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후 한의까페의 글을 검색해보다가 모 척추전문 한방병원이 3개월 패키지 등록시 비급여 진료비의 50% 금액을 할인한다는 내용에 대한 논란글들을 보고, 마침 척추전문 병원에 근무하는 한의사로서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한의사 선생님들중에서는 서울,수도권,광역시,중소도시내에서 개원하신 분들도 계시고, 읍,면 단위의 시골에서 개원하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주로 읍,면 단위의 시골에서 주로 65세 이상의 환자를 보시는 분들은 본인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으니, 이글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도시급, 특히 서울, 수도권, 광역시, 중소도시급에서 개원하신 분들은 제글을 읽어보시면 제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1)앞으로 5년후의 의료계의 화두 및 사활은 '실비보험'...
저는 수도권의 주로 30~50대가 거주하는 도시의 척추관절 전문 양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허가병상 80베드, 실가동 병상 62베드의 세미급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입원환자의 90% 이상이 실비보험이나 상해보험을 가입한 환자입니다. 나머지 10% 정도는 읍면단위의 70세 이상의 노인네들중에 압박골절이나 협착증세로 오신분들입니다.
즉, 아예 심각하고 중증 질환 같으면 아예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갈테고, 사소하고 물리치료 위주의 질환같으면 동네의원들을 가겠지요. 이런 세미급 병원들의 존망과 사활은 실제적으로 '실비보험'이 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모 한방병원이 비급여의 50%를 할인한다고 했지만, 사실 저는 2009년 10월 실손보험 전면 변경이 있을때부터 이것이 몇년후에는 한의계의 존망에 대해 굉장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이러한 날이 닥쳐올 것이라고 예측을 했었고, 그래서 예전에도 가끔씩 고상방이나 하루일과에 실비보험 관련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글들을 쓰곤 했습니다.
대략 3~4년부터 불어온 실비보험의 바람의 파급력은 점차 강해져서, 실비보험 가입자들은 해가 갈수록 1년에 300만명 이상씩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서, 2009년 7월이전에 100% 보장받는 실비보험을 가입한 후, 약관변경없이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입자의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2009년 7월 이전 가입자분들이 3년단위로 2번정도 갱신했으면 벌써 한달 보험료만 12~15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로 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좀더 보험료가 싼 90%짜리로 많이 갈아타신분들도 많더군요. )
이곳 양방 병원은 환자가 불편할 때 방문하는 초진분들중에서 검사가 필요한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바로 상담실장이 붙어서 실비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후 실비보험 가입자들에게는 부담없이 MR을 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비보험의 검사비의 하루 한도액(30만원~50만원) 문제로 6시간 이상, 또는 1박2일 정도의 입원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구요.
입원환자분들중에 한방협진이 들어오는 경우 제가 가장먼저 확인하는게 환자의 실비보험의 가입년도 혹은 보장내역(100%보장인지, 90% 보장인지...)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런 세미급 병원은 70세 이상의 노인네들 말고는 99%가 실비보험 및 상해보험 가입자이기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참고로 실비보험은 질병과 상해를 모두 보장하는 광의의 개념이고, 실비보험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알고 가입하고 싶었으나 기저질환(당뇨,고혈압,간염)이 있거나, 가입전에 기존 내과질환으로 치료받은 경우에는 질병보장가입이 제한당하기때문에, 실비보험중 질병을 제외한 상해파트라도 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것을 그냥 상해보험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상해보험은 실비보험가입자중 상해만 보장되는 보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환자분들중에 한방 비급여가 보장받는 100% 가입자의 경우, 저의 허접한 말빨로도 거의 99%확률로 한약투여를 성공시킬수가 있습니다. 반면, 한방 비급여를 보장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한약투여율이 약 10%도 안됩니다. 대부분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입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입니다.
