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주행모습. 시승에 사용된 HG300 모델은 3.0L(리터)급 직분사식 6기통 엔진을 장착해 상당한 가속능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270마력에 달해 국산 동급 세단 중 동력성능이 가장 뛰어나다./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005380) 의 준대형세단 신형 그랜저를 18일 부산 거가대교 일대에서 처음으로 시승했다. 5세대 그랜저는 최근까지 그랜저의 고급차 이미지가 희석된 것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작품이다.
당초 한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고급세단의 위치에 있었지만, 그동안 너무 대량으로 판매됨으로써 존재감이 약해졌고, 또 제네시스 등 국산 상위 차종은 물론, 3000만원대 수입세단이 급증하면서, 당초의 고급차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신형 그랜저는 최근의 이 같은 상황을 깨기 위한 것이다. 그랜저의 재탄생,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세단의 왕의 귀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형 그랜저의 경우 내수시장의 명확한 목표 이외에 과거 그랜저가 책임지지 않아도 됐던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바로 미국시장 공략이다. 전세대인 4세대 그랜저는 미국시장에서 ‘아제라’라는 이름으로 2만5000~2만7000달러 선의 대단히 경쟁력 있는 값에 팔렸지만, 판매량은 월 2000대 내외로 미국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매우 저조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쏘나타 윗급의 ‘고급 세단’을 사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작년 초 신형 쏘나타가 미국시장에 시판된 뒤, 공격적인 디자인과 높은 상품성으로 쏘나타 판매 이후 역대 최대인 월 2만대씩 팔려나가면서,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따라서 신형 그랜저는 한국시장은 물론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현대차 전륜구동 고급세단으로는 처음으로 대량 판매를 노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내·외부 디자인 및 실내공간 : 현대차 新디자인 답습…국내 고객도 배려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을 이해하려면, 이 차가 신형 쏘나타의 미국시장 위주 디자인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신형 그랜저의 내·외관은 기존의 그랜저가 갖고 있던 중후한 고급스러움과 완전히 딴 판이다. 전면부의 날카로운 라디에이터그릴과 전조등 형상은 한껏 발톱을 세우고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야수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이 같은 디자인은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미국시장에서 대량으로 팔아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시장의 경우 현대차는 1위 업체로 시장을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신차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완전히 새로운 그랜저를 내놓았다. 더 역동적이며 공격적인 모습의 새로운 그랜저다. 그러면서도 한국인들도 좋아할만한 다양한 고급스러운 장식을 집어넣음으로써, 한국과 미국시장 양쪽에서 성공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은 재작년 말 쏘나타 국내 출시 이후 이 차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미국시장에 맞춰져 있고, 한국의 충성 고객들을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반성으로 보인다.
때문에 앞모습을 보면 전조등 아래쪽의 안개등 테두리를 크롬으로 싸고, 전조등 위 테두리 안쪽에 수평으로 길게 LED를 박아넣었다. 또 전조등의 램프 주변도 원형으로 LED를 집어넣어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이 같은 구성은 수년전까지만 해도 독일산 중형 고급세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옆 라인의 경우도 벨트 라인을 수평으로 길게 가르는 크롬 몰딩이 쏘나타보다 더 확대됐다. 쏘나타의 경우 앞쪽의 몰딩은 전조등의 뒷쪽 꼬리부분에서 시작됐지만, 그랜저의 경우 아예 전조등의 윗쪽 라인을 타고 라디에이터그릴의 상단부까지 파고 들어 더 길게 강렬해 보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쏘나타에서 이어지는 현대차의 디자인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물 흐르는 듯한 조각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르면서, 그랜저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세단의 품격에 맞게 디자인은 물론 각종 소품들을 활용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고급차의 느낌을 충분히 구현해 내고 있다.
