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 십분. 다섯 시 오십분에 친구 아버지의 차를 타고 출발 해 도착시간 이십 분 전까지 거뜬히 도착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문 밖을 쳐다보니 희뿌연 하늘이 점점 푸르러지고 있다. 비가 온다는데... 하는 걱정을 꼭꼭 눌러 접어 가방 깊숙이 넣어버렸다.
발을 내딛어보니 어느새 경복궁이다. 그 장엄하고 웅장한 분위기에 위축되어 입이 떡 벌어지던 것도 잠시, 의식을 치르고 있던 조선시대 관복을 입은 이들을 보고는 우리는 금세 수학여행 기분을 되찾게 되었다. 사실은 더욱 무거워져야 할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인형이 아니냐며 낄낄대었기 때문이다.. 눈부신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찰칵! 수학여행의 본격적인 시작 신호가 울려 퍼졌다. 대부분 경복궁을 미리 다녀왔던 터라 그리 급급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나 또한 지난 여행 때 아주 샅샅이 헤집고 다녀서 이번엔 우리 모두 신나는 추억을 만들기에 주력했다. 화려한 기와가 가득한 건물 아래서, 오랜 세월이 가득 담긴 듯한 깊은 호수 둘레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가득 찍었다.
여기서 잠깐 경복궁의 유래를 살펴 보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도읍지를 한양으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건축하기 시작한 것이 경복궁이다. 그만큼 경복궁은 조선 건국의 위엄을 나타내는 웅장한 건축미를 보여 주고 있고, 공을 들인 건물이다. 경복은 시경에 나오는 낱말로 경축하고 복을 빈다는 뜻으로 조선 왕조가 천년 만년 이어지기를 축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도 한다. 경복궁 내에는 왕이 나라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만조 백관을 알현하고 국사를 보던 근정전, 만원짜리 지폐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경회루, 우리 나라 정원의 전형으로 꼽히는 향원정, 그리고 왕비의 거처 공간인 교태전 등 유명한 건축물로 가득 차 있다. 교태전 지붕은 용마루가 없어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용을 상징하는 왕 또는 왕자의 기운을 막지 않기 위한 철학적 사상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건물이 임진왜란 당시에 소실이 되어 버렸고, 조선 후기에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위엄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다시 건축하여 백성들의 원성을 많이 사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왕실의 위엄이 우선인가, 아니면 백성들의 평안이 우선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그 당시 흥선대원군의 집념과 백성들의 고달픔으로 지친 원망어린 모습이 교차되면서 묘한 느낌을 가져 본다.
경복궁에서 맺힌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이마에서 또로록 굴러 내리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차로 청와대 앞을 지나며 와아, 하고 함성을 지르던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첫째 날의 마지막 코스인 아인스 월드로 향했다. 버스를 세우는데, 담장 위로 에펠탑이 삐죽 솟아나 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탄성을 내뱉었다. 그 곳에는 놀랄 거리가 굉장히 많았는데, 특히 심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교과서에 실려 있던 로마의 콜로세움이 온전한 모습으로 떡 하니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내가 꼭 그 시대 로마인이 된 느낌이었다.
아인스 월드는 세계에서 유명한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들을 집합해 놓은 공간이다. 사실 제주에 갔을 때에도 이런 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곳은 옛날에 갔던 제주 미니월드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서 특별한 감흥은 사실 없었다. 그렇지만 경복궁 다음에 들른 곳이라 우리 고유 건축 양식과 많이 다른 서양 건축 양식을 보면서 어디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생겼는지 호기심이 새롭게 생기기는 했다. 서양 건축물들은 직선적인 아름다움을 많이 강조하고 있고 섬세한 것이 돋보였다.
