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軍隊 바투 칸 (황금 호르드) (열대어사랑 진정석)

[늑대몰이]

1. 칭기즈칸 이전의 몽고고원

몽고고원에 있었던 몽고 유목들은 칭기즈칸에게 통합되기 전 서로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거나 북 중원을 노략질을 한 말그대로 '야만족'이였다. 즉 속된 말로 깡패 족속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타타르, 오이랏트, 메르키트 등등의 서로 패를 나누어서 같은 동족끼리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들 몽고족들을 흉노(匈奴) 즉, 흉악한 족속이라 부르며 멸시한 것이다.
한때는 이 흉노족들이 진나라 (중국의 삼국시대를 평정한 위나라가 국명을 바꾼 것) 때 밀고 들어와 5 호 16 국 중 하나의 국가를 세우기도 했으며 또 한가지 재미있는 예로는 흉노족의 침입을 두려워한 나머지 강력한 중국의 최초의 통일왕조 진(陳)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총 만리에 이르는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일설도 있다.
그러나 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또 하나의 일설로는 시황제가 동방의 신선으로부터 얻은 예언서에 '진나라를 멸망할 것은 '호' 다.'라는 구절을 보고 호를 북방 오랑캐 흉노로 간주하여 두려워한 나머지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알고 보니 그 '호' 는 진나라의 2 대 황제가 될 그의 둘째 아들 '호해'였다는 것이다. 몇 십년 동안 그렇게 피땀 흘리며 쌓은 장성인데 예언서의 뜻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뜻이 어찌 되었건 여기서 진나라의 시황제가 분명히 북방 오랑캐라 불리웠던 흉노족을 두려워 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예언서에 나온 이야기더라도 몇십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면서 까지 만리장성을 쌓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방 초원에서 문명도 없이 양 만치고 풀 찾아 유랑이나 하고, 지들끼리 쌈박질이나 한다는 깡패집단 흉노라고 중국인들은 그들을 멸시하고 무시했지만 사실 중국인의 국방상으로 볼 때 흉노, 즉 몽고족들은 중국인들에게 성가신 존재를 이상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정말 흉노가 단지 성가신 모기같은 야만인들이었다면 만리장성을 쌓고 중국의 사자성어에 '천고마비' 라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천고마비란 가을을 뜻하는 사자성어인데 해석하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뜻이 된다. 가을에 하늘이 높은 것은 알겠는데 말이 살찐다는 것이 가을을 상징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흉노가 중국의 북방을 쳐들어 올 때 즈음이면 꼭 가을이었다. 그때 즈음되어야지 여름철 실컷 풀을 뜯어 말들이 포동포동 하게 살이 쪄서 전투에 가장 유리할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거만한 중국인들이더라도 흉노, 즉 몽고족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없다. 그만큼 몽고족들은 기마술과 전투에 능했던 종족 이였다. 다만 합쳐지지 못해 자기들끼리만 치고 박고 시비를 가리는게 단점이라는 것뿐...
세월이 흘러 만주에 이변이 일기 시작했다. 만주의 여진족이 '아골타'라는 지도자 아래 통합이 된 것이다. 여진족들도 몽고족과 같이 말을 잘 몰았던 북방 기마민족 이였다. 이들도 역시 강력한 기마군을 이끌고 당시 중원을 지배하고 있던 한족이 세운 송나라를 남쪽으로 몰아내고 그 땅에 금나라를 세웠다. 금나라는 날로 세력이 강해져 후에는 남쪽으로 밀려난 송나라, 즉 남송국 보다도 더욱 강해졌고 북방의 몽고고원까지 침략했다. 이때 금나라는 '암바가이 칸' 이라는 당시 몽고족들에게 존경받는 부족장을 붙잡아 수백개의 바늘로 몸을 뚫어 죽이는 잔인한 형벌을 내리는데 이는 말로 복속되지 않을 몽고족들에게 본보기로서 한 일이지만 이로인해 몽고족들 사이에서 금나라를 향한 질책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자 화가난 금나라는 아예 군대를 이끌고 몽고고원으로 쳐들어와 일반 백성들까지 학살하기 시작하여, 결국 몽고족들은 이를 갈고 금나라 밑에 복속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속에는 '멸금 (금나라를 멸한다) 의 복수심과 함께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2. 칭기즈칸과 몽고제국의 출현