특히 옆면의 뒤쪽 엉덩이 부문은 에쿠스처럼 뒷바퀴 휠 아치(바퀴 위쪽을 둘러싸는 부분)의 위쪽으로 곡선이 크게 돌아나가면서 앞쪽에 수평으로 흐르는 직선과 만나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에쿠스 옆면의 느낌을 일부 모방하고 있다. 에쿠스와 다른 점은 에쿠스의 경우 수평으로 흐르는 선이 뒤쪽으로 가면서 사라지는 반면, 신형 그랜저의 경우 수평으로 흐르는 선이 뒤쪽 휠 아치 위의 선과 만난 뒤 뒤쪽의 테일램프까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 ▲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내부 모습. 중앙부 센터페시아(A/V 및 공조장치 조작버튼이 위치하는 자리)를 기점으로 좌우대칭형으로 갈라지는 형상이 특징이다. /현대차 제공
전체적인 느낌은 다소 표면이 번들거리고, 복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구성요소는 동급의 어떤 고급세단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꽉 차 있는 느낌을 준다. 간단히 말해 양산형 고급세단이라는 특성에 충실할 만큼만 돈을 쏟았지만, 돈을 쏟은 비용에 비해 최대한 고급스럽고 비싸게 보일수 있도록 노력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
실내 공간은 앞쪽의 경우 대형세단 수준에 버금갈 만큼 여유롭다. 특히 2.4L 기본형을 포함한 전 모델에 뒷좌석까지 열선시트를 기본화했으며, 3L 모델의 경우 통풍시트까지 기본이다. 또 뒷좌석의 옆문에 수동식 블라인드, 뒷 유리창에 전동식 블라인드를 넣는 등 사실상 수입 대형세단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장비를 다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신형 그랜저의 스타일 자체가 지붕이 중간을 지나 뒤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쿠페 스타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뒷자리 머리 공간이 구형보다 약간 부족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할 경우 선루프를 뒤로 밀어당기기 위한 전동장치 등이 뒷좌석 천장 중간 부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천장이 아래쪽으로 돌출돼 있다.
따라서 선루프를 선택한 차는 뒷좌석 가운데에 편안하게 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자 어른이 앉으면 반드시 머리가 지붕에 닿게 돼 있다. 따라서 뒷자리에 3명이 타는 경우가 많다면 선루프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내장의 수준을 쉽게 평하자면, 비슷한 가격대인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만큼 그랜저 쪽이 고급스럽다. 신형 그랜저의 내장 수준은 렉서스 ES350과 비슷하며, 첨단의 이미지나 감각적인 디자인 , 편의장비의 충실함 등에서는 ES350보다도 한 수 위다.
그러나 그랜저의 내장을 아우디 A6 정도와 비교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인듯 보인다. 물론 그랜저의 편의장비가 더 많고,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 오디오장치를 센터페시아의 버튼 터치스크린, 스티어링휠 버튼 등과 연동해 조작하는 것은 그랜저가 A6보다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그러나 내장의 고급스러운 질감이나, 심플하지만 세련된 느낌, 또 자리에 앉았을 때 운전자를 적당히 흥분시키는 연출력은 아직 A6가 그랜저보다 한 두단계 위다. 그리고 이같은 차이가 앞으로 다음 세대 그랜저로 간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외장의 수준은 동급 경쟁모델 가운데서는 적수가 없다고 보여지며, 어코드·캠리 역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S350이나, A6의 경우도 내년에 현행 모델이 곧 단종을 앞둔 모델임을 감안할 때 이제 막 출시된 차인데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그랜저 쪽으로 고객이 쏠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 ▲ 신형 그랜저의 공회전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렉서스 ES350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더 조용한 수준이다. 급가속시에는 고회전 영역에서 약간의 엔진음이 차내로 유입되지만, 듣기 싫은 소음의 느낌은 아니다. /현대차 제공
신형 그랜저의 경우 전체적인 크기는 구형 그랜저와 길이는 같고, 폭은 넓어지고 지붕은 낮아졌다. 또 휠베이스(앞뒤 차축간 거리)가 구형보다 길어져, 실내공간이 약간 더 늘어나고 또 주행안정성의 일부 향상을 꾀했다. 신형 그랜저의 휠베이스는 기아차 K7과 같다. K7과 차체는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스펜션의 경우 구형에는 설계자유도가 높고 단가가 비싼 더블 위시본이 사용됐지만, 신형부터는 쏘나타와 같은 맥퍼슨 스트럿으로 바뀌었다. 대신 진폭 감응형 댐퍼가 채택돼, 노면조건이 좋은 도로에서는 댐퍼가 부드러워져 충격을 많이 흡수하고, 자갈밭 같은 곳에서는 댐퍼가 단단해져서 충격을 덜 흡수해 차량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엔진 배기량은 2.4L 4기통 직분사 201마력 모델과, 3.0L V형 6기통 직분사 270마력 모델 두가지다. 시승차는 3.0L 모델이었다. 직분사 엔진의 특성상 금속성의 새된 소리가 일반 엔진보다 다소 크게 들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지만, 엔진룸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잡기 위해 그 사이 공간에 흡음재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사용해, 엔진소음의 실내유입은 거의 없다.