둘째 날이다. 나는 어깨에 묻은 부슬비를 털며 난타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난타공연 뿐 만 아니라, 다른 공연들도 감상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 더욱 크게 뛰는 가슴을 누르며 공연의 시작을 지켜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정말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인다는 말이 바로 이것인가, 할 정도로 배우들이 신들린 듯 두드리는 악기의 리듬을 타고 얼마나 신나게 즐겼는지 모른다. 둥둥 거리면 어깨가 으쓱으쓱, 쿵쿵쿵 거리면 다리가 흔들흔들... 마지막에 배우들이 색색깔의 공을 관객석으로 힘껏 던졌는데, 우리는 맨 뒷자리에 앉아 공연이 끝난 다음 무대 앞쪽까지 달려가 공을 주워와야 했다.
모두들 흥이 난 표정으로 버스에 앉아 다음 순서인 서대문 독립 공원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미리 가 본 친구들은 무섭다느니 잔인하다느니 하며 호기심을 돋구어 더욱 설레게 만들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멀리서 붉은색 건물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벽돌이 하나하나 보일만큼의 코 앞 거리로 다가와 있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건물에는 총기, 검, 사진 등 일본이 우리나라에 남긴 잔인한 흔적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 거렸을까, 그토록 친구들의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리던 고문 재현 모형과 체험관이 나타났다. 온통 피와 비명소리로 가득한 유리벽 뒤의 모형들을 바라보며, 이 붉은 벽돌의 건물이 마치 일제 시대 우리 선조께서 남긴 붉은 핏덩이 자욱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 층 엄숙해진 기분으로 발을 디딘 곳은 내가 예전부터 꼭 가기를 바랬었던 국립 중앙 박물관 이었다. 제대로 돌아 보려면 적어도 세 시간은 걸릴 거라는 주위의 말에 지레 겁먹고 다양한 유물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어린이 박물관’을 먼저 들리려 두리번 거리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안내원께 여쭸더니 그 곳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갈 수 있는 곳이란다. 나중에 국립 중앙 박물관의 입장료가 500원이라는 말을 듣고 그 곳도 가격이 비슷했을 거라는 예상이 되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렇지만 그 대신 우리는 주어진 짧은 시간을 잘 활용했다는 위로를 해 본다. 우리가 본 유물 중에서 특히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신라의 금관과 마애불상인데, 두 유물 모두 위상을 자랑하듯 단독으로 전시되어 있어 더욱 신비로웠다.
그렇게 마음껏 활개를 치고 나온 우리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버랜드에 도착했다. 학교 단체 여행의 단골 코스인 에버랜드. 하지만 내 놀이기구 기피증 때문에 나는 아직도 그 많은 놀이기구의 절반도 다 타 보지를 못했다. 이번도 역시, 어쩌면 중학교 마지막 에버랜드 여행일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무서울 만한 것은 다 빼놓고 친구들이 ‘시시하다’고 할 만한 것들만 골라 탔다. 별 한 것도 없는데 발은 왜 이리도 아픈지! 어둑어둑한 밤공기를 가르는 버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푹 잠이 들었다.
마지막 날이다. 어젯밤 어찌나 깊게 잠이 들었는지 어떻게 숙소에 들어왔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숙소에서 30분 거리인 에버랜드로 가 놀고 난 다음, 삼성교통박물관으로 갔다.
‘교통’ 하면 왠지 표지판과 신호등만이 떠올라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자동차 외에도 배, 기차, 엔진, 바퀴 등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 중 자동차 그림과 이름을 스크래치 하는 코너가 있어 나는 5개의 판을 모두 해내느라 직접 관찰하고 실험해 보는 곳을 놓치고 말았다. 겨우 자동차 모형에 타 시동을 걸어보는 것만 해 보고 온 것이 아깝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자꾸자꾸 뒤를 돌아보며 도착한 곳은 ‘명성황후 생가’다. 수학여행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곳인데도 관람시간은 약 20분밖에 주어지질 않았다. 메모하고, 보고, 느끼고, 생각할 것은 산더미인데 겨우 20분이라니! 최대한 빨리, 그러나 충실하게 관람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제대로 꼼꼼히 살펴보지도 못하고 숨 가쁘게 뛰쳐나왔는데도 시간이 조금 지나있었다. 그 와중에도 명성왕후와 명성황후를 헷갈려 하고 있었는데, 집에 와서 조사해 보니 이번에 다녀온 생가에 살던 분은 바로 ‘명성황후’셨다.
