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전승환의 인문 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같이 읽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요?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뭔가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특별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또 지나온 삶이 그렇게 썩 만족스러웠던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때는 허무감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위로하는 문장들을 저자는 130여 편의 많은 책들을 빌려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제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7년간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 성별을 가진 분들과 매일 좋은 문장을 나누었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를 통해 저자는 책과 문장들이야말로 우리가 힘들 때 꼭 필요한 위로를 건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이 담겨있습니다. 크게는 나의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살피고 있습니다. 지금 만약 마음이 지치고 울적하고 무기력하고 무언가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삶을 바꾸고 싶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면 저자를 길잡이 삼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좋은 문장들을 접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1부 나의 감정을 살피다
이 장에서는 슬픔, 상처, 외로움, 후회, 미움과 분노, 집착 등 부정적 감정이 밀려올 때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10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4개만 짧게 저자가 말하는 바를 중심으로 간추려 정리하였습니다.
먼저 상처를 대하는 저자의 생각입니다. 주변 사람이 던지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크게 상처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지는 말에 날카롭게 베이는 거죠. 이렇게 사소한 말들이 가슴에 박히고, 또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상처가 쌓입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을 겁니다. 그런 상처들 속에서 우리는 방황하고 좌절하며, 때로 괴로워하거나 분노하기도 합니다. 설령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친하든 그렇지 않든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 하더라도 함부로 그 거리를 침범하면 뜻하지 않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거리를 존중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게 될 수 있고, 우리 역시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때로 우리는 스스로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을 너무 높게 세울 때가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평가절하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나머지 상대에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입니다.
이처럼 판단의 잣대를 엄하게 들이대서, 자신을 해치고 상처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늘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주의해야 합니다. 가깝다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자칫 소중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처를 주는 관계가 아니라 힘이 되어주고 사랑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우리는 홀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대신 더욱 단단한 관계들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보다 아름답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미움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움과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이유는 많습니다. 다양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죠. 그럴 땐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세상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미움과 분노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서 억누르거나 없애려고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요. 너무 깊게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안 되지만, 참고 억누르는 것도 해롭습니다.
그냥 화가 날 땐 화를 내고, 대신 그 이후에 차분히 마음을 돌보면 됩니다. 그 모든 게 겪어가는 과정입니다. 여름에 태풍이 지나가면 많은 피해가 발생하긴 하지만, 폭염도 한풀 꺾이고 대기나 해양, 토양 오염이 해결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미움과 분노 같은 감정도 태풍과 같습니다. 지나치게 휘말리지만 않도록 주의한다면, 마음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도와줄 겁니다.
이번에는 집착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집착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든, 갖고 싶은 물건이든, 재능이든, 내가 노력하고 매달린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 때 계속 매달리는 건 해롭습니다.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집착이란 대체 뭘까요? 사전에 따르면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들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집착을 완전히 버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에도 매달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중요한 건 집착의 방향입니다. 나쁜 집착이 아니라 좋은 집착을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기준을 가지고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죠. 지나치게 나를 소모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집착은 버리고,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도록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집착에 집착해야겠습니다.
마지막은 차 한잔의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갑작스레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리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단 차를 한잔하는 겁니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어수선해진 마음을 다잡으며 여유를 찾는 거죠. 따뜻한 차를 한 모금씩 넘기면 천천히 온몸에 온기가 퍼집니다. 그렇게 따뜻하게 몸을 데우고 주변에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맡고 있으면, 복잡하고 괴로운 마음이 찻잔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문제의 실마리도 조금씩 보이는 것 같거든요.
마음이 편할 때나 편치 않을 때나 차를 마시는 시간은 늘 온화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힘도 깃들어 있습니다. 인생의 행복은 별다른 게 아니라 이처럼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아는 삶, 나아가 좋은 사람과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삶이 바로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행복은 가만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연습과 실천을 통해 누릴 수 있습니다.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고, 틀어진 친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해와 갈등을 풀어야 하며, 우리가 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엉뚱한 문제를 풀고 있거나 직면한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부딪쳐서 해결해야 합니다.