몽고족들이 금나라에게 복속되어 있을 즈음 몽고의 어느 부락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테무진이였다.
테무진(Temujin)은 1162 년경 오논 . 케룰렌 양강 수원 지대에서 출생했다. 처음부터 그는 범상치가 않았다. 어머니 호엘룬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왔을 때 그는 빨간 핏덩이, 즉 '응혈'이라 불리는 피를 조그마한 손에 쥐고 태어난 것이다. 몽고인들은 '응혈'을 쥐고 태어나는 자는 고원의 영웅이 될 것이라며 전에부터 믿고 있었는데, 바로 테무친이 그 응혈을 쥐고 태어난 것이다.
정말 응혈이 하늘의 뜻이었는지 후에 테무진은 칭기즈칸이 되어 고원을 통일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뒤흔드는 사나이가 된다.
테무진의 아버지 에스게이는 용맹한 몽골부의 수령으로 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과 뛰어난 전술로서 사람들에게 존경받아 그들로부터 '바토르(몽골어로 영웅)'라는 칭호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당시 에스게이가 부족을 이끌기 전 쿠툴라칸이 몽고족의 족장이었을 적이 있었는데 그는 금나라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죽은 암바가이칸의 뒤를 이은 몽고족의 족장으로 멧돼지 같은 힘과 용맹을 지녀 전쟁터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전사였다. 하지만 저돌적인 성격만큼이나 성격과 두뇌 회전이 급하여 타타르족과의 싸움에서 늘 패했고 결국 그의 부족은 해체 위기까지 놓였다. 부족민들은 그의 밑에서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을 놓칠 금나라가 아니었다. 암바가이칸 이후로 급속도로 강해진 몽고족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눌러 버리자는 속셈으로 금나라는 몽고고원에 대군을 파견해 몽고족 소탕에 나섰다. 결국 타타르와의 오랜 전투에서 지친 그의 부족은 금나라의 대군에게 무릎을 꿇었고, 쿠툴라칸은 용감히 싸우다 전사했다. 그 이후로 몽고족은 금나라 세력하에 들어가 전보다 더욱 큰 간섭과 통제를 받았다. 바로 그 시기에 에스게이가 몽고족의 부족장으로 추대된 것이다.
그가 이끌던 부족은 몽고고원 중에서도 최약소 부족이었다. 하지만 그가 부족을 이끈 후로 부족이 비약적으로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고, 한번은 사나운 타타르족을 강 하류에서의 전투에서 격파하였다. 그리고 그때 타타르족을 지휘했던 '테무진' 이라는 장수를 붙잡았는데, 그의 절개와 용감함에 대한 경의로 그의 이름을 따 그 날 태어난 자신의 아들에게 테무진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여기서 테무진이란 몽골어로 '철' 이라는 뜻이다.
용감한 아버지인 에스게이와 총명하고 억센 어머니인 호엘룬 밑에서 성장한 테무진... 그는 어렸을 적부터 활에 능했고 말을 잘 탔던 전사의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칭찬을 마다 하지 않았고 분명 몽고의 영웅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던 테무진이 아홉 살 이 되던 해 아버지가 타타르 족에 의해 독살되었다. 당시 에스게이는 아들의 약혼을 성사시고 돌아오던 중이었는데 도중에 타타르 부족인들이 에스게이에게 술을 대접하는 것을 거절 못하고 마시다가 죽은 것이다. 타타르 족은 금방 에스게이를 알아보고 과거에 당했던 것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술에 독을 타서 대접한 것이고, 몽고의 관습으로는 남이 술을 대접하는 것은 거절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스게이는 그것을 마신 것이었다. 설마 비열한 타타르 족이더라도 고원의 관습을 깨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원의 관습을 깨고 손님에게 독을 대접했다.
남은 유가족은 그 뒤 수년간 끊임없는 위험과 궁핍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한 때 테무진은 그의 성장을 두려워 했던 자들에게 붙들려서 온갖 수모를 당한 적도 있었으며 또 한때는 배가 고파 쥐까지 잡아먹곤 했었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고 끈질기게 상황을 극복해 나갔고, 자신의 아버지의 안다(의형제)인 케레이트 부족 '왕칸' 과 그의 안다인 자무하의 도움을 받아 다시금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협력자들도 테무진의 성장을 두려워한 나머지 도움을 끊어 버리고 테무진을 다시금 없애 버리려고 까지 하였다.
이에 노한 테무진은 그들과의 협력을 끊어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부족을 키워 드디어 아버지 에스게이 시대와 같이 강력한 부족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 에스게이가 살아 생전 이루지 못했던 '고원통일' .. 그 과제의 성취였다. 그는 기병을 훈련시키고 말이 살이 찔 가을쯤 행동에 들어서기로 마음먹었다.
말이 살이 찌고 기병의 사기가 드높은 가을...
그는 수천의 기마군을 이끌고 맨 먼저 자신의 아버지 부족에 복속하였지만 부족이 망하자 곧장 배신하여 그의 부족민들을 송두리째 앗아간 배신자 타이추트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타이추트족은 족장이 테무진인 것을 보고 기겁을 했고 즉각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테무진 군사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복수를 하기 위해 갈고 갈은 그의 정예군대를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테무진은 단번에 타이추트족을 박살 내고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리고 도저히 그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적, 즉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한 타타르족도 섬멸하였으며, 원래 그의 의형제였지만 그의 성장을 두려워하여 호시탐탐 제거하려고 노렸던 자무하가 이끄는 잘라이드 부족을 격파했고, 또 도와주다가 갑자기 배신한 그의 협력자 토오릴칸의 케레이트 부족을 정벌했다. 믿어지지 않는 속도였지만 과거의 몰락 부족이 이렇게 빨리 몽고고원의 두 실력자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다른 부족들은 경악했고 대책 강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테무징에게 패해 유랑하고 있던 자무하를 그들의 칸으로 끌어들여 그에게 '구르칸'이라는 칭호를 주어 모든 부족이 연합해 테무진의 군대에 맞서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늦은 대책... 테무진은 기세를 늦추지 않고 다른 부족을 정복해 나가며 메르키트 같은 주변의 크고 작은 부족들을 복속 시켰고 자무하가 이끄는 친위군을 격파하고 더 이상 그가 재기를 못하도록 사로잡아 사형에 처했다. 자무하가 전사하자 대부분의 부족들이 종속하고자 테무진의 진영에 속속들이 항복해왔다. 이로서 실질적인 몽고의 중앙부는 테무진이 이끄는 몽고족이 다스리게 되었다.
테무진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서(西)몽고까지 침입하여 서 몽고 일대를 다스리고 있던 대국 나이만을 복속시키고, 곧장 아들 주치에게 명하여 북쪽의 삼림(森林)족(삼림족 이란 유목 생활을 하지 않고 숲속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족. 유목민 보다도 더 뒤떨어진 문명을 가진 종족 이였다.)토오매트 족 정벌을 명하였다. 토오매트족은 그다지 강한 부족은 아니었으나 그들이 살고 있었던 산지는 평원만을 전투로 삼았던 몽고족들에게는 상당히 정복하기가 어려운 종족이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명성을 들은 토오매트족의 족장은 주치군의 진격소식을 듣고 항복문서를 보내 몽고에 복속되었다. 이로서 칭기즈칸의 세력이 북몽고에 까지 미치게 되었으며 토오매트족의 주변부족이었던 오이랏트와 키르기스 부족도 모두 칭기즈칸의 발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얼마안가 토오매트족은 반란을 일으켰지만 맹장 제베의 군대에 의해 깨끗이 진압되었다. 이로서 칭기즈칸은 몽고 북방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의 그 가공할 정복 속도는 가히 혁명적이었고 그의 세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이제 더 이상 그의 길을 가로막을 자는 없었다. 드디어 그는 아버지의 소원이자 그의 소원이기도 한 고원의 통일을 이룩한 것이다. 그때가 1206 년 이였다.
몽고고원의 북, 서, 동, 남 모든 지역을 정복한 테무진은 1206 년에 오논강 상류에서 즉위, 쿠릴타이(대집회란 뜻으로 황제 즉위식이랑 비슷한 뜻이다)통일 국가의 기구를 정비한다. 이때 그는 '칭기즈칸' 이라는 존칭을 받는다. 여기서 칭기즈란 말은 고대 터키어인 텡키스(바다)가 와전된 것이라고도 하고, 1206년 즉위할 때 5색서조(瑞鳥)가 <칭기즈>하고 울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나, 샤머니즘의 <하늘의 아들>이라는 영체(靈體)의 이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로써 그의 지위에 종교적 권위가 더해졌음을 알 수 있다.
대칸이 된 후 칭기즈칸은 먼저 나라안의 제도를 변혁을 한다. 드디어 몽고도 제도라는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그는 군사제도로 호장 제도를 둔다. 호장이란 각각의 호 (집 단위)다스릴 수 있는 지도자를 말하는 것인데 10 호장의 장은 100 호장에 속한다. 100 호장도 10 호장과 같이 100 호를 다스리는 장이다. 이렇게 천 호장, 만 호장 식으로 나가 결국 칭기즈칸이 제일 높은 호장들에게 명령 한마디만 내리면 수십만의 군사가 한번에 능수능란 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또 칭기즈칸은 각 곳마다 역참 이라는 통신 시설을 배치했다. 전화나 인터넷이 없었던 당시에는 정복지의 변두리나 원정도중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리려면 말을 탄 전령을 목적지까지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전령이 한 마리의 말만 이끌고 가면 며칠이 지나 말이 지치기 때문에 말이 다시 뛸 수 있을 때까지 날짜를 보내야만 했다. 이 기간은 실로 전략상 손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칭기즈칸은 '역참'이라는 통신시설을 배치한 것이다.역참이란 말이 쉬는 곳을 말하는데 역참 허가서를 지닌 전령은 말이 지칠 때쯤이나 자기가 배고플 때즘 되면 역참에 들려 말을 교환하고 먹을 것도 배터지게 먹을 수가 있어서 뭔가 급히 알릴께 있으면 역참마다 준비되어 있는 싱싱한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 무척 빠르게 중앙 정부에 전령을 제출 할 수가 있어 시골에서 일어난 조그마한 일이라도 칭기즈칸은 빠른 시일 내에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제도 정리를 마친 칭기즈칸은 이제 다른 나라를 침략할 계획을 구상했다. 커져 버릴 대로 커져 버린 그의 군대... 이미 고원을 평정했기 때문에 이제 그들을 흥분시킬 전쟁은 엉뚱하게 해외로 눈길이 돌려진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많은 전리품과 영토를 얻기 위해..