명성황후는 전에 언급했던 흥선대원군의 며느리이다. 역사책을 보면 명성황후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하고 당대의 권력자였던 시아버지를 물리치고 조선을 휘어잡던 국모였다. 그녀는 일제에게 가장 위험스럽고 조선을 삼키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어 무참히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명성황후 생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의 탄생지이다.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당찬 기운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 보았으나 끝내 찾아내지는 못했다. 조선 시대는 남자의 시대라고 하지만 명성황후는 오히려 여자의 시대로 탈바꿈시켰으니 요즘 우리들이 본받을 점이 많다.
아-끝이구나! 버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추억을 만드느라 지친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나는 꼭 다물어진 가방을 살금 열어보았다. 비가 올까 걱정했던 기억, 기쁘고 설레어 친구들과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뛴 뒤의 흙먼지, 경복궁과 난타, 서대문 형무소 등을 거쳐온 장면의 가닥가닥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추억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새로운 추억의 향기가 코를 간질이며 우리 모두의 가슴으로 함빡 모여들었다.
나는 그날
나는 그날
김윤주(대경)
붓끝에 슬쩍 찍은 완둣빛 여름의 향기
뚝뚝 떨어지는 태양의 즙에 툭 떨구면
동그랗게 도옹그랗게 얼굴을 맞대며 번져나가는
그 향기를 물고 올챙이 두 마리가 다시 조록조록 헤엄쳐 간다.
나는 그날 여름을 만났다. 아니, 너를 만났다.
2007.3.1.목요일 <종합과일주스>
오늘은 참 여러가지 감정이 생겨났다.
수학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라 기뻤다가, 내일은 또 영어학원에 가야하고, 토요일날까지 8장의 수학숙제를 다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또, 실컷 느긋하게 빈둥거리면서도 '이렇게 놀아도 되나?'하는 생각에 초조해지다가, 내일이 바로 개학이라는 생각에 더더욱 슬퍼졌다.
어제는 일찍 일어나서 집청소도 하고, TV가 없어진 거실에 책을 가져다 놓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오늘은 이거 원...!
'내일부터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실컷 노는 나!
내 좌우명인 <내일은 오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를 벌써 잊은건가?
뭐, 그래도 오늘은 봄방학 끝이니까... 내일은 개학이잖아?
에이구, 또, 또!
이 상황은 즉, 꿀맛같은 파티를 즐기다 드디어 파티가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 거기서 깨어나지 못해 헤롱거리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빨리 깨어나야 하는데...!
파티에서 칵테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머리도 지끈지끈하고 다 지겨워 지는 이 기분! 후유증이 너무 심각하다.
아...긴장된다. 내일이 개학이라니!
우리 삼총사인 나, 효은이, 서영이 중에서 나만 다른반이 되고 효은이와 서영이만 같은 반이 되다니...
꼭 순정만화 주인공 같다.
뭐, 어쨌든 주인공이라니 좋은 징조로 생각하는 게 좋겠지?
'새로운 시작'.
컴퓨터를 키면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문구다.
그런데 이 문구를 너무 좋아해도 안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건데, 이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름벵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말 내일은 내 중학교 2학년 생활의 '진짜' 시작이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내야지!
윤주 화이팅!