내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에 여유를 뺏겨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면 삶은 불행해집니다. 행복과 불행은 결국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내면에 있는 아이를 어루만져 주어야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결국 내 마음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2부 나의 시간을 살피다
이 장에서는 삶의 시간대에 따라 14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4개만 짧게 저자가 강조하는 것들로 간추렸습니다.
첫 번째는 목적 없이 걷고 싶은 하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편견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면서 세상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지만, 사실 그런 태도를 갖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삶의 태도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에 대한 적당한 방법으로는 산책이 있습니다.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다 보면, 어느새 집중이 되면서 나만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지금의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그런 마음을 달래줄 산책을 통해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혼자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여도 좋습니다. 산책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풍부한 깨달음을 주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인생의 작은 오아시스니까요.
누구에게나 더 이상 꿈꾸던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도 하고,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에 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처럼 인생을 산책하듯 그냥 목적 없이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때로 혼자 유유히 걷기도 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천천히 거니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 없이 앞만 보며 걸어가야 할 때도 물론 있습니다. 가끔은 전속력으로 뛰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뛰어서 목적지에 다다르면 주변 풍경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전력 질주로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한 순간도 있지만, 목적 없이 산책하는 시간도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인생은 매번 누가 먼저 빠른 시간 내에 결승점에 도달할지 경쟁하는 달리기 경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너무 조급해하거나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산책을 하듯 천천히 주변 풍경을 음미하는 시간도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일상의 고민은 잠시 내려두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시간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없습니다. 가끔은 혼자 산책하며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어른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곤 합니다. 세상의 기준을 따르고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해 불필요하게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건 자신만 힘들게 합니다. 그런 짐을 질 필요 없이, 우리는 그저 자기 자신의 삶을 살면 됩니다.
물론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 공부도 사회에서는 그리 쓸모가 없고 능력보다는 눈치가 중요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로 퇴근하면서 밤하늘을 보고 한숨을 쉴 때도 적지 않습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마음을 몰라줄 때도 있고, 직장 선배도 정작 힘들 땐 의지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무거운 짐을 안겨줄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항해하는 인생이라는 바다는 결코 고요하지 않습니다. 삶은 늘 흔들리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수시로 거센 파도와 물살이 들이닥칩니다. 아무리 꼿꼿하게 서 있으려 해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괜찮다 싶다가도 울컥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어른 이라는 이유로 눈물을 참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되고 눈물을 흘려도 됩니다. 너무 지쳤을 땐 잠시 주저앉아 쉬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단 한 가지, 다른 사람에게 인생의 방향키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뿐입니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오직 우리 자신만의 것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그 하루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으며, 어느 누구도 남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런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 삶은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굳이 어른으로 살거나 훌륭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매 순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최선을 다해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걸 테니까요.
세 번째는 속도와 최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에겐 저마다 맞는 속도가 있습니다. 무리해서 빨리 달리려고만 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속도를 억지로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진짜 필요할 때 힘을 낼 수 없고, 도중에 지쳐서 쓰러져버리게 됩니다. 달리다가 너무 힘이 들 땐 더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땐 잠시 쉬어 가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한 사람이 혼자 낼 수 있는 용기와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선에도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최선을 기준으로 나의 최선을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질책을 들어도 상처 받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정말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요. 그럴 때 필요한 건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 그리고 함께하는 최선입니다. 너 혼자, 나 혼자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손을 맞잡는 것이죠. 그렇게 나의 최선과 다른 사람의 최선이 만날 때, 물론 눈물 흘릴 날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힘내라고 말할 때는 손도 함께 건네야 합니다. 넘어져 있다면 일으켜 세우고, 지쳐 있다면 짐을 나눠 들면서 함께 힘내자고 해야 합니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힘을 내고 최선을 다한다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지금 여기의 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이 격언은 과거 로마 시대에서 큰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을 맞이할 때 쓰였다고 합니다.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가행진을 할 때 옆자리에 노예를 태워 그 격언을 외치게 한 거죠. 아무리 큰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자만하지 말고 늘 겸손해야 한다는 지혜가 담긴 일화입니다.
