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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5홀에서 '투온(two on)'으로 이글을 잡고 싶다는 아마추어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일본 규슈 미야자키의 유명 골프클럽인 '아이와 미야자키 리조트' 클럽하우스. 남자골프의 신세대 주자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가 프로암 경험담을 얘기하던 중 이같이 말하고는 "사실 어쩌다 이글하는 것보다는 파5홀에서 꾸준히 버디를 잡는 게 더 좋은데"라고 말했다.
파5홀에서 꾸준히 버디를 잡는다든가, 투온해서 이글을 잡는다든가 하는 보통 주말골퍼들에겐 꿈같은 얘기를 이승호는 하고 있었다. 살짝 자존심이 상한 기자는 "프로는 몰라도 아마추어는 웬만한 장타자 아니면 '투온 이글'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이승호는 "그럼 파5홀에서 저랑 투온 연습해 보실래요?"라고 했다. 설마 하면서도 귀가 번쩍 뜨였다.
기대에 부풀어 전동카트를 몰고 간 곳은 '아이와 미야자키 리조트'에서 가장 짧은 파5홀인 6번 홀(파5·505야드)이었다. 야자수가 시원하게 늘어선 남국의 골프장은 '마음껏 쳐보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파5홀이니 우선 드라이버 샷을 제대로 쳤다는 걸 전제로 해야겠죠. 그다음엔 홀까지 220~240야드 정도 남았을 때 페어웨이 우드를 얼마나 잘 다룰 줄 아느냐가 핵심이에요." 드라이버 샷 비거리 260~270야드를 전제로 한 이승호의 말에 약간 김은 샜지만, 페어웨이 우드로 220~240야드를 날리는 것도 보통 주말골퍼들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홀에서 240야드 떨어진 지점에 위치를 잡은 이승호는 우선 코스 분석부터 했다. "그린 좌우로 약간씩 여유가 있군요. 충분히 투온을 시도할 만해요. 하지만 왼쪽으로 심하게 훅이 나면 OB고, 그린 좌우의 벙커를 피해야 하고…."
우드 3번과 5번을 꺼내 든 이승호는 우선 페어웨이 우드샷의 세 가지 키워드(key word)를 기억하라고 했다. '①부드럽게 ②둥글게 ③깨끗하게 쓸어서'였다.
이승호는 "우드를 잡으면 드라이버보다 짧으니까 아이언처럼 가파르게 들어서 내리찍듯 치는 주말골퍼들이 많다"며 "페어웨이 우드는 드라이버 샷보다 더 부드러운 스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롱 아이언보다 긴 우드로 공을 맞히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승호는 "어깨와 두 팔로 삼각형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부드럽게' 쳐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둥글게' 치라는 건 무슨 뜻일까. 페어웨이 우드는 백스윙을 낮고 길게 빼서, 팔로 스루도 낮고 길게 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즉 아랫부분이 완만한 둥근 'U자형 타법'이 이승호가 말하는 핵심이었다. 이런 스윙을 하면 거의 잔디가 패지 않고 공만 '깨끗하게' 맞히는 임팩트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승호는 "주말골퍼가 3~4번의 페어웨이 우드를 잘 치지 못하거나 제 거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연습량 부족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드라이버로는 공 한 박스 이상 치시면서 페어웨이 우드는 몇 번이나 연습을 하시는지."
그는 몇 차례 라운딩에서 드라이버 대신 우드 3번으로 티 샷을 하는 것도 연습의 한 방법이라고 했다. 아마추어가 3번 우드에 익숙하면 OB(아웃오브바운즈)도 줄어들고, 비거리도 드라이버와 20~30야드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범을 보이겠다며 이승호가 페어웨이 우드를 휘둘렀다. 공은 미야자키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그린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나이스 온!■아이와 미야자키 리조트 문의=서울사무소(02-2171-7821,
www.aiwaresort.com)
[스위트 골프] [이승호의 레슨 '장타, 이렇게만 하세요'] (5) 롱아이언은 그립도 스윙도 부드럽게…
어깨를 충분히 돌려서 제대로 된 백스윙 해야 숨은 비거리 찾을수 있어
일본 규슈 미야자키의 유명 골프클럽인 '아이와 미야자키 리조트' 8번홀(파4·418야드). 드라이버가 페어웨이에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180야드가량 남아 있었다. 주말 골퍼의 경우 제대로 맞지 않으면 '원 온'이 쉽지 않은 거리다.
남자 골프의 신세대 주자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와 함께 실전 레슨을 진행하면서 기자는 180야드 남짓한 애매한 거리에서 '주말 골퍼의 비애'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페어웨이 우드로 치자니 너무 길 것 같고, 아이언 6번으로는 너무 짧을 것 같아 답이 없어 보였다.
"그럼 아이언 5번이나 4번으로 치면 되잖아요?" 이승호가 너무 간단히 말하는 바람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4~5번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맞으면 무슨 걱정? 그나마 아이언 6번까지는 클럽마다 10야드 가량 거리 차가 나며 맞는 편이지만, 5번 이상의 롱 아이언만 잡으면 미스 샷을 하는 것이 대부분 주말 골퍼의 애환일 것이다.
여기서 롱 아이언의 숨은 비거리를 '쏙쏙' 찾아 주는 이승호의 특강이 이어졌다. "사실 4, 5번 아이언은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보다는 쉽게 칠 수 있어요. 우선 샤프트 길이부터 짧잖아요. 다만 쇼트 아이언과 똑같은 방식으로 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거죠."
이승호는 4, 5번 아이언과 관련해 두 가지 원칙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①부드럽게 천천히 ②어깨를 충분히 돌려 스윙을 하라는 것이었다.