현재도 이럴지언데, 앞으로 5년후에는 어떻겠습니까? 다시말씀드리지만, 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는 비급여가 전혀 보장받지 못할뿐더러, 그나마 지원되는 급여항목(침,뜸,부항,Ex제)의 경우라도 한의원급에서는 1만원을 공제하기때문에 실제로 보상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민영보험에서는 한의계는 퇴출당했다고 보셔도 무방한 것입니다.
2)서울,수도권,광역시,중소도시내에서 개원하신 분들 정신 똑똑히 차려야 하는 이유...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습니다. 불과 4~5년전만 하더라도, 대학병원을 제외한 중소 양방병원의 사정은 어땠습니까? 그때 중소병원들은 엄청어려웠다고 합니다. 중증 수술환자들은 대학병원,종합병원급에 뺏겨버리고, 간단한 의료보험환자들은 본인부담금 비율이 40%벽때문에, 본인부담금 비율이 30%인 의원급에 경쟁력이 밀려 제구실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불과 4~5년전에 국정감사때 중소병원들이 망해가는 곳들이 많아서 이를 지원할 특별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말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의사페이또한 우리 한의사가 열폭할 정도로 높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4~5년이 지난 지금 어떻습니까?
현재 제일 잘나간다는 튼튼병원이 언제부터 분원을 냈는지 아시나요? 20여개 가까운 분원들이 불과 2~3년사이에, 폭증하였습니다. 실비보험의 가입자의 폭증과 그래프가 거의 유사합니다.
이런 병원들이 주로 어딨습니까? 서울, 수도권, 광역시, 중소도시 이상급에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 일단 아프면 검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X-ray 부터 MR까지 있는데, 일단 검사비가 본인부담금 1~1.5만원을 제외하고 다 지원이 됩니다. 그리고 3000만 실비보험 가입자중 70~80% 이상이 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인데요. 양방은 비급여까지 90%가 지원되고, 한방은 안됩니다. 당신이 의료소비자라면 어디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사실 서울, 수도권, 광역시, 중소도시급에서 할매월드한의원이 아닌, 30~50대 위주의 질환을 보려는 한의원들은 정말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때문입니다. 만약 본인이 이런 곳에 개원해서 이런 연령대의 환자를 위주로 보면서, 평환 30~40명대를 본다면 그분은 진정한 능력자인 것이구요.
제가 서울에 살지만, 절대 서울, 수도권에 개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는 현재뿐만 아니라, 5년후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로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3) 양방병원이 지금 날개를 달고 날라가는 이유...
양방병원에 근무한지도 벌써 5개월째입니다. 제가 처음 소도권 세미급 병원에 취업하게 되었을 때 이런 62베드 병원 매출은 과연 얼마나 할까? 수술해봐야 요즘 죄다 삭감이고, 수술안하면 죄다 돈안되는 의료보험 환자들이라서 비급여가 없으면 푼돈벌이밖에 안될텐데... 행여 월급이라도 밀리거나 재 때 안나오지는 있을까? 요즘 환자들은 조금만 아파도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던데.. 이런 세미병원들은 과연 뭐를 먹고 살까? 라고 궁금한게 사실입니다. 한방과를 뽑으려고 하는 이유도, 솔직히 궁금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사실 별생각이 다들었던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무한지 1주일도 안되어서, 완전한 신세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꼴랑 신경외과, 정형외과 의사 4명이서 하는데도 월매출이 10억 전후가 된다는 것입니다. 대략 1년에 120억 매출이니 회기동 경희대 한방병원 1년전체 매출(325억)의 1/3이 넘고, 원광대 익산(48억), 원광대 전주(84억), 광주(88억), 산본(46억)보다도 훨씬 높으며, 지방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전대 둔산(100억)과 비슷하고, 대전대 대전(53억), 대구한의대 대구(50억)의 두배정도이며, 세명대 제천(30억), 세명대 충주(29억), 상지대 원주(29억)에 비하면 4배가량 매출이 높은 것입니다.