-이제부터 일기를 우리 가족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다. since2001, 벌써 여섯살이 된 이 홈페이지가 우리 가족에게 너무 홀대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에 한 개씩 일기를 쓰다가, 점점 시도 쓰고, 예전처럼 소설도 쓰고, 독후감도 쓰고 하다 보면 이 홈페이지가 점점 더 살아나겠지? 처음엔 잘 보이지 않을거야. 조그만 숨결이 불어넣어진 것에 놀라 소곰소곰 대다가, 점점 더 살아나서 벌떡벌떡, 건강한 심장을 갖게 될 거라 믿어.-
*추신: 아빠! 이제 우리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제가 있는 힘껏 도와 드릴게요!
IP Address : 59.29.63.187
yjgim
::: 난 엄마다 : 내일이 드디어 개학이구나. 정말 긴장된다.
전주 상산고
(1) 전주 상산 고등학교의 경우도 입시준비는 민족사관고등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두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평소 성적이 거의 비슷하였다. 다행히도 두 학교의 입시일정이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두 학교를 모두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는 것도 대비책 중의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2) 상산고 입시 전형은 수학과 영어 등에서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특기자전형과 일반전형, 전라북도 소재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 등 3가지로 나뉜다. 특기자전형 경쟁률은 5대1, 일반전형은 3대 1정도이다. 특기자전형에서 수학능력우수자는 수학 주관식 서술형 평가로 5∼7문제가 출제된다. 풀이과정까지 평가하며 시험 범위는 삼각비를 뺀 중학교 전과정이다. 합격자 최저점수는 75점 정도이다. 영어능력우수자는 50분 동안 영어 에세이를 써야 하며 5분 인터뷰도 거쳐야 한다. 일반전형에서 심층면접은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 면접과 인성면접으로 구성된다. 심층면접은 100점 만점 가운데 70∼75점을 얻어야 합격할 수 있다. 국어는 1지문에 3∼4개 문제가 출제되며 주관식형태로 체감난이도가 가장 높다. 한자독음도 출제된다. 영어는 독해 위주로 지문에 2∼3문제씩 출제된다. 수학은 3∼4문제를 출제하며 수험생간 점수차가 가장 크다. 또한 상산고는 특기자전형에서 국어능력우수자 전형을 추가하여 수학과 영어, 국어능력우수자, 경시대회 수상자 가운데 특기자를 선발한다.
제주도 여행기
1. 나, 할머니, 엄모('큰고모'의 애칭), 엄마, 아빠, 엄마, 소연이, 유경이, 민주, 운경이 이렇게 9명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키다리 억새풀이 살랑거리는, 참 따뜻한 날씨였다.
여행하는 동안 말을 굉장히 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와 민주는 처음에 말을 발견했을때 "우와 말이다!!" 하고 소리치던 그 설레는 마음을 다음 번에 도로 바로 옆 밭에서 풀을 먹는 말을 보았을 때 밖에 간직하지 못했다.
2. 히히힝~ 한적한 길 옆에 말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모두 총 10마리였는데, 그 중에 하얗고 큰 말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말들이 그 크고 둔탁한 발로 우리를 뻥! 하고 차 버릴 까봐 무서워서 신나 하시며 말소리를 내는 아빠를 멈추었다.
3.할아버지 산소를 들렸다.
민주가 아빠께 할아버지 산소 주위의 벽돌이 멋있다고 하자, 아빠가 그 돌들은 자연석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자랑스러워하시는 표정을 짓자 할머니가 허허 웃으셨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우실까? 하는 생각을 하고, 효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억새풀을 잔뜩 뽑았다.
그 중에서 나보다 큰 (아마 아빠만하거나 아빠보다 클 것이다) 억새풀을 뽑아서 '내 남자친구'라고 이름을 붙였다 (소연이는 그걸 '강동원'이라고 불렀다).
또 그 중에 내가 '마법의 빗자루'라고 부른 것이 있었는데, 술이 어찌나 단정한지 정말 빗자루를 쏙 빼닮았다.
할아버지 산소에서 저 멀리를 보니 바다가 보여서 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갔따.
멀리서 볼 때는 몇 걸음만 가면 바로 밑에 바다가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끝 (낭떠러지)' 으로 보였던 곳까지 가 보니 바다는 한참 멀리, 마을 주위에 있었다.