(1) 서하침략

1206 년. 드디어 몽고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초의 해외원정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서북에 위치한 탕구트 족(한족과 티벳족의 혼혈족)이 세운 서하를 공격한 것이 그 전초전이였다. 칭기즈칸은 우수한 기병대를 잘 조직하여 지금까지 초원에서의 기마전으로 맞섰던 전법과는 달리, 성벽을 치는 새로운 전법으로 대항하였다. 몽고군은 서하 변두리 지역의 작은 성들과 마을들을 휩쓸고, 서하의 수도 올로하이로 진격해 맹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진 않았던 것 같다. 그 전투에서 몽고군 중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기는 저하가 되었다. 말 그대로 최악 이였다. 난생처음 커다란 공성전을 펼치는 몽고족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생각 해보자. 매일 아버지 무등을 타던 꼬마들에게 장롱에 사다리 두고 기어오르라고 해보라. 아마 금방 떨어져 뇌진탕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듯 평생 말만타며 생활한 몽고군들에게 공성전이란 너무나 힘든 전투였다. 그러나 전투에 능했던 몽고군은 금방 공성전을 몸에 익혔고 숫적으로도 우세했기에 결국 형세는 몽고 군에게 돌아가기 시작했으며, 올로하이는 함락 직전에 놓여졌다. 결국 서하의 국왕은 칭기즈칸에게 서둘러 항복 전령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대칸이 된지 불과 1~2 년 채 못 되었 때 일어난 사건이다. 이로서 몽고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많은 전리품을 획득했고, 해외로 이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2) 금나라가 칭기즈칸에게 화친을 요청하다.

1211 년. 드디어 칭기즈칸은 몽고족 모두의 원수 금나라 정벌을 나섰다. 먼저 그는 내몽고에 위치하고 있던 옹구트 부족을 항복시켜 황하 북쪽의 대부분을 손에 넣었고, 곧바로 금의 중앙을 요격해 나감과 동시에 그의 신뢰하는 장수 무카리에게는  랴오양과 랴오시를 공격하게 했다.
당시 금나라는 철의 장성이라 믿는 만리장성을 굳게 믿고 있어 몽고족의 침입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설마 말만타는 몽고 목동들이 만리장성을 돌파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만리장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소식이 금나라 조정에 전해졌다. 몽고의 목동들이 장가구(만리장성의 성 중 일부)를 돌파해 금나라의 수도 중도(中都 : 지금의 베이징)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나라 조정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황제와 대신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게을리 했던 국방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곧바로 전시 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몽고군은 그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성벽을 피로 물들였으며 반항하는 성의 백성들은 개새끼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잔인하게 처형되었다. 복수는 철저히 진행되었다.
아직껏 실감이 나지 않는 금나라의 황제는 칭기즈칸에게 사자를 보내 다시금 충성하라고 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몽고군 에게 금나라 황제의 말은 주위의 개 짖는 소리만도 못한 것이었다. 당연히 칭기즈칸은 제의를 거절했고, 1214 년 수도 중도를 포위했다. 마침내 물자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한 금나라의 조정은 많은 재물과 말들을 보내어 화친을 요청했고, 이에 만족한 칭기즈칸은 군사를 돌려 몽고고원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 이후로 동아시아의 정세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인정되었던 금이 북방의 오랑캐로만 여겼던 몽고족에게 처음으로 화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3) 몰락부족 숙청작업

1216년에는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몽고고원의 몰락부족의 숙청이 시작되었다. 메르키트와 키르기스 부족들의 잔당이었는데 특히 메르키트는 칭기즈칸의 아내 보르테를 납치해가 능욕했던 부족이었다. 칭기즈칸의 통일전쟁 때 메르키트는 칭기즈칸의 군대에게 멸망하였지만 그 잔당들이 끊임없이 도피하며 재기를 노리려고 하자 칭기즈칸은 아예 씨를 말려 버릴려는 생각으로 숙청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당시 고원에서는 아무리 몰락 부족이더라도 그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언제 음지에서 힘을 키워 이빨을 드리내밀고 나타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이 바로 음지에서 힘을 키워 고원을 정복한 자이기 때문에 그 누구 보다 그것에 대해 더욱 잘 알았다.
몽고의 맹장 수부타이가 이끄는 군대는 순식간에 메르키트와 키르기스의 잔당을 완전 숙청하였다. 특히 메르키트의 새 부족장이 된 호두는 끊임없이 퇴각하며 발악을 했었지만 결국 티베트 지역에 이르러 덜미를 잡혀 수부타이 군사들에게 숙청 당했다. 고원은 이로서 완전히 칭기즈칸의 세력하에 정복이 되었고 그 누구도 칭기즈칸 군대에게 반항할 사람은 없었다.