"아마추어들은 롱 아이언의 그립을 쇼트 아이언보다 훨씬 강하게 잡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그립을 있는 힘껏 잡고 세게 스윙을 할수록 비거리는 거꾸로 줄어들죠." 골프는 역발상의 스포츠라는 점을 이승호는 강조했다. 높은 탄도의 공을 치고 싶다고 아이언으로 퍼 올려치면 정반대로 떼굴떼굴 굴러가는 '쪼로'가 나고 만다.
이승호는 그립도, 스윙 템포도 '부드럽게' 하는 것이 롱아이언 샷의 첫 번째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클럽 샤프트가 충분히 돌아가면서 원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샷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롱 아이언일수록 스위트 스팟에 정확히 맞아야 제 거리를 낼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스윙을 천천히 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 위치를 왼발 쪽으로 더 옮겨야 하는 이유도 쇼트 아이언보다 긴 클럽 샤프트가 제대로 공을 맞힐 때까지 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깨를 충분히 돌려'를 롱아이언의 두 번째 원칙으로 꼽은 이유는 뭘까. 이승호는 "어깨를 회전시키지 않고 클럽을 추켜올리는 백스윙으로는 롱아이언의 거리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고 했다. 왼쪽 어깨 뒤의 근육이 쭉 펴지는 걸 느끼면서 왼쪽 어깨가 턱밑까지 오도록 천천히 어깨를 돌리는 것이 제대로 된 백스윙 회전이다.
백스윙이 제대로 됐다면 헤드 무게를 느끼며 골프채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클럽 헤드의 원심력에 몸을 맡긴다면 롱아이언에 숨어 있는 깜짝 놀랄 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승호의 레슨이었다. "다른 건 다 잊으셔도 돼요. 클럽 헤드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천천히 부드럽게 쳐보세요."
[스위트 골프] [이승호의 레슨 '장타, 이렇게만 하세요'] (6) "올바른 스윙궤도가 장타의 첫걸음이죠"
스윙코치겸 캐디 손더스와 그늘집서 '골프 토크'
국내 신세대 골프 유망주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의 장타 레슨을 쫓아다니다 보니 기자의 몸에 약간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프로선수의 제대로 된 스윙을 아마추어가 흉내 내는 것은 역시 힘들었다. 편한 대로 하던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의 백스윙 톱을 '억지로' 만들고, 피니시까지 하다 보니 몸의 여기저기가 쑤셨다. '골프를 잘 치려면 몸부터 피팅(fitting)을 하는 게 좋다'는 골프 전문가 이야기가 생각나는 순간 그늘집이 나타났다.
이승호의 실전 레슨을 진행하는 일본 규슈 미야자키의 유명 골프클럽 '아이와 미야자키 리조트'의 13번홀과 14번홀 사이에는 일본식 정원을 축소해 놓은 듯한 이국적인 그늘집이 있다. 한국 유명 탤런트 이름을 줄줄 꿰는 미야자키 출신 아주머니가 녹차와 간식거리를 내왔다. 일본의 그늘집은 '차야(茶屋)'라고 부른다.
따끈한 녹차를 마시며 이승호의 스윙 코치와 캐디를 겸하고 있는 브렛 손더스(34·호주)와 그의 지도로 드라이버 비거리를 260야드에서 300야드로 늘린 이승호가 '장타 이야기'를 풀어갔다.
손더스는 "이번 미야자키 실전 레슨은 '무작정 장타'가 아니라 '똑바른 장타'를 날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승호가 꿈꾸는 미 PGA의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까다로워 정확성이 없으면 장타도 쓸모가 없다는 얘기였다. 이승호는 4년 전 260야드 정도의 '짤순이'였지만, 정확도가 높아 국내나 일본 무대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 이승호는 2007년 일본 투어 신인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호의 꿈처럼 PGA투어에서 통하려면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정도, 그것도 정확히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손더스는 말했다. 이승호도 "정확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1년에 10야드 정도씩 차근차근 비거리를 늘렸다"고 했다.
이승호는 현대 스윙의 선구자인 벤 호건이 골프의 스윙 궤도를 얼마나 강조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 호건은 클럽 샤프트가 이루는 각도가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특히 중요시해요. 어쩌다 한 방이 아니라 똑바로 멀리 치려면 올바른 스윙 궤도를 익히고 차츰 스윙 스피드를 늘려가야 합니다." 이승호는 "저 역시 지난번 조선일보 레슨에서 소개했던 스윙 궤도를 위한 훈련 특수장비 덕을 크게 봤다"고 했다.
손더스가 실전용 팁을 덧붙였다. "프로도 컨디션에 따라 스윙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이럴 때 응용력이 필요해요. 왼쪽으로 훅성 구질이 나오면 왼손 그립을 더 단단히 잡고 천천히 친다는 생각으로, 슬라이스성 구질이 나오면 그립을 더 가볍게 잡고 오른손으로 친다는 느낌을 갖는 거예요."
이승호는 "올바른 스윙 궤도를 익히면서 꾸준히 스윙 연습을 하다 보면 비거리는 절로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전'을 권했다. 단기간에 비거리를 늘리려고 '비법' 1~2개를 배워 마구잡이로 휘두르다 스윙을 망치는 주말골퍼를 자주 봤다고 했다.
이승호는 "주말골퍼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장타(長打)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쇼트 게임"이라며 "몇 가지 배워보겠느냐"고 했다. 드라이버샷 연습을 하기 전에 힘의 60~70%만 사용하는 웨지로 몸을 푸는 게 좋은 습관이라던 이승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차야'에서 나와서 야자수가 늘어선 남국의 페어웨이에 다시 섰다. 이번엔 웨지를 손에 들었다.