죽음이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에겐 끝이 있기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을 살아갑니다. 단 한 명도 예외는 없습니다. 미래를 잘 준비하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만, 삶이 놓여 있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거나 희생을 감수한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어느 누구도 모릅니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을 하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 삶은 분명히 아름답고 가치 있을 겁니다. 두 번은 없는 유일한 이 삶, 또는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바로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야겠습니다.
3부 나의 관계를 살피다
이 장에서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주제로 8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4개만 저자의 이야기 중심으로 간추렸습니다.
먼저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관한 내용입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심리학 용어로 다른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그런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타인의 시선만 신경 쓰느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남들에게는 착한 사람이나 좋은 사람으로 불릴지 모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내 마음을 내가 해치게 됩니다.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 마음에 솔직해져야, 비로소 나라는 중심을 잘 세우게 되고 관계에 마구 휩쓸리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중심을 잘 세우고 있어야 건강한 관계, 서로 배려하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관계가 있다면 굳이 힘들게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단단한 자기중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휘둘리거나 상처받지 않는 건강한 거리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라도 조금은 뒤로 물러나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하니까요.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도 볼 수 있고,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가깝다고 무조건 옴짝달싹 못 하게 거리를 좁히는 것보다는 서로 일정한 공간을 내주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만 되는 관계는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도 있고, 차라리 먼 거리를 유지하는 게 나을 때도 있죠.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내 힘든 기분을 알아주지 못하거나 거리를 두려고 할 때도 있을 겁니다. 당장 속상할 순 있겠지만, 혹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을 때도 있죠. 또 어떤 관계는 해답 없는 난제처럼 계속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계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속상해하거나 서운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약간의 여유를 갖는 게 좋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고 때론 멀어지기도 하고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관계에 대한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집니다. 오히려 그렇게 힘을 빼고 자유로워질 때,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으며 좋은 거리를 유지할 때, 우리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심지어 부모자식이나 부부나 연인 관계라고 해도 거리는 존재하죠. 서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니까요. 늘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부모, 특히 엄마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습니다. 늘 곁에서 주신 사랑의 소중함을 자주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를 일깨워 주는 한 광고가 있습니다. 그 광고에서는 건강검진을 마친 사람들에게 의사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에겐 9개월이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몹시 놀라며 건강검진 결과서를 펼쳐봅니다. 거기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앞이 캄캄하셨나요?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보통 몇 시에 퇴근하시고, 하루 몇 시간을 주무시나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그 시간을 모두 제외하고 당신이 평생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9개월입니다.”
이 광고는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가족과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별을 합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지만, 엄마와도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더 많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해야 합니다.
다음은 사랑의 수평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한다고 서로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무리 한몸 같이 가까운 연인이라 하더라도, 정말 한 사람처럼 매 순간 모든 감정을 공유할 순 없습니다. 연인에게도 서로 적절하게 빈 공간이 있어야 아픔이나 분노, 상처가 빠져나갈 수 있고, 또 기쁨과 애정이 채워질 수 있습니다.
서로 배려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때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다 성장할 수 있죠. 이처럼 사랑은 관계의 수평을 찾는 일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랑은 서로 손을 맞잡는 일,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연인이라고 온종일 서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평소 묵묵히 각자 일을 하다가도, 함께할 땐 손을 꼭 잡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겁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과 일상과 체온을 공유하면서 말입니다. 이에 생텍쥐페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연은 참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어떤 사람과 어떤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지가 크게 좌우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나쁜 인연을 맺으면 삶이 힘들고 지치게 됩니다. 반대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연이 있다면 삶은 활기가 넘치게 되죠. 안타깝게도 정말 좋은 인연을 알아보고 그걸 잘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연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좋은 인연이 눈앞에 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는 나쁜 인연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그런 아픔을 위로해주는 좋은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하나하나 재고 따지며 가식적으로 꾸미지 말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가 맺는 가장 중요한 관계인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인연이 나와 함께할 인연인지 알 수 없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그 모든 인연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는 하나입니다. 진심 그대로를 보여주는 겁니다. 주위 시선을 신경 쓰거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하는 대신 말입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정이 꼭 필요합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즐거운 일이든 화나는 일이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죠. 애써 꾸미지 않고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 자기 모습을 치장하기 바쁜 시대에 허물을 벗고 온전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 말입니다.