(4) 호라즘 정벌

몽고족들이 해외원정으로 인해 얻은 많은 전리품에 만족하고 있을 즈음  칭기즈칸의 귀에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호라즘 (아무르 강의 하류 지역에 11 세기경 일어났던 터키 계의 왕조) 왕국과 교역을 맺기 위해 떠났던 몽고 대상들이 전부 사살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칭기즈칸은 분노했고 군사를 대령하기 시작했다. 호라즘 왕국은 칭기즈칸에게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전령을 여러 번 보냈지만 이미 분노한 칭기즈칸에게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 만큼 자존심이 큰 사나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부터 서역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트집 잡아 서역 정벌을 하려는 계획이 약간은 엿보인다.) 그는 먼저 서역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서요 (카라키타이 라고도 불리며 금나라와 송나라의 연합군에게 멸망한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잔당들이 서쪽으로 도망가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를 공략했다. 서요는 당시에 그다지 강한 나라가 아니였기 때문에 쉽게 몽고군의 말발굽아래 무너졌다. 이제 그는 본격적인 호라즘 정벌에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신뢰하는 장군 무카리에게 동방전선을 맡기고 60 만의 대군을 동원해 호라즘 공격에 들어갔다.
1219 년 호라즘의 영역 내에 침범한 몽고군은 먼저 호라즘의 주요도시인 오트랄을 함락했다. 이 이후 몽고군의 사기는 더욱 드높아 졌고 반면에 호라즘은 급격히 무너졌으며 이로써 사기가 많이 저하된 호라즘의 여러 수비군은 몽고군에게 하나하나 무너졌다. 그리고 더불어 제베와 수부타이가 이끄는 별동대는 호라즘의 술탄(임금)인 '구듭 알딘 무하마드'를 카스피해로 내몰아 굶어죽게 하였고(1220), 이듬해 칭기즈칸이 이끄는 본군은 부하라 까지 공략했다.
칭기즈칸이 이끄는 본군이 호라즘과 싸우고 있을 때 제베와 수부타이가 이끄는 별동대는 카프가즈 산맥을 넘어 남쪽 러시아로 진격해 러시아의 여러 제후들이 이끄는 연합군을 가르카 강변에서 격파하고, 킵차크 초원과 크림반도를 공략했다.
제베와 수부타이의 별동대가 러시아와 킵차크를 공략하기에 앞서 칭기즈칸이 이끄는 본군은 1221 년 무하마드의 아들 잘랄웃딘과 인더스 강변에서 싸워 승리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인도 북부와 아프카니스탄을 유린하였다. 또한 그의 세 아들 (주치, 차가타이, 오고타이)은 호라즘의 수도 우르겐치를 공략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칭기즈칸은 바르프를 점령하고, 그의 세 아들은 메르프, 니샤푸트, 헤라트를 차례로 정복하는 전공을 세우자, 칭기즈칸은 무척 기뻐하며 지금껏 점령한 지역을 그 세 아들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호라즘은 이렇게 몽고군의 손에 멸망되었다.

(5) 칭기즈칸의 죽음

호라즘에서의 전공에 취해 기뻐하고 있을 즈음 그는 충격 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항복했던 서하 왕이 반란을 일으켜 동방 전선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무카리 마저 병사해 동방 전선을 지휘할 대들보를 잃게 되자 서하의 동방 진출은 자칫하면 지금껏 쌓아놓은 광대한 제국의 분열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분노한 칭기즈칸은 군대를 동쪽으로 돌려 1226 년 가을 서하를 거쳐 서량부(무릉)을 점령하고, 겨울에는 서하의 수도 중흥을 포위하였으나 이듬해 성 공략 도중 적의 화살에 맞아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부상을 당했음에도 칭기즈칸은 계속 군대를 지휘하여 마침내 흑수성을 공략하고 서하의 왕의 목을 치는데 성공하였다. 그 이후 흑수성은 성안에 진입한 몽고군에게 철저히 파괴되었으며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학살당하였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계속 지휘했던 칭기즈칸은 상처가 도져 그후 높은 고열에 시달리다가 몽고로 개선하던 도중 사망하였다.
칭기즈칸은 죽기 전 그의 셋째아들 오고타이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고타이는 아버지를 계승해 무공해 빛나는 명장이었기 때문이다. 몽고군은 오고타이 칸의 대에서도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오고타이 역시 정복왕의 아들답게 끊임없는 정복 전쟁을 이어 나갔다.

3. 오고타이칸 시대

(1) 금나라의 멸망

1230년, 오고타이칸은 동생 투루이와 함께 금나라 원정길에 오른다. 이미 몽고군에게 1 차 공격을 받아 큰 충격을 받은 금나라는 이번 침공에 다시 기겁을 했고, 몽고군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사기는 밑바닥으로 저하되었다. 전쟁의 승패는 누가 봐도 뻔했다. 승수는 몽고 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금의 크고 작은 성을 간단히 공략한 몽고군은 수도 중도를 포위하고 공격에 들어섰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금나라 또한 필사적인 방어를 하여 성을 함락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특히 금나라가 자랑하는 비화조 같은 화약으로 만든 각종 신형무기는 몽고군의 공성전에 크나큰 타격을 주었다.
끊임없는 사상자를 내며 전투는 계속 되었고 점차 형세는 끊임없는 맹공격을 퍼붓는 몽고군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성을 포위당한 금나라 군대는 식량과 무기의 부족으로 기진 맥진한 생태가 되었고, 금나라의 황제 애종은 그의 어전 앞에서 쓰러졌다.
1234 년 결국 금의 수도 중도는 성안으로 진입한 몽고군에게 함락되었다.
드디어 몽고군은 그들의 세세숙적을 쳐부순 것이다. 금나라 중도에 진입한 몽고군은 닥치는 대로 살육을 하기 시작했고 여자를 능욕하며 성을 불태웠다. 그 화려함을 자랑하던 중도도 몽고군의 말발굽아래 비참히 유린당했다.

(2) 카라코룸의 탄생

금나라를 정복한 몽고는 그들의 역사상 최초로 '카라코룸' 이라는 도시를 건설해 수도로 정했다. 유목 생활을 하며 방랑했던 몽고족들의 문화로 볼 때 카로코룸의 건설이란 참으로 혁명적이고 개혁적인 사건이었다. 몽고제국도 이로 인해 정착 왕국이 된 것이다.
오고타이칸은 몽고의 사신이 압록강 근처에서 피살되었다는 핑계로 고려까지 침략하였다. 그러나 몽고의 사신을 피살한 자객은 몽고와 고려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여진족이 저지른 간계였다.
당시 고려는 문신과 무신과의 세력 다툼하에 많이 쇠퇴해졌기 때문에 몽고군의 침략을 방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오고타이칸은 살리타이를 시켜 고려를 정복하도록 명하지만 이때 살리타이가 고려의 일개중이었던 김윤후의 화살에 맞아 죽는 바람에 1 차 침략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오고타이는 다시 사령관을 임명해 고려로 파견하여 몇 차에 걸친 원정에 드디어 고려에 다루가치, 즉 행정을 담당하는 몽고의 관리를 두고 가 사실상 고려를 자신의 세력하에 두고 떠나갔다.
오고타이칸의 원정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다. 그는 유럽 원정까지도 계획한 것이다. 이미 칭기즈칸 대에서 킵차크와 남 러시아의 크림 지방을 손에 넣은 몽고는 서방 전선의 성가신 러시아의 존재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몽고의 남 러시아 정복 이후 유럽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몽고 제국안에 급속도로 퍼지자 유럽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그 한 원인이었다. 유럽 원정 준비는 착착 준비되어 갔다.

