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男 끝…그대이름은 Mr.뷰티 직장인 남성 미용시대 활짝20代 여성 "능력ㆍ직장ㆍ외모되는 꽃미남 좋아" 너도나도 `조인성 따라하기` …피부관리실 북적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민(31ㆍ서울 한남동) 씨는 고정수입의 고마움을 요즘 부쩍 느낀다. 2년 전 학생 때와 달리 원하는 대로 돈을 쓸 수 있고 값나가는 명품구입도 가능해서다. 그런데 최근 정민 씨의 카드명세서를 보면 술값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외모 관리에 투자하는 비용이 늘었다. 그는 "잦은 야근과 수면 부족으로 요즘 피부노화를 실감한다"며 "꽃미남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프리티 맨`이 되기 위해 피부관리실을 다니고 있다"고 고백했다.
깔끔하고 건강한 외모가 경쟁력의 하나로 떠오르는 요즘 끊임없이 가꾸고, 뛰고, 다듬는 직장 남성이 늘고 있다. 피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강박관념이 여자들 못지않다. 여성 이상으로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고, 화장품에도 T존과 U존을 확실히 구분할 정도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 40대 남성의 67%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라면 피부관리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아저씨들은 가라구겨진 양복, 불룩 나온 배, 술ㆍ담배에 찌든 거친 피부….사실 우리 사회는 아저씨의 외모에 관대했다. 남자를 고르는 여자들의 기준도 외모보다는 능력이 우선이었던 시절, 여자들은 "남잔데 어때"라며 아저씨들을 두둔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근육질은 아니어도 잘빠진 몸매에 미소년 같은 외모, 즉 꽃미남 아저씨를 애인으로 삼는 여대생이 늘어날 만큼 아저씨의 외모 경쟁력을 따지는 시대가 왔다.
`능력되지, 직장되지, 외모되지….` 20대 여성들이 아저씨에 빠져드는 이유다.
하지만 피부는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법. 터프한 `최민수`보다 곱상한 `조인성`의 외모와 피부를 선호하는 여성들의 속마음이 어둠 속에 갇혔던 아저씨의 `피부 본능`에 불을 지피고 있다.
# `조인성`은 우리의 목표P기업에 다니는 임모(46) 부장은 요즘 퇴근길이 즐겁다.
얼마 전 한 TV 화장품 광고에서 중견배우 백윤식 씨가 "이러다 조인성이처럼 되면 어떡해"라는 광고를 본 후 남성 마스크팩을 구입했다.
평소 깨끗하지 못한 피부로 늘 신경쓰였던 임 부장은 그래서 잠들기 전 20분 동안은 마스크팩을 꼭 챙기고 있다.
임 부장은 "아내가 `바람났느냐`고 핀잔도 주지만 회사에서 자꾸 거울을 보게 되는 등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사실"이라며 "깔끔한 외모에 좋은 피부를 가진 신입사원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고 털어놨다. TV 광고처럼 이 사회는 여자가 남자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지, 어떤 남성상이 우대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여성들이 한 번 해 본 적도 없는 축구에 열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비드 베컴과 안정환 같은 꽃미남 스포츠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누볐기 때문이다.
# 남성 화장품 전성시대현재 `랑콤`, `비오템`, `보닌`, `더 페이스샵`, `꽃을 든 남자` 등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꽃미남 유명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남성 전용 화장품 라인을 매장과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발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한 설문조사처럼 여성들의 70%가 `남자의 피부를 보면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현 세태에 남성 화장품업계는 올 한 해 국내 남성 화장품의 시장 규모를 3560억원으로 내다봤다. 2002년 2800억원에 비하면 급성장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홍정옥 팀장은 "여성의 연령이 어릴수록 상대 남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요즘, 피부가 좋지 않은 남성은 결혼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미혼 남성회원들을 중심으로 피부관리에 관한 이미지 메이킹 강좌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저씨들 피부관리실을 접수하다최근 강남 등 대형 피부관리실과 스파를 중심으로 30, 40대 남성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마르퀴스 테라피 센터(JW메리어트호텔)의 경우 중년 남성 고객들의 이용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 아예 미용과 건강까지 고려한 남성 전용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이달 들어서만도 전년 대비 5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정도. 이곳 김갑숙 실장은 "골프와 테니스, 등산을 즐기는 남성 고객들의 이용이 높은 만큼 남성들 대부분이 20만원을 호가하는 피부관리 받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입소문 때문인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 30~60대까지의 폭넓은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남성피부미용 환자도 부쩍 늘었다. 임소영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전문의는 "여드름 치료를 받으려는 30, 40대 남성이 늘어나는 등 피부미용에 관한 남성들의 관심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며 "술과 담배는 피부를 해치는 원인으로 가급적 피부미남이 되기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