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랜드에 얽힌 이야기(1)
(내용을 보니 알아 두시면 유용할 듯하여 펀글입니다)
타이거 우즈(참고로, Woods를 발음할 때 “우즈"라고 하는 것 보다는 ”우~워ㅈ"라고 해야 미국애들이 잘 알아듣는다는 군요)가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우즈보다 더 감격에 겨웠던 이는 바로 나이키골프의 영업담당라인이었답니다. 골프 부문에서 고전하던 나이키가 우즈와 스폰서쉽을 체결하면서 의류, 신발, 장비 등 모든 분야에서 우즈의 샷만큼 환상적인 매출 증가를 보였기 때문이지요. 요즘엔 TW라는 타이거 우즈 이니셜을 딴 브랜드로 황제의 지위에 맞는 명품 이미지 심기를 시도하고 있고..........
우리가 친숙하게 접하는 골프 브랜드들은 어떤 이유와 의미로 그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를 1, 2편에 나누어 정리해 봅니다. 동호인 또는 지인과의 모임에서 적절히 사용하시면 골프에 상당한 상식을 갖춘 사람으로 대화를 주도하실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골프의 쾌감은 뭐니 해도 호쾌하게 휘두르는 샷과 날아가는 공에 있지요. (골프란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패다, 때리다(flog)“가 되는 것도 그런 연관성이 있는 건가?...아니면 말고....) 얼마나 정확하게 멀리 날리느냐가 모든 골퍼의 가장 큰 관심이자 희망임에 틀림이 없고 골프의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이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타격 욕구(慾求)을 자극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고 보여 집니다.
1988년 출시된 캘러웨이(Callaway) 클럽의 대명사 빅버사(Big Bertha)를 예로 들겠습니다. 1차 대전 말 독일군이 프랑스 파리를 공격할 때 썼던 위력적인 대포 이름이 바로 빅버사였습니다. 사정거리 130km의 장거리포로 그 당시 제작사였던 크루프(Krupp)의 여사장 베르타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고 하지요. 그 만큼 멀리 보냈으면 하는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골퍼의 욕망이 표출되는 것은 클럽보다는 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볼에 직접 그런 희망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볼 이름들은 대개 거리, 정확성의 모티브로 이름 지어 지는 경우가 많은데 탑플라이트(Top Flite)의 Flite는 사전에 단어가 없고 Fly에 다이너마이트처럼 화약 관련 제품에 붙이던 명사형 접미어 “ite”를 붙인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폭발적인 비행"이 되는 셈이지요. 빅야드(Big yard)와 맥스플라이(Max fli)는 "최고로 멀리 나는"이란 의미고, 팬텀(Fantom)은 초고속 팬텀 전투기의 이미지가 그대로 녹아든 예입니다. 핀시커(Pinseeker)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춰 "그린 위의 핀을 찾아가는 놈"이란 뜻이고....
한편, 브랜드 네이밍은 꼭 멋진 말만을 선별해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핑(Ping)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유래가 구두 수선공에서 시작해 엔지니어로, 결국 골프 클럽사업가로 성공한 카스텐 솔하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42살 때 처음 골프를 배우게 된 솔하임은 그린에서 공이 자주 튀는데 의문을 품고는 몇 년의 연구 끝에 퍼터의 힐(heel)과 토우(toe)에 무게를 나누고 스윗 스팟(sweet spot)에는 철판만 대는 퍼터를 만들어 냅니다. 이 퍼터로 볼을 치니 공명 효과인 듯 "핑"하는 소리가 났고 그 결과 퍼터 역사에 획기적 진보였던 "핑 1A’이 그렇게 탄생음을 울렸던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퍼터라는 "앤서"(Anser)의 이름도 우연처럼 붙여졌지요. 오늘날 퍼터의 전형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낸 솔하임은 어느 날 아내에게 새로운 제품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물었답니다. 당시 아놀드 파머 퍼터에 대항할 해답을 찾느라 전전긍긍하던 남편의 모습을 지켜봤던 아내는 대뜸 "해답(Answer)으로 하자"고 했다지요. 하지만 막상 퍼터 토우에 새겨 넣자니 철자가 너무 길어 망설이니까 아내 루이제가 제안하기를, "그럼 w를 빼면 되잖아요." 했다는 겁니다.