(3) 바투의 유럽원정

1236 년 드디어 오고타이의 명을 받은 유럽 원정군이 서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정군의 총사령관에는 칭기즈칸의 장남 주치의 아들인 바투가 임명되었으며 총 병력은 10 만을 육박했다. 총사령관 바투는 10 만의 군사를 이끌고 꽁꽁 언 호르가 강을 건너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공격함으로써 본격적인 유럽원정을 개시했다. 가르카 강변에서 제베와 수부타이의 별동대에게 한번 패배한 적이 있는 러시아군은 몽고군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된 싸움을 펼치지 못하였다. 몽고군은 모스크바 수비병들을 간단히 무찌르고 성을 함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모스크바 주위에 있는 여러 도시들도 모두 손아귀에 넣었다. 러시아는 이로서 몽고군에게 100 년 동안 지배를 당하는 치욕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러시아를 완전 공략한 바투의 몽고군은 서쪽으로 계속 진격해 지금의 우크라이나인 키예프 공국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하고 동유럽 진출의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하였다.
1241 년 몽고군이 폴란드 왕국과 헝가리 왕국을 침입하기 시작했다. 폴란드 왕국과 헝가리 왕국은 군사 동맹을 맺어 몽고군의 침략을 막으려 했지만 몽고군은 헝가리와 폴란드의 군대를 무찌르고 헝가리 왕국의 심장부로 진격하여 수도 부다페스트를 점령함과 동시에 폴란드 왕국의 일대도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유럽 여러 국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동유럽의 입구인 폴란드와 헝가리가 무너진 이상 서유럽 또한 안전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몽고군의 존재에 드디어 서방 기독교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동유럽을 일대를 점령한 몽고군의 서유럽 진출에 위기를 느낀 것이다. 그러자 슐레이지엔 공국의 (公國)공(公) 하인리히 2세는 독일과 폴란드의 연합군 20 만을 결성하여 서쪽으로 진군하고 있는 몽고군에 대항해 맞서기로 하였다.
드디어 몽고군이 서유럽에까지 손을 뻗쳤다. 독일의 발슈타트 지방을 침입한 것이다. 그러자 하인리히 2세는 발슈타트를 사수하기 위해 그동안 조직해왔던 독일과 폴란드의 연합군을 투입하였다.
드디어 발슈타트 지방에 도착한 연합군. 그들은 동쪽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검은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침략자들을 보고 선뜻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고군이 몸에 씌운 무장이라곤 고작 비단이나 가죽으로 만든 갑옷뿐이었던 것이다. 휘황찬란한 은색 갑옷을 입은 그들과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자 연합군은 그동안 소문으로 듣던 사나운 몽고군을 깔보기 시작했다. 단지 동쪽에서 몰려온 야만인 군대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들은 몰랐다. 이 가벼운 무장이 몽고군의 기마전 때의 위력을 3 배 이상 증강시켜 준다는 것을...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독, 폴 연합군은 그들의 잘 무장된 갑옷과 머릿수만을 믿고 무모하게 몽고군과 아무런 전략도 없이 기마전으로만 격돌하였다. 유럽 사람들은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신인 천주와 예수에게 동쪽에서 나타난 잔인한 야만인들을 무사히 물리쳐 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1241 년 유럽세계에 독, 폴 연합군이 몽고군에게 궤멸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모하게 기마전으로만 싸웠던 연합군은 가벼운 무장으로 기동력을 올리고 선천적으로 말을 다루는 기술에 능한 몽고군에게 기마전으로는 상대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소식을 들은 서방 기독교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고,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몽고군을 사탄(Satan)이 보낸 악마의 군대라고 까지 하였다. 실로 그들의 눈으로 볼 때 단 한번의 싸움에서도 패배하지 않고 잔인하게 사람들을 학살했던 몽고 기마군단을 사탄(Satan)이 보낸 악마의 군대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총 사령관 바투가 악마의 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 전투가 바로 발슈타트 전투(리그니츠 대전)다.
어찌 되었건 동유럽은 몽고군에 거의 정복된 상태였고, 서유럽 지방에 속하는 발슈타트에서 당시 제일 믿고 있던 독, 폴 연합군이 무너지자 이제 유럽대륙은 기세등등한 몽고군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오직 공포에 떨며 그들의 침략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때 서방 세계에 한가지 희소식이 전해졌다.
몽고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고타이칸의 갑작스런 사망 때문에 몽고군은 더 이상 원정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로서 유럽은 전화(戰火)의 위기 속에서 벗어났고, 한숨 돌릴 수가 있었다. 만약 그때 몽고군이 물러가지 않고 그 기세로 계속 서쪽으로 진군했다면 유럽 대륙은 정말 몽고에게 모두 정복되었을지도 모른다. 바투는 이때 정복한 땅 러시아에 '킵차크 한(汗)국'을 세웠다. 이후 몽고군은 두 번 다시 유럽을 침략하지 않았다. 약하고 보잘 것 없는 땅을 지닌 유럽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4. 구유크칸 시대의 난정

오고타이칸의 뒤를 이은 구유크칸은 오고타이칸의 장남이다. 하지만 그가 대칸에 오르는데 까지에는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오고타이칸이 처음 대칸에 오를 때 앞으로 대칸(대왕, 즉 황제를 뜻함. 여기서 칸은 몽고말로 '왕'을 뜻한다)은 투루이(칭기즈칸의 막내동생으로 대칸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형 오고타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집안에서만 나오도록 선언하였지만 막상 오고타이칸이 죽고나니 구유크가 대칸의 자식임을 내세워 그의 어머니 토라가나 카툰(섭정)과 힘을 모아 주변부족을 끌어모으고 제국의 최연장자인 바투의 허락도 없이 쿠릴타이(대칸을 뽑는 의식)를 열어 멋대로 대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이 너무 크게 벌어져 아무도 그 사태를 수습할 수 없었고, 결국 거세게 항의했던 바투와 몽케도 그가 대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유크는 술을 좋아하고 놀이를 좋아했던 형편없는 왕이었기에 그가 직위한 8 년 동안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몽고제국은 잠시 침체기에 빠졌다. 그는 몽고제국의 앞날을 걱정해 대칸에 오른게 아니라 바로 대칸에 오른 후에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와 온갖 쾌락이 탐이나서 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투도 처음에는 보자보자 했지만 구유크칸의 난정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자 자객을 보내 구유크칸을 암살한 후 다시 정식적으로 쿠릴타이를 열어, 바투가 지배하는 킵차크 한국의 지원을 받은 칭기즈칸의 4 남 투루이의 장남 몽케 (Mangu 재위 1251~1259) 가 당선되었다. 이로서 몽고제국은 다시 몽케칸에 이르러 정복전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5. 몽케칸 시대