불과 4~5년전만 하더라도 중소병원이 망해간다고 동네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떠들었는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급변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그것이 실비보험의 위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허리나 무릎,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오면 실비보험이 있을 경우 가볍게 MR을 찍고(1부위당 35만원, 대략 목,허리 아프거나 목,어깨, 허리, 무릎이 아프면 2~3군데도 찍게 됩니다. 3군데만 찍어도 100만원이 훌쩍 넘죠. 제가 가장 많이 본 환자분들은 6군데(Brain-MR, C-MR, L-MR, Rt. shoulder, both knee)까지도 봤습니다. MR은 아침 8시부터 하루종일 돌아갑니다. 입원환자의 수술후 MR은 외래환자가 없는 시간대에 밀어넣어서 안쉬고 돌아갑니다.
검사후에는 무릎과 어깨는 a/s(아쓰로 스코피-관절 내시경 수술. 보통 150~200만원 내외, 보통 3일~7일정도 입원), 허리와 목은 신경성형술(PEN-보통 220~240만원. 보통 1~3일정도 입원. 통증심한경우 7일~14일정도 입원)을 기본으로 하는데, 목과 허리는 동시에도 많이하고, 어깨는 주로 오른쪽, 무릎은 양측성이 많아서 양쪽을 셋트로 많이 합니다. 벌써 얼마입니까?
그리고 입원중에는 그냥 가만히 쉬는게 아니라 급여 물리치료가 아닌, 비급여 물리치료인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도수운동, 도수롤핑, 도수교정) 및 각종 주사시술(MBBB, P-block, FIMS)등도 있습니다.
한번 양방병원에 검사차원이라도 1박2일이라도 입원한 환자분들은 실비보험의 위력에 빠져버립니다. 왜냐면 실비보험이 모든 것을 커버해주기 때문이며, 1박2일이라도 입원하신 분들은 보통 일당 3만원꼴로 일당비까지 나오기 때문이죠.
게다가 A/S는 수술에 해당하는데, 수술 위로금으로 30~50만원까지 나오니, 보통 어깨관절로 7일정도 입원해서 A/S를 받으면 100%짜리는 모든 것이 다 나오고, 일당 21만(3만*7일)+수술위로금(수술 위로금 특약 : 30~50만원)이니 왠만한 용돈벌이는 되구요. 90%짜리는 본인부담금 10%인 20만원가량을 내더라도 이익입니다.
그래서 한번이라도 입원해서 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이라면, 특히 특별한 직업도 없는 40~50대 주부나 실직상태의 근로자들은 병원을 수시로 들락날락 하게 되는 것입니다.
4) ㅈㅅ이 걱정이야.... 그리고 제 미래가... 그리고 한의사들의 미래가 걱정이야....
다시 원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척추전문 모 한방병원이 3개월 패키지 등록시 비급여 진료비의 50%를 할인한다고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입원치료 받았던 환자분 한 분이 문자메세지를 저한테 보여주더군요. 대략 2년전에 ㅈㅅ한방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 이렇게 문자가 날라온다고... 외래로 치료받았거니와, 혹시나 넣어봤는데 실비가 안되어서 실비보험에 관해서 공부좀 했다고... 그 이후로는 한방이 안되어서, 아예 한방쪽은 쳐다도 안보고... 양방병원에서만 진료받는 환자입니다.
(물론 입원시 침구협진을 통해서 친해졌구요. 아시다시피 양방병원에서 침구협진은 13990원, 본인부담금 20%잡으면 2800원꼴이 되는데, 90% 실비적용되니 입원환자들에게 한방 침치료 받는데 실제 부담해야할 금액은 280원이라 설명드립니다.)
