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1차.
2013년4월28일. 맑음
( 도화리~천왕봉~갈목재)
역산행. 13.5Km. 5시간40분.
아들결혼식을 치르고 한 밤새 산으로 달려 왔으니---
스프레이로 떡칠한 머리 감고, 미용사가 사사삭~ 그려준 화장 지우고
툭툭 털어 말린 머리에 모자 눌러쓰고 올올녀가 되어 양재로 향한다.
이번엔 금강의 북쪽, 한강의 남쪽에서 놀아보자구?
속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되는 한남금북정맥의 맥을 따라 가봅시다~!
탐방금지구역이라 역산행으로 갈목재 슬쩍 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란다!”
들머리 도착시간도 훨씬 빨라져 9시 40분에 산행시작.
시원한 바람 맞으며 첫발을 내디딘다.
축복 속에 결혼식도 마쳤고 이제부터는 너희들 몫이다!
어미로부터 프리~~
자식으로부터 프리~~~
한발한발 산을 오르며 자유로워진다.
속리산, 구병산 충북알프스의 고운 자태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암봉과 어우러진 운치 있는 노송이 즐비하고
푸르른 소나무숲길 따라 걷다가
사이사이 진달래 활짝 핀 꽃길을 호젓이 걷다가
간밤에 설친 잠이 쏟아지는데
걸으면서도 졸리고 피곤하고---
졸음을 쫓느라 축의금 봉투를 센다(?)
올올맨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 드리며 미소 짖는다.
햇살은 점점 뜨거워져 찬물만 벌컥벌컥 축을 내는데
눈 마주친 키 작은 야생화는 하품하다 딱 걸렸고
뒤늦게 핀 봄을 잊은 진달래꽃은 수줍어 눈부시다.
천왕봉~문장대~비봉~묘봉~
남편은 보며 가라고 손짓을 하지만
졸음과 햇빛에 지쳐서 비몽사몽 눈감고 걷는다.
걷다가도 머리 속은 온통 어제 치른 결혼식 되돌려 감기.
전망 좋은 바위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속리산 골짜기를 만끽한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여인의 자태!
출입금지 간판 넘어 오르니 천왕봉 정상이다.
10년 전 대간1차 때 아들과 함께 속리산구간을 산행했었는데---
아들과 속리산. 이제 아들은 며느리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속리산에서 시작되는 한남금북정맥종주의 출발점에 서있다.
오늘은 비록 역산행으로 도화리로 떨어지지만
한남금북정맥을 섭렵하며 맥을 이어보리라.
도화리 2km 하산길이 깊은 내림으로 이어진다.
다리 힘도 풀렸는지 속도도 못 내고 지루하게 내려간다.
속리산 물맛!
계곡 물소리의 유혹으로 그냥 갈 수 없어 발을 담근다.
뼈 속까지 아리도록 차가운 물맛을 짜릿하게 맛보며 첫 구간을 마친다.
한남금북정맥 2차.
2013년 5월12일. 맑음.
(갈목재~서원산~말티재~새목이재~수철령~630봉~백석리고개~구티재)
16.3km. 6시간
애들 서울대 보내면 여운이 1년은 간다는데
혼사 치른 끝도 1달은 가겠네~!
날마다 외식으로 묵직해진 체중을 끌어안고 산행할 일이 걱정이다.
고도표대로 올록볼록 엠보싱 16km구간. 6시간을 내준다.
대원군님이 손목부상으로 불참을 전하더니
이여사님도 부득이 불참을 했고,
점주형님, 송사장님, 홍사장님도 불참.
20명 헐렁하게 태우고 올올은 간다~!
풍광 좋은 서원계곡을 돌아들어 갈목재에서 내린다.
오늘은 고도표대로 가리라.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오전 햇살이라 아직은 시원하고 쾌적한 상태로 서원산을 오른다.
산속 온갖 나뭇잎이 새로 돋아 연둣빛으로 물들었고
연분홍 철쭉은 활짝 피어 뽐내고,
꼬맹이 야생화들은 이제야 잠에서 깬 듯 해맑게 미소 지으며 반겨준다.
초반부터 남편 하나 뒤에 달고 후미에 선다.
노송과 암릉이 조화롭게 펼쳐진 우아한 속리산을 닮은 맥을 따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상쾌하게 걷는다.