(1) 다시 시작되는 정복전쟁

몽케칸은 중원 전체를 차지하려는 야망으로 남송으로 군사를 보내고, 또 그의 동생 훌라구를 시켜 서 아시아와 아랍세계 정복을 지시했다. 또한 그는 오고타이칸 시절에 다루가치를 두어 명색상 복속시키긴 했지만 아직도 몽고에게 항전하고 있는 고려를 치고자 군대를 보내었다. 고려의 국왕 고종은 무신 최항의 지시에 따라 강화도로부터 천도하라는 몽케칸의 요구를 무시했다. 당시 고려는 최충헌이 무신반란을 일으켜 국가의 권력을 최씨 무신정권이 지배를 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왕이더라도 최씨 무신정권의 실권자인 최항(최충헌의 아들)의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최충헌은 국왕에게 항복을 해서는 안되며 끝까지 몽고에 맞써서 고려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 몽케칸도 고려를 단순한 소국으로 생각했지만 거듭보내는 원정군이 실패하여 돌아오자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먼저 고려 국왕에게 서신을 보내 강화도로부터 나와 몽고에 복속만 하면 고려를 전쟁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역시 또 거절당하였고, 몽케칸은 또다시 고려에 군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군대의 주력군은 이미 남송과 페르시아 일대로 출격하였기 때문에 많은 군사를 투입할 수가 없어 고려를 눈앞에 두고 으르렁 거릴 뿐 사실상 고려를 굴복시키지 못하였다.

(2) 남송과 남송 주변국 정벌전

한편 대군을 이끌고 남송으로 진격한 쿠빌라이(투루이의 차남, 몽케 이후 대칸이 되어 원나라를 세운다)와 우량카다이가 이끄는 남송 정벌군은 먼저 남송 주변국들부터 복속시키며 남송 남쪽 국경으로 진격해나가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쿠빌라이의 군대는 토번(티베트)로 쳐들어가 라마교 교주 판디타(토번의 국왕이라 생각하면 된다)의 항복을 받아내고 왕족인 파스바를 포로로 데려갔다. 이 파스바가 나중에 몽고의 고유 문자인 파스바 문자를 창시해, 당시 위구르 문자를 빌려쓰던 몽고제국에 크나큰 공헌을 한다.
또 쿠빌라이는 토번을 복속시킨 후 바로 주변에 위치한 대리국(지금의 운남성 일대에 세워진 왕국)에 진입하여 국왕의 항복을 받아내 토번과같이 대리국도 무혈로 점령하는 공적을 세웠다. 그 후 그는 남송정벌을 위해 우선 카라코룸으로 귀환하기로 하고 주변의 소국들과 안남(베트남)은 부사령관인 우량카다이에게 맡기고 카라코룸으로 귀환했다. 우량카다이는 잔여병력을 이끌고 안남으로 진격해 당시 안남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진씨왕조의 항복을 받아내고 하노이를 공략했다. 그 후 쿠빌라이의 군대와 합류하기 위해 북진하였다.
하지만 쿠빌라이는 남송 국경에 진입하여 우량카다이와 합류하여 남송 정벌전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도 전에 몽케칸의 사망으로 군대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서 남송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몽고의 침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시기만 늦어졌을 뿐...

(3) 훌라구의 아바스조와 시리아 정벌

한편 페르시아 정벌의 명을 받은 훌라구는 6만의 기마군을 이끌고 서 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평정해 나가며 점차 아랍 세계의 강자 아바스조를 향해 진군했다. 아바스 조는 전통적인 이슬람 왕국으로서 무역과 상업을 통해 번창하고 있던 나라였다. 그리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어 이슬람 세계의 패자라 하여도 손색이 없었다.(물론 호라즘이 무너진 후부터)
아바스조를 침공하기 이전에 페르시아 일대에 세워진 몽고 다루가치들만 골라 암살하는 이스마일리파를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암살 솜씨만큼은 그 누구를 따를 수 없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몽고의 다루가치들을 죽이고 유력인사들을 암살하곤 했다. 우선 배후의 안정을 위해서는 그들부터 복속시킬 필요가 있기에 몽고군은 이스마일리파의 본거지를 공격해 그들의 암살군대를 몰살시켰다. 그 후 몽고군은 곧장 기수를 아바스조 쪽으로 돌려 진격했다.
몽고의 침략소식을 들은 아바스조의 칼리프였던'알 무스타짐'은 무척 놀랐는데, 설마 몽고가 아바스조 까지 노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바스조는 몽고의 전화의 위기에서 늘 벗어나곤 했다. 그러나 아바스조 마저 몽고의 폭풍은 면할 수가 없었다.
아바스조의 칼리프 알 무스타짐은 이슬람 세계의 패자임을 과시하며 몽고의 침입에 당당히 맞서 아이스벡 장군에게 10만의 기마대를 주어 훌라구에 맞서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이스벡의 군대는 기마전에서는 거의 무적의 위력을 자랑하는 몽고의 군대에게 점차 밀리다가 나중에 몽고군의 수공(댐을 터트려 공격하는 전법)을 받아 궤멸되고 말았다. 결국 10 만의 대군을 일은 아바스조는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반면 훌라구의 몽고군은 사기등등하여 아바스조의 성들을 간단히 점령해 나가 드디어 아바스조의 수도이자 이슬람의 대도시인 바그다드까지 포위하였다.
이제 아바스조는 희망이 없었다. 필사적으로 방어를 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아바스조의 수비군은 사기충전한 몽고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찬란한 이슬람 문화를 자랑했던 아바스조의 수도 바그다드는 동쪽에서 밀려온 이민족의 군사들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이슬람 세계의 패자임을 자랑했던 아바스조가 어이없게 무너지자 이슬람 세계의 주변국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리아만은 이런 동요에 아랑곳 하지 않고 훌라구에게 복종을하지 않았다. 훌라구의 재차 보내지는 항복권유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국왕은 모욕적인 답신을 보내어 훌라구의 심기를 건드리자 훌라구는 군대를 이끌고 계획에도 없었던 시리아로 쳐들어갔다. 훌라구는 알레포를 점령하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성을 포위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다. 막상 이렇게 되자 처음에 기세등등했던 시리아의 국왕 웁스프는 가족과 함께 성을 버리고 이집트의 맘루크조로 피신해 버렸다. 왕을 잃은 다마스커스 성은 몽고군의 손에 쉽게 떨어졌으며 성은 피로 물들여졌다.
시리아마저 정복한 훌라구의 몽고군은 주변국의 동요를 틈타 당시 이집트에서 일어난 맘루크조의 세력하에 있는 예루살렘에도 침공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맘루크조 또한 큰 타격을 받아 만약 이때 훌라구가 군대를 한번 더 보냈더라면 예루살렘마저 함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훌라구는 더 이상의 진군을 멈추었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였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곳에 나라를 세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는 그곳에 '일 한국' 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이슬람 세계를 통찰했다.