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이 떠오른다.
제주도는 물이 너무 잘 빠지는 현무암 때문에 사람들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다 주위에 마을을 이루고 산다는데...
엄모는 헉헉거리는 날 보고 "아까 먹은 것 운동 되었겠다'고 말씀하셨다.
휴, 힘들긴 했지만 공부기회, 운동기회로 삼아야지!
4.평화박물관에 가는 도중 O'설록 이라는 박물관에 들렸다.
녹차회사가 홍보차 만든 녹차 박물관인데, 너무너무 잘 지은 예쁜 건물이다.
나는 마침 저번에 한 번 들러서 오랫동안 본 곳이라 이번엔 좀 더 꼼꼼히 구경할 수 있었따.
거기서 본 다이어리가 너무 탐난다.
너무 예뻤는데...
5.평화박물관에 갔다.
제주도가 일제시대에 당했던 수모를 보여주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별 감흥은 없었다.
동영상에서 너무 '평화로운 제주도'를 연발해서 지루했다.
그런데도 우리 9사람의 입장료는 무려 2만 천원!!
그래도 단 한군데 재미있었떤 곳이 있었는데, 바로 '땅굴'이었다.
일본 사람들이 강제로 시켜서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판 커다란 땅굴이었는데, 2km중 약 600m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땅굴을 나와 그 옆에 있는 표지판의 설명을 읽으니, 그 곳이 바로 적들을 유인해서 사살했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아... 그 섬뜩함이란!!
그렇지만 간식으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다 사라졌다.
6.해안도로를 달리고 송악산을 올랐다.
아까 할아버지 산소에서 멀리나마 본 푸르고 진한 바다가 구름빛 하늘과 맞닿아 뒤섞여 있었다.
꼭 부드러운 생크림을 넣은 커피같이...
냄새는 또 얼마나 달콤할까, 상상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송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소연이가 작은아빠께 들은 바로는 '산'이 아니라 '오름'이란다.
제주도에 산은 한라산 하나 뿐이고, 이 송악산은 오름치곤 커서 그냥 산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공을 물고 있는 검은개가 있었는데, 그 공이 알고보니 코코넛이었다.
그 딱딱한 코코넛을 물 정도면, 이빨이 얼마나 단단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문득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오는 길에는 큰 뿔(꼭 O'설록 박물관에서 본 뿔컵 같았다. 민주는 그 컵으로 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했었는데...)이 달린 새까만 염소도 보고, 아까 평화박물관에선 아직 다 자라지 않아 풀잎만 보여서 아쉬웠던 유채꽃도 도로 옆에 가득 보았다.
그 유채꽃 길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는데, 정말 황홀했다.
어떻게 저렇게 샛노랄까?
꼭 애기똥풀을 크게 확대해 놓은 것 같았다.
애기똥풀은 어지나 샛노란지 줄기마저도 똑, 하고 부러뜨리면 노오란 물이 비져나오는데, 유채꽃도 그럴지 궁금해졌다.
7. '절부암'에 다녀왔다.
그건 비석인데, '제주도'에서 '제주특별자치도'로 바꾸어 붙인게 보였다.
왠지 허술하게 붙여서 비석과 어울리지 않아 보여 웃음이 나왔다.
도중에 유경이가 보이지 않아 소연이가 다급하게 "유경아!"하고 비명을 질러 엄청 크게 웃었다.
8.설 연휴때 제주도에 와서 여행을 하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정말 좋다.
저번에 여행을 가지 못해서 엄마 아빠가 날 배려해 주신 것 같아 더 즐거운 여행이었다.
우리 홈페이지
자랑스런 우리 가족 홈페이지!
요즘들어 우리 가족 모두 활동이 뜸해졌다.
그건 내게 책임이 크다.
시도 쓰고 글도 쓰고 여러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이 페이지를 나는 그동한 등한시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