끝을 사로잡았다. 텁텁하지 않아 그냥 한 입 크기로 잘라 와인과 먹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한국에 가져가서 맛있게 요리해 먹으라며, 숙성개월 수에 따라 포장된 치즈 덩어리 서너 종류와 레시피를 손에 쥐어주며 그녀가 웃었다. 공장 앞에서 일행을 태운 버스는 뱀처럼 구불대는 산길을 올라 그뤼에르 치즈 마을에 여행자들을 부려놓았다. 가파른 길을 잠시 올라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동화 속 세상이 펼쳐졌다. 마치 정교하게 잘 만들어놓은 놀이동산에 온 듯 했다. 울퉁불퉁한 돌이 깔린 마을 광장을 중심으로 살레풍의 예쁜 건물들이 이어지고 광장 끝에는 아주 작은 교회가 오뚝하니 서 있는데, 마을 끝 언덕에는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성도 있었다. 온통 붉은 꽃과 흰 꽃으로 장식된 마을, 광장 중앙의 앙증맞은 분수대에서 졸졸 물이 흐르고 공기 중에는 고소한 치즈 향이 떠다니고 있었다. 중세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에는 현재 17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매년 100만명의 여행자를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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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 마을의 상징인 그뤼에르 성은 11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19명의 백작이 살다간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상당한 곳이다. 지금 갤러리와 박물관으로 공개되는 그뤼에르 성과 고딕 양식의 멋진 건축물 사이를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은 이 마을을 찾은 여행자들만의 특권이다.
점심시간이 됐기에 "데 렘파르츠"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하이디 복장을 한 백발의 할머니들이 서빙하는 모습이 재미나다. 사업 때문에 부산에 와본 적이 있다는, 루이스씨 부부와 친구가 되어 볕 좋은 그뤼에르의 한낮을 즐겼다.
영화속 웡카의 초콜릿 공장, 브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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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열차는 다시 여행자를 태우고 브록으로 향했다. 멀리서 "네슬레" 간판을 단 초콜릿 공장이 보였을 때 기차안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네슬레-카이에 초콜릿 공장이 들어선 곳은 아담한 마을 브록의 한복판이었다. 곳곳에 '초콜릿숍'이라고 적인 표지판이 서 있는, 과연 초콜릿 마을다운 모습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 브랜드인 '네슬레'와 '카이에'는 초콜릿 공장의 창업자 이름. 세계 최초의 밀크 초콜릿을 발명해 낸 그들은 질 좋은 우유 생산지를 찾아 유럽 전역을 헤매다 신선한 우유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초콜릿 대량생산 공장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브록의 공장이다. 네슬레와 카이에는 단순히 밀크 초콜릿의 발명자를 넘어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성만 마시던 카카오 열매 음료에 우유와 설탕을 첨가해 코코아를 만들어냈고, 여성들이 이 코코아 음료를 마시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그것이 곧 '사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러 언어에 따라(애석하게 한국어는 없다) 적당한 그룹으로 나뉘어 카이에 초콜릿 공장 투어가 시작되는데, 공장이라기보다는 퓨처리즘을 컨셉트로 한 캘러리에 온 느낌이다. 온통 검은 벽과 치밀하게 계산된 조명, 그리고 레이저빔을 사용해 초콜릿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공장은 웡카의 것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다.
초콜릿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들어간 첫번째 방에는 커다란 자루가 몇게 놓여 있었는데, 초콜릿의 재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쓰이는 재료들은 남미나 남아프리카, 캘리포니아 등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신선도를 최고로 여긴단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대신 카카오 농장으로 끌려가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방안을 가득 채운 아몬드와 헤이즐럿의 고소한 냄새, 그리고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에 정신이 팔려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과 그 발전의 이야기, 100년전 초콜릿 포장지, 초콜릿 모양을 찍어내던 다양한 몰드, 그리고 액체 초콜릿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초콜릿 분수까지...... 1950년대 카이에 초콜릿 광고 흑백필름까지 보고나니, 어렸을 적 꿈꿔본 '초콜릿으로 만든 집에 살아봤으면'하는 소망이 대략 이루어졌음에 미소가 흘렀다. 마지막으로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초콜릿 시식이었다. 카이에 브랜드의 거의 모든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어림잡아 20종이 넘는데, 차례로 줄을 서서 큰 접시에 담긴 초콜릿을 맛보다보면 신선한 초콜릿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된다. 아몬드와 땅콩, 블랙과 화이트, 밀크 초콜릿등 온몸에 단내가 배도록 원없이 맛볼 수 있다. 바로 내 앞에서 접시가 비어간다 해도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빈 접시는 1초만에 다시 새로운 초콜릿으로 채워진다. 공장 숍에서 파는 시중보다 저렴한 네슬레와 카이에 초콜릿을 배낭에 잔뜩 집어넣고는 더없이 기쁜 얼굴로 다시 열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는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는 표현으로 길게 한 번 기적을 울렸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무뚝뚝해 보였던 맞은편 좌석 백발의 코쟁이 할머니가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녀 역시 분명히 초콜릿 마을을 꿈꾼 적 있는 소녀시절을 겪었을 테니까.
아침 안개에 희뿌옇게 레만 호수가 이제는 저물어가는 태양 탓에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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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WAY 초콜릿 열차 Swiss Chocolate Train 초콜릿 열차는 몽트뢰-그뤼에르-브록을 왕복한다.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1등석 스위스패스와 예약비 25달러가 필요하다. 티켓에는 열차 안에서 마시는 커피와 크루아상 서비스, 그뤼에르 버스이용, 그뤼에르 성 입장료, 치즈공장방문, 네슬레-카이에 초콜릿 공장 견학 요금등이 포함돼 있다. 초콜릿 열차 운행은 스위스 열차 여행 홈페이지(www.swisstravelsystem.ch)를 참고하도록.. 초콜릿 열차가 아니더라도 그뤼에르나 브록으로 가는 일반 기차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WHERE 그뤼에르 성 Chateau de Gruyeres 세계적인 문화의 명소이며 마을의 랜드마크. 그뤼에르는 휘장의 까마귀에서 붙여진 이름. 11세기부터 16세기까지 백작 19명이 성에서 살았고, 1554년 성주 마이클이 파산하면서 프리부르 주 소유가 됐다. 이후 주지사 관저로 쓰였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0:00~16:30, www.chateau-gruyeres.ch
기거박물관 Museum HR Giger 중세 시대 마을인 그뤼에르에서 이질적인 느낌의 독특한 박물관. 영화 '에일리언'을 디자인한 기거가 지은 곳으로, 외계인과 인간의 형상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앞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의 기거 바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그뤼에르 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다. 10:00~18:30, hrgigermuseum.com
그뤼에르 치즈공장 그뤼에르 역 근처에 있는 현대적인 치즈공장으로 박물관도 갖추고 있다. 사식이 가능한 1층 숍에서 치즈와 그뤼에르 전통 과자인 메링게 등을 살수 있다. www.lamaisongdugrutere.ch
본문출처 :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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