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영하 10라고, 입춘 추위가 왔다는 날,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문수리 상죽마을에 올랐습니다.
먼저,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가 어찌 시작되었는지 설명 드리면,
그날(2010년 1월 20일)은 비가 뿌리던 날이었습니다. 김서곤 샘이 낮밥을 함께 하자하여 케이블카 반대 100일 행사를 마치고 천왕봉에서 내려온 김병관 대장, 구례에 제자를 두루 거느리고 있는 안대은 선배, 피아산방 수도 수리에 정신없던 영철씨,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윤주옥, 이렇게 5명이 전주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뭔 일이 이뤄지려했는지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는 얼마나 힘들까, 돈이 없으니 석유는 엄두도 못 내고, 나무는 있는데 자르고 운반할 사람이 없어서, 하다가.. '그래, 그럼 우리가 장작 만들어 독거노인들께 전달하죠. 언제? 잠깐만요. 3일이 좋겠네요. 그럼 그날 하는 걸로. 트럭, 엔진 톱, 도끼 있는 사람들은 가지고 오고'.. 이리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를 하기로 하고 두루 이야기하던 중 깨달은 게 있다면, 인간은 진실로 선하다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 하고 싶어 한다는, 나를 위한 일이 아닌 일에 오히려 신명을 낸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2월 3일날 상죽에 모인 14명의 '햇살 보다 더 따뜻한 장작 나누기'가 어찌 진행되었는지 보겠습니다. 참, 장작 작업을 한 곳이 산 중턱이라 트럭(반드시 4륜구동이어야 합니다.)을 타고 가는 재미가 있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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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나누기를 하려면 사람과 나무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평일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14명이 자발적으로 모였고요. 나무는 김서곤 샘이 소개한 야산(아마도 집을 지으려고 준비 중인 산인가 봅니다.)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도끼, 톱 등을 사용하는 일이니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었습니다. 시작 전 김서곤 샘이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에 대한 짧은 설명과 안전에 대한 긴 설명을 하였습니다.
@ 장작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산에 서 있는 나무를 자르는 일입니다. 장작 만들기를 위한 일이라 다른 마음은 먹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무들에게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 톱만 대면 나무들이 쓰러집니다. 하! 저는 이날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열심히 일할 때란 생각을 확실히 굳히게 되었는데 일에 집중하는 전태균 샘의 모습은 한마디로 예술이었습니다. 정말 멋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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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 만들기가 진행되려면 엔진 톱에 쓰러진 나무를 공터로 운반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 작업은 빛이 나진 않지만 정말 중요하고 힘든 일인 듯합니다. 긴 나무를 어깨에 지고 산길을 내려와야 하니 앞뒤좌우 중심도 맞춰야하고, 허리와 어깨의 힘도 조절해야하고, 다시 앞뒤좌우, 허리어깨.. 반복 작업을 해야 합니다. 반복 작업은 구례 수련계(?)의 양대산맥인 양건석 관장, 안대은 선배, 새벽부터 남원에서 트럭 몰고 달려온 윤성씨, 영철씨 이렇게 4명이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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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터에 쌓인 나무를 절단하는 일은 멀리 오대산 월정사에서 절집 공사를 하고 있는 정신화 님의 몫이었습니다. 오대산에서 연관스님 뵈러왔다가 어찌어찌하여 피아산방에 머물게 되었고 그러다가 이곳 상죽까지 오게 된 것이지요. 에엥, 엔진 톱은 정말 에엥하고 일을 합니다. 엔진 톱은 톱의 주인과 하나가 되어 나무를 자릅니다. 위험하고 신기한 일이죠. 나무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잘린 운명, 그래도 절집을 짓는 고급 목수의 손에 잘리게 되어 행복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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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진 나무는 도끼에 의해 장작이 됩니다. 도끼에 찍힌 나무가 쩍하며 갈라지는, 처음에 헉! 위험하네 싶었던 일이 우와! 대단하다로, 나도 저 도끼 들고 설치고 싶다는 묘한 충동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 그냥 나무가 장작으로 변하였습니다. 장작만들기의 절정이자 화려한 기술이 필요한 도끼질은 아랫 당치에 살며 두루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은 도모하는 이성희 샘, 여수에서 건설노조 일을 하는 고태환 동생, 김병관 대장이 붙박이로 일하였고, 가끔씩 김서곤 샘, 기슭파의 원조 정태연 선수, 안대은 관장(도끼 자루 부러뜨렸대요^^)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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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고태환 동생의 장작패기를 통해 도끼질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토막 난 나무를 중심 잡아 잘 놓은 후, 손에 침을 묻히고, 도끼로 내리찍고, 마지막에 힘을 쏟으면 그러면 장작이 됩니다. 휴우~~ 쉬운 일이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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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장작이 된 나무들을 어르신 댁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의 후반 작업이며 햇살에 방점이 찍히는 작업이지요. 먼저 장작을 트럭에 실어야 합니다. 한개, 두개, 싣다보면 트럭 가득히 장작이 쌓입니다. 쌓인 장작이 흘러내리지 않게 밧줄로 묶고 어르신 댁으로 출발합니다. 햇살 장작의 후반 작업에는 김서곤 샘, 잠시 집을 나온 담이, 절대로 집을 나가지 않겠다는 결이, 정태연 선수, 그리고 제가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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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댁에 도착한 장작은 차곡차곡 쌓여 모양도 멋지고 마음도 따뜻한 장작벽이 됩니다. 흐뭇~~!! 장작벽을 만드는 일은 김서곤 샘, 정태연 선수, 결이, 그리고 상죽마을 주민인 박종각 샘 부부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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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햇살 장작의 마지막 작업은 따뜻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일이며, 또한 따뜻함이 감즙으로 돌아오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이런 감즙이 오고간 거.. 사진보고 알았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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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단계 과정을 거쳐야만 나무가 장작으로 변하며 햇살보다 더 따뜻한 우리들의 마음이 전달됩니다. 몹시 추운 날이라 하여 걱정했는데 바람도 불지 않고, 햇살도 좋아서 따뜻하게 작업하였습니다. 이른 아침에 나오느라 바쁘셨을 텐데 새참까지 준비해주신 이성희 샘, 김서곤 샘, 정태연 선수.. 감사하고요. 모두 함께 하는 일인데 굳이 낮밥 값을 낸 김서곤 샘.. 맛나게 먹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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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한 세상 살며, 이런 일은 한번쯤, 아니 해마다 해야만 사는 맛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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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사진은 정결 청소년(곧 학생이 되는), 글은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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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들께 격려와 찬사를 보냅니다!
모처럼 좋은 땀 흘려 좋았습니다
아궁이 가득 넣은 군불 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참여하신 분들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