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of Old Age
2007-01-12 00:21:22
2007.1.11.
오늘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침에 안개 덮인 운암호에 다녀왔다.
내키는대로 몇 컷 찍었다.
며칠전 쌓인 눈이 아직 거의 남아있는 붕어섬.
엷은 안개가 그 위에 자욱이 드리웠다.
주변 산 나무들에는 서리꽃이 만발했다.
날은 손이 시려울만큼 추웠으나 바람없는 수면은 잔잔했다.
구름이 갈라지는 틈새로 이띠금 햇살이 슬며시 밖을 내다보곤한다.
호수는 아름다웠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피워오른 서리꽃도 보기 좋았다.
자욱한 안개는 호수면을 감싼 채 신비로운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보기에 좋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장면이었다.
사진은 특별한 것을 원한다.
남다른 변덕이 더 기대치를 높인다.
예쁘다 소리 듣는 미인도
그냥 예쁜 것으로는 목에다 힘을 주지 못한다.
왜 그럴까.
평범한 것.
평범하다는 건 흔한 것이다.
배고프면 그냥 ㅡ아무거나 먹자고 한다.
배부르면 더 맛있는 것을 찾는다.
배부르면 늘 먹던 것에는 흥미가 없다.
나보다 먼저 온 몇 사람이 삼각대 폏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얼 기다리냐.
그들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니
안개는 안개대로
호수는 호수대로
빛은 빛대로 따로 놀기를 바라고 있었다.
늘 있으면 가치를 모른다.
흔한 것은 가치가 없다
너는 어떠냐.
새삼 오늘이 며칠임을 묻는 너는 무엇이 그리 평범치 아니하냐.
하루,
그리고 또 하루,
하루
하루
하루...
그냥 하루가
평범함을 싫어하는 너의
그 하루 하루가
그냥 평범하다 못해서
평범만큼도 못하는 그냥 날자 타령이고 말아서
슬픈 하루가 되고 열하루가 되었구나.
슬프도다.
또 슬픈 하루구나.
특별히 다른 일이 없었고
틀별히 다른 일이 없어 특별하지 못한 오늘도 그냥 평범한 하루구나.
그래서 슬픈 하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