인연은 노력하지 않으면 멀어지고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랑도 우정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는 적어도 머리로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우정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좀 더 소홀히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 끊어진 관계의 끈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우정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4부 나의 세계를 살피다
이 장에서는 나답게 살아가기를 주제로 7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3개만 저자의 생각을 중심으로 간추렸습니다.
첫 번째는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금 당신은 정말로 ‘나답게’ 살고 있나요? 아마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단지 나로 사는 걸 넘어서, 나답게 산다는 건 좀 더 실존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 질문에는 오히려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보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갇혀 하고 싶지 않은 일과 관계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인 자기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말입니다.
나답게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오늘날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자존감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지금처럼 하루 종일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내 모습과 비교하게 되는 환경에서는 자존감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행복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이의 삶에도 분명히 명암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요. 이를 외면한 채 단점만 바라보면 장점마저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인생은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독 자신의 단점을 너무 크게만 생각합니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평가 절하하는 거죠. 우리는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좀 더 자랑스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나다운 삶의 기초는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작은 단점에만 매몰되어 다른 수많은 장점마저 스스로 평가 절하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 나라는 사람은 유일합니다. 어느 누구도 살지 못한 유일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은 특별하며 가치 있고 매력적입니다. 설령 단점이 있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진 존재이니, 충분히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습니다. 당당하고 자유롭게 나다운 삶을 살아도 됩니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할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비판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평가하고 돌아보는 일이어야 합니다.
나다운 삶을 산다는 건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를 유람하는 일과 다릅니다. 그보다는 큰 바다를 직접 항해하는 일과 같죠. 때로는 태풍과 거센 파도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고난의 시간을 지날 때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겪고 나면, 분명 작은 호수에만 머물러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인생의 숭고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가진 채로 말입니다.
두 번째는 삶의 의미에 관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는 있습니다. 그게 뭔지 곧바로 대답할 수 없는 사람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게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 돼주는 그런 근본적인 어떤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행복해야만 하고, 가장 큰 행복은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랑이라는 것은 개인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관계인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입니다. 의미 없는 생활로 바쁘게 시간을 낭비하거나 남의 시선만 신경 쓰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깊이 고민해보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는 누구일까요? 바로 가족입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내 곁에 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겁니다.
나만의 즐거움이나 목표를 추구하는 일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가족의 존재를 잊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을 함께 좇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회성과 관계성에 관한 것입니다. 집단만 강조하던 문화에서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는 현상은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입니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해진 나머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심지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 사건도 이따금 들려옵니다.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라면 괜찮지만, 원하지 않게 고립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
사실 우리에겐 그 둘 모두 중요합니다. 사람은 개별적인 존재인 동시에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태어나지도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오직 다른 사람에게 불릴 때 의미가 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갇힌 게 아닌 이상, 다른 사람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합니다. 사랑이나 우정 등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가치 중에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게 많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서로의 손을 맞잡는 일입니다. 우리의 삶은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건네고, 또 건네진 손을 붙잡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건네고, 그 손을 붙잡는 것이 곧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관계적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성격과 취향,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건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소모임이 될 수도 있고, 나눔이나 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모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든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상으로 책의 내용을 간단히 부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저는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를 꼽고 싶습니다. 이에 덧붙인 다음 저자의 글도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 여정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계획된 일정을 지킬 때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때론 일정이 틀어지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도중에 생기기도 하죠. 행복 역시 이와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곳곳에, 예기치 않는 순간 속에 깃들어 있죠. 진심으로 열중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일들로 그 여정을 채워 간다면, 우리 인생은 어느새 기쁨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