대원군님의 포토포인트를 대신 점 찍으며 풍경을 눈에 담으며
어느새 푸르른 오월의 산을 맘껏 누리며 말티재에 닿는다.
시커먼 울타리 속엔 무엇이?
대단한 물건을 감춰 놓았는지 산속, 산맥 한 덩이에 통째로 장막을 쳤다.
산양삼? 장뇌삼? ‘주인 백’도 아닌 ‘보은군’에서 벌이는 사업인가??
수북이 쌓인 마른 낙엽에 미끄러지며
오르고 내리며 장막을 다 돌아서야 새목이재.
B팀이 오를 곳이라는데 길이 없다며 남편은 걱정이다.
걱정을 하덜덜 마시라~!
B팀 용사들의 노하우 “어디든 갔다가 온다”
바람과 낙엽. 바람불어 좋은 날인지, 바람이 많은 능선인지,
낙엽이 많은 산인지, 수북한 낙엽 길 따라
시원하게 불어대는 바람 맞으며 마른 낙엽 흩뜨리며
오후 햇살이 뜨거운데도 지칠 새 없이 간다.
속도에서 자유로워지면 산행 내내 보이는 게 많고, 참견할 게 많다.
쉬면서 양말 벋고 거풍을 즐기기도 하고
즉석에서 냉커피도 만들어 마시고,
남편은 아예 들어 눕는다.
‘정직한 고도표’는 마저 한발씩 올려놓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630봉에 올려놓는다.
깊은 내리막을 뻐근하게 내려가다가 계단참 있듯이 항상 산속에도 ‘참’이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여~~!
숨 고르며 유유히 다 내려왔는데--- 뜨거운 백석리가 나타났다.
뽈따구 뜨겁게 시멘트길 따라올라 마저 남은 산더미에 오른다.
남은 1km, 작은 야산이 속리산 만하다.
얕봤던 거대한(?) 속리산의 쓴맛을 보고나서야 올올을 만났다.
잔뜩 준비해온 오징어 숙회도 남았는데 냉 막걸리만 거푸 들이키며 땀을 식힌다.
‘화풍정’에서 ‘능이송이버섯전골’로 뒤풀이.
순한 자연의 맛을 살린 깔끔한 식단에 한 표!
아들녀석 혼사에 성원해주신 올올맨들께 거듭 감사인사 드립니다~!
직녀 씀
첫댓글 한남금북정맥 1차에 이어 2차 산행기 까정!! ~ 글귓속에 속리산 마루금이 훤히 보이는군요.
이번 2차산행에 참여해야 되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어 죄송~~
무더운 날씨와 오르내림이 많은 산행들 하시랴 고생들 하셨습니다.
이번산행이 해발고도가 별로없은 산행이라 무난한 산행일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나 봅니다. 항상 불참날과 힘든 산행끝에 뒷풀이 음식이 왜 이렇게 잘 나오는지
약간에 아쉬움이,,,ㅎㅎ 맛있게 드셨으면 다행입니다. 담 산행때에는 손목이 허락하는 한
꼭 참석하겠습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어쩌다 손목을 다치셨나요 치료 잘 받아 빨리 완쾌하시길.... 그때는 소고기 사묵겠지
딸아이 시집 보내면---- 기대하시라
늦으나마 아드님의 결혼을 진심으로드립니다 .^^* 여인들 세분이 고운자태가 닮아보입니다 ..고 리셔야겠어요 .^^*
한복입으신 모습이 이야기속에 직녀님 같은 생각이 드네요 .
고우세요
산행후기만 보다 신선한 사진이 더 눈길을 끄네요 ...
이제 항머니 대열에 끼실일만 남으셨네요 ...
이제 한남 금북남으셨으니 또다시 발에 모터
고맙습니다 한복이라는게 웬만하면 다 가려주니까 이쁘더라구요
디님도 한 껀 하셔야지요
볶아서 어서 시집 보내자구요
매번 산행기를 접하면서 직녀님이 누구신가 궁굼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분을 조카 결혼식에서 뵈었습니다..
정말 세상이 좁은 느낌이 들었네요..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강대종 선배님소개로 카페 가입한지 몇년만에 이렇게 인사 드립니다..
산에 대한 열정으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어이쿠 사돈 이렇게 만나뵙게 되다니요.... 제가 수학은 젬병이거든요
제 산행기를 읽어 주셨다니 영광입니다
조카 한테는 얘기 좀 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