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스꼬도, 마추픽추도 아쉽지만 끝났다.
이젠 볼리비아로 건너가야 할 때다.
볼리비아로 가기 위해선 뿌노를 거쳐야 한다.
당빠(햐...당빠 소리 졸라 간만에 텨 나왔다...내가 써놓고도 반갑다. ^^*)
티티카카 호수도 건너야 한다.
어쨌건 뿌노 가는 일이 먼저다.
기차를 타기로 했다.
사실 기차는 99년에 첨 왔을 때 마추픽추 일카트레일 3박4일 짜리 마치고
마추픽추 아랫동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다시 꾸스꼬로 돌아갈 때 처음 타봤다.
그리고 이번 잉카트레인(^^*) 왕복으로 또 한 번....그게 다다.
(안데스 지방은 워낙 지대가 높은데다 여러 가지 여건상 기차보다는 버스나 비행기 교통편이
훨씬 더 발달돼 있다. 기차는 우리처럼 촘촘하게 엮인 것이 아니라 듬성듬성...
마치 거미줄 여기저기 구멍 뚫린 것처럼 몇몇 군데에만 연결돼있을 뿐이다.
그러니 남미 안데스 지방에서 기차만으로 남미 안데스 지방 이곳저곳을 연결하며
여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꾸스꼬에서 뿌노 가는 거... 버스로는 다녀온 적은 있었다. 2차때던가 3차땐던가 였는데...
꾸스꼬의 악기 선생의 그룹이 뿌노에 연주가 있다고 해서 미니버스에 같이 타고 6시간 동안
먼지 다 뒤집어 쓰고 다녀 온 적이 있었다.^^;;
근데 우리가 안데스로 떠나기 얼마 전 그러니까 작년 12월 초순쯤 카페 회원 중 한 분이
꾸스꼬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 여행이 참 좋았다고 글을 올린 적 있어....
우리도 그걸 함 이용해보자고 합의했었다.
전에 미니버스 타고 다녀왔을 때의 숨쉬기 힘들 만큼 먼지 뒤집어쓴 기억도 생생하고 해서...^^;;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기차여행....아주 훌륭했다.
기차는 아주 정갈했으며 승무원들의 서비스 역시 세련되고 품위가 있었다.
객차와 객차 사이를 오가며 관광지도니 카드, 소품들을 파는 직원이나 식사를 서빙하는
직원 모두 깍듯한 매너로 서빙을 하고 있어....마치 유럽에서의 열차여행을 하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참....나 아직 유럽엔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다^^;;)
사실...안데스를 포함해 남미 여러 나라들의 생활방식이나 매너는 기본적으로 유럽식이다.
(300년 동안 유럽의 스페인에게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6.25 말 하는 거 아니니...오버하진 말고 ㅡ,.ㅡ)
생활방식 뿐 아니라 정신까지 유럽화 되었다고 보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냐?
그러니 그쪽에서도 중상류층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한 서비스와 매너를 받으며
생활할 것이라 보면 된다.
다만 난 그동안 원주민들과만 너무 밀착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했을 뿐이다^^*(그런 거 다 돈 들거든...ㅋㅋ)
하나 이상했던 건 원주민들은 그 기차에 탄 걸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차 삯이 비싸서 그랬는지, 아님 아예 그 열차가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열차였는진
모르지만 암튼 기차 안은 우리 일행을 포함한 외국 관광객들뿐.
기차 삯은 25달러. 요즘 우리 돈으론 이만오천원이 채 못된다.
10시간 가까이 타는 기차 여행 치곤 싼 편에 속하지 않냐 이거?
그런데도.....그쪽 일반 근로자들에겐 비싼 금액이었을 것이다.
한달 월급의 10%이상을 차지할 테니까...어쨌든...
꾸스꼬 역사를 천천히 빠져나온 열차는 이내 시내를 벗어나 변두리로 향한다.
우리를 태운 기차가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인데 반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철로변 풍경은
아주 대조적이었다.
주변에 늘어선 집들은 모두 흙담벽이거나, 이미 다 지어진 집인데도 짓다만 것처럼
벽돌 그대로의 색을 노출하고 있었고 그 근처엔 여기저기 흙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공사중인 건지 이미 공사를 끝내고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 지은 집이라도 페인트로 깔끔하게 외벽 정리를 한 집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주변을 간혹 원주민 몇몇이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허름하다....라는 말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풍경은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코발트 블루....그 이름 그대로의 선명한 하늘색에 나이프로 하얀 유화물감을 듬뿍 퍼다
캔버스에 찍어놓은 듯 생생하고도 풍성한 구름... 기차 안과 밖, 또 하늘을 올려다보면
각각의 대조적인 모습에...정말 이색적인 여행을 하는 기분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 뿐 아니라 뿌노에 다가갈 수록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얹은 안데스의 산 봉우리들도
충분히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거기다 중간에 10분 정도의 휴식을 위해 기차가 멈춘 곳에서 원주민들의 민예품 시장을
잠깐 둘러보는 맛과, 차랑고와 삼뽀냐를 연주하며 객차 안을 오가는 악사의 연주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으니...
긴 기차 여행이 지루하지만은 않아...좋았다.
당빠...음악이 빠질 수 없는 일이다.^^*
himno al sol '태양을 위한 찬가' 쯤으로 해석된다.
2002년도인가 2003년도인가 두번째로 꾸스꼬를 찾았을 때, kike pinto를 만난 적 있다.
백인이지만 안데스 음악에 대단한 식견과 실력을 갖춘 그는 원래의 백인 부인과는 이혼하고
인디오 여자를 아내로 다시 맞아, 아들 딸 하나씩을 두었다.
(그에게 께나를 가르쳐달라고 졸랐었는데 처음엔 퇴짜를 놓더니, 내가 자기 집을 자주 들락날락 하는 걸
가상하게 봤는지 나중에 허락했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다른 음악 선생을 구한 후여서 그에게 배우진
못했었다... 언젠가 다시 꾸스꼬를 찾게 되면 그에게 께나를 배울 생각이다.^^;;)
이 곡은 그가 동료들과 연주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도입부의 나즉한 께나초 소리가....강렬한 태양이 작렬하는 코발트 블루의 하늘 속에
점점히 찍힌 선명한 구름을 무심하고 느긋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곡이다. 마음이 편해지더라^^;;.
좋았던 기억, 사진 몇 장 함께 보면서 다시 추억하자^^;;
사진설명
1. 꾸스꼬를 떠나는 날 호텔(?) hospedaje sanblas에서의 아침식사. 매우 깔끔하면서도 괜찮았다.
2. 꾸스꼬 -뿌노 간 열차의 객차 안내원. 곰솔 이샘과 너구리 김샘은 촬영으로 바쁘신 중^^*
3. 열차가 움직인 후 1분도 안된 철로변 풍경.색깔 칠한 집 하나 있네...^^;;
4. 창밖으로 보이는 강렬한 태양과 하늘...찍사(저문강)가 션찮아서 별루다ㅡ,.ㅡ
5. 뿌노에 다와갈 무렵 객차안에 등장한 악사. 아차카치Achacachi도 연주했었다.
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