공회전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렉서스 ES350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더 조용한 수준이며, 급가속시에는 고회전 영역에서 ‘왜앵~’ 하는 엔진음이 일부 밀려들어오지만, 듣기 싫은 소음의 느낌은 아니다.
가속력은 충분하다. ES350보다 배기량은 0.5L 모자라지만, 직분사 엔진을 써서 출력은 비슷하며, 맹렬하게 치고 올라가는 맛도 ES350 수준과 차이가 없다. 특히 방향전환시의 예리하게 돌아가는 맛은 오히려 ES350보다 더 나으며, 전체적인 서스펜션의 세팅 역시 기본적으로는 승차감 위주이지지만, 약간 단단한 맛을 가미해 운전의 재미를 일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작년 9월 출시된 GM대우의 신차 알페온의 경우, 기본기는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주행성능에서 신형 그랜저에 많이 밀린다. 전체적인 차체 강성이나 승차감, 정숙성 등은 알페온 역시 뛰어나다. 신형 그랜저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문제는 알페온의 무게다. 신형 그랜저보다 어른 3명을 더 태우고 달리는 알페온이 신형 그랜저의 가속감이나 주행 안정성을 따라가기는 사실 애초부터 무리인 셈이다.
또 신형 그랜저의 연비는 2.4 모델이 L당 12.8km, 3.0 모델이 L당 11.6km로 동급의 어떤 국산 수입차보다 뛰어나다. 반면 알페온 3.0의 경우 연비가 L당 9.3km로 무거운 차체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또 160만원을 주면 선택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경우, 사용도 쉽고 기능 역시 신뢰할만 했다. 시속 40km 이상의 속도에서 이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설정하면, 앞차와 주행 간격을 자동으로 맞춰서 주행이 가능하며, 앞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라도, 앞 차와의 간격을 정확히 맞춰준다. 이런 기능까지 있을 필요가 있을 정도이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자동차의 주행 보조 장치의 기술이 어느정도까지 발전해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 편의·안전장비 : 가격 약 200만원 올라…각종 사양 대거 기본적용
엔진 배기량 2.4L 모델은 한가지 모델만 제공되며 값은 3112만원. 구형 2.4L 모델보다 221만원 올랐지만, 최고출력이 201마력으로, 구형의 2.4(179마력)는 물론 2.7 모델(195마력) 보다도 힘이 더 세다.
또 신형 그랜저는 구형에 없는 버튼시동 스마트키, 17인치 알로이휠, 뒷자석 열선시트, 타이어공기압 자동측정장치(TPMS), 최고급 나파(Napa) 가죽시트, 운전석 무릎에어백, 뒷좌석 사이드에어백 등 20여개의 안전·편의 장비가 추가됐다. 대부분의 편의·안전 장비를 기본 적용했기 때문에 그랜저 2.4를 구입해도 고급차의 느낌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0L 모델은 3가지가 제공되며, 값은 3424만~4396만원이다. 좌석 안쪽에서 바람이 나오는 통풍시트, 스티어링휠까지 열선을 넣어 데워주는 기능 등이 기본이며, 고급모델에는 뒷유리창 전동 커튼, JBL사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 독일·일본 최고급 세단보다 더 다양한 편의장치가 들어간다.
신형 그랜저는 안전·편의 장비 면에서 어떤 고급차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을 보여준다. 에어백도 수입차 기본이 6개이지만, 그랜저의 경우 차값이 2000만원 가량 더 비싼 ES350과 마찬가지로 에어백이 9개나 된다. 각종 주행안전 장치나, 편의장비 면에서는 ES350보다 더 낫다.
한가지 수입차보다 못한 안전장비가 있다면, 수입차의 경우 정면충돌시 충격의 정도에 따라 폭발압력을 2단계로 조절해주는 ‘어드밴스트 에어백’이 들어가는 데 비해, 신형 그랜저는 여전히 폭발 압력 조절기능이 없는 가장 기본형 ‘디파워드(폭발력 저감식) 에어백’이 들어간다는 정도다.
