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깨닫고 살면 밥이 진리다 – 진지 기도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삽니다. 밥을 한끼라도 거르면 배가 고프지요. 그래서 하루를 굶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틀을 굶으면 하루 굶는 고통보다 두세 배가 커지고 사흘을 굶으면 열배로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흘 굶어 남의 담장 넘지 않을 놈이 없다는 속담까지 있습니다. 그만큼 굶주림의 고통이 크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시험당하며 40일을 주리셨다고 합니다. 물도 없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40일을 굶주리신 것입니다. 모세도 그렇게 40일 금식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흘 굶기도 쉽지 않습니다.
모세나 예수님은 왜 그렇게 주리셨을까요? 모세는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기 위해서 40주야를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 지냈다 합니다.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숭배로 하나님을 배반하자 그들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금식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인간을 유혹하여 죄에 빠뜨리는 사탄의 세력과 싸우느라고 금식했습니다. 그리고 모세의 십계명을 완성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복음을 준비하시느라 금식했다고 봅니다.
귀일원을 창설하신 이현필선생님과 정인세 원장님도 굶기를 밥먹듯 하셨습니다. 모세가 백성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비는 기도를 하면서 금식했듯이 정인세 원장님도 원내 식구들이 말썽을 일으키거나 유혹에 빠지면 금식하며 제자들이 돌아오기까지 기도로 지내셨다고 합니다. 이현필 선생님도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늘 기도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선생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선생님께서 금식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그렇게 굶고 사는 것은 자기 학대가 아닌가 말하기도 합니다. 남아도는 양식을 두고 왜 굶어서 몸을 상하게 하면서 그 고통을 자초하느냐,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풍족하게 살면서 배고픔의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들일수록 금식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굶주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그런 사회에서 지도자가 굶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살던 인도 땅에서 간디는 수시로 단식을 했습니다. 굶주리는 인민들과 그 고통을 함께 하는 지도자의 모습에서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50년대와 60년대 우리나라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대부분 밥을 먹지 못하고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주리며 살아가는 백성들을 생각할 때 어찌 나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가,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지 않으면 나보다 배고픈 누군가가 그것을 먹을 것이 아니냐, 그런 자비심 때문에 차마 배불리 먹지 못하고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십시일반으로 굶주리는 사람을 돕자, 일작운동으로 힘으로 모아 혼자 할 수 없는 보다 큰 좋은 일을 해보자 하고 일하셨던 분들이 동광원의 이선생님이요 정원장님이었습니다.
밥의 소중함을 가르치신 예화가 있습니다. 스무살 청년으로 이현필 선생을 따랐던 분이 소화자매원을 세우신 김준호선생입니다. 해방직후 이선생님을 따라서 화순으로 곡성으로 남원으로 순회를 하는데 동행했습니다. 그런데 때가 되면 누가 밥상을 차려주는데 그때마다 이선생님은 기도만 하고 먹지 않고 그대로 물리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전혀 밥을 드시지 않으니 같이 있던 사람들도 자연히 먹지 못하고 굶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 굶고 다음날도 또 굶고 밥상이 나왔는데 선생님은 여전히 기도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청년 김준호는 그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밥을 순식간에 비워버렸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선생님께서 “준호, 준호는 밥을 먹었으니 밥값을 하시오. 이집 뒷 뜰의 땅을 파고 따라오시오. 아니면 광주로 돌아가시오.” 그래서 할 수 없이 난생 처음으로 삽을 들고 땅을 파야 했다고 합니다. 밥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피땀으로 이뤄진 것임을 이렇게 가르치신 것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밥이 생명의 근원입니다. 생명의 근원을 진리라 합니다.그래서 밥이 진리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진리를 다른 말로 진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밥은 진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그 밥이 생명의 근원이 되는 진지라는 알라는 것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우리 밥통에 그저 집어넣을 것이 아니라 진지로 모셔야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상에 올린 밥을 메라고 합니다. 나의 희생제물이 되어 장사지내는 것입니다. 또는 밥을 맙이라 하기도 합니다.
