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 붕어 포인트론
누가 뭐라 해도 가을은 수로낚시의 계절이다. 가을볕의 누런 들녘 앞, 마치 추수를 거두듯 기다란 낚싯대에 걸려오는 토실한 가을 붕어를 상면하는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출조로 가슴 속에 늘 남아있다.
이 가을, 수로에 서식하는 붕어들은 어디쯤에 있을까.
한여름 낚시의 매력이 시원한 찌올림이라면 가을낚시는 역시 살이 통통 오른 붕어,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한 조과로 대변된다. 가을 수로는 그 조과의 절정에 서 있다. 여름철이면 계곡지 떡밥낚시로 며칠 밤을 지새던 필자가 수로 츨조를 떠나는 시기는 9월 중순. 벼이삭을 촉촉히 적시는 배동바지 배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안정된 수량 아래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시기이다.
어자원 많은 중대형 수로 권장 강우량 많았던 퇴수로도 주목
필자가 광명의 H낚시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9월 중순~10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찾아 나섰던 곳들은 대호만과 무안 지도수로, 함평 나산수로 등이었다. 한결같이 대형급, 또는 중형급 수로들이다. ‘부잣집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다.
가을 수로는 규모가 큰 곳일수록 어자원이 풍부하다. 그만큼 조과 확률이 높다. 또한 대형 수로는 실핏줄 같은 샛수로(가지수로)를 가지고 있어 포인트 탐색폭이 넓고 다양한 낚시여건을 갖추고 있어 집중력을 가지고 낚시를 한다면 원하는 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수초대 낚시뿐만이 아니라 바닥이 깨끗한 본류권에서 밤낚시를 하다가 해가 뜨고 수온이 올라가는 새벽녘엔 수로 상류나 가지수로 하류 등을 찾아 회유로를 노릴 수도 있다.
반면 초가을에 찾아간 작은 규모의 샛수로나 대형 수로의 가지수로 상류권 등은 조황에 앞서 낚시 여건으로서 만족할 만하지 못하다. 여름이 지났다 하더라도 으레 물속을 채우고 있는 침수수초들이 여간해서는 채비를 넣기 힘들다.
찬바람이 더 불어 수초가 삭아들기 시작한 11월이면 맞춤하게 출조에 오를 시기다.
마지막으로 이즈음의 가을 수로터라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해안수로와 퇴수로. 해안수로는 간척지수로와는 좀 다르다. 골이 깊고 바닥이 깨끗한 곳이 많다. 서산 팔봉수로가 그렇다. 시기는 짧으나 한 번 입질이 붙으면 폭발적이다.
본류권ㆍ제방권에서 낚시 활기 다양한 포인트, 기법 응용해볼만
언제가부턴가 수로낚시도 밤낚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 깨끗한 바닥의 경우, 떡밥 밤낚시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물론 뒷받침해 줄만한 조과를 거둔 적도 많다. 흔히들 ‘수로’ 하면 ‘새벽, 지렁이낚시’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을 시즌의 수로는 여름내 무성하던 갈대와 부들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포인트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스윙낚시를 구사할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열린다. 해안가 간척수로 중에서는 마사토나 암반 바닥, 제방 석축지대의 경우 떡밥이 잘먹히기도 한다. 이런 곳에선 당연히 저수지 못지않게 밤낚시가 잘된다.