6. 쿠빌라이칸의 즉위

(1) 사상 최대의 육상제국을 이룩

몽케칸이 남송 정벌전에 직접 참가하던 도중 이질(낯선 땅에서 걸리는 역병)에 걸려 숨진 후 남송 정벌전을 지휘하고 있던 그의 동생 쿠빌라이가 카라코룸으로 돌아와 그의 동생이었던 아리크부게(투루이의 4남)와의 대칸 쟁탈전에서 승리하여 정식 쿠릴타이를 열어 대칸이되었다.
물론 쿠빌라이칸(Kublai 재위 1260~1294)또한 몽케칸 죽음 후 잠시 중단된 아시아 진격을 재개했다. 또한 이때 쿠빌라이칸은 국호를 '원(元)'으로 하였다. 1264 년 그는 몽고 제국의 제5대  황제로 원왕조의 도읍을 카라코룸에서 대도 (지금의 베이징)로 정하였다. 몽고 유목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쿠빌라이칸은 이단자였지만 여하튼 그의 지휘하에 몽고제국은 그 어느 때보다 황금기를 이룩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했던 시기도 바로 이때였다.
1279년 쿠빌라이칸은 맹장 바얀에게 명하여 몽케칸때 실패한 남송 정벌을 재개하여 마침내 남송을 무너뜨리고 남송의 황제 공종을 사로잡아 목을 베었다. 또한 남송 정벌전 전에 커다랗게 일어난 카이두의난을 진압함으로써 배후세력이 원나라에 감히 반기를 못들도록 확실히 본보기를 보였다.
카이두의난은 쿠빌라이칸이 남송 정벌전 당시 오고타이 한국의 지배자였던 카이두(오고타이칸의 다섯째 아들 카시의 아들로서 오고타이칸의 손자벌 된다)가 대칸의 자리를 늘 투루이가만 독점을하고 또 과거의 대칸의 자리를 지냈던 오고타이 한국을 푸대접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켰는데, 처음 카이두는 킵차크한국의 망구 티무르와 차가타이 한국의 오르가나 등과 연합하여 원나라에 대항하여 한때 원나라에 큰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쿠빌라이칸의 명을 받고 강력한 몽고 기마병과 풍부한 수송 물자를 이끌고 온 바얀의 정예군대에 의해 진압되었고 카이두의 반란은 실패하여 그는 북쪽으로 도망쳐 평생을 도망자의 신세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로서 쿠빌라이칸은 명실상부 전중국을 정복하게 되었고, 원나라는 역사상 최대의 육상 제국을 통치하게 되었다.

(2) 고려의 대몽항쟁

또 쿠빌라이칸은 비록 몽고를 종주국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민간병력에 의해 원나라에게 대항하고 있음을 핑계삼아 고려에 또다시 군대를 보냈다. 그가 보냈던 군대는 과거 몽고제국에서 파견되었던 일부 잔여병력이 아니라 정말 훈련받은 대병력이었다. 원나라의 대군은 압록강을 넘어 고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공격한 것은 관군이 고려의 의병으로 의병들은 고려국왕이 원나라에 비굴하게 종속했음을 인정하지 않고 반만년의 터전을 지키고자 서로 힘을 모아 각지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민간 병력으로 구성된 삼별초도 바다에서 원나라 군대를 크게 무찔러 원나라 군대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고려 조정까지 등을 돌려 원나라와 합작한 이상 아무리 의용군들의 애국투지가 불탄다 하여도 이미 대세는 판가름 나있었다. 고려조정은 원나라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으며 원나라에 계속 대항하고 있는 고려 의군과 삼별초에게 칼을 드리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끝까지 몽고에 굴욕하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 그렇게 장열히 전사했다.
고려안에서 원나라에 대항할 만한 세력은 완전히 축출되서야 원군은 군대를 철수했다. 이로서 고려는 존재하되 원나라의 온갖 간섭을 받으며 해마다 공물을 바쳐야 하는 신세가 되고만 것이다.

(3) 원나라의 동남아 원정

또한 쿠빌라이칸은 안남(지금의 베트남)과 파간왕국(지금의 미얀마)등의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어 여러 소국들로부터 공물을 받아내었고 인도차이나 남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방면으로도 군대를 보냈다.
칭기즈칸이 서쪽을 정벌하고 장춘진인(불로장생의 비법을 알고 있다는 중국 전진교의 교주로 칭기즈칸의 요구에 따라 칭기즈칸과 만나 참된 불로장생의 비법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다)과 만나 사마르칸트 근처에서 겨울을 난 해(1222)에 자바에서는 켄 아로크(Ken Arok)가 싱아사리라는 나라를 세웠다, 이 나라는 제5대의 구루타나가라 왕이 이웃 나라에 의해 살해되고 바로 전해(1292)부터 망해가고 있었다.
그 후로는 구루타나가라 왕의 사위 뷔쟈야가 마자파히트에 도성을 두고 이웃 나라와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쿠빌라이칸이 자바에 출병했던 것은 몇 번이고 사신을 보내 조공을 재촉했는데도 그것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번은 사자의 얼굴에 문신을 새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적에 대한 형벌이므로 원을 나라 도둑으로 본 모양이었다. 쿠빌라이칸이 격노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바 원정은 거리로는 일본보다 훨씬 멀었다.
쿠빌라이칸은 사필(史弼)을 사령관으로 2만의 군대를 자바에 출병시켰다. 그러나 그들이 자바에 도착했을 때는 원의 사절을 욕보인 구루타나가라 왕은 이미 살해되고 싱아사리는 이미 멸망해 버리고 없었다. 이렇게 되자 병사들은 다시 돌아가기를 원했고 사기도 떨어져 버렸다. 또 적의 동정을 잘 모르는데다가 구루타나가라 왕의 사위 뷔쟈야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에 원의 원정군은 그만 농락을 당하고 말았다.
뷔쟈야는 처음에는 원군에 협력해서 자신의 적을 토멸하도록 하게 했다. 뷔쟈야의 적이란 이웃나라 게랑구로 10여만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뷔쟈야는 원군과 협력해서 게랑구군을 쳐부셨고 게랑구는 성 안으로 쫓겨가고 원과 뷔쟈야의 연합군이 이를 포위했다. 게랑구의 국왕 핫지가탕은 마침내 투항을 햇다. 이로서 총사령관 사필은 자바에서 거두어들인 전리품과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귀국길에 오르는 중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가막힌 소식이 전해졌다. 뜻밖에도 뷔쟈야가 돌연 반란을 일으켜 마자파히트 왕국을 세운 것이다. 그렇게 되자 총사령관 사필은 반역자 뷔쟈야군과 싸우면서 귀국길에 올랐다. 적에게 쫓기는 것 처럼 보였으나 게랑구군을 격퇴하고 국왕을 포로로 잡고 있었으므로 일단 이긴 싸움이기도 했다. 여하튼 원군에 의해 게랑구는 사라졌으며 뷔쟈야의 마하파히트 왕국도 몽고에게 일단을 복속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화친을 청해 조공을 바치기로 약속했다. 이로서 몽고의 세력이 최남방 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4) 원나라의 일본침공과 실패