맙소사. 어찌 내가 이 밥을 차마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자기가 자신을 돌이켜 생각할 때 부족하고 죄악뿐인 내가 어떻게 이런 귀한 밥을 먹을 수 있나, 그래서 맙소서의 맙이라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밥을 대할 때 기도를 하고 먹습니다. 차마 먹을 수 없는 죄인이지만 이 죄인의 죄를 뉘우치고 진지를 깨닫는 약으로 먹겠습니다 하면서 맙으로 받드는 것입니다.
밥을 진지로 받들며 식사하는 것은 기도의 행위입니다. 밥을 물질이 아닌 말씀으로 보는 것입니다. 밥을 보면서 돈을 생각하면 밥을 물질로 보는 것입니다. 밥을 보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기도를 하면 진지의 말씀으로 보는 것입니다. 밥을 말씀으로 받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만나를 주신 뜻이 이것입니다. 밥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밥먹은 일을 끼니라고 합니다. 끊었다 이어지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기도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주는 행위가 끼니입니다. 밥을 먹는 것은 기도를 위해서 밥을 먹는 것입니다. 사는 것은 기도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기도와 말씀입니다. 말씀이 밥입니다. 그러니까 기도가 계속되는 것이 금식기도입니다. 기도를 이어주는 것이 말씀입니다. 말씀을 먹는 것이 식사입니다. 기도를 계속하기 위해서 말씀을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선생님이나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하루 한끼를 했습니다. 그만큼 기도를 길게 하신 것입니다. 기도가 자주 끊어지면 식사도 여러번 해야 하겠지요. 기도가 절실할수록 기도는 길어지고 금식도 그만큼 길어지는 것입니다. 금식이 곧 기도가 되는 것이고 금식이 기도가 됩니다. 금식이 끝나면 말씀을 먹고 다시 금식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끄니로 끊임없이 이어 기도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산다는 의미입니다. 밥을 진지로 대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기도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밥을 먹는 일이 기도요 기도를 위해서 밥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말씀과 기도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과 기도로 사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밥을 먹을 때마다 진지하게 진지를 생각해야 됩니다.진지를 모시는 일은 식사가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식사기도를 위해서 다음과 같이 5가지를 생각하라고 합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으로 다섯가지를 살펴 생각하며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다섯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밥상이 여기에 차려지기까지 들어간 수고의 공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쌀 한톨이 되기까지 해와 달 비 바람 천지의 은혜가 얼마나 많았는지 또 사람들이 흘린 땀과 노고는 얼마나 많으며 이 밥이 지어져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갔을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기의 행실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 행실로 보아 이 밥을 먹을 만큼 합당한지. 나는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 밥을 먹을 만큼 일을 했는지 반성해보는 것입니다.
셋째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행실이 바르다 해도 그 마음은 선하지 않을 수 잇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야 되는데 자기 마음을 잘 지켜서 악한 생각을 내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넷째는 지금 내가 밥 먹는 것은 내 욕심으로 먹지 않고 나를 치유하는 약으로 여겨 알맞게 먹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맛을 탐하여 과식하지 않도록, 몸을 성히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만큼만 먹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내가 이 밥을 먹고 몸을 성하게 하는 목적이 결국 이 땅에서 하늘이 주신 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맘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려고 이 밥을 먹는다고 다짐하며 감사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면 이렇게 다섯가지를 생각하면서 진지를 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밥을 말씀으로 모시는 삶이 되겠습니다. 물질의 떡으로만 살지 말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밥을 진지로 받들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실천을 잘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다일공동체입니다. 최일도 목사님이 세운 다일공동체는 노숙자 독거노인등 아직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제활동으로 밥퍼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다일공동체에서 매 식사마다 드리는 기도를 소개합니다. 우리도 이런 기도를 드리면서 더욱더 말씀으로 사는 다일 공동체요 귀일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진지 기도
한방울에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담겨있습니다
이 땅에 밥으로 오셔서 우리의 밥이되어
우리를 살리신 예수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도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밥상을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맑은 마음, 밝은 얼굴, 바른 믿음, 바른 삶으로
이웃을 살리는 삶이기를 다짐하며 감사히 진지를 들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21. 11. 12.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