입원치료도 했고 외래로 도수롤핑치료, 도수운동치료, 도수교정치료등을 받고 있는데 잘 낫지 않아서 한방치료도 받아볼까 생각인데 어떤 치료를 하냐고 문더군요. 한방에서도 추나교정치료, 운동치료, 봉약침치료, 한약물 치료등이 있다고 설명드렸는데요. 한약물만 빼고서는 양방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나 우리병원 정형외과 1과에서는 정형외과 의사선생님이 비급여로 봉침(에피톡신)도 놓고... 프롤로 증식요법도 하고... 줄기세포주사도 놓고... 별거 다 합니다. 속아픈 환자들은 Nsaid계통 약물이 아닌 조인스정, 스틸렌정으로 투약해버리니 이분이 양의사인지 한의사인지도 헷깔립니다. (양의사들 사이에서는 조인스정이 인기가 좋습니다. 제가 보기엔 신바로는 로비를 별로 안한 것 같고, 조인스정(SK케미컬)은 그동안 각종 로비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양방병원에서 양의사들이 뽑아먹고 남은 떨어지는 떡고물... 즉, 교통사고야 한방이 더 돈이 되니 교통사고로 입원을 원하는 환자들(그것도 62베드가 꽉 안찰때만 가능. 베드가 다차면 비워줘야 함)이나 실비보험 100%짜리 환자분들이 운좋게 입원하면 탕약 1재, 환약 1박스 처방해주고, 추나와 약침도 권해보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90% 실비보험 환자분들에게는 두당 13990원짜리 재활 침치료 해주면서, 별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게 앞으로 몇년 후까지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정말 걱정되기도 합니다.
5)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라고 했거늘.........
현재 한의계에서 가장 다급한 문제는 천연물 신약도, 한약첩약문제가 아니라 3000만 가입자, 5년후에는 4500만(실질적으로 100%) 국민에게 해당되는 실비보험 문제의 해결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됩니다.
지금 국민들은 평균 가계소득의 약 10%가량을 보험료로 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실비보험 가입자가 3000만으로 전체 인구의 60%, 특히 10대 이하는 95%, 30~40대 연령층에서는 7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상해보험 포함)
한의사 1인은 사실 힘이 없습니다. 한의협은 어차피 생각이 없기때문에, 한방병원협회나 메이져급 한방병원(사실 ㅈㅅ)이 금융감독원의 불평등 약관에 대한 헌법소원(가능할지 모르겠지만)을 제기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거나, 또는 실손보험협회에 로비를 통해서라도 비급여 50%내외(40~60%)만이라도 보장하는 실손보험 출현등을 통해서라도 한방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은 한방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것 아니면 읍면 단위의 한의원이나 박리다매의 쌩침컨셉위주의 한의원이 아닌 한, 대부분의 30~50대 위주로 보는 한의원들이나 한방병원들은 5년내에 경영난에 허우적거리면서 결국 처참한 결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쉼터에 양방병원 한의사 라는 분이 올린글 퍼왔습니다..
첫댓글 양방병원 페이 한의사 분이 올리신 글입니다~~
나도 이거 봤었다..참 심각하지만..어찌보면 우리한테도 희망이 있겠다는 생각도..영천지역은 실비보험 이런거 100% 될때도 제대로 거의 못했잔아..차후 협회에서 실비보험 재협상해서 보장성 늘어나게되면 한의원도 좀 살길이 펴지지 않을까? 하다못해 약침 추나만 들어간다면 4-5만원 이상의 치료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그땐 정말 지금의 매출이 2배가 되지 않을까하는..ㅎㅎㅎ 이런 희망 가져봅시다..
좋은 자료 감사!꾸벅. 잘 읽었읍니다.많은 생각이 들게합니다.
도시한의사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젊은 세대들은 알아서 한의원과 멀어지는 것이 당연시되고,
의료보험보다는 실비보험의 일반인들의 비중도가 증가하겠네요.
한의원보다는 한방병원에서의 타격이 엄청나겠는데요.영소한방병원들 힘들겠읍니다.쩝.
영천과 같은 촌동네한의원은 상대적으로 조금 유리한 듯합니다(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음)
영천이라는 도시는 알리앙츠보험도 포기하고 나간 도시라고 하던데....
영 기분이 나쁜것만은 아니네요.
촌한의원이 조금 나은 듯합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