쿠빌라이칸의 정복전쟁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고려에 세운 정동행성이라는 군선과 군량을 조달하기 위한 기관을 거점으로 일본 원정에도 나선 것이다. 당시 일본에는 가마쿠라 막부가 들어서 일본을 지배하고 있었다. 가마쿠라 막부는 고려가 원나라에게 합병된 이후 늘 원군의 침공을 걱정하였었는데, 마침내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해상전에서 약한 몽고군은 두 번이나 일본을 침략하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번은 몽고군이 하카다만에까지 상륙하는데는 성공하여 본토침공을 시작하려 했으나 온갖 폭풍에 시달린 원나라 군대는 이미 전의를 잃어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필사적으로 공격을 하는 일본군을 상대하지 못해 실패하여 퇴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만약 첫 번째 원정에서 폭풍이 없었다면 일본 역시 무사히 일본에 상륙한 몽고군들에게 정복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 폭풍이 가미가제다. 이 가미가제 폭풍은 정말 우연하게도 몽고의 1차원정과 2차원정때 모두 발생해 몽고군의 일본 상륙작전에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일본어로 '신의 폭풍' 이라는 뜻의 가미가제는, 태평양 전쟁 때 궁지에 몰린 일본군이 전투기에 폭탄을 가득 채우고 미국 전함에 들이받아 미군에게 큰 피해를 준 자살 특공대들을 '가미가제 특공대'라고도 불렀다.

7.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몽고제국

이제 몽고 제국의 세력 범위는 중국 . 러시아 . 중앙아시아에 페르시아를 추가해 남서 아시아의 대부분에 미쳤다. 몽고군은 폴란드에서 북부 인도의 급습에 성공하고 쿠빌라이칸의 주권은 고려 . 티베트 . 동남아시아의 일부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쿠빌라이칸의 죽음 이후, 무능한 황제만 나와 몽고제국은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1368년에 원나라는 한족 주원장 (명(明)나라의 태조) 이 이끄는 홍건적에 의해 중국에서 완전히 축출돼 버렸다. 사실상의 제국 구실을 하던 원나라가 무너짐과 동시에 몽고제국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로써 몽고의 세계지배는 이제 점차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몽골의 지배가 그 뒤로도 오래 계속했다. 골든 호르드(금빛의 유목민 또는 황금 호르드라는 뜻) 명칭은 러시아에 수립한 몽고 왕국(킵차크 한국)에 붙인 것이다. 1237년 유럽에 침입한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칸이 이끈 몽고족의 천막 빛깔이 황금색이었으므로 16세기 무렵까지 '아르탄 오르드'라고 불렸다. 또 크리미아 반도의 칸의 영토는 1738년 까지 남아 있었다. 칭기즈칸의 그 밖의 아들이나 손자들은 왕조를 세우고 중앙 아시아와 페르시아를 지배했다. 그 뒤 이들은 14 세기에 사마르칸드를 수도로 삼아 차가타이칸 . 킵차크칸의 땅을 다스리고 인도로 들어가 오스만 투르크를 격파했다. 또 명나라를 토벌하러 가던 도중 미르 강변에서 병사한 티무르는 몽골 민족의 혈통이며 칭기즈칸의 자손이라고 자칭하고 있었다.
이 티무르 왕조는 15세기에 종국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몽골의 정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티무르의 손자의 또 손자에 해당하는 인도 무굴 (무굴이란 아랍어로 '몽골' 이라는 뜻으로 역시 이 왕조도 몽골과 관련이 있다.) 제국의 창시자 바베르 (1483~1530) 는 인도에 침입해 무굴 왕조를 세웠다. 좀 듣기에는 이상하지만 여하튼 이 왕조 또한 인도에 세워진 '몽고제국'으로서 몽고제국의 여광이 아직껏 꺼지지 않은 것이다. 비록 원나라는 멸망했지만 몽고제국은 인도와 러시아등지에서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굴왕은 거의 인도 전토를 정복하고 18세기 중엽 영국에게 무너지기 전 까지 그 세력이 유지되었다.
여하튼 칭기즈칸이 세운 몽고제국은 쿠빌라이의 죽음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으며 원나라가 무너진 후 잇따라 다른 칸국들도 빛을 잃게 되었고, 비록 러시아에 킵차크 한국이 러시아를 지배한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몽고제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강국이 아니었다. 이제 그들도 물러날 때가 되었던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 세계를 전화의 폭풍으로 몰아넣고 질풍노도처럼 세계의 수십개의 크고 작은 제국들을 물리쳐 세계의 패자로 자리잡았던 광대한 제국 몽고... 그리고 그것을 이룩한 위대한 대칸 칭기즈칸... 사실 그들이 나타났었다는 것은 인류사의 불행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희생이 되었고, 전화와 살육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이 가는 곳엔 풀이 나지 않았고 모든 게 불탔다. 그들에게 반항하는 자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학살되었고, 성벽은 흙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몽고제국은 위대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땅 따먹기를 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작은 부락으로부터 시작해 중원은 물론 세계에 군림했다. 끊이지 않는 질주와 그 속에서 나오는 힘... 세계에 군림하여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여러 민족들을 그들의 손아귀 안에서 지배했던 힘... 그것이 비록 무력과 피로 인해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냉철하게 평가하자면 그 힘은 실로 위대했다. 역사적으로 그 어느 제국도 몽고제국처럼 많은 민족과 드넓은 땅을 지배했던 유래는 없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평가해볼 때도 몽고제국의 위대함은 실로 큰 것이다. 몽고제국은 세계를 하나로 통합했고 종교와 이념 때문에 닫혀있었던 인류간의 교류를 활짝 열었다. 세계를 파괴한 몽고제국이지만 반의적으로 세계의 문화 촉진을 시킨 것 또한 몽고제국이었다.
세계에 군림했던 몽고제국! 이제 그 몽고제국은 몽골 인민공화국이라는 공화국이 되어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한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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