솔하임이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것처럼 다른 무수한 브랜드들도 처음부터 클럽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브랜드 브리지스톤(Bridgestone)이 고무와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사명이 "돌다리"여서 그런지 이를 국내에 공급하는 업체도 석교상사이고, 로고를 봐도 다리를 상징하는 디자인입니다......믿거나 말거나....). 마찬가지로 일본의 요코하마고무는 PRGR를 만들었는데 이는 "프로페셔널 기어"(PRofessional GeaR)를 줄인 말로,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들까지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는 완벽한 장비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는 군요. 음악 기기와 시계를 만들던 저 유명한 세이코(SEIKO)는 첫 글자(S)에 거리를 뜻하는 단어인 야드(Yard)를 붙인 S-YARD를 만듭니다. 들리는 말로는 첫글자 S에 대해서는 사용자 스스로 그 뜻을 유추하라고 했다는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브랜드도 있습니다. 테일러메이드(Taylor Made)의 파이어솔(Fire Sole)은 "불타는 바닥", 엑스트론(XTRON)은 "아주 큰(Extra) 소립자 기술(tron)"이란 뜻입니다. 일본 브랜드인 카무이(kamui)도 의미심장한데..... "카무이는 일본인들이 숭상하는 위력적인 지방신(神)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비거리가 현실을 초월한다는 의미이죠. 한 때 국내시장을 석권했던 "아시리"클럽은 "바람"이란 일본어 방언으로 "바람을 가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무이 클럽담당자의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타이틀리스트(Titleist)나 파워빌트(PowerBilt) 브랜드는 한 번에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상당히 직설적인 이름입니다.
한편, 동물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는 상징성이 재미있습니다. 타이틀리스트의 브랜드인 "황소의 눈(Bulls Eye)"과 테일러메이드의 "매의 눈(Hawk Eye)"이 그 예라 할 수 있는데 한국캘러웨이 담당자는 "매가 높이 떠서 정확하게 목표물을 포착하는 이미지에서 이름 지었다"고 말합니다. 역시 “불스 아이”는 핀을 향해 내달리는 황소의 이미지에서 차용된 것으로 보이고.......
호주의 백상어 그랙 노먼이 대주주인 코브라(Cobra) 브랜드는 뱀이 많은 호주의 자연을 연상케 하지요. 몸통을 곧추 세우고 공격 자세를 취하는 코브라의 모양에서 코브라 아이언 브랜드가 나왔다는데 유사품인 킹 스네이크(King Snake)도 있으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랙 노먼, 아놀드 파머와 함께 3대 골프재벌로 꼽히는 잭 니클로스 역시 골든 베어(Golden Bear) 브랜드가 있습니다. 의류로는 본명인 잭 니클로스를 그대로 쓰지만, 클럽은 골든 베어를 씁니다. 그래서 로고엔 황금 곰 한 마리가 그려져 있고.....
=== 유명 골퍼는 죽어서 브랜드를 남긴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호건"은 브랜드를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설적 골퍼 벤 호건(Ben Hogan)은 2차 대전 참전용사이면서 라이더컵, US오픈, PGA 등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전쟁 직후 골프 영웅으로 떠올랐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전설이 된 진짜 이유는 1949년 자동차 사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다음 해에 보란 듯이 마스터스와 US오픈 우승을 일궈냈다는 데 있지요. 굴하지 않는 정신은 최고의 브랜드로 남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밖에도 제작자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많이 있습니다. 맥그리거(McGregor) 브랜드는 1897년 구두제작기술자였던 맥그리거가 골프채를 만들면서 시작됐지요. 한국 판매담당자에 따르면 "윌슨이나 스팔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있는 골프 브랜드"라며 "잭 니클로스, 아놀드 파머 등 전설적인 골퍼들이 한 번씩은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립 끝 부분에 은단추처럼 새겨진 로고 "NV"는 항해자(Navigator)의 줄임말로, 격랑을 헤치고 핀으로 이끄는 클럽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아담스(ADAMS) 브랜드의 창업자인 배니 아담스는 페이스 폭이 좁은 샬로우 페이스(shallow face) 우드의 원조인 "타이트 라이즈 페어웨이 우드"를 개발한 사람이고, 클리브랜드(Cleveland) 역시 1979년 클럽 제조가인 로저 클리브랜드가 만들어 낸 브랜드입니다.
한편, 메탈헤드 드라이버 발명가인 해리 테일러와 골프용품상인 개리 아담스가 1979년에 만든 브랜드가 테일러메이드(Taylor Made) 입니다. 이들이 만든 메탈 소재 드라이브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아담스는 "메탈의 아버지"로까지 불렸게 되었지요.
여기서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거대시장을 양분하는 캘러웨이골프를 뺄 수 없습니다. 세계 최대 클럽 제조업체를 만든 캘러웨이(Ely Reeves Callaway)는 처음에는 군대에서 배운 기술을 응용해 30년 동안 섬유업에 종사하며 굴지의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로 성공합니다. 그러다 돌연 1984년 "히코리스틱"이란 클럽 제조업체를 차린 뒤, 결국 20여 년 만에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업체로 키워내는 저력을 보여 줍니다. 그의 이름(Ely Reeves Callaway) 첫글자를 딴, 거리가 너무 많이 나가 문제가 되었던 드라이버가 바로 ERC 드라이버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