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탐사대원 윤태욱 탐사후기

[윤태욱]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보고서.hwp

긴장되기도 설레기도 하는 마음을 안고 시작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1차 모임부터 2차 모임까지 대원들과 점점 친해지고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색함을 뚫고 시작한 춤 연습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완벽해졌다. 한국에서 출국해 방콕 공항에 도착했을 때 대원들은 오랜 비행으로 지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공항 한쪽 구석에서 춤 연습을 시작했다. 부대장님도 동작을 따라 하시며 열정적으로 우리를 지도해주셨다. 결국 우리는 거의 모든 동작을 익힐 수 있었다. 춤 연습이 끝나고 대원들과 모여 버거킹에서 햄버거도 먹고.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렇게 의미 있던 9시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3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목적지인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모두 기뻐했지만 짐이 바뀌는 사고가 일어나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다. 다행히 짐을 찾고 네팔 최고의 버스를 타고서 네팔 최고의 호텔로 갔다. 호텔로 가서 우리 대원들은 더 친해졌다. 한 방에 무려 10명 정도가 모여 떠들고 즐거워했다. 잠시 후 저녁 시간이 되자 탐사대는 네팔 전통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네팔 전통공연을 보며 식사를 즐겼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45도의 도수를 자랑하는 전통 술이었다. 목구멍을 통과할 때의 그 쌉쌀한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식사를 끝마치고 숙소에서 우리는 의외로 빨리 골아 떨어졌다. 다음 날의 해가 밝았다. 드디어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네팔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하여 포카라로 갔다. 포카라에서 핀조 라마, 키솔, 니마, 페마, 메인 쿡 찬드라, 그 외의 여러 스텝들을 소개 받고, 점심으로 맛있는 라면을 즐겼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첫 날이라 그런지 수월하게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디케퉁가 롯지에 도착했다. 디케퉁가에서 맛있는 닭갈비를 저녁으로 먹고, 첫 1분 스피치도 하고, 대원들과 롯지 앞 정자에서 떠들기도 하고, 별도 보았다. 별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많았다. 수 많은 별과 함께 우리의 첫 트레킹 일정도 끝이 났다. 두 번째 트레킹 날이 밝아왔다. 모두들 힘차게 출발했다. 또 다시 한참을 걸어 고라파니에 도착했다. 슬슬 고산병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설사, 구토,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신히 증세가 호전되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 푼힐로 향했다. 체력이 고갈될 대로 고갈된 상태여서 올라가면서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죽을 둥 살 둥 한 상태로 푼힐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풀밭에 쓰러지듯이 몸을 눞혔다. 그러나 잠시 뒤 일출을 보고, 모두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발해져 사진도 많이 찍고 얘기도 많이 했다. 푼힐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고, 다시 또 걸었다. 따다파니에 도착했다. 다행히 고산병 증세가 호전되어 저녁도 많이 먹고, 밤에 삼삼오오 모여 제로게임도 하고, 쪽팔렸지만 대원들의 웃음과 재미를 위해 중우, 나, 다한이 셋이서 애교 배틀도 했다. 다음날, 수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미아가 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우여곡절 끝에 시누와에 도착했다. 시누와에서 저녁을 먹고, 대원들과 늦은 밤까지 떠들고 텐트에서 별을 보다 잠이 들었다. 또 다시 해는 떴다. 또다시 우리는 걸었다. 도반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맛있는 라면을 먹었다. 다들 많이많이 먹었다. 라면도 먹고, 이제 좋은 일만 올까 싶었지만, 고산병 증세가 호전되지 않던 든든한 3조 조장 황영현, 껄렁이 안치홍, 글쓰기 장인 조원준, 영어 장인 이은서, 오타쿠 이규원. 이렇게 5명은 올라가지 못했다. 원준이와 악수를 하는데 원준이가 내 손을 꽉 움켜잡으며 항상 밝던 눈에서 아쉬움의 눈물이 히말라야의 계곡물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까지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남은 사람들의 몫까지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몸도 부서질 것 같았지만, 정말 내 발만 보고 한참을 걸었다. 이러다가 정말 다리가 풀려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쯤, 다행히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했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저녁도 얼마 먹지 못하고, 바로 잠 들었다. 