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아동의 시대
이어령
한자로 아동이라고 쓸 때, '아(兒)' 자는 사람 머리를
그리고 그 밑에 다리를 그린 것이다.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들 때,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드셨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라는 말의 어원은 어리석다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니까, 아이를 미숙한 것,
어른이 아직 안된 미숙한 존재로 보았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파워가 굉장히 커졌지만
옛날 신선도같은 그림을 보면 노인들, 어른들은
술을 나누며 자연속에서 음풍능월할 때 아이들은
거기서 술 심부름을 하고 있다. 동자상들이 흔히
그렇게 나타난다.
이처럼 아이들은 예전에는 오늘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미숙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리석은,
그리고 잔심부름이나 하는 인격을 갖추지 못한
존재로써 동서양 할 것 없이 그려져 왔던 것이다.
유명한 역사가인 -아리에스-는 20세기를
-아동의 시대-
-처음으로 어린이를 발견한 시대- 라고
말하는데, 그 증거로 19세기, 즉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전만 해도 소아과라는
것이 없었고, 아동복이라는 것도 없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어른들 옷을 작게
만든 것이 아동복이었지, 아동에 맞게 따로 설계된
옷은 없었다. 아이를 완성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의 불완전한, 미숙한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근대 들어와서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이백 여 년 동안의 변화이다.
그 전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아동에 대한 문학이나
문화들이 정착되지 못했다.
소아과가 생긴 동기를 살펴보면 프랑스에서
사생아를 낳으면 대부분 길거리에 내다 버렸다고 한다.
때문에 파리 같은 도시에도 기아들의 수가
수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는 도시에서 아이를 낳으면,
시골, 외가에서 키웠지, 직접 안 키웠다고 한다.
-장자크 루소- 같은 사람이 교육론을 썼지만
실제 자기 아이들은 고아원에 넣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인데 그 당시는 누구나
하던 일을 한 것 뿐이지. 루소에만 매정하게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애들을 버리니까, 노틀담 옆에 쭉 늘어선
오래된 교회에 소아과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사생아를 받아주는 최초의 성당이었다.
미혼모가 버린 아이들이 병이 나거나 하면
보살펴주고 간호사들이 젖을 먹였는데
산모 간호사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송아지용 우유를 아이들에게 먹여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소아과라는 것이 생겨 프랑스가
소아과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프랑스의 예를 보더라도 아이들은 모든 것이
완성되지 않은 미숙한 존재로서 바라보았다.
때문에 그 시대엔 아이들의 인격이나 권리,
문화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리에스- 가 20세기를 아동의 시대라고 했듯이
아동복, 유치원, 소아과도 생겨나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독특한 아동문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백년 남짓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20세기는
바로 -아동의 시대다-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출처: 한국아동문학인협회
2003년 봄호(제37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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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지런도 하시네....그 글 교정보느라고 저랑 히아신스 반 죽었다 살았습니다.
네. 덕분에 공부 잘했어요. 다른 분들도 유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읽으니 새롭네요. 정성이 담겨있어서 그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