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9일, 일요일, Tobolsk, Omsk 기차
(오늘의 경비 US $16: 기차역 방 7시간 사용 208, 점심 60, 식수 15, 버스 7, 7, 짐 보관 100, 환율 US $1 = 25 ruble)
오늘 아침 어제 다 못한 kremlin 구경을 마쳤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Kremlin 안에 있는 St. Sophia 성당에 들어가서 미사 구경을 잠깐 했다. 성당 전면 벽에는 성인들의 초상화가 (icons) 가득하다. 이 나라에도 성자들이 (saint) 많은 모양이다. 내 생각에는 성자, 영웅, 기념관, 신전, 동상, 거대한 건물 등이 많은 나라는 별로 행복하지 않은 나라 같다. 남미 여러 나라와 인도가 좋은 예인데 러시아에도 마찬가지 같다. 러시아에는 웬만한 도시에는 모두 전쟁 영웅들을 기념하는 동상이나 기념물이 있다. 덴마크나 뉴질랜드 같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나라들에는 아직 안 가봐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성당 안에는 촛불 냄새인지 이상한 냄새가 진동한다. 신도는 대부분 여자들이고 신부는 모두 남자들인 것이 금방 눈에 띤다. 왜 그럴까? 70여 년 동안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사라졌던 종교가 언제 그랬었나 하는 식으로 순식간에 복구된 것이 신기하다. 소련이 없어진 것은 불과 17년 전이다. 70년 동안 종교의 연기만 안 났었을 뿐이지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Kremlin에서 내려다보이는 Old City 사진을 찍다가 강에 정박해 있는 여객선을 발견했다. Lonely Planet에 나온 Omsk와 북극해에 위치한 도시 Salekhard를 다니는 여객선인 것이 틀림없다. 여름 3개월 동안에 약 10번만 다닌단다. 강가에 있는 선착장에 가서 언제 이곳을 지나가나 알아보려고 했는데 여객선이 이곳에 정박해 있는 것이다. 참 기막힌 우연의 일치다.
Old City로 걸어서 내려갔다. 별로 멀지 않았다. 강가로 향하는 도중에 몇 군데 서서 사진을 찍었다. 주로 성당과 Siberia 특유의 목조 건물들이었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Nicholas 2세가 가족과 함께 유배되어 살던 집도 밖에서만 구경했다. 이곳에 살다가 Yekaterinburg로 옮겨져서 처형당한 것이다.
강에 나가보니 여객선이 온데간데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객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잘못이다. 상행하는 것인지 하행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정박했다가 떠난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내일 아침에 떠나는 여객선으로 생각하고 내가 탈 자리가 있으면 오늘 기차로 Omsk와 Tomsk 가는 것은 취소하고 이 여객선을 탈 생각이었다. 좋았다가 말았다. 멀리서 보고 사진을 찍은 것만 해도 운이 좋은 것이다. Omsk에 가서 다시 한 번 알아볼 생각이다. Irtysh 강이 안 되면 Krasnoyarsk에서 떠나는 Yenisey 강 배 여행은 꼭 해야겠는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Siberia에서 북극해를 꼭 보고 싶다.
Old City와 Irtysh 강 구경을 끝내니 12시 정도였다. Omsk 가는 기차는 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에 출발인데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Old City에 한적한 공원을 발견하고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 가서 먹을 것을 사다가 점심으로 먹으며 좀 쉬었다. 다른데 갈 곳도 없어서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낮잠을 한 숨 푹 잤다. 노숙자들이 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이상한 기분이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맡겼던 짐을 찾아서 (짐을 몇 시간 보관하는데 돈을 받다니 너무 하다) kremlin 광장에 가서 4번 버스를 타고 기차역 쪽으로 갔다. 도중에 있는 우체국 근처에서 내려서 우체국 뒤에 있다는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이 우체국을 한참 지나서 있어서 짐을 지고 걸어가자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만 두고 기차역까지 갔다.
기차역에는 다행히 간이 호텔이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며 몇 시간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곳이다. 방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외국인 손님은 처음 상대해보는지 직원이 이리저리 전화를 하고 무슨 서류작성은 그렇게 많이 하는지 침대 하나 빌려주는데 30분이 걸렸다. 참 한심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마실 물을 사는데 조그만 매점에 문이 열려져 있어서 들어갔더니 20대의 여자 직원이 무어라고 소리를 지른다. 다른 사람에게 지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실 물을 찾고 있는데 또 한 번 소리를 지른다. 가만히 보니 내가 매점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데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다니. 참 무례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러시아는 브라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기나 잘 만들고 과학, 예술, 스포츠 등 몇 분야에서 뛰어나는 사람이 좀 있을 뿐 지하자원을 파서 먹고사는 것 외에는 다른 능력이 없는 나라인 것은 브라질과 흡사하다.
빨리 Siberia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 러시아는 인도와 더불어 내가 안 좋아하는 나라 리스트에 올라갔다.
"Gastinitsa Sibir - Hotel Sibir" 러시아 알파벳은 정말 알아보기 힘들다
Hotel Sibir의 고풍스러운 복도
Tobolsk Kremlin의 성벽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가 모두 끝나면 참 아름다울 것이다
아침 햇살에 보이는 St. Sophia 성당
거대한 규모의 종, 어느 러시아 황제를 상대로 역모에 가담했다는 죄로 매를 맞고 혀를 잘린 후에 이곳에 유배되었다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 종이다 (진짜 얘기다)
Kremlin에서 내려다보이는 몽골의 후예라는 Tartar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인 Old City
Zachary and Elizabeth Church 너머로 Irtysh 강이 보인다
내가 찾고 있던 여객선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인다, 내려가 봤을 때는 벌써 떠나고 없었다
Old City에서 올려다 보이는 Tobolsk Kremlin, 아래는 Tartar 사람들이 살고 위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살았다
잘 보존된 Mandeleev Mansion 저택
유리창 문틀 조각이 Siberia의 전통 건축물의 특징이다
네팔이나 터키에서 본 것만큼은 정교하지 않다
아름답게 꾸며 놓은 조그만 단독주택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Nicholas 2세가 Siberia에 유배되어 살던 집
엄마에게 펌프 물을 틀어주고 있는 어린 소년
한가해 보이는 Old City 거리
강으로 가는 숲길
Irtysh 강, 북극해로 흐르는 Ob 강의 지류이다
아침에 kremlin에서 본 여객선은 온데간데없다
강가 나무 숲
일요일이라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Old City 구경을 마치고 공원에서 낮잠을 한숨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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