수로 제방권 낚시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으로는 당진 교로리수로, 무안 지도수로, 고흥 해창만수로가 대표적이다. 제방권 낚시 역시 가을 수로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필자가 3년전 대호만 적서리권을 찾았을 때다. 그곳은 갈대가 연안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었는데 간간히 연안 수초대가 ‘터져’ 있는 몇몇 곳이 있었다. 바닥을 탐색해 보니 의외로 바닥이 깨끗했다. 이곳에 대를 펴고 떡밥으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계속되는 입질에 밤을 꼬박 지새운 것이다. 7~8치급 씨알이 꾸준히 올라왔는데 물론 미끼는 떡밥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같은 시각 샛수로 하류권에 앉았던 동료의 경우였다. 그는 지렁이와 떡밥의 짝밥을 썼는데 밤새 입질을 받지 못하다 마침내 새벽녘에 집중적인 입질을 받아 낸 것이다. 붕어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회유하는지 단정지어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수초대 위주로 벌어지는 봄낚시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스윙은 침수수초 삭은 자리 구멍치기는 밑걸림 잦은 곳에서
이즘음의 수로 포인트가 반드시 수초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미끼 역시 다양하게 구사해볼 필요가 있다. 포인트 여건에 따른 미끼 활용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수초대 포인트. 뭐니뭐니해도 지렁이 미끼가 우선된다. 수초대 낚시는 치고 빠지는 수초치기(일명 구멍치기)와 수초대를 끼고 바닥에 앉아 낚시시간 내내 공략하는 스윙낚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수초치기의 경우, 낚시자리가 좋으냐 나쁘냐보다는 수초구멍을 중심에 놓고서 포인트를 운용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밑걸림이 많고 지저분한 곳일 수록 많은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스윙낚시 포인트. 포인트 선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 자리를 닦은 후로는 옮기기가 번거롭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되도록 탁한 물색을 보이는 곳이 좋다. 대 배치의 기준은 연안의 갈대, 부들과 같은 정수 수초대이기는 하지만 낚시를 해보면 사그러든 침수 수초대에서 입질이 잘 들어오므로 이를 감안한 대 배치가 필요하다. 때문에 채비 투척시 삭은 수초가 걸려나온다면 이상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새우나 참붕어 미끼는 굵은 씨알을 노려보거나 잡어가 붙었을 때 활용해 볼만하다. 지렁이는 어느 포인트에서나 통할 수 있는 전천후 미끼이긴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새우나 참붕어 미끼와 비교해 씨알 선별력이 떨어진다.
굵은 씨알 뿐만 아니라 잔 씨알, 잡어까지 지렁이를 건드리는 만큼 바닥 미끼가 통하는 곳에선 참붕어나, 새우를 바늘에 꿰어봄직 하다. 새우 미끼는 상황에 맞춰 통째로 쓰기도 하고 껍질을 떼어 쓰기도 하는데 의외로 산 새우보다는 죽은 새우에 더 입질이 왕성한 경우가 많다.
한편 본류권 등 깨끗한 바닥권에서 써봄직한 떡밥 미끼는 지렁이 미끼의 인기에 밀려서 그렇지 가을은 물론 한겨울에도 마리수 조과를 올릴 수 있는 좋은 미끼다. 필자는 지렁이 미끼에 입질이 끊어지는 정오 무렵에 떡밥을 활용, 좋은 결과를 본 적이 많다.
찌놀림, 얕은 수심 감안해야 강제집행만이 능사는 아니다
떡밥이나 새우, 참붕어에 비해 지렁이 미끼의 입질은 지저분한 편이다. 수로낚시에서의 찌올림은 더욱 그러하다. 깔짝거리는 입질,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 갑자기 폭 솟아 버리는 입질 등 각양각색이다. 잡어가 건드리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1m 안팎의 얕은 수심에서 낚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로 발밑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도 흔하다.
조금 깔짝거리기에 신경질적으로 챔질을 해보니 의의로 붕어가 낚여 당황하기도 한다. 발밑이라면 50cm도 채 되지 않은 수심이다. 정상적인 찌올림을 기대하기 보다는 현장 상황과 경험에 비추어 정확한 챔질한 챔질 타이밍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찌솟음이 한 마디이건 두 마디이건 상관하지 않고 천천히 솟다가 멈칫거릴 때를 놓치지 않고 챔질을 한다. 50cm 이하의 얕은 수심에서는 옆으로 지익- 끄는 입질 중에 붕어 입질이 많다. 따라서 붕어의 먹성이 좋다고 무조건 많이 올리기만을 기다려서는 제대로 된 챔질이 어려워진다.
수로낚시 채비는 연안의 평소 사용하는 채비보다는 한 단계 더 강하게 세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울러 채비 뜯김을 감안, 여벌의 채비도 준비해 가야 한다. 그러나 수로낚시에서 채비 세팅의 초점이 ‘인정사정 없이 끌어내는 강제 제압’에만 맞춰져서는 곤란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가을 수로낚시는 맨바닥이면 맨바닥, 수초대면 수초대 다양한 포인트에서 낚시가 가능해진다.
수초대 낚시엔 채비 안착을 위해 다소 무거운 찌맞춤과 외바늘 채비, 떡밥낚시엔 쌍바늘 채비에 예민한 찌, 바닥 미끼를 감안한 가지바늘 채비 등을 준비해야 한다. 수초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포인트와 미끼로 낚시가 가능하다는 게 바로 가을 수로낚시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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