자다가 속이 안 좋아서 일어났더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었다. 내가 똥을 싸고 나오자 니마 다이와 페마 다이가 차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차를 마시고, 아침을 먹으러 갔지만 아침 역시 많이 먹지 못하였다. 몸이 정말 내 몸이 아닌 듯 했다. 그러나 우리는 또 걸었다. 다시 한참을 걸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점심을 먹고, 한참동안의 자유시간 뒤에 저녁을 먹고, 드디어 나의 몸 상태가 돌아와서 몇몇 대원들과 떠들다가 잠에 들었다. 푼힐에서 일출을 봤던 것처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했다.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원들과 많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고, 그 동안 올라왔던 곳을 쭉 내려가 함께하지 못한 대원들이 있는 촘롱에 도착했다. 촘롱에서 다시 또 걸어 어딘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롯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단장했다. 다음 날에는 드디어 문명으로 향했다. 잠깐을 걸은 뒤 버스를 타고 바라부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춤 연습을 하고 마을 아이들과 놀고 밤에는 홈스테이도 했다.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바라부리 학교에서 춤도 선보이고 환영도 받고 과학수업도 하고 손도장도 찍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니스카와 안잔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갔다. 포카라에서 피자도 먹고, 조별로 자유시간을 얻어 배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베라 아이스크림도 먹고, 스테이크도 먹고, 쇼핑도 하고, 사진도 엄청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다음 날 항공편이 지연되어 좀 늦게 카트만두에 돌아왔다. 카트만두에서 점심을 먹고 또 다시 자유시간을 얻어 쇼핑을 했다. 쇼핑을 하다 다른 대원들을 기다리며 태봉이, 서영이, 은서, 준석이와 게임도 했다. 내가 이겨서 볼을 좀 세게 꼬집었는데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해서 내가 나쁜놈처럼 보이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기분이 좀 좋았다. 그러나 잠시 뒤, 거리를 걷다가 어깨에 새똥을 맞았다. 이때 생각했다. 벌 받았구나. 이래서 남을 힘들게 하면 안 되는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밤에 대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우리들의 도전과 봉사는 끝나가고 있었다. 공식 일정의 마지막 날 우리는 바니빌라스 학교에 갔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붐바스틱, 질풍가도 공연도 무사히 끝내고 선물도 잘 전달했다. 학교 봉사를 끝내고 사원에 방문하여 시체 태우는 것도 보고, 어떤 사원에서는 사원 한 바퀴를 뺑 돌았다. 사원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씻고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지막 저녁이라는 생각에 아쉽고 울컥했지만, 마지막인 만큼 대원들과 더 신나게 즐겼다. 밤에는 준섭이, 중우, 다한이, 은서, 서영이와 함께 밤을 샜다. 마지막 밤인데 자기가 싫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뒤, 우리는 카트만두를 떠나 방콕으로 갔다. 방콕 공항에서 마지막 자유시간을 즐기며 그 동안 찍었던 사진을 보며 모두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김질 했다. 그리고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서영이, 보성이형, 지응이형, 영현이, 은서, 준석이, 강은 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충주로 돌아왔다. 충주에서 해운중 아이들, 다한이, 준섭이, 도원이, 제이, 준우, 중우, 준영이 형, 대장님, 부대장님, 그 외의 다른 선생님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모두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17일간의 힘들고 행복했던 기억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7일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든 정은 쉽게 사라질 수가 없다. 3일이 지난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러명이 함께 일어나고, 차를 주며 깨워주는 가이드 형들도, 이제 없다는게. 모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고, 계속 연락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대원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정지화]

태욱이의 탐사후기 잘 읽었어. 친구들 이름하나하나 적어가며, 얼마나 뭉클거렸을까?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 아무일이 아닌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네. 태욱이를 만나고 알아가던 친구들에게도 또한 나에게도 고마운 일이지. 묵묵히 잘 걸어주고 견뎌주어 덕분에 뒤에서 걷던 친구들에게도 힘이 되었을거야.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너의 자유가 너의 여행으로부터 원대해지고 깊어지길! 태욱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