그러나 전면 에어백의 수준이 약간 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면 충돌시 안전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형 그랜저의 전체적인 안전성은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도 동등하거나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편의장비는 말할 것도 없다. 어떤 편의장비에서도 수입차 대비 경쟁력이 있으며, 특히 내비게이션과 차량 내 각종 조작장치와의 연동 기능은 현재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국내 수입차의 경우 그랜저보다 3~4배 비싼 고급차의 경우에도 내비게이션을 국내에서 따로 장착해 달기 때문에, 차량 내 다른 조작 부분과 내비게이션을 따로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 ▲ 신형 그랜저의 내비게이션과 차량 내 각종 조작장치와의 연동 기능은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설치하는 수입차들이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현대차 제공
◆ 총평 : 상품성 뛰어나…국내 준대형시장 독식할 듯
신형 그랜저의 경우 구형보다 값이 200만원 정도 오르기는 했지만, 문제는 가격이 오른 것 이상으로 상품성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현대차의 약간의 트릭이 있기는 하다. 구형 그랜저의 경우 신형 출시 직전에 구형 그랜저의 기본 모델을 없애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을 작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따라서 신형 출시 직전에 없어진 구형 그랜저 기본 모델 대비 신형의 가격 상승폭은 400만원 정도에 달한다.
따라서 상품이 좋아졌다고 해서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것이 반드시 가능하지 않은 제조업 세계의 생리를 감안할 때 신형 그랜저의 가격 상승이 100%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신형 그랜저의 가격대, 즉 3112만~4396만원을 주고서라도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들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그랜저가 작년 국산 준대형차 전체시장 규모인 9만~10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국산 준대형차 시장을 독식하는 것은 물론, 수입차의 국산 고급차시장 공략에 맞서 수입차시장에 역공을 펼치는 첫 국산 볼륨(대량 판매) 모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신형 그랜저의 현재 계약대수는 약 2만5000대. 고객들이 실제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17일부터 계약대수가 더 늘어나고 있어, 이달 안에 계약대수 3만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국내영업 관계자는 16일 “신형 그랜저의 올해 내수 목표는 8만대이지만, 월 생산능력이 1만여대에 달하고 초기 반응이 좋기 때문에 1분기 안에 월 1만대 이상 판매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작년 그랜저(구형), 기아차 K7, GM대우 알페온(작년 9월부터 시판), 르노삼성 SM7 등 국산 준대형세단의 전체 판매는 9만5000대였다.
작년 국산 준대형세단 시장 규모는 기아차 K7이 4만3000대, 그랜저(구형)가 3만3000대, SM7이 1만3000대, 알페온이 6000대(작년 9월부터 판매)였다. 2009년 12월 등장한 K7이 뛰어난 디자인과 신차효과로 모델 변경을 앞둔 그랜저를 압도했지만, 최대 월 6000대까지 팔렸던 K7 판매가 작년 12월에는 28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SM7은 그랜저 신차효과에다 올해 7월 신형 SM7이 등장하는 것을 감안할 때, 기존의 월 1000대 판매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작년 12월 1695대가 팔린 알페온도 앞으로 판매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형 그랜저 2.4와 사양이 비슷한 알페온 2.4 프리미엄의 값은 321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100만원 비싸지만 성능, 편의·안전장비, 실내공간, 트렁크 크기, 내외장 마무리 수준까지 모든 면에서 그랜저보다 떨어진다.
신형 그랜저 가격은 일제 중형세단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상품성 및 고급감은 그랜저가 단연 뛰어나다. 따라서 3000만원대 후반 가격대에서 일제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 상당수가 그랜저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또 그랜저가 렉서스 ES350(5550만원), 아우디 A6(6030만~7140만원) 등 전륜구동 방식의 수입 고급세단 판매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랜저는 ES350(277마력)보다 연비·편의·안전장비 등이 더 뛰어나지만, 값은 1500만~2000만원이나 저렴하다.
신형 그랜저가 고급세단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내외장에서 지나치게 요소가 많고 날카로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컨셉과는 거리가 먼 차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품성 면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세단을 살 수 있는 선택은 역시 신형 그랜저 밖에 없어 보인다. 올해 연간 8만대 내수 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이며, 이후 미국시장 판매에서도 신형 쏘나타에 이어 좋은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신형 그랜저는 당분간 동급 경쟁모델들을 압도하며 시장을 독식할 것이 분명해 보이며,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을 갖고 있다. ‘왕의 귀환’ 이후, 국내 경쟁사는 물론 경쟁차를 내놓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이 어떻게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